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에 이 법률칼럼을 통해 유언의 방식에는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의 5가지 방식이 있고, 각 유언방식에 대하여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법, 절차를 따라야만 유언으로서 유효한 효력이 있고, 작성방법이나 절차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무효가 된다고 안내한 바가 있다. 민법이 이렇게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가 된다. 위 5가지 방식 중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과정에 증인 또는 공증인이 관여하게 되어 비교적 유언의 형식이 제대로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자필증서의 경우에는 제3자의 관여가 없어 가장 간편하긴 하나, 위변조의 위험성도 높고, 차후 법적분쟁이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더욱 엄격하게 유언의 형식을 지킬 것이 요구되고 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민법 제106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자서하고 날인」하여야만 효력이 있다. 종전 칼럼에서 예시를 들면서, 유언자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다른 요건은 민법 제1066조 제1항에서 정한 대로 다 갖추었는데 단지 날인만 하지 않았을 경우에 그 유언은 무효가 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역시 유언자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다른 요건은 다 갖추고 주소까지 자서하였는데, 다만 그 주소를 살고 있는 동(洞)까지만 기재하고 나머지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 과연 유언의 효력이 있을까? 여기에 대해 대법원은, 유언자가 주소를 자서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으로서 그 효력이 없으며, 유언자의 특정에 지장이 없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여기서 자서가 필요한 주소는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등록된 곳일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민법 제18조에서 정한 생활의 근거되는 곳으로서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추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유언장에 유언내용 전문, 작성연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명 등을 모두 자서, 날인한 후, 작성연월일 옆에 유언자가 살고 있던 동네인 XX동에서라고 기재한 사안에서, 위 유언장에 기재한 XX동에서라는 부분은 다른 주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춘 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기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위 유언장은 주소의 자서가 누락되어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참고로, 요즘 일반인들이 문서를 작성하면서 컴퓨터로 작성, 출력한 뒤 이름, 주소 등을 자필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모든 기재 내용을 자필로 작성하여야지 일부라도 컴퓨터로 작성하면 무효가 되니 이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심갑보 변호사
문화
심갑보
2015-01-12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