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동학대 ‘지역 안전망 생태계’로 대응

매년 끔찍한 학대사건이 어른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아동학대는 매년 1만 건 이상 신고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경기도의 일이 된다. 하지만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 14개소는 31개 시ㆍ군으로 이뤄진 넓은 경기지역을 관장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제는 지역사회 내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 적극적인 대응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촘촘한 법망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들을 연구해야 한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아직도 매로 키운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 속에 부모에게 자녀 체벌권이 용인되고, 우리는 이웃의 아이가 보내는 위험신호를 무심히 지나치고 있기도 하다. 학대 살인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아이를 훈계하기 위한 징계권을 행사하다 이루어진 일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부모들이 있다. 스웨덴은 1979년부터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녀 체벌 금지 법제화가 논란이 되고 성인 40% 이상이 훈육과 학대의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민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아동을 인격적으로 독립된 존재로 보지 않는 매우 낮은 사회적 인식 수준이다. 스웨덴의 자녀 체벌 금지법은 자녀 체벌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함으로써 체벌이 80% 이상 감소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부모의 인식전환을 위해서라도 관련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작년 5월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을 위해 공공성 높은 행정 지원체계를 직접 움직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기관이 담당해온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시ㆍ군ㆍ구 전담 공무원이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공공중심 대응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응체계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현장의 걱정도 높다. 경기도에서는 지역사회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광역 차원의 총괄조직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예방업무 공백이나 위험도가 높은 중대사건에 대한 대응은 현장경험이 부족한 공무원만으로는 쉽지 않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역 관계기관, 경찰 등의 상설협력 네트워크 체계인 가칭 경기도 거점 아동학대 대응센터 설치를 제안한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구심점이 되어 조사업무와 지원체계가 함께 하는 지역 안전망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심점을 가진 조직은 광역단위의 아동학대 예방사업 지원과 캠페인, 간담회 등을 추진해 아동보호 안전망을 촘촘하게 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시ㆍ군 지역 간 협력을 위한 기초정보 구축과 공유도 필요하다. 민관 정책주체들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경기도 특성을 반영한 효율적인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천자춘추] 뉴딜과 통계

1929년 대공황은 월스트리트 대폭락으로 시작되었다. 부진의 늪에 빠진 기업들은 판매가격을 내려야만 했고 생산원가와 생산량을 조절하고자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해고를 했다. 이러한 일련의 경제활동은 총수요의 흐름을 제한했고 불황을 심화시켰다. 미국의 루스벨트 정부는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뉴딜(New Deal)이라는 다양한 경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1935년 준공된 콜로라도 강의 후버댐이나 노령연금, 실업보상을 규정한 사회보장법은 뉴딜정책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물론 반대론자도 있었다. 뉴딜정책을 두고 독재자의 채찍이라고 비하하거나 당시 상황을 로마의 멸망과 교차시키며 비판을 했다. 많은 도전이 있었다. 당시 경제정책에 관여했던 하버드대학교의 갤브레이스 교수는 창조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지난날의 고충을 회상했다. 길고 길었던 대공황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별개의 사건으로 종식되었다. 대공황 이후에도 경제위기는 계속되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대공황을 제대로 이해한 케인스는 지금도 유효하다며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한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시작된 불황의 시대,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뉴딜은 공공과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생성된 자료를 데이터 댐으로 모으고 수집된 데이터를 환경, 에너지, 의료, 치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통계는 중요한 공공 데이터이다. 2005년 즈음 독일과 스위스는 관료주의 철폐운동으로 기업통계의 종류를 대폭 줄였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얼마나 투자했는지, 정부가 얼마나 지원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국민 경제와 관련된 지표들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고 기존 산업의 효과적 지원과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확한 국가통계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통계는 새로운 데이터와 융합해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 통계청은 다음달 6일부터 경제통계 통합조사를 시행한다. 우리나라 사업체의 구조와 분포, 경영활동 실태 등을 파악하고자 9종의 경제통계를 One-Stop Survey 방식으로 조사한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응답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비대면 조사와 현장조사를 병행할 예정이다. 케인스 말처럼 어려움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을 벗어나는 데 있다. 미래로 나가려면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공직의 무거움

부패즉사, 청렴영생을 외치던 한 도지사가 있었다. 아무리 유능한 직원도 일단 부패에 연루되면 예외 없이 배척했다. 사법적으로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양심적인 부정이 남았다면 이 역시 예외가 되지 못했다. 공직자로서의 뛰어난 역량에도 예외 없이 배척되는 것이 때로는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분은 다른 면이 다 갖춰져 있어도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그리고 필수적인 기본소양은 청렴과 양심이라고 본 것이다. 인생 속 가치관이 부딪치고, 선택을 강요받는 어려움은 늘 존재한다. 이럴 때 늘 고민하는 것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선이 어디인가이다. 공직자도 공익을 추구하는 그 사명 속에서 늘 이 고민 속에서 살게 된다. 전직 도지사께서 공직자가 된다는 것, 공적자금을 쓴다는 것에 그토록 엄격한 자기절제를 요구했던 그 확고한 철학도 이 맥락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닐까.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절대적 선은 역설적이게도 가치관의 대립 속에서 깨닫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관의 대립이 점차 커지는 지금 우리 사회 속에서 옳고 그름의 인식은 점차 흐려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건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다. 윤미향 의원의 사례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공적인 일을 한다는 것, 공인이 된다는 막중한 사명 아래 공직자로서의 양심은 무엇인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모여진 국민의 성금, 국가 지원금의 사용처마저 불투명하게 회계처리 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 아닌가. 위안부 문제를 새롭게 정립하며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적 비극으로 인식시켜 온 그 간의 공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공직을 맡게 되는 것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책과 직급을 막론하고 공인에게 있어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과오는 묵인될 수 없다. 더욱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공인의 위치가 아닌가. 김동근경기도 前 행정2부지사

[천자춘추] 청소년 문화예술, 지역사회 협력해야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K팝, 기생충 열풍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K시네마 등 바야흐로 지금은 문화예술 한류시대가 도래했다. 방탄소년단의 경제유발 효과가 5조원이 넘는 점을 생각할 때 이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 가히 신경제 유력 동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문화와 예술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회 속에서 문화를 멀리해 생활할 수 없고, 예술은 문화의 핵심이자 기초다. 문화ㆍ예술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우리 사회의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조화롭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고자 문화 예술을 경험하게 하고 친근하게 접근할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창의성과 감수성을 중심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때 개인의 변화를 넘어 사회 전반의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청소년 대상 문화예술 교육의 현실을 볼 때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첫째, 즐기고 체험하는 방식보다는 일방적인 강좌 형식의 프로그램이 절대다수다. 둘째, 문화예술 교육을 담당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셋째,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문화교육이 예술 계열 진학을 위한 엘리트 교육 방식이고 그에 따라 교육의 진행이 학교 중심의 예술 교육에 국한되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지역 내 존재하는 청소년 시설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청소년 시설을 활용한 참여ㆍ체험형 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원활히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장비, 전문 강사진을 구축하여 학교 안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화예술교육을 청소년 시설이 지원하는 협력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 재단에서는 청소년교향악단, 합창단, 뮤지컬단으로 구성된 청소년예술단을 공개 모집하여 분야별 교육 외 재능기부 공연 및 워크숍 등 다양한 체험 방식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디어 및 댄스 분야로는 청소년 대상 경연(Competition)방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 영상대전에는 매해 270여 개의 작품이 접수되는 등 청소년들의 참여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관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전담 코디네이터들이 전국의 청소년 시설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전문성을 갖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예술교육이 예술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소수 청소년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청소년들의 일상의 기쁨과 내면세계의 성장에 큰 유익이 될 것이다. 홍사준수원시청소년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조선시대 역병과 코로나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인이 받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과거 역시 이 같은 팬데믹으로 절규와 고통 속에 산 적이 있다. 중세시대는 페스트로 시작해 페스트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전염병의 시대였고, 근세 때 인플루엔자는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유럽 분수대에는 흔히 전염병 극복을 위한 성인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역병은 조선시대에만 600건이 훨씬 넘었다. 그 중에서도 17세기에는 갑자기 발생빈도가 증가하는데 사람뿐만 아니라 우역 즉 소의 역병이 극에 달하게 된다. 이는 중국과의 개시를 통해 수입한 소에 역병이 번진 것이다. 그런데 재작년 몽골에 갔을 때 테렐지에 있는 소를 유심히 살펴보니 우리나라 누렁이와 흡사하게 닮아 있다. 우리나라 소와 몽골 소는 어떤 인연을 가지고 있을까. 현종 4년 관서지방에 소 1천두가 죽자, 과거 병자년(1636)과 정축년(1637)에 죽은 소가 얼마나 되는지 묻게 된다. 당시 거의 남아있는 종자가 없어 몽골에서 직접 소를 사온 것이다. 성익 일행은 심양에서 서북쪽으로 16일을 가 오환왕국에 도착했고, 또 3일 만에 내만왕국에 갔다. 거기서 동북으로 4일을 가 도달한 곳이 삭도왕국이었다. 다시 3일 만에 몽호달 왕국에 도달한 뒤, 동쪽의 투사토 왕국과 소토을 왕국을 지나 마침내 수입지 빈토 왕국에 도달하게 된다. 먼저 53마리를 보낸 뒤 소 181마리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무려 6개월간의 대장정이었다. 쉽게 중국에서 수입할 수 있었는데 왜 하필 몽골인지 의문이 들겠지만 당시 청나라에서도 우역이 끊이지 않아 청정지역인 몽골에서 소를 수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를 종자로 해 다시 정상적인 일상이 있었지만 현종, 숙종 때 사람과 가축의 역병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9세기에 들어 이러한 역병이 현저히 줄게 된다. 그야말로 항체이든 몽골소의 영향이든 겨울이 끝날 시점에 출발해 초여름에 조선에 도착한 소는 최상의 상태였던 것이 분명하다. 조선왕조실록에 소의 이상에 대한 보고는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시름하는 지금도 당시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자를 추적하고, 극단적인 봉쇄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데는 K-방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전 미국을 다녀오면서 방호복까지 입은 승무원과 공항의 철저한 검역과는 달리 공항 밖은 이미 역병에서 벗어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팬데믹 이후에도 이제 이전의 자유로움은 다시 누릴 수 없을 것이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농사는 백성의 근본입니다. 우역 후 농사지을 방법이 없으니 앞으로 백성들의 일이 심히 걱정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외침 속에 국난을 극복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줄 차례다.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천자춘추] 식민 적폐 용어의 반 역사성

2차대전 중 왜인들이 미혼 조선 여성을 군창(軍娼)으로 끌고 가 반인륜적 반인도적 상습 성폭행을 자행했다. 이 피해를 본 여성을 종군 위안부라 부르며 매춘행위를 하는 직업여성이란 뜻이다. 여자 근로 정신대는 노동착취를 당한 여성이다. 성 노예란 표현도 쓰고 있으나 일본과 한국에는 노예 제도는 없었다. 이 용어들은 왜인들이 전쟁 중 자행했던 자기들 치부를 감추기 위해 사용했던 자기변명 용어이지 결코 우리의 시각으로 붙여진 이름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식민 적폐 용어를 마치 공식 용어처럼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 용어 선택은 정명론으로 볼 때 문제 인식에서 심각한 차이를 유발한다. 조선시대에는 여종을 어머니로 둔 자식은 종이 되는 종모법으로 인해 여종은 상습적으로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낳은 자식이 재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었기 때문에 장려된 측면이 강하다. 병자호란 중에는 야인에게 포로를 잡혀간 사람을 호로라 하였고 호로자식이라는 멸시의 어원이 되었다. 호란 이후에도 청나라에서는 조선여성을 공물처럼 바치라고 요구했으며 이를 공녀라 했다. 그녀들은 탈출이나 속환으로 고국에 돌아왔지만 반기는 사람은 없고 합법적 이혼의 사유에 해당하여 여승으로 출가하거나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인조는 홍제천에서 침례 의식을 행하면 속죄한다고 선포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정절만 강요당했을 뿐이다. 돌아온 여성을 속환녀(贖還女) 또는 환향녀(還鄕女)라 하였는데 행실이 좋지 않은 여성을 비하하는 말의 어원이 되었다. 1908년 조선총독부는 예인 기생과 매춘 창기(娼妓)로 구분 짓고 허가증을 발급하고 권번(조합)에 소속케 하는 공창 제도를 운영하고 사창도 묵인해 이때부터 집창촌이 형성되었다. 매춘 창기를 다른 말로는 유녀(遊女)라 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1944년 일제는 여자 정신근로령을 공포하고 12세 이상 40세 미만의 배우자가 없는 여성이 군수공장 등에 투입되어 혹독한 노동착취를 당했으며 군 부대 내에는 군창(위안소) 설치하고 유녀를 두었다. 당시 일반 민중들 사이에는 처녀 공출이라 하여 놋쇠 공출이나 징용과 정신대와 함께 같은 의미로 인식하고 있었다. 군창 유녀들은 명백히 군수품으로 간주되었다. 윤미향씨는 지난 30년간 처녀 공출과 군창 유녀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 노예 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 기억 연대라는 요상한 명칭은 왜색 일변도이며 역사 의식과 윤리의식이 동시에 결여된 식민 적폐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진용옥경희대 명예 교수

[천자춘추] 스포츠 연예인 유감

스포츠스타 출신 연예인들이 요즘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다. 천하장사 씨름선수였던 강호동에서 시작된 스포츠연예인들은 스포츠의 패기, 순수함, 현역시절 거둔 실적까지 합쳐져 일반 연예인과는 확연히 다른 스페셜 그룹으로 분류된다. 스포츠뉴스를 장식하던 선망의 대상인 이들이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방송출연 요청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송에서 맹활약하는 서장훈과 현주엽을 보면 기자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에 놀라곤 한다. PD스카우트 0순위, 예능의 블루칩 등 세간의 평가에 고개가 크게 끄덕여진다. 그러나 텔레비전에서 만나는 이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해당 종목 간판선수 출신이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내외 대회를 누볐던 대표 출신이 국민과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다시 스포츠계와 꿈나무들에게 쏟아 부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전문체육 고사 위기다. 학교운동부의 방과 후 훈련 및 대회참가는 완충장치 없이 시행을 권고하는 일방적 체육정책으로 학교운동부 하기 어렵다라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포기자가 늘고 있다. 스포츠클럽이 답이다 생활체육 육성을 통한 전문체육 선수선발등의 주장은 현장의 아우성과 생리를 모르는 교과서적 발상. 독일, 덴마크, 일본 등 스포츠선진국과 우리의 현실, 인프라 구축 주최와 관리자가 엄연히 다르다. 최근 프로농구 전 감독의 전문체육 지도자 변신은 선수들에게 좋은 롤모델이자 울림을 준다. 전주 KCC 전신인 현대에서 농구를 시작한 원 클럽맨 추승균 전 감독이 엘리트 바스켓볼 아카데미를 열었다. 스탭슛 훈련, 기본기 훈련 등 학생선수들을 대상으로 차근차근 원포인트 레슨을 한다. 전문체육 선수뿐 아니라 농구에 관심 있는 선수나 동호인에게도 농구를 제대로 이해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스포츠스타의 변신은 무죄다. 그러나 그 변신이 한국 스포츠를 발전시킬 수 있는 변신이길, 꿈나무를 이끌고 대한민국에 희망을 주는 변신이길 바란다. 계은영고양시 스포츠전문위원, 스포츠산업 박사

[천자춘추] 남북한과 욕금고종

경제적 어려움과 또다시 시작된 여야 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에서 난데없이 북한의 2인자로 알려진 김여정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가 발생하자 바로 압록강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중국의 단동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를 봉쇄하고 북한과 중국 간의 인적, 물적 교류를 차단했다. 코로나가 유입되면 열악한 의료시스템과 경제시스템은 되돌릴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코로나에 따른 봉쇄로 주민들의 경제생활이 어려워졌고 물자가 풍부하다는 평양에서도 배급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여정 담화의 속내를 살펴보면 내부의 어려움을 외부적인 문제로 치환시키는 성동격서의 전술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국익을 위해 어떤 지혜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이성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다 어려움에 닥치면 36계 줄행랑이라는 표현을 곧잘 사용한다. 36계라고 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과 전술을 담아놓은 책이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36계의 제6계인 성동격서라고 한다면 우리도 그 안에 담긴 전술 중의 하나를 찾아 북한에 대응할 수 있다. 상대방을 끝까지 몰아붙여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할 경우 이에 따른 우리 측 손실도 이에 버금갈 것이 틀림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잡았다 놓아주는 전술인 36계 중의 제16계인 욕금고종(欲擒故縱) 전술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욕금고종의 전술은 노자(老子)에서도 나오는데 상대를 잡으려면, 즉 상대를 더 이상 나의 적으로 삼지 않으려면 풀어주라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또 다른 병법서인 귀곡자(鬼谷子)에도 이와 유사한 전술을 언급하고 있다. 잡다(擒)라는 말과 풀어주다(縱)라는 말은 언뜻 보기에는 모순되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잡기 위해 풀어준다라고 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삼국지를 읽다 보면 유비를 보좌하던 제갈량과 남만의 맹획 이야기가 나온다. 제갈량이 중원을 공략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항상 남쪽에 있는 맹획이 문제가 되었다. 제갈량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맹획을 사로잡았다가 풀어주기를 일곱 차례나 반복하였는데 이를 두고 칠종칠금(七縱七擒)이라고 한다. 결국 맹획은 더 이상 촉나라를 괴롭히지 않았고 제갈량은 자신의 의도대로 중원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2018년과 2019년의 남북한 간의 정상회담과 북미 간의 정상회담에서 기대했던 평화의 물줄기가 막혀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미래를 담보하려면 강대강(强對强)의 대치가 아니라 좀 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박기철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천자춘추] 게임하는 아이, 지지해주세요

우리 아이 게임시간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이 불편하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다양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특히 아이들이 있는 학부모들이 피로감을 더 호소하는 것 같다. 매끼 식사와 간식, 온라인 수업과 과제까지 챙기면서 온종일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녹초가 된다고 한다. 대부분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게임 좀 그만 하라고 말리는 엄마와 조금만 더 하겠다는 자녀와의 갈등도 높아진다. 한 학부모가 온라인 수업은 제대로 듣지 않고 많은 시간을 게임만 하는 자녀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그만하게 하는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과연 청소년 자녀에게 게임을 그만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소근육이 발달되는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게임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스스로 진화한다. 그러다 초등학교 저학년만 돼도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웬만한 기능들은 다 알게 된다. 그야말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에서 만큼은 자기주도 학습이 우수하게 선행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자신의 수행능력을 믿는 자기 효능감을 느낄 때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처럼 생각되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때에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 게임인데 그것을 못하게 할 때 행동이 과격해지고 심한 저항으로 자신의 유일한 자율성을 지키려고 한다. 가족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정주행하다 보니 아이들은 숨 쉴 곳이 필요한데 그곳이 온라인이라는 공간이다. 이런 자녀의 답답함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부모자녀 관계를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금이라도 자녀에게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그 결정이 부모의 기준에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지지한다면 자녀는 성장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게임도, 자기 삶도 주도적으로 건강하게 조절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예민해지고 힘든 시기다. 그럴수록 작은 일이라도 자녀에게 자율성을 주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부모의 믿음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윤미정 尹가족치료연구소 소장

[천자춘추] ‘경기꿈의학교’ 미래의 모습

경기꿈의학교란 무엇일까. 많은 독자가 궁금할 것이다. 경기꿈의학교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에 의거 만들어졌으며, 학교 안팎의 학생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참여ㆍ기획ㆍ운영하는 학교 밖 교육활동으로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은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로서 무한히 상상하고, 질문하고 스스로 기획ㆍ도전하고, 성찰하면서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가도록 촉진하고 지원한다. 경기꿈의학교(2천교)는 학생들의 꿈을 실현하고자 예산을 지원해주고 내실있는 운영을 위해 활동 가능한 장소를 제공하면서 마을교육공동체와 협력하여 지속성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과 예산, 평가를 통해 피드백함으로써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사람은 어리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상관없이 꿈을 꾼다. 하지만 꿈을 꾼다고 해서 다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생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행복이 찾아오고 소망이 주어진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가슴이 기쁨으로 차오르기에 외롭거나 우울할 시간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인생은 다양한 과정의 연속이지만 소중한 한가지는 죽는 그 순간까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한가지 꿈을 꾸고 실현하면 어느새 또 다른 꿈이 인간의 가슴을 노크하여 심장을 뛰게 한다. 교육은 학생들이 꿈을 찾아 체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해줘야 한다. 그 마중물이 경기꿈의학교다. 경기꿈의학교는 경기도교육청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꿈의 학교가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확대되기 바란다.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고 또 꿈을 가진 사람에게 반드시 꿈은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은 경기꿈의학교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꿈 찾기, 자기 꿈 체험, 꿈 성장, 꿈 실현, 꿈 진로, 꿈 직업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경기꿈의학교에서 2천여 교의 학생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꿈 키우기 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질적인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학생들의 진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응원한다. 학부모들에게 경기꿈의학교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 많은 학생이 경기꿈의학교를 통해서 꿈 체험교육을 한다면 어릴 때부터 자신의 특기와 소질을 찾아서 계속적인 준비로 학문을 닦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 자신이 꿈꾸던 직업을 갖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여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경기꿈의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꿈이 찾아 꿈 여행을 떠나고 있다. 학생들의 소중한 꿈 찾기 여행 경비를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 어른들이 꿈꿔 왔듯이 아이들도 꿈을 꾸고 있기에 경기꿈의학교가 있다. 정승자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천자춘추] 공연예술의 힘

코로나19 팬데믹이 선포된 지 4개월, 우리는 오늘 하루도 숨 가쁘게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바이러스와의 낯선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각 가장 최신 머리기사 영국, 코로나 19로 인한 고독사 급증을 읽고 불현듯 말 못 할 두려움과 무서움에 또 한 번 등골이 오싹해진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열정과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우리 모두 믿고 있지만 결코 4개월이라는 긴 시간 앞에서 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제2, 제3의 도전 앞에서 우리는 조금씩 몸을 웅크리게 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쟁이 1막을 지나 2막으로 넘어가는 이때, 우리의 자세와 각오도 사뭇 달라져야 한다. 섣불리 승리를 확신하고 방심하는 잘못도 없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적은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비대면 사회에서 자신의 정신 건강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이 곧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를 쓰고 관객 앞에선 공연예술인의 모습에서 필자는 총알이 빗발치는 최전선에 목숨을 건 병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몸부림은 취소된 공연으로 억눌린 예술가의 갈증과 경제적인 어려움의 표현뿐만 아니라, 한 편의 코로나19 의료 행위를 보는 듯하다. 팬데믹 상황 이후 온라인 공연 콘텐츠가 두 배 이상의 성장을 보인 것을 비롯해 자유를 구속당하고 가족과 이웃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한마음으로 노래한 발코니 연주회, 드라이빙 극장, 무관중 공연 중계, 코로나 극복 관련 온라인 공연에 이르기까지 팬데믹 상황 속에서 공연예술의 위대한 가치는 거듭 증명되고 있다. 그러므로 공연예술의 새로운 도전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고립되기 쉬운 비대면 사회 속에서 최소한의 정서적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고, 둘째, 확진자의 증감 소식에 가슴 떨며 공연 취소와 연기가 반복되는 치열한 전선에서 싸우는 공연예술인의 승리가 곧 대한민국의 승리를 알리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송창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교육본부장

[천자춘추] 세대를 잇는 콘텐츠 ‘뉴트로’

코로나19로 언택트 트렌드가 사회적으로 많은 부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콘텐츠진흥원도 인디스땅스아무공연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200개 인디뮤지션 팀의 온라인 공연과 소통을 지원했다. 이처럼 콘텐츠는 뛰어난 온라인 접근성과 감성의 공감성, 사회와의 연결성을 통해 시대의 문화를 향유하는 대표 수단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중 몇 년 사이에 크게 각광받고 있는 뉴트로 콘텐츠를 주목해볼 만 하다. 뉴트로(New-tro)란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이자 신조어이다. 뉴트로와 기존 유행하던 복고, 즉 레트로와의 차이점은 명백하다. 얘기하는 소재는 복고이지만, 이를 새로이 발견하여 재해석하고 소비확산하는 방식은 철저히 2020년의 새로운 언어로 쓰이고 있는 것이 뉴트로인 것이다. 최근에는 음악의 뉴트로 콘텐츠가 큰 화제를 끌고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1970~80년대 활약하던 가수 퀸의 노래와 이야기를 2018년 영화로 재해석하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게시된 90년대 음악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며 SNS를 통해 활발히 소비되었다. 이를 통해 잊혔던 스타는 2020년 TV에 소환되어 그 시절 이상의 인기를 누리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트로트의 경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가 대단하다. 트로트는 그간 복고로만 남아있는 어르신만의 낡은 문화로 평가 절하됐다. 하지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고, 뉴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세대를 잇는 뉴트로 콘텐츠로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옛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 세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능동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SNS를 통해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며 급격하게 확산시킨다. 이는 과거를 향수하는 복고적 레트로를 넘어, 과거를 새롭게 발견하는 뉴트로로의 진화인 것이다. 뉴트로 콘텐츠가 새롭고 참신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폭넓은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트로는 기존 30~50대에 있어서는 과거에 경험해 본 노스텔지어적 향수이자, 1020세대를 공략하는 새로운 놀거리다. 이처럼 뉴트로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콘텐츠이자, 세대를 초월하여 다 함께 즐기는 콘텐츠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만들어가는 경기도 콘텐츠도 뉴트로와 같이 세대와 세대를 잇고, 각계각층을 잇는 문화적 매개체가 되어 공정하고 함께하는 경기도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강동구 경기콘텐츠진흥원 청렴감사실장

[천자춘추] 슬기로운 스마트교육 생활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학교에서 불리는 이 노래는 듣기만 해도 정겹고, 향수를 느끼게 하는 원조 국민동요다. 그런데 이 짧은 노랫말 속에는 그야말로 아날로그 시대의 전형적인 학교 풍경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등교해야 하고(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정해진 교사에게 수업을 받아야 한다(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것이 그것이다. 산업화시대의 교육은 대개가 획일적이었고, 단순했으며, 어찌 보면 KS마크 공산품처럼 규격화되어 있었다. 당시의 교육이 특별히 변화를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변화를 추구하지도 않았고, 요구하지도 않았던 고정관념이 존재했던 시대였다.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은 교실 이데아라는 노래에서 당시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 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밖 외부 환경의 변화는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보화 시대, 디지털 혁명시대, 인공지능의 시대로 사회적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으며, IT 시대는 이제 교육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무료 온라인 강의서비스를 제공하는 칸 아카데미(Khan Academy)가 대표적이다. 초중고교 수준의 수학, 화학, 물리학부터 컴퓨터공학, 금융, 역사, 예술까지 4천여 개의 동영상 강의를 36개 언어로 전 세계 학생과 교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교육이 바야흐로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누구나(anyone) 원하는 수준별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e-러닝(Electronic learning)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해서 교육받을 수 있는 m-러닝(Mobile learning), 여기에 유비쿼터스와 교육을 결합한 u-러닝(Ubiquitous Learning)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장소, 단말에 관계없이 학습자의 상황에 맞게 콘텐츠가 전달되며 미진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쫓아가기도 버거울 정도로 성큼성큼 앞서나가는 지금의 교육환경 변화는 어쩌면 코로나19와 같이 살아가기를 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서 온라인 가정학습이 부각되는 지금, 학부모도 학생도 슬기로운 스마트 교육생활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조광희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장

[천자춘추] 道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자

소비자분쟁이란 제품의 결함이나 소비자의 권리와 관련하여 소비자와 사업자 간에 일어나는 분쟁이다. 소비자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받는다. 피해 처리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분쟁조정을 받게 된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내린 조정 결정에 대해 15일 이내에 양 당사자에게 수락 여부를 확인하는데,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경기도 인구는 1천368만4천129명이다. 소비자상담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전체 상담건수는 72만5천205건이다. 그 중 경기도의 상담건수가 가장 많아 21만9천992건인데 전체의 30.3%를 차지한다. 두 번째인 서울시의 상담건수 15만7천462건(21.7%)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단순히 인구가 많아 상담건수가 많은 것이 아니다. 인구 10만 명당 상담건수도 1천661.6건으로 서울시의 1천618.5건에 앞선 전국 1위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어느 정도 개최됐을까? 2018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방위원회 25회를 포함해 총 103회의 위원회를 개최했다. 일반분쟁조정사건 3천147건 중 지역별로 서울이 1천94건(34.8%)으로 가장 많고, 경기 983건(31.2%), 인천 230건(7.3%) 순이었다. 지방위원회는 부산 7회, 광주 7회, 대구 4회, 대전 4회, 강원 2회, 울산 1회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주로 서울에서 개최되니 경기도는 별도로 개최할 필요가 없는가? 2017년에는 경기도에서 2회를 개최했으니 꼭 그렇지도 않다. 가장 많은 인구와 가장 많은 소비자상담이 접수되는 경기도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 3월 초 경기도가 소비자권익보호를 위해 획기적인 시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결혼예식, 여행계약 등의 취소로 인한 위약금 분쟁에 대해 직접 조정에 나선 것이다. 당시 경기도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에 대해 사회적 갈등 비용과 소송비용 등을 고려할 때 지방정부의 적극적 중재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경기도 공정거래지원센터 내 변호사 등 전문 인력과 조정 전문가인 외부위원 등으로 구성된 조정단이 참여, 조정을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했다. 앞으로 이 시책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상설화하고, 모든 품목에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소비자기본법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재판상 화해의 효력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경기도가 앞장서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역 전문가를 활용해 분쟁조정에 나선다면, 그것이야말로 도민(소비자)이 체감할 수 있는 소비자권익 행정이 될 것이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세상 사람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모든 중생에게 아픔이 남아 있는 한, 제 아픔은 계속될 것입니다. 문병을 온 문수보살에게 유마거사는 답했다. 충격적이었다. 광대한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대중 포교에 힘쓰는 대승불교의 지향을 십분 수긍할 수 있었다. 자신의 구제에만 힘쓰는 소승불교는 왜소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 의해 얼마나 세상이 소란스러워졌던가. 조용히 자신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덕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유마거사의 말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은 퇴색되진 않았다. 그 인상이 다시 불현듯 떠오른 것은 최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노래가사 We Are the World를 이처럼 실감하게 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그런데 하나가 된 세상을 바이러스만 누비지 않는다. 문화 양식, 아이디어 같은 것도 연결된 세상을 누빈다. 오래전 일본의 이지메가 매스컴을 탔을 때 나는 생각했다. 이지메는 지극히 일본적인 것이라 우리와 상관없다. 내가 지낸 학창시절에는 오히려 약자인 친구를 챙겨주지 않았던가. 이지메는 일본의 집단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은 이내 접어야 했다. 우리 사회에도 왕따가 문제 되었기 때문이다. 차별적 인종주의와 침략적 민족주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흑백 갈등과 무관하고 우리는 약소국 연대의 저항적 민족주의이기에, 둘 다 우리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 주위에 그 아류가 가끔 모습을 드러내어 놀라게 했다. 다른 아시아인을 무시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혐오하는 사람을 보지 않는가. 왕따나 아류 인종주의는 강자에 굴종하고 약자와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전염성이 있다. 그 폐해는 바이러스 못지않다. 그런 행위의 결과가 바로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유로 한 중국인에 대한 비난이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났다. 세계시민의 삶은 연결되어 있다. 우한 시민의 건강도, 홍콩 시민의 안녕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은데 내가 안녕할 수 없다. 세상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은데 내가 안녕할 수 없다. 세상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김태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진정한 앎

임정민 콘텐츠 강국의 위상답게 우리나라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송출로 누구보다 빠르고 똑똑하게 살아가고 있다. 문화 소비에 대한 의지도 욕구도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시장 역시 그에 맞춰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외부를 통하지 않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온택트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문화소비시간과 정보, 소식들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준다. 빠르게 많은 콘텐츠가 전해질수록 관심과 호응도가 직접적인 클릭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은 사람들의 눈과 귀에 더 자극적인 전달을 요하는 핵심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짧으면서 알차게, 그리고 손쉽게, 언제 어디서든 쉽게 취할 수 있는 문화소비형태들이 더 자연스럽게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스낵처럼 쉽게 취한다는 스낵컬쳐 콘텐츠를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맞닥뜨리게 된다. 편리함의 이면에는 더 빠르게 핵심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요구하게 되고 지식을 단편화 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며 몇 날 며칠을 읽어야만 숙지할 수 있는 책의 요지들을 단 몇 분만에 또 몇 초 만에 휴대전화기나 영상 매체 등의 핵심만을 보고 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다 알고, 전부를 파악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우리는 현 사태로 인하여 주어진 매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의 올바른 기준이 필요하다. 전달만 받고 실행하지 못하는 지식을 진정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때 필자는 진정한 앎이라 할 수 있는 암묵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철학자이면서 물리학자인 폴리니(Michael polanyi)는 책이나 이론에 의한 명시적인 지식 이외에 개인에게 체화된 암묵적인 지식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하였다. 즉 능동적인 참여과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습득에 의한 체화된 지식, 매체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체험으로 직접 전해지는 지식을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을 보는 방법이나 그림 그리는 표현 방식을 아무리 다양하게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직접 그려보지 않고서는 그림을 그린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눈과 귀와 머리로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단숨에 습득했다는 이유로 모든 지식을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낵컬쳐문화가 저물어가는 시대다. 빠르게 쏟아지는 정보로 자신이 무엇이든 금방 알 수 있다는 관념을 내려놓을 때, 심도있는 앎의 자세가 되어 비로소 우리는 모르고 있던 것에 대해 보이지 않는 것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빠름과 느림이 아닌 자신만의 올바른 기준을 잡는 미학에 대하여 고민해 볼 시기이다. 임정민 수원시인문학자문위원서양화가

[천자춘추]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 친환경 교실

얼마 전 학교 공간 혁신을 위한 촉진자를 모집한다는 경기도교육청의 공고가 있었다. 핵심내용은 미래 교육의 가치를 실현할 학교 공간 구축을 위해 분야별 역량 있는 전문가와 함께 공간혁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미래 교육의 가치를 실현할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미래 교실을 상상해보라고 하면 흔히 첨단기술이 교실 곳곳에 자리 잡은 환경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일부 학교시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첨단기술로 무장한 학교 환경은 학생들을 시청각 자극 위주로 집중하게 하여 청소년기 뇌 발달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한다. 창조적인 인재로 성장해야 할 학생들의 미래 가치를 고려해 보았을 때 미래 교실 조성은 단순히 스마트 기술, 디지털 콘텐츠만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학생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미세먼지가 부각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모든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근본적인 공기 질 관리의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물리적인 설비 기계에 의존해 학생의 건강을 보호하는 정책은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미래 교실의 설계는 어떤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까. 필자는 자연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아직 친환경 교실이란 공인된 용어는 없지만, 미래 교육을 실현할 교실 공간은 친환경 교실로 재구조화돼야 할 것이다. 친환경 교실이란 거창해 보이지만 말 그대로 자연과 함께하는 교실이다. 학생들은 쏟아지는 정보와 디지털 콘텐츠, 그리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에 빠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쳐 있다. 우리가 지친 일상을 자연에서 치유 받고 복귀할 힘을 얻듯이 학생들 또한 교실에서 그러한 치유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식물과 함께하는 교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교실이 필요한 것이다. 자연을 상징하는 숲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이산화탄소를 해소하여 맑은 공기를 발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녹색 식물에 의한 안구 정화 및 심신 안정, 그리고 자연과 조화로울 때 우리의 삶이 온화해진다는 것을 체득할 기회까지 말이다. 숲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에너지이다. 그러한 숲을 교실 속에서 찾고 싶었다. 학생들이 하루 대부분을 생활하는 교실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제는 친환경 교실 구축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조사하고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지만, 미래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면 밟아 나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황교선 송호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이용수 할머니의 눈물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평생 씻지 못할 상처와 한을 가슴에 안고 사는 것은 어떤 아픔과 절망일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인권을 유린당한 그분들의 안타까운 삶을 알리면서 30여년 동안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담대한 용기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이용수 할머니는 2007년 위안부 피해자의 대표로 김군자 할머니와 네덜란드 오헤른 할머니와 함께 미 하원에 증언자로 출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HR121)을 채택하도록 결정적인 공헌을 한 분이다. 2018년 최근까지도 프랑스 상원에서 아직도 당시의 얘기를 이렇게 얘기하는 게 너무 힘들다. 내가 그 역사의 산증인인데 일본이 하는 것을 보면 너무 뻔뻔하다면서 이런 증언은 내 생명과도 같다. 여성인권운동가로 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어야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는 신념과 용기로 증언에 나선 분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국가가 나서지 못할 때, 이 분들의 손을 잡고 일본의 가혹한 폭력과 인권유린, 전쟁의 처참함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알려 온 단체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 단체들과 30여년 간 함께 해온 93세의 이용수 할머니가 눈물을 보였다. 국민들은 왜 할머니가 눈물을 보였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두 번의 기자회견을 전후하여 언론사들의 후속보도를 통해 알려진 정의연과 윤미향 전 이사장을 향한 여러 의혹들은 검찰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기대한다. 한편, 할머니가 지적한 내용의 본질은 인권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로 위안부문제해결의 운동과 지향점을 공감했고 단체는 그 활동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정작 피해자인 분들의 눈물을 뽑는 인권침해가 있었다면 법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책임과 사과가 있어야 마땅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놈이 버느냐, 위안부 할머니를 만두의 고명으로 취급했고, 30년간 이용당했다고 말했고 공개된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자필일기장 사본에도 정대협은 고양이고 위안부 할머니는 생선이라며 정대협에 30년동안 이용당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이면 인권침해라는 맥락에서 국정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그간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대협정의연의 활동과 평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민이 공감하는 시민운동으로써 존립하고자 한다면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의 눈물부터 닦아드려야 한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천자춘추] 경기도형 다기관 협력체계 제안

n번방 사건으로 이슈화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동ㆍ청소년과 같이 상대의 취약성을 악용한 그루밍(groomimg) 성범죄도 두드러진다. 조기발견이 어렵고 신고율도 낮다. 범죄의 양상이 성착취 동영상을 조직적으로 알선하고 유포하는 성착취 카르텔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증거수집이 쉽지 않고 불법성에 대한 참여자들의 인식도 여전히 낮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지자체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중앙정부의 대응방향에 부응하면서도 지역 특성과 조건을 고려하는 촘촘하고 일상적인 대응책들을 구상해볼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핵심 대응 중 하나는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다. 그러려면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실효성 높은 지역사회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 대전, 부산 등 여러 지자체가 자체 대응을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느끼는 가장 큰 불안감은 내가 노출된 영상물이 과연 제대로 삭제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영상물 삭제와 모니터링 외에도 법률의료보호시설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중앙정부와 연계한 통합기구 설립 등 지역 차원의 지원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의 신고포상제와 연계한 지역 내 온라인 시민 감시단 구성도 일상적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IT 기술 진화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인 만큼 지역 내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상시 대응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는 법률, 인권, 의료, IT, 교육 등 다양한 전문영역이 개입된다. 일련의 대응방향을 장기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상시적인 예방 및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도내 공공영역과 민간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족여성연구원에서는 최근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경기도형 다기관 협력체계를 제안한 바 있으며, 현재는 추진체계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경기도 맞춤형 디지털 성범죄 대응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자리 잡아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천자춘추] 또다시 스포츠

코로나로 인해 모든 사회 활동과 경제 활동이 마비된 지금, 따라서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냈던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비할 데 없는 감사함으로 느껴지는 요즘, 우리는 모두 같은 두려움에 빠진 것 같다. 과연 우리가 코로나 이전과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 깊은 두려움의 실체이다. 완벽에 가까운 코로나 대응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고, 곧 종식될 수 있겠구나! 희망을 품어보지만, 그럴 때면 늘 재확산의 공포가 엄습한다. 물샐틈없는 관리와 방역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분들에게 무한 감사를 보내지만, 돌아서면 그와는 별도로 근심 많은 우리의 나약함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우리의 일상에 대한 그리움을 갈구하게 하는 요즘, 우리에게 자그마한 뉴스가 도착했다. 대수롭지 않은 토막 뉴스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해 본다. 지난 5일과 8일,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각각 개막했다. 특히 K리그는 프로축구리그로는 세계 최초의 개막이라고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듯한 두 스포츠의 개막은, 마치 어린이처럼 코로나 이후의 희망을, 마치 어버이와 같은 지난날의 일상에 감사케 한다. 현재 두 리그는 완벽하게 진행되며 세계의 찬사와 관심을 받고 있다. 어느새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겨울 시작된 코로나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은 지도 반년이 넘어간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의 공놀이, 시끌벅적한 경기장에서의 스포츠 관람이 추억으로 아득하게 느껴질 즈음, 새롭게 시작된 스포츠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발견한다. 평범했던 일상으로의 회귀에 가슴이 뛴다. 이 희망은 대학 캠퍼스에서도 발견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시끌벅적한 운동장,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땀 내음. 비록 자발적 참여에 근거한 제한된 수업이지만, 대면 수업 허가 이후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 실기 수업은 무기력한 캠퍼스를 울리는 새 심장과 새 호흡과 같다. 각종 참사와 사건 사고로 우리 사회가 아프고 힘들 때마다, 감동의 눈물로, 승리의 기쁨으로, 묵묵히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했던 스포츠. 그동안 우리와 함께해 왔던 스포츠와의 동행으로부터, 코로나를 넘어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노력과 땀의 무게가 정수인 스포츠, 그 정직함과 성실함이 또다시 우리 사회를 다독인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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