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관노와 여비, 성 노리개 대상 아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알려지면서(?), 고소인을 상대로 무자비한 언어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이런 수많은 2차 가해 사례 중 가장 악질적이고 저급한 경우가 이순신 장군의 관노와 잠자리이다. 클리앙의 한 유저는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라며 고소인을 신분제 사회의 노비로 여기고 성추행 의혹을 정당화하는 듯한 모욕적 발언을 했다. 조선시대 노비는 남종과 여종으로 구분하며 소유에 따라 사노와 관노로 구분했다. 관노는 관아에서 허드렛일에 종사했으나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었다. 그런데 수군절도사가 관노(남종)와 사통했다고 하다니. 관노 장사정(張士貞)은 연산현감 충민공을 좇아 출군했다가 현감이 활을 맞고 쓰러지자 그의 시신을 안고 통곡하며 곁을 떠나지 않다가 자신도 활에 맞아 죽었다. 시신을 수습해보니 현감을 안고 쓰러져 있었다. 그의 처 말종은 시집온 지 3개월 만에 남편을 잃고 자결했다. 이들을 연산 삼절이라 칭송했다. 또 같은 전투에서 사노 옥동과 기별은 경주 최 부잣집 중시조 정무공 최진립 장군을 따라 출군했다. 주인이 충신이 되려 하는데 충노가 없을쏘냐.라며 따라 순절했다. 그의 조카 기별은 경주 본가에 소식을 전하고 자진했다 한다. 경주 최 부자 집 불 천위 제사에서는 지금도 사노 두 분을 함께 제사 지내고 있다 한다. 클리앙 유저에게 묻겠다. 네가 감히 이런 선비정신을 아느냐 이순신 장군은 왜 죽음을 알라지 말라고 유언했는지를 네가 아느냐. 정무공께서는 수지 전투에서 왜 이곳이 나의 무덤이라고 말했는지 너는 아느냐. 임전무퇴의 무신 선비들의 사생관 때문임을 아는가 모르는가. 무신들이 전투에서 죽는 걸 가장 큰 가치로 여겼기에 전쟁이 있고 나서야 우리는 무신 선비가 나오게 된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것이냐. 왜 무신 선비를 들 먹이는 건가. 항일 독립 하얼빈 의전에서 안응칠 장군은 장렬히 순국했으며 내가 후퇴하거든 나를 쏘아라. 외쳤던 다부동 전투의 영웅 백선엽 장군도 모두 무신 선비 정신의 4절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노비 4분도 자기 본분에 충실 했으므로 충노선비라 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 알량한 지식에 더하여 창기와 유녀, 예기 사노와 관노, 여종과 남종을 구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걸 모르고서 장군과 관노의 잠자리 운운하면 쓰겠는가. 왜군 부대 내에 군창을 설치하고 창기를 강제 동원한 사례를 두고 정신대니, 위안부 같은 왜색 식민 잔폐 용어를 사용하는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진용옥경희대 명예 교수

[천자춘추] 원칙과 융통성

칼날의 양면이다. 원칙과 융통성. 원칙도 중요하고 융통성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두 개가 서로 다르지만 하나로 움직여야 시너지를 발휘한다. 법정스님은 자에는 표준이 아니라 탄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칙은 굳건히 지키되 그때그때 발생하는 변수를 고려해 일 처리 해야 현명하다는 얘기. 굳어 있으면 발전이 안 된다. 업무를 처리하면서 매일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이는 나의 일 처리 기준이기도 하다. 매번 새기며 순간순간 요구받는 결정의 순간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요즘, 원칙과 융통성은 더욱 중요하다. 실내외 공공체육시설의 개방과 폐쇄. 무조건 막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개방을 전제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감염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고양시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지난 19일 발표한 수도권방역 강화조치 조정에 따라 공공체육시설은 옥외 22일, 실내 24일 개방했다. 수영장 등 실내체육시설의 일일 입장인원은 정원의 30%로 제한하고 실내빙상장은 고양시청 직장운동부, 학교운동부 등 전문체육 선수부터 개방한다는 것.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1박에 15만 원을 호가하는 높은 숙박료와 여비규정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공무원의 숙박비는 지역에 따라 5만~7만 원. 평창의 높은 숙박료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그렇다고 사비를 들여 보충할 수도 없는 상황. 담당부서와 여러 차례 협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NO. 규정이 없어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출장일수를 늘리고 여러 명이 한방에서 자는 것으로 겨우겨우 맞추기는 했지만, 쓴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원칙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표준이며 지켜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절댓값을 갖는 영구불변의 금과옥조는 아니다. 원칙과 융통성을 잘 활용하면 합리적인 운영으로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잘못 해석하면 편법이 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공공체육시설 개방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원칙과 융통성을 생각해 본다. 계은영 고양시 체육전문위원/스포츠산업학 박사

[천자춘추] 지금 교실은

코로나19 상황 속 더 나은 학습을 위한 지금의 교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글을 쓰고자 생각한다. 매년 학교는 학기가 끝날 때마다 성찰의 과정과 앞으로의 청사진을 공유한다. 초등학교(학교마다 상황은 다름)를 탐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과 등교수업 운영 평가와 성찰 및 공유를 통한 2학기 교육과정 운영의 질 향상을 위하여 교육과정 워크숍을 실시했다. 이번 워크숍은 생활 속 거리 두기 실천으로 줌을 활용해 2시간30분 동안 총 3부로 운영됐다. 학생들에게는 1학기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에 관련된 설문을 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2학기 교육과정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1부에서는 온라인상에서 맑은 무리 교사 협의회(전체 교원 37명) 개회식을 하고 곧바로 소회의실(소그룹을 지칭)에 입장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1학기 교사들 간의 대면 시간이 부족하고 학년 간 소통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1반, 2반, 3반, 4반, 비담임 교사로 5개의 소회의실을 만들어 1학기 교육과정 온라인 수업 운영에서의 각 학년의 실태, 운영 현황, 문제점 및 개선점 등 다양한 의견을 다른 학년과 30분 동안 공유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2부에서는 본교 수석선생님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변화와 교사의 역할과 2학기 원격수업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원격수업의 방향에 대해 연수해 주셨다. 교무부장님께서 온라인 수업을 위한 콘텐츠 활용이란 주제로 원격수업에서의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에 유용한 구글(Google) 드라이브, 패들렛(padlet), 멘티미터(Mentimeter)를 교수학습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실습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3부에서는 동 학년 선생님들과 온라인 상의 소회의실에 모여 2학기 원격수업의 장기화에 대비해 다른 학년에서 공유한 내용과 앞선 연수 내용을 더하여 학년별 2학기 원격수업 방향을 나타내는 키워드를 하나씩 선정하여 전체가 공유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렇게 학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모든 교사들은 몸부림치면서 헤쳐나가고 있었다. 교사들은 현재까지의 수업에서의 짚고 갈 일은 학생들과의 피드백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수업을 이해하고 있는지 학생들의 수준을 교사는 알아보고 거기에 따른 대처방안(쌍방향)을 모색 중이다. 주말도 없이 수업준비를 하는 한국의 모든 교사들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내고 싶고 역시 저력 있고 세계적인 수준의 교사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2학기 학생들의 전면등교가 어렵다면 현재의 단방향을 보완할 쌍방향 수업을 일부분 준비하여 한발 진일보하는 온오프라인 수업이 되기를 바란다. 정승자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천자춘추] 자기돌봄과 휴식

얼마 전 상담한 가족이 있다. 아들은 게임과 친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교 2학년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 이외에는 외출이 금지됐다. 아들은 지치고 답답하다. 서서히 친구들과 약속을 하고 노래방에 가고 피시방으로 간다. 엄마는 이런 아들이 걱정되고 불안하다. 엄마는 외출하려는 아들과 매일 싸운다. 이제는 불안을 떠나 무기력해진다. 아빠 또한 직장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인해 직원들과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거리감도 생겼다. 가정에서는 아들과 아내의 다툼을 보는 것에 힘들다. 아빠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편하지가 않다. 아내는 아들과의 싸움에 방관하고 있는 남편이 야속하고 서운하다. 가족 모두 예민해지고 무기력해진다. 가족들 간의 일상이 코로나에 연결되어 정서적신체적으로 소진되는 번 아웃 증상을 보이고 있다. 번 아웃 증상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정서적 증상으로 극심한 피로감과 불안, 무기력, 우울, 의욕상실, 자기회의, 좌절 등이 나타나고 신체적으로는 면역력 저하, 불면증, 식욕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 밖에도 인간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업무능률저하가 뒤따르며 전반적으로 열정이 떨어져 자기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이 번 아웃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좋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명상, 여행, 취미활동, 대화, 심리상담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회복시켜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돌보면서 긍정적 활동을 하다 보면 회복탄력성과 함께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그동안의 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인지재구조화가 일어난다. 7월 말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가족과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반드시 무엇인가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서로 취향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진정한 휴가를 보내는 건 어떨까. 윤미정尹가족치료연구소 소장

[천자춘추] 코로나와 공존하는 법

집 밖을 나가보면 길거리 어디서나 하얀 마스크와 검은 마스크가 행인들의 얼굴을 감싸고 있다. 이제 마스크가 없으면 대중시설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주머니나 가방에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공포의 코로나는 대륙과 대양을 넘어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으로 지구촌 곳곳을 유린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인류의 경제 활동의 정지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간극을 더욱 크게 벌려놓았고 한국은 다른 나라와 같이 재난 지원금을 마중물로 지급하여 경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하반기가 되면 본격적인 코로나로 인한 기업의 도산, 자영업자의 폐업, 실직 등 상상하기 싫은 피해가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 학계는 코로나에 대한 대책을 위해 다양한 의견들을 분출시키고 활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란 제목의 세미나와 정책들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그 내용을 보면 코로나 이후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늘어놓고 있다. 그럼 언제 코로나가 종식되고 포스트 코로나 시기로 접어들 수 있을까. 아쉽게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코로나의 종식은 아직도 요원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부나 학계에서 마치 코로나가 금방 끝날 것처럼 벌써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정부 정책의 중심에는 코로나와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적과의 동침이나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당분간은 코로나와 함께를 전제로 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의 기간에 인류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 것인가. 첫째, 인류는 역사적으로 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해 온 지구 생명체의 한 종(種)으로 생존에 대한 확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 이미 진입한 4차 산업의 기술과 초연결(Hyper connected)을 충분히 활용하여 인류가 지구촌에서의 경제적 주체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코로나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코로나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생활의 패턴을 변화시켜야 한다. 위드 코로나에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정치적 목적이 아닌 정말 코로나의 공습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보호 매트릭스(protect matrix)를 보다 철저히 만들어서 이 기간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기철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천자춘추] ‘인싸’‘아싸’에 담긴 교육혁신

지난 학창시절 기성세대는 우등생이 되려고 참 열심히 노력했었다. 학교 안 눈에 보이지 않는 우등생 열등생이라는 반강제적인 신분의 차이 속에서 학생 개개인의 개성은 인정받지 못했고, 중ㆍ고ㆍ대학 입시의 표준화된 이정표 아래 학력고사라는 일방통행으로 줄 세워져 능력 평가를 받아야 했었다. 심지어 도덕성(인성)의 우위까지 성적 우수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일쑤였고 학력의 열등생이 인성의 열등생으로 확대 해석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대의 우등, 열등과 비슷한 요즘 아이들의 표현으로 인싸, 아싸를 들 수 있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 아싸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 표현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또는 그렇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친구를 말한다. 전자가 기성세대에 의한 학력평가 중심의 강제적 표현이라면, 후자는 사용 당사자에 의한 보다 상호관계 중심의 자발적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마다 청소년의 지식과 상식을 자랑하던 TV 프로그램 장학퀴즈를 기억할 것이다. 그 당시 누구도 알지 못할 것 같은 정답을 암기하고 있는 우리의 친구는 특별하고 소중했고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스마트폰으로 우리에게 특별한 친구의 대상은 달라졌다. 관계중심의 재능이 뛰어나고 인성이 우수한 특별한 친구가 인싸의 반열에 새롭게 올라온 것이다. 미래학자들의 주장처럼 신세대들도 우수학력을 이미 특별하지 않은 여러 재능 중에 그저 하나의 재능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또래들 사회에서 멋있고 재능있고 고민을 잘 들어주고 늘 함께하고 싶은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신세대들은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보다 알찬 현실적인 행복을 선택한 현명함이랄까. 필자에게 신조어 인싸, 아싸의 탄생은 신세대들이 어리석은 기성세대를 향해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라는 따끔한 꾸짖음으로 들려온다. 우리는 금세기 가장 아픈 기억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의 결과로 만들어진 세계최초 인성 교육법(2015년 7월)을 의무화한 나라이다. 이제 기성세대는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 신인류에게 인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보다 개인의 개성과 행복이 우선되는 새로운 교육제도를 선물해야 할 때이다. 송창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교육본부장

[천자춘추] e스포츠 언택트 플레이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실용화되며, 비대면 언택트 문화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콘텐츠진흥원과 네오위즈가 주관한 방구석 인디 게임쇼, 온라인 음악공연 인디스땅스아무공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콘텐츠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콘텐츠 산업도 코로나19로 명과 암이 나뉘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숨 가쁘게 교차하는 대격변의 시기이다. 우선 오프라인 기반의 기성 콘텐츠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공연으로 손꼽히는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단도 4천500여명 직원의 무급 휴직에 이어 지난 6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국내 영화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상반기에만 관람객이 전년 대비 5분의 1 이하로 뚝 떨어졌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큰 변화를 강요받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콘텐츠 업체들은 디지털 콘텐츠와 ICT 플랫폼의 결합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장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중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나갈 K-콘텐츠로써 게임산업과 e스포츠의 가능성에 주목해 본다. 게임은 WHO 게임 질병코드 지정으로 작년 국내외에서 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도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대표적인 비대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을 질병코드로 지정했던 WHO가 18개 게임회사와 손잡고 추진한 게임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캠페인 「Play Apart Together」는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를 끌었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임에도, 게임 산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속에서 유럽이나 중국 등에 e스포츠의 선두주자로서 지위를 조금씩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모든 스포츠 리그와 공연 등 기존 오프라인 관람문화가 중단된 와중에 무관중이지만 온라인 리그를 무사히 치러낸 e스포츠의 가능성에 세계인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리그는 순간 시청자 수 100만명을 초과했으며, 하루 평균 약 436만명의 순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다. 이중 절반 이상이 해외 시청자일 정도로 e스포츠는 국경과 인종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급부상 중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도 지속적으로 e스포츠 저변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개최했던 국제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에 이어 올해는 경기 e스포츠 아마추어 유망주 선발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이끌어 나갈 경기도 e스포츠의 성장에 도민 분들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한다. 강동구경기콘텐츠진흥원 청렴감사실장

[천자춘추] 글쓰기의 중요성

직업이 도의원인지라 늘 현장에서 주민을 만나고 소통하지만, 막상 뒤돌아서면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메모를 해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습관화되지 않아서인지 쉬 잊어버릴 때가 잦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생각을 서술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마구 써내려가는 것과 내 생각을 상대방이 이해하게끔 쓰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펜 가는 대로 써 내려갈 수는 있지만, 타인이 이해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의 학교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단순한 지식의 암기에 의존하여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주입식 교육에 젖어 있다 보니 더더욱 자신의 글을 쓴다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최근 지방신문에 반가운 얼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이 학생기자가 되어 여러 가지 사회 이슈와 학교소식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쓰고 있고, 게재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신문사가 적극적으로 지면을 할애주기에 가능한 부분이지만 전문기자 못지않은 학생기자의 글 솜씨에 놀라고, 청소년과 중장년층이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소식들로 구성되어 마을공동체에 가교역할을 하는 것 같아 지켜보는 마음마저 훈훈해진다. 경기도교육청은 각급 학교가 신문을 통한 NIE(신문활용교육)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전국 시도교육청 중 처음으로 도내 220개 초ㆍ중ㆍ고교에 학교 인터넷신문 운영 시스템을 개발ㆍ보급하고 있고, 동영상 촬영, 편집 등 디지털세대에 맞춰 1인 크리에이티브 교육도 병행하고 있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렇게 갖추어진 플랫폼 속에서 학생들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글과 동영상을 게재하며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고, 다양한 메시지를 평가ㆍ분석하고 이해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능력도 키우고 있다. 과거 교내 신문반 학생들이 종이신문을 제작하던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가정과 학교 등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정보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은 기성세대인 어른들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같으면 머무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이 사회가 발전하는 수준만큼 아니 그보다 먼저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교육환경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기만 한 요즈음이다. 조광희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

[천자춘추] 공짜심리와 기만상술

얼마 전 둘째 딸아이가 기쁜 목소리로 집안의 정적을 깼다. 가족사진 무료촬영 행사에 당첨됐다며, 큰 행운을 잡은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순간 직업의식이 발동한다. 기만상술이 의심된다. 딸아이가 당첨된 절차대로 해봤더니 역시 무조건 당첨이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상담사례를 찾아봤다. 비슷한 소비자의 불만이 수십 건이다. 무료인 줄 알고 사진관에 갔는데 촬영이 끝나니 80만원에서 200만원 가까운 금액을 요구하더라는 상담이 대부분이다. 사실 가족이 다 시간을 내 모이기도 어렵다. 어렵게 모여 들뜬 마음으로 사진관을 찾는다. 메이크업을 해주고, 여러 가지 옷도 입혀준다. 2시간 가까이 수백 컷을 촬영한다. 공짜라면서 이 정도까지 해주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이미 시작된 촬영을 중간에 포기하기도 어렵다. 촬영을 마치고 촬영한 이미지를 받으려 하니까 그건 비용을 내야 한단다. 일단 메이크업 3만 원, 옷 대여료 3만 원, 큰 액자와 촬영원본을 원본으로 받는 대가가 170만 원이라고 한다. 무료라고 하지 않았느냐 항의하니 원래 250만 원인데 할인해주는 거고, 정 싫으면 작은 액자는 하나 준다고 사기라고 하기도 어렵다. 웃는 얼굴로 2시간 촬영했는데, 매몰차게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카드결제를 하게 된다. 냉정하게 정리해보니 무료이벤트 당첨-사진촬영-대금 결제 상술에 당한 거다. 주식투자를 하고 싶은데 투자방법도 모르고 시장분석도 모른다.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주식투자 무료체험을 해준단다. 전문사이트답게 시황을 분석하는 화면이 작동되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무료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심스럽다.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에서 주식투자서비스 피해예방주의보를 발표했다. 지난해 주식투자서비스 피해구제 건수가 3천237건이고 2018년보다 2배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1인당 평균 계약금액은 373만원, 최고 계약금액은 3천600만원이라는 내용도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사례도 찾아봤다. 560만원을 낸 소비자가 한 달 만에 해지를 요청했더니 46만원만 돌려준단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공짜심리를 이용한 기만상술은 뿌리깊고 다양하다. 홍보관(떴다방)에서 공짜로 생활 소품을 나눠주며 건강식품 판매하는 상술, 유명가수나 예술단 무료공연을 내세우고 상조회 가입시키는 상술 등. 아주 오래된 수법이지만 소비자피해는 여전히 접수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기분 나쁘지만 교훈적인 속담이다. 무료라고 해서 무조건 믿는 것은 현명한 소비자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그에 걸맞은 물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이 똑똑한 소비자다. 기만상술은 사라져야 하지만 소비자는 더 현명해져야 한다. 손철옥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이덕리의 국방 기획 ‘상두지’

최근 실학번역총서의 하나로 상두지(桑土志)가 간행되었다. 실학박물관의 지원으로 한양대 정민 교수팀에서 번역한 것이다. 정민 교수는 그동안 정약용의 저서로 잘못 알려졌던 상두지의 저자가 이덕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자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것은 이덕리의 불우한 운명에 따른 것이었다. 이덕리(1725~1797)는 경기도 양근 지역(오늘날 양평) 인물이다. 정조가 즉위한 해(1776)에 진도로 유배됐다. 친형인 이덕사가 정조의 즉위에 맞추어 사도세자의 신원을 요구했다가 오히려 대역죄인으로 처형당한 여파였다. 그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52세의 이덕리가 귀양 가고, 그의 세 아들도 뿔뿔이 흩어져 귀양 갔다. 진도에서 19년 반을 지낸 그는 1795년에야 섬을 벗어나 영암으로 이배되었다. 이곳에서 2년쯤 더 살다가 세상을 떴다. 이러한 처지였기에 저자가 이름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이 책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게 된 다산 정약용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었다. 그의 책이 다산과 그의 제자들에 의해 수습된 것이다. 상두지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권1에서는 둔전과 축성을 다루고, 권2에서는 서북지역에서의 구체적 축성 방법과 북방 기마병에 대적할 수 있는 여러 무기와 전술을 다루고 있다. 이덕리는 또한 이러한 국방 재원 마련을 위해 차무역을 제안했다. 이덕리는 왜 상두지를 썼을까. 책 제목 상두에서 저술 동기를 엿볼 수 있다. 상두는 시경에 나오는데 뽕나무 뿌리란 뜻으로, 상토가 아니라 상두로 읽는다. 올빼미가 장마가 지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의 구멍을 얽어 큰비의 환난에 대비한다는 데서 온 것이다. 바로 유비무환의 정신이다. 저자명을 밝히지 않은 서문에서도 저술 동기를 알 수 있다. 전란이 있은지 200년이 지나 모두 안이해진 것을 염려하며, 천하의 근심을앞서 근심하는 자를 자임했다. 서문에서 임금의 행차 앞을 가로막는 죄를 무릅쓰고 책을 임금에게 직접 바칠 뜻을 밝히고 있는데, 한 연구자는 정조의 국방에 대한 관심도 저술 의욕을 촉발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자신을 불운에 빠뜨린 정조였기에 아이러니다. 상두지는 실학박물관 실학번역총서의 네 번째 책이다. 번역의 중요성은 새삼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우리 전통문화 콘텐츠가 한문으로 되어 있기에, 아무나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번역 한 편은 연구 분야를 확대시켜 학제적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이번 국역 간행은 상두지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활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태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비대면 미술관 내 손 안에 두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예술분야중 가장 큰 변화를 갖게된 분야가 시각예술분야다. 아마도 전시관을 직접 가서 관람을 하거나 특정공간에서 설치ㆍ제작하는 모습으로 이뤄진 예가 많았기 때문일 터다. 이런 문제들은 이 시대에 당연한 듯 사람들의 관심에서 가장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다시금 이야기한다면 예술의 고립에 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예술계는 관계성에 의해 기회의 척도와 작품의 대중성이 평가되는 것이 허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팬데믹 이후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미래의 문화를 가치있고 풍요롭게 하면서도 어떠한 선입견 없이 오로지 작품성만으로 대중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전시기획자와 작가들을 현장에서 보게됐다. 이들은 전시와 교육 소장품의 보존ㆍ관리부터 전시 기획과 개최까지 비대면으로 하고 있었다. 영상을 통해 예술로 관객과 소통하고 미술관 공간 속의 느낌을 관객이 만끽하도록 예술가들의 열정을 펼치고 있었다. 예술의 대중화와 환경의 입지조건 활용 등을 고루 섞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비대면 전시의 장을 열리는 장면이었다. 어려운 시대의 환경으로부터 모든 역사는 비롯된다. 국내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새롭고 의미있는 예술문화의 시작이 도래하는 모습을 보니 희망을 갖게 됐다. 적게나마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주제로서의 새로운 시도에 밝은 꿈도 품어보게 됐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현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미술관 지향에 결정체가 되길 바란다. 현장에서 열정 넘치는 한 젊은 기획자가 사비로 작가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며 적게 드린다고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또 인건비없이 열심히 창작하는 작가들의 노동도 보게 되었다. 비대면 미술관의 크기는 분명 손바닥보다 커질 것이다. 이처럼 팬데믹 사태로 인해 평범했던 미술관람장과 전시장을 이제는 그리워하게 되버린 환경에서 앞으로 새롭게 만나게될 전시 풍경 또한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긍정적으로 예측하건대 보다 많은사람들이 더 많이 미술관의 아름다운 전시 풍광과 함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때 독립기획자와 예술가들이 달라지는 문화기반시설 구축에 역할과 소명을 다할수 있도록 인내만 요구하는 응원이 아닌 손안에 달콤한 사탕 한개 쯤은 올려지기를 바란다. 임정민 수원시인문학자문위원서양화가

[천자춘추] 용접작업 화재사고 예방

지난 4월 29일 이천의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완공을 앞두고 마감공사가 한창 중 화재가 발생해 안타깝게도 작업자 38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공사장 지하 2층에서 산소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천장의 우레탄 폼에 착화되어 화재로 번졌으며, 현장 곳곳에서 안전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상태다. 이번 사고는 2008년 1월 7일 지하 1층 냉장실에서 발생해 40명이 목숨을 잃은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비슷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두 사고 모두 우레탄 폼, 용접 작업, 샌드위치패널 사용이라는 사고현장의 환경과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방청 분석에 따르면 2014~2018년 공사장 용접 불티로 1천823건의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는 288명(사망 20명, 부상 268명) 이었다. 매일 1건의 하루가 발생한 셈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공사장 용접작업 화재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과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공사 시공자는 건축물에 용접 등 화재위험작업을 하는 경우 소화기, 간이소화장치, 비상경보장치, 간이 피난 유도선로 공사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화재감시자를 지정ㆍ배치해 화재 감시 및 화재 시 임시소방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 둘째, 화기취급 작업자는 용접작업 등 화재위험작업을 시행하기 전 허가를 받고 현장에 위험성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여야 하며, 주변의 가연물을 제거ㆍ이동하거나 방화장벽으로 구획하여 불티가 날리는 것을 막는 안전조치를 취하고 임시 가설전기, 가스시설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작업 중 가연성 가스 존재나 유증기 체류로 인한 화재 발생을 방지하고자 작업장 내 환기를 수시로 철저히 하며, 비산 불티로 인한 화재 발생 여부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필요하면 불티를 감시할 작업자를 추가로 배치한다. 또한, 작업 완료 후에도 화재감시자는 1시간 이상 상주하면서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불씨가 가연물에 착화하여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여야 한다. 넷째, 공사장 용접작업 화재사고 예방을 위한 매뉴얼이 많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현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업자의 소방안전의식이다. 따라서 공사장 용접작업자에 대하여 소정의 소방안전교육을 수료하게 함으로서 소방안전의식 향상 및 화재대응능력을 키우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사업주는 비용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하고 작업자는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다. 안전이 먼저다라는 생각으로 소방안전을 실천하는 것만이 안타까운 화재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장정규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차별금지법의 미래

지난 6월 29일 장혜영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목을 끄는 것은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 시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조속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2006년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지 14년 만의 의견표명이다. 두 안(案)은 대동소이하다. 공통점은 현행 헌법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현실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핵심은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ㆍ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실효적으로 대응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인 차별 구제수단들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차별금지법안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 23개의 차별사유를 예시하고 있는데, 평등법안은 언어와 국적을 제외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행위 외에도 괴롭힘, 성희롱을 차별로 보았다. 또한, 법의 적용범위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영역 안에 외국인으로 규정해 개인을 범위로 한 반면, 차별금지법안은 법인까지 확대적용한 것이 눈에 띈다. 사실 한국은 다수 국제인권조약을 조인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지만 국제적으로 합의된 UN의 인권규범을 이행할 포괄적인 법률을 갖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장애, 여성, 연령, 특정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의 경우, 개별 법률로 금지하고 있지만, 국제 규범에 발맞춘 적절한 대응을 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다원화 사회를 반영하려면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필요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30년 만에 추진된 10차 개헌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기본권 강화의 내용 중에도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특정 종교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대와 반발을 겪었다. 모든 법률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만큼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취지와 의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대국민 여론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조양민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천자춘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대학혁신

고등교육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자 미래사회를 이끌 인재양성이 이루어지는 최종 교육단계이다. 따라서 사회가 변화되는 모습을 발 빠르게 예측하고 선제적 정책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 환경의 변화는 미국 패권주의 약화, 양극화 심화와 고용 없는 성장의 지속, 국제적 이동 증가와 인구 구조의 변화,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사회의 도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지구촌의 많은 대학이 ESD(지속가능발전교육)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통해서 고등교육의 위기극복을 시도하고 있다. SDGs 교육연구실행이 지속 가능한 사회-대학을 만드는 국제-지역적 사회혁신 역량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UN SDSN(유엔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은 대학이 SDGs 교육연구이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그것은 새로운 교육연구 수요 확보, 협치형 대학운영과 혁신, 외부 섹터와 협력, 글로벌 대학 이미지와 인지도 제고, 새로운 자금 조달 접근성 확보 등이다. 유럽은 이미 발트해 지역 대학과 고등교육 기관을 아우르는 국제 네트워크인 발트대학교 프로그램(BUP)을 통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조직으로서 대학 교육과정의 상을 제시한 바 있다. BUP는 학생과 파트너에게 양질의 교육과 다양한 컨퍼런스를 제공하고 정부기업시민사회와 공동 교육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 대학에서도 SDGs 교육과정 개설, 지역, 부문의 경계를 넘어 타 기관, 섹터와 연계한 학제 간 연구, 국경을 넘는(Cross-Border) 교육, 지역 거점대학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대학의 미래사회 이니셔티브(FSI)는 SDGs를 매개로 한 벤처 생태계 확대, 기업과 공동연구 성과의 사업화, Society 5.0 실현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 지역연구기관 설치, 대학을 거점으로 한 지역 스마트화 보급, 지역에 걸맞은 데이터 활용형 산업 창출, 해외 산학협력 등을 과제로 설정한다.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즈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THE)의 대학 영향력 순위 발표도 대학의 SDGs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THE 세계대학 영향력 순위는 평화적이고 포용적인 사회건설을 목표로 하는 지표들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는 SDGs 이행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하여 대학을 평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참여 기업의 확대,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이클레이(ICLEI)의 야심 찬 활동도 SDGs를 통한 대학 혁신의 촉진제로 작용한다. 문제는 한국 대학의 혁신 의지다. 21세기 한국 대학은 도시 내의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창언한국 NGO학회 이사

[천자춘추] 사장의 마음을 아는 팀장

어느 직장인이 상담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앉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회사를 향한 불평부터 쏟아놓았다. 그는 대기업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팀장이 공석 중이라서 자기가 그 업무를 다 맡아서 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본인이 팀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이 외부에서 팀장을 스카우트해왔다. 게다가 신임 팀장은 자기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적은 여자 변호사였다. 그도 팀원들도 불만이 가득했다. 결국, 팀은 새 팀장을 따르는 부류와 자기를 따르는 사람으로 나뉘었고, 업무 분위기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못해 먹겠어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회사 생각을 당신이 더 하겠습니까. 사장님이 더 하겠습니까. 그야 사장님이겠지요. 사장님이 그렇게 했을 때에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믿고 맡길 사람이 있는데 연봉을 많이 주면서까지 스카우트해 올 사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대꾸하지 않은 채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나는 팀이 나뉘면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도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없으니, 팀장이 중심이 되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말했다. 고맙게도 그는 내 조언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다음 날 그는 팀장을 찾아가 자신의 속마음을 다 표현하고 팀장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팀원들과 한마음이 되어 팀장을 도우면서 일을 해갔다. 연말이 되어, 그는 팀장의 추천으로 예년보다 서너 배 높은 성과급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팀장이 갑자기 유럽으로 발령을 받아 팀장 자리가 다시 공석이 되는데, 팀장이 그를 새 팀장으로 적극적으로 추천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그가 팀장이 되었다. 팀장이 된 그는 우연히 팀원들의 신상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들이 자신보다 훨씬 좋은 학벌과 뛰어난 경력의 소지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드러내지 않고 순응하며 일하는 팀원들이 다시 보였다. 그는 이제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라, 훌륭한 팀원들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어떤 일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세상은 자기가 높아지려고만 하지, 서로 도와주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생각을 바꿔 팀장을 돕자 업무 흐름이 훨씬 좋아졌고, 사장님도 외부에서 데려온 팀장을 서포트 해주는 그가 내심 고마웠을 것이다. 회사에서 일할 때 경영자의 마음을 헤아려서 같이 따라간다면 모든 일이 순조로워진다. 내가 나를 세우려면 남을 끌어내려야 하지만, 남이 잘하도록 돕는 가운데 내 자리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이상준코이인성교육원 대표,국제인성평생교육원 고문

[천자춘추] 코로나와 올림픽 유산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잊히지 않는 일은 무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코로나바이러스를 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장 최근의 일이어서도 그렇지만, 경제, 사회, 정치, 교육, 스포츠까지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계를 불과 몇 년만 되감더라도, 그곳에는 평창이 있었다. 올림픽과 연관된 국정농단 사건, 북한 위협 및 환경 파괴 논란 등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평창에 대한 우려들이 팽배했음을 기억한다. 물론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면서 역대 최고의 동계올림픽으로 만들었다. 즉, 평창은 최악의 우려를 딛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던 매우 뜻깊은 장소가 된 것이다. 이곳 평창에 업무차 다시 들리게 되었다. 2년여 만이다. 영광스러웠던 올림픽의 흔적은 이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주 경기장은 철거되었고 올림픽 시설들은 멈춰버렸다. 올림픽 시설들은 빛바랜 시설로 점차 변해가고 있어 올림픽의 흔적은 평창이라는 이름 말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올림픽 직후 찾은 이곳에서는 평창의 미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계속되는 시설 철거로 올림픽 역사(歷史)를 해체하고 있었다. 2년 후 오늘 그 해체는 올림픽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남겨 버렸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신과 기억은 평창을 기억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문화 활동이 마비된 지금,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평창을 즐기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사람들은 얼굴에는 마스크가 씌워져 있고,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지키느라 여기저기서 불편함은 찾아볼 수 있지만, 가족들이 어우러져 평창을 즐기는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해 보인다. 청정 강원도와 평창의 자연 유산이 올림픽을 만나, 올림픽의 레거시로 거듭나고 있다. 올림픽의 유산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올림픽이 없었다면 이 모든 도로, 숙소, 올림픽 개최지였다는 이미지는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올림픽 이후 시설들이 철거되고 시설의 사후 활용방안이 도출되지 않았을 때는 모든 것이 절망스럽게만 느껴졌는데, 올림픽 무형의 레거시인 올림픽 정신과 기억은 우리에게 남아 평창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최악의 우려와 최고의 결과가 혼재되었던 이 역사적 공간이, 코로나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쉼터로 다가온다. 올림픽 유산의 새로운 발견이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천자춘추] 학교 스포츠클럽의 미래

체육교육 전공자로서 교육 현장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부터 항상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생활체육을 통한 학생들의 건강 증진, 즐거운 체육 활동이었다.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체육 활동은 개인의 건강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한 육체가 건강한 삶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초창기(2005~2013년) 학교 스포츠클럽은 양적 팽창에 역점을 두고 많은 학생이 스포츠클럽에 등록하고 활동하도록 예산, 인력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경기지역은 전체학생의 약 70%에 달하는 110만 명이 학교스포츠클럽에 등록해 현재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체육 활동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초창기 양적 팽창을 거치면서 많은 문제점과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활성화된 학교 스포츠클럽 운영은 현장 체육교사들의 노력과 희생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입시라는 장벽에 학생의 건강이 소홀히 다루어지고 학교스포츠클럽의 활동도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스포츠 활동이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다. 중ㆍ고교 시기 학생의 스포츠 활동 참여 부분을 대학입학 사정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참작하는 미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스포츠 활동 참여를 고려한다는 것은 학생의 건강은 기본이고 협동심, 리더십, 스포츠맨십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인간의 자질을 평가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입시 정책을 개선하려는 목소리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들이 성장하여 조화로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몫을 다하려면 일단 학생 본인의 건강한 육체와 생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이나 7560+ 정책 등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체육 활동이 대학입시의 문턱에서 단절되고 심지어 대학 진학 후에는 개인의 의지에 따른 사적인 선택의 영역으로 넘겨진다면 결국 생활체육은 끝이 보이는 도전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공감하는 것은 건강한 체력 유지의 필요성과 각종 감염병 및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건강관리의 중요성이다. 교육과 사회는 유기적인 관계이다. 건강한 사회를 꿈꾼다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토대, 즉 교육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대책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요즘, 입시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할 때 국민의 건강을 그 중점에 두고 깊은 숙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교선송호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풍도의 비밀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개화기인 19세기 말, 조선국의 지배권을 놓고 벌어진 청나라와 일본 간의 전쟁에 대하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경기만의 작은 섬 풍도(豊島)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안산시인 풍도는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여객선으로 약 1시간 30분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봄이면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제비꽃 등 희귀한 야생화들이 만발하여 사진작가들에게는 천연갤러리로 유명하다. 그러한 풍도가 근대사의 한 축을 흔들었던 청일전쟁의 개전지였다. 당시 조선국을 놓고 각축을 벌이던 청나라와 일본이 1894년 7월, 남양군(현재의 화성시) 풍도 앞바다에서 일본군의 기습공격으로 청일전쟁이 시작됐다. 그 무렵 조선국은 무능한 왕권과 부패한 관료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 탐관오리를 등에 업은 대지주들의 수탈과 압제로 농민들의 삶은 핍박과 곤경의 나날이었다. 이에 분노한 농민들이 동학 교도들과 힘을 합쳐 호남 고부 지방에서 갑오농민전쟁을 일으켰으며, 감영군을 격파하는 등 전주지방까지 점령했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조정(朝廷)에서는 청나라에 원병을 요청했다. 사태가 청나라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자 일본은 조선국에 산재한 일본 공관과 거류민 보호를 이유로 신무기로 무장된 해군과 육군을 동원하여 서울과 인천 등 정치적 군사적 요충지를 장악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국의 내정개혁을 구실로 7월23일 무력으로 경복궁을 점령하고 흥선대원군을 앞세운 친일 정권을 수립했다. 이후 7월25일 선전포고도 없이 풍도 앞바다에 정박 중인 청나라의 군함을 격파, 청일 전쟁이 일어났으나 이듬해인 1895년 4월, 전쟁이 일어난 지 8개월 만에 일본으로 승리로 종전됨으로써 일본에 동아시아 제국주의 시대의 빌미를 제공한 사건이 되었다. 어쩌면 풍도해전은 조선국 앞마당에서 청나라와 일본이 조선국을 먹이 삼아 침략전쟁을 일으킨 치욕의 현장이지만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아픔의 현장이기도 하다. 경기도 최서단에 있는 풍도는 바다면적의 확장적 의미에서 볼 때 경기도가 관할하는 바다의 최대 지주이자 선봉대이다. 그러나 지금의 풍도는 야생화의 무분별한 채취로 자연이 훼손되고 어획량 감소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업의 불황으로 섬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이지만 섬주민의 정서와 연고는 옹진군, 즉 인천광역시에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경기도가 좀 더 세심하게 접근, 그들에게 관심을 두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역사의 큰 풍파에 휩쓸렸던 풍도의 비밀스런 역사가 관광 상품화하여 또 하나의 풍요로운 경기도 바다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본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천자춘추] 체육 시설, 대안없는 통제가 답인가

대한민국 체육시설업은 공황에 빠져 있다. 다양한 체육 활동 공간은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의 사태로 인해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많은 스포츠 현장들이 집합통제 공간의 오명으로 낙인되고, 통제권자들의 대안 없는 지침에 의해 체육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은 빚더미에 시름 한다. 체육계에는 운동선수, 스포츠 지도자, 공공 체육시설 위탁 운영자, 소규모 스포츠 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 스포츠란 이름 아래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바이러스의 감염이나 치사율이 가장 큰 문제지만 한편에선 먹고사는 게 흔들리는 지경에 다다른 체육업 종사자들의 한숨이 크게 느껴진다. 재앙과 공포에 가까운 이번 고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백신이 빨리 개발되어 이 재난이 끝나길 바라지만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모두 힘든 상황에서 체육이나 스포츠를 얘기하는 것이 자칫 경솔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체육인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대다수 체육인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체육인들의 어려움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체육계가 절대적으로 준비할 일이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대안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 단기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기사에서 보니 미국의 어느 도시의 주 정부는 관내 재개장하는 피트니스 시설에 지침을 제안했다. 제안된 규칙에는 러닝머신 등 고출력의 유산소 피트니스 장비 사이의 거리를 넓히고, 장비의 소독을 철저히 한다. 단체 운동 수업은 사람들 사이에 6피트 거리를 유지하는 등 통제가 아닌 문을 닫지 않으면서 방역 지침의 기준에 맞춰 운영토록 도와주고 있다. 국내 세종특별자치시 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체육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대한 철저한 방역 조치와 체육 활동 영역별 예방 지침을 담은 기준을 안내했다. 학교는 체육시설공간에 대한 정기적인 방역 소독, 체육 활동 시 개인용품 사용, 공용 사용되는 시설ㆍ기구의 일상소독, 체육 활동 공간에 손 소독제 비치, 체육 활동 전ㆍ후 5분 안전수칙 교육 등의 방역 조치를 취하고 활동에 들어간다. 그렇다. 이제는 통제가 능사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지자체의 체육회는 체육인들을 대표하는 기관들이다. 장기화하는 사태에 체육시설을 무조건적인 통제와 대안 없이 감시만 하는 중앙정부에 대응해줘야 한다. 강제로 통제한 손해의 보상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제는 문을 닫지 않도록 획기적인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체육업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시설을 운영해가며 극복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예술인 고용보험, 도움이 될까?

지난 5월 20일 국회에서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예술인들에 대해서도 다른 실직자들처럼 생계보장과 재취업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여 예술인 고용보험이 현실화되었다. 공포 후 6개월 후에 자세한 시행령이 마련된 후 시행될 예정이라 하니 내년 초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소식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예술인들에게 단비와 같이 희망적이고 큰 의미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에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포괄적 사회안전망 구축의 시발점으로, 서면계약의 활성화 등 문화예술계의 업무 관행 개선의 기회가 됐다면서 문화예술 재정이 실질적으로 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 밝혔다. 매년 자연재해나 여타의 통제 불가능한 요인으로 인해 계약 파기, 사업 무산 등의 피해를 감수해온 예술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와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급조건이다. 고용보험 대상에 예술인을 추가한 예술인활동증명을 마친 예술가 중 24개월 중 9개월 이상 일을 하며 보험료를 낸 이들이 대상이다. 보험료는 예술인, 예술인과 계약을 맺은 사업주가 공동부담하며 보험료율은 보험료징수법 시행령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이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예술인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보통 두세 달 연습 기간을 거쳐도 실제 공연하는 날은 매우 짧은데, 연습 기간은 근로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 기간에 연습기간(준비기간, 기획기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예술가가 예술행위를 통한 근로를 하더라도 대부분이 수입이 열악하여 고용보험료를 낼 수 없으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사업주의 고민도 크다. 계약이 여러 단계로 이뤄지면 보험료 절반을 내야 하는 사업주가 누군지 불분명해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술 작가 중에는 이미 자신 명의의 사업자를 내고 자영업자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받을 임금 중 일부를 고용보험료로 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볼멘소리를 하는 일도 있다. 또한 프리랜서 가치로서 창작예술가들에게도 주어져야 할 실질적인 보험제도가 되기를 바란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장 예술가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예술인 권리보장 법안도 함께 시행되기를 바란다. 고용보험 제도가 예술인들의 경제적 곤궁을 헤쳐나가는 데 큰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용수 ㈔가화 대표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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