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처리가 아니라 발생을 줄이자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지하철을 이용한다. 육식을 줄인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열정은 뜨겁다. 배달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는 배달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품이 엄청나게 배출된다. 그래서 우리는 일회용품을 열심히 씻어서 종류별로 차곡차곡 분리수거한다. 뿌듯하다. 오늘도 지구를 위해서 작지만 큰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국에 본사를 둔 환경 컨설팅 기업인 유노미아(Eunomia)가 발표한 자료(2017.12.)에 따르면 한국의 조정재활용률(Adjusted recycling rate)은 독일(56%)에 이어, 오스트리아(54%)와 함께 세계 2위를 차지하였다. 자긍심이 한껏 높아질 만한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재활용률이란 재활용 쓰레기 선별업체에 전달된 비율일 뿐 실질적인 재활용률을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의미하는 화살표는 마법을 발휘한다. 그것이 재활용될 것이라 믿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살표 안 플라스틱 단어 아래 OTHER라는 영어가 찍혀 있다면 이 재활용품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OTHER의 의미는 여러 재질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것이라는 의미이다. 성분별로 분리할 수 없으니 재활용 업체는 이것을 쓰레기로 버려 버린다. 페트병과 뚜껑과 라벨은 플라스틱 재질이 다르다. 분리 수거되지 않았다면 역시 그냥 버려진다. 음료수나 맥주에 쓰이는 페트병은 색깔이 있다. 색깔별로 분류해서 재활용해야 하는데 분류하더라도 투명하게 염색하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역시 대부분 폐기한다. 뚜껑에 알루미늄 등의 금속성분이 있는 커피 컵이나 요구르트 컵도 재활용이 어렵다. 이렇게 모인 폐기물은 중국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수출길이 막히자, 한 폐기물 업자는 이것을 재활용품으로 위장해 필리핀으로 수출했다가 적발돼 국제 망신을 당하고 쓰레기는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소비자나 영세 재활용업자가 아니라 생산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산 단계부터 일회용품을 억제하고, 일회용품을 써야 한다면 재활용이 쉬운 재질을 쓰도록 법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일본은 페트병은 투명하게, 화장품 용기는 단일 소재로 만들게 한다. 독일에서는 재활용이 쉽도록 페트병의 몸통과 뚜껑을 단일 재질로 만든다. 동시에 플라스틱을 적게 쓰게 하고 다른 재료의 용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단 만들어진 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기 전에, 적게 만드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전환을 기대한다. 김찬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

[천자춘추] 제2·3의 조두순을 막으려면

12년 전 우리 사법체계가 단죄하지 못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은 지난 12일, 태연하게 간식인 귤을 손에 쥐고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을 12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지난 2008년 12월 중년의 조두순은 당시 8살 초등학생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잔인한 방법으로 성폭행했다. 피해 학생은 영구장애를 안게 됐고, 마음에는 이보다 더한 아물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세상은 분노했지만, 법원은 관대했다. 전과 17범의 잔혹한 범행은 그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했고, 불과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조두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술을 먹고 했기에 죄가 가볍거나 없다는 주취감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나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우리 형법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주취를 감형사유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술에 의한 범죄 등에 대해 가중 처벌을 하는 규정도 있다. 우리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두순 논란 이후 주취 감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 공론화도 됐다. 성폭력 범죄에서는 일부 법 개정이 이뤄져, 감경 조건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술을 핑계로 한 범죄에 아량을 베푸는 부당한 관행은 남아있다. 술 문제뿐만이 아니다. 아동 성폭력 그 자체에 대해서도 여전히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다. 최근 채팅을 통해 알게 된 13살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시킨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자의 부모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원했다. 하지만 최근 내려진 가해자에 대한 판결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범죄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조두순의 재범을 막겠다며 24시간 밀착감시와 전자발찌 착용, 7년간의 야간외출 금지, 음주제한 결정을 했다. 자유를 준 뒤 제약을 한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강력범죄에 대한 가장 큰 예방책은 강력한 처벌이다. 법이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술충동반성 등을 변명 삼아 늑대의 탈을 뒤집어쓴 제2 제3의 전과 17범의 조두순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그때도 이번처럼 유튜버들에게 단죄를 부탁할 것인가?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천자춘추] 자기성찰 필요한 때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관람했다. 7,8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어서인지, 향수를 일으키는 장면에, 그때는 그랬었지 하다,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행동, 태도, 문화 등이 불편한 모습들로 다가왔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신문과 책은 한문이 가득해서 읽기도 어려웠고, 실내 흡연이 가능했으며, 여직원의 커피 심부름은 당연지사, 가족 내 남아선호 사상으로 딸들은 눈물지어야 했다. 가정폭력, 학대는 훈육이라는 양육방식으로, 학교에서 사랑의 매는 감사함으로, 직장 내에서 차별과 억울함은 늘 약자의 몫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거니와 이른바 정권의 뜻에 반하면 소리없이 죽어나가도 찍 소리도 못 내는 울분의 세상도 거쳤다. 더 과거에는 교육이 특권이었고, 시간을 더 거스르면 태어날 때부터 노비인 기가 찰 인생도 있었고, 인간을 계층화한 골품제도도 있었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인종이 다르다며 짐승처럼 처우하고, 말도 안 되는 이념을 내세워 가스실에서 살육을 서슴지 않던 슬픈 역사적 기억들이 떠올랐다. 세상은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이 머리를 스친다. 세상은 안 변해. 이름만 변해 냉소를 띄던 여배우의 대사에서 암흑 같은 미래가 몸부림치도록 암울했었다. 분명히, 세상은 나아진 것 같은데, 꿈도 없어지고 모두 살기 어렵다고 한다. 누가 주류냐, 비주류냐, 누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로, 우리 안에서 구분 짓고, 이분화하고, 개천에서는 용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하는 세상이라고 한다. 지난달,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영전에 국민훈장이 헌정되었다. 문 대통령은 추서식에서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 하시겠지요. 이어,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며 하루라도 쉬게 해달라는 외침이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 호소가 최저임금제로 실현됐다.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이 더디지만,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했다. 맞다. 세상은 조금씩 변했다. 흡연율 80% 사회가 금연하는 사회가 되었으며, 한글로 작성된 신문과 책으로 국민은 지식에 한 걸음 더 다가갔고, 대학 진학률은 80% 이상이 되었다. 폭력과 학대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스템도 생겼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법도 생겼고, 이제는 찍 소리라도 SNS에 남길 정도의 세상은 되었다. 많은 희생과 노력으로 많이 바뀌었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이, 할 것이 있다. 아직도 70년대, 조선시대, 신라시대와 똑같은 노동현장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하청공장 근로자, 비조직화된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근로기준법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식노동자도 예외가 아니다. 그곳은 여전히 70년대이다. GDP 3만 불 시대에, 노동존중사회를 얘기하면 여전히 출신을 내세우고, 구분 짓기를 내세운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나 구분 짓기의 열악한 입장으로 바뀔 수 있는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하는 지금, 누가 주류냐 비주류냐 따지며, 우리 안에서 구분 지으면 안 된다. 성찰과 자기반영을 통해 성숙한 시민으로서 존중의 문화를 잘 유지하고 후세들에게 남겨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성숙한 시민, 용기 내는 리더가 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우리가 시작해야 한다.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새 물이 흐르면서 고인 물을 흘려보내는 것처럼, 계속 변화될 것이고, 그 모습을 보고 후세들이 더 좋은 변화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정현정 유한대학교 보건복지학과 교수

[천자춘추] 재난지원금과 진제미두

지난해 말부터 세계를 뒤엎은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잡힐 기미가 아직 없다. 두 번째 겨울이다. 정부의 조치도 사실상 3단계에서 5단계로 조정됐다. 4월에는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고 추석을 앞둔 9월에도 2차 지원금이 선별 지원되었다. 경기도도 선제적인 대응으로 도민의 삶을 살폈다. 1ㆍ2차 지원금이 충분할 리 없다. 그럼에도, 꽉 막힌 숨통에 바늘 역할을 했다. 전통사회에서도 이런 어려움에 국가적인 도움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진휼이라는 단어로 익숙하다. 고려시대에는 임시관청인 구제도감, 진제도감(賑濟都監) 또는 진제색(賑濟色)을 설치했다. 1048년(문종 2) 가뭄에 따른 기근으로 경기지역을 진제했고, 1348년(충목왕 4)에도 관리를 파견해 양광도를 진제했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제소(賑濟所)와 진제장(賑濟場)을 설치해 창고를 열고 곡식을 옮겨 도랑과 골짜기에서 백성들이 죽지 않게 했다. 그해 지방 관리의 성적은 사람을 살린 수효로 기준을 삼았다. 1432년(세종 5) 임강현감(경기도 장단) 이명의(李明義)는 진제미두(賑濟米豆)를 줄여 백성들이 굶주려 죽게 한 죄로 곤장형을 받았다. 1409년(태종 9)에는 경기의 굶주린 백성 3천450명을 진제했고, 1415년부터 1417년간의 기근에 경기진제사(京畿賑濟使)를 파견해 대대적인 구휼사업을 전개했다. 그런데 긴급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사세(事勢)를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몇 사례를 살피면, 1419년(세종 1) 전국적인 기근상황에 경기우도의 기민(飢民)은 1만1천124명, 경기좌도는 5천661명으로 조사됐다. 우도에는 진제미두와 잡곡 936석과 장(醬) 215석, 좌도에는 진제미두와 잡곡 378석과 장 101석이 지급됐다. 진제미두는 빌려주고 나중에 환상(還上)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진제민(賑濟民)에 대한 배려에 더욱 정성을 다했다. 1445년(세종 27) 국왕은 권준(權)을 경기도 진제경차관으로 보내며 업무 매뉴얼을 내렸다. 나이 많거나 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수령이 직접 챙길 것, 여러 날 굶어 지쳐서 쓰러진 기민에게 좁쌀죽을 먹이면 즉사하니 먼저 흰 죽물을 식혀 서서히 삼켜 주린 배를 축이게 할 것, 자기 고을에서 멀리 살아 제때에 진휼미를 받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가까운 고을에서 우선 진제받게 할 것 등이었다. 팬데믹이 빨리 종식돼야 한다. 더 이상의 재난지원금도 반갑지 않지만, 이 때문에 힘든 많은 이들에게 진제는 절실하다. 최선의 방법은 코로나 19 이전으로의 회귀이다. 여기저기서 백신 개발 소식이 들려온다. 뉴노멀은 반갑지 않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천자춘추] 위기에 더 빛나는 스마트 모빌리티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 프랑스 노동계는 대규모 파업을 진행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셌다. 파업과 시위에 적극적인 프랑스에서도 68혁명 이후 발생한 최장기 투쟁이라 했다. 특히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노조가 파업에 참여해서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의 발이 묶였다. 과거에는 대중교통이 멈추면 도시의 거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곤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 충격이 덜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함을 겪는 시민들은 하나 둘 공유경제를 통한 1인 운송수단을 활용했다. 그중에서도 영자신문에 큼지막한 사진으로 실린 전동 킥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 아래에는 프랑스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공공 전동 킥보드를 이용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프랑스 파업과 킥보드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일상에도 공유경제를 통한 교통수단이 더 자리를 잡기를 희망했다. 이 바람은 신문을 접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바로 이뤄졌다. 경기콘텐츠진흥원 본원이 자리한 부천시에서도 공공 전동 킥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18년 국내에 150대에 불과했던 공공 전동 킥보드가 올해에는 4만대 가까이 보급됐다고 한다. 올해 우리 사회는 대중교통 파업과 같은 일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팬데믹을 겪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공유경제를 통한 1인 이동 수단이 더욱더 각광을 받고 있다. 전동 킥보드와 같이 전기나 친환경 동력을 활용한 초소형 이동 수단을 마이크로 모빌리티라 부른다. 최근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넥시드 투자세미나(3차)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스타트업 대표는 공공 이동 수단을 중심으로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해 강조했다. 즉 이동 수단 자체가 아닌 서비스 콘텐츠가 중요하다. 만약 미래 교통수단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언제든 경기콘텐츠진흥원에 문의해 주길 바란다. 당신을 위한 지원 사업이 준비돼 있을지도 모른다. 강동구 경기콘텐츠진흥원 청렴감사실장

[천자춘추] 경기 교육의 쉼표, 공정 세상

백년대계(百年大計). 누구나 쉽게 접하는 말이다. 교육에 대한 지역적 특색이 강한 경기 교육은 대한민국 교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과감한 정책과 대안이 필요하고 교육의 질적 희생도 클 수 있다. 하지만 전문성 타락은 눈여겨봐야 한다. 경기 교육의 비전은 도교육감의 역할과 행정력이 아니라 지역적 균형과 자치단체의 제반에 있다. 이는 행정과 비중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특색에서 맞는 교육의 기준이 필요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국민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단계에서 늘 교육은 뒷전이었다. 무엇보다 전문성은 뛰어나야 했고, 지역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성격도 대두됐다. 생각보다 넓게 교육을 논하려 하는 성격이 짙었고, 정치의 색깔로 변질되는 교육도 많았다. 교육은 시민의 곁에서 공감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교육이 우수한 지역은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되, 부족한 지역은 눈높이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좋은 아이템을 구축할 수 있다. 경기 교육이 지향할 방향은 지역의 우수성이다. 교육과 정치가 따로 국밥이라 할지라도 지역적 교육격차는 달리 해석되기 때문이다. 교육과 정치가 하나의 길을 걷고 그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교육을 기반으로 한다. 더구나 생각이 같다고 하여, 같은 꿈을 꾸지는 않는다. 생각은 같으나 행동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도 인구 분포를 보면 신도시 중심의 인구 증가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교육의 본질과는 정반대이다. 신도시 중심의 교육열이 높았던 반면에 진학률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교육은 관리와 감독이 절실한 까닭이다. 경기 교육이 미래 교육으로 가는 과정에는 마을공동체가 있다. 이는 교육의 본질이 마을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경기 교육의 미래는 소통과 공감이 우선시 돼야 하고, 스스로 기획하고 도전하는 삶의 역량이 필수여야 한다. 또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학교와 마을 교육공동체가 하나 되는 과정도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꿈을 대변하는 기회와 평등이 수반돼야 하고, 누구나 공정의 가치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교육은 결단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교육의 룰도 바뀌는 모양새다. 사교육 시장의 축소, 온라인 시장의 확대가 눈으로 보이면서 나 홀로 학습법과 하우스 개념의 학습이 늘었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경기 교육의 쉼표, 경기도와 도교육청, 지자체가 합심해 정책과 대안을 찾는 공정 세상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 추민규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

[천자춘추] 쥐 족발·곰팡이식품도 환급?

며칠 전 소비자가 깜짝 놀랄 뉴스들이 있었다. 배달 음식과 보관용 두유에서 생각지도 못할 물질(물체?)들이 나타난 것이다. 족발 쥐와 두유 곰팡이. 족발 쥐는 포장배달된 족발 반찬 용기 속에서 살아있는 쥐가 나왔다. 더 놀라운 건 방송사 취재 중 살아있는 쥐가 주방을 지나가는 장면이 목격됐다는 것이다. 두유 곰팡이는 유명 두유 제품에서 응고된 곰팡이 덩어리가 발견됐다. 그런데 업체에서 제품을 수거해 간 후 감감무소식이라는 내용이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음식 내 이물질 신고는 2만 건이 넘지만, 과태료 등 행정처분은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자를 위해 식품에 대해서는 더욱 확실한 위생점검과 행정처분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불량 식품 소비자피해에 대한 보상은 어떨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식료품 규정에는 1)함량ㆍ용량부족, 2)부패ㆍ변질, 3) 유통기간 경과, 4) 이물혼입의 경우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고, 5) 부작용, 6) 용기파손 등으로 인한 상해 사고의 경우에는 치료비, 경비 및 일실소득 배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의 사례의 경우, 소비자가 부작용이나 상해가 없었다면 족발과 두유에 대해 새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그 가격을 환급받으면 된다. 구입한 식품이 함량ㆍ용량이 부족하거나 유통기간 경과한 경우만 해도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 정도의 보상이 소비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두유에서 곰팡이 덩어리가 발생한 부패ㆍ변질과 배달 족발에서 살아있는 쥐가 발견된 이물 혼입의 경우에도 부작용이나 상해가 없다면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인 규정이 현실성이 있을까? 실제 경험으로는 업체에서 소비자 서비스 차원이라며 몇만원 정도의 사은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2007년 라면에서 지렁이가 나온 사건에서 업체의 제조물책임을 인정해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 3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례가 있었다. 하지만 부패ㆍ변질과 이물 혼입된 불량 식품 때문에 소송까지 할 수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불량 식품으로 인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로, 소비자를 위한 보상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구입가격의 50배, 100배를 배상하도록 한다면 업체에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을까? 블랙컨슈머(악성민원인) 때문에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라는 속담에나 걸맞은 소리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베트남에 불어닥친 의료용 장갑 대란

주춤하던 코로나가 재확산 되면서 세계 시장에 제공되던 의료용 고무장갑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 최대 규모로 연간 885억 개의 장갑을 생산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톱클로브 코퍼레이션 직원들이 코로나에 연쇄적으로 감염되자 회사는 지난달 25일 이후 클랑에 위치한 20곳의 공장을 폐쇄하였고 모두 28곳의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는 공장의 근무환경과 복지 문제를 점검하고 말레이시아 장갑회사들의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미국의 수입금지와 집단감염의 확산은 장갑구매자들의 눈을 베트남으로 돌리게 했고 제일 먼저 일본 의료용 장갑 생산설비 회사 에이블 야마우치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공급망 다변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의료용 장갑의 부족 현상으로 현재 베트남 내에 F1이라는 브로커들이 등장했다. 보통 1박스에(천pcs) 50달러 선이던 니트릴 장갑은 박스당 80달러에 가까운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30%의 보증금을 요구하고,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배상해 주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베트남 현지에는 장갑 대란으로 구매자들을 속이는 브로커중에 한국인 범죄자들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미국기업에 불량 장갑을 납품한 베트남 내 한국인이 운영하는 외국인투자법인간의 소송에서 미국 측을 담당하고 있는 Hieu Ho변호사는 이번 장갑 대란을 통해 베트남 내 문제가 있는 몇몇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이 처벌을 받을 것이라 전했고, 베트남ㆍ독일 무역포럼에서 만난 베트남 공안국 내정보안부처 의료용 제품 관련 책임자는, 현재 베트남 내 FDA 510k 인증서를 보유한 브랜드는 Superior, NVIMDEDIC, Vglove, Amy의 단 4곳뿐이며 베트남 내 주요 공장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물량이 계약되어 있어 현재 장갑을 현물로 가지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는 브로커들로부터 외국기업들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격이 공급과 수요를 통해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몇 명의 브로커들의 독점이나 거짓에 의해 시장이 피해를 보거나 무너져서는 안 된다. 한국의 성실한 많은 기업과 기업인들이 베트남에서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현지에서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다. 최근 등장한 브로커들이 한국인과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스스로 범법자가 되는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영사관에서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고동현 하노이 국립대 외국인 교수동아시아 연구소 수석 연구원

[천자춘추] 위기 속 예술, 겨울을 맞이하다

얼마 전 본 일상적 위기의 시대, 예술의 가치와 회복력이라는 예술포럼에서 들었던 문장이 있다. 예술이 사회를 바꾼다. 해당 문장에서는 예술을 통한 사회적 효과는 어떠한 법과 제도에 강요된 틀보다 훨씬 인간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다양한 형태의 문화를 소비하며,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닌 예술로 인해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일듯싶다. 해야 할게 얼마나 많은데 이 시기에 예술 타령이야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삭막한 분위기지만 지금껏 예술이 지속적으로 던져왔던 질문들을 되짚어 보면 현재 상황에 문화예술이 왜 꼭 필요한지에 대하여 제고할 수 있다. 필자는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코로나 관련 사업 예술백신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도민들에게 코로나로 인하여 축소된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가들에게는 활동 무대와 제작비용을 지원함으로써 힘든 시기를 견딜 기회를 제공한 좋은 프로젝트였다. 전 국민적으로 연령에 따른 쉬운 접근방법으로 예술교육을 통한 심리방역을 진행해도 좋다. 화려하고 멋진 축제와 행사들도 좋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는 예술교육체험이야말로 위기상황 속 진정한 힘이 되어줄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상에 살아 숨 쉬는 예술가들도 가족들과 함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시 단위, 도 단위 무료 예술 체험들을 찾아 소비해보면 어떨까. 일상의 예술가들에게는 흥미로운 예술가 체험 및 사색의 시간을, 전문 예술가들에게는 낯설고도 참신한 자료수집과 새로운 방향성에 연구의 기회를, 기관에는 일상의 예술가를 공모나 추천으로 찾지 않고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수 있겠다. 우리도 이 어려움 속에 쫓기다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오 가 헤라의 괴롭힘에 소의 모습을 하고 쫓기다 흑해를 건너 이집트에 당도하여 이시스 신으로 섬겨졌던 것처럼 원치않는 곤경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우연치 않은 행운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나 낙관적인 이야기인 듯 보일 테지만, 비관적 태도로 나쁜 결과만을 생각하기에는 우리네 역사와 예술이 함께 걸어온 길은 더 참혹하고 잔인하고 노골적인 현실이었고, 또 그 사실과 대비되게끔 역사 안에서의 예술이 남긴 발자취는 치열하고 아름다웠다. 필자 역시 한 사람의 예술인으로서 이 겨울이 매우 춥다. 하지만, 다가올 봄은 찬란할 것이고, 또 다른 멋진 예술가들이 깊은 겨울을 이겨내고 견고하고 따뜻한 영향력을 많은 사람에게 전해줄 것을 믿는다. 천지수 티엔아트컴퍼니 대표/수원시청년정책자문위원

[천자춘추] 네가 정말 내 취향을 안다고?

1990년대 초반 대학원에 다니던 때 타 대학에서 하는 특강을 부랴부랴 들으러 갔던 기억이 있다. 특강의 제목은 무려 인터넷이란 무엇인가?였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는 일이다. 인터넷은 특강 따위 들을 필요 없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이자 움베르토 에코가 90년대 당시,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가 될 것이라고? 그럴 리가. 그것은 정보의 쓰레기장이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지만, 인터넷은 쓰레기도 조금 떠 있는 정보의 바다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뭐 나와 별 상관이 없지 않을까 했던 그것이 벌써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최근 소름 돋게 경험하는 중이다. 정보를 얻고자 검색 용도로 사용하는 유튜브나 영화를 보기 위해 가입한 넷플릭스는 이미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의 정치적 성향이나 관심사를 파악하고 자꾸 추가적인 제안을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나를 알고 하는 제안인지, 우습게도 그 알고리즘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에 처음 가입하던 때 별 생각 없이 공포영화 시리즈를 몇 개 보았는데, 그 이후 화면을 열면 벌건 피가 낭자한 영화포스터들이 시작 화면을 뒤덮게 되었다. 사실 정말 화가 나는 지점은 그 알고리즘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제안에 여지없이 혹하는 나에 대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하스팅스는 우리는 모두에게 취향을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고, 넓혀주는(broaden)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취미 혹은 취향(taste)은 정말 그렇게 누워서 떡 먹는 방식으로 넓혀지는 것일까? 모든 예술이 그러하겠지만, 영화에 대한 취향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우연한 계기를 만나기도 하고 삶의 순간과 맞아떨어지거나 실제로 영향을 받기도 하면서 넓혀지는 것이 아니었나? 이것은 너무 보수적인 20세기 인간의 생각인가? 예술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일단은 사소한 반항을 해 보기로 한다. 내 취향은 그렇게 간단하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좀 더 힘든 아날로그적 과정을 통해 내 인생의 취미를 만들어갈 것이고 확실히 나 자신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독자성을 추구해볼 것이라고 말이다. 기술발전에 대한 삐딱한 관점에서 시작된 이러한 결심은 자주 무너질 것이다. 인공지능의 제안은 점점 정교해질 것이고 나의 취미는 결국 그 안에서 맴돌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처음의 질문을 잊지 않으려 한다. 네가 정말 내 취향을 안다고? 이윤희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천자춘추] 김연경 선수의 감정표현 논란

최근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발생했던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흥국생명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나온 김연경 선수의 감정표현 논란이었을 것이다. 명승부였던 만큼 경기 후 많은 이슈들이 양산 되었는데, 특히 공격 실패 후 공을 바닥에 세게 내려치고, 실망감에 네트를 잡아당겼던 김연경 선수의 비매너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경기 후 한국배구연맹(KOVO)은 김연경 선수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던 당시 주심에게 제재금을 부과하였고, 김연경 선수 역시 네트를 잡은 부분에 대해 상대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11월 24일(한국시간) 기예르모 파레데스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규칙 위원장은 김연경 선수에게 제재를 가하지 않았던 주심의 판정은 충분히 옳은 결정이었다고 언급하였다. 결과적으로 김연경 선수의 행위가 다소 과격했었다 할지라도 KOVO의 주장대로 레드카드나 세트퇴장을 줄 만한 상황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상대팀과 공유하는 경기 시설물(네트)에 물리적 충격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김연경 선수의 행위는 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석하기 나름이라 생각된다. 본 논란의 잘잘못을 떠나 필자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논란 이후 경기 중 감정표현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밝힌 김연경 선수의 최근 인터뷰다. 그 이유는 김연경 선수의 한국 복귀가 단순히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을 넘어, 그동안 Ladylike Character가 주를 이루던 한국 여성 스포츠계에 걸크러쉬와 같은 새로운 매력을 가져 왔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 선수의 거침없는 입담과 식빵으로 대변되는 경기에서의 화끈한 감정표현은 남자는 ~해야 한다, 여자는 ~해야 한다라는 우리 사회의 성 역할 고정관념 인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기에 지금의 조심성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어찌됐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본 논란으로 인해 김연경 선수 외 많은 여성 스포츠선수들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 모두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며,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천자춘추] 제2 판교

3기 신도시에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자족 용지를 공급한다고 한다. 고양 창릉신도시는 판교의 2배, 하남 교산신도시는 1.4배 등 판교보다 더 큰 규모로 공급한다고 한다. 지방에 제2, 제3의 판교를 만드는 구상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역을 판교 제2 테크노밸리와 같은 혁신경제의 플랫폼으로 조성하고, 부산형 판교를 만들기 위해 산업주거문화 등 복합인프라를 갖춘 도심융합특구를 조성한다고 한다. 대전과 천안에는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만든다고 한다. 판교가 아닌 실리콘 밸리라 부르지만, 목표는 비슷하다. 왜 판교인가? 2019년말 현재, 대학 캠퍼스만한 판교테크노밸리의 1천259개 기업 매출이 107조원을 조금 넘는다. 부산광역시 전체의 지역총생산 규모가 80조원을 조금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는 전년대비 20조원이 증가하는 속도로 성장하는데, 올해는 더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제조업, 도소매업 등 전통산업에서는 생산도 고용도 증가하지 않는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IT기업과 같은 혁신기업들이 들어와야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향상되고 연관 분야의 일자리가 생긴다. 판교와 같은 혁신기업, 연구개발, 기업성장센터들이 지방에 들어와야 지역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판교 만들기의 성공요인은 혁신인력 모우기다. 이들이 흔쾌히 찾아와서 일하고(work) 살고(live), 즐길 수(play)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핵심이다. 그래야 이들의 창의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대중교통망, 저렴한 주택, 그리고 24시간 일하고 쉬고 만날 수 있는 쾌적하고 편리한 교류공간, 매력적인 스트리트 등의 환경이 혁신인력과 혁신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소플랫폼이다. 그런데 이런 장소를 만들 수 있는 입지는 흔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일정 규모 이상의 대도시여야 하고 교통망이 잘 갖추어져야 하며 매력적인 정주환경까지 갖춘 곳이어야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국토부의 도심융합특구와 혁신지구, 중기부의 스타트업파크 등의 정책은 판교모델을 지방 광역시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하고자 한다. 지방거점에 혁신성장의 플랫폼 만드는 일이 지역균형발전의 요체다. 주변 지역과는 대중교통망으로 혹은 교육의료문화복지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복지를 구현해가야 한다. 제2판교논의는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한다. 플랫폼 기업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격차가 커지는 때에 지방의 대도시에 판교와 같은 혁신성장의 플랫폼을 만들고 주변과는 대중교통망과 온라인 서비스망으로 연결하는 압축연계형 개발(compact & network)방식이 절실하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천자춘추] 제도와 신뢰

일반적으로 우리 관념 속에서 제도를 말하라고 하면, 헌법, 법령, 규칙, 절차 등은 물론 심지어 문화까지도 나열되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합의로 탄생하고 이에 합의한 사회적 행위자들은 그 제도를 규범으로 수용해 사회자본을 형성한다. 사회자본은 연대, 동질감, 네트워크 등의 용어들로 그 속성이 상징화될 수 있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인사청문 역시 하나의 제도이다. 이는 법령의 구속이 없는 협약에 의한 자율적 제도성을 갖는 상호 합의의 산출물로 의회와 집행기관 간의 결속된 자본을 형성한다. 인사청문은 민의의 대변자인 의회가 임명권자가 내정한 후보자를 검증하고 후보자 내정의 정당성을 제고시켜 임명권자의 위상을 한층 격상시켜주는 긍정적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그 과정이 언론을 통해 간접 평가되어 대중이 함께 정당성 여부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이 부적절하여 외면으로 알지 못했던 빈약한 단면들이 드러날 경우, 임명권자의 인사관리능력은 저평가되고 정치적 부담을 갖게 하는 불안한 실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사청문이라는 제도를 통해 여론의 긍정적 공감대가 깊어지고 확대된다면 지방자치영역에서의 지방정부에 대한 정부신뢰는 제고되기 쉽고 임명권자가 당당하게 인사청문을 추진해 대중 앞에 인사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게 되면 지방자치단체장 개인에 대한 긍정적 선호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장점이 사회적 신뢰를 강화시키고 사회적 행위자들의 신중한 결정을 북돋아 사회자본은 더 견고해지고 지역공동체의 지방행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주민으로부터 지지받는 지방행정의 효율성은 급반등하게 될 여지가 생긴다. 인사청문이라는 하나의 큰 몸짓이 지방행정 전반에 깊은 긍정의 힘을 실어줄 때, 공공영역의 신뢰는 더 큰 역동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신뢰로 형성된 제도가 신뢰를 더욱 증폭시켜 제도협약 상호 행위자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모든 주민에게 신뢰감을 전달해 줄 때, 공공성은 확장되는 것이다. 신뢰를 담은 제도로서 인사청문, 그것은 도민에게 보여 드리는 신뢰의 메시지이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천자춘추] 무신불립

신뢰(trust)란 상대방과 한 약속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신뢰는 법과 같은 강제성은 없지만 때로는 법보다도 더 강하게 작용하기도 하고, 우리 사회를 유지해주는 근간이 되는 가치이기 때문에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핵심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신뢰의 개념이 정부와의 관계까지 확장되면 정부신뢰 논의로 연결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에서 한국을 저 신뢰국가로 규정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가 말하는 신뢰는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개념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포함된다. 그런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저 신뢰국가에 머물러 있어 보인다. 무려 24번이나 수정된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국민과 한 약속을 그대로 실현하리라는 믿음을 깨버렸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문제가 보이면 잠깐 그 문제만 해결하기 위한 규제정책을 펴고 규제로 인한 다른 문제가 나타나면 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를 만드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초기에 정책을 믿고 실행에 옮긴 국민이 뜻하지 않게 손해를 입게 되는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책을 옹호하는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의 모순적인 모습마저 보이며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정부신뢰에 치명적이다. 하나의 정책을 시행하려면 앞서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매우 많다. 정책의 목적과 방향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정책이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한 시나리오 검토와 관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 청취 등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쉽게 순응한다.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정작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고, 전문가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고집을 부리는 지금의 태도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논어 안연편에 보면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묻는 제자의 질문에 식(食, 배불리 잘 먹이는 것), 병(兵, 외세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 신(信,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대답하며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信)을 꼽았다. 현대에도 우리가 유념해야 할 대목으로, 문재인 정부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뜻을 다시 한 번 새기며 정책을 펴길 바란다. 김선교국민의힘 국회의원

[천자춘추] 시내버스환승제의 도입 좌절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을 위해 여러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시책들은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시행 전에 면밀한 검토와 시행 후에도 평가와 수정, 보완이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해 7년 전에 추진했던 시내버스환승제의 도입 실패가 생각난다. 당시 여주는 면 단위에 221개 마을이 있었는데 주로 읍내와 연결되는 버스 노선이었다. 마을이 많다 보니 시내버스가 들어가지 않거나 하루 한두 번밖에 들어가지 않는 마을이 많았다. 농촌 한 마을의 경로당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아침에 버스를 타고 읍내 병원에 가면 저녁때나 집에 돌아오는데 점심때 버스를 한 번 더 다니게 해주면 좋겠다.라는 건의를 받기도 했다. 2013년 1월28일, 모든 마을에 버스가 들어가고 운행 횟수를 3회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안을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이를 위해 버스 9대를 증차하고 시내버스환승제를 새로 도입했다. 그동안 시내버스가 들어가지 않던 마을에서는 운행 첫날 주민들이 모여 환영 행사를 하거나 볼 일 없으면서도 버스를 타고 읍내에 다녀오는 등 환영 일색이었다. 그러나 개편안 시행 며칠 후 여러 마을에서 환승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추운 날씨에 야외정류장에서 연계버스의 기다림, 짐을 들고 버스를 갈아타는 번거로움, 환승에 따른 이동시간의 길어짐 등이 주요 불편사항이었다. 평상시 고령의 노인들이 병원이나 시장을 가고자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었다. 버스 운행 횟수를 늘리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주민들의 이동편리성이 낮아져 오히려 불편을 더 가져오게 된 것이었다. 주민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고자 의욕적으로 추진한 시내버스환승제를 시행 18일 만인 2월15일에 폐지하고 원래 방식대로 환원하였다. 세종대왕은 새로운 조세제도를 도입하면서 전국 양반과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1430년 3월부터 5개월간 조사요원들이 17만3천여 명을 직접 방문해 새로운 세법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했는데, 그 결과는 찬성 57%, 반대 43%이었다. 반대가 예상보다 많자 신하들과 지적된 문제점을 논의, 개선하여 여론조사 후 14년 만에야 새로운 세법을 시행했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시책을 변경할 때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방안을 반영하여야 시행착오와 주민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김춘석 전 여주시장

[천자춘추] 트렌디한 농촌 속으로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귀소본능의 마음을 이른다. 최근 집콕에 확찐자등 코로나19 신조어 속에서도 농촌으로 향하는 통계들이 눈길을 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과 수요변화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전체응답자의 67.6%가 코로나19 이후 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답했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중요해졌다는 응답은 69.5%, 식량안보가 중요해졌다는 응답은 74.9%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진정 혹은 종식되는 경우 연간 농촌관광 횟수를 늘릴 예정이라는 응답도 증가했다. 이처럼 농촌에서의 새로운 시작이나 인생 2막을 준비하려는 도시민의 귀농귀촌 의향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우리 농촌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것이다. 경기도는 현재 귀촌 가구가 가장 많은 전국선호도 1위로 열기의 핵심에 있는데, 경기귀농귀촌지원센터를 통해 성공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경기귀농귀촌대학은 올해 520명을 비롯하여 2009년 개설 이후 3천명 이상 수료한 대표과정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귀농귀촌아카데미와 농(農)인문학 등의 단기교육과정을 통해 600명에 달하는 예비농부가 배출됐으며, 26개소의 도농협력 마을공동체 사업과 행복 멘토링 등도 연중 시민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도시민 2천500명이 경기도 농촌을 찾아 직접 귀농귀촌 현장체험을 하기도 했다. 막연하던 귀농귀촌을 직접 체험하고 그려보면서 떠나가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이 되기 위한 경험이다. 농촌이 위기라고 한다. 고령화로 농촌공동체가 소멸하고 인구감소에 따른 농업생산성 하락으로 농업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귀농귀촌으로 농촌에서 활력을 꽃 피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모든 이들이 코로나 위기에도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우리 농업농촌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일상을 희망하고 지켜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박영주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농업전략본부장

[천자춘추] 진정한 더비 다시 볼 수 있을까?

2020년 K리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개막이 2개월이나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일정 축소와 무관중이라는 전례 없는 시즌을 맞이한 K리그는 우여곡절 끝에 1부에서 전북이 8번째 우승을, 2부에서 제주가 강등 1년 만에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아직 중요한 결전이 남아 있다. 바로 K리그1 승격으로 가는 단 하나의 티켓 주인을 판가름하는 K리그2 플레이오프가 그것. 올 시즌 K리그는 1부 리그의 상주 상무가 연고지 이전으로 자동 강등됨에 따라 2개의 2부 리그 팀이 승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이중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운 수원FC는 3위권과 격차를 차츰 벌리며 일찌감치 2위를 확정 지었고, 승격을 위한 단 한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당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1위였던 부산 아이파크를 제압하며 승격의 기쁨을 맛본 수원FC는 1983년 슈퍼리그로 출범한 한국 축구사에서 실업리그로 출발한 시민구단이 K리그 1로 승격한 최초이자 유일한 구단으로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수원FC의 승격은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로 진정한 더비(Derby)의 성립이다. 더비는 사전상 같은 지역끼리의 스포츠 경기를 의미한다고 정의돼 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라이벌팀과의 경기를 더비라고 명명하고 있으나 수원FC의 승격으로 더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16년 5월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는 1만 1천866명의 관중이 같은 지역 두 구단의 더비 경기를 보고자 모였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기업구단과 시민구단 간 맞대결로 비유하며 흥미를 이끌었고 내용 역시 양팀이 3골을 주고 받으며(1-2 수원FC 패)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수원 더비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어 팬들의 구매욕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치열했던 수원 더비는 수원FC의 강등으로 단 1년 만에 막을 내리며 많은 팬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수원 더비가 점점 잊혀가고 있을 그때,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11월29일 오후 3시 펼쳐지는 결전의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헌영 수원 FC 전력강화팀장

[천자춘추] 예술이 가난을 위로할 수 있다

팬데믹 보다 심각한 건 가난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재난불평등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위기에서 겪은 감정의 상흔을 회복하고자 우리사회는 어쩌면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많은 시간과 직간접적 비용을 필요로 할 것이다. 제목의 글귀는 삼일로 창고극장 외벽을 30년간 지키는 현수막의 문장이다. 연극인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이 문장을 내가 처음 만난 건 이십 년 전 그러니까 21세기가 시작되던 즈음이었다. 속도와 효율성을 미덕으로 여기고 모두가 빨리빨리와 새 것을 외치던 때, 버스를 타고 삼일대로를 지나던 어느 저녁이었다. 역사와 유행이 공존하는 서울 명동의 도로변 언덕 위에 자리한 낡은 소극장 외벽의 현수막에 새겨진 이 스물두 글자가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순간 뇌리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것은 조용필 30주년 기념콘서트가 열린 1998년의 어느 공원. 공연장으로 분한 야외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삼삼오오 막걸리를 마시며 그 겨울의 찻집의 하이라이트인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를 목이 터져라 부르며 목 놓아 울던 우리 아버지들과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었다. 이때는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맞은 이듬해였다. 대규모 실직과 가난의 슬픔을 모두가 공감하듯 관객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으며 그들을 말리는 진행요원도 없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바라본 이 낡은 극장은 마치 이 글귀가 육화된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고 주변 건물과 골목 등에 질서를 부여하며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으로서의 공간이었다. 뒤로는 명동성당의 탑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이 글귀를 만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더욱 절실하게 이 문장이 다가온다. 가난이 물질적은 것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 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대개 가난한 자이거나, 고통받는 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모두는 슬프고 그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때를 보내고 있다. 바로 여기에 예술의 자리가 있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그 너머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세기가 바뀌어도 불가항력적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도 예술이 늘 인간을 위로해 왔다는 사실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때로는 동시대와 호흡하며 예술은 창의적 방법으로 미래를 당겨오기도 했다.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습니다. 예술에 관한 한 이 이상의 울림을 주는 글귀가 또 있을까? 예술 외에 다른 어떤 주어가 가능할까? 언젠가 지인들과 이런저런 주어를 대입해 보았다. 비슷한 다른 단어를 찾긴 했어도, 그 어떤 단어도 그 크기와 깊이가 예술만은 못했다.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천자춘추] 농촌 공간의 발전 방향

4차 산업혁명 등 기술혁신과 높아진 국민 참여의식에 따라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농촌개발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부터 자치분권 강화 및 지방 재정이양에 맞춰 농촌협약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농촌협약 제도란, 시ㆍ군 자치단체장이 스스로 수립한 농촌지역개발계획(농촌공간 전략 및 활성화 계획)을 평가한 후, 농식품부와 시ㆍ군 자치단체 간 협약을 맺고 5년간 안정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는 지역주민들이 사업효과를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공공시설물 디자인 품격향상을 통해 농촌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사업을 추진하고 농촌지역 난개발 방지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또한, 주민들의 이용 수요와 농어촌 서비스 기준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생활 SOC 우선지원을 통한 체계적 농촌개발, 농촌 365 생활권 구현을 통한 농촌지역에 촘촘한 서비스 구축망 확충으로 농업인의 삶의 질 개선하는 것에 중요한 제도적 의의가 있다. 자치분권 확대에 맞춰 시ㆍ군 지자체장은 지역주도의 농어촌 공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도농 간 복지, 문화, 정주생활 격차 등 농어촌이 직면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정책의 일관성 및 계획성을 강화해 예산 낭비를 막고 사업간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이천시는 정책지원 파트너십(농어촌공사 경인지역개발센터)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공모한 2020년 시범도입 농촌협약에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예비 도입 지자체로 선정됐다. 농촌협약 제도에 의해 선정된 시ㆍ군 지자체는 협약기간(5개년) 내 개소당 300억~500억 원 수준의 안정적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경기도는 타지역에 비해 도시화율이 높아 지역개발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으나, 새로이 도입되는 농촌협약 제도를 적극 활용해 도농 간 지역균형 발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 활력 제고를 위해 더 많은 시ㆍ군이 선정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 중간지원조직, 민간주체, 공공기관 등의 협업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맞춤형 농촌 지역개발사업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말

자기 이웃이 도둑이라고 소문을 퍼트리던 노인이 있었다. 며칠 후 그 이웃은 무고하다는 게 증명되었고, 이웃은 노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노인은 법정에서 그건 제가 그냥 한 말일 뿐이에요. 아무 해를 끼치지 않았잖아요.라고 말했다. 판사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노인에게 말했다. 종이에 이웃에 대해 이야기한 모든 것을 써 보세요. 그리고 그걸 잘게 잘라서 집에 가는 길에 뿌려 보세요. 판결은 내일 내겠습니다. 다음 날 노인은 법정으로 돌아와 판결을 들었다. 이제 판결을 받기 전에 어제 뿌린 종이를 도로 가져 오세요. 모든 조각을 다 모아와야 합니다. 그러자 노인은 불가능합니다. 바람이 불어 사방으로 날아갔을 거라고요라고 답했다. 판사는 노인을 바라보고 말했다. 어제 뿌린 종잇조각은 당신이 이웃의 평판을 깎아내린 그냥했던 말과 같습니다. 그 말들은 사방으로 날아가서 어디서부터 찾아봐야 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경찰이 접수한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발생 건수는 2014년에는 1년 동안 8천880건이었으나, 2020년에는 상반기(1~6월) 동안에만 8천93건을 접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건화 되지 않은 인터넷 명예훼손, 모욕 사건은 그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다. TV, 라디오, 신문에 더해서 카톡, 페이스북, 유투브, 인스타그램, 밴드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SNS를 통해서 말이 전달되고,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통해서도 전달되고 있다. 이렇게 전달된 말들은 사실이든, 아니든 정제되지 않고,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확대, 전파되고 있다. 말은 전파하기는 너무 쉽지만, 이를 바로잡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도 이미 그 내용은 사람들에게 잊힌 사실이라서 당사자가 아니면 관심도 없다. 당사자만 억울함에 몸부림을 칠 뿐이다.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수단은 생각보다 마땅치 않다.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형사 처벌하거나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바람에 날려간 말로 인하여 개인들이 받는 고통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반면, 그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은 초범은 가벼운 벌금에 그치고, 민사상의 손해배상도 소액의 위자료만 인정되는 등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서라도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모욕 행위에 대하여 좀 더 강력한 처벌과 함께 엄격한 손해배상의 인정을 통해서 깨끗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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