음주운전 단속은 아무리 심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피해의 반사회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당자의 피해도 피해지만 아무 죄없는 선의의 운전자와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안겨주는 것이 음주운전 사고다. 운전자에게 뿐만 아니라 보행자에게도 날벼락 같은 사고를 끼치기 일쑤다. 이때문에 낮이고 밤이고 간에 경찰관들이 수시로 길을 막고 음주운전 단속을 하여도 불평이 있을 수 없었다. 차를 세우도록 하는거나 입에 들이미는 측정기를 부는 것이 결코 유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회는 협조했다. 차량소통에 지장이 있어도 참고 하라는대로 했다. 음주운전이야말로 사회의 공적으로 보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사실상 완화하려 든다. 경찰청이 선별단속으로 방식을 바꾸는 것은 뭐라고 하든 부인될 수 없는 단속의 이완이다. 비틀대는 차량·이유없이 차선에 정차한 차량·신호등 반응이 늦은 차량 등으로 무슨 스물 몇가진가를 음주운전으로 보고 선별한다지만, 그렇다면 그 정도의 만취자가 아닌 일반 음주운전 단속은 포기한다는 건지 실로 괴이하다. 전국 집계의 음주운전은 적발 건수만 해도 2000년에 27만여건이던 게 2001년엔 37만여건, 2002년에는 42만여건에 이르러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은 급증해가는 이같은 음주운전을 선별단속으로 제대로 단속이 가능하여 과연 사회방어의 소임을 다 할 수 있다고 보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현재의 단속방식이 교통에 불편을 준다고 하나 누가 불평한 적도 없고 사회문제화 한 적도 없다. 난데없이 선별단속으로 바꾸는 것을 미국식이라지만 일본 같은데선 우리처럼 길을 막고 일일이 단속하고 있다. 어디서 연구조사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하여 실험기간을 두어 시범실시를 해본 것도 아니다. 정책결정 과정부터가 하자 투성인 즉흥적 발상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만약에 그래도 강행하여 음주운전 사고가 늘어 인명 등 그로인한 피해가 증가하면 그것은 순전히 음주운전 단속을 이완한 경찰청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소송 사태가 이어질 공산 역시 충분하다. 음주운전은 더욱 더 단속과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사회적 요구다.
4·24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고양 덕양갑의 개혁당 약진이 있고 한나라당이 두곳서 승리하긴 했으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세군데의 선거결과가 여·야 의석 분포에 별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새 정부에 대한 평가로 보는 것은 더욱 당치않다. 재·보선지구 단 세곳에 그것도 모두 투표율이 선거사상 가장 저조한 선거를 두고 국민적 평가의 대표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그도 그렇지만 출범한지 이제 겨우 두달밖에 안되는 정부를 평가한다는 것 부터가 관념적 허구다. 그러나 정당에는 충격이 있을 수 있다. 정계개편 여부가 일단은 주목되긴 한다. 하지만 정계개편요인은 이미 전부터 잠복된 현안이다. 바꾸어 말하면 만약 정계개편이 작동되어도 4·24 재·보선은 계기가 될뿐이지 새로운 기폭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막상 정계개편이 가동된다고 보기엔 또한 어려운 게 객관적 관측이다. 진정한 정계개편은 보수·진보의 양당체제 정립이다. 민주·한나라당 내에 섞여 있는 보수 및 진보 세력이 지금의 간판에서 모두 뛰쳐나와 보수는 보수끼리, 진보는 진보끼리 결집하고, 군소 보수정당이며 군소 진보정당 또한 이에 합쳐 보수 대 진보의 양대 정당으로 가는 것이 참다운 정계개편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계개편의 대폭발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 다음은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취사선택을 지향하면서 성장할 것은 성장하고 도태할 것은 도태하는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여·야가 부담을 안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의 4·15총선에서 노무현 정부의 개혁작업 본격화를 위해서는 원내 안정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지상과제이고, 이를 위해선 어떻게든 호남과 더불어 가야하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은 당장 당권경쟁이 걸려있어 다른 일엔 당분간 신경 쓸 겨를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결국 이번 재·보선이 정치권에 미치는 충격은 여·야 모두 당내용으로 작동되는데 그칠 공산이 높은 가운데 특히 민주당의 내부정리 추이가 주목된다. 정치개혁은 정당개혁으로 시작되는데도 대통령선거 이후 아직껏 여당 야당할 것 없이 자체개혁은 요원하다. 내년 총선은 어느 당이든 당내개혁이 분수령의 고비임을 알아야 한다.
‘평택항’ 명칭을 ‘평택·당진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해양수산부 합동조사위원회의 연구 결과 제시는 당치않은 건의다. 이러한 명명(命名)은 여러 부두나 군소항만을 하나로 묶어 ‘브랜드파워’를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평택·당진항’ 얘기는 지난 22일 해수부 합동조사위원회가 평택시청 상황실에서 평택시장·평택항발전협의회 등 많은 시민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평택항 명칭 및 항계조정에 관한 연구조사 내용 보고 및 의견 청취 워크숍’에서 나왔다고 한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항만 이용자 및 항만전문가 총 23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온 ‘항만분리 불가’ 는 물론 당연하다. 만일 당진과 항만이 분리된다면 항만의 집중력 감속 및 항세가 약화될 뿐 아니라 특히 유사여건의 지자체간 갈등이 유발되고 운영관리비 중복에 따른 경쟁력이 저하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명칭 사용 (32.6 %)’과 ‘평택항·당진항 분리지정(19.1 %)’보다 ‘평택항·당진항 통합 명칭사용(37.1 %)’ 의견이 다소 높았다고 하여 해수부가 ‘평택·당진항’ 명칭 사용을 제시한 것은 성급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17년동안 사용한 평택항 명칭을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바꾸는 일도 있을 수 없지만, 250만 충남도민과 14만 당진군민의 민의 보다 1천만 경기도민과 36만 평택시민의 민의가 더욱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신항, 광양항과 함께 3대 국책항만으로 출발한 평택항이 지방항으로 전락되어서도 안된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평택항분리 결사반대 범시민투쟁위원회 등이 당진군의 거듭된 평택항 분리요구에 반발, 지난해 연말 있었던 대규모 상경시위집회를 또 다시 준비를 하고 있는 터에 통합명칭 사용 제시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더구나 평택항은 머지 않아 지방해양수산청 신설이 유력시되는 항만이다. 전국 물동량의 53% 이상을 점유하는 수도권 및 중부권을 배후로 하는 수출업화물의 전진기지다. 국제항의 명칭을 함부로 고치는 것은 또한 대외신인도와도 관련된다. 당진과의 분리 반대는 물론 평택항이라는 지금의 명칭은 마땅히 계속 사용돼야 한다.
대박을 통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로또복권의 광풍이 계속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제19차에는 무려 407억원의 당첨금을 받은 1등 당첨자가 나왔는가 하면 지난 주 제20차에도 193억원을 받은 1등 당첨자가 나와 토요일 저녁 로또복권 추첨 때만 되면 추첨결과를 기다리느라 야단이다. 지난 12월 로또 복권을 판매한 이래 지난 8일까지 무려 1조458억원의 판매수익을 올렸다고 하니 현재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로또복권 광풍에 쏠려있는지 가히 우려된다. ‘로또복권 발행을 통하여 정부 수입도 늘리고 건전한 오락문화를 육성하여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변명은 인정될 수 없다. 사행심만 조장하고 또한 국민들에게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이런 복권을 꼭 발행해야 되는지 묻고 싶다. 월요일 출근 첫날부터 로또복권 당첨여부가 가장 큰 직장인들의 화제이며, 복권을 위한 각종 계모임 등이 성행하고 있으며, 더구나 이런 분위기가 토요일까지 지속된다고 하니 쥐꼬리 월급을 받는 저소득 직장인들이 일할 의욕이 있겠는가. 로또복권 광풍이 가라앉지 않아 지난 19일 고건 국무총리는 로또복권 정책간담회에 참석하여 사행심을 지나치게 조장하지 않도록 개선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정부가 당첨금액이 너무 많아 1등 당첨금액을 하향 조정할 의사를 표명하는 등 로또복권에 대한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인식한 것은 다행이다. 그 동안 1등 당첨금액이 너무 많아 이월 횟수 5회를 2회로 줄이는 등 개선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런 정도의 개선책으로 로또광풍을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 로또복권에서 발생한 막대한 수입금 처리도 역시 국민적 관심사이다. 인생역전이라는 허황된 꿈을 꾸며 사행심까지 부추기고 있는 정부가 로또복권 이익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아 수익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로또복권 수익금의 사용 내역을 조속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로또복권 개선책을 획기적으로 마련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결국 우리나라는 복권 광신자만 양산하는 소위 ‘복권공화국’이 되어 외국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정부의 과감한 로또복권 개선책이 시급하다.
고양 일산신도시에서 오늘부터 ‘2003 고양세계 꽃박람회(WFEK 2003)’가 개최된다. 다음달 8일까지 보름동안 일산구 장항동 호수공원 30만평 부지에서 1997년과 2000년에 이어 세번째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꽃과 인간의 환희’를 테마로, 화훼 업체들에 수출·입 정보 교환의 장(場)을 제공하고, 관광객들에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꽃전시 관람 기회를 선사하는 행사여서 자못 기대가 크다. 10만평 넓이의 호수와 산책로 주변의 푸른 잔디, 수변을 가득히 장식한 형형색색의 꽃은 신록과 어우러져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특히 26일부터 일반 관람객들에 전면 개방되는 박람회장과 실내·외 전시관 주변에는 장미·튤립 등 1만여종 1억여 송이의 각종 꽃이 사람들의 시선을 황홀하게 할 것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동남아 밀림지대에 자생하면서 개화했을 때 꽃의 크기가 지름 1m에 무게 10 ~ 15kg에 이르는 ‘라플레이사’, 열대 아프리카에 분포하며 수령이 5천년이 넘는 ‘바오밥 나무’, 호주 등지에 서식하는 ‘극락조화’ 등 많은 희귀 식물들이 전시된다. 박람회 기간동안 호수공원에서 펼쳐지는 오페라의 유령콘서트, 댄스 페스티벌, 카네이션 노래자랑, 세계민속공연 페스티벌 등 30여 가지의 각종 이벤트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쉬운 것은 전시되는 1만여종의 꽃 가운데 우리나라 자생화는 5%에 불과해 명칭이 ‘세계 꽃박람회’이긴 하지만 외국종 꽃잔치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는 점이다. 주최측인 고양시와 꽃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예상하는 이번 박람회 관람객은 80만명으로 이중 외국인은 5만명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스’확산을 우려해 중국과 동남아에서 오는 방문객에 대해서는 되도록 관람을 자제토록 할 계획이어서 실제로 외국인 관람객은 5만명을 훨씬 밑돌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설치하는 전시장 부스를 우리측 대리인이 운영할 예정이어서 전시관 운영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성인 1만원, 학생 6천원, 어린이 4천원인 입장요금도 비싸다는 여론이 개최 전부터 일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그렇다고 초장부터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 지적된 여러가지 문제점을 신속히 보완하는 가운데 친절하고 질서있는 박람회장 운영에 힘써 ‘2003 고양세계 꽃박람회’가 국제적으로 공인 받는 행사가 되도록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학교내의 찬조금과 잡부금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기도내 일부 학교의 불법찬조금 모금이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것은 유감스럽다. 이는 어느학부모 단체가 자체에 신고된 내용을 근거로 밝힌 사실이다. 찬조금 납부에 동조하지 않으면 자녀들이 학교에서 혹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학부모들이 마지 못해 내기는 하지만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찬조금 모금 등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불만은 1996년 학교발전기금 모금이 합법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학교측이 부족한 운영비를 학교 발전 기금에 의존하면서 이같은 관행이 급속히 번졌다. 문제는 각 학교마다 있는 학부모회 등이 학기초부터 반강제적인 찬조금 모금에 나서면서 일부 학부모에게 한정됐던 촌지가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거의 집단화되다시피 한 점이다. 현행 초·중·고 교육법에 따르면 학교발전기금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갹출을 원칙으로 한다. 학부모를 상대로 일정액을 할당하거나 갹출금의 최저액을 설정하는 일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학부모회에 따라서는 학급당 100만원 조성을 목표로 학부모 개개인에게 돈을 할당하고 있다고 한다. 명목은 교사들의 회식 경비나 수고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에 접수된 부당 찬조금 모금 신고사례를 보면 학부모들의 고충을 알 수 있다 . 지난해 발생한 상당수가 교사들에 대한 수고비조로 학부모회가 중심이 돼 돈을 걷은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당 20만원, 50만원씩을 내도록 해 교사들의 수고비나 교내 논술과외 강사료로 쓴 게 사실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심지어 모 고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학부모 900여명으로부터 2억3천여만원을 불법 모금했으며 올해도 3억원을 목표로 학생당 30만원씩 할당했다니 당치 않은 일이다.이 학교는 ‘불법 찬조금 모금’ 혐의로 교육인적자원부와 감사원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요즘 소풍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의례적으로 준비해오던 교사 점심까지 학교측이 본의를 떠나 일괄 주문할 정도다. 교사 보충수업 지도비, 청소 용역비, 교사 회식비, 외부강사료 등을 학생을 볼모로 학부모에게 걷는다면 심각한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 해당 학교들은 한결같이 “학부모가 한 일이다” “학교측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강제성을 띤 찬조금 모금이 더 이상 없도록 학교는 물론 당국의 지도·감독이 요구된다.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 공천제 폐지는 타당하다. 어제 보도된 지방자치정보센터의 조사결과가 이런 것으로 나타난 것은 수긍이 간다. 전국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을 대상으로한 설문에서 89%가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모두 정당 공천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단체장에 대한 의회의 견제기능이 정당을 통한 교섭단체로 형성되는 점에서 논리상 합당하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는 다르다. 기초의원엔 정당 공천을 배제하면서 단체장에게만 정당 공천을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렇다고 기초의원에게까지 정당 공천을 확대하는 것은 무위하다. 왜냐하면 시·군의 자치행정이 정당과 유관해야 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에 있어온 정당 공천은 사실상 허구에 불과하였다. 어느 기초단체장이 무슨 정당 소속이라 하여 역학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단체장에 대한 그간의 정당 공천은 오히려 자치행정 발전을 저해한 측면이 없지않다. 어느 당이든 정당 공천이 후보자의 능력과 꼭 비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의 자치행정과 기실 아무 관계가 없는 정당 공천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정당에선 입맛에 맞을지 몰라도 주민자치의 실익면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지방자치에 정당의 필요성 논란은 전부터 찬·반 두가지가 있으나 정당의 참여가 자치행정에 반영될 게 아무 것도 없는 점에서, 순수한 생활행정·대화행정·지역행정을 강조하는 정당 불요론이 정당 필요론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지방의회, 특히 시·군의회는 정치 연습장이 아니다. 시장·군수도 정치인이기 보다는 행정인이다. 지방자치에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행정인이지 정치인은 아니다. 이 점은 광역자치도 비슷하지만 기초자치와는 차이가 없지 않아 광역자치에서까지 정당 배제를 굳이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광역단체도 최근 일본의 지사선거가 거의 무소속 당선 일색의 강세를 보인 이유가 무엇인가를 타산지석 삼아 돌아볼 필요는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더 말할 게 없다. 시장·군수 후보의 정당 공천제는 폐지되는 것이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다.
국내에는 아직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없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긴 하다.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중국, 홍콩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사스 환자가 발생하여 학교를 휴교하고 심지어 환자가 발생한 아파트 출입을 통제하는 등 비상대책에 야단인데, 한국은 사스 의심환자는 7명이 되지만 정식으로 사스 환자로 판정된 경우는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공식 발표다. 그러나 각국에서 계속 증가하는 사스 환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사스 의심환자만 있다고 하는 보건당국의 발표에 국민들은 다소 불안한 느낌이다. 그 동안 보건당국이 철저한 방역대책을 실시하고 또한 국민들 각자가 위생문제에 최선을 다하여 아직까지 국내에 사스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는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최근 당국의 사스 의심환자 발표과정이나 또한 의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과연 사스 의심환자만 발표하는 당국의 판정을 그대로 믿어야될지 염려가 된다. 알려진 바로는 사스 환자 판정을 돕기 위하여 보건당국이 구성한 자문위원회가 있는데, 최근 자문위원 일부가 당국의 사스환자 판정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여 탈퇴하였다고 한다. 이들 자문위원들은 보건당국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정하여 환자 판정을 하기를 요구하고 있어 탈퇴한 것이라고 한다. 자문위원들은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격리나 방역 기회를 놓칠 수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사스 환자를 축소·보고한 혐의로 위생부장과 북경시장을 해임하였다. 중국은 또 대학을 비롯한 학교들이 휴교를 하고 심지어 인구 이동을 막기 위하여 노동절 휴무를 취소했을 정도로 사스환자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홍콩은 행정장관이 직접 마스크를 쓰고 시내 대청소를 하고 있을 정도이다. 국내에 사스 환자가 없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혹시 당국이 판정 기준을 낮추어 축소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사스 환자가 있으면 당국은 즉시 발표하여 방역대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심 환자도 계속 관찰하여야 하며 혹시라도 환자로 판명되면 은폐하지 말고 즉각 발표해야 한다.
올 대학입시에서 전국의 4년제 및 전문대 30여 군데가 입학정원의 절반도 못채웠다. 199개 4년제 대학과 156개 전문대의 미충원이 8만5천여명에 달한다. 그 중엔 가까스로 정원의 30% 가량만 채워 존폐의 기로에 놓인 대학이 적잖다. 이 때문에 내신성적이고 뭐고 상관없이 가령 수능 80점 등 낮은 점수라도 지원해 주는 게 고마워 무조건 입학시킨 대학이 수두룩 한 모양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이 대개 이런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사상 최악의 이같은 현상이 대학으로서는 불행일지 몰라도 사회적 관점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판단이 앞선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도태되는 것이 대학의 권위를 위하고 사회를 위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사학의 경우 재단측 지원보다는 학생들 머릿 수에 따른 등록금 장사로 되레 재단이 학생들 덕을 보아온 부실대학은 이제 한계점에 거의 이르렀다. 대학의 정원미달 사태는 그간의 가족계획 탓도 있지만 대학이 지나치게 많은데 기인한다. 여기에 대학의 특수성을 살리기 보다는 입학정원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학과를 백화점 점포식으로 나열한 것도 큰 원인이다. 이러다 보니 지원이 곧 합격이 되는 무조건 선발의 범람 등은 대학과 대학생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대졸 실업 사태의 증가율을 부채질 한다. 문제는 이대로 가면 더 심각해지는데 있다. 그리고 자립능력이 없는 대학이 퇴출되는 것은 마땅하지만 재학생들의 수학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퇴출경로 마련은 의당 교육부가 하겠지만 대학도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나열식 학과보다는 집중식 학과를 육성, 무슨 계통은 어느 대학이 가장 좋다는 명성과 전통을 지니는 그런 대학쪽으로 발전해야 경쟁이 가능하다. 사정은 지방대학이 더 어렵지만 지방대학이라고 해서 경쟁에 어떤 특혜가 있을 수는 없다. 정원감축, 학과폐합, 인력조정 등으로 군살을 빼는 정예화에 빨리 나설 수록이 경쟁력 회복이 그래도 유리하다. 대학을 외국에 개방하는 것은 이르지만 무턱대고 문을 계속 닫아 둘 수도 없다. 조만간에 개방될 것에 대비해서라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장한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학 간판만 달면 운영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 대학운영도 무한경쟁 시대에 들어섰다.
용역을 빙자하는 일부 사설 업체에 의한 사생활 불법 침해가 도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까지 동원하는 등 수법도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 사람이나 차량 추적 등 의뢰인의 주문 해결을 목적으로 미행을 일삼고 300m 안팎의 고성능 도청기를 불법으로 이용하며, 가짜 위임장을 만들어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통신회사 등에서 개인정보를 빼내기도 한다. 이들 업체는 캠코더나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무전기 등 ‘뒷조사’에 필요한 각종 첨단 장비들을 사용한다. 상대가 모르게 승용차 등에 GPS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장착하는 수법까지 이용될 정도다. 그러나 현행법상 자유업으로 구분돼 있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신청하면 될뿐 구청 등 행정당국에는 신고할 필요가 없어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 급선무는 비인가·무허가로 영업을 하고 있는 이러한 업체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청부폭력 또는 살해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법률적 보완과 함께 위법자의 불법 침해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