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탄소배당은 지구와 사람 모두가 사는 길

지난 2018년 11월17일 프랑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발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우리나라 환경미화원들이 입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나타났다. 프랑스 교통법에 따라 모든 운전자는 응급상황에 입을 이 조끼를 차량에 항상 비치해야 했다. 똑같이 입은 조끼는 그들의 동질감과 연대의식을 나타냈다. 노란조끼운동의 직접적 원인은 연료 가격 상승과 유류세 인상이었다. 마크롱 총리는 결국 12월에 유류세 인상을 철회했다. 이에 반해 지난 2008년에 난방용 연료에 CO2 1t당 12스위스프랑의 탄소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세율이 계속 올라 2018년에 탄소세가 96스위스프랑(약 12만 원)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는데도 국민이 반발하기는커녕 이를 반기는 나라가 있다. 스위스다. 비결이 뭘까? 탄소배당 덕분이다. 스위스는 탄소세로 걷은 액수의 3분의 2를 주민과 법인에 되돌려 주고 있다. 스위스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시민들은 1인당 연간 76.8스위스프랑(약 10만 원)의 배당금을 건강보험 계좌로 받거나 건강보험료에서 차감 받는다. 그 결과 1990~2018년 사이에 난방용 연료 사용이 28.1%나 감소했다. 그래서 스위스 의회는 자동차 연료로까지 탄소세를 확대할 것을 고려하는 중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탄소세율을 많이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연료 가격이 올라가서 프랑스에서 보듯이 일반 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탄소배당이 없는 탄소세는 반서민적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세율을 낮추고 저소득층에게 연료 보조금 등을 지급하면 연료사용이 늘어나 기후위기가 심화된다. 탄소세를 낮추면 지구가 울고 탄소세를 높이면 사람이 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묘수가 바로 탄소배당이다. 탄소세는 연료의 탄소배출량에 비례해서 부과되기 때문에 연료 낭비자가 많이 부담하고 탄소배당은 n분의 1로 지급되기 때문에, 탄소세액보다 탄소배당금이 많은 모든 이들이 탄소세율 인상을 지지하게 된다. 최근에 경기도에서 기본소득 공론화가 있었다. 공론화 전에 탄소세에 대한 지지는 58%였는데 탄소배당을 포함한 숙의과정을 거친 뒤에는 그 지지가 82%로 증가했다. 기후위기와도 싸우고 기본소득도 지급하는 탄소세-탄소배당 정책을 우리도 도입할 때가 됐다. 김찬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

[천자춘추] 노래로 하나 되는 합창의 힘

음악이란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소리 예술 마법사와 같다. 모든 드라마와 영화, 혹은 광고 영상 한 장면 한 장면에 음악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행위 예술은 더하다. 도대체 무엇을 전달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될 때, 왠지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 음악을 들어보자.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라는 소리 예술에 노래 가사의 옷을 입혀 어린 아이들의 입을 모아 하나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증에 답하는 무대가 있다. 다문화 인식 개선 프로젝트의 하나로 매년 열리는 허들링 청소년 합창 축제다. 첫회부터 허들링 청소년 합창 축제 합창 부지휘자로 참여하며 겪었던 감동은 아직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모아 한자리에 서게 하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합창에 참여할 아이들을 지도하고자 기관에 방문했을 때 아빠는 한국인이었고 엄마는 중국인인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 옆엔 여섯 살 난 남동생의 눈은 한시도 누나를 놓치지 않았다. 어린 누나도 남동생의 손을 꼭 잡고 의지하며 낯선 이를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외부인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거다. 어머니가 외국인인 가정의 아이들은 엄마가 의사소통 문제를 겪는 탓에 이웃과 소원하고 비 다문화 아이들과의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기가 쉽다. 외국인 엄마는 물론 아이들이 비 다문화 가정과 소통하며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도와주어야 한다. 눈을 마주하고 노래를 지도하는 2시간 동안 서서히 경계심을 풀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비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3박 4일 캠프를 하는 동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을 봤다. 전국에서 모인 300명의 아이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각자 연습했던 노래와 안무를 맞춰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경계하는 눈빛은 부드럽게 반짝였고 강당엔 웃음이 가득해졌다. 서로 어우러지며 협동심을 발휘하는 아이들을 보며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에도 연방 미소가 번졌다. 발성 연습과 노래 수업을 제대로 받은 아이들이 아니기에 말 그대로 소리만 질러대는 떼창 이었지만, 천사들의 합창이었다. 모자란 것을 서로 채워주며 노래로 하나가 된 아이들에게 다문화니 비 다문화니 하는 구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공연을 지켜본 외국인 엄마는 하나같이 서툰 말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공연이 끝난 무대 뒤 대기실에서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서로 안고 울먹이고 있었다. 비 다문화와 다문화 가정을 이상한 잣대로 선을 긋는 어른들이 문제였던 거다. 김영은 경기예음챔버오케스트라 단장

[천자춘추] 대한체육회 100년과 공정한 세상

대한체육회는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1920년 7월13일 창립된 조선체육회를 모태로 한다. 건민(健民)과 신민(新民)을 창립 이념으로 내세웠던 조선체육회는 1938년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가 해방 직후인 1945년 11월 부활했다. 정부 수립 이전인 1947년 6월 조선올림픽위원회(KOC)가 만들어져 1948년 런던 올림픽에 태극기를 앞세우고 참가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엘리트 체육의 집중 육성과 메가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통해 이른바 국위 선양이라는 시대적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대한체육회는 명실상부한 한국 체육의 본산이다. 엘리트 체육 육성을 책임지는 조직, 스포츠 외교를 담당하는 조직, 생활 체육을 관리하는 조직 등 다양한 체육단체들이 순차적으로 통합해 지금 같은 거대한 몸집이 됐다. 4천억 원의 연간 예산은 대부분 국가에서 지원받는다. 이 단체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할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내년 1월18일에 열린다.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이 6~7명에 이른다. 선거 구도도 복잡하다. KOC 분리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이 있고, 엘리트 체육 우선주의와 생활 체육 중심주의가 나뉘어 보인다. 지난해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두고 이미 체육계는 심한 내분을 겪었다. 이번 선거는 그 연장선이다. 정치학에는 정초(定礎)선거란 용어가 있다. 미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중요한 선거를 뜻한다. 대한민국 스포츠에 이번 선거는 정초선거가 되어야만 한다. 새로운 100년을 담아낼 수 있는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앞으로 한국 스포츠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 가치는 공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페어플레이도 공정에 속한다. 공정은 다양한 정책과 가치를 포괄할 수 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경색된 남북 관계를 돌파하고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급하게 추진해 성사시켰다. 민족, 통일, 화해 같은 큰 명분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온 국민의 환영과 박수를 받았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이것을 불공정한 행위로 판단했다. 예기치 않은 단일팀 구성으로 지금까지 땀 흘려왔던 다른 개인이 희생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매우 상징적인 사례다. 공정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미래의 세상을 읽는 핵심 열쇳말이 될 것이다. 치열한 토론과 공정한 선거를 통해 대한체육회가 혁신의 계기를 맞이하길 바란다. 스포츠가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데 한몫 해내는 것을 보고 싶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자문관

[천자춘추] 美 여성부통령 탄생과 한국의 여성정치

5.5%. 대한민국 헌정사를 통틀어 배출된 전체 국회의원 중, 여성 의원 비율이다. 21대 국회 들어 사상 첫 여성 국회 부의장이 탄생할 정도로 정치에서의 여성들이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말하지만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 점을 고려하면,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역대 최대인원인 57명의 여성의원이 당선되며 국회 진출에 성공했지만, 비율은 고작 19%에 불과하다. 여성에 대한 공천 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지방의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7회 지방의회선거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은 광역의원은 19.4%에 그쳤고, 기초의원은 그보다 조금 높은 30.7%를 기록했다. 그마저도 비례대표를 포함한 수치다. 아직도 10명의 선출직 정치인이 탄생할 때 여성의 비율은 불과 2~3명도 채 되지 않는 게, 양성평등을 넘어 성평등을 말하는 2020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국제의회연맹(IPU)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93개국 중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평균 24.3%였다. 프랑스 39.7%, 이탈리아 35.7%, 영국 32.0%, 독일 30.9%, 미국 23.5% 순으로 우리의 정치 현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단순한 숫자적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권자의 대표성을 강화함에 따라, 진정한 민심이 정치와 제도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최소한의 숫자의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은 일자리, 출산, 세대 및 성별 갈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해결을 풀 수 있는 단추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세계가 주목한 미국 대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에 오르게 됐다.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당선을 사실상 확정 짓는 통화에서 우리가 해냈다.라는 말로 기쁨을 표시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란 직위, 남여, 흑인과 백인을 넘어 우리(we)라는 말이 이들의 승리의 의미를 대신했다. 미국은 첫 여성 부통령의 배출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기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내후년 대선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서 정치권이 먼저 나서 여성의 참여를 독려하고 등용에 힘을 실어준다면,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은 굳이 숫자에 목을 매지 않아도 소수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는 우리 여성들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해냈다라고.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천자춘추] 제자는 스승을 비추는 거울

그 부모에 그 자식,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있다. 어떤 스승의 후광이, 그의 제자들이 어디 가서 어떤 대우를 어떻게 받느냐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그 제자들의 언행이 그 스승을 평가하게 하기도 한다. 어떤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이, 지도교수가 누구냐?, 누구한테 그렇게 배웠냐? 라는 것이다. 잘못을 혼내 킬 때도 그렇고, 기특하다 칭찬할 때도 그렇다. 지도교수가 실력이 없으니 학생도 지도교수 닮아서 똑같이 실력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이 나왔을 때, 스승의 잘못 때문에 그 제자까지 못 들을 소리를 듣는 상황도 있지만, 전후 관계를 따지고 본다면 제자가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이고, 학문을 연마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게 되는 상황도 있다. 반대로, 누구한테서 배웠냐? 참 잘한다., 참 잘 가르쳐 놨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 가르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는 순간만큼 뿌듯하고 보람된 순간이 있을까? 우리가 하는 일들은 사람 중심업무가 주를 이루어, 아무개라는 한 개인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무개를 가르친 사람과 그 아무개가 가르쳐 놓은 사람까지 같이 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승 된 사람이 우습고 만만하게 보이면 그 제자들 역시 우습고 만만하게 느껴지고, 반대로 그 스승이 어렵게 느껴지면 그의 제자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될 터이다. 스승인 사람으로서는 자신의 부덕함으로 자신의 제자들까지 천덕꾸러기가 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겠지만, 제자라면 그러한 스승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이상적인 사제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자는 스승의 거울이자, 스승은 제자의 미래이다. 그러하기에 스승은 끊임없이 제자를 단련시켜야 하며, 제자는 스승을 믿고 따라야 한다. 노력하는 스승과 제자는 서로에게 많은 시너지 효과를 주며 같이 나아간다. 사제의 관계는 더욱이 돈독해지며, 이는 삶의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하기에 좋은 스승과 제자를 만나는 것도 인연의 큰 복이라 할 수 있다. 난 이미 인연의 큰 복을 받았다. 정현정 유한대학교 보건복지학과 교수

[천자춘추] 경기좌도, 경기우도

1018년(현종 9) 고려왕조의 수도인 개경(개성)을 중심으로 경기제(京畿制)가 실시되었다. 개경을 둘러싼 13개 주현(시군)의 경기는 현재 국무총리실격인 상서도성에 직속 되거나, 경기도청 격인 개성부(開城府)에 속해 있었다. 《고려사》 지리지에서는 1390년(공양왕 2)에 경기를 좌도와 우도로 나누어 그 장관인 도관찰출척사(都觀察黜陟使)를 두었고, 해당 수령들의 보좌를 받게 했다고 기록했다. 경기가 좌우도로 분도(分道)된 것이다. 사방의 근본인 경기에 과전(科田)을 두어 사대부의 경제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좌우도는 대체로 동(우)서(좌)로 나뉘었다. 1391년에는 근본이 되는 지역(根本之地)인 경기의 토목공사에 동원된 백성이 피폐해지자 좌도와 우도에 염문사(廉問使)를 두어 살피게 했다. 염문사는 형벌경제군사부터 지방관의 고과 및 민간의 사송(詞訟)까지 조사처리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경기를 분도하려는 움직임은 26년 전인 1364년(공민왕 13)부터 확인된다. 왜구 침입으로 세곡을 실은 전라도의 조운선이 개경으로 올라오지 못하자 경기우도병마사와 경기좌도병마사에게 조운선을 호위하도록 했다. 또 1387년(신우 13)에는 개경까지 올라온 왜구를 막기 위해 경기좌우도의 군사들에게 예성강의 동강과 서강을 방비케 했다. 도읍 개경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적인 측면에서 좌우도 체제를 도입한 것이었다. 경기의 분도 체제는 조선왕조의 경기제가 실시되는 1414년(태종 14) 직전까지 지속되었다. 경기좌우도의 장관인 도관찰출척사와 염문사는 그 명칭을 안렴사(按廉使)와 관찰출척사로 개칭을 반복하다가 관찰출척사로 고정되었다. 경기관찰사의 풀네임(full name)은 경기관찰출척사이다. 여기서 출척은 소속 관원의 승진과 강등의 임무를 의미한다. 경기의 좌우도로의 분도 역사는 1390년부터 1414년까지 25년 역사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분도에 대한 잠재의식은 조선후기까지 지속되었다. 세종과 세조 때에는 지방관의 농사일에 대한 관리를 감찰하고자 대관(臺官)을 경기좌우도에 파견한 바 있다. 영조 때에도 농사일에 고달픈 백성을 위로하고자 암행어사를 경기좌우도에 보낸 바 있다. 이때의 좌우도는 조선 초기의 분도에 대한 관념의 잔영이라고 보인다. 간헐적인 필요성과 현실론에 대한 잠재의식이 항상 있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논의되고 있는 남북으로의 분도에 대한 관심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천자춘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유튜버라고 답할 때가 많다. 지난 2019년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진행한 초등학생 희망직업 조사에서 유튜버가 의사를 제치고 3위에 올랐을 만큼 이제 1인 크리에이터는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직업이다. 1인 크리에이터는 혼자서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특히 인터넷 방송이 대두되고 나서는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 활동하는 개인 방송인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전통 미디어와 달리 1인 크리에이터는 특별한 자격요건이 없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개인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진입장벽이 낮아서 많은 사람이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있다. 한 구인구직포털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전업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었다. 다른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 직장인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크리에이터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경우는 드물다. 2019년 기준 유튜버 상위 300명 평균은 억대 소득이지만, 1인 미디어 창작자 면세사업자로 등록된 전업 유튜버 전체 평균 소득은 178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유튜버를 시작한 대다수가 유료 광고를 낼 수 있는 조건인 구독자 1천명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1인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을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콘텐츠로 꾸며내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추천한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아카데미를 통해 크리에이터가 기초적으로 숙지해야만 하는 콘텐츠 기획, 촬영 및 편집, 저작권ㆍ법률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올해 아카데미를 수료한 입문 크리에이터는 400명이 넘는다. 이 중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 크리에이터 마크의 지식서재가 최우수 수료자로 선정되었다. 마크의 지식서재는 아카데미 교육 기간에 배운 내용을 반영에 유튜버 구독자를 8배 이상 늘었다고 알려졌다. 이 외에도 많은 크리에이터가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다만, 콘텐츠 기획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공공에서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교육을 참고해보면 좋지 않을까. 강동구 경기콘텐츠진흥원 청렴감사실장

[천자춘추] 입시교육에서 ‘학생 중심 교육’으로

세상의 기준에는 많은 잣대가 있다. 그 중, 교육의 현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쟁터다. 단 한 번의 수능으로 대학을 가야 하는 한국의 모순과 그것을 지향하는 우리 스스로 바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언론이나 드라마에서 자주 다루는 대입 제도의 현실은 부정도 긍정도 아닌 한 편의 소설로 등장한다. 가짜와 진짜의 구별 없는 드라마 내용과 그에 빠져드는 많은 사람의 모순을 보면서 진실은 늘 왜곡된다. 고교 3년의 내신으로 대입 수시까지, 무엇도 제대로 된 진짜 교육은 없다. 고교 학창 시절, 내신을 망친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룰이 공정한 경기일 수 있으나 마냥 수능 한 번으로 인생을 좌우하는 모양도 한국다운 우리의 교육이 아닐는지. 솔직히 수능은 애초부터 쌓아 온 지적 역량의 총합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과정의 문제점도 확실하게 짚어야 하는 등 주어진 과제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교육의 단면이 아닌 정치인의 속내로 접근해야 하는 의문도 남는다. 내신을 망친 학생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수능이 아니라 고교 선택부터 수능을 선택한다는 것이 문제의 요지다. 물론 점이지대(漸移地帶) 학생들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잘못된 사실이다. 이러한 학생들은 대입 수시모집에서 수능을 활용하는 대학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다고 말한다. 또 대입 수시모집에서 수능이 반영 안 되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대입 수시모집에서 수능이 주는 영향력은 내신 못지않게 중요하다. 얼마 전 교육부 장관의 수능 40% 반영비율 발표에서 사교육 시장의 확장성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공교육의 현장은 어떨까? 멈춰진 교실 분위기 속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학생들의 어두운 표정이 오히려 수능 지옥을 소환하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다. 또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율이 낮아지면서 겪는 학생들의 불안감과 수시 비중의 중요성을 다루는 고교학점제의 논란까지, 많은 모순이 변화는커녕 제대로 자리를 못 잡는 분위기다. 이래서 교육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느낌표가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 정책이 바로, 현실 교육이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대한민국의 교육은 학생들의 참여와 활동을 통한 자기 발견, 가능성 경험, 더 나아가 주변과의 협력을 통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한 현실 교육의 모범사례를 통해서 교육다운 교육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거꾸로 가는 교육이 아닌 물음과 쉼표가 진행되는 맞춤형 교육, 토론식 교육을 꿈꾼다. 추민규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

[천자춘추] 소비자중심경영

손철옥 심사팀장님이시죠? 지난달 말, 소비자중심경영 신청 기업에 대한 심사를 위해 전철역을 나와 방문할 기업을 찾고 있는데, 말쑥하게 차려입은 청년이 불쑥 다가와 물어본다. 심사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갔고, 사진도 보내준 적이 없는데다가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날 알아봤을까. 당황스럽지만 기분 좋다. 저기 회의탁자에서 기다리세요. 몇 년 전 어느 신청기업은 건물에 들어서도 안내문이나 안내해주는 직원조차 없었다. 한참 지나 다른 부서 직원이 용건을 물어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회의탁자에 앉아서 기다리란다. 시작이 찜찜했다. 소비자중심경영 초창기부터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10년 이상 방문한 기업도 50곳이 넘다 보니 기업에 대한 첫인상과 그날의 결과가 기억에 남는다. 소비자중심경영(Consumer Centered Management, CCM).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심사하여 인증하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증하고, 한국소비자원에서 운영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부터 홈쇼핑업체에 납품하는 B2B 소규모 기업, 그리고 시설관리공단이나 공사 등 공기업도 방문했다. 심사는 크게 리더십분야, CCM 체계, CCM운영, CCM 성과 관리로 구분되는데,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소비자중심경영의 전략을 시작으로 CCM 조직, 인적물적 자원, 교육, 문서관리 체계를 확인한다. 소비자정보제공은 어떻게 하는지, 소비자불만처리 시스템은 구축되었는지, 소비자불만 사전예방 및 사후관리는 제대로 하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중심경영 성과목표를 평가하고 환류하는지까지 심사하는데, 대부분 기업에서 사전에 제출한 100여 쪽의 공적 기술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서 온종일 심사를 하게 된다. 공적 기술서를 보면, 그 기업이 소비자를 위해 전사적이고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 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2년 동안 만들어낸 성과와 실적이니 심사위원의 책임도 막중하다. 경험상 인증을 통과하는데 가장 핵심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최고경영자와 인터뷰를 해보면, 인증 가부에 대해 예상을 할 수 있는데, 거의 틀린 적이 없다. 훌륭한 기업가와 기업문화를 심사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소비자중심경영.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도이다. 소비자 없이 존재하는 기업은 없다. 아쉬운 건 소비자들이 이 제도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를 위해 그리고 앞서가는 소비자중심경영 기업을 위해 통 큰 광고 한번 해주길 기대한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코로나 이후 베트남 교육시장

현재 세계를 휩쓰는 코로나에도 여전히 삶을 계속해야 하는 인류는 정부와 기업들, 개인 모두가 코로나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다. 특히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는 교육계는 언택트를 통해 교육의 단절을 막아내고 교육의 지속을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으며 베트남도 그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11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러 국가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대면 수업 대신 학생들에게 비대면 수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필자 역시 줌(Zoom)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학기 이상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교육의 질은 대면 수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점차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영역에서는 현재 온라인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 법률 및 기준 등을 재정비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교육 상황을 살펴보면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한국의 기업들과 하노이 내 교육기관들의 협업 등을 준비하거나 실시하는 등의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교육기업 A사는 베트남 내 대학과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공동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LMS 전문기업 B사는 베트남 대학 및 교육기관 내 온라인 아카데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베트남 교육부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Circular No. 392020 TT-BGDT라고 하는 원격 고등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표준을 발표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2019년 기준 발표에 따르면, 약 1억 명의 인구를 가진 베트남의 인구 구성을 보면 70%가 35세 이하이다. 현재 베트남의 교육시장은 결혼 연령이 한국보다 빠르고 자녀의 수가 우리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강한 교육열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자녀를 위한 교육지출비용을 더 증가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가 평생교육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베트남의 빠른 교육시장의 성장은 이미 그 과정을 겪어오고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한국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언젠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지만, 정부와 기업은 재난으로부터의 안전과 효과적인 교육을 위하여 포스트팬데믹 시대에 맞춰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의 효과적인 교육시스템이 베트남에도 잘 접목되어 베트남의 교육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베트남 교육시장에 한국의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기를 기대한다. 고동현하노이 국립대학교 외국인 교수

[천자춘추] 코로나 시대, 문화 수용의 門

지리적으로 고구려는 이국적인 요소들이 만나는 곳에 있었다. 몽골, 중국, 한반도 등의 문화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을 기반으로 영토를 무한히 확장해 나갔으며 그 영향력과 영토가 확장되면서 편입되는 인구를 통한 문제점 또한 엄청났다. 하지만 고구려의 많은 예술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영토를 확장해 나가며 편입된 다양한 인종들을 편견 없이 수용하고 교류하면서 고구려는 막강한 문화적 역량을 소유하게 된다. 다문화를 수용하면서도 그들만의 전통과 정체성이 깃든 문화들을 절대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문화의 힘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일을 하는 것과 같은 일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당연한 일과이다. 하지만 문화는 이러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 스며들어 우리를 치유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카페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는 잠깐의 순간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와중 동영상 채널을 이용하여 저녁거리의 레시피를 찾는 그 순간도, 사무실 책상에 올려둘 예쁜 머그컵의 디자인을 고르는 일 또한 모두가 그렇다. 필자는 얼마 전 세계 아티스트 문화교류전시회를 주최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시에 진행되는 본 행사는 워가프(WOGAF)라 하는데 이번에는 프랑스, 독일,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멕시코 등을 비롯하여 9개국의 나라의 관계부처와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비록 같은 공간에서 소통하지는 못하지만, 화상으로 얼굴을 보며 서로 작품을 감상하는 그 순간, 작가에게 작품의 설명을 듣고 서로에게 질문을 할 때 그 떨리는 숨소리마저 전달 될 만큼 진지한 교류의 시간이었다.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 시민들 및 국내외 작가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문화 다양성을 통한 문화역량을 키워보는 코로나19 시대가 되어보면 어떨까. 당연히 수용의 문을 얼마만큼 열건지에 대한 기준은 당사자의 도덕적 기준 및 사회윤리를 기준으로 고민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가끔은 뉴턴의 사과처럼 우연히 얻을 기회가 더 값진 기회가 될 수 있음이니 문화가 일상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더 이상 움츠리지 말고 이 시기를 즐기며 적극적이어야 할 때이다. 천지수 티엔아트컴퍼니대표/수원시청년정책위원

[천자춘추] 예술은 이제 없어도 되지 않을까?

예술은 이제 없어도 되지 않을까. 특히 대중예술이 아닌 고급예술, 그중에서도 미술 말이다. 현대미술은 마음 편하게 즐기기에 너무도 많은 선(先) 지식이 필요하고,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의 경계도 불분명해 보이며, 짬을 내서 즐기기에는 일부러 시간을 쥐어짜 미술관을 찾아가야 하니, 이 디지털의 세상에 이미 뒤떨어진 예술장르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추석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나훈아쇼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그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곡은 테스형이었는데, 특유의 구성진 목소리로 인생의 의미를 묻는 대상인 테스형은 다름 아닌 소크라테스형이었다. 가사에 등장하는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은 기실 텔포이의 아폴로 신전 앞에 새겨진 말이라지만, 사실 관계가 뭐 대수랴.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르며 과거의 철학자에게 답 없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가수 나훈아의 거침없음에 감탄, 또 감탄할 뿐이다. 해석의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그러한 대중예술에 비해 미술은, 더구나 현대미술은 참 어렵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미술 사조는 인상주의 즈음에서 멈춘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따스한 햇볕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풍경들이 그려지던 때로부터 약 사십여 년이 지나, 웬 남자 소변기가 샘이라는 제목으로 공모전에 출품되었을 때 모든 아름다움의 이상은 와르르 무너졌다. 그것은 미술계에 던지는 핵폭탄이었고, 그 이후 미술은 결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이 여기서 가능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 가면 눈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있다. 잘 그렸다거나 잘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어떤 형태 앞에서 발길이 멈추고 만다. 인생의 한 찰라, 어떤 작품과의 고요한 대면은 남은 인생 동안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아니, 바로 그런 순간을 고대하고 미술관으로 간다. 단 한 번이라도 그러한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다시 그 시간이 불현듯 다가올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해한 순간, 그 순간이 지나면 바로 안개가 걷히듯이 일상의 분주함이 돌아오지만, 어떤 한순간이 다음을 있게 한다. 참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잘 먹고 잘 사는 것과는 별 상관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술은 그래서 아직도 있다.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천자춘추] 스포츠 참여 영향력의 양면성

최근 몇 년간 스포츠계의 가장 시끄러웠던 이슈 중 하나는 스포츠계 폭력ㆍ성폭력 사건이었을 것이다. 2018년 빙상계 카르텔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우리는 올해 트라이애슬론 종목에서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사건을 접하게 됐다. 폐쇄적인 대한민국 스포츠계 문화와 지도자-선수 간의 상하수직적 갑을 관계, 그리고 사건의 민감성 등을 고려했을 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거나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사건들은 실질적으로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면 한 번 정도 고민해 봐야 할 문구가 있다. 영국에서 처음 언급된 스포츠를 통한 인성발달(Sports builds character)이 그것이다. 2003년 United Nation(UN)이 발표한 발달과 평화를 위한 스포츠 보고서를 살펴보면 스포츠가 참여자들에게 건강한 생활 습관, 스포츠맨십, 전인적 발달과 긍정적인 사회화를 장려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로 스포츠가 참가자들의 인성을 발달시킨다면, 왜 국내외 스포츠 지도자나 선수들의 일탈행위는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는 것일까? 스포츠 사회학자인 Jay Coakley는 스포츠를 통해 얻게 되는 교훈과 결과들이 상황과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스포츠 참여를 통해 얻게 되는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사실 국내외 다수의 연구에서는 스포츠 참여가 참가자들의 알코올 소비와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도덕성을 감소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고하였다. 즉, 단순한 스포츠 참여가 참가자들의 발달적 결과를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의 맥락 및 현장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상황들이 스포츠에서 긍정적인 결과물을 산출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사실 그렇다. 달리고, 차고, 던지고, 받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인간의 가치관과 인성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분명히 그 안에서의 특정환경 요소가 스포츠의 긍정적인 가치 창출을 이끌어 내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스포츠 참여의 영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할 것인가. 앞으로 본인은 스포츠의 올바른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 수반돼야 하는 환경적 요소들을, 특히 스포츠 지도자들의 역할 관점에서, 탐색해보고자 한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천자춘추] 3기 신도시와 그린뉴딜

얼마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2050 대한민국 넷제로를 선언했다. 이제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생산과 소비,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과제로 대두된다. 우리나라처럼 도시화율이 92%에 달한 나라에서는 도시에서의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는 일, 도시의 그린뉴딜이 핵심이다. 그린뉴딜 정책들이 집약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3기 신도시의 그린뉴딜을 그려보자. 3기 신도시는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탄소배출의 20%가 교통분야에서 발생하는데, 그 중 대부분이 자동차이용에서 발생한다. 개인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개인모빌리티 중심으로 개편하는 일이 핵심이다. 3기 신도시 사업비의 20%를 광역교통개선대책에 투여하고 있어 대중교통이용률은 대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환승역에는 환승 센터를 조성하여 대중교통이용률을 높이고, 개인모빌리티 스테이션을 설치하여 자전거나 킥보드와의 환승도 편리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대중교통 환승센터 중심으로는 컴팩트한 형태의 복합화를 통하여 직주근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도시 형태는 이동의 필요성을 낮추고, 이동거리를 줄여서 탄소배출을 낮추어 줄 것이다. 복합용도지역과 같은 전과 다른 용도지역체계가 필요하고 컴팩트한 중심지와 주변지역을 대중교통시설과 보행네트워크로 촘촘하게 연결해주는 컴팩트&네트워크 계획수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보다 생태적이고 접근 가능한 친수공원이 조성되어야 한다. 녹지율이 높다고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신도시에 산이 포함되면 녹지율이 증가하나, 체감되기는 어렵다. 멀리 있는 산보다는 집 앞의 한 평 공원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선형(線形)의 하천부지는 어디에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흐르는 물은 시각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훌륭한 자원이다. 인위적으로 물을 펌핑하거나, 녹지율을 올리는 불편한 공원보다 친수네트워크 공원을 3기 신도시에 기대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수직공원(vertical green)도 환영받는다. 옥상녹화, 벽면녹화, 발코니녹화 등은 생활 속의 그린체감도를 높여줄 것이다. 에너지 순환도시가 진정한 그린뉴딜 신도시다. 폐기물의 소각에서 발생하는 열로 자원재생, 지역난방을 하고 하수처리장의 상부를 체육시설로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신도시가 지속 가능하다. 환경처리시설은 대표적인 기피시설이었으나 기술발전에 따라 냄새와 분진, 소음을 처리하는 일이 가능해졌으며, 시설 간에 에너지를 교환, 순환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리사이클링이 가능해졌다. 3기 신도시는 달라야 한다. 그린뉴딜을 구현하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신도시를 기대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천자춘추] 나눔의 선의지

천민이 왕이 되어 수라상을 마구 먹어치웠다. 역사영화 광해의 한 장면이다. 가짜 왕은 왕이 남긴 음식으로 궁녀들이 식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내관이 전한 진실을 듣자 곧 팥죽 딱 한 그릇만 먹고 모든 음식을 거둬가게 했다. 여기서 우리는 착한 마음이 추동한 나눔이 공유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관의 조언과 선한 의지를 가진 가짜 왕이 생각을 바꿔 과식을 포기한 것이다. 이처럼 선한 의지로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대화에 참여하여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가 나눔을 공유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다. 선의지는 타인의 고통을 염려하여 계산의 논리를 따지기 전 바로 작동하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다. 선의지는 유ㆍ불리의 계산적 사고와 독립해 상위적 관념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계산적 이성이 강하게 자리 잡은 우리 시대에서 선의지를 잃은 나눔이 자칫 목적을 망각한 하나의 손익계산서로 변질 될지 몰라 두렵다. 선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면, 선별과 보편의 계산적 논쟁이 극도로 대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는 선의지의 강도보다 계산적 이성의 방법론적 강도가 더 크게 부각되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인간의 근본적 본성이자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할 나와 당신과 우리가 되어야 할 관계가 극도의 계산에 집착하여 수치적 관계로 전환되고 수치를 계산하는 치밀한 결과가 가장 정당한 결과가 되는 것처럼 선의지를 잃고 망각하고 있다. 시장경제 발달의 역사에서 대안이 선의지의 나눔이 아닌 계산적 나눔으로 그 형평을 가려보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논리들이 커왔고, 그 논리들이 자본과 산업을 증가시키고 다시 형평 나누기의 계산으로 빠져들게 했다. 이는 계속 반복되고 더 촘촘해질 것이다. 선의지의 본성이 지속적으로 소원해진다면, 비극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 될 것이다. 논쟁으로 잃어버리는 시간을 아까워해야 할 것이다. 선별이건 보편이건 그 방식이 중요하다고 집착하는 시간을 아껴 선의지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논쟁이 격화되어 누가 옳고 누가 더 정확한 계산을 보여주는지의 논쟁은 선의지와 멀어진 형식화된 나눔의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선의지의 작동이 다시 공유되어야 한다. 다시 기억해 내야 한다. 근본의 선의지가 아직도 우리에게 내재해 있다는 것을.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천자춘추] 실사구시는 당파를 초월한다

올해가 유형원이 반계수록을 저술한 지 350년, 간행한 지 25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여 실학박물관에서는 특별기획전(반계수록, 공정한 나라를 기획하다)을 진행 중이다. 저술에서 간행까지 무려 100년이 걸렸다. 그 100년의 의미는 예사롭지 않다. 우선 개인 저술을 나라에서 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영예로운 일이었다. 100년 동안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과 기다림, 그리고 당파를 초월한 공감이 있었다. 유형원은 19년에 걸친 필생의 역작 수록을 완성하고, 3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수록은 토지제도를 비롯하여 인재 교육과 선발, 관리 임용과 녹봉, 그리고 국방 등의 제도개혁을 통해, 국가의 공공성과 제도의 공정성을 도모한 나라 살리기 기획이었다. 나라에서 쓸 책인 것이다. 유형원의 학문적 동지이자 사돈인 배상유가 수록을 나라에 추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호 이익은 환자는 있으나 신통한 약이 있는 줄 모르고 있다며 개탄했다. 남인의 탕평론자 오광운은 수록의 서문을 지어 정치 법제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밝혔다. 소론의 지도자인 명재 윤증도 수록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그의 제자인 양득중이 영조에게 실사구시를 진언하면서 수록을 추천했다. 균역법 시행에 힘썼던 노론계 홍계희는 어려서부터 수록을 읽고 매료되어 영조에게 간행을 청했다. 마침내 1770년, 영조의 명에 의해 반계수록 26권이 영남 감영에서 간행되었다. 당색을 떠나 실학자들은 반계수록을 정독했다. 홍대용, 이덕무 등은 조선의 대표적 경세서로 반계수록을 꼽았다. 정약용은 경세유표 서문에서 자신의 책이 반계수록을 잇는 것임을 은연중 자부했다. 실학자들의 경세론은 반계수록을 디딤돌로 하여 제도개혁의 고민을 더욱 심화시킨 결과물이었다. 일에서 실제적 성과를 얻으려는 사람은 당파나 진영의 논리를 뛰어넘는다. 바로 실사구시의 자세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세상의 임무에 뜻이 있는 사람은 반계수록의 정신과 실질을 살려 나갈 것이다. 김태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가을과 함께 떠나는 삼남길 이야기 산책

삼남길은 조선시대 6대로 중 제일 첫 번째 대로다. 조선시대 육로교통의 중심축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젊은 선비들이 이 길로 걸었고, 삼남지방의 사람들의 왕래와 풍부한 물산도 이 길을 오갔으며, 정조가 사도세자이신 아버님을 참배하고자 현릉원으로 행차하던 길이며,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으로 부임하던 길이다. 그 중 과천, 의왕, 수원, 화성, 오산, 평택을 연결해 총 90km, 10개 코스로 경기 삼남길은 연결됐다. 옛 대로인 삼남 대로를 원형 그대로 살리면서 시대의 흐름 따라 발전해온 교통수단과 도로건설 등으로 사라졌던 구간들이다. 걷는 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방법과 삼남대로의 원형복구를 위해 이 구간 을 산책로로 개척하게 되고, 역사와 문화탐방로인 경기도 옛길 삼남길을 개통하게 된 것이다. 그중 제1길은 남태령 표석, 추사박물관앞, 관악산둘레 길 쪽 안동네를지나 인덕원 옛터까지다. 남태령 옛길 빗돌과 과천루 이 고개는 여우고개로 불렸었는데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원으로 행차할 때 이 고개에서 쉬게 되면서 고개 이름을 묻자 과천현 이방 변씨가 임금께 속된 이름을 아뢸 수 없어 남태령(남행할 때 첫 번째 나오는 큰 고개)이라 아뢴 이후 남태령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삼남길은 조선시대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지역을 총칭하는 삼남대로로 해남~강진~광주~익산~천안~서울을 잇는 천 리의 길을 말한다. 해남의 땅끝에서 시작하여 서울의 구파발까지 도보 여행자들을 안전하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옛 문화와 현존하는 문화를 느끼며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문화산책 길 탐방로인 것이다. 가을이 약속한 단풍이 찾아오는 이 계절, 코로나19 덕에 국내에서조차 여행하기 어수선한 이때 사람 많은 유명한 산책로나 산보다도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삼남길에서 자연과, 현실을 마주하며 삼남길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찾아 고갈되어가는 낭만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야기와 자연이 함께 만든 길은 마치 삶의 순환과도 매우 흡사하다. 끊임없이 재생하는 과정을 통해 현존할 수 있는 것처럼-삼남길은 그렇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현재로부터 미래를 향해 시대마다 걷는 사람에 의해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되어 존재하며 새로운 문화이야기를 생산하는 길이 된다. 옛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처럼 코로나19, 독감, 어두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나 조선시대의 대로 중 가장 긴 길 삼남길을 걸으며 온갖 뒤숭숭한 상황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가을 산책으로 자연치유하고 다시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임정민 수원시인문학자문위원ㆍ서양화가

[천자춘추] 불나면 대피 먼저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팬데믹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혼란 중에 우리나라의 방역 대응은 모범사례로 알려지며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은 위기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에게 정확한 방역지침을 전달하고 국민은 철저하게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실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곳곳에서 많은 화재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9년 3월 소방청은 화재 시 대피를 최우선으로 하는 불나면 대피 먼저를 범국민 교육홍보 역점 시책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최근 화재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화재 발생건수는 감소했지만, 사상자는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불나면 화재신고 먼저에서 재실자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항을 반영하여 불나면 대피 먼저로 한 것이다. 겨울철이 되면서 화재 발생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면 화재 발생 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첫째, 화재 발생 시 침착하게 대피부터 하자. 과거에는 전화기가 없어 신고 후 대피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누구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대라 손쉽게 화재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피는 시기를 놓치면 복잡하고 대형화된 건물구조로 인해 대피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안전한 장소로 대피를 먼저 해야 한다. 둘째, 큰소리 또는 화재경보장치인 발신기를 눌러 건물의 관계자와 재실자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알리고, 소화기나 소화전을 이용하여 초기소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대피할 때는 연기 흡입을 막고자 자세를 낮추고, 젖은 수건으로 코를 막고 대피해야 한다.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는 다량의 유독가스를 포함하기 때문에 호흡기를 통하여 조금만 흡입하여도 질식할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면 수분 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전하게 대피한 후 119에 신고한다. 신고하느라 대피시간이나 피난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현재의 많은 건축물은 구조가 복잡하고 대형화되어 화재 발생 시 신속하게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지 않으면 고립되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화재 시 침착하고 신속한 대피를 먼저 해 모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자. 장정규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입양, 그 이상과 현실

얼마 전, 한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 생후 36주 된 아기를 20만원에 입양하겠다는 엄마가 있어 세상을 경악케 했다. 엄마자격이 없다는 비난과 함께 이 엄마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IP 추적으로 찾아낸 아기엄마는 현재 직업이 없는 상태로 아기의 생부나 부모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아기의 입양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화가 나 이 같은 글을 올렸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2015년 41건이던 영아유기 사건은 2016년 109건, 2017년 168건, 2018년에는 183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9년 한국의 첫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던 주사랑공동체 관계자에 따르면, 베이비박스를 찾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인데, 이들은 임신 사실의 인지와 함께 남성으로부터 철저히 고립을 경험하고 임신ㆍ출산ㆍ양육 등 과정에서 극도의 정서적 불안과 경제적 부담감을 느낀다고 한다. 영아유기의 근본적 원인은 원치 않는 임신에 의한 출산과 사회의 편견, 경제적 부담, 입양의 어려움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에 따라 출생신고의 의무가 입양의 전제조건이 되면서 현실적으로 더 복잡하게 꼬인 양상이다.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입양동의서와 친권포기각서가 있으면 친모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고 입양할 수 있었지만 허가제는 친부나 친모가 반드시 출생신고를 한 후 가정법원이 입양 여부를 허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아(棄兒)는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호적생성기간이 5개월 이상 소요되어 사실상 보육시설에서 양육되므로 영아의 복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치게 되었다. 한편, 개정 이전인 2011년 2천464명이던 입양아동수는 2012년에는 1천880명으로 감소했고 2013년 922명, 2015년 1천57명으로 개정 이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는 입양부모의 자격요건이 강화로 국내입양은 약 7개월, 해외입양의 경우 평균 20개월이 걸리는 등 입양 결연이 지체되면서 오히려 아동을 건강한 가정에서 자라도록 하겠다는 좋은 입법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우선으로 미혼 부모에 대한 인식전환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아동의 인권과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확대가 절실하다. 더불어 정책이 이상을 쫓다가 현실과 멀어지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아기를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서 보게 되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천자춘추] 마음의 세계를 옮기면

코이라는 신기한 물고기가 있다. 어디에서 자라느냐에 따라서 크기가 달라진다. 어항에 두면 아무리 자라도 5~8㎝ 이상 커지지 않는다. 그런데 연못에서는 15~25㎝까지, 강에서는 90~120㎝, 더 넓은 곳에서는 2m까지 자란다고 한다. 어항에 살던 코이를 연못으로 옮기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조그만 어항에 살던 코이가 연못으로, 강으로 옮겨질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넓은 세계를 누리며 살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의 세계도 코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항처럼 자신의 좁은 마음의 세계에서 일평생 살다 가는 사람이 있고 연못이나 강물과 같은 세계에서 살다 가는 사람이 있다. 코이가 스스로 어항을 나와 연못으로 헤엄쳐 갈 수 없듯이, 사람의 마음도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스스로 갈 수는 없다. 이끌어주는 이, 즉 멘토가 있어야 한다. 행복한 가정에 어느 날 자폐증을 앓는 아이가 태어났다. 의사는 아이가 성장해도 지능은 초등학교 4학년생 이상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때부터 이 가정은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차가 달리는 도로에 느닷없이 뛰어들기도 하고 어딜 가든 소란을 피우기 일쑤라서 늘 수습하기에 바빴다. 삶은 엉킨 실타래처럼 됐고, 급기야 부부는 이혼의 위기 앞에 섰다. 그런데 부부에게 생각 밖의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다. 이 아이는 장애아가 아닙니다. 정상이라고 믿으면 정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아버지부터 아이가 정상이라는 마음으로 옮겨보세요 그 말을 듣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내 마음 안에 아이를 장애아라는 틀 속에 가둬 뒀구나! 그리고, 장애아에서 정상아로 마음을 옮겼다. 놀랍게도 아이에게 너는 정상이야라고 계속 이야기해 주고 대하는 동안 아이는 변해갔다.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을 하고 수영대회에 나가 상을 탔다. 남들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중ㆍ고등학교 생활을 무사히 보내고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필자도 사람들의 마음을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나 역시 한때는 나밖에 모르는 세계에서 살았고 그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남을 위해 사는 것의 행복을 아는 멘토를 만나면서 내 삶은 더 넓은 곳으로 마음이 옮겨졌다. 우리가 마음을 먼저 옮길 때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다. 이것이 내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이상준 코이인성교육원 대표/국제인성평생교육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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