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취업규칙 변경시 근로자 의견 청취해야

취업규칙이란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서 사용자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작성되는 사업장 내부의 규칙을 말한다.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할 때 반드시 기재하여야 하는 사항은 근로기준법에 자세히 규정되어 있으나, 그밖에도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사항이 사용자에 의해서 통일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면 그것은 취업규칙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근로기준법상의 규제대상이 된다.취업규칙은 근로관계의 주된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은 사용자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작성된다는 점에서 근로관계의 주된 내용이 사용자 일방에게만 유리하게 결정되고, 근로자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노사간의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 및 그 효력에 관하여 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를 하고 있다.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보호를 위한 장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규칙을 제정하거나 변경할 때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그 노조의 의견을, 그러한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하며,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기존의 근로조건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의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한다.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의 방법으로는 근로자의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여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은 근로자의 사업장과 업무부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형태로 하는 경우가 많다.어떤 방식으로 하던 간에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무효가 된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취업규칙의 개정에 근로자의 동의절차가 적법하였는지에 관하여 판례는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근래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하여 그러한 제도의 도입이 근로자들로부터 적법한 동의를 받아서 이루어졌는가에 대하여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판례는 취업규칙의 개정내용에 대해 근로자들 간에 집단적으로 토론과 의견교환의 기회를 충분히 준 것이 아니라, 관리자가 소수 단위의 직원들을 직접 대면하여 동의서를 받으면서 기명 방식으로 의견취합을 한 사안에서, ‘회의방식을 통한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단체협약의 변경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도로소음 ‘참을 한도’의 기준

건물의 소유자 등이 도로소음 때문에 정온쾌적한 일상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생활이익이 침해되고 그 침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참을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 소유자 등은 그 소유권 등에 기하여 소음피해의 제거나 예방을 위한 방지청구를 할 수 있고,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가 있다. 이 경우 참을 한도는 권리행사 인정 여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특히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참을 한도의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바(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1다91784 판결), 이를 바탕으로 정리해 본 위 참을 한도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도로소음으로 말미암아 생활방해의 정도가 참을 한도를 넘는지 여부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 가해행위의 태양공공성, 손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상 규제기준 위반 여부,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② 도로는 현대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시설로서, 자동차 교통이 교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주거의 과밀화가 진행되는 현실에서 일정한 정도의 도로소음의 발생과 증가는 사회발전에 따른 피치 못할 변화에 속하는 점 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③ 특히 고속국도는 도로소음의 정도가 일반 도로보다 높은 반면, 자동차 교통망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고, 지역경제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이와 관련하여서는 ‘참을 한도’ 초과 여부를 보다 엄격히 판단하여야 한다.④ 환경정책기본법상 환경기준은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목표로 설정된 공법상 기준인 점에 비추어 위 기준을 초과하는 도로소음이 있다고 하여 민사상 ‘참을 한도’를 넘는 위법한 침해행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⑤ 도로소음 사건에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를 받고 있는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상생활이 주로 이루어지는 거실에서 도로 등 해당 소음원에 면한 방향의 모든 창호를 개방한 상태로 측정한 소음도가 환경정책기본법상 소음환경기준 등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⑥ 도로소음의 예방 또는 배제를 구하는 방지청구는 손해배상청구와는 내용과 요건을 서로 달리하는 것이어서 고려요소의 중요도에 차이가 있고, 방지청구는 그것이 허용될 경우 제3자의 이해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것이 허용될 경우 당사자가 받게 될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 등을 비교교량하여야 한다.생활이익 침해로 인한 권리행사는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일정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고, 침해적 요소의 유형에 따라 제한 정도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튼 대법원이 참을 한도에 관하여 위와 같이 대단히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27년의 나이차, 사랑과 강간 사이

남자와 여자가 있다. 첫 만남 당시 여자는 미성년인 만 15살,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남자는 두 번째 아내와 별거 중인데다 만 13살의 아들까지 둔 42살 중년의 남성이었다.남녀의 나이 차이는 27살. 연예인을 해보지 않겠냐며 접근한 남자와 15살의 여자는 만난 지 4일 만에 성관계를 맺고, 이후 동거, 임신, 출산까지 하였다. 이 둘 사이의 관계는 사랑일까? 백보양보 하여 사랑이라면 남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 의문이 들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처벌받는 것 아닌가? 우리 형법은 만 13세 미만의 자와 성관계를 맺었을 경우 피해자의 동의유무, 성관계 당시 폭행, 협박유무와 상관없이 강간으로 보고 처벌한다. 하지만 13세부터는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 이외에 성관계 당시 폭행·협박이 있었는지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강간죄(형법 제297조)가 성립되거나, 폭행·협박보다 넓은 개념인 위계 또는 위력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미성년자 간음죄(형법 제302조)가 성립될 수 있다. 특히, 미성년자간음죄에 있어서 위계란 미성년자를 착오에 빠지게 하여 정당한 판단을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위력이란 강간에 정도에 이르지 않는 폭행·협박을 비롯하여 지위·권세를 이용하여 미성년자의 의사를 제압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결국, 우리 형법에 의하면 13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성관계를 갖았다고 하더라도 그 성관계에 폭행·협박·위계·위력 등이 행사된 것이 아니라면 미성년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여 상대방이 어떠하든 이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앞서 본 사안에 대하여 법원을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위 27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에 대하여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9년을 선고했다. 강간 혐의와 동거를 빙자해 유인했다는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강간에 대한 판단 근거의 일부는 이렇다. ‘자신의 부모 또래이자 우연히 알게 된 남자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하게 돼 원만하게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동거에 대해서는 이렇게 보고 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해 부모에게 알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평소 폭력적인 언행을 하던 중년의 남자를 마지못해 따른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대법원은 남자가 구치소에 있을 때 여자가 보낸 편지 내용을 중요한 근거로 삼아 27살 차이의 남녀의 관계를 사랑으로 보고, 남자에 대하여 무죄의 취지로 원심 법원에 파기환송 하였고, 최근 원심법원에서도 해당 편지는 남자의 강요와 협박에 의하여 거짓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여자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남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 남녀의 관계가 순수한 사랑이었든 아니든, 분명한 것은 15세 때부터 성관계·임신·출산 등 성적인 유린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한 소녀의 외침이 순수한 사랑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판단에 의하여 묵살되었다는 점이다.이 사안을 두고 은교라는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미성년자와 중년의 사랑이 대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손뼉 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19세까지 담배와 술은 금지시키면서, 13세부터 성관계를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성적자기결정권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결정권을 13세부터 미성년자에게 온전히 주어 이들이 사랑에 의한 성관계와 성적유린을 구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송윤정변호사

[법률플러스] 체납관리비 경락인 승계와 강제집행

‘A’는 집합건물인 상가건물의 관리단인데, 해당 점포의 구분소유자인 ‘B’가 2013년 1월 1일부터 2015년 1월 1일까지 관리비를 계속 연체하자, ‘B’를 상대로 2015년 2월 1일 관리비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2015년 9월 1일 그대로 확정됐다. ‘C’가 2015년 10월 1일 위 점포를 경락받자, ‘A’관리단은 ‘C’에게 ‘B’가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를 납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C’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관리단은 ‘B’에 대한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C’가 경락받은 점포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시할 수 있을까?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공유자가 공용부분에 관해 다른 공유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은 그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위 규정에 따라 집합건물의 이전 구분소유자가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는 그 특별승계인에게 승계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1. 9. 20. 선고 2001다86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A’관리단은 ‘C’에게 ‘B’가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그러나 ‘A’관리단이 ‘B’를 상대로 제기한 관리비 청구소송에서 승소 했고, ‘B’가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를 ‘C’가 승계한다고 하더라도, ‘A’관리단이 ‘B‘에 대한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곧바로 ‘C’가 경락받은 점포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시할 수는 없으며, 그 이전에 ‘C’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법원으로부터 부여받아야 한다.그런데 본 사안의 경우 ‘A’관리단이 ‘C’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왜냐하면, 승계집행문 부여에 관한 민사집행법 제31조 제1항은 ‘집행문은 판결에 표시된 채권자의 승계인을 위해 내어 주거나 판결에 표시된 채무자의 승계인에 대한 집행을 위해 내어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채무자의 채무를 소멸시켜 당사자인 채무자의 지위를 승계하는 이른바 ‘면책적 채무인수’와 달리, 종전 채무자가 채무자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3자가 동일내용의 채무를 부담하는 이른바 ‘중첩적 채무인수’는 위 규정에서 말하는 승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0. 1. 14. 자 2009그196 참조).그렇다면, ‘A’관리단이 ‘B’에 대한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C’가 경락받은 점포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는 ‘C’가 ‘B’의 관리비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첩적으로 인수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구분소유권이 순차로 양도된 경우 각 특별승계인들은 이전 구분소유권자들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 1. 14. 자 2009그196 참조).결국, 위와 같은 대법원 판시 내용에 비춰 보면, ‘A’관리단은 ‘B’에 대한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C’가 경락받은 점포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시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C’를 상대로 한 판결 등의 집행권원을 별도로 취득해야 한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보복운전, 특수협박죄 처벌받을 수 있다

A씨는 운전을 하다가 상대 차량이 본인에게 원만하게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급기야 상대 차량을 위협하기 위해 갑자기 차선을 변경해 진로를 방해하는 등 난폭운전을 하였다. 상대 차량이 A씨의 처벌을 바라는 경우 A씨는 어떤 책임을 져야할까.우선 A씨의 행위는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의무위반행위 즉 범칙행위에 해당하므로, 도로교통법상 범칙금을 납부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범칙금은 경찰청에 납부하는 행정법상의 제재이다. 다음으로 A씨의 행위는 상대 차량 운전자를 협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협박죄는 상대방이나 그 가족의 신체, 생명, 자유 등에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하면 성립되고,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그런데 A씨가 한 운전의 위험성이 큰 경우에는 일반적인 협박죄가 아니라 협박죄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특수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 보복운전은 도로 위에서 사소한 시비를 기화로 고의로 자동차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러한 그 자동차의 사용으로 생명 또는 신체에 특별한 해로움을 입히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자동차는 그 사용방법에 따라 ‘위험한 물건’에 해당될 수 있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협박하는 특수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특수협박죄에 해당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일반적인 협박죄에 해당하면 그 행위가 경미하거나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징역형 외에도 벌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형사처벌을 면할 수가 있다. 그런데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협박하면 특수협박죄에 해당하여 협박죄에 비하여 가중된 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설령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가 없다. 만일 A씨가 그 행위 이전 과거에도 거듭하여 난폭운전을 하였거나 그 결과 교통사고까지 유발하는 경우에는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최근 경찰청은 도로 주행 중 사소한 시비 등을 이유로 운행 중인 차량을 이용하여 다른 차량 앞에 끼어들거나 급정거를 통하여 위협하는 ‘보복운전’에 대하여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간 보복운전은 증거가 부족하여 입증이 어려웠지만 최근 차량운행 기록장치인 블랙박스 제품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보복운전 상황이 명확히 증명될 수 있으며, 보복운전에 이용된 차량은 특수협박죄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는 최근의 형사판례를 근거로 엄정히 처벌한다는 것이다.앞서 가다가 고의로 급정지하거나 뒤따라오면서 앞지르기하여 앞에서 급감속하거나 급제동하여 위협하는 행위, 차선을 물고 지그재그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진로를 방해하며 위협하는 행위, 급하게 진로 변경을 하면서 중앙선이나 갓길 쪽으로 밀어 붙이는 행위 등이 모두 보복운전에 포함될 수 있다. 이국희 변호사

[법률플러스] 소송 제기 철회 (訴 취하)

갑으로부터 돈 1억원을 빌린 을이 그 돈을 갚지 않을 때 갑이 을을 상대로 차용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여부는 그의 자유이며, 누구도 이를 강제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일단 소송을 제기하였던 갑이 그 후 소송 제기를 철회하는 것(이를 ‘소 취하’라 한다)도 그의 자유이고 특별한 사유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소의 제기는 법원에 대한 공식적인 재판의 청구이고 여기에는 피고의 이해관계도 결부되어 있으므로, 우리 법은 소의 취하에 대하여 몇 가지 규율을 마련하고 있다.우선 피고가 이미 본안에 대하여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등 응소한 후에는 원고는 피고의 동의가 있어야만 소를 취하할 수 있다. 피고가 이미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반박하면서 본안 판결을 받기 위한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면 피고도 소송을 유지하는데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므로, 피고의 동의 없이는 소를 취하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처럼 피고가 본안에 대하여 답변하기 전까지는 원고는 자유롭게 소를 취하할 수 있지만 피고가 본안에 대하여 이미 답변한 경우에는 피고가 동의하지 않는 한 소를 취하할 수 없으므로 (설사 원고가 소송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더라도) 원고는 재판을 계속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원고가 제출한 소 취하서를 송달받은 피고가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소 취하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원고가 소를 취하하는데 대하여 피고가 동의하면 그 소송은 그대로 종료한다. 그런데 그 후 마음이 바뀐 원고가 동일한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즉, 소를 취하한 원고가 (예컨대 새로운 증거자료를 수집한 다음)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피고는 어쩔 수 없이 이에 다시 응소하여 다투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소 취하에 동의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원고가 장차 다시 동일한 소송을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다만, 이미 종국판결이 이루어진 후에는 재소가 금지된다. 즉 이미 1심 판결이 선고되었고 항소심 단계에 와서 원고가 비로소 소를 취하하였다면, 원고는 이후 다시 동일한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를 인정하면 종전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과 당사자가 들인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점은 항소심에서 소를 취하하고자 하는 원고가 주의할 점이다. 소 취하와 관련된 비용 문제도 살펴보자. 국가는 공짜로 재판을 개시하지 않는다. 즉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때는 인지액을 내야 한다.예컨대 1억 원 지급소송을 제기할 때 납부할 인지액은 45만5천원이다. 그런데 소를 취하하는 것은 원고가 법원의 재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과 같으므로, 우리 법은 이 경우 위 인지액의 절반을 원고에게 환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은 어떠한가. 소 취하로 소송이 종료되면 원고는 법원에 별도로 소송비용액확정신청을 하여야 하고 법원은 원칙적으로 원고가 소송비용을 전부 부담하도록 결정한다(소 취하는 형식상 원고의 패소 판결과 동일하기 때문이다).다만, 법원은 소 취하로 재판이 종결된 사정을 감안하여 소송비용에 산입할 변호사의 보수를 일부 감액할 수 있다(실무에서는 피고 소송대리인이 답변서 등을 전혀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가 소를 취하하게 되면 법원이 소송비용에 편입된 변호사 보수를 1/2로 감액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전망이 없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이를 빨리 취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유익함에 유의하도록 하자.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국외 체류 중 범죄의 공소시효

A는 2010년 3월경부터 2010년 5월경까지 필리핀에 거주하면서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개설하고, 위 사이트의 참가자들이 국내외 스포츠 경기의 승·무·패, 점수차 등을 예측하여 돈을 걸고, 그 결과에 따라 돈을 배당받는 방식의 도박을 하게 하였다. A의 범죄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에 해당하여 “3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어,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는 5년이다. (다만 2012년 2월17일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되면서, 이때 이후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연장된다.) 2010년 5월경 범행이 발각되어 국내에 있던 공범들은 처벌받았지만, A는 계속 필리핀에 남아있다가, 최근 국내에 있는 모친이 사망하자, 자신은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고 생각하여 2015년 8월경 국내로 입국하다가 공항에서 검거되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에서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는 자신이 처음부터 필리핀에 거주하였으므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A의 공소시효는 완성되어 처벌할 수 없는가? 대법원은 유사한 사례에서,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의 입법 취지는 범인이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실질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국외에 체류한 것이 도피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에 그 체류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진행되는 것을 저지하여 범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 형벌권을 적정하게 실현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하면서, 위 규정이 정한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는 범인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범인이 국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서 체류를 계속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여기에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국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으로 되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범인이 가지는 여러 국외 체류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으면 충분하고,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것이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외 체류기간 동안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계속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B가 일본으로 밀항하였다고 하여 밀항단속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B의 출국 자체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아니라 생업에 종사하기 위함이고, B가 의도했던 국외 체류기간이나 실제 체류기간이 모두 밀항단속법 위반죄의 법정형이나 공소시효기간에 비해 매우 장기이며, B가 다시 국내로 입국하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B가 밀항단속법 위반 범죄에 대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일본에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불완전이행책임

민법상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하자(흠)가 있는 경우 선의무과실의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매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매매 목적물이 불특정물인 경우 매수인은 위와 같은 권리행사에 갈음하여 하자 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도 있다.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하여 물건의 하자로 인하여 부담하게 되는 위와 같은 책임을 하자담보책임이라 한다. 한편, 상법 제69조 제1항은, 상인간의 매매에 있어서는 매수인이 목적물을 수령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검사하여야 하며 하자 또는 수량의 부족을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즉시 발견할 수 없는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6월 내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지 아니하면 이로 인한 계약해제, 대금감액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법상의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등에 대한 특칙으로 전문적 지식을 가진 매수인에게 상거래를 신속하게 결말짓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계약의 일반이론에 의하면, 위와 같은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없더라도, 완전한 매매계약의 이행을 하지 못하였을 경우 매도인은 채무불이행책임의 일종인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경우에 따라서 매수인은 계약해제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불완전이행책임과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유사해 보이지만,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매매계약의 유상성에 비추어 매수인을 보호하고 거래의 동적 안전을 보장하려는 뜻에서 인정되는 법정책임이다. 따라서, 법정책임인 하자담보책임과 계약상 책임인 불완전이행책임은 양립이 가능하다. 문제는 상법상 위와 같은 매수인의 검사통지의무가 하자담보책임을 묻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전제조건이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위와 같이 상인간의 하자담보책임을 묻기 위한 전제조건인 매수인의 검사통지의무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판결례를 보면, 상인인 원고가 상인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지하의 토양이 유류,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토지를 원고에게 매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사건에서, 위 매매계약은 상인 간의 매매인데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토지를 인도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로부터 6개월이 훨씬 경과한 후에야 피고에게 위 토지에 토양 오염 등의 하자가 있음을 통지하였다는 이유로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배척하고, 다른 한편 피고가 위와 같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채 위 토지를 인도한 것은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는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결론으로서 타당한 판결이라 하겠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대리권 없이 대리한 자의 책임

매수인 ‘갑’은 ‘병’소유의 이 건 토지를 매수하였다. 매매계약은 소유자와 직접 체결한 것이 아니라, 대리인 ‘을’이 소유자를 대리하여 체결하였다. 대리인 ‘을’은 소유자라는 ‘병’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또 땅문서까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병’이 틀림없이 땅 소유자라고 믿고 대리를 한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리인 ‘을’에게 대리하도록 한 사람은 진짜소유자가 아니라 가짜소유자이었다. 가짜소유자는 주민등록증과 등기권리문서 등 문서를 위조하여 ‘진짜 소유자’와 같은 모양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을’은 ‘가짜소유자’를 ‘진짜소유자’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믿은 것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대리인 ‘을’이 ‘가짜소유자’를 ‘진짜소유자’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짜소유자’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을’은 매수인 ‘갑’에게 법률상 책임을 져야 하는가. 민법에서는 대리인이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이 있는 경우(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와 인감도장을 가지고 있는 등)에, 그러한 외관의 발생에 본인이 어느 정도의 원인을 주고 있는 경우(위 소유권이전등기서류와 인감도장을 함부로 준 것)에는, 그 무권대리행위(대리인 ‘을’의 행위)에 대하여 토지소유자인 ‘병’이 계약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표현대리)가 있다. 이렇게 법에서 표현대리제도를 둔 것은 일정한 외관을 신뢰한 선의·무과실의 제3자(‘갑’)를 보호함으로써,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고, 나아가서는 대리제도의 신용을 유지하려고 하기 위함이다. 민법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로서 3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즉, 대리권을 주었다는 뜻을 본인이 상대방에게 표시하였으나, 실제는 대리권을 주고 있지 않은 때(민법 제125조), 대리인이 권한 밖의 대리행위를 한 때(민법 제126조), 대리권이 소멸한 후에 대리행위를 한 때(민법 제129조)이다. 그런데 이 건 사안은 위 3가지의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 건은 대리인 ‘을’이 ‘진짜소유자’가 아닌 ‘가짜소유자’로부터 대리권을 받은 것이다. 이런 경우 계약을 체결한 매수인 ‘갑’은 ‘진짜소유자’에게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고, 다만 대리인인 ‘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리인 ’을‘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짜소유자‘가 신분증 등을 위조하여 완벽하게 ’진짜소유자‘인 것처럼 행세를 하였기 때문에 꼼짝없이 속아서 정말 ’진짜소유자‘로 알고 대리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렇게 대리인 ’을‘이 아무런 잘못이 없이 대리행위를 한 경우에도 매수인인 ’갑‘은 대리인 ’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민법 제135조 제1항과 판례는 대리인이 이렇게 아무런 잘못(과실)이 없이 무권대리행위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하여 상대방의 선택에 좇아 계약의 이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신분증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진본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위조하여 가짜소유자가 진짜소유자인 것처럼 행세를 하여 남의 땅을 속여 파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가짜소유자에게 속아 매매계약체결을 대리한 대리인은 이로 인하여 입은 피해자의 손해를 모두 배상해 주어야 한다. 타인의 법률행위를 대리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인터넷 링크와 저작권법 위반

A는 인터넷 ○○사이트를 관리운영하는 사람인데, ○○사이트의 일부 회원들이 그 사이트의 게시판에,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일본 만화 등 디지털콘텐츠를 게시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이를 열람 또는 다운로드(download) 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 블로그(blog)에 연결되는 링크 글을 게재하였음에도 A는 자신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 게시판의 위 링크글을 삭제하지 않고 방치하였다. 이러한 A에게 일본만화 등 디지털콘텐츠의 저작권자들의 피해를 이유로 저작권위반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이른바 인터넷 링크(Internet link)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등의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비록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링크된 웹페이지나 개개의 저작물에 직접 연결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링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이 위법사항으로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한편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위 사안에서는 일본만화 등을 무제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한 외국 블로그 등 운영자)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인데, 단지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링크하는 행위 자체는 위와 같이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5.03.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이 사안에서 ○○사이트의 일부 회원들이 위와 같이 링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로써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비록 외국 블로그에서 이 사건 디지털콘텐츠에 관한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고 있고 인터넷 이용자가 위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그러한 외국 블로그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A가 ○○사이트를 관리운영하면서 저작권법위반죄 또는 그 방조죄로 처벌할 수 없는 위와 같은 링크 행위의 공간을 제공하였다거나 그러한 링크를 삭제하지 않고 방치하였다고 하더라도 저작권법위반의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가건물 체납관리비는 누가? 관리비 승계와 소멸시효의 문제

‘갑’은 집합건물인 상가건물의 관리단인데, 해당 점포의 구분소유자인 ‘을’이 2011. 1. 1.부터 2012. 12. 31.까지 관리비를 계속 연체하자, ‘을’을 상대로 2013. 3. 1. 관리비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2013. 9. 1.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후 ‘병’이 2015. 6. 1. 위 점포를 경락받자, ‘갑’은 ‘병’에게 ‘을’이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병’은 관리비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므로 자신이 위 점포를 경락받은 시점부터 3년 이전인 2011. 1. 1.부터 2012. 5. 31.까지의 체납관리비는 시효가 소멸되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체납관리비의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위와 같이 ‘병’이 체납관리비의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공유자가 공용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그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위 규정에 따라 집합건물의 전(前) 구분소유자가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는 그 특별승계인에게 승계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1. 9. 20. 선고 2001다86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갑’은 해당 점포 구분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인 ‘병’에게 ‘을’이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갑’의 ‘을’에 대한 관리비채권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으로서 그 시효기간은 본래 3년이라고 할 것이나(민법 제163조 제1호), 위 관리비채권은 ‘갑’이 ‘을’을 상대로 관리비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함에 따라 그 시효가 중단되었고(민법 제168조 제1호), 위 소송에서 ‘갑’이 승소하여,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으므로, ‘갑’의 ‘을’에 대한 관리비채권의 시효는 위 판결이 확정된 2013. 9. 1.부터 새로이 진행하게 되는데(민법 제178조 제2항), 그 시효기간은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민법 제165조 제1항). 또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에게도 미치게 되는데(민법 제169조), 여기서 당사자라 함은 중단행위에 관여한 당사자를 가리키고 시효의 대상인 권리 또는 청구권의 당사자는 아니며, 승계인이라 함은 시효중단에 관여한 당사자로부터 중단의 효과를 받는 권리 또는 의무를 그 중단 효과 발생 이후에 승계한 자를 뜻하고 포괄승계인은 물론 특정승계인도 이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본 사안에 있어서 ‘병’은 ‘을’로부터 시효중단의 효과를 받는 체납관리비납부의무를 그 중단 효과 발생 이후에 승계한 자로서 그 시효중단의 효력이 ‘병’에게도 미친다고 할 것인바, 결국 ‘병’으로서는 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 ‘을’의 체납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어린이집 운영자가 구청으로부터 영유아보육법 위반을 이유로 어린이집 운영정지처분을 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면서 어린이집 운영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없을까. 식당을 운영하는데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처분을 받았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나 운영자는 원장 자격정지처분이나 어린이집 운영정지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는 행정심판에 대하여만 다루겠다. 그런데 행정심판을 청구하더라도 어린이집 운영정지처분의 효력은 정지되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에 청구인은 처분통지서에 기재된 기간 동안에는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행정심판은 2개월이나 3개월이 걸려야 그 결론이 나온다. 만약 행정심판에서 원장 자격정지처분이나 어린이집 운영정지처분을 취소한다는 재결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 어린이집 원장이 원장으로서 근무를 하지 못하거나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못하면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실익이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운영정지의 경우에는 그 사이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원아들이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될 것이고, 결국 행정심판의 결론이 나더라도 그 어린이집이 다시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이 행정심판에서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2개월이나 3개월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린이집 운영정지를 넘어서서 어린이집 폐쇄의 경우 더욱더 그러하다. 이와 같이 행정심판이 청구되더라도 행정처분의 집행은 정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행정처분의 집행 등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처분의 집행정지결정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허가취소처분영업정지처분에 대한 정지결정이 있으면 이러한 처분이 없는 것과 같은 상태에서 영업 내지는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되고(처분의 효력정지), 강제 국외퇴거명령을 받은 자를 강제 퇴거시킬 수 없게 할 수 있으며(처분의 집행정지), 그리고 행정대집행 절차 중 대집행 영장에 의한 통지를 다투는 심판청구사건에서 대집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절차의 속행의 정지).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의 요건 중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하는 것은 원상회복 또는 금전배상이 불가능한 손해는 물론 종국적으로 금전배상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의 성질이나 태양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러한 금전배상만으로는 전보되지 아니할 것으로 인정되는 현저한 손해를 가리키는 것이다. 과징금부과처분의 경우에는 과징금을 납부하였다가 행정심판에서 과징금부과처분이 취소되면 관할관청에 납부한 돈을 반환받는 것으로 금전배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보통 과징금부과처분에 대하여는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행정심판을 제기하더라도 과징금은 일단 납부하여야 한다. 그러나 집행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을 때,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거나, 신청인의 주장 자체에 따르더라도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집행정지신청은 기각된다. 이국희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사업장인지 판별 기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업장은 매우 영세하여 근로자 수가 5명 전후인 경우가 매우 많은데, 예를 들어 A 식당의 경우 어떤 날은 근로자가 5명일 때도 있고, 어떤 날은 4명일 때도 있다. 그러면 A 식당은 근로기준법상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인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아니 궁금한 정도가 아니라 실제 여기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이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수가 때때로 5명 미만이 되는 경우가 있어도 사회통념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상태적으로 5명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며, 여기에는 일용근로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왔는데, 2008년경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마련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명문으로 제시되었다. 근로기준법시행령 제7조의 2에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는 해당 사업장에서 법 적용 사유(예를 들어 해고) 발생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 중의 가동 일수로 나누어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한 달 동안 사용한 근로자 인원을 매일 근로한 인원의 수를 모두 합하여 일을 한 날 수로 나누어 5인 이상이 되는지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A 식당이 한 달에 25일을 영업하였는데, 근로자수가 4명인 날인 10일이었고 나머지 15일은 5인이 근무하였다면, 위 규정에 따라 계산하면, (4명X10일 + 5명X15일) 25일 = 4.6명이 되어 5인 이상 사업장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7조의 2 제2항에서,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① 산정기간에 속하는 일(日)별로 근로자 수를 파악하였을 때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하는 일수(日數)가 2분의 1 미만인 경우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 사례에서는 25일 영업기간 중 근로자수가 4명 이하인 날인 10일로서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하는 일수가 2분의 1 미만인 경우이므로 5인 이상의 사업장에 해당한다. 반대로 근로기준법 제7조의 2 제2항에서,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② 산정기간에 속하는 일별로 근로자 수를 파악하였을 때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하는 일수가 2분의 1 이상인 경우에는(예를 들어, 위 사례에서 반대로 4명이 근무한 경우가 15일, 5명이 근무한 경우가 10일이면,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하는 일수가 2분의 1 이상에 해당됨)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 법무법인 마당의 법률플러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

회사원이 성실하게 근무하고 받은 봉급, 음식점 사장님이 열심히 장사해서 번 매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지금까지 살았던 아파트를 매각하여 얻은 양도 차익. 이 모든 것들은 과세 소득이 되고, 그 소득을 얻은 회사원, 사장님과 아파트 소유자는 그 소득에 대하여 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이런 소득들은 물론 정상적인 과정을 통하여 얻은 소득이다. 그런데 범죄 행위 기타 법이 허용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른바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 논의이다. 위법소득의 대표적인 사례는 공무원이 받은 ‘뇌물’이다. 만일 뇌물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다면, 국가가 한편으로는 형벌을 동원하여 수뢰를 금지하면서 다른 편으로는 뇌물을 인정하면서 뇌물 소득의 분배에 참여하는 것이 되어 모순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경우이다. 이 경우 대표이사는 횡령한 돈을 회사에 반환하여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 이처럼 반환의무가 있는데도 횡령한 돈을 그의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는가?’ 반대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다 :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얻은 사람에게는 세금을 매기지 않으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소득을 얻은 사람에게만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부조리가 아닌가? 이런 여러 주장들이 위법소득의 과세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계기가 되었다. 세밀하게 들어가면 복잡한 쟁점들과 대립하는 견해들이 있다. 그러나 결론만 말한다면, 우리 법은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소득세법(제21조 제1항 제23, 24호)은 뇌물, 알선수재와 배임수재로 받은 금품이 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을 정면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 판례는 이처럼 법률이 명문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사안의 경우, 예컨대 대표이사가 회사의 재산을 횡령한 사안이나 부동산 거래가 법에 어긋나 무효인 사안에서도 당해 소득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고 있다.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 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이렇게 판시한다. 여기서 소득세법이 정하고 있는 ‘뇌물’과 관련하여 눈여겨볼 쟁점이 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뇌물은 과세소득이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이를 증뢰자에게 되돌려 주었다면 이로써 위법소득에 내재한 경제적 이익이 상실된 것이므로 소득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 그런데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기소되어 법원이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뇌물로 받은 금품을 몰수·추징한 경우는 어떨까. 몰수·추징은 형벌로서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종래 대법원은 몰수·추징은 부가적 형벌로서 뇌물이 원귀속자에게 반환된 경우와 이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근(2015. 7. 16.)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몰수·추징을 통해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은 마찬가지라고 보아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종전의 대법원 판결을 변경했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친권상실선고

가끔 뉴스를 보다보면, 실로 눈을 의심할 만한 범죄소식을 접할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를 심각하게 학대하거나 부가 자신의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 한 범죄는 그 자체로도 끔찍하다. 도저히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이러한 경우에도 여전히 해당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친권을 준다면 자녀의 복리·안전은 심히 불안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민법은 친권상실선고제도를 두고 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 기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법원은 자녀의 친족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그 친권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 친권 남용이란, 자녀를 학대 등 가혹행위를 하거나 자녀의 재산을 부당하게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혼외자와 생모를 계속 유기하다 혼외자에 대한 부의 인지 후 생모가 부에 대하여 위자료 및 양육비를 청구하자, 오직 이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가 생모에 대하여 유아인도청구를 한 경우 친권남용으로 볼 수 있다. 현저한 비행이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행동을 말하며 가령 부의 방탕, 습관적인 도박, 알코올 중독 등이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부가 간통(불륜) 등 비행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친권의 대상인 자녀의 나이, 건강, 관계인들이 처해 있는 여러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비행을 저지른 부를 대신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친권을 행사하거나 후견을 하게 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더 낫다고 볼 수 없다면 섣불리 친권상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이것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자녀의 복리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어 법원에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란, 자녀와 친권자 사이에 한쪽이 이익이 되면 다른 쪽이 손해가 되는 이해상반행위, 부양 또는 교육, 친권남용 등을 종합적, 실질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한다. 친족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친권상실재판이 확정되면 1월 내에 그 취지를 신고하여야 한다. 이렇게 친권상실선고에 의하여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교양하고 자녀의 재산을 관리할 권한을 상실하며, 자녀의 신분상 내지 재산상 대리권도 상실한다. 공동친권자 중 1인이 친권을 상실하면 나머지 1인이 친권자로 되며, 부모가 모두 친권을 상실하면 자녀를 위하여 후견인을 선임하게 된다. 법원의 친권상실선고 후 그 상실선고의 원인이 소멸하였다면 법원은 본인 또는 친족 등의 청구에 의하여 실권회복을 선고할 수 있다. 이러한 실권회복선고의 심판이 확정되면 친권자는 상실된 친권을 회복하고, 후견이 개시되었던 경우에 후견이 종료된다.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불공정한 약관조항은 무효

을 주식회사는 갑 회계법인과 외부감사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외부감사계약서에 ‘갑 회계법인의 계약사항 위반, 감사 및 검토 수행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을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갑 회계법인은 이 외부감사계약에 따라 수령하는 당해 연도 감사보수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라고 약정하였다. 약정대로라면 을 회사는 갑 회계법인의 잘못으로 아무리 많은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당해 연도에 지급하기로 한 보수금액만을 배상받게 된다. 불공정한 약정이다. 이러한 약정도 유효한 것인가.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국가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은 계약이나 물건거래시에 각자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할 자유를 가진다. 이를 ‘사적 자치의 원칙’이라고 한다. 갑 회계법인이나 을 주식회사도 외부감사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를 무제한 허용한다면 강자가 약자에게 여러 가지 불이익한 조건을 강요하게 되어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법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함)이다. 약관규제법은 ‘사업가가 그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작성하여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생활을 균형 있게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약관규제법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갑 회계법인의 위와 같은 불공정한 규정은 여러 고객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것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한다. 법원은 위 사안에 대하여 ‘외부감사인 제도의 목적과 취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하고 있는 외부감사인의 민·형사상 책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은 회계감사 업무 수행 시 위법성이 매우 큰 감사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을 회사에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상당한 이유 없이 갑 회계법인이 받은 감사보수 금액의 한도로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하여 약관규제법 제7조 제2호에 따라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법원은 아래의 사안에 대해서도 약관규제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즉, “갑 회사가 을 등 수분양자와 주상복합건물에 관한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종 건축허가 시 계약면적이 변경될 수 있으며,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은 지하주차장 면적의 증감에 대하여는 갑 회사와 을 수분양자 상호 간에 정산하지 않기로 한다’는 약관조항, ‘계약해제 시 반환할 금전에 대한 이자의 지급을 배제하고 있는 공장용지분양계약상’의 약관조항, ‘은행이 상계를 하는 경우, 이자나 지연손해금 등의 계산의 종기를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은행여신거래기본계약상’의 약관조항’ 등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소송고지와 시효중단

소송고지라 함은 소송계속(진행)중에 당사자가 그 소송에 참가할 수 있는 제3자에 대하여 소송계속사실을 통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단순한 사실의 통지이며, 제3자에 대한 소송참가의 최고나 재판상청구와 같은 의사의 통지가 아니다. 소송고지의 목적 내지 실익은 제3자에게 소송참가 기회를 부여하고 그에게 참가적 효력이라는 판결의 효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민사소송법상의 소송고지는 당사자의 의무가 아니라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판례에 의하면, 소송고지의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 그 소송고지서에 고지자가 피고지자(소송고지를 받는 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의사가 표명되어 있으면 민법 제174조에 정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최고(독촉)의 효력이 인정된다. 이는 물론 소송고지가 가지는 본래의 효과는 아니므로 반드시 소송고지서에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의사표시가 나타나 있어야만 위와 같은 최고로서의 효력이 인정되게 된다. 한편, 민법 제174조에 의하면, 최고를 하였더라도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소송의 제기)를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는데, 위와 같이 소송고지에 최고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은 소송고지가 이루어진 당해 소송이 종료된 때로부터 기산된다고 한다. 한편, 시효중단사유가 되는 일반적인 최고는 원칙적으로 그것이 상대방에게 도달이 되어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위와 같이 소송고지서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최고를 하는 경우는 보통의 최고와는 달리 법원의 행위를 통하여 최고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만일 법원이 소송고지서의 송달사무를 우연한 사정으로 지체하는 바람에 소송고지서의 송달 전에 시효가 완성되어 버린다면 고지자가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입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사안에서도, 당사자가 최고의 내용을 담은 소송고지서를 법원에 제출하였을 당시에는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이었는데 법원에서 송달을 지체하여 소멸시효기간이 지난 후에 피고지자에게 소송고지서가 송달된 예가 있었고,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에 대하여 치열하게 다툰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에서는 통상적인 도달주의의 원칙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이와 달리 당사자가 소송고지서를 법원에 제출한 때에 시효 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이 우선 근거로 든 것은, 민사소송법 제265조이다. 민사소송법 제265조는 소제기에 따른 시효중단의 시기에 관한 규정으로서, 시효의 중단 또는 법률상 기간을 지킴에 필요한 재판상 청구는 소를 제기한 때(청구의 변경 등의 경우에도 그 서면을 법원에 제출한 때) 효력을 발생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소송고지에 관한 규정은 아니지만, 대법원은 그 입법취지를 원용한 것이다. 아무튼 대법원이 위와 같이 소송고지서에 의한 최고에 있어서 도달주의 원칙을 완화한 것은 시효중단제도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기산점이나 만료점을 원권리자를 위하여 너그럽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있는바,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지극히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임차인의 권리금 보장 강화돼

영업을 하기 위해 좋은 입지의 점포를 선정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점포를 구하러 다녀보면 보증금 이외에 권리금이 항상 문제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권리금이 보증금보다 더 고액인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권리금은 기존 영업자가 점포를 매도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시설비와 영업권에 대한 대가로 여겨졌고, 관행상 점포와 함께 거래되었다. 그런데 2015년 5월 13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안타깝게도 권리금에 대하여 특별히 규율하는 법규가 없어, 임대인의 방해행위 때문에 권리금을 떼였다고 하는 임차인들이 법률상담을 하여 오면 변호사들은 마땅한 도움을 드릴 수가 없었다. 물론 이전에도 서로 사이가 좋은 임대인과 임차인은 상가권리금 회수를 할 수 있도록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양수 양도’를 보장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건물주는 권리금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임차인은 인정을 받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종종 권리금은 임차인간에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고, 문제는 임대인이 수수된 권리금을 알지 못하고, 알았다 하더라도 임대인에게 그 반환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임대인이 점포를 제3자에게 임대하거나 매매해 버리는 경우, 임차인은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점포를 내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규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방해시 손해배상 청구 가능해 대규모 점포, 국·공유재산 등 거래에선 보장 못 받아 2015년 5월 13일부터 시행된 개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시까지 전 세입자가 소개한 신규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야 하고, 이제 기존 임차인의 주선으로 신규 임차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여,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였다.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신규임차인이 기존임차인에게 권리금 지급을 못하게 하거나, 현저히 고액의 임대료와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 계약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방해행위로 금지된다. 임대인이 이러한 방해행위를 하는 경우, 임차인은 계약기간 만료 후 3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금액은 신규임차인이 기존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 다만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임차인은 권리금에 대한 주장을 할 수 없다. 즉, 신규임차인이 보증금 및 임대료를 지급할 자력이 없다고 보여지거나, 종전임차인이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주거 등 비영리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종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준 경우에는 임대인은 신규임차인이 데리고 온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기존 임차인이 차임을 3기 이상 연체하거나, 임대인의 동의나 승낙 없이 점포를 전대하는 등 임대차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와 같이 이제부터 상인들의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장받게 됐지만, 백화점ㆍ대형마트 등의 대규모 점포 중 일부에 대한 계약의 권리금 거래,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국공유재산 관련 계약의 권리금 거래, 그리고 전대차 계약의 권리금 거래에서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 또 건물이 오래되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거나, 재건축 또는 철거를 하여야 하는 경우, 특히 임대차계약 체결시에 임대인이 재건축 등에 대하여 미리 알려준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국희 변호사

[법률플러스] 체납관리비 징수 위해 단전·단수한 경우

갑은 집합건물인 상가건물의 관리단인데 해당 점포의 구분소유자인 을이 3개월 이상 관리비를 연체하자 관리규약에 따라 해당 점포에 대한 단전ㆍ단수 및 엘리베이터 운행정지의 조치를 취하였다. 이후 위 점포를 경락받은 병은 갑에게 위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갑은 병이 전(前) 구분소유자인 을의 특별승계인으로서 을이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를 승계하였으므로, 병이 공용부분 관리비를 납부할 때까지는 위 단전ㆍ단수 등의 조치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며 병의 요구를 거부하였다. 이와 같이 병이 구분소유권을 승계한 이후에도 갑이 당초의 단전ㆍ단수 등의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과연 적법한 행위일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공유자가 공용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그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위 규정에 따라 집합건물의 전(前) 구분소유자가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는 그 특별승계인에게 승계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1. 9. 20. 선고 2001다86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관리단은 해당 점포 구분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인 병에게 전(前) 구분소유자인 을이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을이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를 병이 승계한다고 하여 병이 을의 관리비 연체로 인한 법률효과까지 승계하는 것은 아니므로, 병이 구분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점만으로 병이 관리비의 지급을 연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병이 구분소유권을 승계한 이후에도 관리단이 체납관리비의 징수를 위하여 을에 대하여 해 오던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병에 대한 사용방해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되며, 이에 따라 관리단은 위 단전ㆍ단수 등의 조치를 유지한 기간 동안 병이 해당 점포를 사용ㆍ수익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임료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또한 병은 관리단의 단전ㆍ단수 등의 조치 등 불법적인 사용방해행위로 인하여 해당 점포를 사용ㆍ수익하지 못하였으므로, 병은 관리단에 대하여 그 기간 동안 발생한 관리비채무를 부담하지도 않는다. 이에 대하여 관리단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불능기간 중 병이 관리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병은 관리단으로부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음으로써 사용ㆍ수익을 한 것과 같은 이익을 누리면서 관리비지급채무도 면하는 2중의 이득을 얻게 되어 부당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이익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손익상계의 문제로 고려되면 충분하므로 병이 관리비지급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것이 반드시 부당한 결과에 이른다고 볼 수는 없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미성년자가 던진 돌에 맞았다면

며칠 전 고등학생인 딸이 같은 고등학생 친구 갑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라탔다가, 갑의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하여 심하게 다쳤다. 고등학생인 갑에게는 재산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갑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은데, 이것이 가능한가? 최근 어떤 아빠가 사무실을 방문하여 상담을 요청한 사안이다. 우리 민법(제753조)은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미성년자에게 책임능력이 없을 때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책임능력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말하면 이는 자신의 행위가 손해배상 등의 법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이해하는 능력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이웃에 사는 다섯 살짜리 꼬마가 집어 던진 돌에 얼굴을 맞았더라도 그 꼬마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다섯 살짜리 꼬마는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우 적어도 그 꼬마의 부모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아닐까. 그리하여 민법(제755조)은 이 사례처럼 책임능력이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의 감독자가 실제 행위자에 대신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꼬마의 부모는 이 규정에서 말하는 감독자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는 꼬마의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꼬마의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민법은 책임능력의 유무에 관한 일률적 판단 기준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즉 예컨대 13세 미만이면 책임능력이 없고 13세 이상이면 책임능력이 있다는 류의 규정은 따로 없으므로, 개별 사안별로 책임능력의 유무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대체로 고등학생 정도면 책임능력이 있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만일 고등학생이 던진 돌에 얼굴을 맞았다면, 피해자는 책임능력이 있는 그 고등학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즉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원칙적으로 행위자에게만 속한다. 이 경우 가해자인 고등학생에게 재산이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등학생이 재산을 보유한 경우는 없다. 또, 설사 아무리 고등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의 부모는 그 자녀를 감독할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부모가 감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그 부모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부모가 감독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은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이는, 위 다섯 살 꼬마의 사례의 경우 부모가 자신이 감독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음을 입증하여 책임을 면하는 것과 정반대의 구조이다. 이 점은 중요하다. 개별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입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머리의 상담 사례에서, 피해자측이 가해자인 갑의 부모가 감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음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분들은 성년자(예컨대 재산이 없는 대학생)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돈이 많은 그의 부모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것이 불가능함은 물론이다. 다만, 가해자의 부모가, 도의적 차원에서 또는 자식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임의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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