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플러스]‘종중’과 ‘종중 유사단체’는 어떻게 다를까

고유한 의미의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들에 의해 선조의 분묘 수호와 봉제사(제사를 모시는 것) 및 후손 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친족단체로서 그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자손에 의해 성립하는 것으로 그 대수에 제한이 없다. 따라서,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 되려면, 공동선조(중시조)의 후손 모두가 그 구성원에 포함돼야 한다. 종중은 종친회, 문중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종중이나 종친회, 문중 등으로 부르는 친족단체 중에도 이러한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 아니라, 그와 유사한 종중 유사단체가 있다. 종중 유사단체를 법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종중에 유사한 비법인사단이라고 할 수 있다. 종중 유사단체의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①공동선조의 후손 중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후손들만을 구성원으로 하는 친족단체, ②중시조라는 사람이 그의 생전에 중시조 자신과 그 직계혈족을 구성원으로 하여 구성한 친족단체, ③동일한 성씨이지만 각 중시조를 달리하는 두 집안의 후손들이 특정지역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들어 매년 중시조 두 사람의 시제를 함께 지내다가 정식으로 총회를 열어 명칭을 확정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등 활동을 해온 친족단체 등을 들 수 있다. 고유한 의미의 종중과 종중 유사단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유한 의미의 종중은 자연발생적인 친족단체로서 공동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곧바로 그 자손들 모두를 구성원으로 해 자연적으로 성립하는 것이고, 이에 비해 종중 유사단체는 반드시 그 단체를 만들기 위한 조직행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직행위라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총회를 열어 성문화된 규약을 만들고 정식의 조직체계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다만 판례에 의하면, 종중 유사단체가 되려면 통상은 위와 같은 정식의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하나, 반드시 그러한 경우에만 비로소 단체로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동의 재산을 형성하고 일을 주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계속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을 하여 온 경우에는 그 무렵부터 단체로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종중 유사단체는 비록 그 목적이나 기능이 고유한 의미의 종중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사적 임의단체라는 점에서 자연발생적인 고유한 의미의 종중과 그 성질을 달리하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에 따라 그 구성원의 자격이나 가입조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따라서, 현재 고유한 의미의 종중에서는 성년 여성들도 당연히 종원이 되도록 되어 있지만, 종중 유사단체에 있어서는 그 회칙이나 규약에서 공동선조의 후손 중 남성만으로 그 구성원을 한정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의 보장범위에 포함되고, 위 사정만으로 그 회칙이나 규약이 양성평등 원칙을 정한 헌법 제11조 및 민법 제103조를 위반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임한흠 법무법인 마당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직장 상사가 여직원의 어깨만 주물러도 성범죄에 해당할까?

남자 직장상사는 가끔 업무시간 중 여러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여직원 한 명에게 자신의 어깨를 주물러달라고 했다. 여직원이 거절하면 직장상사는 큰소리로 화를 내 여직원으로 하여금 이를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직원은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라는 직장상사의 요구를 거절했고, 그러자 직장상사는 여직원의 등 뒤로 가서 여직원에게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양손으로 여직원의 어깨를 주물렀다. 이후 그 여직원은 직장상사의 추행을 견디다 못해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면서 직장상사에게 너 때문에 그만두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에 화가 난 직장상사는 여직원의 목을 조르고 여직원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여직원은 수사기관에 직장상사가 자신을 다치게 한 점에 대해 상해죄로 고소하면서 직장상사가 자신을 껴안은 행위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깨를 주무른 행위도 강제추행죄로 함께 처벌하여 달라고 했다. 여기서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른 행위도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것인가. 즉, 직장상사는 여직원의 성기, 가슴, 허리, 엉덩이 등 성적인 부위가 아니라 어깨만 주물렀을 뿐인데, 이것이 성범죄가 되는가. 이에 대해 강제추행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위 행위가 은밀한 시간이나 장소가 아니라 업무시간 중 공개된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인 점, 여자의 어깨는 성기, 가슴, 허리, 엉덩이 등의 신체 부위와 달리 성적인 부위가 아닌 점 등을 강조할 것이다. 이에 대해 강제추행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직장상사는 회사 대표자의 조카이고 30대의 가정이 있는 남성인데 반해 여직원은 20대 초반의 미혼인 여직원인 점, 여직원이 직장상사의 행동에 대해 심한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낀 점 등을 강조할 것이다. 위 사안에 대해 우리 법원은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직장상사가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른 행위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편 위 여직원은 직장상사의 추행행위를 지적하면서 직장상사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 달라고 회사에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만일 회사가 이를 이유로 직장상사를 해고했다면, 위 해고는 정당한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사업주가 성희롱 행위자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가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매우 심하거나 반복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면 성희롱을 이유로 한 징계해고도 정당화될 수 있다. (문의) 031-213-6633. 이국희 변호사

[법률 플러스]싸움에도 금도(?)가 있다

얼마 전에 실제로 상담한 사례다. 남녀가 사소한 분쟁으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남자는 여자의 양팔을 세게 잡고 흔들었고, 여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남자에게 집어 던져 남자의 가슴 부분에 맞았다. 그런데 화가 풀리지 않은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팔을 잡고 흔들어 팔에 멍이 들었다는 등의 이유로 그를 폭행죄로 고소했다. 남자는 며칠 후 경찰서로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그 대처 방안을 문의하기 위해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형법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타인의 신체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은 폭행죄를 범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위 사례에서 남자가 여자의 양팔을 세게 잡고 흔든 행위는 여자의 신체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써 폭행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 글에서 중점으로 논의하려고 하는 것은, 위 사례에서 휴대폰을 집어 던진 여자가 어떤 책임을 지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여자가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던진 행위 역시 타인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이므로 폭행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법의 특별법인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제3조 제1항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타인을 폭행한 사람은 1년 이상(상한선은 30년이다)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해, 특별히 이를 엄단하고 있다. 즉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을 포함한다)하여 폭행죄를 저지른 사람은, 범죄의 모습, 피해의 정도, 동기 등에 아무리 참작할 만한 점이 있더라도,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다만 집행유예는 가능하다). 일반 폭행죄의 형량(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비교해 보면, 이는 엄청난 차이이다. 이처럼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그 행위가 실제로는 매우 경미한 경우에도, 강력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흉기란 총처럼 원래 살상용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을 뜻하는 반면, 위험한 물건이란 처음부터 살상용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한 물건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대법원은 각종 공구, 주먹 크기의 돌, 깨진 벽돌, 사주된 동물, 화학약품 등도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사용방법에 따라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 수 있는 물건은 우리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다. 위 사안에서 여자가 집어던진 휴대폰의 본체는 딱딱한 고체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사람에게 강하게 집어 던지는 경우 그의 신체에 해를 가할 수 있다. 즉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휴대폰도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고, 여자는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남자는 가슴에 맞은 휴대폰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이 없다는 이유로 여자를 고소하지 않았으나, 여자의 행위는 이처럼 중대한 범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떤 사정으로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 주위에 있는 무슨 물건을 집어 드는 행위는 극히 위험한 것이다. 위 사안에서 나는 남자에게 원만히 합의하고 분쟁을 끝내라고 조언하였을 뿐, 여자의 행동이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받는 중죄에 해당할 수 있으니 맞고소를 해보라고 조언하지는 않았다. 남자도 여자와 더 이상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남자와 여자는 부부였다. 김종훈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법률 플러스]건설공사 공동수급업체로부터 하도급받은 자가 유의할 점

갑이 발주하는 건물신축공사를 건설회사 A와 B가 공동으로 수급했다. 전기시설업체 C는 B로부터 전기공사를 하도급받았다. 그런데 B가 부도나면서 전기공사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는데, 이때 C는 A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청구가 가능한가? 대규모 건설공사에서 수개의 건설업체가 공동으로 시공하는 공동수급계약의 형태를 자주 보게 된다. 특히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도 공동도급계약의 형태에 대한 규정이 있고, 재정경제부에서는 회계예규로서 공동계약운용요령을 제정해 공동수급표준협정서의 계약서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법률과 예규에 의하면, 공동수급체는 시공방식을 기준으로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이 출자비율에 따라 전체공사를 공동으로 시공하고 도급인에 대해 시공을 연대해 책임지는 공동이행방식과 구성원 각자가 전체공사의 일부분을 분담해 시공하고 도급인에 대해서도 구성원 각자가 분담부분에만 책임을 부담하는 분담이행방식이 있다. 공동이행방식에 의한 공동수급체의 법적성격에 대해 민법상 조합으로 보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다. 따라서 공동수급체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민법의 조합 및 합유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데, 이는 발주기관과의 법률관계뿐만 아니라 공동수급체의 하수급인과의 법률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공동수급체의 일부 구성원이 하도급을 주었을 경우 공사대금채무에 대해 외부적으로 공동책임이고, 내부적으로 지분비율에 따라 책임을 져야한다. 하수급인도 공동수급체 각 구성원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청구하고, 지분을 알 수 없을 경우 균분하여 청구해야 하며, 일부 구성원이 자력이 없을 경우 다른 구성원에게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건설공사의 경우 대부분 상법상 상인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해 공동수급체의 각 구성원에게 연대해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공동수급체 중 분담이행방식의 경우에는 각자의 책임하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므로 1개의 계약으로 체결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수개의 도급계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대법원이 정면으로 그 성격을 판결한 예는 찾을 수 없고, 다만, 위 공동계약운용요령의 (분담이행방식) 공동수급 표준협정서의 내용상으로는 조합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특히 수개의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에 따르면 일부 구성원으로부터 하수급받은 자는 다른 구성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하수급업자는 공동수급체가 발주기관과 어떠한 방식의 시공계약을 체결했는지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이고, 만일 분담이행방식이라면 하도급을 주는 일부 구성원과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공사대금에 대하여 다른 구성원의 연대보증을 받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 플러스]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세간에는 그 제목을 줄여서 너목들이라 부르기도 하던데, 정말 잘 만든 한국판 법정 드라마이다. 우리 법정드라마를 보면, 필자가 직접 현장에서 뛰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오글거릴 정도의 어색하고 식상한 장면들이 불편하기만 하였는데, 너목들은 지금까지 본 우리 법정드라마 중에 가장 신선하고 재미있다. 너목들에서 주인공인 장변은 자신의 어머니를 무참하게 살해한 범인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절차상 기본원리에 따라 자신의 눈앞에서 무죄로 풀려나는 것을 보며 분노하면서 그 따위 원칙은 개나 줘버려라고 외친다. 그러나, 그후 운명의 얄궂은 장난처럼, 자신이 변호하는, 꼭 살려내야 할 무고한 한 사람의 운명 또한 그 원칙에 기대어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때서야 장변은 왜 그 원칙이 필요한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고백한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 명도 억울하게 처벌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법언이 담고 있는 정신도 이 원칙과 같은 것이고, 이는 야만에서 문명으로 진화하여 온 인류 역사의 한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풀어서 말하자면 대충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만약 주어진 증거를 가지고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함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그 결론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즉, 피고인을 유죄가 아닌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증명의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원칙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가 있다. 바로 12명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오래된 미국 영화이다. 무더운 여름날. 카메라는 법원 계단을 따라 복도를 거쳐 법정을 무심히 보여준다. 그곳에는 재판장이 평의에 들어갈 배심원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배심원들의 평결에 한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 합리적 의심이 있을 때는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 만약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단한다면 소년에게는 사형이 선고될 것이다 등을, 그러나 배심원실로 이동한 12명의 배심원들 중 11명은 이미 마음속에 유죄라는 결론이 내려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단 한 명의 배심원 데이비드는 외롭게, 그러나 단호하고도 침착하게 11명이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결론(소년의 유죄)에 대해 그들이 놓치고 있던 의문점들을 지적하며 합리적인 의심을 끈질기게 제기하고 나선다. 그렇게 격렬한 토론과 갈등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당초 유죄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어떤 이는 자신의 상처받은 삶속에서 형성된 근거없는 편견의 아픈 틀을 깨나가며 사건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결국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소년에 대한 무죄를 평결하게 된다. 영화는 보는 내내 우리를 편하게 두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국민참여재판이 적지 않게 열리고 있다. 필자는 변호사이어서 배심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배심원으로 참여해달라는 통지를 받게 될지 모른다. 그때 그대 기억하시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김영숙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이달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제도ㆍ계약에 대해서

2013년 7월 1일부터 개정 민법이 시행됨으로써 금치산ㆍ한정치산제도가 폐지되고, 새로운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됐다. 성년후견제도는 종래 무능력자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로서, 필요성(피후견인의 필요에 한하여 후견이 행해져야 한다는 것), 보충성(본인이 주도할 수 있는 임의후견이나 위임이 우선적으로 활용돼야 하고, 그것으로 보호가 미흡한 상황에서 법정후견이 발동된다는 것), 자기결정의 존중, 잔존능력의 활용(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이라도 잔존능력이 있는 경우 이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 보편화 이념(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개정 민법은 위와 같은 기본이념에 입각해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등의 법정후견 제도와 더불어 후견계약에 의한 임의후견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후견계약이란 후견을 받으려는 사람이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이 원하는 후견인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해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성질상 위임계약의 일종이라 할 것이나 개정 민법은 피후견인의 보호를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후견계약은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하고,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된 때로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는데, 가정법원, 임의후견인, 임의후견감독인 등은 후견계약을 이행?운영할 때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민법 제959조의14). 한편, 후견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견계약도 등기를 하도록 돼 있는데, 임의후견인의 인적사항뿐만 아니라 후견계약에서 임의후견인의 권한의 범위를 정한 경우에는 그 범위 등도 등기하도록 했다. 질병장애 등으로 제약된 사람 문제점 극복위해 새 제도 마련 후견제약은 공정증서 체결 필요 본인 의사 최대한 존중해야 가정법원은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고, 본인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임의후견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게 되고, 그때 후견계약이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본인이 아닌 자의 청구에 의할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단 본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 임의후견인이 결격사유가 있거나 현저한 비행을 하거나 후견계약에서 정한 임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아니한다. 또한,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임의후견인이 그 임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게 된 경우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 본인, 친족 등의 청구에 의해 임의후견인을 해임할 수 있다. 한편,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때에만 성년후견, 한정후견 또는 특정후견의 심판을 할 수 있다. 아무쪼록 앞으로 이러한 후견계약이 활성화되고 제대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어음 발행과 원인채권의 변제기의 상관관계

가구판매업체를 운영하는 A는 B와 사이에 신축 중인 건물에 필요한 가구를 납품하기로 하는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고, 물품대금은 신축 중인 건물로 가구의 배달이 완료된 시점에 지급받기로 했다. 그후 A는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신축 중인 건물에 가구를 배달했는데, 당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B는 당장 A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워 A의 양해 하에 만기일자가 2달 후에 돌아오는 어음을 교부했다. 이러한 경우 A는 어음의 만기일이 돌아오기 전에 B에게 가구의 배달이 완료된 시점에 물품대금을 지급받기로 한 약정을 들어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까. 우선, 위 사안에서 어음발행으로 인한 채권을 어음채권이라 하고, 어음 발행의 목적이 된 물품대금채권을 원인채권이라 한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채권자 A는 원인채권의 변제기(가구의 배달이 완료된 시점)보다 후의 일자가 만기로 된 어음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경우 원인채권의 변제기도 어음의 만기일로 변경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위 사안과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채권자(A)가 어음채권과 원인채권 중 어음채권을 먼저 행사해 그로부터 만족을 얻을 것을 당사자(A.B)간에 합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채권자(A)로서는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그에 의해 만족을 얻을 수 없는 때 비로소 채무자(B)에 대해 기존의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채권자(A)가 기존채무의 변제기보다 후의 일자가 만기로 된 어음을 교부받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채무의 지급을 유예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다57771 판결 참조).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를 때 채무자 B가 채권자 A에게 교부한 어음은 당사자들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지급을 위해 교부된 것으로 추정되고, 채권자 A의 원인채권의 변제기는 어음의 만기일로 변경됐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A는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때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어음의 만기일이 돌아오기 전에 B에게 가구의 배달이 완료된 시점에 물품대금을 지급받기로 한 약정을 들어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문의 (031)213-6633 박순영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자기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어린 시절 누가 뭐래도 제일 무서운 존재는 순사 아저씨였다. 어려서 말을 듣지 않으면, 순사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겁을 주던 기억이 아직도 두려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경찰관은 두려운 존재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누구나 약점이 있기 때문일까? 우리는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받거나 경찰서에 불려 갔을 때는 거의 무저항 상태로 경찰관의 지시나 요구를 따르게 된다. 법관의 영장이 없는 한 경찰관이 소지품을 압수하거나 신체를 수색하려고 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경찰관이 요구하면 소지품 등을 내주게 된다. 또한 범죄인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법관의 구속영장이 없는 한 경찰관의 연행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우리는 법률상 그 요구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따라가서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이나 자백을 할 경우가 많다. 며칠 전 법률상담을 한 내용이다. 상담자는 성매매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되었는데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하여 줬더니 문자메시지를 검색하더라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경찰서에 놓고 나왔다가 영업상 휴대전화로 연락을 할 일이 많아 다음 날 경찰서에 가서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하였으나 이미 밤사이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 압수한 뒤여서 거부당하였다. 불법체모 때 수집한 증거 유죄 안돼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대비 위해 신체자유ㆍ소지품 보호규정 알아둬야 상담자는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하였을 때는 아직 압수ㆍ수색영장이 발부되기 전이므로 이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이를 내줘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내준 것이다. 만약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중에 불리한 내용이 있다면 상담자는 경찰관에게 스스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만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5는 검사 또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아니하고 강제로 연행하였을 때는 그것은 불법체포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불법체포 상태에서 수집한 증거는 나중에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다. 운전자가 접촉사고를 내서 경찰관이 출동하였는데 경찰관이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의심하여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지구대로 동행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운전자가 이에 불응하자 4명의 경찰관이 운전자의 팔다리를 잡아 강제로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끌고 갔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운전자에게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5에 정한 조치, 즉 체포이유의 요지와 변호사의 선임권 등을 고지하는 등의 절차를 지키지 않고 지구대로 연행하여 음주측정을 하여 음주운전으로 기소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2013.3.14.선고 2010도 2094호)은 운전자를 경찰서에 강제 연행하면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5에 정한 체포이유의 요지와 변호사 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아니한 연행은 불법연행이고, 불법연행을 한 상태에서 음주측정을 한 것은 불법적인 증거수집이므로 이를 운전자를 처벌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우리는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인권침해에 대비하고 법치국가의 국민으로서 법의 보호를 최대한 누리기 위하여 평소 신체자유나 소지품에 관한 법의 보호규정을 잘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재철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이혼시 친권 갖은 父 또는 母 사망한 경우, 생존하는 다른 일방이 친권 회복하는가?

A는 1992년 B와 결혼했으나, B의 잦은 음주와 낭비벽 등을 이유로 2000년 협의 이혼하면서 1996년 7월3일 생인 외아들 C에 대한 친권을 A가 행사하기로 정했다. A는 2012년 8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A는 20억원의 재산이 있었다. 그런데 B는 A가 사망하자 자신이 미성년자인 C의 친모라는 이유로 당연히 자신에게 친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C가 A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관리하기 시작하였고, 최근 위 상속재산 중 5억원의 상가를 매각하고는 그 매각대금을 받아 임의로 소비했다. 이 경우 B의 권한행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민법은 부부가 혼인 중일 때에는 부부가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동친권자인 부모의 일방이 사망하거나 친권을 상실하더라도 다른 일방이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부가 이혼하였을 경우에 관하여는 의견이 나뉜다. 즉, 부부가 이혼한 후 단독친권자로 정하여진 자가 사망하게 되면 미성년자인 자녀들에 대한 친권을 행사할 자가 없게 되므로 미성년자인 자녀들을 위하여 후견이 개시된다고 보는 견해와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생존부모가 자동적으로 친권을 회복한다는 견해가 있다. 실무는 후자의 견해에 따라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생존부모가 친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위와 같이 해석할 경우에는 이혼 등으로 단독친권자로 정해진 부모의 일방이 사망하는 등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부적격의 부 또는 모가 당연히 친권자가 됨으로써 미성년자의 복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고 미성년자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국회는 2011년 5월19일 이혼 등으로 단독친권자로 정해진 부모의 일방이 사망하는 등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의 심리를 거쳐 친권자로 정해지지 않았던 부모의 다른 일방을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후견이 개시되도록 민법을 개정하였고, 위 개정 민법은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위 사안은 개정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 친권자로 정해진 부모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이므로 종전 실무에 따르면 B는 C의 친권자로서 C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의 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을 가진다. 그러나 B는 낭비벽으로 인해 C의 재산을 탕진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C의 재산을 일부 처분하여 임의로 소비했으므로 C의 친족이나 검사는 B의 친권 또는 B의 C에 대한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상실시켜 달라고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개정 민법이 시행되는 오는 7월1일 이후에 위 사안과 같은 일이 발생한 경우라면, B는 당연히 C의 친권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A가 사망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사망한 날부터 6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자신을 친권자로 지정할 것을 청구하여 친권자로 지정된 경우에만 C에 대한 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의 (031)213-6633 이정모 변호사

[법률플러스]새 전환점 맞은 성범죄 관련 처벌규정

친고죄는 범죄의 성격상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검사가 법원에 공소제기를 할 경우 피해자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할 경우에만 수사 및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하고, 반의사불벌죄 역시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전에 형법상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의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 및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상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로 정했다. 그러나 지난 19일부터 시행된 성범죄와 관련 6개 법률의 150여 개의 개정신설된 조항을 보면, 성범죄에 있어서 친고죄를 폐지하고 성범죄자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즉, 성범죄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고소나 처벌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가해자를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몇 가지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종전에 형법상 강간죄는 피해자의 범위를 부녀에 한정하였기 때문에, 남성의 경우 강간에 준하는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강간죄보다 가벼운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시행된 형법의 강간죄는 피해자를 사람으로 정하여, 성인 남성도 강간죄의 피해자에 포함됐다. 사람의 입이나 항문에 강제로 성기, 손가락 등 신체 일부나 도구를 넣는 경우 형법상 신설된 유사 강간죄로 2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된다. 아동청소년 강간의 경우 종전에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였으나, 무기징역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한 경우도 과거 최대 징역 5년까지 처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0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 13세 미만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의 경우 공소시효가 폐지되어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고, 강간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처벌되는 강간살인죄는 연령을 불문하고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 종전에는 벌금형만으로 비교적 경미하게 처벌하였지만, 이제는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고 신상정보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중화장실 또는 목욕탕에 훔쳐보기나 몰래카메라 설치를 목적으로 침입할 경우 종전에는 주거침입죄에 준하는 건조물침입죄로 비교적 경미하게 처벌하였지만, 이제는 성적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 행위죄로 처벌받게 된다. 나날이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성범죄를 줄이기 위하여 뒤 늦게나마 처벌을 강화하는 성범죄 관련 법률의 개정신설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강화와 함께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왜곡된 성 의식 개선과 지속적인 교육, 성범죄자들의 치료 등이라고 할 것이다. 시행된 법률에 의해 성범죄의 두려움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의 (031)213-6633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일반채권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행사방법

아파트나 주상복합과 같은 대형건물을 신축하는 등 사업을 할 때, 해당사업을 맡아 관리하는 시행사는 사업자금 융통의 편의와 채권자의 사업부지에 대한 경매 등으로 사업이 방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기간 중 그 신축건물 및 부지의 관리처분권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방법으로 신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통상 시행사는 막대한 사업자금이 소요되는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연고로 금융권에 대출 등 사업과 관련해 많은 채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시행사에 금원을 차용해 주고, 근저당권설정을 해 놓지 않은 경우 등 일반채권자에 불과한 경우에는 차용금을 변제받기 위한 권리행사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원칙적으로 신탁회사에 신탁해 놓은 건물 및 부지 등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신탁법 제21조 제1항). 이러할 경우 일반채권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시행사와 신탁회사 사이에 신탁종료 시 신탁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시행사에게 이전하기로 약정되어 있다면, 시행사의 일반채권자는 시행사가 신탁회사에 대하여 신탁종료 시 가지는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다. 둘째, 시행사의 일반채권자는 시행사가 신탁계약서에 의하여 신탁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운영비채권 내지 신탁수익채권 등을 압류할 수 있다. 그러나 운영비채권의 경우 신탁계약서에 미리 정하여 놓은 자금집행순서에 따라 대출원리금 등의 선순위 지급항목이 정상적으로 집행된 이후에나 비로소 추심이 가능하며, 신탁수익채권 역시 수익이 실제로 발생한 경우에만 추심이 가능하게 된다. 셋째, 시행사와 신탁회사 사이의 신탁행위가 일반채권자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 내지 사해신탁에 해당됨을 주장하여 그 신탁계약을 취소시키는 방법이 있다.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이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부동산개발사업의 경우 토지신탁을 먼저 하고, 이후 그 지상에 신축된 건물을 신탁하게 되는데, 실무상 토지신탁 후 건물신탁 전에 발생한 채권의 경우 채권자가 건물신탁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물론 시간상으로만 보면 위 채권자는 건물신탁의 취소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토지신탁계약시 건물신탁을 예정하는 약정이 미리 체결된 경우, 건물신탁이 채권 발생 이전인 토지신탁시 미리 약정한 내용을 그대로 이행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채권자취소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렇듯 부동산신탁과 관련하여서는 복잡한 법률관계를 예정하고 있고, 일정한 경우 예외적인 사안에 해당될 경우 다른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으므로, 시행사가 사업부지 및 건물을 신탁회사에 신탁할 경우 시행사의 일반채권자들은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상담 등 조력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배당금액에 불만이 있다면

갑이 A에게 돈 10억원을 빌려 주고 A의 부동산에 저당권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이 부동산에는 이미 을 명의의 저당권(채권액 5억원) 등기가 있었다. 이후 A가 돈을 갚지 못하자 갑은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위 부동산이 10억원에 매각되었다. 그러자 을은 선순위 근저당권자로서 5억원을 배당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배당법원은 5억원을 을에게 먼저 배당하고 나머지 돈 5억원만을 갑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갑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을은 이미 A로부터 5억원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경매절차에서 추가로 배당받을 권리는 없었다. 이 경우 갑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경매목적물이 매각되면 배당기일에 배당표가 작성된다. 법원은 미리 작성한 배당표 원안을 배당기일에 출석한 채권자에게 열람하도록 하여 그들의 의견을 들은 다음, 배당표를 추가정정하여 배당표를 확정한다. 그런데 배당기일에 출석한 채권자가, 법원이 작성한 배당표에 대하여 말로 이의를 진술하고, 그 후 즉시(배당기일로부터 1주일 이내) 배당표가 잘못 작성되었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면, 배당은 일단 보류되고 법원은 돈(을에게 배당된 5억원)을 공탁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송이 이른바 배당이의의 소이다. 위 사안의 갑은 경매대금 중 5억원을 을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작성된 배당표에 불만이 있다. 따라서 갑은 배당기일에 반드시 출석하여 말로 이의를 제기한 후, 1주일 이내에 배당이의의 소를 내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면 배당법원은 배당을 미루고 그 돈을 공탁하지만, 이상의 조치 없이 그 기간이 경과하면 당초의 배당표대로 배당이 실시되어, 을은 5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가게 되는 것이다. 한편 통상의 소송과는 달리, 배당이의의 소송을 제기한 원고(갑)가 첫 번째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는 점 역시 주의를 요하는 내용이다. 한편 배당이의의 소송을 제기한 갑이 소송절차에서 자신의 주장(을이 이미 채무를 변제받아서 배당절차에서 추가로 받을 돈이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게 되면, 법원은 을의 배당금을 0원으로 감액하고 갑의 배당금을 10억원으로 증액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변경하게 되고, 이로써 갑은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게 된다. 그런데 만일 이 사건에서 갑이 관련 절차를 알지 못하여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였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확정된 배당표에 의하여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 곧 실체법상의 권리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갑이 설사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여 을이 이미 5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갔다 하더라도, 이후 갑은 을을 상대로 위 5억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소송에서 갑이 승소하더라도 을이 자신이 이미 수령한 배당금 5억원을 모두 소비한 채 별다른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자칫 이 소송은 아무런 실익이 없는 것이 되고 말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역시 갑으로서는 일단 배당을 보류한 상태로 진행되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문의 (031)213-6633 김종훈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

A는 B의 C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해 가압류결정을 받았다. 가압류결정문이 제3채무자인 C은행에 송달된 것은 지난 2월1일 오전 10시 경이고, 당시 B명의의 계좌에 들어있던 잔고는 5만원뿐이었다. 그후 같은 계좌로 5천만원이 입금되었지만, 위와 같이 가압류결정이 송달된 상태인데도 위 돈 5천만원은 그 다음날 모두 출금되어 버렸다. A는 이 사실을 알고서 C은행에 항의하였지만 C은행은 가압류결정에 위배된 것이 없으므로 출금처리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항변한다. 정말로 은행의 주장처럼 A가 가압류를 잘못한 것일까?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위 가압류결정의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가압류 대상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즉, A가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를 어떻게 기재해 신청하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위 가압류결정의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를 보면, 먼저 청구금액이 기재되어 있고, 그 다음에 채무자가 각 제 3채무자들에게 대해 가지는 다음의 예금채권 중 다음에서 기재한 순서에 따라 위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아래에 1.압류되지 않은 예금과 압류된 예금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 순서에 의하여 압류한다. 가.선행압류,가압류가 되지 않은 예금, 나.선행압류,가압류가 된 예금, 2.여러 종류의 예금이 있는 때에는 다음 순서에 의하여 압류한다. 가.보통예금, 나.당좌예금, 다.정기예금, 라.정기적금, 마.별단예금, 바.기타제예금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종래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신청시 많이 사용된 전형적인 기재 형식이기도 하다. 가압류결정이 송달된 상태서 은행이 출금처리땐 가압류할 채권 표시 기재된 문언 해석따라 결정 장래 입금되는 예금 포함함 문구 추가로 필요 사실 그동안 확립된 판례가 없었기에, 시중은행은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가 위와 같이 기재된 경우에 당해 가압류결정의 효력이 장래 입금분에 대해 미치는지에 관해서는 제각각 다른 해석의 내부규정을 두고 있었고, 실제로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가 위와 같이 기재된 경우에도 가압류결정이 송달된 시점 당시 예금 잔고뿐 아니라, 송달 이후 입금된 예금부분에 대하여도 가압류결정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1년에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시했다. 즉, 대법원은, 장래의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인정하면서, 다만, 채권가압류에서 가압류될 채권에 장래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될 예금채권도 포함되느냐 여부는 가압류명령에서 정한 가압류할 채권에 그 예금채권도 포함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이는 곧 가압류명령상의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기재된 문언의 해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 가압류명령의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채무자가 각 제3채무자들에게 대하여 가지는 다음의 예금채권 중 다음에서 기재한 순서에 따라 위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이라고 기재한 것으로는 장래 입금분에 대해서까지 가압류의 대상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1. 2.10. 선고 2008다9952 판결). 결국, 문제는 A가 가압류신청서에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를 잘못 기재한 것이고, 그에 장래 입금되는 예금을 포함함이라는 문구를 추가하였더라면 은행이 이를 인출해 주는 일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의 (031)213-6633

[법률플러스]부동산 신탁계약시 유의해야 할 사례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해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해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설회사가 주택을 신축하면서 발생할 여러 가지 법률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신탁회사와 사이에 부동산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탁회사의 업태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하여 감면받을 수 있었던 세금을 납부하게 된 사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건설회사 A는 주택을 신축하면서 신탁회사 B와 관리신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주된 내용으로 A는 사업비를 조달하고, 조세공과금을 부담하도록 돼 있고, B는 신탁범위 내에서 주택신축 사업의 주체로서의 권리의무를 가지며 그 명의로 신탁건물의 준공, 보존등기, 분양계약 체결 등의 책임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어, 위 신탁에 따른 건물이 완공된 뒤 신탁회사 B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습니다. 한편 서울특별시세 감면조례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자가 분양할 목적으로 건축한 전용면적 60㎡ 이하인 5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위 주택건설사업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건설업 또는 부동산매매업의 사업자등록증을 해당 건축물의 사용승인서 교부일 이전에 교부받은 자라고 돼 있습니다. A는 B가 신탁회사로서 부동산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였으니 B가 당연히 건설업 또는 부동산매매업으로 사업자등록이 돼 있을 줄로 생각하였으나 막상 B는 업태를 금융업, 종목을 신탁 및 부수업무로 해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었고, 사용승인 이후에 비로소 업태에 건설업 등을 추가하였습니다. 서울시는 신탁회사 B가 주택건설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B에게 고액의 취득세, 등록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B가 서울시를 상대로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B가 주택법에 따라 대한주택건설협회에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되어 있고, 실제로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했으니 감면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이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 이유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특히 감면요건규정 가운데 명백히 특혜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제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대법원판례를 들어 B가 주택을 신축한 것은 맞다하더라도 위 규정상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B의 패소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B는 신탁약정시 A가 조세공과금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자신이 부담한 취등록세를 달라고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A가 소송에 져서 취등록세를 부담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었습니다. A가 B와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감면 요건에 해당하는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사용승인 되기 전이라도 B로 하여금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였다면 고액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하여 손해를 입은 위 사례를 통해 다시한번 관련 법규의 확인이나 필요한 절차의 이행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됩니다. 심갑보 대표변호사

[법률플러스]사정이 변경되었을 경우 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가?

매수인인 갑 회사는 주택건설사업을 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토지를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에, 지방자치단체인 시가 매수한 토지를 포함한 일대의 토지에 공원을 설치하는 계획을 결정해 고시했다. 이에 따라 갑 회사는 사실상 주택건설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매수인이 제주시로부터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토지를 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알고 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토지를 매수했는데, 제주시가 다시 공공공지로 지정하고 그 개발계획에 따라 그 토지를 수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에 중요한 사정변경, 즉 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사정이 변경되어 건물을 짓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공평 차원에서 본다면, 매수인이 아무런 잘못 없이 이렇게 사정변경이 되어 매매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함부로 계약해제를 인정한다면 계약이 지켜질지 여부가 불확실하게 되어 거래의 안전을 해치게 된다. 법원은 공평보다는 보다 더 거래의 안전에 무게를 두어, 이 건과 같은 사정변경의 경우에 원칙적으로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2007.3.29.선고 2004다31302 판결 ; 2012.1.27.선고 2010다85881판결 등)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제도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했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위에서 본 사례들에 대해 토지매매계약 체결 후 관련 법령의 개정 등으로 인해 새로운 건축상의 제한이 생기거나 기존의 건축상의 규제가 없어질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고, 그와 같은 위험은 통상적으로 거래상 매수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뒤에 나온 사례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인 제주시가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토지를 매매한 후에, 다시 공공공지로 지정함으로써 수용당하게 된 경우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매수인의 계약해제를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런 경우도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법원 판례는, 부동산 매매계약에 관한 한 매매계약체결 후 건축할 수 있는 상태의 토지가 행정적 규제 등의 변화로 건축할 수 없는 상태의 토지가 된 경우 등과 같이 계약체결 후에 사정이 변경되는 경우에 이를 이유로 한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조항에, 이 토지는 건축을 하기 위해 매수하는데, 계약일로부터 몇 년(그 기간은 1년 내지 3년 등이 될 수 있다)내에 행정규제 등으로 건축할 수 없게 될 때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특약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재철 법무법인 마당 대표변호사

[법률플러스]유치권의 소멸

민법상의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그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목적물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와 같은 민법상의 유치권에 있어서는 피담보채권과 목적물 사이에 견련관계가 있어야 한다. 한편,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하여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바, 이를 상사유치권이라 한다(상법 제58조). 상사유치권에 있어서는 직접 그 점유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채무자 소유의 물건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력, 소멸사유 등은 민법상의 유치권과 동일하다. 유치권에 특수한 소멸사유로는 채무자의 소멸청구, 다른 담보의 제공, 점유의 상실 등이 있다. 채무자의 소멸청구는 유치권자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점유물을 점유하거나, 점유물을 사용하는 등으로 유치권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채무자가 일방적 의사표시로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점유의 상실은 그 원인을 묻지 아니하고 유치권의 소멸원인이 된다. 유치물의 점유를 제3자에게 빼앗긴 경우에는 점유의 상실이 될 것이나, 유치권자가 점유물반환청구권(민법 제204조 제1항)을 행사하여 점유를 회수할 수 있는데, 그렇게 점유를 회수하면 점유를 상실하지 않은 것이 되므로 유치권도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 아무튼 유치권자가 점유를 확정적으로 상실한 경우에는 물론 유치권이 소멸한다. 그러나 그가 목적물의 점유를 다시 취득하면 동일한 채권에 관하여 다시 유치권을 취득하게 된다. 유치권도 물권이므로 목적물의 멸실ㆍ적물의 수용ㆍ포기 등의 사유로도 소멸하고, 담보물권인 관계상 피담보채권의 소멸로 소멸하게 된다. 피담보채권의 소멸과 관련하여 주의할 것은 채권자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점이다(민법 제326조). 따라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더라도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고 이에 따라 유치권도 소멸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유치권은 채권담보의 수단에 불과하므로 이를 포기하는 특약은 유효하다. 유치권 포기 후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고 있는 경우 유치권이 존속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은, 유치권을 사전에 포기한 경우 다른 법정요건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유치권이 발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치권을 사후에 포기한 경우 곧바로 유치권은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채권자가 유치권의 소멸 후에 그 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한다고 하여 여기에 적법한 유치의 의사나 효력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고 다른 법률상 권원이 없는 한 무단점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문의 (031)213-6633 임한흠 대표변호사

[법률플러스]가지급물 반환신청제도를 활용하자

갑은 을로부터 공사대금 1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당하였는데, 을은 위 소송을 제기하면서 갑 소유의 토지를 가압류하였다. 그런데 갑은 가압류 당시 위 토지를 병에게 매도하고 매매대금을 전부 수령한 상태이었기 때문에, 갑은 병에게 위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정상적으로 이전하여 주기 위하여 부득이 금 1억 원을 공탁하였고 위 가압류의 집행을 해제하였다. 한편, 갑은 1심에서 완패를 하였고, 을은 1심 판결의 가집행에 기하여 갑이 공탁한 위 금 1억 원 전액을 수령하였는데, 1심 선고 이후 갑은 1심 판결을 뒤짚을 만한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여 항소를 하였고,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에서는 갑이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이다. 이 경우 갑이 1심 판결의 가집행에 기하여 을이 수령한 위 공탁금 1억원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회수 방안은 갑이 항소심에서 승소(1심 판결 취소, 원고 청구 기각)하고, 위 항소심이 그대로 확정되면, 을이 1심 판결의 가집행에 기하여 수령한 위 금 1억 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것으로서 민법상의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갑은 을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그 승소 판결을 기초로 위 금 1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위 방법은 시간상으로나 절차상으로도 상당히 번거로운 면이 있다. 이러한 경우 갑과 같은 소송당사자는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에서 규정한 가지급물 반환신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지급물 반환 신청이라 함은 가집행선고가 있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변경될 경우를 대비하여 1심 판결의 가집행에 의하여 집행을 당한 피고로 하여금 항소심의 본안 심리절차를 이용하여 원고에게 가지급된 물건의 반환을 함께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경우 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피고는 그 항소법원에 원고가 1심 판결의 가집행에 의하여 수령한 금전 등의 가지급물을 피고 자신에게 반환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피고는 별도의 인지대나 송달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으며, 별도의 소송위임장 역시 불필요하다. 다만 가지급물 반환신청은 원칙적으로 집행을 당한 피고가 본안에 대하여 불복을 제기함과 아울러 본안을 심리하고 있는 항소심에 그 변론종결(결심) 전까지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 신청의 이유인 사실의 진술 및 그 당부의 판단을 위하여서는 소송에 준하는 변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률심인 상고심에서는 신청의 이유로서 주장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어 사실심리를 요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지급물 반환신청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갑은 항소심이 변론종결되기 전까지 그 항소법원에 가지급물 반환신청을 해야 하며, 이 경우 갑이 항소심에서 승소하게 되면, 갑은 항소심 판결문에 기재된 가지급물 반환명령에 기초하여 을이 수령한 위 금 1억 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부부중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를 못하게 미리 재산처분을 한 경우

갑은 1996년 을과 결혼했는데 을은 결혼 초기부터 한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했고, 약 10년 전부터는 아예 취업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무직으로 지내왔다. 반면 갑은 악착같이 일을 해 모은 돈으로 2000년 음식점을 개업해 상당한 수입을 올렸고, 그 수입으로 안양시에 있는 토지 1천652㎡(500평)를 을 명의로 구입해 줬으며, 수원에 있는 아파트 1채를 자신의 명의로 구입했다. 을은 2년 전부터 산악 동호회에서 만난 병과 교제하기 시작했고, 갑은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을과 자주 다투게 되었는데, 을은 병과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적반하장으로 갑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했다. 이후 갑이 위 안양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보니, 을이 1년 전 토지를 시동생인 정에게 증여해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해준 것이었다. 을은 소송에서 자신에게는 분할해줄 재산이 없다고 하면서 갑 소유의 아파트에 관한 2분의 1 지분에 상당하는 금원을 갑으로부터 재산분할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갑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재산 명의를 가진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와의 이혼소송에서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해주어야 할 것을 예상하고 재산분할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제3자 명의로 이전해 두는 경우가 있는데, 명의상으로만 보면, 제3자 명의의 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 도출된다. 그에 종래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민사사건에 해당하는 사해행위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해 문제를 해결해 왔는데, 실무상으로 재산분할 심판(협의) 전에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 불확정하기 때문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해 의문이 있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2007년 12월21일 민법을 개정해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의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를 해함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한때에는 다른 일방은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민법 제839조의3)을 신설했다. 따라서 갑은 을과 정 사이에 체결된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정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청구하고 나서 안양 토지를 재산분할청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갑은 위 취소 및 원상회복 청구를 을이 아닌 정을 상대로 해야 하고, 정은 을이 갑에게 재산분할을 해주지 않기 위해 정에게 증여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을이 정에게 위 토지를 증여함에 있어서 재산분할청구권을 가진 갑을 해함을 알고 있었다면 정 또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되므로, 정이 위 증여로 인해 갑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해하게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한편, 갑은 을이 갑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해하기 위해 정에게 증여를 하였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내, 위 증여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문의 (031)213-6633 이정모 변호사

[법률플러스]불공정한 약관조항은 무효!

최근 A는 대규모 쇼핑몰 사업자와 사이에 위 쇼핑몰 내의 점포에 관한 임대분양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체결에 사용된 임대분양계약서는 위 사업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에 의해 미리 마련해 둔 것이었고, 위 임대분양계약서상에는 사업자가 상가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특별한 절차나 제한 없이 상가건물 내의 각 층별로 지정된 업종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임차인에게는 이러한 업종변경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이의제기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조항이 삽입돼 있었다. 그후 위 사업자가 위 조항에 근거하여 각 층별로 지정된 업종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경우 그로 인해 침해를 받은 임차인 A는 이를 감수해야만 할까.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해 둔 계약서를 약관이라고 한다. 임차인인 A가 쇼핑몰 사업자와 사이에 임대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한 임대분양계약서도 약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대부분의 일상거래에 있어서 약관의 사용은 보편화됐다. 다수의 거래를 하는 사업자가 약관을 만들어 비치해 두고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계약체결에 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관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고객에게는 불리한 조항을 삽입하게 되는데, 고객은 이러한 조항을 간과하기 쉽고, 설혹 알았다 하더라도 개별적인 협상을 거쳐 그와 같은 조항을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무효로 하는 소비자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불공정한 약관조항으로 추정한다. 위 사례의 경우와 같은 약관조항도 임차인 A의 영업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되어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다. 대법원도 위 사례와 유사한 사안에서, 업종제한의 결과 각 층별로 지정된 업종에 한하여 영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일정한 영업상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영업상의 이익이 사업자의 일방적인 업종변경으로 침해되더라도 임차인으로서는 이를 감수해야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임차인의 영업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약관조항은 법 제6조 제2항 제1호의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두3734 판결 참조). 따라서, 임차인 A는 사업자의 일방적인 업종변경으로 받은 침해에 대한 적절한 권리구제절차를 취할 수 있다. 박순영 변호사

[법률플러스]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

A(도급인)는 거대 규모의 상가를 신축하기로 하고, 건설업자인 B(원수급인)에게 공사를 맡겼다. B는 상가신축 공사 중 창호공사부분을 공사업자 C(하수급인)에게 하청을 주었다. 창호공사를 열심히 하여 모두 마친 C가 공사대금을 B에게 요청하였지만, B는 부도가 났다. 그러나 B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준 채권자들은 부도 전 이미 A가 B에게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에 각종 압류, 전부명령 등을 해 놓았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안 C가 A에 대하여 자신이 공사한 부분의 공사대금을 요청하였다. 이때, C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 제1항은 일정한 경우 예외적으로 하수급인과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도급인이 하도급 공사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하는 의무를 정하고 있다. 특히, 위와 같이 원수급인이 부도로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하도급 공사대금을 직접청구한 때에는, 하도급 공사대금을 도급인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을 수 있다. 결국, 하도급법은 일정한 경우 열악한 지위에 놓인 하수급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하수급인이 도급인에 대하여 하도급 공사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수급인의 부도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원수급인이 도급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원수급인의 채권자들과 하수급인간의 우선순위가 항상 문제가 된다. 이것은 결국, 도급인이 원수급인에 대한 도급대금지급채무 소멸시기를 언제로 보느냐의 문제로 귀착되게 되는데, 위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요건에 의하면, 원수급인이 부도가 나서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고, 이에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직접 지급을 청구 한 때 도급인이 원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게 된다. 그 결과 하수급인이 원수급인이 부도가 난 사실을 알고, 바로 도급인에게 하도급 공사대금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 뒤, 원수급인의 채권자들이 원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채권에 압류를 한 경우에는 이미 하도급대금부분에 한도 내에서는 도급인이 원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봐서, 원수급인의 채권이 소멸한 것이 되기 때문에 채권자의 압류는 하도급대금 범위 내에서 무효가 되고, 종국에 가서는 하도급자가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위 사안의 경우, C가 B의 부도사실을 알고 A에게 바로 하도급대금을 청구하였으나, 이에 앞서 B의 채권자들이 B가 A로부터 받아야 할 공사대금채권에 압류를 한 것으로, 채권자들이 압류할 당시에 하도급 공사대금 범위 내 채권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 되기 때문에, 채권자들의 압류는 존속한다. 그러므로 하도급자들은 일정한 경우 도급인에게 하도급 공사대금에 대하여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송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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