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유엔 창설 75주년과 SDGs

2020년은 유엔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선포 5주년이자 유엔창립 75주년이 되는 해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2020년 1월 UN75 활동을 시작했다. 그 목적은 75주년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위기 시대의 글로벌 과제, 현재의 추세가 초래할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유엔은 75주년 기념 표어를 우리 미래를 함께 만들자(Shaping our future together)로 정하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엔(The Future We Want, The UN We Need)을 제창했다. 올해 9월까지 전 세계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100만 명 이상의 회답이 있었다. 응답자의 87% 이상이 오늘의 과제를 해결하려면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유엔의 혁신도 요구했다. 그것은 다양성 존중, 포용성, 투명성, 책임성, 실효성의 향상이었다. 대화의 결과는 9월21일, 유엔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유엔 창립 75주년 기념 선언에 반영됐다. 선언은 SDGs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제때에 실행할 것, 파리협정의 약속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통제하고, 지속가능 소비와 생산모델을 실현할 것을 각국에 촉구했다. 또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분쟁과 안보의 해결, 유엔헌장과 인도주의적인 국제법 준수, 글로벌 군축을 재천명했다. 국가 간 불평등이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임을 초래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배타주의, 인종주의, 비포용 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다자주의를 강조한다. 이외에도 아무도 소외하지 않는다라는 전제하에 여성과 소녀의 권익을 중심에 두며, 다양한 그룹 간의 소통과 신뢰를 높이며, UN을 혁신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을 보장하며, 파트너십을 증진하며, 청년들과 함께 일하며 미래를 준비할 것을 결의한다. 1945년 유엔이 창설된 이후 각국 정부는 유엔을 통해 평화안보, 발전, 인권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도전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UN75 활동과 유엔 75주년 기념 선언은 기후 거버넌스가 사실상 유엔의 4대 축으로 설정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특정 국가주도의 패권주의를 넘어서려는 혁신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유엔은 창설 75주년을 맞이하여 다자주의가 보다 평등하고 탄력적이며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접근법으로 인식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2030어젠다(SDGs)의 이행이 필요하다는 선언문을 채택한 것이다. 이창언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대학협력특별위원장

[천자춘추] 상생을 잃은 골프 시장

본인은 수년 전 모 학회에서 골프 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국내 골프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이니만큼, 골프의 각 분야 최고 전문가분들이 참석했다. 본인은 당시 골프를 전혀 치지 않았지만, 우리 선수들만 해도 세계 골프대회를 주름잡고 있으니 국내 골프 산업의 미래는 마냥 밝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최고 골프 전문가들이 조망한 골프 산업의 미래는 기대와는 달리 암울하였다. 각종 규제는 대중화를 어렵게 만들고, 해외로 출국하는 골퍼들의 수는 매년 폭증하고 있는데도 골프장 이용료에 붙는 세금이 너무나 많아 도저히 가격을 인하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용품 역시 미국과 일본 브랜드가 국내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고, 국내 업체는 영세하여 경쟁이 안된다는 비관이 이어졌다. 정부의 정책과 무관심에 불평과 토로가 이어졌다. 그 후로 수년이 지났다.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던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위헌판정을 받았고, 대중제 골프장에 부과되던 중과세도 일반과세로 전환되면서 세 부담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감세 혜택을 누리고자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의 개수도 백여 개가 넘는다. 그렇다면 수년이 지난 지금, 국내 골프 산업은 발전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스크린 골프를 포함, 매년 3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이와 같은 대규모 소비 참여는 필연적으로 확대된 서비스 제공자가 공급하는 인하된 가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골프장 이용료는 매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골프장의 가격 상승은 정점을 찍고 있다. 작년 가격에 십만 원을 더하면 올해 가격이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그렇다고 골프장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좋아졌을까. 앞뒤 팀의 빠듯한 진행에 맞추느라 골퍼들은 뛰어다니고 있고, 불친절한 캐디 눈치를 보느라 마음을 졸이며 골프를 치고 있다. 오죽하면 골프장의 횡포에 참다못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다. 불만이 폭발한 골퍼들은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는 국내에서 골프를 안 치겠다는 골퍼들도 부지기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골프 산업의 발전을 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 코로나가 종식될 때 어떤 변명과 불만을 늘어놓을 것인가. 상생을 잃어버린 골프 시장.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전제하지 못하는 것은 산업이 아니라 뒷골목 시장과 다름없다. 본인이 본 칼럼의 제목에 산업 대신 시장을 넣은 이유이다. 지금의 호황이 과연 얼마나 갈까. 참으로 어리석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천자춘추] 온라인 교육의 방향

3월 등교 연기를 시작으로 사상 최초의 온라인 개학과 함께 원격수업도 어느덧 반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이러한 전국적 규모의 온라인 수업을 정책적으로 실현하는데, 최소한 몇 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집단지성의 저력을 보여준 현장 교사들의 전문성과 헌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미래교육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상상해 나아가야 한다. 상생과 협력의 가치가 실현되는 학교의 모습은 온라인 교육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현장의 교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문적 학습공동체 모임을 내실화하며 공동연구, 공동실행으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공유와 반복이 가능한 온라인 수업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공개수업의 환경을 제공하였고 교사들은 서로 수업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하여 일회적인 교사별 수업이 아닌 차시별 맥락이 있는 협력 수업을 실천하게 되었다. 수업에 대한 교사 자신의 성찰은 더 좋은 수업을 위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한편 지식의 전달로 끝나지 않는 학교의 존재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교육이 담당해야 온라인 교육의 방향을 보여준다. 역시 학교는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학부모들의 깨달음에는 평소 학교가 교과 지식의 단순한 주입 공간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 잠시 보충하는 대안수업이 아니다. 그동안의 미래학교 구상에 포스트 코로나를 기점으로 한 정교한 시나리오를 더하여 온전한 교육과정이 실현되는 새로운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단편적인 인지 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생태와 평화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아낸 주제통합 융합수업, 범교과 주제 연계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을 연계한 학생주도성 프로젝트 수업, 그리고 활발한 학생자치활동과 체험학습이 결합된 온전한 학교의 일상이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학교 교육이 교실과 칠판, 교과서, 학생과 교사라는 물리적 공간 개념을 가정했다면 이제 학교는 시공간을 초월할 뿐 아니라 유의미한 맥락으로 연결되는 복합적인 개념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교육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개선점을 보완하는 교육공동체의 혜안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이 내실있게 융합되는 블렌디드 교육과정이 미래교육의 희망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황교선송호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라떼세대 예찬론

초침이 지나가듯 빠른 세상 속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신조어가 생성되고 또 사라진다. 시류로 볼 때 베이비붐이 끝난 직후인 70년대 생을 X세대, 80년대부터 2천 년대 초반 태생을 Y세대, 그리고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 한다. 아울러 꼰대 세대로 치부되고 있는 해방 전후 세대와 베이비붐세대의 별칭은 어떤 신조어로 바뀌었을까. 커피 문화가 발달한 세태를 반영하듯 모든 기준을 본인과 연관하여 나 때는 말이야라는 훈육조의 언사로 시작한다 해서 라떼세대라 한다. 그렇다면 라떼세대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어떤 공헌을 했을까. 이들도 한때는 무지갯빛 희망과 꿈을 꾸는 젊은 시절이 있었지만 많은 시련의 아픔을 겪은 세대들이다. 일본에 나라 잃은 설움을 체험 했으며 강제노역과 부역, 농작물을 공출로 뺏기는 수모를 겪었다. 해방 이후에는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피를 흘렸던 세대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 만난 것을 탓하지 않고 산업화 과정의 선봉자였으며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이들에게는 항상 노동력을 부역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에 헌납했다. 6ㆍ25전쟁 전후 복구사업과 산림녹화를 위한 사방공사에 동원됐고 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이라는 미명 하에 마을 길 확장사업에 농지와 노동력을 무상 제공했으며, 세계 최빈국 우리나라를 오늘날 경제 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60대 연배들 역시 초등학교와 중학교시절 실과 과목의 실습이란 명목으로 모내기에 동원되고 벼와 보리 이삭줍기, 송충이잡이, 싸리 씨와 잔디 씨 채취 등 아동 노동에 시달렸으며 80년도에는 민주화운동의 초석을 다진 세대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로한 나이에도 젊은 세대들이 기피하는 농수축산업과 중소제조업체의 생산 라인, 경비, 미화원 등 산업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경제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나라 걱정을 한다. 낡은 손수레에 폐지를 주우며 고달픈 하루를 연명하면서도 대기업 총수들이 구속되는 장면을 보면 안절부절못한다. 재벌가를 걱정 하다니, 좀 아이러니하질 않는가. 그렇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혹여 대기업이 망하면 미래세대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굶주림을 애써 참고 허리띠를 졸라 매며 맨몸으로 부흥시킨 이 나라가 행여 다시 도탄지고(塗炭之苦)의 나라로 전락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걱정의 세계에서 탈출했으면 좋겠다. 정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천자춘추] 건강 위해 뛰었는데 고장난 내 몸

많은 사람은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 대한민국의 곳곳에는 체육시설이 많다. 특히 공공체육 시설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은 반가워할 일이다. 체육관의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점프하며 배드민턴을 수년간 쳐 건강해진 듯하다. 그런데 무릎이 아프다. 어린 축구선수들은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고자 인조잔디 구장에서 땀 흘리며 훈련한다. 그런데 정작 훌륭한 선수가 될 때쯤이면 무릎도 부상, 발목도 부상으로 대다수의 선수는 선수 생명을 다한다. 운동 시 신체로 느껴질 충격 흡수도 및 미끄럼 방지도, 인체에 해로운 유해물질 함유도 등이 철저히 관리되지 않음을 사용자는 모른다. 운동은 하는데 내 몸은 아프다. 대한민국 국민은 수많은 체육시설이 건강을 위한 공간, 안전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체육활동에 대한 국민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우리가 건강하려고 뛰고 달리던 공간을 구성하는 시설의 제품이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어떠할까. 그렇다. 체육활동의 수요 증가와 비교하면 체육시설 및 제품의 표준체계에 대한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미흡한 실정이다.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이용률이 높은 체육시설 및 제품에 관한 시험, 인증, 점검, 관리 시스템의 부재로 국민은 체육시설 이용 안전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다. 시설의 착공부터 관리까지의 주체인 지자체 행정공무원부터 사용하는 국민까지. 해외 체육시설 및 제품의 표준체계는 어떠할까? 유럽 EN, 미국 ASTM은 실내외 스포츠시설에 대한 표준을 체계적으로 제정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농구연맹(FIBA) 등은 스포츠시설 경기 개최를 위한 시설 기준을 제시했다. 이러한 관리체계는 이용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표준체계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지를 철저하게 관리ㆍ감독한다. 스포츠 산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로 스포츠시설의 안전과 관련한 표준체계는 더욱 필요한 개념이 됐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행정기관의 관계자부터 시설 이용자까지 안전을 최우선 해야 한다. 뉴딜 정책에 따른 공공체육시설 확충에 맞춰 체육시설의 건립 단계에서부터 안전기준을 표준화하고 유지ㆍ관리까지 계획할 수 있는 인증제도를 통해 국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기본 대책이 필요하다. 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소통소소한 일상은 심리 방역 백신

우리의 일상생활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 내가 몸담은 일터에서도 웹이나, 줌을 이용해 회의나 각종 포럼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먼 고향 길을 달려와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얼굴을 비춰야 효도였던 한가위 명절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이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아날로그 갬성을 갖고 태어난 나 역시 밀레니엄(MZ) 세대처럼 모바일과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는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의 최선은 직접 발로 움직이는 발품보다 손품이다. 모바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전화로 덕담을 나누며 개인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온택트(Ontact) 소통이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연대하며 공감하는 면대면 소통을 단기간 내에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만큼 이로 인한 우울감, 코로나 블루, 더 나아가 코로나 레드로 번지는 것으로 이를 방증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올 상반기 여성 자살 사망자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1% 늘어났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불안정한 일자리, 가족 돌봄 부담이 정서적 어려움과 겹치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물리적 방역뿐만 아니라, 이해와 연대로 온기를 전파하는 심리적 방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감염병 전문가인 토론토 병원의 로버트 마운더 교수는 감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백신으로 심리적 방역 7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격려백신(나를 격려하기), 실천백신(솔선수범하기), 지식백신(제대로 알기), 희망백신(끝이 옴을 아는 것), 긍정백신(좋은일 하기), 정보백신(도움 받는 법 알기), 균형백신(이성의 균형 유지)이 그것이다. 제시한 심리적 방역 7가지 수칙을 매일 어떻게 다 지키느냐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백신들의 공통점은 마음먹기에 따라 접종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애타게 찾는 건 우리가 평소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코로나19 이전(Before Covid)의 소소한 일상이다. 최고의 방법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며 회복탄력성을 높여 새로운 세상에서 소소한 일상을 찾는 것이다. 몸은 떨어져도 마음은 멀어지지 않도록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LP판으로 추억을 들으며 소소한 행복을 떠올려 본다.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천자춘추] 누구나 노인이 된다

한 퇴직자가 기록한 임계장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녔어도 정년퇴직을 하면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 된다. 2019년 65세 이상 고령자 취업자 분포를 보면, 단순노무직과 서비스판매직 종사자가 53.5퍼센트이고 관리자와 전문가 및 사무직 종사자의 비중은 8.5퍼센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다른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의 공적연금 수급률은 50.9퍼센트이고,60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3억 6천804만 원으로 나타났다. 순자산액은 50대 다음으로 많지만, 부동산 비중이 77.2퍼센트나 된다. 연금이나 다른 수익이 없다면 노인들도 일해야 한다.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퍼센트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2018년 자료이고 점차 개선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어려워진 고령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빈곤 수준인 중위소득 50퍼센트 이하의 소득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고령화와 노년의 빈곤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과 소득분배를 악화시키고 국가 재정의 적자 확대와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환이 필요하다.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적으로도 막대한 자산이 축적된다. 이러한 자산은 부동산보다 효율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가 가능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에 편입되어야 한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늘어나는 고령층을 디지털 산업에 투입하려면 평생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등 인적자본 관리체계의 전환도 필요하다. 국가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축했고 유수의 반도체와 정보통신 제조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정책과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서비스 창출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가적 전환을 위해서는 국가 성장의 주체이며 밑바탕이 되는 인구에 정확한 통계와 분석이 필요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현실이고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오늘부터 실시하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팬데믹 시대 공공의 역할

벌써 10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불청객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뒤집었다. 장기간의 집콕 생활로 많은 사람들은 지쳤다. 집 이외에 편히 쉴 곳 하나 허락되지 않는 실정이다. 기분 전환의 여행, 맛집 탐방,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던 그동안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실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백신이 나오더라도 최소 내년까지는 팬데믹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은 물론, 중소기업들, 소상공인들도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의 역할은 어때야 할까. 통제위주의 방역으로 충분한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이 발령되면, 학교,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체육관 등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은 단계적으로 폐쇄된다. 아이들 교육은 가정이 맡아야 하고 건강도 개인이 알아서 예방하여야 하며 먹고사는 문제도 개인이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한다. 쉽게 말해 국민이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나 어려울 때 더 필요하고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 아닌가. 구조상 공공기관이 문을 닫을수록 사람들은 어딘가로 몰릴 수밖에 없다. 사례로 외국의 도서관들은 민간 택배시스템을 이용하여 책을 대여해주고 있으며 온라인 영상통화서비스 줌을 이용하여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도서관은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이는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책임을 행정 스스로 아예 차단하겠다는 일종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결국, 어려운 때일수록 행정은 주민들 곁에 있어야 하고 또 그래야 한다. 이제 상시적인 펜데믹 현상을 가정해 모든 공공기관은 국민의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관점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비대면 접촉이 증가하고,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이제 행정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고 이에 따른 행정의 역할에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김동근경기도 前 행정2부지사

[천자춘추] 가족 소통이 코로나 심리적 백신

지난 9개월간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변화되고 있다. 확산이 진정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추석 명절까지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지속됐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며 심리적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코로나19 기획 연구단이 전국 성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낀다고 응답한 인원이 39.3%, 실제 우울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인원이 38.4%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로 표현되는 심리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생활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으며, 가정 내 불화가 심해지기도 하여 이혼율 또한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의료적 조치 외에도 대국민 심리 방역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재단에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가족관계 개선 및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및 돌봄 서비스 지원 등 다양한 개입과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심리적 불안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대체하여 상담을 시행하고, 배려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긴급 지원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거리를 비대면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의 정서적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려면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의 심리적 개입과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가족 단위의 프로그램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서로 닮은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구성원 간에 소통에 문제가 없고 신뢰가 형성된 가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가족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지금의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 방역의 첫 걸음일 것이다. 홍사준 수원시청소년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예술이란?

미술 교육현장에서 살며 또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그림 그리는 일을 업으로 하는 필자와, 그림에 취미로 입문하는 사람들과, 또 아동화를 하는 어린이와, 그림전공을 목표로 임하는 청년들의 그림 중 어느 것이 더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인지 구분하여 말하기 어려울 때를 종종 체험하게 된다. 평소 해오던 것처럼 당연한 듯 캔버스 앞에 앉게 되고 평소처럼 당연한 듯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 되듯이, 예술가의 삶이란 그저 희소한 일부분의 시간배정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예술가는 예술가라는 그 호칭에 사로잡힐 뿐이며, 어떠한 관점에서 어떠한 뚜렷한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스페인 출신의 입체주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커서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예술가는 직업적인 면의 예술직종인 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직의 예술가들만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특정한 것이 아닌, 모두가 창조할 수 있는 예술이다. 앞선 글의 내용에도 언급되었듯이 아직 사회를 경험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예술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오늘 누군가의 일방적인 예술이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고 더불어 소비하는 예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술적으로 공평하고 공정한 관계를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닌 삶의 누구나가 예술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전제에 다다르게 된다. 예술의 생산하는 사람과 공급받는 사람이 서로에게 다양한 상호작용의 영감을 공유하고, 타인에게 창작에 관심을 유도해 줄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상 속 시간을 예술의 생산과 수요의 틀에서 담담하게 배분할 줄 아는 것이 올바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생활 속 문화를 찾고 문화를 공유하는 것. 그 문화를 누구나 수용할 수 있도록 공평하게 나누는 것. 올바른 가치를 담는 것. 접촉한 문화에 대해 나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예술을 이루고 있다. 삭막한 이 시대에도 긍정적 문화콘텐츠들을 찾아 소비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여러분이 바로 오늘날의 예술가임이 분명하다. 필자 또한 곳곳에 숨어 있는 일상의 예술가들을 찾아 문화로써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임정민 수원시인문학자문위원서양화가

[천자춘추] 정음 한글은 누가 어떻게 창제했을까?

훈민정음은 창제 당시의 명칭이지만 내내 언문으로 부르다가 1894년 갑오경장 때 국문이란 공식 지위를 획득했다. 곧바로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됐으나 국권침탈로 총독 정치가 펼쳐지면서 정음은 국자의 지위를 상실하고 일본 글로 국어로 삼았다. 1923년에는 한글을 한 민족의식으로 국자로 삼았다. 이 시기 한글학자들은 사전을 편찬하다가 33인이 옥고를 겼었다. 3년 후 광복으로 풀려나면서 오늘에 이른다. 정음 창제는 조선시대 왕도 민연(憫然)정치의 핵심이었다. 민연이란 가엾이 여긴다는 의미이지만, 위민을 넘어 제왕의 권한을 포기하고 신의 내리사랑에 준하는 권한을 백성에게 넘겨 준다는 의미다. 왕조시대 우민 정책의 기조에서 이처럼 민연이라는 내리 사랑정치란 있을 수 없고 백성을 위한 문자 창제 또한 휴머니즘 표상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한다. 세종 친제설을 부정하는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신미 대사처럼 제왕이 아닌 천출 승려 계급(당시 승려는 8대 천출 계급이어서 도성 출입도 금지되었다.)이 문자를 창제했다고 주장한다. 한글이란 명칭 속에는 왜식 식민주의를 극복하고 유물 투쟁사관을 넘어서 민족주의 사관을 반영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국권이 회복된 지금은 이런 관이나 민족 우위보다는 실사구시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음은 소리의 파동이요 한글은 뜻을 나타내는 입자의 성질을 가진 양자 역학적 특징을 가졌는데 이는 한글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 세계에 보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위에서 창제 주역은 당연히 세종대왕이라 기술했지만 기실 세종이란 명칭은 흉서 후 돌아가시고 나서 추서된 시호이다. 돌아가신 분이 창제할 수 없다. 조선왕조 시대 왕의 호칭은 대개 6가지다. 세종 큰 임금의 어린 시절 이름은 휘명(諱名)이 도(陶)이고 막동이다. 관례를 치르고 난 후 받는 자(字)는 원정이지만 호는 알 수 없다. 받들어 떠받치는 시호는 세종이고 묘호(능의 이름)는 영릉이다. 이로 보면 세종이 정음을 창제할 수가 없고 휘명 도는 사용하면 안 되는 이름이므로 원정 근 임금(대왕)이 창제했다고 말해야 한다. 원정 큰 임금을 도운 소헌 왕후와 후궁 신빈 김씨는 실험 음성학의 도우미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세 벌식 자모를 발음 기관의 모습으로 상형하려면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살피려면 부부간이 아니면 도저히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한글날에는 화성에 있는 신빈 김씨 묘소를 참례하고 조용히 물어보고자 한다. 신빈 마마. 정음 창제 시 큰 임금께는 어떻게 어떤 도움을 주셨습니까. 진용옥경희대 명예교수

[천자춘추] 선수·관중·심판 가운데 최고는?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스포츠현장은 무관중이 지속되고 있다. 2020~2021 프로농구 시즌이 오는 9일 개막하지만, 관중 없는 개막전을 치르게 생겼다. 스포츠의 3대 구성요소라고 하면 보통 선수, 심판, 경기장을 꼽는다. 그러나 스포츠문화 관점에서 보면 선수, 관중, 심판을 들 수 있다. 관중 없는 스포츠현장이 당연해 보이는, 비정상이 정상처럼 여겨진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에 스포츠팬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스포츠는 왁자지껄 함께 응원하며 떠들고 목청을 높여 응원구호를 외쳐야 제맛인데 말이다. 고양시는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를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연다. 역시 무관중.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이 경기는 올해 첫 축구대표팀 경기이자, 24년 만에 열리는 두 팀의 친선경기다. 해외파가 합류하지 못하지만 두 팀의 자존심 대결이 흥미진진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관중은 스포츠현장에서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고양시는 전국 처음으로 축구 친선경기의 드라이브 인 응원을 준비 중이다. 자동차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며 허가된 주파수를 통해 중계방송을 듣는다. 1차전은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공터에서, 2차전은 일산 제3 킨텍스 건립부지에서 갖는다. 총 500대, 2천여 명이 입장할 예정이다. 자동차 극장을 연상시키는 드라이브 인 응원을 프로경기단체를 포함해 스포츠계가 주목하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는 스포츠계를 위한 작은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자동차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답답한 응원객을 위해 고양시는 경기 1시간 전에 사전공연도 넣었다. 시립합창단 30여 명이 참여해 부르는 붉은 노을, 젊은 그대, 축배의 노래 등은 어깨춤을 추며 흥을 돋우기에 제격일 것이다. 락가수, 바이올린과 해금 연주의 합주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코로나 상황이 낳은 씁쓸한 풍속도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최근 고양시에서만큼은 무색하다. 선수, 관중, 심판 이 세 가지 가운데 최고는? 아마도 관중일 것이다. 계은영 고양시 스포츠전문위원ㆍ스포츠산업학 박사

[천자춘추] 창의력 기르는 단 하나의 교실

창의력을 기르는 단 하나의 교실이 있다면 바로 현장이다. 현장이 아주 다양한데 오늘 필자는 공사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눈만 뜨면 여기저기 공사현장이다. 공사를 하기 전에 즉 건물을 짓기 전에 먼저 설계도를 그린다. 설계도는 최고학력의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이 한다. 설계를 하는 사람이 그 공사를 관리한다거나 직접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다. 설계에 따라 관련자들이 건축하고 건물을 완성하지만 대부분 하자가 발생한다. 준공검사를 했는데도 하자가 발생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건축기술이 수 세기를 거쳐왔지만 정말 작은 것들은 왜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일까? 성인이 되면서 항상 마음속에 의문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람은 그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한다. 화장실 사용에서 나온 말이지만 우리는 모두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건축물이 완성되는데 어디서 잘못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전문가들이 본인이 아는 지식을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머릿속에 지식으로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을 창의성이 결여 되었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기술을 배울 때는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교육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이 살아있는 산 지식이 되게 해야 하는데, 배우는 과정에서 그게 빠졌을 수도 있다. 또한 배울 때는 현장에서 경험해 보았지만 실제 건축을 할 때 본인이 현장에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똑같은 일을 배웠어도 어떤 사람은 하자가 없이한다. 그 사람은 실제로 해봤거나, 시행착오를 통해 완전한 지식을 터득하여 거기에 지혜를 더한 창의성이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공정에서 정직하게 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양심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감리 역할을 맡은 사람은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고 감리를 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해서 감리하고 준공검사로 마무리 짓는다. 어떤 나라는 수백 년 된 건축물로 관광산업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몇십 년이 지나면 하자가 발생하고 낡아지고 흉해져서 당장 부숴 버리고 또 새 건물을 짓는다. 이 건물에서 몸담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건축의 마지막까지 창의성이 발현된 예술품들이 탄생할 건지 한숨이 난다. 여러 사람이 합력하여 완성할 때는 더 신경은 써야 하며 서로 최고를 지향하면서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배움이 이론이 아니고 실제와 결합할 때 창의성은 싹트게 될 것이며 세상과 삶이 아름답게 발전할 것이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ㆍ시인

[천자춘추] 다시 시작하는 힘, 상실과 애도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일반적으로 죽음과 이별이다. 우리는 수많은 형태의 이별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 또는 반려동물과의 사별, 이직으로 인한 직장동료와의 이별, 이사로 인해 정든 동네를 떠나는 등 우리가 애착하던 것들과 분리되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일반적인 경험일 것이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다양한 이별을 마주할 때 그 이후에 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회피해버리거나 억누르기만 한다면 그 감정들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고 삶의 의욕조차 상실할 수 있다. 얼마 전 배우자와 사별한 경험이 있는 50대 여성과 80대 여성을 상담한 적이 있다. 사별하기 전에는 두 여성 모두 배우자와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애착 형성도 잘 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배우자의 죽음은 미처 이별을 준비하지 못한 그들에게 크나큰 상처와 상실감이 되었다. 하지만 같은 경험을 한 이 두 여성은 현재 다른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50대 여성은 사별한 지 3년이 지났다. 현재 깊은 상실감과 우울을 경험하고 있으며 불면증, 소화불량, 이명, 식욕감퇴, 낮은 삶의 의욕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80대 여성은 5단계의 애도 과정을 거친 후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켜 현재는 시인으로 등단해 살고 있다. 이처럼 같은 경험을 했지만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이 두 여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애도 과정이다. 정신과 의사 퀴블러-로스(Kubler-Ross)는 이별을 경험한 사람은 5단계의 애도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1단계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부정하고, 2단계는 상실에 대한 좌절감이 분노로 표출되며, 3단계는 협상 단계로서 자신의 상실과 타협을 시도하려 한다. 4단계는 자신의 상실된 마음을 체감하며 깊은 슬픔을 느끼는 우울 상태가 되며, 마지막 5단계는 결국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며 살아간다. 이렇게 5단계에 걸쳐 충분한 애도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80대 여성처럼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할 힘을 얻을 수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정서적 고립감과 외로움,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를 느끼고 있다. 또한 사회적 관계마저 불안정해지고 분노가 높아지거나 우울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곤 하는데 이는 상실에서 오는 정서적 반응과 흡사하다. 많은 것을 상실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 요즘. 모두 애도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 다시 시작할 힘을 얻고 새로운 삶을 행복하게 살아나가길 바란다. 윤미정 尹가족치료연구소 소장

[천자춘추] 한국, 미중 합종연횡 중심에 서다

중국의 춘추전국 시기에 나온 고사성어 중에 합종연횡이란 말이 있는데 그 뜻은 국가 간에 패권과 생존을 위해 서로 간에 동맹과 분열이 성행했던 상황을 의미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국무장관인 폼페이오가 추석을 맞이하여 자신의 SNS에 송편 사진을 올리고 해피 추석이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중국은 외교부장인 왕이를 한국에 파견할 것이라고 한다. 미중 양국이 상호견제를 위해 한국을 합종연횡의 중심으로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한동안 미국은 터무니없는 과도한 액수의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었고 심지어 주한미군의 감축 혹은 철수로 우리를 곤경에 빠뜨렸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사드(THAAD)를 이유로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렸고 심지어 모 대기업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하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국가 간의 철칙이 있다. 그 명제는 모든 국가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 끌어안기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분명한 목적이 있다. 첫째는 한국을 더욱 더 확실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는 계산이다. 둘째는 미국이 구상하는 인도 태평양 안전보장체제인 쿼드플러스와 반중국경제동맹에 한국의 참여를 촉구할 것이다. 한편, 왕이는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맞서 한국에게 경제적 이해관계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중립적인 태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태도가 미중 갈등에서 중요한 레버리지 역할을 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의 갈등 속에 샌드위치와 같은 상황에 놓인 한국은 어떠한 외교정책을 펼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조선시대에 병자호란이 발생하기 전 잘못된 외교정책을 결정했던 실수를 또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손자병법 중에 이일대로(以逸待勞)라는 전술이 있다. 그 뜻은 자신을 숨기고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중간의 어느 한 쪽에도 휩쓸리지 않고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좀 답답할지라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한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우리가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안을 하나씩 찾아가야 한다. 국가는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명제를 되새김해야 할 때이다. 박기철 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천자춘추] 내가 꿈꾸는 작은 마을

채소가게, 철물점, 식료품점, 빵집의 생김새가 동네마다 달라 다양한 일상의 풍경이 익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사 가는 첫날 낯선 동네의 새로운 가게를 만나 기뻐하며 어색한 이웃과 나눈 첫인사에서, 서로 얼굴을 익히려 애써 신고식 하며 머쓱히 건네는 한 접시의 떡 속에서, 따뜻한 관계의 시작을 예감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15만 명이 넘어야 들어온다는 대형할인점의 입점을 기다리며, 동네마다 가득한 프랜차이즈 빵집, 식료품점, 음식점 등에서 쇼핑하고, 거의 비슷한 아파트 숲 속에서 같은 콘크리트 먼지를 마시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우리의 삶은 바뀌었다. 도시는 점점 더 비대해졌고 사람들은 점점 더 편리함을 추앙했다. 결국, 지역의 작은 마을은 점점 속 빈 강정처럼 나약해지고 말았다. 극단적 자본주의의 편리성과 경제성에 밀려, 마을마다 고유하게 순응하며 지켜왔던 작은 경제의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경쟁하듯 도심으로 혼이 나간 듯 빠져나갔다. 개발이 진행되어야 경제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었기에 주민들은 자신의 고장을 개발의 대열로 올려놓고자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전 지구적인 탄소 배출, 온난화 문제가 대두되고 지구환경의 심각한 변화로 에코가 곧 경제적 가치 변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뒤늦게 인식하게 되었다. 생태자원과 문화, 역사자원의 가치가 재평가됨에 따라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의 자본 지향적인 생활환경에서 새로운 미래의 생태, 환경, 역사, 문화 지향적인 생활환경으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꿈꾸는 작은 마을은 교육과 의료의 혜택이 모두에게 보장되고 생활에 기본적인 생필품들이 마을 구성원들에 의해 안정적으로 운영, 공급, 소비되며 마을의 주요한 문화 역사의 공공성을 마을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스스로 결정하여 공동의 가치를 완성해 나가는 자주적인 마을이다. 교육, 의료, 문화, 마을 공동체 문제가 해결된다면 전원생활 작은 마을 프로젝트는 분명히 성공할 것이며 도심 부동산을 향한 현재의 편향된 관심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나의 미래에 고독한 노후를 내가 꿈꾸는 작은 마을에서 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송창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교육본부장

[천자춘추] 시대를 초월한 감성

지난 2016년 남양주에서 영조의 딸이자 사도세자의 친누나인 화협옹주의 무덤이 발견됐다. 당시 발굴된 석함에서 왕실 여인의 생활을 파악할 수 있는 화장 도구와 용기가 함께 출토되었다. 이 가운데 화장품을 담은 청화백자 팔각 호는 그 자체가 조선의 아름다움을 내포한 예술품이나 다름없었다. 화협옹주의 화장품 용기는 전시관에만 머물지 않았다. 박물관과 제조업체가 협업하여 청화백자 문양과 형태를 복원한 디자인 화장품을 선보였다. 겉보기에는 화협옹주가 쓰던 조선 시대 화장품이지만, 내용물로 크림, 파운데이션, 입술 보호제 등이 담겨 있다. 더 적극적으로 전통문화를 응용한 제품 콘텐츠도 있다. 지난 9월 초에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몰이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바로 고려청자 무늬를 활용한 디자인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 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은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폰 케이스에 「국보 제68호-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의 색과 무늬를 절묘하게 입혔다. 화제의 고려청자 굿즈를 만든 곳은 미미디자인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북부경기문화창조허브에 입주한 MDC 기업이라 더 반가운 소식이었다. MDC는 제조(M), 디자인(D), 콘텐츠(C)를 뜻한다. 많은 MDC 기업이 현대적인 요소를 활용해 제품 콘텐츠를 만들지만, 최근에는 전통요소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일이 늘고 있다. 전통문화와 결합한 제품은 기능적 가치보다도 미학적 측면에 더 주목을 받는다. 즉 전통요소를 활용한 아이디어 하나로 시대를 초월한 감성을 끌어낼 수 있다. 평소에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머무는 공간, 애플리케이션 등과 전통문화의 접점을 잘 찾는다면 누구나 MDC 창작자가 될 수 있다. 오는 한가위에는 가족들과 송편을 빚으며 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전통문화를 돌이켜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보름달 아래에서 얻는 영감으로 전통문화의 가치를 오늘날까지 확장하는 제품 콘텐츠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참고로 경기콘텐츠진흥원은 개인이 떠올린 제품 아이디어를 제작 및 유통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동구 경기콘텐츠진흥원 청렴감사실장

[천자춘추] 이분법 사회 아닌 상생의 사회를

점점 뉴스와 신문을 보기가 두려워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미담소식은 가뭄에 콩 나듯 하더니, 이제는 다툼의 기사만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주요 뉴스 상단에는 화합보다는 갈등을 유발하는 소식들로 즐비하고, 타협을 모르는 찬반 논쟁과 불필요한 진실거짓 공방만이 연일 국민의 관심을 유도한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가 이분법 사회가 되었을까? 이 시대에 상생(相生)은 추구할 수는 없는 가치일까? 음양오행설에서 상생(相生)은 금(金)은 수(水)와, 수는 목(木)과, 목은 화(火)와, 화는 토(土)와, 토는 금과 조화를 이뤄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을 뜻한다. 반면 기독교의 상생(常生)은 예수를 믿고 그 가르침을 행함으로써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불교의 상생(上生)은 극락왕생의 구품(九品) 가운데 상품, 중품, 하품의 각 윗자리. 상품 상생, 중품 상생, 하품 상생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한자로 풀어보면 나무(木)를 눈으로(目) 보듯 상대방을 잘 살핀다는 뜻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상생을 미덕으로 추구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아픔의 현대사를 거치며 우리는 이분법의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의 친일과 반일, 해방 이후에는 친탁과 반탁으로 우리 민족은 둘로 갈라졌고, 한국전쟁은 다시 우리를 좌익과 우익으로 갈라놓았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에는 유신세력과 민주화 세력으로 갈라졌고, 냉전이 끝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좌파이니 우파이니 선 긋는 것에만 혈안이다. 이 같은 갈등은 우리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모든 경제생활에서는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지배하고 있다. 민초(民草)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늘 그 자리에 있건만, 왜 국민은 여전히 이분법을 강요받아야 할까? 어찌 보면 자신의 권력에 이용하려는 정치인과 특권층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국민의 분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더 역설적인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그들이 정작 입으로는 더 크게 상생을 외친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에겐 개인적인 권세를 누리는 정치꾼보다 국민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참다운 정치인이 필요하다. 얼굴이 연예인처럼 잘나지 못해도, 말투가 예능인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학벌이 유수의 명문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우리는 진정 국민을 위하는 참다운 정치인을 알아보아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만이 우리가 정치꾼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상생의 길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광희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

[천자춘추] 소송 전 유익한 분쟁조정제도

살다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를 당하거나 분쟁을 경험하게 된다. 구입한 물건이 고장 나기도 하고, 약속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병원에서 생명 및 신체와 직결되는 심각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거금을 투자해 입주한 아파트 안팎이 하자투성이라면 심정이 오죽할까. 그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노출돼 피해를 입기도 하고, 게임이나 영상물 같은 콘텐츠 때문에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발전과 비례해 피해나 분쟁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런 분쟁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금액이 많지 않은 경우도 많아 소송까지 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소송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제도가 많다. 대표적으로 소비생활의 피해나 분쟁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조정을 받아보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와 사업자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소비자 기본법상의 기구며,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화해의 효력이 인정된다. 따로 소송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소비자의 불만 및 피해를 처리하기 위해 운영하는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의료분쟁은 어떤가? 의료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고자 2012년 의료분쟁중재 조정원이 설립됐다. 의료분쟁이야말로 소송으로 가면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싸움이다. 적은 수수료만 내면 당사자 주장, 의료과실 유무,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정 또는 중재를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의료분쟁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조정하고 있으니 소비자가 선택하면 된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사는 공동주택의 분쟁은 국토교통부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해결할 수 있다. 공동주택의 구조와 시설공사별로 하자가 발생할 때 입주자에게는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해결해주고 사업자에게는 하자소송으로 입는 경영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이 밖에도 개인정보 관련 분쟁사건을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조정하여 해결하는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 콘텐츠산업자간, 콘텐츠산업자와 이용자간, 이용자와 이용자간의 콘텐츠 거래이용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해 환경을 보전하고 국민의 건강 및 재산상의 피해를 구제하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도 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하기 전에 다양한 조정제도를 이용한다면, 소송으로 인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대표로서 일부 위원회의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정을 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전염병과 정약용

전염병이 전염되는 것은 콧구멍을 통해 병의 기운을 마시기 때문이다. 전염병을 피하는 방법은 병의 기운을 마시지 않도록 거리를 두어야 한다. 환자를 만날 때는 바람을 등지고서야 한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관질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요즘 우리가 강조하고 있는 거리 두기가 있어 흥미롭다. 지금보다 의학 수준이 낮았겠지만, 경험적인 정보를 잘 활용하고 있었다. 자찬묘지명과 사암연보에는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다산이 황해도 곡산부사로 있을 때였다. 늦겨울에 전염병이 퍼졌다. 노인들이 걸렸다 하면 죽어서 고을에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30대였던 다산도 앓아누웠는데, 새해(1799)가 되었어도 낫질 않았다. 그런데 다산이 명을 내렸다. 중국에서 사신이 올 때 필요한데 평소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얼른 사오라는 것이었다. 모두 어리둥절했다. 아전이 물품을 사서 돌아오는데, 의주에서 서울로 급히 가는 파발마가 전했다. 중국 황제가 죽어서 사신이 온다. 모두들 깜짝 놀라 다산에게 물었다. 어떻게 미리 아셨습니까? 다산이 답했다. 전염병이 의주에서 왔기에 중국에서 온 듯했다. 또 노인들이 다 죽었는데, 중국 황제가 90세에 가까운 노인이라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조짐을 보고 미리 준비한 다산이었다. 중국 황제는 10전 노인이라 불리던 건륭제였다. 그 해(1799년)에 원로 정치가였던 김종수ㆍ채제공 등이 세상을 떴다. 이처럼 전염병은 역사 속에 엄연했다. 실학박물관이 지난 7월(7일부터 31일까지 24일간)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수도권 거주자 307명이 응답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50.5%)이 내년 상반기까지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내에 종식될 것이라는 예상은 10.3%에 불과했다. 응답자 35%는 내년 상반기에, 21.5%는 내년 하반기에 종식될 것이라 예상했다. 2022년 이후에도 코로나19가 지속될 것이라 예상한 응답자가 무려 29%였다. 설문조사 시점은 일간 신규 확진자 수가 20명 내외로,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로 돌아서기 전이었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종식에 매우 비관적이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코로나로 우울했던 그 2020년은 향후 줄곧 소환될 텐데, 끝내 잘 극복한 우리 모습이 함께 기억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김태희 실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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