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2가 50-14 한국유네스코회관 12층 옥상은 ‘작은누리’로 불리는 도시생태공원이다. 작은누리는 190평 콘크리트 바닥에 방수공사를 하고 관수·배수 시설을 만든 다음, 인공 경량토를 깔고 그 위에 들에서 퍼온 흙을 덮어 만들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개념을 도입해 텃밭이 있는 입구를 ‘전이지역’, 생태교육이 이뤄지는 풀꽃동산을 ‘완충지역’, 야생덤불숲을 ‘핵심지역’으로 정해 풀과 나무를 심고 습지를 조성했다. 텃밭에는 고추, 토마토, 박, 딸기를 가꾸고 있으며, 풀꽃동산에는 원추리, 두메부추, 하늘매발톱 등 꽃 군락이 형성돼 있다. 핵심지역에는 보리수, 개암나무와 억새가 어우러져 가을이면 여느 산야에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다른 데서 날아온 개망초와 쑥, 그리고 식물들을 하나도 뽑아내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다. 작은누리 한 귀퉁이에는 태양전시관이 있어 햇빛을 에너지로 바꿔 핵심지역에 있는 습지의 분수를 움직인다. 13층 옥탑 꼭대기에 있는 빗물 통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빗물을 받아 작은누리에 공급한다. 작으나마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하고 빗물을 재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천한다. 습지는 작지만 여러 생물들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보금자리다. 소금쟁이가 미끄러지듯 물 위를 다니고 잠자리가 알을 낳아 번식하며 우렁이와 물고기도 살고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아 궁금했던 개구리가 올봄에 알을 낳아 건재함을 알렸다. 요즘은 올챙이들도 보인다. 어떤 곤충은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지만 수 많은 사람과 차량으로 북적대는 서울 한복판 유네스코회관 옥상 작은누리의 곤충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신기하다. 남산이나 바로 옆 중국대사관 정원에서 이사왔을지도 모른다. 참새, 비둘기, 까치 뿐만 아니라 가끔 직박구리까지 찾아온다. 작은누리가 남산, 중국대사관 터, 명동성당, 덕수궁, 종묘,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녹색 축에서 소중한 징검다리 구실을 하는 게 분명하다. 2003년 4월 개장한 이래 현재 작은누리(홈페이지·http://nuri.unesco.or.kr)에 살고 있는 식물이 대략 200종에 이른다. 평일 낮에도 열려 있는 유네스코의 작은누리가 전국 도심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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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5-06-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