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가장 명예롭게 여기는 직업은 ‘레인메이커’라고 한다. 사회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 말은 미국에서 자선사업가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실제 미국의 백만장자 2세 등 상류층 인사들은 대부분 자선활동에서 명예를 찾는다.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라며 생전에 자선사업의 원칙을 세우고 카네기 재단을 설립, 평생 자선사업에 5억 달러를 투입했다. 그가 건립하여 사회에 헌납한 도서관만 2천500개에 이른다. CNN 창립자 테드 터너는 1997년 미국이 납부하지 못한 유엔분담금 10억 달러를 기부해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갑부라는 명성에 걸맞게 24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재단기금으로 내놓아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실천했다. 영국의 기부문화는 ‘채러티 숍(charity shop)’이 뿌리를 이루고 있다. 채러티 숍은 영국 길거리에 늘어선 옥스팜(Oxfam), 영국암재단, 노인구호재단 등의 이름을 내건 가게다. 우리말로 ‘중고품 자선가게로 번역할 수 있는데 쓰던 생활물품을 기부받아 수리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한다. 영국 전역에 무려 20만개가 있는 채러티 숍은 서민들만 이용하는 게 아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등 왕실 가족과 상류층도 자신들이 쓰던 물건을 자주 내놓고 또 자주 사 간다. 수익금은 불우 아동, 노인, 암환자, 이재민, 국제 난민들을 위해 쓰인다. 채러티 숍을 이용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연대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중국에는 ‘하루 행복해지고 싶으면 낚시하고, 한달 행복하고 싶으면 결혼하고, 평생 동안 행복하려면 누군가를 도와주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부와 자선은 장학사업이나 불우이웃돕기에 집중된다. 말년에 모든 것을 털어주고 떠나는 ‘청산형 단순 기부’도 많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있는 자, 가진 자 보다는 없는 사람들, 못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게 특징이다. 그러나 돈 많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일수록 기부에 불참하거나 인색하다.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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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5-01-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