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우리 동네가 소설이 되다

매해 6월16일이 오면 아일랜드 더블린은 세계 각지에서 온 문학 애호가로 들썩인다. 바로 이날 블룸즈데이(Bloomsday)가 열리기 때문이다. 볼룸즈데이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를 기리기 위한 축제다. 먼저 소설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1904년 6월16일에 주인공 셋이 더블린에서 겪는 18가지 사건을 담고 있다. 볼룸즈데이 참가자는 소설 줄거리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식사 메뉴를 포함해서 하루 동안 겪는 일을 직접 체험한다. 많은 행사 참가자가 평소 즐겨 읽던 소설 속 장소에 와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 축제 행렬에는 더블린의 주요 명소가 들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관광객 유치 효과를 누린다고 한다. 이처럼 소설에 등장하는 지역이 또 다른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한 출판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미국추리소설가협회(MWA)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집 뉴욕 미스터리를 펴냈다. 이 책은 추리소설가 17명이 뉴욕의 상징적 장소를 하나씩 골라 이야기를 풀었다. 각 소설 배경이 되는 장소마다 추리소설 내용이 겹쳐지며 새로운 문화적 가치가 생겨났다. 특히 뉴요커인 추리소설 애호가는 일상에서 흔히 지나친 장소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서울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집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기반 출판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전문 작가가 아닌 실제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출판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지난 1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제4회 히든작가(2020) 수상집이 출간됐다. 이번 작품집은 지난 공모 주제에 따라 소설 부문 노란문이 있는 책장, 에세이 부문 일 년에 한 놈씩, 동네 책방, 동네 한 바퀴로 나뉘었다. 경기히든작가는 경기도 전역의 숨은 작가를 발굴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책으로 출간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지역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가 실려서 경기도 문화콘텐츠 생태계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소설이나 에세이에 실제 장소가 등장하기 때문에 지역 탐방을 위한 가이드북이 될 수도 있다. 히든작가 수상집을 읽고 이야기 속 장소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그곳에서 나만의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강동구 경기콘텐츠진흥원 청렴감사실장

[천자춘추] 코로나 시대 미술시장 새로운 트렌드는?

누구나 미술관 또는 박물관에 처음 방문할 때에 기억들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림책에서 본 그림들을 실제로 보게 됐을 때에 기쁨은 누구에게나 신기한 기분을 선사한다. 필자 역시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아담의 창조를 보게 됐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가슴이 뭉클하며 짜릿하다. 이러한 실제의 명화들을 집에 두고 매일 매일 감상할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미국 뉴욕 경매장 소더비(Sothebys)는 지난 5월 경매에 출품예정이었던 프랜시스 베이컨(1909~92)의 초고가 작품으로 1962~1991년 사이에 만든 28개의 트립틱 중 하나인 트립틱(triptych)을 코로나19 여파로 열지 못할뻔했다. 해당 그림의 당시 예상 낙찰가는 6천만달러(약 724억 원)을 웃돌 것이란 거대한 전망이 나왔으며, 지난 2008년 소더비 경매에서 프란시스가 1978년에 그린 트립틱(triptych)이 8천600만달러에 낙찰되며 당시 전후 현대미술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러한 큰 거래들이 많은 사람을 웃고 울게 할 뻔한 사연은 단지 해외에서뿐만이 아닌 국내에서도 흔하게 지켜볼 수 있는 문화예술가 직면한 코로나 사태의 애환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구매와 비대면으로 만나 해당 작품의 정보를 주고받고 상거래를 하는 방식의 구매형태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여행이 멈춘 시대에 글로벌 대신 로컬이 뜨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 시대 이전 주목했던 국내 미술시장의 로컬 트렌드의 한계는 무엇이고, 팬데믹으로 인해 재발견 해야 할 문화예술계의 로컬의 가치는 무엇일까? 작년 2020년을 기점으로 우리가 가진 욕망의 방향도, 트렌드의 속도도 달라졌다. 그래서 2021년 앞두고 우리는 트렌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고, 미술업계가 주목해야 할 상황도 많아졌음이 분명하다. 코로나와 싸울지 피할지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마스크 없는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그리는 것보다 아직은 어색해도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1인 영상촬영 및 편집의 제반 능력 및 온라인 플랫폼 개척 등과 같은 무기를 쥐고 어서 빨리 링에 올라 살아남을 길을 택하는 것 또한 현명한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필자를 포함한 예술인, 예술업계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천지수 티엔아트컴퍼니 대표/수원시청년정책자문위원

[천자춘추] 연역적으로 생각하고 논증하라

비판적 사고와 추론은 수능시험 출제의 가장 큰 전제가 된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와 추론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논리학에서 말하는 사고는 4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사실적 사고ㆍ비판적 사고ㆍ추론적 사고ㆍ창의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와 추론 능력은 우리가 일정한 운동으로 근육을 발달시켜가듯이 반복적으로 꾸준히 시행하면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비교 대조하며 분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리의 출발이 소피스트들이 자연언어를 혼탁하게 만들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연역 논증이다. 학생들이 시험을 통해 느끼는 각각의 문제는 다양하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건축물을 보면서 그 본질적 원리 역시 다양하고 복잡한 것과 같은 원리다. 이처럼 관점을 바꿔보면 생각과 전혀 다른 흐름으로 복잡한 것이 논리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논리를 별도의 학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물리나 수학과 대등한 학문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논리는 결코 다른 과목과 분리된 별도의 학문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학문의 뿌리가 되는 근원적 학문으로 인식해야 한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연역 논증은 참, 거짓을 구분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모든 조류는 알을 낳는다. 참새는 조류다. 참새는 알을 낳는다.와 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3단 논법은 연역 논증의 가장 일반적 방법으로 알려졌다. 국어의 의미로 해석하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장들이 애매성이나 모호성을 갖고 있으며, 문학뿐만 아니라, 비문학적으로 사용되는 문장들도 함의를 지니고 있되,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 단어들이 상황이나 의도와 결합해 문장이 되고, 문장으로 변화되면서 문맥적 의미를 창조함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것이 소피스트라는 새로운 집단을 만나면서 사람들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혼란은 2천4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일어나고 이를 가장 많이 경험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학습자다. 새로운 입시제도에서 서술형과 논술형이 대세가 되면서 학습의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즉 논리에 초점을 두며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어를 배우러 온 아이들에게 논리부터 가르치면 대부분 아이는 낯설고 어려워하는 동시에 겁을 먹는다. 하지만 논리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국어를 넘어 탐구를 연계해 공부하는 법을 스스로 익힌다. 결과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서 어떻게 공부할지 만큼은 터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부터 연역적으로 생각하고 논증하면 답은 보이지 않을까. 추민규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

[천자춘추] 베트남의 설 ‘뗏’과 한류 발전을 기대하며

한국의 최대 명절인 설날과 같이 유교문화권인 베트남도 뗏(Tet)이라고 하는 설날을 지낸다. 현재 베트남은 코로나에 대한 방역을 상당히 잘하고 있지만, 전파력이 매우 높다고 알려진 영국 변이 바이러스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베트남 정부와 보건국의 빠른 대처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큰 확산은 막았지만, 이에 따라 일부 지역(하이즈엉-꽝닌성)이 고향인 타 도시 사람들은 고향으로의 귀성을 포기한 상황이다. 베트남의 설은 2월10일부터 16일까지 7일간이며, 일부 기업이나 학생들은 약 2주간의 긴 연휴를 보내지만, 올해는 정부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가격리를 유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베트남 대학생들 사이의 SNS에서 뗏(Tet) 기간에 반드시 시청해야 할 드라마와 영화 리스트에 한국드라마인 펜트하우스와 영화 기생충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한류는 오래전부터 베트남 내에 자리 잡기 시작 했고, 2017년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 행사를 시작으로 베트남 내에서 한국의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여러 가지 행사 및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한류의 바람이 베트남에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2017년 12월에 꽝남성 한국의 날 행사로 한국의 한 대학교 실용음악학과와 방송연예학과 학생들과 함께 2017년 한국의 날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이 날 공연에 참가한 학생들은 한류스타를 방불케 할 정도의 인기를 실감 했고, 공연 영상은 베트남 SNS를 통해 전국으로 전파됐다. 베트남 한국학 연구소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5세부터 30세까지 한류문화의 긍정적인 평가가 약 78%로 나타났고, 베트남의 65개 TV채널에서 매일 20편 이상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편성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세계는 지금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디지털 혁신을 일으키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4년에는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의 시장 규모가 86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아직 고도화 국내 OTT 서비스가 없어서 한류와 미디어 산업의 접목을 통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베트남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 되고, 이 영역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환영 받는 한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 속에 보다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고동현 하노이 국립대 외국인 교수동아시아 연구소 수석 연구원

[천자춘추] 의료분쟁 감정과 소비자대표의 역할

의료분쟁 감정부회의에서 소비자대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인가? 의료사고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불가피한 합병증인가? 의료분쟁은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실시하는 진단검사치료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 등의 행위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대해 피해가 발생하는 의료사고로 인한 다툼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건수가 2019년 1천784건으로 2012년 설립 시기 192건과 비교하면 약 9배가 증가했다. 의료분쟁이 접수되면 감정 및 조정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의료감정회의는 대부분 상임위원(의료인), 의료인 1명, 법조인 1명, 소비자단체 1명으로 진행된다. 약 1년6개월 동안 소비자대표로서 감정부회의에 참석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역할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 의료인 측은 주로 의료진은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점, 악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고, 피할 수 없었다는 점, 악결과는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을 주장한다. 감정부회의를 통해서 체감할 수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인의 노력은 감동할 정도다. 생명을 다루는 최고의 집중력, 시간을 다투는 응급성, 세계 수준의 의료 기술 등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감정부회의에 참여하는 소비자대표로서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단체인은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의료분쟁 감정부회의에서 소비자대표의 역할은 무엇일까? 감정부회의에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요구된다면 소비자대표가 참여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 대표는 일반인의 수준,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료인의 과실 또는 부주의는 없었는가? 의료인의 조치와 악결과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는가? 설명이 부족하지는 않았는가?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의료인 측은 악결과에 대해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불가피한 합병증이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불가피하다라는 말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1%의 가능성이 피할 수 없는 것인가? 환자는 피할 수 있는 99%의 가능성을 신뢰하고 그들의 생명과 신체를 맡기는 것이다. 100% 완벽한 의료행위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100% 무과실 의료행위도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말이다.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인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 의료분쟁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피해자라는 의견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한 의료분쟁 감정부의 소비자대표로서 확고한 냉정함과 사명감으로 참여해야겠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도 예술일까?

바둑의 규칙을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던 이유는 소문으로만 듣던 인공지능이라는 것의 기능을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척척 돌을 놓는 인공지능을 상대로 연달아 패하던 이세돌이 한 판의 승리를 거뒀을 때, 마치 인류의 승리를 목도하는 것처럼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난다. 하긴 바둑이야 룰과 승패가 있는 경기니까, 인공지능이 수많은 기보를 학습해 최선의 수를 뽑아내는 것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안도했던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할 수 있으며 사실상 인간의 결과물과 별다른 구분이 어렵다는 소문이 들렸을 때는 나 자신 예술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을까? 인공지능이 그린 초상화가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보란 듯이 높은 가격에 낙찰됐고, AI 아트를 새로운 장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는 지금, 여태 가지고 있던 예술이라는 개념이 이미 지각변동을 시작했다는 자각이 섬뜩하게 밀려온다. 그래서 자세히 쳐다보았다. AI가 그렸고 크리스티에서 낙찰됐다는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를 말이다. 일단 번듯하게 금빛 액자에 끼워져 있는 이것은 어떤 남성의 초상을 그린 것이다. 대범한 붓질로 화면이 분할돼 있으며, 흰 여백을 평면적인 공간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모더니즘의 흐름 속에 있고 어쩌고를 논평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별로 그럴 마음이 나지는 않는다. 작품의 안에 있을 의도가 전혀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면 에게~ 소리가 나올 만큼 작은 작품 모나리자는 말년에 프랑스 왕의 말동무나 하러 가게 된 처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이탈리아에서부터 프랑스로 가지고 이동한 작품이다. 국경을 넘으면서까지 들고 다녔던 그 여인 모나리자에 대해서는 그래서 온갖 해석들이 붙는다. 다 빈치가 내심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다는 설부터 작가 자신의 여성형 얼굴이라는 추측까지 말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모나리자의 묘한 미소에서 작가가 무엇을 보았는지 우리는 끝내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 작품 앞에서 우리는 500년 전의 인간 다 빈치의 마음이 무엇을 향해 있었는지 생각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묻게 된다. 불완전한 한 인간이 100년도 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나가면서 꽃피운 그 어떤 것, 그것만을 예술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아직도 21세기에 적응하지 못한 20세기 인간인 것일까? 그럴 수도, 혹은 아닐 수도. 답을 찾고 싶다.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천자춘추] 국외로 나간 경기도 문화재

역사 이래 외국과의 교류와 전쟁 등으로 우리 문화재는 국외로 반출되곤 했다. 19세기 말 두 차례에 걸친 서양과의 교전과 일제강점기, 미군정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선물, 매매 등으로 나간 것이 있는가 하면, 약탈된 문화재도 있다. 최근에는 도난당해 밀반출되는 경우도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악되고 있는 국외 소재 문화재는 19만3천여점이다. 물론 앞으로의 조사를 통해 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직지심체요절〉, 〈몽유도원도〉 등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의 관심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일제에 의해 불법적으로 수탈된 문화재에 가지 않을 수 없다. 20여만점에 달하는 문화재 중에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정부와 민간에서 반환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 일은 열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외교적인 작업이 그 과정을 끌고 간다. 프랑스에 유학했던 한 학자의 평생 노력에 더해 1993년 이래 프랑스 정부와의 교섭으로 이루어진 외규장각 의궤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경기도 관련한 국외 소재 문화재로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사업하다 대규모의 문화재를 불법 반출한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의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는 〈이천오층석탑〉, 〈독조도(獨釣圖)〉(강희맹)를 비롯해 〈국청사 감로탱화〉, 〈청화백자오명항묘지석〉, 《서하집》(임춘, 고려본) 등이 알려져 있다. 현재 오구라컬렉션의 대부분은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만, 〈이천오층석탑〉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환운동도 이뤄지고, 우리의 각성을 촉구하는 모임도 열리고 있다. 2006년에는 경성제국대학의 교수로 추사 김정희 연구자였던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隣)의 관련 자료 2천700여점이 추사가 만년을 보냈던 과천시로 귀환했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역할도 있었겠지만, 이 역시 한 개인이 십여년 이상 기울인 열정과 냉철한 판단력 덕이었다. 그간의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불법유출된 문화재의 환수라는 민감한 문제에는 자칫 불편한 감정이 앞설 수 있다. 그럴수록 냉정하고 성숙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외 소재 문화재에 대한 조사연구, 보존활용, 교류협력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국외에 나간 경기도 관련 문화재의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 역시 쉽지 않다. 섣부른 접근은 상대국과 외교적인 마찰을 불러온다. 방법과 대책이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경기도의 중단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곳저곳에서의 관심, 다양한 목소리와 함께 정성적인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천자춘추] 기후·디지털 전환에 부응하는...‘주택 공급 대책’을 기대한다

수도권주택시장이 연일 뜨겁다. 정부의 획기적인 주택공급대책이 기대된다. 주택문제의 해결은 주택의 수급만으로는 만족되기 어렵다. 도로와 지하철, 학교 등의 기반시설공급과 일자리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특히 대도시가 직면한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대책을 기대한다. 첫째, 기후변화 대응형 주택공급이 돼야 한다. 탄소저감을 위하여 에너지를 덜 쓰고 효율을 높이며 청정에너지이용을 높이는 에너지관리정책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 정책을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이동거리를 줄이고 이동필요성을 낮추며 대중교통이용을 높이는 역세권 중심의 고밀복합개발이 필요하다. 역세권 중에서도 고속철도와 광역철도 환승역은 특별히 기반시설용량이 높은 곳이니, 중심성이 높은 역세권은 상대적으로 더 넓은 범위에 걸쳐 더 높은 용적률을 허용하는 차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주택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 도시 내 산업집적지인 공업지역과 준공업지역의 고도화 개편이 필요하다. 한때 도시의 외곽 공업지역이었으나 주변이 시가화되고 주거로 둘러싸인 공업지역은 더 이상 제조업의 영위에 적합하지 않다. 쇠퇴한 제조업이 고도화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 기업성장지원센터, 벤처창업회사 등이 저렴한 임대료로 들어올 수 있는 혁신환경조성을 해주고 주변에는 쾌적한 녹지와 편의시설들, 저렴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혁신인력들이 모여서 일하고 즐기고 살수 있는 혁신장소플랫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성장동력이다. 공장집적지가 혁신거점으로 전환되면 주변지역은 자연스럽게 주거용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며 직주근접하는 매력적인 주거지로 탈바꿈할 것이다. 셋째, 이를 위한 도시계획제도의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역세권 고밀화를 위해 더 높은 위계의 상업지역도 필요하고 밀도는 낮으나 중소기업과 연구개발회사들이 집적할 수 있는 복합용도지역도 필요하다. 용도지역의 신설과 세분권한은 이제 지역실정에 맞도록 시도가 가질 수 있는 시대이다. 환승역세권을 중심으로 자족적인 생활권을 형성하고 친환경 대중교통이용을 촉진할 수 있는 생활권 계획의 도입도 필요하다. 공업지역이라는 용도지역명칭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과 함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선형의 하천공원도입도 필요한 시대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하여 주택공급만 확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도시계획과 기반시설, 일자리공급과 함께 풀어가야 하는 뉴노멀 시대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천자춘추] 지방자치 시즌2, 지방의회법 제정과 함께

우리가 마치 공기를 마시듯이 당연시 여기는 지방자치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역사는 피의 역사였고, 투쟁의 역사였다. 국민은 지방자치실현을 위해 피를 흘렸고, 독재자들은 지방자치를 훼손사장시켰지만 국민들은 다시 싸웠다. 국민들은 4ㆍ19혁명을 통해 지방자치제도를 쟁취했고, 군사정부는 쿠데타로 지방의회를 해산시켜 30년 동안 지방자치제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국민들은 다시 지방자치제도 전면 실시를 쟁취했지만, 노태우는 3당 합당을 통해 지방자치제도를 전면 보류하였다. 이때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숨을 건 결단을 하게 된다. 지방자치 전면 실시를 내걸고 전면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서도 이어진 13일간의 단식에 굴복해 민자당은 지방자치 전면 실시를 합의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 최고위원이 병실을 찾아왔을 때, 나와 김 대표가 민주화를 위해 싸웠는데 민주화란 것이 무엇이오. 바로 의회 정치와 지방자치가 핵심 아닙니까. 여당으로 가서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어찌 이를 외면하려 하시오라고 말했다. 스스로 미스터 지방자치라고 칭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방자치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지난 1월12일에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공포됐다. 지방자치 시즌2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의 권한과 위상은 아직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이었던 인사권 독립 및 정책인력 도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의회의 조직 및 예산권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몫이다. 정당정치의 요체인 교섭단체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회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다. 강(强)자치단체장, 약(弱)의회가 계속되면 견제권한의 약화로 지방자치단체의 전횡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불완전한 지방자치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끼치게 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법 제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수많은 국민의 피와 땀이 녹아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담긴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진정한 지방자치 시즌2는 지방의회법 제정과 함께 시작돼야 한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천자춘추] 초고령사회의 과제

노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요즘은 삶의 지혜를 가진 자, 공경의 대상 이미지보다는 틀딱이라는 단어가 더 먼저 등장한다. 틀딱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틀니를 딱딱하고 소리를 내는 노인을 줄여 만든 폄하성 신조어로, 큰소리치는 노인을 뜻한다고 한다. 벌레를 뜻하는 충까지 조합된 연금충, 할매미와 같이 노인 혐오 표현도 여럿 생겨나고 있다. 본인도 노인이 돼가는 시점에 이런 단어들을 듣고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이렇게 노인의 사회적 인식과 위치는 갈수록 낮아지는 가운데, 전체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전국 시군구 고령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초고령(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 이상) 지역이 112곳, 고령(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19.9%) 지역이 74곳, 고령화(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13.9%) 지역이 42곳으로 나타났다. 전국 228개 지자체의 49%가 초고령 지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구 고령 추세와 맞물려 우리 사회가 노인이 살아가고, 적응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변화의 속도마저 너무 빠르다. 국내외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세상은 더 이상 노인이 기댈만한 곳도 아니고, 노인의 경험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 이것이 진정 현실이 되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메시지를 던져놓고 끝이 나지만, 우리는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노인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고, 세대갈등 양극화의 한 축이 되지 않도록 공존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펼쳐야 한다. 노인을 부양할 젊은이가 늘어나도록 하는 출산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인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서 진정한 현역의 일꾼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과 재취업 정책을 펼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초연금이나 현금 퍼주기식 노인 일자리 위주 정책은 고령사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인구고령화는 국난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노인이 많아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역량강화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김선교 국민의힘 국회의원

[천자춘추] 승진시험

연말 연초에 많은 기업과 기관들은 인사를 한다. 그동안 직원들의 능력, 업무성과 등을 평가하여 승진과 전보를 시행한다. 2010년 7월 군수에 취임하니 서기관(4급) 2명, 사무관(5급) 7명 등의 승진인사를 해야 했다. 인사에 관한 내부보고를 받기도 전에 친척, 친구, 선거 참모, 심지어 중앙부처 현직 차관으로부터 특정인을 승진시켜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군 행정을 제대로 이끌려면 인사에는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하고 가급적 이를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기에 난감했다. 서기관은 이미 총무과장을 지내고 다른 부서에 전보되어 과장(급)으로 근무 중인 2명을 승진시키기로 내정했다. 어느 조직에서나 총무과장은 가장 중요한 핵심 보직인데 큰 잘못이 없었는데도 승진시키지 않는 것은 인사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무관 승진에 대하여는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전임 군수 시 작성된 승진후보자명부(승진서열)를 기본으로 하되 승진시험을 치러 그 성적을 반영하기로 하였다. 시험은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인사청탁을 거절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재를 선발하려는 새로운 방식으로 신선하다고 하였으나 다른 언론에서는 승진서열 상위에 있는 직원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사기를 저하한다고 평하였다. 사무관 승진 대상자 32명을 군청 대회의실로 불러 답안지로 쓸 B4 용지를 직접 나누어 주고 논술문제를 불러 주었다. 여주 군민이 화합과 단결을 하지 못하는 이유와 대책, 여주군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와 대책(규제가 많다는 사유는 제외), 전임 군수 재직 시 군정방침, 아름다운 여주 8경은 무엇인가 등 4문제였다. 시험을 보는 직원들은 여주에서 공무원으로 25년 이상 근무하였기에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험이라 처음에는 당황하고 술렁이었으나 잠시 후 답안지를 메워나가기 시작했다. 답안지 뒷장까지 가득 적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문제마다 한두 줄 정도 쓰는데 그친 직원도 있었다.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이 있으면 보여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해 답안지를 세 번씩 읽어보고 채점했다. 채점 후 승진서열과 시험점수를 고려하여 7명을 선정, 승진발령을 냈다. 이후에는 근무하며 일 잘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알 수 있어 이들 위주로 승진을 시켰기에 승진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인사를 공정하게 하고 큰 성과를 내거나 중요한 일을 한 직원을 우선 승진, 영전시키는 관행을 정립해 나가야 직원들이 승진, 영전을 기대하며 열심히 일을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동기부여(motivation)가 조직의 단합을 유도하고 업무성과도 기대 이상으로 증대시키리라 확신한다. 김춘석 전 여주시장

[천자춘추] 마음의 방역, 치유농업을 만나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짐에 따라 우울증, 무기력 등이 생겨났다. 불안한 일상이 지속되자 우울한 코로나 블루를 넘어, 분노 또는 암담한 감정을 느끼는 코로나 레드와 코로나 블랙까지 나타났다. 마음의 방역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치유농업을 중심으로 건강과 위로를 건네 줄 농업분야의 새로운 계기가 열리는 듯하다. 연초 여러 농업전망에선 코로나19 이후 건강, 면역, 친환경, 힐링 등의 키워드 수요와 인식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친 심신으로 편안한 힐링장소를 찾아 떠나고자 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농촌체험마을, 치유마을, 휴양마을 힐링마을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이나 이를 이용해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그 범위는 채소와 꽃 등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산림과 농촌문화자원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다. 일반 농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의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즉 체계화된 프로그램 하에서 농사일을 치유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농업선진국에서는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 녹색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하며 본질적으로는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농업의 활용이라는 의미가 있다. 최근엔 경기도에서 치유농업(사회적농업) 국내 1호 박사가 나올 정도로 치유농업은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사회트렌드로 자리 매김 중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우리의 농촌다음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게 할 미래농업분야로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족캠핑 붐이 일자 부근의 직거래 농산물 판매장이 자연스레 열렸고 자연과 건강을 동시에 즐기는 경험을 도시민에게 선물했다. 이처럼 지역의 풍광이나, 특산물, 유적지, 전통문화를 활용해 치유농업의 산업화를 꾀하거나, 마을기업 등과 협력을 통한 치유농업 비즈니스 모델 등도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농업과 농촌은 새해에도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질 향상에 매진하여, 국민이 마음과 일상을 위로하고 건강하게 보듬을 것이다. 박영주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전략사업본부장

[천자춘추] 0.8%의 가능성 늘리기

2020년 기준 한국프로축구 등록선수(K리그 1, 2부 선수)는 약 800명이다. 매년 고등학교 또는 대학을 마친 약 100여명이 프로로 진출한다. 2021시즌을 대비해 선수 영입이 한창인 K리그에는 신인 선수들이 프로 진출의 부푼 꿈을 안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소년기인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해 프로에 진출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0.8%라고 말한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옛말처럼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그렇게 힘들게 프로에 입단한다 해도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으며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많지 않다. 2020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연봉 공개 자료에 따르면 선수 평균 연봉은 1부리그 1억4천380만원, 2부리그 7천543만원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의 연봉을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더 적은 금액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수많은 어린 선수들이 오늘도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를 통해 K4리그 참가가 가능한 B팀 운영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그간 시행됐던 22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비롯해 다소 유명무실해진 R리그(2군리그)로는 유망주들에 많은 기회를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맹의 이번 B팀 운영 시스템은 독일, 스페인 등 축구 선진국을 모델 삼아 추진했다. 권창훈, 정우영 선수가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SC프라이부르크로 예를 들면 프로팀과 U18세팀 사이에 U23세팀을 만들어 지역리그인 4부 리그에 출전한다. 이를 통해 어린 선수들은 경기에 나설 기회를 부여받으며, 구단은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길러내 프로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제도 시행은 값비싼 선수를 사오는 대신 지역 내 우수 자원을 조기 발굴해 프로 선수로 활용해야 하는 시민구단으로서는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출 호기다. 특히 최근 유소년팀의 합숙소를 전면 폐지하며 수원 및 인근 지역 우수 유망주 발굴에 기초를 마련한 수원FC로서는 이와 같은 B팀 운영이 지역 유망주 선수들에게 0.8% 밖에 안 되는 프로 진출의 문턱을 더욱 낮추는 값진 기회가 될 것이다. 점점 더 좁아지는 프로축구선수의 고용성을 확대하여 축구 산업의 시장성을 더욱더 넓히는 이번 제도 시행의 앞으로의 변화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이헌영 수원 FC 전력강화팀장

[천자춘추] 깊은 겨울, 비로소 우리가 예술을 할 때

매일 저녁 6시, KBS Classic FM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는 시그널 음악과 함께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온다. 강렬했던 한낮의 태양이 하루의 임무를 완수하고 서서히 퇴장할 무렵, 마치 노고를 치하하듯 평화롭고 나지막한 MC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우리는 또 다른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곤 했다. 같은 멘트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근 1년간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평범한 이 말은 당연한 것들에 대한 거대한 안부가 됐다. 얼굴 한번 제대로 마주하기 어려운 전염병의 시절, 이 말은 생략을 품은 깊은 말이 됐다. 유난히 눈이 많은 이번 겨울, 조용히 눈이 내렸다라는 단순한 문장에서 우리는 유년의 시놉시스를, 회한의 화양연화를 떠올린다. 누군가는 가만히 눈 쌓이는 소리에서 흐느낌 소리를 듣는다. 겨울의 감수성에다 특히 지금을 사는 삶의 맥락과 만나게 되면 단 하나의 단어, 단 한 문장이라도 깊고 깊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말을 했고 너무 크게 말했고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너무 많이 먹었고 너무 많은 옷을 샀고 너무 많은 일을 했다. 예술의 본질은 생략이다. 예술은 궁극적으로 생략을 통해 메시지를 인코딩하는 것이다. 음악의 첫 음은 침묵이고 문장의 비어 있는 행간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가느다란 한그루 나무만으로 무대미술을 완성했다. 그는 훗날 이렇게 회상한다. 그것은 한그루 나무라거나, 나무와 달이라고 여겨졌다. 우리는 밤새도록 그 나무를 가지고 조금 더 크게 만들기도 하고 조금 더 작게 만들기도 하고, 혹은 그 가지를 더욱 가냘프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글쎄. 소리 없이 내리는 밤눈처럼 많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계절. 하이데거는 깊은 겨울밤 사나운 눈보라가 오두막 주위에 휘몰아치고 모든 것을 뒤덮는 때, 그때야말로 철학을 할 시간이라고 했다. 마티스는 어둠 속 형체를 바라보며 나는 눈을 뜨고 있을 때보다 감고 있을 때 사물을 더 잘 볼 수 있다고 했다.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보칼리제가 되고 그리움은 행간에 콕콕 박힌다. 이렇게 압축과 생략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 내면은 이제 다른 세계로의 발걸음을 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보내는 이 시간은 참으로 예술적이지 않은가? 억지로라도 자신의 내면을 기어이 들여다보게 하는 깊고 불안한 겨울, 그야말로 비로소 우리가 예술을 할 때다. 어둠을 겪고 난 후라야 빛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듯이 이 시절을 지내고 난 후 지금 우리의 시간이 모여 천편천률의 시가 되고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천자춘추] 수도권 어촌 공간의 혁신적인 변화

해양수산부는 제3차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2021~2030)에 따라 가구당 현재 5천만원 이하인 어민소득을 매년 3%씩 늘려 7천만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어민소득 대부분은 양식업 등 전통적인 수산업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국민 여가와 힐링 공간으로서의 어촌이 주목받으면서 어촌관광, 해양레저 등 서비스업과 관련한 어촌산업으로의 외연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춘 어촌공간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생산 인프라 현대화뿐 아니라, 체험마을 프로그램 개발, 상품 브랜딩 지원, 주민 역량강화 등 소프트웨어 사업을 포괄한 종합적인 어촌사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ㆍ인천지역에는 약 1천300㎞의 해안선과 200여개의 섬이 있고 112개의 어항과 34개소의 해수욕장, 19개의 체험마을 그리고 110여개의 어촌계가 분포한다. 경인지역 어촌은 남한강, 북한강, 임진강, 한탄강과 저수지 등 내수면 자원도 풍부하며, 특히 대한민국 인구의 50% 이상이 살아가는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이다. 이처럼 접근성이 좋고 빼어난 해안경관과 자원을 갖춘 서해안 어촌지역은 생산과 힐링의 어촌공간으로써 뛰어난 잠재력이 있다. 우리 공사(公社)는 경인지역 어촌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역 밀착형 서비스 확충을 위해 지역개발사업 자체 전담조직인 KRC 경인지역개발센터와 해수부와 경기도로부터 지정받은 경기어촌특화지원센터, 경기귀어귀촌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수도권 어촌해양분야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낙후된 어항 등 필수기반시설 현대화와 수산업, 관광 등 지역특화사업을 종합적으로 육성하는 어촌뉴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은 어촌 지역경제의 활력과 혁신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인지역도 현재 평택, 화성, 안산, 강화, 인천 서구에 있는 7개 어촌마을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행 중이며, 올해에는 신규로 300억원 규모의 3개 어촌마을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새롭게 발족한 지역 협의체 지역 상생포럼의 참여마을인 김포 대명 어촌마을은 올해 신규지구로 선정되면서, 주민 주도의 어촌뉴딜 사업이 순항을 이루고 있다. 요즘 어촌마을 체험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속 어촌은 여전히 정적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공간으로 묘사되곤 한다. 우리 어촌이 투자확대와 지역특색을 반영한 어촌개발을 통해 풍요롭고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해 가길 기대한다. 더불어 주민 친화적, 주민 주도의 사업 추진을 통해 지속 성장이 가능하고, 진정한 의미의 어촌공간 혁신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이승재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수사권 조정 법안’ 시행을 바라보며

2021년 1월1일. 역사적인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됐다. 1945년 해방 이후 75년에 걸친 형사사법체제의 일대 변화가 시작됐다. 사실 수사권 조정은 그동안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되어 국민의 외면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제도는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법조인이 되기 전 20여년간 경찰에 몸담고 있어서 그 소회가 남다르다. 그리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경찰 생활 중 부당한 검찰권의 행사도 보았고, 경찰의 부당하고 위법한 권한 행사로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끼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권을 누가 잘하고, 누가 잘 못하니 누구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면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최소화되고,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서 사실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제도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권 조정 법안의 시행은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구현하는 조심스러운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싶다. 특히 경찰의 책임이 막중하다. 시민들은 검찰과 경찰 모두 불신하고 있지만, 특히나 경찰의 자의적이고 미숙한 경찰권 행사를 매우 불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는 일상의 일일지 모르나, 국민 한 사람에게는 일생의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일에 대하여 국가기관에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 밝혀 주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번 수사권 조정 법안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었으나, 경찰은 검찰, 법원에 의한 더욱 강력한 통제를 통해서 경찰의 수사가 권한이 남용되지 않고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수사권 조정이 경찰의 수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도 괜찮다는 것이 절대 아님을 경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의 인원이 많고, 조직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실력의 편차가 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국민은 경찰관 개개인의 업무처리를 하나의 경찰권 행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러한 경찰관 개개인의 업무처리 행태가 경찰의 신뢰도에 직결된다고 할 것이다. 관행적인 업무처리를 지양하고, 관련 법규 및 업무 매뉴얼 등의 철저한 숙지 및 세밀한 업무처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향후 업무처리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천자춘추] ‘스포츠와 정치 관계’에 대해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지난 18일 이기흥 회장의 재선으로 막을 내렸다. 이 회장은 선거인단 투표에서 46.4%(915표)를 얻어 낙승했다. 반(反) 이기흥 연대를 논의했던 강신욱 후보(25.5%, 507표)와 이종걸 후보(21.4%, 423표)가 얻은 표를 더하면 이 회장보다 살짝 많다. 두 후보가 체육 개혁에 대한 공감대 아래 단일화를 이뤄 정책 선거에 집중했다면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정책은 실종된 대신 선거 과정 동안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스포츠의 정치화 논란이었다. 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등장해 출마와 불출마 의사를 반복하고, 때론 번복하는 과정에서 체육계가 정치인들의 놀이터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이 회장은 체육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구호를 내세워 상당한 효과를 봤다. 정치권이 체육계의 자율성과 권익을 침해하거나, 체육인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만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 이런 의미에서 스포츠의 정치화를 우려한다면 그것은 합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영역이 정치와 완전히 분리돼서 자체적인 동력만으로 재정적 자립을 이루고, 공공선에 어울리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사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어떤 분야도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이다. 이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인재를 기용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동안 체육계는 근대 이후 스포츠가 우리 사회에 기여했던 역할에 비해서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제대로 배려받지 못하고 소외됐다는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체육계가 국제 대회에서의 국위 선양 외에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의제 설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자성해야 한다. 스포츠는 보통 사람들의 행복지수, 복지, 건강, 교육 등에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내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이제는 메달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고 천명했다. 이것은 스포츠에서 메달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직 성적에만 목을 매는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포츠가 보통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의제를 던질 수 있고,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체육계의 지혜를 모을 때다. 또 그런 의제의 현실화를 위해서 정치의 다양하고 열린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자문관

[천자춘추] 음악으로 전하는 새해 인사

2020년은 암흑 속에 보낸 한 해였다.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에 의지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도 새해는 어김없이 밝았다. 예년 같으면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이루는 한해를 기원했지만, 올해는 그것마저 할 수 없었다. 신축년 새해를 여는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는 VR(Virtual Reality)을 타고 울리고 수십만 구름 인파가 몰리던 해돋이 명소에선 공허한 파도소리가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1월이면 한해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신년음악회가 줄을 이었다. 신년 음악회로 새해 인사를 하며 청중들과 함께 희망을 얘기했던 그때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그립기까지 하다. 어느 공연장이든 신년 음악회에서 빠지지 않고 들을 수 있었던 곡이 있다. 요한슈트라우스 1세인 아버지와, 2세인 아들이 작곡한 곡들이다. 우리는 그들이 작곡한 곡을 들으며 음악으로 새해 인사를 나누곤 했다. 왈츠의 왕으로 칭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그래서 친숙한 곡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제2의 국가라고 할 만큼 국민에게 큰 위안과 위로를 안겨주는 곡으로 유명하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패전 후 우울함을 달래고자 오스트리아의 젖줄 도나우강을 노래한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다. 처음엔 남성 합창이 들어간 왈츠곡이었으나 초연 후 반응이 좋지 않아 합창을 빼고 순수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돼 더 인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국민 마음속에 깊이 남아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곡이 됐으며 신년음악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빠질 수 없는 곡이 됐다. 왈츠의 아버지인 요한슈트라우스 1세가 작곡한 라데츠키 행진곡도 신년음악회 하면 떠오르는 곡이다. 주로 신년 음악회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오스트리아의 전쟁 영웅 라데츠키 장군의 승리를 축하하려고 작곡했는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행진하는 군대의 모습을 경쾌하고 힘차게 표현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어깨를 펴고 활기찬 한해를 준비하게 해준다. 라데츠키 행진곡은 연주하는 사람도 관객도 하나가 되는 곡이기도 하다. 함께 손뼉을 치며 발을 구르는 동안은 모두가 하나다. 코로나19로 함께하며 희망을 그려볼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라도 음악을 들으며 새해를 설계했으면 좋겠다. 음악으로 전하는 새해 인사는 꼭 공연장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김영은 경기예음챔버오케스트라 단장

[천자춘추] ‘아미티지-나이’ 5차 보고서

작년 12월4일 미국의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서 아미티지-나이의 다섯 번째 보고서가 나왔다. CSIS는 미국 싱크탱크 1위(펜실베이니아 대학 평가)의 기관으로서 특히 국방, 안보 분야에서는 막강한 초당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0년에 처음 나온 이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 때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아미티지(Armitage)와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나이(Nye)가 공동책임자인데, 그동안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일본의 안보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쳐왔다. 유엔헌장 51조가 규정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1차 보고서는, 일본 우익세력이 헌법 9조를 개정해 보통 국가를 세우려는 시도를 뒷받침했다. 2007년의 2차 보고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으로 인도와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는데,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이에 호응해 기존의 아시아 태평양 대신 인도 태평양이란 새로운 지정학적 개념을 제시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일본의 공식적인 안보 전략으로 확정했다. 결국, 그것은 호주를 포함한 4개국 안보대화(쿼드, The Quad)로 실체화됐으며, 작년 10월에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 방문은 패싱하고 일본을 들러 쿼드 외교장관 회의를 하는 것을 통해 그 전략적 가치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일본에 한국과의 역사 문제 해결을 촉구한 2012년 3차 보고서는 3년 뒤 소위 최종적, 비가역적 위안부 협상 타결로 나타났고, 한일 양국에 강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은 4년 뒤 한일 역사상 최초의 군사협정으로 귀결됐다. 하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쳐 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지도는 매우 낮다. 과연 이번 5차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첫째, 미일 양국은 이제 동등한 동맹(equal alliance)이다. 둘째, 이런 변화를 가져온 최고 공로는 아베 전 총리에게 돌아가야 한다. 셋째, 스가와 바이든의 신정부 출범에 즈음해 스가 총리의 빠른 방미를 호소한다. 보고서는 미국이 CPTPP에 조속히 가입해 중국 주도의 RCEP에 대결할 것, 중국과의 경쟁적 공존(competitive coexistence)을 위해 미일이 각각 대만에 관여(engagement) 할 것, 북한 억제를 위해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고 올림픽을 그 계기로 삼을 것 등을 그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1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염려하는 모든 국민의 보고서 일독을 권한다. 김찬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

[천자춘추] 中企 스마트워크 확산, 지원 나서야

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의 일상은 물론 직장인들의 근무환경을 바꿔놓았다. 대면 업무보다 비대면 화상회의가 자연스러워졌고, 저녁 회식은 자취를 감췄다. 매일 왕복 2시간씩 걸리던 출퇴근은 재택근무를 통해 안방에서 서재로 2초(?)면 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스마트워크가 뜻밖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스마트워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 시간장소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 형태를 말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인데, 코로나의 확산으로 스마트워크가 곧 재택근무를 의미하게 됐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 100대 기업 중 88.4%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현장직을 제외한, 사무직 근로자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경험한 셈이다. 이에 긍정적인 반응도 많다. 불필요한 사무실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고, 기업 역시 이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실제 지난해 말 인크루트가 직장인 748명을 대상으로 벌인 재택근무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77.5%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미 SK, 롯데 등 대기업은 지난 1년간 재택근무의 효과성을 검증하면서, 앞으로 코로나와 상관없이 재택근무를 일상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업 전반으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3곳 중 2곳은 코로나 위기에서도 재택근무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의 대기업이 아닌 99%의 중소기업들엔 근본적인 근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스마트워크는 먼 나라 얘기이다.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재택근무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생기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는 셈이다. 화성상공회의소가 새해 관내 1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곳은 1.3%에 불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발효되더라도 84%는 재택근무 등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불경기로 인한 경영악화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재택근무를 위한 비용 투자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스마트워크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굳이 코로나 위기를 떠나서라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하여 스마트워크가 보편화 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격차 없는 공정한 확산이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공공에서 민간으로 자연스레 이동할 것이란 긍정적 희망을 갖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나 크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중소기업의 스마트워크 확산 지원에 나서고, 대기업은 협력사까지 이에 동참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때마침 서울시가 올해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국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다. 위드 코로나 시대 경기도도 더 늦지 않게 중소기업의 스마트워크 도입 지원을 위해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최영은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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