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파주 소령원의 개방을 기대하며

이른 바 효를 통한 효제(孝悌) 정치를 한 사람이 영조 임금이다. 조선 최장의 재위기간 중 수많은 업적을 남긴 그에게도 희대의 비극이 있었다.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일이다.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에는 불안증세 외에 여러 정치적 이유가 함유되어 있다고들 말한다. 영조의 두 가지 콤플렉스 중 하나가 경종 독살설이며, 다른 하나는 모친 숙빈 최씨의 무수리 설이다. 경종 임금이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던 차에 신하들과 나인들이 놀랄 정도로 수라상 위의 감과 게장을 많이 먹었다. 갑자기 복통과 설사로 불과 5일 만에 승하하게 된다. 당시 세제였던 영조가 올린 감이라 흉흉한 소문이 그의 발목을 잡은 일이다. 또 하나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보위에 오른 영조는 제일 먼저 어머니의 위상을 올리게 된다. 모친 추숭에 관한 일이 잘 남아 있는 곳이 청와대 옆 육상궁과 파주의 소령원이다. 육상궁이 혼을 모신 곳이라면 육신이 묻힌 무덤은 소령원이다. 소령원에는 영조와 관련된 다빈치코드가 곳곳에 남아있다. 소령원 비석(표석)에는 숙빈은 내명부 중 최고의 지위였다란 글이 있어 무수리설을 불식시킬 위안이 되었다. 비석의 받침석이 갈라질 때 왕세제의 몸으로 친히 글을 새겨 넣은 것은 특별한 일이다. 더구나 즉위하자마자 모친을 위해 조선에서 가장 큰 신도비를 세우고 제청을 만들어 어머니에 대한 진한 사모곡을 남긴다. 아마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통해 사도세자의 죽음을 가슴에 묻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소령원 논문을 쓴 필자로서는 이 아름다운 효심이 인구에 회자되기를 희망한다. 육상궁이 작년에 개방된 반면 소령원과 바로 옆 수길원은 여전히 비공개로 남아 있다. 이곳은 단지 영조의 효심만이 있는 곳이 아니라 조선 후기 문화의 역량이 한껏 남은 곳이며 궁원의 절차가 여기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단지 주차장과 화장실 등 부속시설의 미비로 비공개로 남아 있는 것은 보완절차를 통해 점진적인 공개로 전환되어야 한다. 석굴암과 문경 봉암사도 석가탄신일만큼은 개방되는 바 소령원 역시 추석 연휴는 예약제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변 부지의 매입으로 제청 복원과 활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콘텐츠는 있되 감동을 주지 못하면 존속은 힘들다. 평생 시묘살이를 하고자 했던 영조의 마음이 누런 홍씨 감이 주렁주렁 열린 추석날 오롯이 가족에게 전달될 날을 기다린다.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천자춘추] 주방화재용 소화기 설치하자

주방에서 조리 중에 식용유에 갑자기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하여 물을 뿌려서 화재를 진압하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은 대단히 위험하다.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거나 오히려 화재가 급격히 확대되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소방청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식용유에 의한 화재는 1천976건, 사상자는 239명, 피해금액은 83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식용유로 인한 주방화재 위험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도 식용유에 의한 화재 시 물로 불을 끄려다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식용유에 의한 주방화재에 필요한 것이 바로 주방화재용 소화기(K급) 이다. Kitchen의 앞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인 만큼 식용유에 의한 주방화재에 효과적이다. K급 소화기는 화재 진압 시 기름의 표면에 순간적으로 유막층을 만들어 산소를 차단하고 식용유의 온도를 낮추어 화염을 차단한다. 만약 식용유 화재 시 K급 소화기가 없다면 불이 붙은 식용유를 뚜껑으로 닫거나 물을 흠뻑 적신 수건으로 화염을 완전히 덮어서 초기진압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화재유형에 따라 소화기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식용유 화재에 안성맞춤인 K급 소화기를 우리의 먹거리 쉼터인 주방에 반드시 설치하여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도록 하자. 지난 2017년 6월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NFSC 101)이 개정되어 음식점, 다중이용업소, 호텔, 기숙사, 노유자시설, 의료시설, 업무시설, 공장, 장례식장, 교육연구시설, 교정 및 군사시설의 주방에는 주방화재용 소화기(K급)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추석 명절 음식장만을 위해 식용유로 튀김요리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성이 높아진 시점이다. 우리가 매일 화기를 사용하는 주방에 주방화재용 소화기를 법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상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지금 당장 설치하고 사용법을 숙지하여 화재안전에 대비하길 바란다. 장정규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아들과 군대 그리고 엄마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은 어느 날 밥상머리에서 엄마 나도 크면 군대 가야 돼? 물으며 굵은 눈물을 떨궜다. 군대에 대한 어린 아들의 막연한 두려움이 언제까지 이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성장한 아들은 담담하게 입대했다. 이 땅의 아들들은 그렇게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바쳐 군 복무에 임한다. 나도 그럴 줄 몰랐는데 아들 군대 보낸 마음은 걱정의 연속인 가시방석이었다. 별별 걱정이 앞섰지만 엄마들 마음이 다 그러겠거니 스스로를 다독였다. 의연한 엄마행세를 해야 아들도 의연하게 군복무를 잘 마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병역 의무가 있는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만2천868명 중 9.9%인 2천520명이, 병역 의무가 있는 직계비속 1만 7천689명 중 4.4%인 785명이 질병 등의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들의 평균 병역면제율은 7.7%로, 일반인 평균 병역 면제율 0.25% 내외의 30배에 이른다. 또한 4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직계비속 현역병 복무자 658명 중 54.1%인 356명이 비전투 특기 및 부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공군은 17.8%, 미8군(카투사)은 5.6%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민은 사회지도층의 병역문제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이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차라리 장관청문회 당시 아픈 아들을 위해 병가연장을 요청했다고 이실직고하고 국민의 비판과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였다면 엄마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추미애 장관의 태도는 엄마로서도 공인으로서도 합당하지 않다. 세상의 어느 엄마가 아들의 병증을 세상이 다 알게 하는가. 보통의 엄마들도 의연한 엄마행세를 하는데 밝혀진 팩트마저 책임을 보좌관에게 떠밀고 국방부 민원실로 전화한 사실도 궤변으로 동문서답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더욱 국민을 분노케 하는 것은 아연실색할 상식 밖의 말과 행동으로 특권과 반칙을 엄호하는 사람들의 독선과 오만이다. 추미애 장관은 서울의 한 공군부대에서 황제복무로 지목되었던 한 병사의 아버지가 유력한 금융그룹의 부회장자리에서 사퇴한 것을 거울로 삼을 일이다.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서 미안해 하는 부모들의 외침이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평범한 순리에 따라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세워지기를 바란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천자춘추] 유엔 ‘SDGs 보고서’와 G20 국가 과제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은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전문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해 2020년 SDGs 보고서(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Report 2020)를 지난 7월 발간했다. 보고서는 잠정적이지만 불충분한 SDGs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동시에 코로나19의 퇴행적 영향에 대해 경고한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완벽하다고 생각되었던 부유한 국가들조차 공중 보건 시스템에 심각한 결점을 드러냈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COVID-19가 유행하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빈곤 퇴치, 의료 보건, 교육 분야 성과가 약화해 계획된 목표의 실현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는 빈곤 종식(SDG 1), 기아 종식과 지속 가능한 농업(SDG 2), 건강과 웰빙(SDG 3),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SDG 8)에 단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쳤고 소득 불평등을 포함해서 여러 형태의 불평등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한다. 경제 활동 감소 탓에 기후위기나 환경 재해 대응도 늦어졌다. 특히 SDGs 7~9 및 11~15 Goal(목표)에 포함된 환경 지속가능성에 관한 목표 달성이 미비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보고서는 글로벌 협력을 위한 5가지 핵심 조치를 제시한다. △모범 사례 및 사례의 신속한 보급 △개발도상국의 자금 조달 메커니즘 강화 △기아 문제 해결 △사회 보장 강화 △신약 및 백신 보급이다. 인간의 욕망, 지속 불가능한 생산과 소비로 인한 삼림 벌채 및 생물 다양성 위협은 새로운 감염병 발생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 보고서는 또한 기후 변화가 여전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2019년은 기록상 두 번째로 더웠다. 해양 산성화는 가속화 되고 있고 육상 생태계 파괴는 계속되고 생명종 다양성이 위험에 처해 있으며 지속 불가능한 소비와 생산 패턴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기에 SDGs를 국가 예산을 포함한 공공 관리 관행 및 절차를 효과적으로 반영한 국가는 거의 없다. 감염병, 기후위기, 기아, 빈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은 이미 존재한다. G20 국가의 규모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G20 국가, OECD 가입국은 SDGs 구현을 위한 정책과 실행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국가 및 글로벌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 위기 대한 조기 경보, 위험 감소 및 관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창언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자문위원

[천자춘추] 최고의 가치를 매겨라

어떤 의사가 아프리카로 의료봉사를 갔다가 한 청년을 알게 됐다. 청년이 사는 마을에는 암소 한두 마리를 주고 신부를 데려오는 풍습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청년은 암소 아홉 마리를 끌고 길을 나섰다. 온 마을이 술렁거렸다. 대단한 신부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그가 도착한 곳은 마을 끝자락 외진 오두막집 앞이었다. 그 집 아가씨도 깜짝 놀랐다. 볼품없는 자신을 보면 아홉 마리로 청혼 받을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곧 미국으로 돌아갔고, 몇 해가 흘렀다. 아프리카에 왔다가 다시 마을을 방문한 의사는 훌륭한 사업가로 자리 잡은 남자를 만났다. 그는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의사는 청혼 뒤가 궁금했는데 마침 남자가 여보! 하고 불렀다. 그때 아리따운 여인이 들어왔다. 너무나 품위 있고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이 남자와 어울리지. 그때 그 여자 말고 다른 신부를 맞이했구나. 그때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때 볼품없던 여인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의사는 내심 놀랐다. 평생을 함께할 그녀에게 저는 최고의 가치를 매겨주고 싶었어요. 암소 아홉 마리는 내 사랑의 최고의 표시였죠. 아내는 그런 내 마음을 받아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내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이 이만큼이나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최고의 신부인데,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한 거죠. 나는 시골사람이고, 아내는 서울사람이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습관도, 식성도 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특히 아내는 말을 할 때 톡톡 쏘아붙인다. 처음엔 아내의 이런 말투가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아내는 톡톡 쏘는 것이 매력이구나를 알게 되면서 날카로운 말투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마음에서 아내가 매력 있는 여자로 변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세계 최고의 아내라는 가치를 매겼다. 나에게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아내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행동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 내 아내는 세계 최고의 아내가 되어 있다. 자녀가 조금 부족해도 너는 세계 최고의 아들이야라고 말해주고, 남편에게도 당신은 세계 최고의 남편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매겨 보라. 분명히 삶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상준 코이인성교육원 대표/국제인성평생교육원 고문

[천자춘추] 구두 가게 사장님

대학에 몸담게 된 것도 횟수로는 12년이나 되어간다. 그동안의 급진적으로 찾아오는 변화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 안에 역동성이 넘쳐 보였다. 그러다 변화의 속도가 내 머리의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타협안을 제시하게 되었다. 굳이 변화를 따라잡을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한번 타협을 하기 시작하니, 그다음부터는 세월의 흐름도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신기한 일이다. 변화에 열정적으로 대응하고, 본인이 속한 조직, 학교, 학과, 학문의 영역에서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할 때는 세월이 그렇게 쏜살같이 느껴지더니만, 마음 한편에 있던 그 자신감과 부담감을 슬며시 내려놓으니 세월의 흐름이 그저 덤덤하다. 본인이 몸담은 학교의 학생들은 공부를 참으로 열심히 하고 다양한 외국어에 올인하는 학생들도 꽤 많다. 하지만 그렇게 책에 파묻혀 대학 생활을 보내느라 정작 글로벌 공통어이자 문화 코드인 스포츠에 문외한인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어디 학생들만의 문제일까. 먼지 날리는 대운동장과 변변찮은 교양체육 수업들. 세월의 변화에는 무덤덤해지더니만, 흙먼지를 뒤집어쓴 학생들을 보는 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오죽하면 글로벌 언어인 스포츠산업을 가르치고자 교양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수년째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 중이지만, 매번 두 시간가량 막히는 길을 운전해서 갈 때면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인가 싶다. 강의하러 서울캠퍼스까지 가면 늘 학교 앞 구두 가게를 들린다. 사장님은 항상 능숙하게 구두를 닦아 주신다. 그리고 나를 놀라게 하는 건 그분의 마지막 서비스다. 항상 맨손으로 구두약을 발라주신다. 그것도 아주 골고루 두 번이나 말이다. 놀라서 여쭤봤다. 왜 구둣솔이나 장갑을 안 쓰시는지. 그런데 이분의 직업관이 놀랍다. 장갑을 끼면 일단 구두 전체에 골고루 약이 안 묻고 깊게 스며들지가 않아서 이틀이면 광을 잃는다고 한다. 그리고 손으로 약을 묻혀 닦는 것을 보면 손님은 더 대접받는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하신다. 이분의 말에 뒤통수가 얼얼해진다. 그리고 받는 돈은 단돈 사천 원. 뭐랄까 참 죄송스러웠다. 변변치 않은 수고비 얼마를 놓고 일어서면서 생각한다. 대학의 사업자 등록증은 비영리 교육 서비스업이다. 고객들인 학생들에게 난 그리고 우리 대학은 저런 감동을, 아니 저와 같은 확고한 직업 철학을 한 번이라도 보여준 적이 있던가. 많은 깨우침과 깨달음이 있는 순간이다. 세월 앞에 두 손 놓고 무덤덤해져 가는 내 모습이 이때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천자춘추] 코로나시대 학교 체육의 방향

준비 없이 닥친 코로나19에 학교는 교실과 시간표라는 전통적 문법의 붕괴 앞에 당황하고 있다. 미래의 학교교육이 어떤 비전을 갖고 어디로 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교육공동체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교육부는 PAPS(학생건강 체력관리 프로그램)를 학교사정에 따라 일단 시행 유보를 허용하기도 했다. 단위학교에서 연초 계획했던 스포츠 활동들은 장기화한 등교중지로 성취기준의 달성이 불분명해졌다. 특히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내 저체력학생(PAPS 기준 4-5등급 비율)이 평균 4~5%임을 고려할 때, 코로나 시대의 저체력 학생의 증가는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벌써 7개월째 접어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 체육, 그 대안이 긴급하고 절실하다. 최근 구리 남양주교육청에서 쌍방향 온라인 수업에 적용될 체육수업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한 것은 학교 체육의 위기에 대안의 모델을 보여준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또 학생 스스로 자신의 체력관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강화형 체력관리시스템을 제안하여 본다.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체력을 스스로 전면 진단할 수 있는 AI 기반 자가 체력진단프로그램개발로 새로운 출발점을 진단하고, 다음으로 개별 성취기준에 접근하여 맞춤형 체육수업 및 자율 체력건강관리형 체육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학생선택중심의 체육교육과정을 통해, 개인별 체육 활동과 성장의 이력관리 등 총체적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코로나시대의 학교 체육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도약하는 발판을 구축하여 학교 체육은 이제 학생과 운동장이라는 대상과 공간의 틀을 초월하여 거실로, 길거리로, 상상의 장소를 탐구함과 동시에 학교 밖 청소년과 학교 이후의 생애 전체를 아우르는 평생 체육교육으로 일신해야 한다. 마을기관에 흩어진 산발적 체육프로그램을 종합 분석하고 생애 주기별 건강 성취기준을 정립하여 학교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할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힘을 발휘할 사람의 잠재력, 우리의 심력과 체력. 우리 모두의 심력과 체력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시대의 체육 교육이 필요하다. 황교선 송호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경기도 농민의 기본소득

농업은 우리 국민 5천여만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전략산업이다. 이에 농민들은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튼실한 농산물 생산에 모든 정성을 다하며 혹여 손해를 본다 해도 이듬해 경운기나 트랙터를 몰고 논과 밭을 헤매며 다시 씨앗을 뿌린다. 농촌은 한 역사와 문명을 창조한 모체이며 대도시의 근원이다. 농민들은 이 거대한 굴레 안에서 농촌을 지키고자 한 눈 한번 팔지 않고 농사에만 열중하고 있다. 농민들에게는 노동조합도 없고 그 흔해 빠진 무슨 연대, 무슨 연맹도 없다. 정치세력과 연계한 몇몇 단체가 있지만 그런 단체를 애써 외면한다. 그래서 파업도 못하고 연가도 없고 병가도 없다. 팔다리가 쑤시고 허리가 아파도, 과다한 노동에 시달려 몸살이 발병해도 아픈 다리 질질 끌며 논밭으로 나간다. 이러한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에서는 농민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한다고 했다. 경기도 내의 약 30만 농민들은 칠년대한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환영했다. 소외받는 농민들의 기본권 보장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위해 농민 1인당 일정액의 지역 화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경기도의회의 해당 상임위원회에서는 예술인 기본 소득과 건설 노동자 기본소득 등 타 직업군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보류되었다는 소식에 기대했던 농민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농민 물론 세간의 학자들은 신석기 시대 이후 인류의 생명줄 역할을 해 온 농업이 타 직종과 비교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일상적인 제조업 등 생산 라인에 있는 노동자들은 파업을 결의하면 자기 자본과 투자금 없이 완성품이 되기 이전 생산을 중단하기 때문에 커다란 손실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추곡수매의 경우, 수확기인 추수를 앞두고서야 정부의 추곡수매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미 투자된 생산 원가와 가격이 맞지 않아도 그리고 손실을 보아도 어쩔 수 없이 정부 수매에 응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류 의견 중 경기도 인구의 3% 내외밖에 안 되는 특정 직군 이라는 이유는 도민을 도시와 농촌을 가르는 갈등의 요인으로 자칫 변질할 우려가 있으며 인구가 적은 농촌은 선거 때 표기되지 않는다는 오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1천360만의 경기도민을 아우르는 도의회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늙은 내 부모와 어려운 환경에서 농촌을 지키는 형제자매들이 한 여름 땡볕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 이번 기회에 농민 기본소득 관련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주길 기대해 본다. 정 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천자춘추] 체육 철학 무시한 지도자 시스템 바꾸자

대한민국의 체육 분야만큼은 수많은 사건 사고에 조용할 날이 없다. 체육인으로 매번 가슴이 저려온다. 원인을 다른 각도에서 찾아봤다. 필자의 개인 의견임을 밝혀 둔다. 대한민국의 여러 전문 영역에는 그 영역을 전문성 있게 다루는 전문가들이 있다. 의사, 검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유치원 교사, 등 이 분야는 해당 자격을 취득한 자격자들이 그 자리에 있다. 더 깊게 살펴보면 철학과 사명감이 투철한 인간의 품성이 녹여진 전문업이다. 길지 않은 시간에 취득되는, 또는 기술로만 취득되는 기술자격과는 다르다. 우린 어떠한가. 최소한 인간의 품성이 함축되고 긴 시간 교육을 통해 그 분야의 철학을 통한 사명감을 키워서 배출시키고 배출된 자원에서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스포츠지도사 자격은 그러한 철학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최소한 전문대 이상의 체육대학에서 기본이 되는 이론과 실기에 스포츠 지도자가 갖춰야 할 철학을 담아 사회로 진출시켜야 한다. 최소 기간이 2년이기도 하고 타 영역과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의 시스템은 앞으로 수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문제 있는 지도자를 몰아내기 전, 자격이 없는 지도자를 배출시키지 말아야 한다. 필자부터 실천해 본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림대학교 스포츠지도과는 대한민국 최초로 입시제도를 바꿨다. 전문인 양성을 위한 2가지 유형으로 입학의 길을 열어놨다. 첫 번째, 일반학생 중 고교 시절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열심히 해서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활동 시간으로 입학한다. 평소에 체육을 사랑하고 즐기는 학생이 앞으로 스포츠 지도자로서 직무의 역량에 적합함을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운동선수 출신이 실적이 아닌 경력으로 입학하는 방법을 열어놨다. 국내 많은 대학이 경기실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물론 특기자를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실적이 없는 선수 학생은 답답함이 많았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선수 경력만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대한체육회 인정 종목 이상의 선수들이 등록되었던 확인서로 서류를 대신 한다. 기타 면접은 스포츠지도자로서 준비되어 있는지를 관심이 있게 살펴본다. 이는 훌륭한 지도자는 인성이 바탕임을 중요 있게 선발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전공을 가르치고 전문성을 심어줘야 하는, 대학교가 가진 철학이기도 하다. 사람을 가르치는 직업은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게. 안을섭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공연·전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직면한 경기예술인 및 단체 피해에 따른 생활 운영자금, 손실자금, 인건비 지원 등 긴급조치가 필요하다. 아직 창작을 지속하기 위한 수익모델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예술가와 일반시민을 연결하는 공간도 막혀 있다. 이에 언제 어디서나 쉽게 공연과 전시를 대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마련하여 예술가인 공급자와 일반시민인 수요자가 능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이 열려야 할 것이다. 이를 담을 그릇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실시하고자 공공기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민간단체에서 해야 할 일들마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것은 예술생태계를 위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하겠다. 민간단체들의 역량을 키우고자 함께 연구하고 협력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 것이다. 공공기관은 인큐베이터의 역할에 충실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과 전시가 새로운 활로를 만들기 위해 지자체는 민간예술단체에서 예술인들의 안정적 창작활동 및 수입증대를 위해서 온라인 매칭 플랫폼서비스를 개설하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이를 통해 창작품의 홍보, 전시, 판매는 물론이고 예술인의 경험을 시민예술교육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2011년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긴 채 한 예술인이 외롭게 세상을 떠나 이 일을 계기로 예술가의 지위보장과 삶의 보호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고 예술인 권익보호와 복지정책을 위한 예술인 복지법, 예술인고용보험법이 통과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으며, 경기도를 중심으로 예술인 기본소득 등이 활발한 논의와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문화예술인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민간예술단체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협업체제를 강조하기 위해 법적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 예술인의 권익증진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문화예술계의 자립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 나아가 예술인의 경력단절을 막고 수익구조를 확대하려면 매칭서비스 플랫폼이 시급히 설계되어야 하겠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자 온라인 공간과 함께 오프라인에서의 공연과 전시가 더욱 활성화되어 문화강국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용수 한국예총경기도연합회 회장

[천자춘추] 남성 육아 3만명 시대를 앞두고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33년,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된 지 15년이 되는 해다. 남성 육아휴직이 2011년에는 1천403명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이 약 24%로 네 명 중 한 명 꼴이다. 자녀는 남녀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공동 육아문화가 확산 되는 것 같아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느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아빠의 휴직은 육아휴직이기 때문에 아이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내용이 포함된다. 예전의 아빠들은 지금보다 노동시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놀 시간이 없었다. 최초 육아 휴직제를 도입한 스웨덴 워킹 대디들의 육아시간은 300분(5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 아빠들의 육아시간은 아직도 평균 6분이란다. 이제 상황이 좀 나아졌으니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자. 잘 놀아봐야 노는 방법을 안다. 우리 아빠들의 아빠는 잘 놀아주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아빠들이 아이와 잘 놀고 싶은 욕구는 높으나 잘 노는 방법을 잘 몰라 힘들어한다. 올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라떼파파, 아빠하이 등 아빠의 육아참여 활동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아이와 노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안내하고 격려하는 놀이 활동 1천인의 아빠단에 경기도 아빠들 1천700여명이 신청한 것은 그만큼 아이들과 잘 놀고 싶은 아빠가 많다는 이야기다. 요즘처럼 실내에서 가족끼리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아빠와 몸으로 즐기는 놀이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아이와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겠다. 몸놀이를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은 핸드폰으로부터 가족 건강을 지키는데 일조할 것으로도 예견된다. 올해 새롭게 시도한 남성 육아참여 사업은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 문화를 확산시키기도 했지만, 아빠들끼리의 활발한 소모임 활동 등을 보면서 아빠들의 육아 활동이 마을 공동체 문화로 퍼져 나갈 수 있는 희망이 보였다. 민들레 홀씨가 널리 퍼져 나가듯,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육아를 함께하는 친구와 이웃을 만드는 일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퍼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이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라떼파파 캠페인을 이끌면서 육아하는 아빠들에게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육아참여의 기회를 줄 수 있었던 뿌듯함이 느껴지는 사업이었다. 아빠들이 놀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자신감과 성취감은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정정옥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천자춘추] 인구주택총조사를 기다리는 이유

매년 이맘때쯤이면 추석 귀경표를 구하려는 시민들의 긴 줄이 뉴스를 장식했다. 도시화가 가속화 되고 자동차가 집집마다 보급되어도 그 긴 줄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철도공사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서 추석 열차 예매를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온라인에 익숙한 사람들이나 자기 차량이 있으면 걱정이 없겠지만 취약계층에게는 꽉 막힌 귀성길이 벌써 시작된 것 같다. 여전히 학업이나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인구의 50퍼센트를 넘어섰다. 한편에서는 지역균형 발전을 해치는 수도권 집중을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메트로폴리탄의 인구 집적 효과가 혁신 성장의 추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가구원 수와 인구구조이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2천89만 가구 중에 58.1%가 1인 또는 2인 가구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구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중은 15.5%로 그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진건의 소설 고향에 이런 구절이 있다.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동양척식주식회사에 고향을 빼앗긴 농민들의 울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 구절이 낯설지가 않다. 앞으로 10년 아니 코로나19 이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통계를 통해서 그 미래를 전망해 볼 수는 있다.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행정자료를 활용한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집계한 것이다. 다음 달이면 5년마다 한 번씩 시행하는 현장조사 방식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된다. 통계청은 좀 더 세분된 현장조사를 통해서 정확한 통계를 만들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노후를 대비하고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사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언택트 시대 도서관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점령한 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도서관도 예외일 수는 없다.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일시적 폐관공고가 이어지고 있다. 도서관은 우리 사회가 안은 현안들을 풀어가는 기반시설로서의 역할이 많이 논의됐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이라는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사회의 복원이 필요하고 일과 학습과 여가가 병행해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또한 개인과 시민,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가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도서관이 지역공동체의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쉽게 이해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에서도 도서관의 이러한 역할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도 도서관별로 택배도서관, 슈퍼마켓도서관, 주차장도서관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어떻게든 사람 간 접촉은 최소화하면서도 책을 매개로 한 연결기능을 최대한 살려가겠다는 노력으로 보인다. 도서관은 시설중심이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카페보다 더 안락하고 편안한 여가 공간이어야 한다. 공동체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함께 만나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어야 한다. 다양한 시민들이 만나서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공공성 실현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그동안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게 지적됐다.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회문화 발전과 공동체를 복원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관점이다. 언택트 시대에도 도서관의 생동적인 역할은 배제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과 기술적 활용방안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언택트시대에는 도서관에 종이책이 줄어들고 전자책이나 오디오 북, 비디오 영상자료가 늘어날 것이다. 디지털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가는 혁신센터로의 기능을 기대하기도 한다. 온라인을 통한 플랫폼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한 공감도가 크다. 언제나 위기는 기회다. 도서관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김동근 경기도 전 행정2부지사

[천자춘추] 18세 선거권 정착 위한 교육체계 필요

지난 4월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코로나19 확산 속 치러진 점과 함께 만 18세 유권자가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9세 이상부터 투표권을 부여했으나 지난 2019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만 18세 이상으로 투표권 취득 연령이 하향 조정됐다. 청소년 유권자의 첫 선거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온라인 18세 유권자 선거 정보 페이지를 신설하고 18세 선거권 홍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청소년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장려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됨에 따라 청소년 대상 직접적인 정보 전달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또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적인 신분증이 아닌 학생증을 지참하고 투표장에 방문하여 돌려보낸 사례가 발생했다. 선거를 불과 석 달 앞두고 법이 개정됨에 따라 청소년에 대한 정치 참여 교육과 안내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유권자의 첫 투표 실시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생된 상황에서 앞으로 청소년들의 올바른 정치 참여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청소년을 동일한 시민으로서 인정하고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였다면 그 권리를 정당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 또한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이다. 수원시에서는 청소년 대상 정치교육을 위해 청소년의회, 경기 꿈의학교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재단에서는 청소년의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민주시민교육 및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투표권 하향 시기에 맞춰 재단 내의 청소년 자치기구 및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권ㆍ정치교육을 실시하고 선거 운동 및 모의 투표 경험을 통해 직접 대표 청소년을 선발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청소년 참여 위원회를 운영하며 수원시 청소년 정책을 개발 및 제안하고 청소년운영위원회를 운영하며 청소년 수련 시설 및 프로그램 모니터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18세 선거권 하향 이후 교육감선거권 16세 하향, 피선거권 18세 하향 등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위한 더욱 큰 목소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흐름 가운데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고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 양성 실현을 위해 학교 및 지역 사회의 다양한 정책적 준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홍사준수원시청소년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통합의 아이콘, 삼선생

답사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른 바 퇴계 이황선생이 남인의 종주고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선생은 서인의 영수냐는 질문이다. 인문학과 철학의 영역을 딱히 한마디로 요약하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분의 의도대로 퇴계 선생이 남인의 영수라는 가정하에서도 그 대(代)에서 남서인의 양분이 없었다면 퇴계 역시 서인의 스승이 되는 것이다. 실상 노론, 소론, 남, 서인의 뿌리는 율곡의 대를 지나 김장생에서부터 태생하여 송시열 때 극에 달한다. 소위 예학의 뿌리를 둔 예송논쟁이 효종의 죽음을 두고 왕대비가 일 년 상복을 입어야 할지, 삼 년 상복을 입어야 할지 논쟁을 벌인 것을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옷의 문제가 아니라 인조의 장자인 소현세자로 이어지느냐, 차자 효종으로 이어지느냐는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중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탕평책의 원조격인 사람이 바로 박세채다. 그는 서인과의 교유로 송시열의 손자가 그의 사위가 된다. 이런 그가 삼선생 유서를 짓고 파주에 우거한다. 여기에서 삼선생 유서는 퇴계의 성학십도, 율곡의 격몽요결, 우계의 위학지방을 합편한 책을 말한다. 왜 하필 이때 삼선생의 책을 지었을까. 짐작건대 극심한 당쟁으로 환국이란 죽음의 정치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몇 해 후 그의 인척 박세당의 아들 박태보가 장희빈 아들의 원자 호를 정하는 것을 반대해 죽고, 남인 윤휴는 사문난적으로 몰려 엉뚱한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사문난적이라 함은 유학의 근원을 어지럽히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지목한 말이다. 그야말로 주관적이며 잣대도 없는 언어도단이 난무했다. 당시 박세채가 파주에서 삼선생유서를 편집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삼 선생과 관련한 한 기의 비석이 남아 있다. 우계 성혼선생 묘역 입구에 있는 청송 성수침 묘갈은 이이가 행장을 기술하고 퇴계가 묘갈을 쓴 귀한 비석이다. 당시 문인 중 많은 사람이 당파와 지역을 막론해 퇴계를 흠모하고 존경해 온 것은 역대의 문장을 통해 알려진 일이다. 퇴계 이황선생이 파주의 선비 성수침의 묘갈을 적은 것은 그를 조광조로 이어진 성리학의 도학적 계보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조선 도학자의 걸출한 인물인 퇴계, 율곡, 우계 삼선생이 청송의 비석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명분론과 의리론 사이에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 지금 17세기 지식인이 삼선생유서를 편집한 것은 시대를 초월해 매우 의미 있다. 문묘에 종사된 삼인이 청송을 통해 의기투합한 사실은 자못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이다. 남을 공경하면 자신도 존경받는 법, 그 역시 문묘란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된다. 탕평책이란 예나 지금이나 묘수인 셈이다. 차문성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천자춘추] ‘귀 명창’을 살려내자

미스터 트롯이 가요계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공연의 측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함성을 지르지 못하게 하고 떼 창은 금지된다.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거리 두기로 관객들은 반으로 줄고 팬들은 단순 박수기로만 존재하게 된다. 사전 방역 조치 비용이 증가하여 기획사에는 수입이 줄고 트로트 가수들 공연 수입도 따라서 줄게 된다. 이는 트로트 인재들에게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극복하는 노력으로 BTS는 대형 극장에서 대면과 비 대면 관람자를 구분하여 관람료에 차이를 두면서 12만5천명을 동원해 2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다. 하지만 이런 공연 실황 방송은 임장감이 부족하고 광 팬이 내지르는 소리는 효과음으로 처리하여 실재감이 떨어진다. 그나마 코로나 상황에서는 이런 혼성 편성마저 무기한 연기상태다. 트로트가 종래 노장층의 전유물에서 혁신적 탈피를 통해 청소년층으로 확산되어 전 국민적 가요로 확산된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소리공연에서는 고수와 명창이 주도하지만 제3의 귀 명창이 존재한다. 고수는 지휘와 박자로 공연을 주도해 첫째로 친다. 창자는 소리에 발림과 너스레를 더해 온몸으로 연기하지만 둘째 서열이다. 귀 명창은 제3의 공연자로 뒷소리와 뒷 발림을 추임새로 화답하는 존재이다. 이에 비해 서양공연에서는 귀 명창의 존재는 무시되고 오히려 잡음으로 간주한다. 공연 때 숨을 죽이며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실황 방송에서는 환호성은 환청으로 처리하는데 이런 처지에서 결코 귀 명창의 대우일 수는 없다. 귀 명창은 우리 소리문화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201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말하는 이와 듣는 이는 서로 공조하면서 뇌파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가수와 팬 사이에 팬심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뇌파 공조의 결과일 것이다. 이어서 뇌파 언어를 음성언어로 바꾸어 주는 방법도 개발됐는데 이는 원방 감응이 스마트폰으로 소통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코로나 사태로 공연상황도 많은 변혁이 왔지만, 우리의 소리문화 전통과 첨단기술이 만나면 해법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진용옥경희대 명예교수

[천자춘추] 공공체육시설의 언택트 운영

올 초 시작된 코로나19가 동거태세를 갖추고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혼자 놀기가 생활화 돼가는 요즘, 여러 명이 있는 밀폐된 공간은 불편하고 덜컥 겁부터 난다. 스포츠계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언택트(Untact)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홈트레이닝 기구가 코로나 초기에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집에서 화상을 보며 간단한 도구를 갖고 할 수 있는 근육운동이 주류다. 그러나 생활 속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반복되고 코로나상황이 일상이 되자 해외에서는 공공시설을 활용, 언택트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구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돔 모양의 공간에서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는 기구가 등장했는가 하면 박스형태의 공간에 들어가 1인 피트니스를 하는 도구도 소개돼 관심을 끌었다. 또 상하좌우를 차단, 완벽한 1인 러닝이 가능한 머신도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미로형태의 1인 러닝코스도 개발됐다. 그러나 한국은 공공체육시설의 개방과 폐쇄에만 집착하는 듯하다. 국내 공공체육시설의 관리주체는 대부분이 지자체다. 전국 총 4천974개(2000년 문체부) 가운데 4천941개(99.3%)가 지자체 관리다. 정부방침이 나오면 일사불란하게 문을 닫는다.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라는 문구는 잊었다. 입시를 준비하거나 대회출전을 목표로 하는 체육전공 학생을 위한 개방과 방역대책 고민은 없어 보인다. 관리자들은 기시미 이치로의 심리학책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신념으로 삼았을까. 그러는 사이 전문체육학생이나 일반인들은 평소의 3~4배를 요구하거나 집에서 2~3시간을 가야 하는 사설 체육시설로 발길을 옮긴다. 문체부나 대한체육회에서는 코로나상황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전문체육 전공자들을 위해 어떤 시설개방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1인 운동방법을 공공체육시설에서 도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사설 체육시설을 찾아 고난의 행군을 가야만 한다. 코로나19 상황의 답답함보다 언택트 시대에 대비하는 체육계의 기민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곧 2021년도 본예산 편성이 시작된다. 지금이라도 공공체육시설의 언택트 운영을 위해 국내외 사례를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계획을 잡고 예산편성을 기대한다. 국민건강도 잡고 국내 스포츠산업도 육성하고 일거양득 아닌가. 계은영 고양시 체육전문위원/스포츠산업학 박사

[천자춘추] 미래를 대비하자

강한 비로 땅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 고마운 자연의 힘과 지구창조의 원리를 느낀다. 사람에 대해 말한다면 청소년 등 젊은이들은 교육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교육은 신의 명령이며, 인간이 그렇게 할 때 우리 세대의 가장 강한 연결고리가 되고 창조하고 성장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배움이 삶과의 연결을 잘 짓고 교육이 자신과 인류를 위한 길임을 일찍이 인식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훌륭하다고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 어떤 분야의 선구자도 될 수 있다. 본인이 생각한 이상적인 것을 실현하고자 할 때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대다수 사람들은 미래의 어떤 변화를 실감하지도 않고 깊이 사유하지도 않는다. 지금 현실성이 없으면 끝이다. 왜 그런 것을 하려고 하는지 때론 방해를 놓기도 한다. 하지만 선구자들은 현실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미래를 대비하여 극복하면서 실현하는 것을 본다. 예로 선진 의료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접목시켜 지금은 최고의 의료혜택을 보고 있다. 숨어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 사람들이 있다. 진정한 교육의 힘이고 참교육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많은 교육을 받은 자가 탐욕스럽고 나약한 자를 짓밟고 무시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한편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나쁜 일을 많이 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보고 학교 교육이 인성교육보다 지식교육에 치중해서라고 쉽게 말한다. 그런데 이런 말이 다 틀린 건 아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다. 사람의 인성은 아주 다양하게 형성되기에 학교 교육이 전적으로 한 인간의 인격을 만든다고 볼 수 없다. 사회적인 현상과 한 사람의 인성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들이 종합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하튼 훌륭한 교육을 통해 한 인간이 변화되고 발전되어 나아가 인류를 변화시킨다면 진정한 교육의 효과라고 보는데 크게 잘못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재와 미래의 기후변화, 자연재해나 역병 등 어쩌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영역에 대해 앉아서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를 신뢰하고 늘 해결하고자 발을 내딛고, 올바른 길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할 때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방법으로 해결되리라 믿는다. 자연은 본래의 아름다운 상태로 되돌리고자 노력하고, 인류(인간)에게는 인류애(인간애)를 가지고 소중하게 대한다면 미래는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정승자곡반초등학교 교장 시인

[천자춘추] 부부의 차이는 당연한 차이

제 얘기를 들어만 달라고 하는데 남편은 자꾸 해결을 해주려고 해요., 아내는 문제가 일어나면 너무 감정적으로 처리하려고 해서 답답해요. 갈등을 겪고 있는 다수의 부부가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하려 하기 때문에 상대가 이해되지 않고 답답한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개개인의 성격과 기질, 성별, 환경적인 차이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일반적인 남녀차이를 살펴보면 남자는 좌뇌가 발달해서 목표지향적이며 수리, 공간지각, 분석적 사고가 발달한 편이다. 또한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때 남자의 뇌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적게 분비되어 여자보다 더 많은 분노와 회피, 감정억제, 강압적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반대로 여자는 주로 우뇌가 발달해 관계 지향적이고 공감적이며 청각, 촉각이 발달해 통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우수한 편이다. 따라서 부부싸움을 할 경우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여자는 감정적 지지와 공감적인 대화를 선호하는 동시에 평소에 많은 정보를 저장해두고 있다가 갈등이 생기면 예전의 기억을 소환해서 상황을 더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남자의 뇌 시상하부에는 성적 충동에 할애된 공간이 여자의 뇌보다 2.5배나 크다고 한다. 남성은 육체적 만족을 추구하고 성적인 욕구를 통해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다. 반면에 여성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 성적 욕구를 가진다. 또한 남자는 하루에 약 2천~4천 개 단어 정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반면 여자는 하루에 약 6천~8천 개 단어까지 사용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를 충분히 하면 뇌의 혈류량이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남자의 3배 이상 이야기를 해야 만족스러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가정을 가꾸어 나간다.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는 사건들을 겪으며 갈등이라는 부정적 고리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잦다. 하지만 부부의 차이를 당연한 차이로 받아들이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다름이라는 사실이 결혼생활에 긍정적 연결 고리가 되어 서로 더욱 사랑하는 행복한 부부가 되지 않을까. 윤미정尹가족치료연구소 소장

[천자춘추] 중국, 공공의 적이 되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수십 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국제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세계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한국의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의 기업들이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런 중국이 왜 공공의 적이 되었을까. 살펴보면 공공의 적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 충분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유창한 거짓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쉽게 거짓말을 한다. 둘째는 타인에게 해악을 가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셋째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이다. 그리고 그 이기주의에는 타인의 것을 빼앗아 오는 것이 허용된다. 이 세 가지 기준에서 현재의 중국을 바라보면 왜 중국이 공공의 적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코로나19는 중국이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나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거짓말이다. 중국이 발병 사실과 진실을 감추는 바람에 세계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팬데믹으로 확산된 것이다. 사람들이 중국 정부를 공공의 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발병이 아니라 거짓말이다. 둘째는 중국 정부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면서 이웃 국가들에 보이는 패권적인 팽창정책이다. 남중국해의 서사군도나 남사군도의 경우 중국 본토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자원과 해상로에 대한 확보를 목적으로 자신의 영토라고 생떼를 쓴다. 심지어는 군사적 행동과 시위도 불사하여 이웃 국가들의 불안감과 원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힘을 기초로 타인에 대한 압박을 일삼는 것이 중국을 깡패국가로 보이게 한다. 셋째는 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거리낌없는 모방과 탈취다. 오늘 새로운 제품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 일주일 이내에 그와 유사한 제품이 시장에 등장한다. 타인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을 너무 쉽게 죄책감 없이 훔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 중국이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우리와 인접한 중국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정책을 펼칠 때 좋은 이웃으로 서로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현재 지도부가 자신들이 왜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성찰과 검토가 필요하다. 박기철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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