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비롯, 행정부의 장·차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주요공직자들을 모두 ‘연방수사국(FBI)의 사전 조사→대통령 면접→인준안 제출→여론 검증→상원 인사청문회’ 등 5단계의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각 행정부처의 장관과 부장관은 물론 차관, 차관보까지 모두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며 각국에 파견되는 대사나 연방 판사도 인준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미국의 공직자 인선 과정에선 백악관의 사전 조사가 매우 중요하다. 백악관의 사전 조사 의뢰를 받은 연방수사국은 대상자들의 학력, 경력, 병역, 납세, 재산, 가정생활 등을 각종 자료와 탐문 등을 통해 포괄적으로 조사한다. 이를 위해 백악관은 대상자들에게 ‘백악관 개인신원진술서’, ‘국가안전직위에 대한 질의서’, ‘개인재정기록조사 동의서’, ‘행정부 공무원 재산공개서’ 등 4개의 서식을 미리 작성케 하는데 이들 서식에 포함된 질문 항목만 모두 233개에 이른다. 이런 사전 조사에만 보통 5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연방수사국이 신원조사 보고서를 백악관에 넘기면, 대통령은 이를 검토하고 대상자들을 직접 면접한 뒤 적임자를 지명해 인준안을 상원에 제출한다. 상원은 상임위별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표결로 확정해 그 결과를 정부에 넘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사청문회 대상은 너무 적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의 임명동의안을 거쳐야 하는 공직은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 모두 19개에 불과하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도 국회 상임위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국회의 임명동의안은 받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몇몇 권력 실세들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과거 정권의 폐단을 막기 위해 인사 추천과 검증 기능을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로 분리하고, 청와대 안에 공식 심의기구인 인사추천회의까지 설치했지만 개인적 흠으로 인해 ‘중도하차’가 잇따르자 ‘인사청문회 대상의 대폭 확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집안 망신 당하는 것보다 한 자리 안하는 게 낫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이런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고위직에 있다는 건 국가적 불행이다. 인사청문회 대상은 전 국무위원은 물론 금감위원장 등 고위공직자 7명까지 확대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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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5-03-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