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능력주의에 정의는 없는가

코로나-19는 보건시스템을 비롯하여 환경, 행정구조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모순점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증오 계층 간 갈등 불평등 등의 이슈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주최한 국제 반부패회의에서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교수의 발언이 화제다. 이전의 불평등이 팬더믹 위기로 더욱 강조되고 심화됐다. 팬더믹 동안 택배기사트럭운전사보건종사자 등 많은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떻게 보상할지, 그 일의 존엄성에 대해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질문, 우리는 왜 증오하는가?, 제롬 푸꿰의 특권계급이 이탈했을 때 연구 등은 사회계층 간 구분 짓기 현상의 만연을 지적하며 원인으로 능력주의(meritocracy)에 기반한 엘리트 민주주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의하면, 자기정체성은 소속의 확인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과의 비교를 통해 사회적으로 구분되고 싶은 욕구라고 한다. 자신이 우월한 조직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그들 간의 차이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 보일 기회라고 믿고 있고, 그런 집단적 우월감의 확인과 과시가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대식 카스트 제도의 입성을 위해 자신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은 일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은 노력정당화 효과(effort justification effect)로 이어진다. 강준만은 그의 논문 왜 부모를 잘 둔 것도 능력이 되었나?에서 이게 어떻게 해서 얻은 자격인데., 내가 누군지 알아? 하는 자신의 소속 집단에 대한 과대평가와 집착은 누군가에게 무례를 저지르고 모욕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내 재능으로 얻는 포상은 사회가 그것을 원하느냐에 달렸다고 샌델교수는 강조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기업가정신이, 소송 만능사회에서는 법학대학원이 유망합니다. 이게 모두 우리가 노력한 결과는 아니죠. 만약 고도의 소송사회가 아니라, 수렵사회나 전쟁사회에 산다면 우리 재능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더 무능 해지는 것인가요? 순전히 내 노력의 결과인지를 따지기 전에 내 재능을 포상하는 사회에 태어나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연성과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좋은 부모, 높은 지능은 우연적 재능이지 능력은 아니므로 우리의 행운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고 착각이다. 정현정 유한대학교 보건복지학과 교수

[천자춘추] 비대면 박람회와 '롱테일'

해마다 1월이 오면 전 세계 얼리어답터의 이목은 라스베이거스를 향한다. 바로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 ICT 융합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1967년 뉴욕에서 시작한 CES는 이름에서 보듯이 처음엔 음향기기와 백색가전 위주의 전자제품박람회였다. 대표적으로 1981년 CES를 통해 소니와 필립스가 함께 선보인 CD 플레이어가 음향기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그 외에도 휴대용 오디오, 비디오 플레이어, 가정용 오락기기 등 당대 최신 전자제품이 CES를 거쳐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 가전제품에서 혁신이 줄어들자 CES의 위상도 잠시 흔들린다. 동시기에 세빗(CeBIT)을 비롯해 정보통신을 주제로 한 많은 박람회가 혁신을 주도했다. 많은 고민에 빠진 CES 주최 측은 큰 결심을 한다. 2010년대부터 박람회 주제를 제품이 아닌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CES는 최신 ICT 트랜드의 메카로 거듭났다. CES 2021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변경되어 진행된다. 올해 참가 기업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해 박람회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 변화가 스타트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CES는 접근성 좋은 전시관을 대형 ICT 기업 위주로 배정했다. 당연히 관람객의 관심이 그들에게 쏠렸다. 상위 20%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라는 파레토 법칙이 박람회에도 얼추 적용되었다. 하지만 전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에서는 다르다. 크리스 앤더슨은 파레토 법칙의 그래프에서 우하향하는 하위 80% 부분이 긴 꼬리처럼 생긴 점에 착안해 롱테일 현상을 분석했다. 전통시장에서 배치, 전시 등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밀려난 비인기 상품이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최하는 CES 2021에서 스타트업에 더욱더 많은 기회가 갈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CES 2021 온라인 전시지원을 통해 총 12개 스타트업의 참가를 돕고 있다. 이들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AR 골프 퍼팅 훈련서비스, 시각장애인용 키보드, 미세전류를 활용한 마사지기 등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우리 일상에게 다가올 사소한 변화까지도 CES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강동구 경기콘텐츠진흥원 청렴감사실장

[천자춘추] 경기산하

『비옥하고 풍요로운 경기의 천 리안팎의 산하가 모두 견고한 요새라네도덕정치가 펼쳐질 형세마저 아울렀으니그 역사는 천 년을 기약할 수 있다네』 조선 건국의 주역이었던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은 새로운 국도(國都)인 한양 건설의 총책을 맡았다. 1395년(태조 4) 10월 그는 자신이 그리는 한양의 모습을 시로 지어 태조 이성계에게 바쳤다. 성리학으로 통치되는 유교적인 이상사회(Neo-Confucian Ideal Society)의 전개였다. 이 시는 그가 지은 〈신도팔경(新都八景)〉 중에서 첫머리에 실린 경기산하이다. 사방을 관통하는 사통팔달의 잘 정비된 도시, 민본(民本)을 위한 질서정연함을 갖춘 관청, 육로와 해로를 통한 활발한 물산교류, 그런 나라를 지탱할 굳건한 국방력 등 〈신도팔경〉에서의 지향은 유교적인 교화(敎化)를 바탕으로 한 부국강병이었다. 이들은 또 그림으로 그려지고, 8곡 병풍으로도 만들어져 유통됐다. 아쉽게도 현재 전하지 않는다. 이후 그 전통은 권근(權近, 1352~1409), 최연(崔演, 15031549), 이식(李植, 1584~1647) 등을 거쳐 조선후기까지 〈경사팔경(京師八景)〉, 〈경도팔경(京都八景)〉, 〈한도팔경(漢都八景)〉, 〈한양팔경〉 등으로 이어져 조선사회 문인들의 시와 그림으로 남았다. 그들에게 경기산하는 유교정치의 정점으로 여겨졌던 인화(人和), 덕치(德治), 덕화(德化)가 펼쳐지는 문명화된 공간이었다. 이 때문에 은하수처럼 흐르는 한강 굽이굽이마다 가지 열린 듯 멧부리 밑에 조성된 도시에는 배와 수레에 가득히 실린 물산이 넘쳐나는 모습을 갖춰야 했다. 현재의 경기산하 역시 마찬가지다. 녹록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던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그것이 유교적인 것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지만, 문명화(文明化)의 키워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방의 물산이 모인 저잣거리, 노동요가 흥겨운 산업 현장, 글 읽는 소리가 가득한 곳, 이런 문명화된 공간이 경기산하여야 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예전에 경기가 민본의 태평성대 왕업을 이룰 터전이었다면, 현재의 경기는 민주사회의 문명화를 이룰 터전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서로 생각을 모을 때이다. 천 년 경기역사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이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천자춘추] 교육이 먼저여야 한다

대중매체의 언론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익히는가? 답은 없다. 각자의 개성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슈의 관심이 무엇으로 와 닿는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정치사회이슈 속에서 교육의 문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백년대계의 교육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에 가려져 대입제도가 여러 번 바뀌는 등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위임하고 국가교육회의는 다시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하청을 주는 듯한 지금의 분위기, 책임은 뒷전이다. 아예 수능을 두 번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답을 제대로 내놓는 이도 없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국민의 여론에 따라 결정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 정국에서 학교만큼 예민한 곳은 없다. 시설전문직 공무원이 부족해 행정직원이 안전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내몰리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책임은 뒷전이고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경기교육의 현장도 답답할 뿐이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이번 수능을 마치면서 입시기관들의 등급 컷 예상이 틀렸다고 비난하는 목소리에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원래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답은 국가가 안 하니,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질타해야 정답이 아닐까.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제로 와 닿는 감동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능 후 많은 수험생이 불안해하는 사이, 사교육의 도움이 아니라 교육부와 교육청의 동행이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한다.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으련다. 그냥 사교육에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공교육에서도 나오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하면 되는 일이다. 특히 수능에서 정시와 같은 상담 부분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고, 국가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교육에서 진행하면 되는 일이다. 국가가 이러한 책무를 피하고 있기에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며 매달리는 것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코로나 시대는 활동을 멈추고 가급적 제자리에 머무는 것이 생활의 미덕이 됐다. 이미 수능이 끝났고 정시 지원도 끝난 상황에서 교육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는 경기교육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등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추민규 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 주식 광풍의 그림자

주가 3천. 주식 광풍 시대다. KOSPI가 7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3천 선을 돌파했다. 주식투자를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후회막급이고, 일부는 지금이라도 시작한다고 난리다. 반면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한 전문가의 우려도 적지 않고, 주식투자와 관련된 소비자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만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투자자문 관련 소비자상담이 1천892건인데, 2019년 11월에 비해 거의 2배 증가한 것이다. 전체 소비자상담 중 코로나19로 인해 상담이 급증한 위생용품(마스크), 예식서비스 다음으로 많다. 문제는 심각하다. 일단 주식정보를 얻고자 인터넷에 검색하면, 급등주 분석 완료, 수익 00% 보장, 빠르게 1억 만들기 등의 문구가 소비자를 현혹한다. 무료체험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전화나 문자로 회원가입을 권유받게 된다. 그다음 단계는 더 심각하다. 회원가입 후에는 되돌리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주식정보서비스의 1인당 평균 계약액은 373만원, 최고 3천600만원이나 되는데, 문제는 해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2019년 주식정보서비스 피해구제 3천237건 중 계약해지 피해가 대부분(96.5%)을 차지했는데, 환급 거부지연이 61.2%(1천981건)로 가장 많았고, 위약금 과다청구가 35.3%(1천144건)이었다. 사례를 보면 사업자의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해지하면 500만원 중 프로그램 비용이 495만원, 1년 기간 중 첫 1개월은 유료, 11개월은 서비스인데 1개월 지났으니 환급 불가, 계약할 때는 할인가, 해지할 때는 정상가 적용, 해지처리 고의 지연으로 이용료 과다 공제 등의 수법으로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소비자피해는 잘 해결될까? 1372 소비자상담센터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근거로 합의를 권고하는데, 주식정보서비스 사업자는 상담사의 권고뿐만 아니라 분쟁조정도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결이 어렵다. 주식정보서비스(투자자문) 업체들은 대부분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간행물ㆍ출판물ㆍ통신물 또는 방송 등을 통해 투자자문업자 외의 자가 일정한 대가를 받고 투자조언을 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이므로 일대 일 컨설팅은 불법이다. 주식 광풍의 시대를 맞아 주식시장에 뛰어들려는 소비자는 솔깃한 광고를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지방자체단체, 그리고 사법기관이 자본시장법, 방문판매법,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등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관련 업계를 철저하게 감독해야 할 것이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베트남 2030 프로젝트 시작하다

베트남 현지에 살다 보면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거리의 변화에 깜짝 놀라곤 한다. 매년 6~7%의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는 베트남은 2050년까지 GDP 20대 국가 반열에 올라가리라 예측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는 2030 프로젝트에 대한 실질적인 시작과 2050 비전을 선포했다. 주된 내용은 하노이를 스마트 도시로 부상하고자 정치, 문화, 교육, 경제, 행정을 유기적이고 동시적으로 성장시키려는 전략을 설정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하노이 국립경제대학교(VNU-UEB)의 응웬 즉 람(Nguyen Duc Lam)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하노이 2030 개발계획과 2050 비전에 대해 이해하고 베트남에 시장에 접근한다면 지속적이며 합리적인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2030 프로젝트는 앞으로 10년 동안 하노이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산업단지조성, 상업지역조성, 대학 기반 시설 마련, 하노이의 외곽도로 개선 등 신도시 건설 계획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미 베트남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750개의 건설과 교육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와 하노이 시정부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이제 코로나 19가 더 이상 하노이의 경제활동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노이는 스마트하며 그린 시티(Eco City), 그리고 녹색도시(Green City)로 성장하기 위해 3가지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지속적인 개발이 가능한 환경, 둘째는 개발과 보존의 균형, 마지막으로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제개발이다. 지난 십년 간 베트남 정부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인재들을 육성했고, 이제 이들이 베트남의 경제, 교육, 사회, 정치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홍강(紅江)삼각주의 교육대상 학생은 약 180만 명에 달하고 있어 정부는 핵심도시 위주의 투자와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도시의 교육기관 정원을 4분의 1로 줄이고, 현재 개발제한지역인 화락, 선다이, 수안마이, 푸쉔-푸밍, 축선, 석선 등에 새로운 캠퍼스를 건설하여 첨단 대학 교육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한국의 적지 않은 기업들이 코로나의 여파로 베트남을 떠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의 정책을 잘 이해하고 현지 정부와 잘 합력할 경우 한국의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베트남 내에서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고동현하노이 국립대 외국인 교수 / 동아시아 연구소 수석 연구원

[천자춘추] 포스트 코로나, 그리고 ‘참살이’

웰빙(well-being)의 순 우리말로는 참살이라고 하며, 앞서 이야기한 산업 사회의 단점과 폐해를 인지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사람답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 외부 생활에 제약이 있게 되면서, 혼자만의 집콕 생활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직장 내에 불필요한 회식이 사라지며 원치 않은 워라밸을 유지하는 이도 많은 듯 보인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11월 온라인 쇼핑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PC와 모바일을 통해 이뤄진 인터넷 쇼핑 거래 금액은 15조63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7.2%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배달 음식과 식재료 등의 배달 증가로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전보다 늘었고 음ㆍ식료품, 가전ㆍ전자ㆍ통신기기, 생활용품 등이 늘었고, 여행 및 교통 서비스와 문화 및 레저 서비스는 각각 52%와 65.8% 감소했다. 경찰 대학 치안정책 연구소에서는 2021년도의 치안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부합한 분야별 정책 수립 방향을 제안한 치안전망 2021을 발간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접촉이 대폭 감소함에 따라 절도, 폭행 등 대인형 범죄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경기 불황 속 메신저 등을 활용한 비대면 접촉 증가에 의한 지능 범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이를 통제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격년으로 발행하는 Hows life?에는 공공 정책의 우선순위를 포함하여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삶으로 개선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관한 논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발행되고 있다. 웰빙 측정을 위해 소득과 자산, 일자리와 근로소득, 주택 등 물질적 조건뿐 아니라 건강상태, 일과 삶의 균형, 교육과 기술, 사회적 관계, 시민 참여와 거버넌스, 환경의 집, 개인적 안전, 주관적 웰빙으로 구성하고 있다. 총 11가지 영역 24개 지표를 국가별로 조사, 분석, 비교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많은 하향 곡선들이 우리를 옥죄이고 낙담하게 하지만, 심리 방역의 중요성을 믿는 필자는 지금 이 시기 역 웰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스피노자가 그의 저서 지성교정론에서 토론하고 생각을 나눌 친구들을 원하며 그들과 더불어 자유로운 삶의 공간을 가꾸고싶다고 이야기 했지 않은가.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 먹고사는 방법에 대한 절실한 토론도 좋지만, 오늘은 전화로 전하는 반가운 안부 인사로 마음 건강한 심리 방역을 나눌 것을 추천한다. 천지수 티엔아트컴퍼니 대표 /수원시청년정책자문위원

[천자춘추] 아직도 당신의 육체는 전쟁터이다

재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었던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당신의 육체는 전쟁터이다(Your Body is Battlegroung)는 1989년 워싱턴에서 불붙었던 낙태 합법화 시위에 포스터로 사용했던 작품이다. 작가는 낙태는 여성의 인권이라거나 낙태 찬성 등의 간단하고 알기 쉬운 문구 대신 한참을 생각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당신의 육체는 전쟁터이다라는 모호한 문구를 작품에 넣었다. 1989년의 이 시위는 1973년 텍사스 주 달라스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의학적이고 안전한 상태에서 면허를 가진 실력있는 의사를 통한 낙태로 임신을 중단하고자 당시 낙태가 불법이었던 텍사스주를 상대로 위헌소송을 냈던, 어찌 보면 작은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현재도 미국의 주마다 낙태에 대한 권리를 다르게 보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이 논쟁은 현재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난해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가 최종적으로 폐지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안 입법 없이 폐지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고, 개별 산부인과들에서는 진료의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혼란들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출생 성비가 상당히 개선되어 딸이라도 좋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지만, 2000년까지만 해도 여아 100명당 남아 출생률이 116.6%을 기록하고 있었다. 같은 해 셋째를 출산할 경우의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42.8%이었던 통계까지를 들여다보면, 이런 비율이 이뤄지기까지 성감별에 의해 많은 여아가 낙태되었을 것이라는 당연한 추정에 이르게 된다. 낙태는 낙태죄가 버젓이 있던 2000년에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들의 문란한 생활 때문에? 아니 천만의 말씀, 가부장적 관습 때문에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바라 크루거의 당신의 육체는 전쟁터이다라는 작품은 여성의 육체가 사회를 이루는 갖가지 가치관과 이념의 투쟁이 일어나는 장소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도덕과 의학과 법과 여러 사회제도가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투쟁하는 장소로서의 여성의 몸은 아직도 여전히 전쟁터이다.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천자춘추] Great Sport Myth (위대한 스포츠 신화)

Great Sport Myth(위대한 스포츠 신화)라는 용어가 있다. 이 신화에 따르면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순수하고 선하며, 그 순수함과 선함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따라서, 스포츠는 개인을 성장ㆍ발달시키는 가장 확실한 매개체 중 하나다. 특히 이 신화는 유소년의 인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정말 좋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스포츠에 참여만 했는데 긍정적인 변화들이 생긴다니! 하지만 이 결론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다. 신화의 사전적 정의 중 하나가 신비로운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위대한 스포츠 신화는 그리스 신화처럼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스포츠에 대한 전설적 이야기라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스포츠를 통해 유소년의 인성이 발달한다는 주장도 허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면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생각하며 이 신화를 믿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위대한 스포츠 신화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스포츠가 이미 특정 (긍정적인) 인성을 가진 참가자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스포츠가 유소년의 인성을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집단이 긍정적인 인성을 가진 아이들을 선택하면서, 스포츠 참여가 아이들의 그러한 인성을 발달시킨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또한, 스포츠를 통해 발달됐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인성이 사실은 다른 활동들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스포츠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스포츠 외에도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나 지역사회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그 중 과학실험수업에서 있었던 친구들과의 토론이 그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했을 수도 있는데, 이 변화의 원인을 스포츠 활동으로 귀인 하면서 위대한 스포츠 신화는 강화될 수 있다. 이번 칼럼을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스포츠가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지 못한다고 주장을 하는 것 같다. 필자의 의도는 스포츠만이 유소년의 인성을 발달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위대한 스포츠 신화가 위대한 스포츠 사실 (Great Sport Fact)이 되려면 어떤 종류의 스포츠가, 어떤 스타일의 지도자가, 어떤 형태의 피드백이 유소년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천자춘추] 위드 코로나, 도시는 어떻게 변화할까

코로나 1년 동안 재택근무, 재택학습이 확대되고, 비대면 산업과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물론 모든 업종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은 아니고,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업무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한정된다. 온라인 쇼핑과 택배 물류 산업은 급성장하는데 오프라인 매장, 식당, 공연장 등은 연일 울상이다. 내년 초에는 백신접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언제, 얼마나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대답하기 어렵다. 매장을 넓게 사용하는 쇼핑, 식당, 공연장의 수요는 감소하고, 도심물류센터, 소규모 녹지,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수요는 커갈 것이다. 수도권 인구가 총인구의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 1년이 경과하면서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더 빨라지지 않을까. 도쿄도 인구도 작년에 5만 명이 증가하였는데, 올해는 더 집중할 것이라 한다. 코로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한다. 쇼핑ㆍ학습ㆍ금융ㆍ교제ㆍ교통 등 일상생활이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위로 이동한다. 기술혁명 관련 테크기업이나 연구개발 회사들이 수도권으로 집중하고 성장한다. 수도권 인구는 증가하는데 서울인구는 감소한다. 수도권의 광역화가 진행 중이다. 파리와 런던은 15분 도시를 구상한다. 팬데믹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이 15분 거리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생활권 도시다.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인구를 수도권 내에서 분산되는 분산형 집중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광역급행철도(GTX)와 3기 신도시건설은 다핵분산형 공간구조로의 재편을 촉진할 것이다. 이제 생활권계획이라는 공간계획을 법정계획으로 다룰 때가 된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디지털 플랫폼 위에, 그것도 모바일 플랫폼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모바일기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불편과 손실을 보게 된다. 디지털 기기를 보유하지 못하거나,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용교육, 사용지원, 기기렌탈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디지털복지(digital welfare)가 필요하다. 주민센터ㆍ관리사무소ㆍ공공청사 등에 디지털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디지털 복지를 지원해주자. 역사 속의 팬데믹은 되풀이된다고 한다. 새로운 팬데믹이 오면, 도시는 또 다른 적응을 모색하며 진화할 것이다. 적시생존(適市生存), 적응하는 도시가 살아남는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천자춘추] 대지관어원근

지금은 터널이 개통됐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향인 양양에 가려면 인제에서 한계령 고개를 넘어야 했다. 뱀 허리 같은 길을 힘들게 올라가다 보면 정상에 있는 한계령 휴게소가 나온다. 차에서 내려 휴게소 전망대에 서면 험준한 한계령 고갯길이 한 폭의 그림처럼 반긴다. 눈길을 돌리면 속초와 양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시가지 너머로는 푸른 바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자랑한다. 휴게소 전망대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마치 세상이 발아래 있고, 세상 모든 것들이 내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없던 호연지기가 생기고, 원대한 포부와 꿈이 가슴 속에서 용솟음친다. 그러나 시내로 내려오면 세상은 휴게소 전망대에서 보던 거와 딴 판이다. 생선 비린내 가득한 부둣가에서 상인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물건값을 흥정하면서 실랑이하기도 하고, 우는 아이를 윽박지르면서 어디론가 바삐 가는 부모들도 보인다.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세상은 위에서 보는 것만도, 아래에서 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장자 추수편에 대지관어원근(大知觀於遠近)라는 구절이 있다. 큰 지혜는 멀리서도 볼 줄 알고 가까이서도 불 줄 아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장자는 지극히 작은 데서 지극히 큰 것을 보면 다 볼 수 없을 것이요. 지극히 큰 데서 지극히 작은 것을 보면 분명치 못할 것이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도민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온갖 역량을 쏟아 부었다. 힘들어하는 도민들을 위한 다양한 민생정책도 입안하고 실행했다. 그러나 도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도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괴리되거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반대로 경기도나 국가의 시스템과 큰 틀을 무시하고 즉흥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본다. 또한, 당장 눈앞의 결과에 매몰돼 주변 사람들이 처지나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몰아붙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묵은 때를 씻어내고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질 때다. 햇볕이 따스하게 비추는 창가로 가 다짐을 해본다. 새해에는 멀리서도 볼 줄 알고 가까이서도 불 줄 아는 지혜를 갖출 수 있도록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면서 자신을 열심히 채찍질해야겠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천자춘추] 이분법적 논리국민 통제 이제 그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차인의 월 임대료 인하를 강제할 수 있는 소위 임대료 멈춤법 논의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그대로 받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새로운 임대료 정책에 약자 대 강자라는 이분법을 또다시 적용했다. 단언컨대 공정 프레임을 쓴 임대료에 대한 강제규정은 부동산정책 실패에 이어 대표적인 정부의 실패작이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그의 저서 노예의 길(Road to serfdom)에서 보다 나은 사회,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다는 미명하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결국 전체주의로 나아가 국민을 노예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유토피아를 꿈꾸던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실패해 결국 자유주의로 선회했다는 것은 이를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지난 15일 리얼미터에서 국민의 의견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임대료에 대해 임대료 인하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49.3%여서, 의무적으로 강제해야 된다는 의견 39.8%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민도 정부규제는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은 충분히 자율적으로 상황을 치유해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금 모으기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이미 어려운 임차인을 위해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에 참여했던 많은 임대인이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이룩한다며 열심히 노력해 그 대가를 얻은 성실한 사람들까지도 이기적인 사람들로 몰아세우며, 모든 국민을 노예로 만드는 길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더 이상 공정 프레임을 내세워 이분법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국민을 통제하려는 만행을 멈춰야 한다. 국민은 코로나19 백신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무능을 사회적 갈등 야기로 시선을 돌리는 추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부디 이분법적 틀 안에서 벗어나 차고 넘칠 정도의 충분한 백신과 병상 확보에 힘쓰는 일부터 우선 집중하기 바란다. 김선교 국민의힘 국회의원

[천자춘추]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새집에서 살아보고 싶으시다는 아버님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집을 새로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2011년 9월 시장실을 찾아온 딸은 눈시울을 붉히며 애원했다. 자녀가 결혼하여 떠난 후에도 민원인 부모가 계속 살고 계신 집은 낡고 허름하여 여름에는 비가 새고 겨울에는 외풍이 세어 옷을 몇 겹씩 껴입고 지낸다고 했다. 이렇게 살고 계시던 중 중병에 걸린 아버지가 생전에 새집에서 한 번 살아보기를 간절히 원하신 것이었다. 부모의 집터는 농지법에서 지정한 농업진흥구역으로 농업인만이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건강이 나빠져 집에서 쉬고 어머니가 식당에 나가 일하여 버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농업인 자격이 되지 않아 농지전용허가 (농지를 대지로 변경)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원인과 함께 온 시청 담당 팀장에게 일생에 마지막 소원이시라니 도와 드릴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도록 당부했다. 보름 정도 지난 후, 담당 팀장은 농지전용허가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았다고 보고했다. 민원내용과 관련 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우선 1969년 수원 국토지리정보원이 촬영한 항공사진에서 그 당시에도 민원인 부모의 집터에 건축물이 지어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으로, 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지기 전에 개를 사육해 팔았다는 전력을 본인과 이웃 주민들로부터 파악한 후 농업인 자격이 되는 축산업자가 되도록 개 10마리를 사육하시게 했다. 이 두 사항을 근거로 농지전용허가와 건축허가를 하여 새집을 짓도록 했다. 2012년 1월 초 민원인의 딸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새집 완공에 시청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일주일 후 집들이 저녁 식사자리에 초대한다고 했다. 집들이 날은 다른 일정으로 가지 못하고 이틀 후 부모님을 찾아가 주택 신축 축하와 건강을 빌어 드렸다. 지금까지 한 민원처리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이는 공무원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업무수행 자세를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공무원은 법령, 조례 등에 근거하여 주민에 대한 각종 인허가와 규제업무를 처리한다. 그러나 근거 규정이 주민들의 개별적인 민원내용을 전부 포괄할 수 없어서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허가와 불허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가능한 한 주민의 입장에서 긍정적,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면 허가나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민원이 많아질 것이다. 위에서 예를 든 사례와 같이, 허가조건을 충족시킬 방안을 검토하여 주민을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주민중심행정, 주민만족행정을 실현하는 자세라 하겠다. 김춘석 전 여주시장

[천자춘추] 농식품 구독서비스로 건강과 위로를

이젠 비대면 온라인회의나 행사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직장모임은 물론 친구, 가족끼리도 만남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올해는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나 노트북 화면을 통한 랜선 미팅으로 송년의 아쉬움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새 비대면 언택트 문화는 식생활 소비패턴까지 바꾸면서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코로나로 외식이 제한되고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집콕 집밥하느라 다양한 식재료를 배달하는 소비가 늘어났고 가정 간편식을 구입하는 풍경도 대단히 자연스러워졌다. 농식품부의 2021 농식품유통전망에서도 코로나 비대면 상황에서 전 세대를 막론하고 편리함을 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주목했다. 무엇보다 경험을 공유하는 서비스형과 온라인매출이 중요시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신선채소류 등을 정기 배송받기를 희망하는 구독 고객들이 늘면서 농식품 유통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농식품 분야에도 구독경제 서비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세 판로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기구독을 하면 소비자는 좋은 품질은 물론 쇼핑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약속한 날짜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구독경제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오래전부터 신문배달, 월간잡지 정기구독, 우유배달 등을 통해 구독서비스를 만나고 있었다. 예전엔 실물로 직접 주고받았던 구독서비스가, 지금 시대에서는 음원 스트리밍, 미술작품, 책, 장난감, 의류, 식품, 화장품, 자동차, 반찬류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하게 온라인을 통해 가능해졌다. 언택트 시대를 사는 지금, 우리는 건강한 삶을 지켜내고자 쌀과 콩나물과 감자와 계란을 인터넷 장바구니에 더욱더 자주 담기 시작했다. 최근 급증한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들로 인한 농산물 소비감소의 대안으로도 클릭 한번으로 편하게, 원하는 수량만큼 원하는 날짜에 신선한 제철 먹거리를 집 앞에 놓아주는 농식품 구독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던 위기와 변화가 몰아닥친 올 한해, 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제자리를 지켜내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우리 농촌에서는 건강한 농식품으로 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영주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농업전략본부장

[천자춘추] 이재명 지사의 깃발 전쟁

세상에는 라이벌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더비가 존재한다. 이는 역사적, 종교적, 경제적으로 뒤엉킨 자존심에 따라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치열한 스포츠 전쟁을 치른다. 깃발 전쟁(戰爭). 이 단어는 과거 부족이나 민족 간의 전쟁에서나 쓰였지만, 지난 2016년 한국프로축구 K리그에서 그간 찾아보지 못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며 축구팬과 미디어 등의 대단한 관심을 끈 단어이기도 하다. 깃발 전쟁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처럼 SNS상 작은 도발에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K리그 1부에 처음 올라온 수원FC와 K리그 우승을 8번이나 달성한 전통의 명가 성남FC는 어떻게 보면 전혀 비슷한 점이 없는 구단이었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 빼고는 전혀 다른 두 도시 간의 대결은 도시를 대표하는 두 시장의, 정확히 말하면 두 구단주가 온라인상에서 펼친 설전이 화제가 되며 시작됐다. 특히 양 구단주가 패한 팀 홈구장에 승리팀 깃발을 내건다는 공약까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프로축구의 또 다른 흥행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깃발 전쟁은 두 구단이 2017년 2부리그로 강등되고 성남FC가 2018년 1부 리그로 복귀하면서 그 본질을 잃어버렸다. 이후 성남FC의 구단주였던 이재명 시장과 수원FC의 구단주인 염태영 시장은 2018년 도지사와 3선 시장으로 각각 당선되며 아쉽게도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축구팬들은 다시 한번 깃발 전쟁이 성사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기적 같은 승격을 이뤄낸 수원FC와 힘들게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한 성남FC가 내년 시즌 1부 리그에서 재회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제는 이재명 지사가 축구팬들의 염원에 응답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많은 축구팬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성남FC를 재창단하고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2016년 수원더비 미디어데이를 국내 최초로 시청(수원) 로비에서 했듯이 2021년에는 깃발 전쟁의 미디어데이를 경기도청 신청사(광교)에서 염태영 구단주(수원시장)와 은수미 구단주(성남시장)가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시 한 번 이재명 지사의 깃발 전쟁이 부활하길 소망한다. 이헌영 수원 FC 전력강화팀장

[천자춘추] 크리스마스 휴전, 음악의 기적

1차 세계대전의 1914년 12월 24일 밤, 눈이 내린 죽음의 땅 No mans Land라 불리는 곳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슈틸레나흐트,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독일군 참호 속에서 들리는 노래. 그래 크리스마스잖아!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우리는 감동했고 환호했으며 캐럴은 합창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거짓말처럼 참호를 걸어 나와 적들과 악수를 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서로 쏘아 죽인 전사자들을 위해 합동장례식을 하고 기도를 하고, 담배를 나눠 피고 이발을 해 주고 가족사진을 돌려보고, 죽음의 땅 위에서 축구를 했다. 이 이야기는 2005년 EBS 지식채널을 통해 크리스마스 휴전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어쩌면 이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때문이 아니었을까? 독일군 누군가의 이 노래로 참호 속 병사들의 영혼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준비하던 꼬마로, 첫사랑을 고백하던 크리스마스 이브로, 아이들의 선물을 준비하는 산타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살아있음에 대해, 삶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함께 노래하며 생각했다. 우리가 왜 서로 총을 겨눠야 한다는 말인가! 음악은 어디에 있을까?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누명으로 교도소에 복역 중인 주인공 앤디는 모차르트 편지의 이중창을 교도소 전체에 흐르게 하고 교도소 안 모든 사람들이 정지된 듯 음악에 귀 기울인다. 마치 정지된 시간과 같았다. 이 영화의 백미다. 그 후 장면이 더 감동적인데, 이 사건으로 2주간 독방에 갇혔다 나온 앤디는 독방에서 어떻게 지냈느냐는 동료의 물음에 음악을 들었다고 답한다. 녹음기를 가지고 들어갔어? 그는 대답한다. 아니. (머리와 가슴을 가리키며) 음악은 여기에 있어. 그것이 음악의 아름다움이야.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지 이렇듯 음악은 시공간을 초월해 온전히 존재한다.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모든 예술은 음악을 동경한다고 했던가? 팬데믹 시대. 크리스마스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사모아 섬에서부터 가장 나중에 시작되는 미국령 사모아까지 세계는 약 47시간 동안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 지구 곳곳에서 음악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아직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 저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는. 하지만 오늘 하루, 자신과 타인에게 또 그 무엇에게로 겨눴던 마음의 총을 내려놓고 노래를 부르자. 누가 알겠는가. 우리에게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천자춘추] 언택트시대,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디지털 트랜드가 새로운 사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포스트 코로나 정책은 이미 우리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 코로나 시대의 공존으로 인해 사회 여러 영역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기술변화의 속도 또한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흐름은 농업분야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며, 오늘날 농업은 과거 인력중심의 방식에서 디지털 농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농업분야 기술혁신 사례인 스마트 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온도, 습도, 토양 등) 최적의 상태로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지능형 농장이다. 과거와 달리 최소한의 노동력으로도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스마트팜 뿐 아니라, 농업 생산에 이용되는 저수지, 양ㆍ배수장 등 농업기반시설물 관리에도 ICT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기반의 농어업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도 내 배수장 36개소에 원격으로 조작이 가능한 배수펌프를 설치했다. 이는 올해와 같은 긴 장마로 인해 하천수위가 상승할 경우, 시설 담당자가 배수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빠르게 배수장 원격 가동이 가능해 농경지 침수피해 방지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가장 필수적인 맑은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 수질관리에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했다. 저수지에 설치된 수질 자동측정망을 통해 8개 주요 수질 측정항목(TOC, 탁도 등)을 실시간 담당자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어 수질오염사고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또, 드론을 활용한 저수지 수질조사 방식의 도입을 통해 수질측정 정확도가 향상되는 것은 물론 고무보트 전복 등으로 인한 현장 조사원의 안전사고 발생도 방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21세기 이후 처음 경험하는 장기적인 팬데믹은 안타깝게도 사회ㆍ경제 전반에서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되던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은 앞당겼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 4차 산업혁명과 접목한 디지털 농업은 농촌 인구감소 및 고령화, 이상 기후변화 등 우리 농업에 마주한 수많은 난제를 풀어줄 열쇠가 될 것이다. 이승재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묻지마 범죄

지난 2016년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여성에 대한 살인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많은 국민, 특히 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해당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고, 여성들은 언제든지 살해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로 공격하는 범죄행위를 묻지마 범죄라고 한다. 법무부에 의하면 소위 묻지마 범죄 가해자는 2013년 ~ 2017년의 기간에 5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얼핏 숫자를 보면 그다지 많지 않은 듯 보이지만, 문제는 묻지마 범죄 대부분이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처럼 자기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강력범죄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묻지마 범죄의 원인은 다양하게 주장되는데,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좌절로 인하여 폭력적 성향을 띠게 된다는 연구도 있고, 정신질환이 그 원인이라고 보는 때도 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의 가해자도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에 따른 정신질환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교통사고 등은 인프라를 갖추고, 사전 예방 교육 등을 통해서 그 피해를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왔으나, 묻지마 범죄는 누구든지, 어떤 상황이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는 커지고는 있으나, 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현실이다. 묻지마 범죄의 예방, 근절과 관련하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의 관리, 가정폭력, 학교폭력의 근절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어느 하나의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면 그다지 실효적이지 않다. 결국, 묻지마 범죄의 근절은 신뢰받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우리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 및 치안 문제, 사람들의 윤리적,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묻지마 범죄를 근절시키는 일은 힘들다. 이것에는 차별문제도 포함된다. 사회 구성원이 다양한 차별에 따른 좌절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갑이 을을 배려하는 사회,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요구하기 전에 지킬 것을 지키는 사회 등을 통해서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천자춘추] 기본 소득과 ‘기본 스포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 72주년을 맞아 SNS에 올린 글에서 정치, 사회적 기본권을 넘어 경제적 기본권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진행 중인 지역화폐형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기본 시리즈 정책은 공적 영역이 보통 사람의 경제적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해 주기 위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이 글의 말미에 모든 사람은 먹을거리, 입을 옷, 주택, 의료, 사회서비스 등을 포함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세계인권선언 제25조를 덧붙였다. 국가 정책의 패러다임을 이런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스포츠에서도 기본이 중요하다. 우선 스포츠는 모든 이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인식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스포츠혁신위원회는 모든 사람의 스포츠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보장하도록 책무를 명시한 스포츠기본법 제정을 권고했다. 이를 통해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가 보다 명확하게 확립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건에 관한 권리 등 다양한 권리를 스포츠를 통해 확장해야 한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모든 이들이 스포츠로 향유할 수 있는 기본을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제공하고 부담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이미 2018년에 2030 스포츠 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을 기준으로 예상되는 여러 가지 사회 변동의 해결책으로 스포츠가 유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5%에 달하게 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노인 인구의 10%는 치매 환자다. 고령 인구 의료비는 2016년 25조원에서 2030년에 무려 91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 증가에 따라 가족의 부담이 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회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이런 문제를 100세까지 이어지는 스포츠 활동 일상화를 통해서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에 따른 육아 문제 등도 3세부터 시작하는 스포츠 활동 습관화를 통해서 실마리를 풀 수 있다. 2018년 체육백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체육시설 8만5천811개 가운데 공공과 민간의 비율은 대략 3대7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에는 민간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 접근성이 좋은 공공 체육시설을 늘리려면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정부 예산에서 체육 분야의 비율은 최근 몇 년간 0.4% 이하였다. 기본소득도 마찬가지지만 기본 스포츠에도 돈이 필요하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자문관

[천자춘추] 어린이의 가능성을 지켜봐 주자

요즘 TV를 켜면 트로트 대세인 만큼 채널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클래식을 전공한 필자도 가수 불문하고 트로트가 슬픔과 기쁨으로 마음을 달래주고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행복에 빠져들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답답한 모든 분들에게 힘이 돼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트로트 오디션 경연을 지켜보다 보면 어린 초등학생들이 참가해 어른들 못지않은 가창력과 감정 표현으로 지켜보는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신동, 영재 어린 참가자들을 볼 수 있다. 오디션에 참가한 어린아이들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오랜 준비로 훈련한 만큼 무대에서 현란한 춤과 노래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모 미소로 물개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른 흉내를 내는 모습이 씁쓸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른들의 정서가 가득 담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과 이별, 슬픔 때로는 야한 가사들로 뜻도 모를 스토리들이 담긴 노래를 초등학생 어린 참가자들이 부르는 것을 듣고 있자면 낯 뜨거워질 때도 있다. 높은 점수로 좋은 결과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 인가 싶지만, 낮은 점수가 나왔을 때 어린 나이에 좌절감을 맛보며 울음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너무도 아프다. 오디션 프로에 심사평을 하는 마스터는 어린 참가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디션에 참가했으면 좋겠다. 초등학생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깜찍하고 예쁘지만, 어른들과 경연을 해야 하는 냉정한 무대이기 때문에 탈락할 수도 있음을 알고 도전해야 한다라는 심사평을 하기도 했다. 물론 오디션을 통해 한층 성장하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 어릴 적 각종 음악콩쿠르에 참가해 승리와 패배를 맛보며 성장했고 또다시 도전하면서 얻은 것도 있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린아이들이 트로트를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불건전한 환경에 노출된 위험한 세상에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꿈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가사들이 있는 동요를 부른다면 교육적으로도, 어린아이들의 정서에도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문제점은 아름답고 청초한 목소리를 트로트라는 창법으로 아이들의 목을 손상시키고 있는 점이다. 지금 당장 듣기에는 잘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아이들의 목 건강 상태는 좋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성숙함과 노련미가 생길 때까지 그 자체를 보호하고 보석처럼 예쁘게 다듬고 성장했을 때 더욱더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켜준다면 먼 훗날 오랫동안 사랑받는 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영은 경기예음챔버오케스트라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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