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파주 신도시 건설 문제점

건설교통부의 김포·파주 신도시 계획은 간과키 어려운 몇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절차상 납득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국토이용계획 수립권이 심히 남용된다는 판단을 갖는다. 중앙의 권한도 있지만 지방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관련법규도 있다. 이같은 협의에 얼마나 충실했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건교부의 정책수립 과정 또한 그나마 흠이 없지 않다. 신도시 건설을 위한 그간의 기초조사가 뭣인지 궁금하다. 객관적 검증절차 없이 책상머리의 주관적 판단이 더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책의 모순이다. 지방정부의 절실한 관련 요구 사항엔 인구집중을 방지한다는 이른바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를 들어 지극히 인색하다. 이런 중앙정부가 지방에 행정수요만 잔뜩 가중시키는 일방적인 대단위 신도시 건설로 인구유입 수용을 강요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근거인지 해명이 요구된다. 주택보급률을 2% 높인다지만 정작 서민층 무주택자들에겐 수억원대의 신도시 아파트따윈 그림속 떡과 같다. 행정수도를 옮기겠다면서 서울 인구를 분산할 수도권 신도시 추가 조성이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셋째, 자족도시의 허구성이다. 건교부는 지금까지 다섯군데나 건설한 도내 신도시 건설 때마다 자족기능을 내세웠지만 단 한군데도 실현해 보이지 못했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직장 등 생계형 자족기능이나 학교 등 교육형 자족기능 같은건 신도시 건설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김포에 인구 21만명이 들어설 408만평, 파주에 14만명이 들어설 279만평 규모의 신도시가 또 들어서면 그 역시 베드타운화 할 것은 자명하다. 자족도시는 커녕 수도권의 교통혼잡만 가중할 공산이 높다. 건교부가 내세우는 교통대책은 김포·파주 신도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지극히 미흡하다. 먼저 도시개발부터 해놓고 뒤에 교통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후진국형 개발정책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 앞으로는 교통환경 문제 등을 먼저 해결한 뒤에 도시개발에 나서는 선진국 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파주 신도시 조성은 낙후된 북부지역의 개발 박차를 가속화하기 위한 점에서 시인되면서도 개발 순위가 틀렸다고 보아 교통환경 등이 앞서는 대책이 더욱 절실하다. 또 파주 등 북부지역 개발은 단순히 베드타운 조성보다는 남북교류의 중추기지로 개발하는 장기적 안목을 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새 정부 들어선 처음 나온 신도시 문제이기 때문에 충고해 두는 것이다.

‘책임장관론’을 명심하라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책임총리·책임장관론’을 말했다. 총리의 역할을 내치에 두고 대통령은 주로 외교 국방 등에 힘쓰겠다는 의향도 비쳤다. 그래서 참여정부의 첫 총리가 이런 ‘책임총리’역할을 다 한다고 보기엔 어려우나, 전보다는 무게가 실린 점은 인정된다. 즉 대통령책임제에선 불가피한 한계가 이해되므로 ‘책임총리’미흡의 현실을 굳이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처운영의 실질 당사자로 귀납되는 각부 장관의 ‘책임장관론’은 다르다. 명실공히 책임장관이 되어야 한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파업의 초기 사태를 간과한 몇몇 관련부처 장관의 해이는 곧 이같은 ‘책임장관론’에 배치된다. 대통령의 친노동정책에 영향을 받은 시각으로 보는 관점에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장관의 소임을 망각한 무책임의 소치가 더 크다. 문제의 파업참여는 개별사업이라 할 지입차주들로써 사업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열악한 운송환경은 개선돼야 하겠지만 사리가 그렇다. 또 대통령이 모든 일을 다 챙기므로 장관이 피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장관이 일을 잘 하면 굳이 대통령이 나설 이유가 없다. 각 부처의 운영 주체는 어디까지나 장관들이다. 장관이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눈치나 살피는 무소신이 돼서는 책임장관의 역할을 다 할수 없다. 때에 따라선 자신의 이견을 개진할 줄 알아야 할 장합에서 이를 두려워하는 것 역시 책임있는 장관이 아니다. 대통령이 장관의 잦은 경질을 금기시 하는 것은 국정을 소신있게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화물연대 파업사태에서 보인 일부 장관들의 안일한 자세는 심히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 ‘무턱대고 파업을 앞세우는 불법은 엄단하겠다’고 대통령이 밝힌 것으로 기억한다. 불법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노동운동이 왕도일 수는 없다. 대통령의 친노동정책 또한 이런 건 아닌 것으로 안다. 이른바 ‘춘투’의 계절이다. 화물연대 파업사태에 그치지 않은 긴박한 사태가 또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관련 부처는 물론이고 내각의 긴장이 더욱 요구된다. 국정의 가치창출을 부단히 개발하면서 돌발상황엔 기민하게 능동적으로 대처할 줄 아는 장관이 ‘책임장관’이다. 참여정부의 첫 장관들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크게 자성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고소득층 세무전담반에 대한 所見

변호사와 의사, 한의사 등 세칭 고소득 전문직종 세무조사 전담반을 지방국세청에 신설, 이들에 대한 세무관리를 대폭 강화키로 한 국세청의 방침에 동의한다. 특정 전문직종에 대한 세무조사 전담반이 발족되기는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현 정부가 국민과 함께 하는 정부, 일반 서민을 먼저 고려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나선 것과도 무관치 않아서다. 그동안 일반 서민들, 특히 대다수 봉급자들은 소득이 적은 자신들은 소득세나 재산세 등을 성실히 납부하는 반면 고소득 전문직종 사업자들은 교묘하게 탈세를 일삼고 있는 데 대해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세정 당국에 대한 불신감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들 전문직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소득을 낮게 신고하는 등 공평과세 취약분야로 파악돼 왔다. 이 조사전담반은 고소득층의 재산변동 상황과 신용카드 해외사용 실적, 입출국 내역, 소득신고 상황 등을 정기적으로 분석한다고 한다. 국세청은 이들 고소득 자영업자를 상시관리하면서 탈루혐의가 드러날 경우 즉각 조사에 나서 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조세범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도 높게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탈루혐의가 높은 고소득 자영계층에 대해서는 소득·재산·소비지출 내역 등 모든 납세이력을 종합분석, 관리하는 별도의 ‘인별 정보분석 시스템’도 구축한다고 밝혔다. 조사전담반에 당부할 게 있다. 공정, 투명, 신뢰행정을 목표로 공평 과세에 역점을 둬야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고액·상습탈세자는 철저한 조사를 실시, 처벌을 강화하여 ‘탈세 =범죄·부도덕’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고액 금융거래의 국세청 통보 의무화, 룸 살롱 및 골프장에서의 접대비 불인정 등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타당성이나 법적인 문제 등을 고려, 무리수를 두면 안된다. 앞으로의 세정 개혁에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일어날 것이 예상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와 조사요원간의 공식·비공식 접촉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조사담당부서 사무실의 외부인 출입도 완전히 제한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세정개혁은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거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점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차라리 부모가 없으면 좋겠다니

아동들이 어른들로부터 받는 학대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아동을 학대하는 장본인이 남이 아닌 부모라는 사실은 더욱 통탄스럽다. 본보가 집중적으로 보도한 아동학대 실태는 비참하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한 남자아동의 경우 아버지가 가한 폭력으로 머리뼈가 금이 갔고 온 몸을 막대기로 맞아 피멍이 들었다. 어머니가 가출한 뒤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으로 학교도 가지 못했다. 생후 11개월짜리 아이를 대변을 많이 본다는 이유로 우유를 하루에 한번만 주고 대소변을 볼 때마다 눈·귀를 꼬집으며 포대기로 꽁꽁 묶어 팔다리를 부러 뜨린 친어머니도 있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와의 불화로 어머니가 가출했거나, 이혼한 뒤 부모가 전혀 돌보지 않아 구걸에 나선 남녀 아동들도 있다. 계모가 고의적으로 주는 상한 음식을 매일 강제로 먹거나 생모에게 전화하였다고 하여 하루 종일 집안에 갇힌 채 아버지와 계모로부터 매를 맞아 숨진 아동도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상식적으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동학대가 늘어 나고 있다. 전국아동학대예방센터는 최근 자체 운영중인 신고전화 ‘1391’을 통해 지난 한해 접수된 어린이학대 신고가 2천946건으로, 2001년 2천606건에 비해 13.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학대유형은 방임형 학대가 36.3%로 가장 많았고 신체학대 28.4%, 심한 욕설 등의 정서학대 26.3%, 아동을 버리는 경우와 성적학대가 각각 5.8%, 3.2%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80%가 친부모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사실이다. 공식 집계가 이렇다면 실제로는 훨씬 많은 아동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게 분명하다. 문제는 아동학대를 단순히 남의 가정일로만 보는 사회풍토다. 주변의 무관심으로 신고가 극소수일 뿐 아니라 신고했을 경우 따를 수도 있는 부모의 항의나 참고인 조사 등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아동학대 예방을 어렵게 한다.교사나 의사, 약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아동과 직접 접촉하는 직업종사자들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된 아동복지법을 모르는 것도 문제점이다. ‘차라리 부모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아동들이 있을 정도로 고아 보다 더 불쌍한 것은 부모가 있는데도 학대·방치되는 아동들이다. 부모가 있으면 독지가도 외면하고 보호시설도 마음대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학대자를 보다 엄벌하는 강력한 법규가 필요하다.

손 지사의 ‘경기발전위원회’ 인식?

‘경기발전위원회’의 출범은 기대할만 하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조순 전 경제부총리, 민관식 전 국회부의장과 오명 아주대 총장 등 위촉된 49명의 위원들 면모 또한 쟁쟁하다. 정·관계 및 학계, 이밖의 여러 전문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하고 또 사회의 신망과 존경을 받는 면면이다. 도정 전반에 걸친 자문기능을 구하는덴 경험과 식견이 풍부한 이같은 지도자급 인사들로 위촉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아 가히 믿음직 하다. 특히 경기도정은 여느 광역단체 업무와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우선 인구가 방대하여 국내 인구의 약 25%나 되는 1천만명에 이르고, 국민총생산의 반가량을 차지하는 첨단산업·중소기업 등 제반 산업활동이 활발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 특유의 교통·환경·사회문제 등 행정수요가 다양·다변하며, 동북아시대 개척의 요충지로, 장차 통일한반도의 중핵지대가 될 접경지역의 특수성을 갖고 있다. 명실공히 지방정부의 무한기능을 지닌 것이 경기도정이다. 이같은 지방정부의 막중한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국정 및 사회와 여러 전문분야의 경륜있는 인사들로부터 열린 자문을 구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믿어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경기발전위원회’설립에 동의는 한다. 문제가 되는 건 앞으로의 운영이다. 만약 내실을 기하지 못하고 형식에 흘러서는 손지사의 치장용 방패막이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을 우려하면서 이런 우려가 배제되길 바란다. 흔히 있는 옥상옥의 ‘위원회’가 되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위원회가 갖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가 단순히 사랑방 좌담같은 상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임이 조직화된 일정 과제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필요하면 예산투입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투입예산의 사장화가 아닌 효율화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있다. ‘경기발전위원회’구성이 대개는 원로들의 모임인 것 같다. 무턱대고 젊은 세대, 신시대 사고(思考)만이 능사로 꼽히는 이즈엄 세태에서 돋보인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강점이 있다. 이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구 관념에서 탈피하는 열린 시대적 감각의 접목을 원로들에게 주문할 필요가 또한 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경기발전위원회’를 만들었으면 상응한 도정의 실용화를 기할 책임이 있다. ‘경기발전위원회’ 역시 들러리식 직함에 그쳐서는 안된다. 국가적 지방정부의 경기도정에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를 당부해 둔다.

물류대란 더이상 없어야

포항, 마산 등에서 화물차들이 파업을 하여 해당 지역의 물류대란은 물론 그 여파가 전국 각지로 파급되면서 잘못하면 올 경제운영에 설상가상의 타격을 가져올 위기는 일단 중대 고비를 넘겼다. 전국운송하역노조가 지난 2일부터 계속해온 철강업체의 수송봉쇄를 7일 오후 푼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어 지부별로 임단협 등 협상을 계속하고 있어 원만한 타협점이 도출되기를 온 국민은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화물운송은 수출에 매달리는 우리 경제의 핵심분야중 하나다. 이번 물류대란을 국민들이 우려섞인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를 의식한듯 수송봉쇄라는 극단적 행위에서 벗어나게된 것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철강업계의 하루 손실액은 2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파괴력을 미칠수 밖에 없다. 포항, 마산, 당진 이외에도 경기·인천지역까지 여파가 미치고 파업의 양상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전국적 연대로 확산된 가운데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차량 출입을 통제하여 사실상 물류 수송을 가로막은 것은 우리몸의 혈류를 멈추게 한 것과 다를바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가 초기에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화물차 파업에 보고가 없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직접 제기하면서 해당 장관들을 질책, 조속히 대책을 보고토록 지시했겠는가. 정부는 차후라도 화물운송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관련 사업에 대한 피해는 연쇄적이기 때문에 비상대책을 강구하여 최소한의 화물 수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노조와 대화를 통하여 강경일변도 보다는 파업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에 귀를 기울여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자들도 화물차 파업이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깊이 고려하기 바란다. 정부의 친노동정책을 이런 식으로 유린하는 것은 노동계를 위해서도 유익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문화재 환수국’을 신설하자

정부에 ‘문화재 환수국’을 신설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은 타당하다. 이라크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이 국제 문화재 범죄조직에 의해 약탈당한 유물 중 일부가 벌써 세계 예술품시장에 나돌고 있는 것에 비추어도 문화재 환수국 설치는 공감이 간다. 또 나라가 외세에 시달렸던 과거사를 되돌아 보면 문화재 환수국 설치는 더욱 절실해진다. 지난 4월 1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이 “개인 소장품이 아닌 박물관·대학 등에 보관 중인 우리나라 해외 유출 문화재가 20개국 7만5천266점”이라고 밝히고 “문화재청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 문화재 환수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학계에까지 공론화 하였다. 이뿐만 아니고 그동안 문화재 환수는 국제법 저촉 등을 이유로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몇 차례 제기됐었다. 2000년 ‘외규장각 도서 등가교환 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외규장각 도서 약탈이 문화재 훼손과 약탈을 범죄행위로 규정한 헤이그 규칙이 성립된 1807년 이전에 이뤄졌다고 해서 보호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프랑스도 1차 대전 후 승전국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1870∼1871년 약탈 당한 문화재를 독일에서 되돌려 받기도 했다”고 밝혔었다. 현재 해외유출 우리 문화재는 일본 천리대(天理大)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안견의 ‘몽유도원도’, 파리 국립도서관의 ‘직지심체요절’‘왕오천축국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백자진사 포도문호’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7만5천여점이라는 해외 문화재의 숫자도 신문기사와 해외공간 자료수집을 종합한 추정치로만 알려져 있고 환수조치도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환수된 문화재는 4천500여점이며 그나마 절반이 넘는 2천500여점이 민간차원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외국의 경우는 정부간 협정을 하거나 국왕(대통령)방문 때 선물로 반환하는 등 여러 형식으로 문화재가 제 나라로 돌아간 사례가 많다. 예컨대 1867∼1868년 영국이 에티오피아를 무력 침공하며 약탈한 왕관·옥새·문서 등을 네 차례에 걸쳐 반환했다. 1965년 엘리자베스 2세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며 왕관과 옥새 등을 선물로 돌려준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 안에 환수국을 신설하여 학계 및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문화재 반환운동과 해외문화재 조사 작업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제 기구를 통한 반환의 당위성 호소, 국제사법재판소 등 제소방안 등 다각도의 연구와 활동이 요구된다.

‘광교산 가꾸기’ 시민운동

100만 수원시민과 인근은 물론 전국의 수많은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명산 광교산(光敎山·해발 582m) 가꾸기에 언론인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스스로 ‘지킴이’를 자청하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경기언론인클럽, 경기일보,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등 20여개 단체가 지난 3일 ‘광교산 가꾸기 범시민운동 본부’ 발대식을 가진 것은 그동안 환경·시민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교산이 당국의 극심한 난개발과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의 자연파괴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의 주산 광교산은 수목이 울창할 뿐 아니라 희귀 야생동물과 400여종의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는 명산이다. 사계절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주는자연의 보고다. 그러나 광교산과 인접해 있는 용인시 등의 무분별한 난개발로 생태계가 크게 파괴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용인시가 광교산 자락인 수지읍 성복·상현동 일대 개발을 위해 수려한 광교산 자락중 해발 150m까지 국토이용변경서를 경기도에 제출했는가 하면 건설교통부는 영덕~양재간 도로 노선까지 변경시킬 예정이어서 광교산 훼손은 더욱 늘어날 게 뻔하다. 더구나 행정구역상 성남시이지만 용인시 동천리와 맞대어 있는 고기리는 광교산의 긴 계곡을 따라 형성된 전형적인 산골로 여기에 5~6년사이 100여개의 별장식 음식점과 카페가 생겨 산등성이가 계속 깎여 내리고 20~30년생 나무들이 무참히 잘려나가고 있다. 또 가족묘지로 1천여평이, 과자제조업체 신축부지로 2천여평의 산림이 훼손되는데도 당국은 법규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광교산의 명성이 사라질 우려가 깊다. 앞으로 광교산 가꾸기 시민운동본부는 수원 정이품 적송 공개 공모, 진달래 밀 철쭉 보호 운동, 등산로 이름 붙여주기 운동, 야생화 자연실습장 꾸미기 운동, 유실수 나무 심기, 아름다운 광교산 가꾸기 및 생태계를 위한 세미나 등 10여개 사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원·용인·성남 등 시민·환경단체와 연계한 ‘광교산 가꾸기 범시민운동’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방의원 유급화가 불가한 이유

지방의원 유급화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여·야의원 164명에 의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유감이다. 지방의원의 이권 개입을 막는다는 개정안 제출 이유는 심히 당치않다. 되레 중앙 정치의 영향을 받는 정치 직업 집단화할 우려가 더 크다. 명예직인 현재로도 지방의원은 거의가 생업을 갖고 있다. 또 이권 개입 차단은 유급화한다 하여 보장되는 게 아니며 이권개입은 곧 형사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단 지방의원의 질 향상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급화 할만한 지방자치비를 들일 계제가 아니다. 1991년 6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이미 엄청난 지방자치비가 투입됐다. 전국의 지방의원에게 그간 수당 및 의정활동비 등으로 약 6천815억2천320만원 돈이 나갔다. 이는 지방의원 직접비용일 뿐 이밖에 선거비용, 사무처 직원 인건비, 의사당 건립비와 지방의회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아마 10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다. 이 모두 거의가 지방비 부담이다. 특히 지방의원 직접비용은 100% 주민부담이다. 열악한 지방재정 속에이토록 막대한 자치비의 주민부담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 얼마나 자치이익을 생산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간의 지방의정에 긍정적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담부담만큼 기여했다고 보기는 단정키 어렵다. 이런 판에 광역의원은 2급공무원 대우로 연봉 5천300만원, 기초의원은 4급공무원 대우로 연봉 3천800만원 수준으로 유급화하는 것은 개혁의 일환인 구조조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전국의 광역의원 690명, 기초의원 3천490명에게 연간 1천690억원의 추가부담을 안으며 2·4급 공무원 수준으로 유급화할 것 같으면, 도대체 뭣때문에 그 많은 공무원들을 군살빼기의 구조조정 명분으로 퇴출했는지에 대해 설명이 안된다. 지방의원 수를 줄인다는 대안 제시가 있는 모양이나 이 역시 쉽지않다. 광역의원 수를 더 심히 줄이면 선거구가 국회의원에 버금 갈만큼 확대되는 모순에 빠진다. 기초의원 또한 더 줄이면 의원 수가 고작 대여섯명 밖에 안되어 의사능력이 의심될 정도가 되는 기초단체가 속출한다. 만약 지방의원을 유급화할 경우, 좀 더 있다가는 예의 유급 보좌관 타령이 또 나올법도 하다. 지방의원은 지금도 회의에 참석하든 않든 참석한 것으로 치고 광역의원은 월 170만원, 기초의원은 102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경조사비도 안된다지만 어떻든 정액 소득을 지급받고 있다. 유급화가 안돼 못하겠다는 사람은 출마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사정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지방의원의 명예직은 서구에도 많다.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국회의원의 선심성 지방자치법개정안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무엇을 위한 교단갈등인가

스승의 달인 5월에 선생님들이 학부모나 제자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기에 바쁘기는커녕 각종 교육 현안으로 교장선생님을 비롯, 선생님들간에 갈등이 심화되어 여느 때보다 더욱 마음에 상처가 큰 고단한 시간을 갖게 될 것 같다. 지난달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자살 사건으로 증폭된 교단 갈등이 이번 주에는 더욱 고조되어 학부모 등 사회의 염려가 대단하다. 우선 전교조는 교육행정전산망(NEIS)을 반대하는 운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전교조 위원장이 곧 단식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부가 전교조의 NEIS 여론 조사 실시를 거부하자, 전교조는 NEIS 쓰지 않기 선언을 발표하고 이달 중으로 연가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등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전교조는 교육부와 보수언론이 전교조를 문제 있는 교사들 집단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의 운동 행태에 반대하는 한국교총을 비롯한 초·중·고 교장협의회 등의 입장도 과거와는 다르게 공격적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장협의회는 오는 일요일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 전교조의 반성을 촉구하는 한편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교육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하겠다고 한다. 한국교총도 이미 교단 안정 및 현장 중심 교육을 촉구하는 40만 교원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교단의 갈등 상황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선생님들은 이번 교단의 갈등이 더욱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진통이라고 주장하지만 학부모들은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학교를 방문하였을 때 전교조와 교총 회원 선생님들간에 서로 대화도 제대로 하지 않는 교무실의 분위기에 학부모들은 이같은 교단의 갈등이 학생들 교육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같다. 교육방법이나 학교 운영에 대하여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서로 대화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생님들까지 대화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투쟁으로 자신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학생들의 교육에 전념하며 교단을 지켜야 할 선생님들이 상호 반목으로 장외투쟁만 일삼는다면 한국 교육은 어떻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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