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완강기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지난해 3월 소방청은 화재 시 대피를 최우선으로 하는 불나면 대피 먼저!를 범국민 교육ㆍ홍보 역점 시책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최근 3년간의 화재현황을 분석한 결과 화재발생건수는 감소했지만, 사상자는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화재신고 먼저에서 불나면 대피 먼저로 화재 발생 시 재실자의 안전확보를 최우선으로 두는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우리가 확보해야 할 피난로가 모두 막히고 119구조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특히 고층건물일 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피난할 것인가? 이러한 위급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피난기구 중 하나가 완강기다. 완강기란 화재 또는 그에 따른 긴급 상황 발생 시 사용자의 자체무게에 의하여 자동 하강하는 기구로 피난자를 안전하게 지상까지 인도하는 장치이다. 건물의 3층에서 10층에 창문 옆 벽에 설치되며 다중이용업소는 2층에도 설치되어 있다. 완강기는 응급상황에 간단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창문 벽에는 지지대가 부착되어 있으며, 그 아래 완강기통 안에는 완강기 본체(조속기), 조속기 연결부, 로프, 연결금속구, 벨트가 들어 있다. 위급 상황에 처하게 되면 첫째, 완강기 본체를 지지대 고리에 걸고 잠근다. 둘째, 지지대를 창밖으로 밀고 줄을 던진다. 세 번째, 완강기 본체를 가슴높이까지 걸고 조인다. 네 번째, 벽을 짚으며 안전하게 내려간다. 비교적 간단한 조작법이나,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완강기 본체를 벽의 지지대에 걸기 전 지지대가 벽에 단단히 부착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사용 중에 가슴에 걸려진 벨트가 유지되기 위해서 두팔을 위로 올리는 행동은 금물이다. 완강기는 화재 발생 때 우리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생명줄이나,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몰라 사용 중 추락하거나 사용할 시도조차 못 하고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완강기를 보면 딱 세 마디만 기억하도록 하자. 꺼낸다, 건다, 던진다! 이 세 마디를 기억한다면, 완강기는 위급상황에 처했을 때 진정한 생명줄이 될 것이다. 장정규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살림의 세계’서 본 코로나 지원정책

국회가 30일 새벽 2차 추경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재난상황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지원을 사상 처음으로 시행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국민은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게 된다. 여야는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협의를 통해 필요 재원 14조3천억원 가운데 3조4천억원은 국채로, 나머지 1조2천억원은 기존 예산을 재조정해 충당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위기상황과 총선시기가 겹치면서 국민은 유례없는 현금지원을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아동돌봄 쿠폰이라는 명칭으로 아동 1인당 40만원을 지급했는데 230만명 아동의 보호자 177만명이 수당을 받았다. 그간 지자체를 중심으로 경쟁적인 현금지원책을 내놓았다. 강원도지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1명당 40만원씩, 취약 계층 총대상자 30만명 중 총 11만6천명에게 이날까지 개인 계좌로 현금 입금 완료했다고 밝혔고 대전시도 중위소득 50~100%에 해당하는 17만 가구에 가구당 30만~7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대책 등 전국이 현금 지원의 규모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었다. 정부지원에 앞서 재난지원금을 지급을 약속한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의 20%를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자체에 따라 추가적인 지방재정의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한 지자체 경우 20% 분담금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해도 30% 분담을 요청받은 서울시의 경우, 이미 계상한 3천200억원 규모의 긴급생활비에 더해 1천700억원의 추가재원이 마련해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중복지급하게 된 상황이다. 서울시는 작년 연매출 2억원 이하인 자영업자에게 매월 70만원씩 두 달간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지원대상자는 총 41만 명으로 전체 자영업 사업장 57만 사업장의 72%에 해당한다. 부천시는 올 1분기 매출액이 20% 이상 감소한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인당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해당하는 소상공인이 37만명으로 추정하고 소요예산 207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가정경제와 국가 경제를 단순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정살림이나 나라 살림이나 살림의 기본은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적인 매뉴얼뿐 아니라 이런 위기상황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첩적이고 불필요한 재정낭비를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종합적인 대안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천자춘추] 행궁동은 살아 움직이는 에코 뮤지엄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와 함께 건강한 지구환경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깊이 생각하게 한다. 봉쇄 조치로 이동이 제한되고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자 야생동물들이 마을로 내려와 도로에서 한가로이 쉬는 모습을 보았다.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미세먼지로 숨쉬기 조차 힘들었던 지구 환경이 확연히 깨끗해진 위성사진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촌의 훼손된 환경을 되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돈보다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하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위해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농촌에서는 제초제와 화학비료, 농약 사용을 줄여 건강한 먹거리, 건강한 땅을 되살리고 도시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매연을 줄여 대기 질을 좋게 하는 것이 우선되어져야 하겠다. 행궁동 사람들은 생태교통수원2013을 통해 이미 그러한 노력과 활동들을 진행해 온 경험이 있다. 아쉬운 건 생태교통페스티벌 이후 10년 뒤쯤에는 성안마을 전체로 확장되기를 기대했는데 지속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자동차보다는 사람중심 마을을 꿈꾸며 함께 그렸던 행궁마을의 행복한 미래는 주민들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차 없는 거리 행사와 모빌리티 정책, 플라스틱제로 운동, 시민햇빛발전소 참여 등을 통해 경험해온 가치를 나누고 확장시키면서 앞으로 10년 뒤 성안마을 전체를 생태교통마을로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지구를 살리고 마을을 활성화 시키며 우리가 행복하게 살길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 행궁동은 문화재 복원정책 등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낙후되었으나 오히려 시간이 정지된 골목 자체가 큰 자산이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고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골목체험 장소로 제격이다. 200년 전 정조대왕의 개혁사상, 애민정신이 녹아있는 수원화성과 함께 120년 전 태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선생의 발자취 또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옥지구 지정과 함께 다양한 한옥이 하나 둘 늘고 있고 100년 된 한옥에서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지어졌던 적산가옥과 한옥이 접목된 과도기적인 기와집, 양옥집, 빌라 형태의 건물들까지 행궁동은 마을 자체가 건축박물관이다. 구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하여 다양한 예술가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넘쳐나는 행궁동은 마을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에코 뮤지엄이다. 이윤숙 마을기업행궁솜씨 대표조각가

[천자춘추] 부드러움의 힘

중국 은나라에 상용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가 늙어서 병으로자리에 눕자 노자가 그를 찾아가서 선생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교훈을 알려 주십시오. 그러자 상용이 높은 나무 밑을 지나가 보면 알 걸세. 노자가 얼른 다시 물었다. 노인 공경할 것을 이르시는 것이지요? 이때 상용이 자기 입을 딱 벌리며 말했다. 내 혀가 남아 있느냐?, 남아 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입을 벌린 채 물었다. 내 이가 남아 있느냐? 없습니다. 상용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노자에게 이제야 알겠느냐? 물었다. 노자는 강한 것은 없어지고, 약한 것은 남게 됨을 이르시는 것이지요? 라고 답했다. 생명의 본성이 무엇일까? 부드러움이다. 강한 이빨은 세월이 가면 다 빠지고 말지만 부드러운 혀는 끝까지 남아 있다. 굳고 강한 것이 성공할 것 같지만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기 때문에 곧 사라지게 될 것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기 때문에 오래 살아남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생명의 본성을 깨닫지 못하고 강한 것을 근본으로삼고, 강함을 숭상한다. 그러나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이 진리다. 사람들은 바위 같은 존재가되기를 바라지만, 노자는 바위가 아닌 물을 찬양한다.불이 위로올라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물은 부드러운 성질을 지니고 또한 물은 늘 아래로, 낮은곳으로 흐른다. 무엇이든 위로가려 할 때는 경쟁과 질투와 다툼이 생겨난다. 우리가 물과 같은 부드러운 마음을 지니면 다툼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예수도 부드러운 생명이 지닌 신비와힘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예수는 약하디 약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를 하늘나라의 주인공으로 지목했는데, 이것은 그가 부드러움과연약함과 단순성이야말로 생명의 본성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자가 되려고 애를 쓰고 그래야 성공한다고 착각을 한다. 이렇게 성공한 이들의 특징은 마음이 강팍해지고 굳어진 마음으로, 그 길이 죽음의 길임을 모르고 살아간다. 이렇게 굳어진 마음은 점점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안에 스스로 상처를 만들고, 이런 상처와 고통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점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돌같이 굳어진 채 살아간다. 그러나 행복의 길은 이렇게 굳어진 마음이 아니라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부드러움이 나와 세상을 구원한다. 강함은 멸망의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오늘도 내 입안의 혀를 느껴 보면서 3초 동안 숨을 마시면서 부드러움, 3초 동안 숨을 내 쉬면서 마음의 평화 말해보자. 부드러움은 내 마음의 평화를 가져 온다. 이렇게 평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희망도 나로부터 시작한다. 김옥성 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천자춘추] 코로나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

코로나19가 이제까지의 일상적인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감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직접적인 만남을 꺼리는 상황이 됐다. 자연스럽게 사람들 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거나 혼자 여행을 하거나 문화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비대면(untact)이 더 늘어날 것이다. 온라인이나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생활 전반에 걸쳐 지역적 차이보다 정보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때가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이후에 사회, 기술, 정치, 경제, 자원, 의료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하고 대비를 하고 있다. 생활 전반에 걸친 비대면 상황이 늘어나게 되면 우리가 이제까지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겪었던 피로감을 줄일 수 있고 필요한 관계를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을 꼭 해야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돌봄이 부족한 어르신,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 운영이 중단되면서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이 제한되어 장애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긴급 돌봄과 치료 지원 및 가정방문 등 대면 서비스와 밑반찬 및 도시락 배달 등을 비대면 서비스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마스크 및 소독용품 지급, 식사 지원, 전화 안부 확인, 긴급생필품 지원 등 취약계층의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회복지 서비스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는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렵고 대면 서비스는 중요한 분야이다. 모두가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여 대면을 꺼리지만, 사회복지 종사자는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나이와 소득, 지역에 제한 없이 누구에게나 갈 수 있고 이를 잘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우리 공동체가 면역력을 키워서 극복하여야 한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모두 함께 합심하여야 한다. 어느 때보다 지역 공동체의 윤리와 의무, 소중함을 알게 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자 의료분야, 소방 안전분야, 공공공기관 등 많은 분야에서 헌신하는 분들의 모습을 통해 깊은 감사와 격려를 드리고 싶다. 이제까지 정부와 국민이 모두 함께 코로나19에 대처한 것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최영화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

[천자춘추] 인의 정치

한 때 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도전의 정치는 맹자가 강조한 왕도정치 그 자체이다. 맹자에 따르면, 왕도정치는 도덕적 질서에 의해 국가운영이 이루어지는 정치로 인의(仁義)가 기본이 되는 정치라고 한다. 인(仁)은 절제하고 인내하는 것이고, 의(義)는 합리적으로 사물을 구별하고 옳은 것을 쫓는 것이다. 그래서 인의를 기본으로 하지 않고 폭력과 권위로 관료와 국민을 억누르는 정치를 왕도와 대립되는 패도(覇道)라고 부른다. 그러하기에 맹자나 정도전이 바라는 국민은 폭력과 억압에 통제되는 수동적 국민이 아닌 인의를 기본으로 하는 왕도정치에 화답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국민이 되는 것이다. 통제하지 않아도 이웃과 가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도덕적 질서를 수용하고 부당한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줄 아는 국민이 왕도정치의 국민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맹자는 군주가 올바르지 않다면 백성은 저항하여 군주를 교체할 수 있는 명분을 갖는다고 했다. 정치는 도덕적이어야 하고 국민 또한 정권의 정치가 바른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인의의 정치인 왕도정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즉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호 대화하며, 정치를 온전히 지켜나가는 것이 왕도정치인 것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정의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깨어 있는 국민과 호흡을 맞춘다면 현대판 왕도정치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 민주적 왕도정치를 우리는 최근 해내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봉쇄나 차단이 없는 소통과 믿음의 대화로 민주적 개방성을 지켜나갔으며,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서로는 존중하는 방역을 이루어나갔다. 정부는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살리려 노력했고, 무능하고 바보로 보일 정도로 적극적인 진단을 시행하여 확진자가 급증했었다. 총선이 바로 앞인데도 속이지 않았다. 국민을 믿고 국민과 대화하며 국민의 인의를 신뢰했다. 이제 치유자가 늘고 있다. 그 결과 집권당은 180석이라는 놀라운 결과와 국민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라는 소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인의로 정부와 국민이 대화하는 정치를 우리는 함께하는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전통 정치사상인 왕도정치의 민주적 계승이 되고, 현대 한국 민주주의 정치철학의 새로운 기풍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천자춘추] “미스터 엘나르, 총 라흐마트”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어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를 Чон рахмат(총 라흐마트)이라고 말한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얼마 전에 키르기스스탄 우리 교민들 150여 명에 대한 한국 공수작전이 긴박하게 추진되었다. 현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감염 위기의식을 느낀 현지 교민회와 대사관이 손을 잡고 한국의 항공사에 특별전세기를 요청하였다. 키르기스스탄은 의료 시스템이 열악해 감염되었을 경우에 마땅히 치료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키르기스스탄 측에서도 외국인들에 대해 신경 써줄 형편도 못 된다. 그래서 어린아이들과 노약자를 중심으로 귀국을 서둘렀다. 비용은 교민회가 주체가 되어 비행기 티켓을 일괄 판매하여 비행기 삯을 지불키로 했다. 우리 항공사 측에서도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현지 우리 대사관이 키르기스스탄 정부 측과의 물밑 작업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싶었는데 갑자기 암초가 나타났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모든 외국 항공기의 키르기스스탄 착륙을 불허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서 우리 비행기의 공항착륙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키르기스스탄 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현지 교민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필자도 키르기스스탄의 영향력 있는 지인들에게 항의성 글을 써 보내어서 그 부당성을 주장하며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그러자 얼마 안 있다가 나의 키르기스스탄 지인, 엘나르 씨로부터 아래와 같은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I am in touch with Korean embassy. Special aircraft will be sent to take them to Korea. I am helping them.(나는 한국대사관 측과 접촉 중인데 교민들은 특별기로 귀국할 것입니다. 나는 이를 돕고 있습니다.) 희소식이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특별 배려로 인해 그로부터 며칠 후, 우리 교민들을 태운 비행기는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엘나르 씨는 키르기스스탄 마나스국제공항의 책임자급에 해당하는 젊고 유능한 엘리트 관료이며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된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이다.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바가 있어서 우리나라에 호감을 갖고 있는 친한파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는 키르기스스탄 유력 방송사의 보도책임자인데 이들 가족과 나는 개인적으로 친밀하다. 이번 일로 민간 영역에서의 허심탄회한 친교관계가 양국 간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실감할 수 있었다.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체육공약의 부재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에서 개최 예정이던 각종 체육행사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국제 국내 체육대회도 무기한 연기한 상태이다. 스포츠를 통해 건강과 즐거움을 누리던 모든 이들이 이제는 개인과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공공 스포츠클럽 운영은 모두 멈췄다. 그뿐이겠는가. 민간체육시설 또한 줄줄이 문을 닫고, 수십만 체육인들은 고사 상태이다. 수많은 업종의 고사를 막기 위한 여러 지원 정책들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왔다. 안타깝게도 고사 직전의 체육종사자들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걱정해주는 정치인은 없었다. 그럼에도, 총선을 위한 선거는 거침없이 진행됐다. 다만, 이 총선에서 내가 바라던 여러 공약이 나오길 바랐으나 곳곳에서 체육인들의 볼멘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제21대 총선, 스포츠 공약이 안 보인다., 10대 정책순위에 체육 공약 전면에 내세운 정당 없어 등 기사를 통한 걱정 섞인 여러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기껏해야 후순위 공약 하부에 체육 정책 몇 개를 포함한 정당이 고작이었다. 정책공약에서 스포츠와 체육이란 단어를 한 글자도 넣지 않은 정당이 더 많았다. 체육계에선 체육 정책 실종이 장기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선 기초가 스포츠가 아니던가.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세계 145개국 11~17세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량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운동 부족으로 분류된 학생 비율이 94.2%로, 145개국 중 가장 높았다. 세계 최악의 운동 부족 국가인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체육 정책은 국제대회에서 메달 획득, 그리고 유권자의 투표를 의식한 체육시설 건설 이렇게 두 가지만 초점을 맞췄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총선 공약은 아무리 둘러봐도 국민의 건강과 체력증진을 위한 마땅한 체육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민선 체육회장이 취임했지만 자리 잡기에 몰두한 탓인지 수많은 출마자의 공약과 정책에 합류해 체육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국회의원 후보들과 공약을 토로한 체육회장은 과연 몇 명이나 있었을까. 그저 득표용 선 심성공약으로만 끝날 정치인과 정당은 지겹다. 민선 회장의 감투만 쓰고 체육정책을 리드하지 못하는 회장은 의미 없다. 35개 정당이 등록해 치러진 총선이었다. 체육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진정성 있는 정책공약을 내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스포츠정정당당을 만들 걸 그랬군! 하는 웃지 못할 씁쓸함이 든다. 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소시민의 정치학, 야당 전략가였으면

총선이 끝났다.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여당 의석의 성공 요인보다 야당 패인 분석이 정작 더 분분하다. 소위 야당 심판론이다. 여당의 정책이나 비전이 딱히 주목받은 것 없었으니 수긍이 간다. 아주 평범한 생각을 해본다. 나같은 시민이 야당 전략가였으면 어땠을까? 취할 것과 버릴 것 각 두 가지다. 전자는 정부가 코로나 초기 대응에는 미숙했으나 차츰 제자리를 찾아 다행이다. 여야를 떠나 방역에 총력을 다하자와 세월호 6주기를 맞는다. 당시 여당으로서 수습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 깊이 사죄한다. 참척의 고통을 치유하자이다. 후자는 단순하지는 않겠지만.지도부의 구태 이미지를 버렸어야 했다. 이전 지도부는 품격에 경솔함이 넘치더니, 새 지도부는 샌님같이 시민과 동떨어진 현실 감각에 좌고우면하기 바빴다. 비상 조직이라는 것도 새로울 것 없는 재탕이었다. 여기에 신인 발굴과 이미지 개선을 등한시했다. 다음은 뭘까. 조국 교수 건으로 합치된 층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한 사건에 대한 가치 판단이 같았을 뿐이었는데 극우에 섞이게 생겼으니 지지층으로 가기 꺼렸다. 보수의 주류는 극우가 아니었으니 편승하지 말아야 했다. 소탐대실했다. 그러면 유권자들이 모두 진보여서 민주당을 지지했을까. 출마자 인물됨도 살폈지만, 무시 못 할 덤이 얹혀 있었다. 코로나 대처를 긍정적으로 보았고 표로 환치해서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현재 실천하고 있느냐를 봤다. 이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어쩌면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가치냐 아니냐의 합리주의적 계층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조국 교수 건 논란에서는 여당 지지자들도 비판에 가세한 바 많고, 이번 선거에서 영남권의 민주당 득표율이 상승한 것도 이를 입증하는 좋은 예다. 여당은 차면 비우는 유좌지기(宥坐之器)를 두어야 하고 야당은 환골탈태 해야 할 것이다.특히 당선자들은 민생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한 줌도 안 되는 오만이나 눈 하나 달린 골수적 진보는 거부될 것이며, 자기중심적인 나르키소스로 보수의 내리막길을 가속화했던 장본인들이 보수의 본령을 또다시 자처하는 것이라면 용인치 않은 시대가 되었다. 어느 것이 국민이 준 가치인지를 늘 새겨야 한다. 대다수 시민은 이제 당파성보다 유동성 있는 제3의 당원, 합리주의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만식 경동대 온사람교육대학장ㆍ시인

[천자춘추]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더욱이 지난 9일부터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미래가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다. 학교만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자녀 돌봄을 위한 재택근무, 유연 근무, 가족돌봄휴가가 확대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한 사회에서 돌봄과 노동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고용노동부는 가족돌봄휴가 지원 비용을 최대 10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가. 작년에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기존의 가족돌봄휴직을 확대해 올해 1월1일부터 가족돌봄휴가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가를 사용하는 일이 이렇게 빨리 우리의 일상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가족돌봄비용 긴급지원은 3월16일 신청접수를 시작한 이후 4월 7일까지 총 5만3천230명이 접수됐으며, 하루 평균 3천100건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신청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69%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남성도 31%에 달했다. 기업규모별로는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39.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유급휴가, 재택근무 등이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규모 사업체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코로나로 인해 일하는 방식에도 다양한 실험과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살아오던 방식, 문화는 물론 산업구조 등 사회질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기본적으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연대의 사회가 되어야 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는 우리나라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수정)의 주요 정책 방향이다. 과거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을 당연한 삶의 과제로 여기는 청년층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작년에 수행된 국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년세대 남녀 모두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을 유지하는 정책보다는 남녀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정책에 대해 압도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성의 돌봄권과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의 돌봄권 확보의 핵심은 장시간노동을 하는 회사인간에서 벗어나서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여성의 노동권 확보의 핵심은 평등한 노동시장에서 출산, 양육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안정된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제 우리는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해법이라고 생각된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코로나 이전과 이후

인류 문명사의 흥망성쇠를 돌이켜 보면, 문명 또는 국가 간의 충돌, 즉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멸망이 주된 원인과 결과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원인으로 인해 역사가 쇠퇴하고 몰락하는 일들이 존재했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진 폼페이나 백두산의 화산폭발로 비롯한 발해의 멸망, 수년 전 지진해일로 현재까지도 고통받는 후쿠시마 등 전통적 전쟁이 아닌 자연재해로 인한 결과가 얼마나 광범위한 큰 피해를 주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전쟁, 자연재해를 뛰어넘는 초대형 인류 문명파괴 주체로 바이러스가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과거 스페인 독감 사태를 비롯해 사스, 메르스 사태 등 바이러스에 의한 세계적 공포를 겪었지 않았던가. 하물며 현재 지구촌을 최악의 공포로 몰아가는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며 언제 끝이 날지, 피해가 얼마나 될지, 그 누구도 그 결과를 속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나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질병관리본부의 역량, 의료진의 희생,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등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스템으로 코로나19 극복의 실마리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오늘날 선진국으로 불리던 미국 및 유럽에선 감염 확산 통제 불능으로 의료붕괴가 일어나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현재 추이는 걱정을 넘어 상당한 위험성 경고를 준다. 백신이 개발되거나 치료약이 보급 가능한 시간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을 생활화하면서 더 이상의 바이러스 확산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바이러스의 공습에 인류의 대응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명의 발전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진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후 주어진 과제 또한 크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계층의 산업구조가 문제해결의 요인이 되었지만, 수익성에 치우쳐 제조업을 포기한 국가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결국, 경제적 공동체로서 지구촌이 가진 국가 간 분업화 구조에 대한 일부 문제점과 지나친 방어본능이 가져온 인간애에 대한 인식의 고찰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수익성에 집착해온 의료기관과 산업에 앞으로 공공성을 얼마나 더 확보하고 투영해야 하는지 인류 공동체에 던져진 숙제가 크다. 이제 선진국의 우선 기준은 경제력에 앞서 국민이 안전한 나라가 아닐까 싶다. 유재석 경기도일자리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화성 안에 한옥을 짓고 살려는 이유

한동민 아들! 너 고향이 어디라고 생각해?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장난스레 질문을 던졌다. 고향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과 더불어 살짝 궁금하기도 했다. 잠시 망설이더니, 응, 박광수 산부인과?!라는 아들의 나름 진지한 대답은 둔탁한 무언가가 내 머리를 치는 충격이었다. 유치원을 같이 다니던 절친과 이사하면서 헤어질 때 녀석의 닭똥 같은 눈물이 떠오르고, 몇 번의 이사는 그에게 고향을 생각할 겨를과 이유를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수백 년 된 동족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고향은 유일무이한 공간이지만 아들에게 아비의 고향일 뿐이다. 더욱이 어린 그에게 몇 번에 걸친 이사는 공간적인 정주 의식을 느낄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본의 아니게 몇 번 이사하게 된 까닭은 집주인의 부도 때문이었지, 이사를 통한 재산 늘리기와는 관계가 멀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보다 크고 값비싼 아파트로 이사하며 부를 늘리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자본주의적 욕망과 직장을 위한 잦은 이사에서 아이들이 받는 고통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사와 전학으로 받는 정신적 내상은 사춘기의 반항으로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아들딸들이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라도 이사 가지 않고 한 곳에서 사는 것이었다. 비록 그 동네가 좋든 싫든 한 곳에 정주하여 살면서 적어도 학창시절의 온전한 시공간은 제공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들딸이 대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비로소 성안으로 이주하였다. 사람들은 낙후된 성안에 들어와 사는 까닭을 의아해한다. 편리한 아파트와 돈 되는 다세대 주택이 아닌 삶의 공간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고, 더욱이 한옥을 짓고 살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아들딸이 훌륭한 위인이 되기를 바란다면 아파트를 탈출하라고. 아들딸이 유명한 인물이 되고 나서 그들의 ○○아파트 1503호를 생가라고 방문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역사적 장소성은 중요하다. 나혜석 생가터를 문제 삼는 어느 언론사의 몰상식조차 공간적 장소성에 대한 의미 부여를 알기 때문이다. 작지만 누추하지 않은 한옥, 그 장소성의 확보는 값은 올라가지만 끝내 사라질 아파트의 부박함과 바꿀 수 없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누대에 걸쳐 사는 후손들이 기억하는 공간을 소망하는 것이리라. 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

[천자춘추] 도로 위의 몽상 ‘졸음운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순간이었다. 눈을 떴을 때 주변의 여러 대 차량이 필자의 차량을 향해 동시에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다. 일상적인 항의와 분노를 표하는 경적소리와는 달리 한 생명과 차량을 구하기 위한 애타는 울림이었다. 약 20년 전의 일임에도 생생하게 기억될 만큼 충격적인 기억이다. 이후 필자는 졸음이 유발되는 경우가 아니라도 감기약을 복용하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 5년간 봄철 고속도로의 교통사고 사망원인 1위는 졸음주시태만 이었다. 얼마 전에는 시내도로에서도 졸음운전으로 인한 9중 추돌사고가 있었으니, 단순 고속도로에서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음주운전은 혈액이나 호흡 등을 측정하여 그 위험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으나, 졸음운전은 위험을 예측할 수 있도록 졸림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없고 현장 단속이 어려울 뿐 아니라 졸음운전임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키드마크(skid-mark)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운전자가 위험 상황에 직면하기 전까지 충돌시점이 임박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그만큼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충돌하여 부상 정도나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운전자들은 흔히 피로를 느끼면서도 졸음운전을 계속하면서 불확실한 사고 여부를 피하기보다는 시간 단축 효과를 선택한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 빚어내는 도로 위의 참사를 막고자 관련기관은 매년 졸음운전과 관련된 자극적인 슬로건을 고민하며 업데이트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는 국민총소득(GNI) 1조 7천254억 달러(2018년 통계청 KOSIS기준)에 이르며 세계 183개국 중 10위라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불러왔다. 이제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고 눈앞에 보이는 시간비용과 경제적 이익을 선택하기보다 나와 주변의 안전을 생각할 수 있는 더 가치 있는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김명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책임연구원

[천자춘추] 보건과 통계

소크라테스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질병은 누구에게서나 똑같이 볼 수 있다. 17세기 잉글랜드의 히포크라테스로 불렸던 토머스 시드넘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질병과 환자를 분리했고 다양한 질병을 분류했다.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방법론은 달라졌지만, 질병분류의 전통은 근대를 넘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병함에 따라 통계청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명칭과 코드를 신설했다. 이러한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국제질병분류(ICD)에 질병명과 응급 사용 코드를 지정한 선례를 따랐다. 이로써 코로나19는 의료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게 되었고, 관련 정책수립과 통계작성을 통해 국내외의 협력을 끌어낼 토대가 형성되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발병했을 때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차이가 있다면 국가 차원에서 보건체계를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201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개발한 세계보건안전지수(GHS Index)를 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195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 자료에 따르면 1위는 미국이고 2위는 영국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국가처럼 지역봉쇄나 이동 제한도 없었고, 시민들의 공포가 생필품의 사재기로 표출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보건체계의 우수성에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보건체계는 의료진과 방역 당국의 헌신적인 노력과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잘 정비된 통신망과 정보통신 기술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투명한 정보공개 또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한몫을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전염병 감염의 우려가 있음에도 21대 총선 사전투표에 1천1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참여했다는 소식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국민의 한 표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도구상자인 동시에 민주주의 그 자체이다. 나의 선택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스스로 믿고 여타의 불이익을 감수하는 용기를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는 파레시아(parrhesia) 라고 불렀다. 이런 용기가 한 번 더 필요하다. 전염병의 발병과 확산으로 힘들어진 이 시기에 정부와 기업과 시민들은 건강, 보건, 교육 그리고 경제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고품질의 통계 생산을 위해서는 기업과 시민들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힘든 시기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통계청 직원들이 전화를 드리거나 방문을 하면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코로나 혁명

우리 사회는 그동안 급진적으로 발전해왔다. 굳이 앨빈 토플러의 물결 이론(wave theory)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류는 농경제 사회에서 산업 혁명을 거쳐 지식 정보화 사회로 발전해 왔고, 오늘날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혁명적 발전은 기술의 진보를 통한 전 인류의 점증적 발전으로, 우리의 노력과 의도로 만들어온 결과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의 노력으로 애써 쌓아 올린 인류 발전의 탑이 일순간 흔들리고 있다. 우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지구 밖 생명체의 첨단 공격도 아닌, 그저 원인도 잘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셧다운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단한 노력으로 인류는 거대한 발전의 탑을 쌓아 올렸지만, 고작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에 전 세계가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안타깝고 두렵다. 그리고 일견 쓴웃음을 짓게도 한다. 우리가 쌓아 올린 이 멋진 탑이, 우리가 누리는 이 거대한 문명이 어쩌면 목적도 방향도 상실한 바벨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우리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코로나 사태 앞에서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된다. 물론, 우리는 이 어려움을 훌륭하게 극복해낼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분명 오늘의 어려움을 떠올리며, 미래의 언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리라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 이 사태가 희망차게 마무리될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으로 이 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코로나가 남길 결과가 너무나 크다. 교육, 의료, 공공행정은 물론 스포츠와 문화 활동 및 인간관계까지,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 사회를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만들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급진적 변화의 기준점이 코로나 사태 위에 찍힐 것이며, 이 사태를 통한 전인류의 급격한 발전은 가히 혁명적 변화가 될 것이다. 코로나 혁명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위기(危機)는 본디 위태롭지만, 태생적으로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전 인류적 위기 가운데 우리는 어떠한 위태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난리통 속에서 무슨 교훈을 얻고 있는가? 겸손하고 겸허한 모습으로 코로나 사태를 생각하며 자문해 본다. 어쩌면 한낱 미물은 우리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천자춘추] 코로나 이후 남북관계 돌파구 모색

홍순직 코로나19가 온 지구촌의 모든 이슈와 관심을 잡아먹는 하마가 되었다. 지난 3월31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결국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4월11일 현재, 로이터는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 수는 161만181명, 사망자는 10만35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9일 중국 우한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92일 만에 1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미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로 확산되고는 있지만, 중국과 한국에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중국은 우한을 봉쇄한 지 76일 만에 봉쇄 해제하였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꾸준히 밑돌고 있다. 한국도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 등의 동참으로 신규 확진자가 50여 일 만에 20명대로 감소하였다. 물론 섣부른 예단과 낙관은 금물이다. 아무쪼록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중국과 한국처럼 조속히 진정되기를 소망한다. 문제는 너무나 일상화된 코로나19의 진정 이후이다. 급속히 위축된 우리 경제와 단절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하반기로 갈수록 대선 일정이 가까워지는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 해결보다는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두는 소극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고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력 약화로 자칫 아무런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연말의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경제ㆍ핵 병진 노선의 복귀와 자력갱생과 내부결속 강화로 북미협상을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무력도발도 우려된다. 코로나19 이후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의 호응 및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의 국제사회 대북제재 하에서는 정부는 정책 추진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므로, 지자체와 NGO를 중심의 현실적조용한 접근으로 우리 정부의 확고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 전달과 실제적인 소규모 상징적 성과 도출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의 마스크 공장 운영을 통한 남북 상호 신뢰 회복과 개성공단 재개의 긍정적 여론 조성의 계기 마련, 그리고 남북공동방역관리사무소 설치와 북한 보건의료 인력의 기술교육훈련 장소로의 활용 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보건의료와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공유사업이나,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공동팀 구성 등도 검토할 만 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다양한 창의적 제안과 시범사업 추진 여건 조성 노력이 요구된다. 홍순직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센터 객원연구원

[천자춘추] 그리움은 바람을 타고

거실에 들어오는 햇살은 아무것도 모른 듯 조용히 따스함을 전달하고 거실안에서 나는 너무 많은 상념과 함께 햇살을 바라본다. 오래전 지구로 출발하여 도착한 빛이기에 너무도 소중하고 반갑다. 나에게 봄 햇살같이 반가운 손님은 누구일까? 나의 젊은 날 작은 봉급으로 11명의 시댁 식구들과 살아갈 때 캄캄한 밤이오면 삶의 무게로 베개가 젖도록 울면서 언젠가 잠들었는지 모르지만 아침을 맞을 때가 많았다. 그런 날도 학교는 여지없이 가야 했다. 복도를 들어선 순간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오면 어젯밤의 슬픔은 아이들의 소리와 함께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아이들은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한 부분이었다. 교사시절이 지나고 관리자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나의 산소처럼 존재했나 보다. 코로나19로 여느 때 같은 개학은 할 수 없고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면서 나는 비상근무 태세로 매일 임하고 있다. 계획된 공사도 작은 것부터 하고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는 모든 대비도 끊임없이 더해지면서 계획이 수정되고 첨가된다. 정신적육체적 피로는 심각해지고 기다리는 학생들은 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없이 근무하는 학교는 생기도 없고 활력도 없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교사들이 쉬는 기간이라고 말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더 아프다. 지금 그런 말이 하고 싶을까? 하긴 이런 시국에도 해외여행 다녀와서 힘들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많은 사람에게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으니 개탄할 일이 한 두 가지는 아니다. 간신히 코로나19가 주춤해져서 3월이 지나면 한숨 돌릴 줄 알았는데, 휴대전화기에 확진자는 뜨고 있으니 공황에서 무조건 격리시키지 않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뒤늦게나마 조치는 하지만 이미 감염환자들이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생기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공부하고 뛰노는 학교로 돌아오도록 제발 언니, 오빠 그리고 어른들 정신을 차려 주었으면. 원하지 않게 아이들은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끔은 가기 싫었던 학교가 그리울 것이다. 소중한 일상들이 깨지면서 소소한 생활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모두 깨달았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무시한 처사로 코로나19가 발생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들이다. 처음처럼 모든 것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는 노력을 해봐야 한다. 인간이 자연과 그 질서를 파괴해서 되돌려받는 것들은 더 없는지 생각해보고 겸허한 자세로 남은 삶은 점검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학교가 학생이 오지 못해 쓸쓸한 교실과 교정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내가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것도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 본다. 솔솔 부는 봄바람이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하나가 되어 내 가슴을 점점 아리게 한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천자춘추] 코로나 비포 앤드 애프터

우리가 아직 실감하지 못하거나 인정하기 싫어 애써 외면하는 것이 있다. 조금만 더 견뎌내면 찬란해서 더 잔인한 이 계절이 끝나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바이러스가 소멸된다 해도,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4개월째, 짧은 시차를 두고 전 대륙을 덮친 공공의 적은 개인, 사회, 국가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두 달이 넘게 기상 알람을 긴급재단문자가 대신하고, 핸드폰으로 뉴스 속보를 확인하며 잠에서 깬다. 처음으로 쓰게 되고 알게 된 단어인 팬데믹, 비말감염, 자가격리 등이 일상어가 되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이 결정된 온라인 개학은 그 여파가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마스크가 외출 필수품이 되고, 하루에도 몇 십 번 손을 씻는 일들이 원래부터 생활의 일부인 듯 익숙해졌다. 그뿐인가, 올림픽이 사상 처음으로 연기되고 전 세계 189개 나라를 무비자로 갈 수 있었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여권은 이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선진국들이 칭찬하는 방역시스템과 높은 시민의식을 지닌 우리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모든 게 앞서나갔던 그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건 낯설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직업, 운동, 사교, 쇼핑, 건강관리, 자녀교육, 가족 돌보기 등 삶의 모든 기반들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신체접촉의 정도도 한 단계씩 낮아져 포옹은 가족만, 악수는 정말 친한 사람만 하는 것이 되고, 모르는 사람과는 가까이에서 대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아파도 출근해야 한다라는 문화는 아프면 쉰다는 문화로 바뀌게 될 것이며, 재택근무와 서면보고를 더 많이 활용하게 되고, 화상회의, 온라인 강의, 배달 음식이 생활화되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새로운 일상이 아니라 일상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다. 올해 초, 필자가 이 지면을 통해 올 한해 각종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등 풍성한 미술계를 이야기하며 들떴던 기억이 아련하다. 지금 미술관과 박물관 등의 전시공간들은 철통 같은 방역으로 문을 걸어 잠갔고,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많은 것을 힘들게 했지만, 특히, 생동감이 관람객과 직결되는 예술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난리통에 문화가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것이 문화예술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화 기생충의 수상 소식에 온 국민이 환호하던 순간을 기억해 보면, 예술작품 하나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활동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온라인을 통한 관계와 소통에 익숙해져 있고, 현장을 직접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문화 혜택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세계 유수 공연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수십만 원 하는 팝스타들의 콘서트도 소셜미디어에서 열리고 있다. 루브르박물관이 인터넷공간으로 전시장을 옮겨왔고, 아트바젤 홍콩은 온라인 뷰잉룸으로 환복했다. 국내 국공립미술관 또한 학예사들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하는 온라인 전시 투어로 새로운 전달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서, 도리어 전보다 문화예술의 문턱이 낮아지고 관객과 더욱 친근하게 대면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동체를 통한 시도와 경험들은 코로나 이후 문화의 또 다른 체험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안착하게 되고 더욱 널리 교류할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천자춘추] 국민과 함께하는 병무행정 혁신

병무청은 정책 전반에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혁신적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이 주인인 정부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병무행정 서비스 혁신을 추진 중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 활용 민원상담 및 출원 서비스 도입이다. 한 해 병무청 상담처리건수는 약 100만여 건으로 그 중 입영일자 등 단순 문의가 90%를 차지한다. 상담대기시간이 길어져 통화를 포기하거나 근무시간 외 또는 휴일에 통화가 어려워 불편을 호소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챗봇을 활용한 상담서비스를 개발하여 24시간 365일 언제나 신속하고 편리한 상담 및 민원신청이 가능해진다. 단, 직접 통화가 요구되는 고충 및 심화상담은 민원상담원의 집중상담으로 효율적이고 친근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 인증체계 도입으로 본인인증이 가능해져 공인인증서 없이 민원 출원이 가능해졌다.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가능하던 인증절차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총 161종의 민원 중 129종의 민원에 대해 출원이 가능하다. 더불어, 병적증명서에 대한 해외인증서(아포스티유) 발급이 편리해진다. 2019년 국민공모제안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추진한 사항으로 그동안 해외취업 등을 위해 발급받은 병적증명서가 공문서임을 인증받기 위해서는 외교부나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 또는 국제우편으로 신청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를 외교부와의 전산 연계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발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국방부, 고용노동부, 각군본부, 보훈처와 협업하여 추진하는 입영 전 병역진로설계 서비스가 있다. 병역의무자가 입영 전 적성검사를 통해 군사특기분야를 결정하고 군 복무 사전체험을 통해 적성에 맞는 분야에 입영을 돕고 전역 후 취업지원 상담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 외에도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는 카카오 알림톡을 이용한 모바일 통지서는 현역병입영 및 동원훈련통지서를 우편이나 이메일 통지서와 비교하면 신속한 통지서 전달로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작년에 이어 더욱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병무청은 밀레니얼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선제적 행정서비스를 통해 정부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국민들도 주요 정책의 제안부터 수립 및 추진과정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달 말까지 접수 중인 2020년 상반기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김용무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당구 예찬

당구(Billiard)는 남녀노소와 계절을 막론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실내스포츠다. 당구는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했다는 설과 기하학이 발달한 고대 이집트에서 탄생했다는 여러 가지 기원설이 있으나, 오늘날 스포츠로 당구가 발전한 것은 유럽대륙의 프랑스에서 1570년경 국왕이 당구를 즐겨 그의 부관들이 연구를 거듭한 후에 궁중 스포츠로서 점차 자리를 잡았다. 1818년 당구공에 회전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초크의 개발과 1855년 당구공의 반발력을 높일 수 있는 쿠션의 개발로 현대의 스포츠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15년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이 당구대를 일본에서 수입하여 창덕궁 내에 대신들과 즐겼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유럽이나 우리나라도 왕족 스포츠에서 처음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건전 스포츠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전년 기준 약 2만2천개소에 이르는 당구장이 국내에 성업 중이다. 유선TV에서도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프로선수나 아마추어선수의 당구경기를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당구가 근래에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당구는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통일 및 집중력을 높여주고, 테이블 주위로 1시간에 2㎞를 걷고 상하체를 이용한 전신운동이라 운동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둘째, 사회성을 타 스포츠에 비하여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운동이다. 즉, 타 운동에 비하여 손쉽게 경기장을 찾을 수 있으며, 손쉽게 구성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기본 예의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구는 청소년의 여가선용에도 도움이 되는 스포츠이며, 실버세대에게 가장 적합한 스포츠라는 것이다. 정신을 맑게 하고 두뇌를 회전시키며, 신체건강을 챙기며, 또래 집단과 대화를 나누며 치를 수 있는 스포츠경기가 몇이나 있을까? 당구는 그야말로 청소년과 실버세대에게 가장 적합한 스포츠인 셈이다. 영국의 스포츠사회학자 엘리스 캐시모어(Ellis Cashmere)교수는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이라는 저서에서 현대인들의 삶은 너무 뻔하며(predictable), 삶이 지나치게 예의고(civil), 삶이 너무 안전하다(safe)고 전제하고 있으며 스포츠는 이 3가지 전제와 대조되어 현대인들이 스포츠에 열광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스릴 있는 것이 스포츠경기인 것이다. 스포츠로서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스릴 있는 당구가 심신(心身) 증진 스포츠로서 가지는 묘한 매력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전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스포츠로서 크게 도약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태형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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