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비자 피해 해결, 행정·사법이 나서라

70대 여성 소비자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주식투자 좀 해보려고 투자자문(주식정보서비스) 업체에 가입했다가 1천만원이 넘는 서비스 이용료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내용을 듣고보니 기가 막히고 화가 날 일이다. 2020년 9월, 주식에 관심을 갖던 중 유튜브를 접하게 됐고, 전화번호를 남긴 후 연락을 받고 투자자문(주식정보서비스) 업체에 회원가입하면서 660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 주식정보 제공 업체에서 추가 서비스 이용료를 요구해 540만원을 결제했다. 10월 초 업체가 제공하는 주식정보 서비스는 도움이 되지 않은 걸 알고 계약해지를 요구했지만, 5개월이 지난 아직 해지도 못하고 환급도 받지 못했다. 주식정보서비스 피해가 심각하다. 2020년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투자자문 소비자상담이 1만6천491건으로 2019년 1만3천181건에 비해 25,1%나 증가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합의권고를 수용하는 피해처리는 20%를 밑돌고 있다. 주식정보서비스를 빙자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회원으로 가입하게 한 후 계약해지 자체를 거부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위약금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권고를 수용할 리 없다. 이제는 행정권과 사법권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주식정보서비스는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1개월 이상에 걸쳐 계속적으로 또는 부정기적으로 재화 등을 공급하는 계약으로 중도에 해지할 경우 대금 환급의 제한 또는 위약금에 관한 약정이 있는 거래에 해당한다. 소비자가 계속거래의 계약을 해지했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조치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또한,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대금 환급을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나 한국소비자원은 소위 법적 강제력이 없다. 형벌권이나 행정처분권이 없다는 얘기다. 악의적인 사업자들이 1372 권고를 들을 리 만무하다. 사법기관과 행정청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악질적이고 상습적이고 많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 소비자를 위한 법규는 많은데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위법사업자가 접수되면 즉시 통보할 수 있도록 광역지자체와 광역지방경찰청에 협업창구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해야만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기능도 강화되며, 나아가 소비자피해가 예방되고, 악의적인 사업자가 퇴출되는 건전한 시장이 조성될 것이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백신 여권’과 여행 자유화

최근 백신 여권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우리에게 여행 자유화의 희망을 품게 하고 있다. 백신 여권이란 국가 간 이동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과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를 일컫는다. 특정 국가에 입국하려면 예방 접종을 받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백신 여권은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과거 말라리아, 콜레라 등과 같은 특정 질병이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은 백신을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서류 또는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발행되는 의료 여권을 제시해야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이동과 여행 자유화를 원활하고자 백신 여권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인증서의 디지털 통합을 위한 타당성 평가를 지시했고 덴마크 정부도 3~4개월 내에 국민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백신접종 증명서가 포함돼 있는 디지털 여권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 중국 역시 국제 여행 건강 증명서를 공식적으로 출시했는데, 암호화된 QR코드에 백신접종을 증명하는 내용과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백신 여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세계보건기구는 현재 각국에서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면역력 기간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오히려 재확산의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 혹은 개인의 사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접종을 할 수 없는 국민에 대한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의 옐로우 카드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백신 여권은 전혀 다른 문제를 나타낼 수 있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 유출위험의 큰 문제도 야기할 수 있어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필자가 거주 중인 베트남 정부는 백신 여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외국인이 이 증명서를 가지고 입국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14일의 격리기간은 계속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노이 의과대학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효율적 사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응웬 탕(Nguyen Thanh)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이용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백신 여권이 시행되더라도 바로 여행과 출입국의 자유가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국민의 자발적 협조가 계속돼야 한다. 고동현하노이 국립대 외국인 교수 / 동아시아연구소 수석 연구원

[천자춘추] 지역 예술가 브랜드

경기도민이라면 경기지역화폐라고 하는 지역화폐를 한 번쯤 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재난지원금을 받으려 본 카드(앱)를 만들어서 쓴 적이 있는데, 이 카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에서 쓸 수 있는지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본 기억이 있다. 타 연재에서 보았던 지역화폐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일본에서도 지역화폐라고 하는 것이 사용되는데 에히메의 야와타하마 지역에서의 지역화폐의 시작 일화다. 해당 지역의 청년들, 지역 젊은 사업자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내건 프로젝트인데,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민간단체와 지자체의 거버넌스와 연대에 의해 추진됐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지역화폐의 장점을 찾아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경제활성화 및 접촉으로 인한 다양한 교류의 발생이다. 또한 지역의 재생을 목표로 하는 자립형 지역개발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는 지금도 세계의 수많은 도시로부터 주목받는 부분이라고 한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필자는 이런 지역만의 긍정적인 교류에 예술가들을 슬쩍 끼워넣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경기 및 어려운 도민들을 위한 긴급생활비 지원도 너무나 절실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심리방역의 일환으로 예술가들에게는 직접적인 지원, 도민들에게는 힘들지만 잠시 잊고 쉬어 갈 수 있는 문화의 쉼터를 우리 일상 곳곳에 살아있는 각각의 예술가에게 위로받고 상생, 정당하게 구매하는 것이다. 경기도에도 다양한 기관들이 소외계층과 문화예술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복지를 위해 힘을 쓰고 있다. 문화누리카드라고 하는 경기문화재단 산하 문화나눔센터에서 진행하는 본 사업은 문화소외계층에게 할인 제공이 가능한 가맹점을 이용하여 문화예술 및 체육, 관광에 관련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상생 될 수 있는 취지로 누구나 누릴 수는 없지만, 약자를 위한 방법들로 예술가들의 재능이 묵혀지는 것이 아닌 올바르고 적절한 곳에 사용될 수 있다. 예술가의 자기만의 브랜드 가치는 버텨내었다고 스스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살아남을 방법들로 지켜줘야 한다. 외로워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항시 긍정적 영향력을 전파하고자 노력하는 예술가들에게 이번 연도는 백신파워와 함께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지수 티엔아트컴퍼니대표수원시청년정책자문위원

[천자춘추] 총부리에 맞서는 치마는 힘이 있다

언젠가 한 번은 여행으로 다녀오고 싶었던 나라, 미얀마에서는 지금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에 대한 강경 진압이 이뤄지고 있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두들겨 맞거나 심지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들이 연일 생생하게 보도되고 있고,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어떤 역사 속 장면들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겨누어진 총부리 앞에 시민들은 일상의 기물들을 방패 삼아 다시 거리로 나와 보지만 최루탄과 총기 발포에 무력할 뿐이다. 하지만 속절없이 다치고 죽어나가던 미얀마 시민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 못했던 형태의 시위를 다시 벌이고 있다. 시민들의 바리케이드 앞쪽에 빨랫줄을 길게 걸어 여성들의 치마를 널어놓는 것이다. 미얀마에는 여자 치마나 속옷 아래로 지나가면 복과 남성성이 달아난다는, 한마디로 재수가 없다는 통념이 있고, 정말 우습게도 이 방법이 군인들을 멈칫거리게 해 시민들의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명백히 여성혐오적인 속설이지만 그것을 역이용하는 발상이 실제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통쾌하면서도 슬픈 일이다. 거리에 내 걸린 미얀마 여성들의 치마 바리케이드 장면을 찍은 다양한 사진들을 보면서, 그 치마들이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낌도 든다. 알록달록한 꽃무늬나 반복되는 패턴들이 있는 넓은 치마, 일상적으로 일할 때 편히 입을 것 같은 그 치마는 우리나라 농어촌 여성들의 일바지, 이른바 몸빼와 대단히 닮아 있는 것이다. 몸빼를 떠올리니 미얀마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몸에 걸쳤던 치마를 벗어 거리에 내 걸어서라도 내 가족들을 지키겠다는 간절한 심정이 한층 더 가까이 와 닿는다. 치마 바리케이드가 만들어진 뒤에는 여성들이 브래지어나 생리혈이 묻어 있는 생리대까지도 빨래줄에 내 걸기 시작했다. 철삿줄에 사용된 생리대를 줄줄 엮어 방패처럼 가지고 다니는 여성도 사진에 포착됐다. 평소에는 숨기고 감추던 이 천 쪼가리들과 여성용품들이 밖으로 드러나고 그것이 힘을 발휘하는 시절을 지나고 있는 미얀마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소수민족들 간의 투쟁과 국제사회 속의 지정학적 관계, 군부와 민주세력의 갈등으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알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이 내전의 와중에 여성혐오적인 통념을 뒤집어 전면에 내세웠던 이 애절하고 눈물 나는 전략은, 이후 미얀마 여성들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는 정도의 예상 말이다.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천자춘추] 열정이 당신을 힘들게 할 때

몇 해 전 필자가 미국 대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교 농구 감독님과의 대화에서 열정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감독님은 유소년 시절부터 농구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농구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아직도 농구를 사랑하고, 농구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며, 농구 외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농구를 떠나고 싶은 걸까요?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열정을 가지는 사람이 열정의 대상이 되는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일까? 사실, 심리학자인 밸러랜드(Vallerand) 교수에 의하면, 열정에는 조화로운 열정과 강박적인 열정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단어에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조화로운 열정은 활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통해 열정을 느끼고, 일과 삶의 조화(워라밸)를 이룰 수 있는 열정을 의미한다. 반면, 열정이 너무 과도해 자신의 삶이 컨트롤 당하고 열정적인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까지 어려움이 생긴다면, 이는 강박적인 열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조화로운 열정과 강박적인 열정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강박적인 열정이 생겨나는 시기가 오히려 즐거워서 시작했던 활동을 통해 우리가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이 회복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즉, 열정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본인의 상승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열정 활동에 강박적으로 빠져들게 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강박적 열정이 자신의 건강과 심리적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농구 감독님의 경우에도 자신은 목숨 걸고 열정을 다해 농구팀을 이끌고 있었지만, 그 열정이 오히려 독이 돼 자신의 건강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던 농구에 대한 태도까지 부정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즉, 번 아웃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자, 나는 현재 어떤 유형의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을까? 내 삶을 이루는 다양한 활동들과 조화를 이루며 열정적으로 일하는지. 아니면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신을 채찍질하며 맹목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물론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이 있다는 것은 열정이 없는 경우보다 긍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열정이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으니, 자신의 열정을 되돌아보고 이를 리밸런싱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예훈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천자춘추] viva la vida

멕시코의 국민 화가인 프리다 칼로. 그녀의 삶은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 걸린 소아마비로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고, 18세 때 교통사고로 척추가 무너져 내렸다. 화가로 성공했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들의 절반은 온전치 않은 척추 때문에 침대 위에서 그려야 했다. 먹음직스럽게 잘린 빨간 수박 과육에 viva la vida가 쓰여 있다. 프리다 칼로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정물화이다. viva la vida는 우리말로 옮기면 삶이여 만세가 된다.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야 했던 프리다 칼로는 왜 생의 마지막에 삶이여 만세라는 메시지를 던졌을까?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던 그녀에게 그림은 희망이었고, 고통을 이기는 힘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인생이란 녹록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단한 수박 껍질 속에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이 숨어 있는 것처럼 참고 견디면 우리는 희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삶이여 만세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에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다. TV에 나와 경제적인 고통 때문에 울먹이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제2차 재난기본소득 신청률이 한 달 만에 80%를 넘었다. 그만큼 절박한 도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10만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와 소상공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를 괴롭히던 코로나 위기도 긴 터널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었고, 접종이 시작됐다. 이제 후반기가 되면 집단면역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긴 긴 겨울도 뒤로 물러서고 봄이 오고 있다.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생명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 것이다. 겨울이 아무리 길고 혹독해도 봄은 오고 있다. 경제방역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정치가 나서야 한다. 재난기본소득 같은 민생정책들을 통해 코로나19의 폐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예술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와 예술은 사람들이 고통을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어내게 하는 공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프리다 칼로의 viva la vida를 보고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극복하고 희망을 아로새겼던 것처럼 정책을 통해 도민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삶이여 만세라고 외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근철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천자춘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도시계획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코로나 퇴치다. 팬데믹은 유한한 자원의 남용과 환경오염에서 시작되니, 궁극적으로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배출된 탄소를 줄이는 데에 전 지구적 노력이 모여야 할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이자면 에너지를 덜 써야 한다. 지구 상에는 매년 510억t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이 중에서 17%가 교통부문에서, 그중 95%가 자동차 교통에서 발생한다. 이동거리가 짧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이동의 필요성을 낮추려면 직주근접하고, 주택과 업무, 쇼핑이 복합화된 컴팩트시티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 이를 환승역세권 중심으로 조성하는 일은, 대중교통이용을 촉진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타삼피의 선택이다. 에너지를 교환하고 순환할 수 있는 토지이용이 필요하다. 소각시설의 폐열로 자원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지원하고, 데이터센터의 열로 스마트팜을 지원하는 등 관련 시설을 가까이 배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의 소규모 발전이 가능해짐에 따라 근린단위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졌다. 에너지를 덜 쓰고 효율을 높이고, 교환하고 순환하며, 자립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플랫폼을 구축하자. 이를 지표화해 상시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탄소흡수기능이 뛰어난 생태녹지 조성을 늘여야 한다. 하천은 산과 강을 연결하는 생태자원의 보고다. 하천과 같은 선형의 녹지는 훌륭한 탄소흡수기능을 가진다. 현재는 방재시설로 방치된 하천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실핏줄처럼 곳곳에 퍼져 있는 소하천과 실개천을 공원으로 복원하면 도시의 곳곳을 5분 거리로 연결할 수 있는 체감도가 높은 공원을 즐길 수 있다. 옥상녹화, 벽면녹화, 실내녹화를 통해 토지가 아닌 건축물 내 입체적으로 조성되는 녹지를 만들어가야 한다. 역세권 중심으로 고밀복합화해가는 추세 속에서 지상공원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원은 1인당 면적이나, 녹지율(%)과 같은 양적 지표로 조성됐다. 체감도가 낮은 이유다. 산과 강을 연결하는 연결녹지(connected green), 모든 시민이 5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도달녹지(accessible green), 건축물 내의 수직 녹지(vertical green) 등은 실제로 탄소를 흡수하고 체감도가 높은 뉴노멀 녹지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제 생존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시대다. 생산과 소비,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이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천자춘추] 주 52시간에 묶여버린 농어민의 발

최근 전북 장수무안, 충남 예산 등의 버스운행업체에서 1월 1일부터 일부 노선 폐지 혹은 감축 운행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이유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현실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니, 근로자를 더 채용하기도 어려워 노선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농어촌 지역의 대부분은 교통 환경이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농어촌버스 운행마저 감축되거나 축소된다면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 큰 문제는 농촌고령화 탓에 대부분의 농가 구성원은 고령자라는 데에 있다. 고령자는 자가운전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병원에 갈 일도 많으며, 때로는 응급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의 발이 되어줄 농어촌버스가 없다면 생명을 지키는 일조차도 힘들어지게 된다. 우리 헌법 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을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와 국정과제는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하는 농촌형 교통모델 사업에서 2019년 289억원, 2020년 257억원, 2021년 205억원으로 해마다 그 예산이 줄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관련 부처마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대통령과 여당은 오직 선거전략에만 신경을 쓰는 사이에 농어민들의 발이 묶일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이러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고, 환경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사는 농어민들이 교통 소외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관심과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해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김선교 국민의힘 국회의원

[천자춘추] 100년 만의 귀환

올해 1월 문화재청 보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승탑으로 평가받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국보 제101호)을 전면 해체해 보존처리를 한 지 5년 만에 복원을 마쳤다고 한다. 이 탑은 1911년 일본인에 의해 뜯겨 법천사지를 떠난 후 서울 명동, 일본 오사카, 경복궁 등으로 옮겨 다녔는데 올해 중에 원래 있던 원주의 절터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1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갈 지광국사현묘탑의 소식을 접하니 최근 여주로 돌아온 고달사지 원종대사혜진탑비 비신이 머리에 떠올랐다. 필자가 원종대사혜진탑비 비신을 처음 본 것은 서울 광화문 근처 직장에 다닐 때인 1985년인데 당시 경복궁 근정전의 회랑 남서쪽 모서리에 깨어진 상태로 눕혀져 있었다. 아니, 여주의 거대한 비석이 왜 이곳에 와 있지?라고 의아해하면서도 반가웠다. 그러나 파손돼 연고도 없는 경복궁 회랑 구석에 홀로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고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오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혜진탑비에 대해 알아보니, 고려 광종 때 국사인 원종대사 찬유 (869-958년)의 생애를 기록한 비로 975년 건립됐으나 1915년 무너져 여덟 조각으로 나뉜 비신(높이 279㎝, 너비 162㎝, 폭 31㎝)은 다음해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고달사지 절터에 남아있던 혜진탑비의 비신 이외의 귀부(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돌)와 이수(뿔 없는 용을 새긴 비석의 머리)는 고려 초기 불교미술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대표해 보물 제6호로 지정돼 있었다. 2010년 7월 군수로 취임한 뒤 혜진탑비 비신의 행방을 확인해보니 경복궁 복원공사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 지하 수장고로 옮겨져 있었다. 7월 말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을 찾아가 혜진탑의 비신은 비의 일부이고 깨져 있어 이곳에서 지상 전시가 어려울 것이니 원래 있던 절터에 복원하거나 여주박물관으로 이전해 햇빛을 볼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그해 11월에 개최된 문화재위원회에서 원종대사혜진탑비 비신을 복제해 절터에 복원하고 원 비신은 여주박물관 실내에 전시하도록 결정했다. 2014년 8월 고달사지에 있던 귀부와 이수 사이에 복제한 비신을 세워 혜진탑비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했다. 복제한 비신은 원 비신과 석질이 가장 유사한 북한 해주산 화강암을 수입해 3천230자의 글자를 한 글자씩 정과 망치로 새겨 완성했다. 원 비신은 여주를 떠난 지 100년 만인 2016년 7월 여주박물관(신관) 1층 로비 전시홀로 돌아왔고 다섯 달 후 보물로 추가 지정됐다. 경복궁에서 혜진탑 비신을 처음 만난 지 31년 만에 여주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고 가슴이 뿌듯했다. 김춘석前 여주시장

[천자춘추] 모닝커피와 기후변화

한국성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이 1인당 350잔 이상이라는데, 어쩌면 머지않아 모닝커피를 즐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잦아진 가뭄과 삼림파괴, 병해충 확산 등은 2040년 이후부터 전세계 대부분의 야생커피 종들을 멸종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의 90%는 하늘이 짓는다는 옛말처럼 기후 앞에서 인류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가장 먼저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하는 곳은 농업 등 먹거리 시장이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고선 그 어떤 것도 거둬들일 수 없는 삶인 만큼 그 변화에 무엇보다 경건하고 예민하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미 한반도에도 열대과일이 상륙해 전남과 경남 등 남쪽지역에선 올리브, 망고, 키위, 파파야 등이 수확 중이다. 전국민이 알고있는 대구경북 지역특산물 사과는 현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030년쯤엔 사과재배 가능지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경기도 북부지역인 가평, 파주까지 올라와 달콤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비교적 기온이 낮은 곳에서 잘 자라는 포도 역시, 1970년대만 해도 경남 김해와 밀양 등에서 주로 생산했지만 지금은 경기도와 강원도 등으로 북부로 산지가 이동하고 있다. 이에 농업분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복합적인 리스크 회복력 관점에서 기후변화가 불러온 먹거리 시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한 많은 고민들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시민 1천500명과 농민 1천121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농업농촌 국민의식조사에서는 도시민의 88.3%, 농민의 86.4%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려면 기존 영농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민과 농민 모두 메탄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관행농업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민의 절반 이상은 저탄소농업을 실현하는 비용부담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농민의 62.4%는 탄소발자국(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생산 비용을 투자할 수 있다고 답했고, 도시민의 60.5%는 탄소발자국 제한방식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하는데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 농업은 지금까지 진정한 땀과 정성으로 우리 농촌을 살리고 지켜왔다. 올해도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며 모두의 지혜를 모아 메가트렌드,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것으로 확신한다. 박영주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전략사업본부장

[천자춘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막’

2020시즌 마지막 경기인 플레이오프는 수원FC의 1부 승격으로 마무리됐고 그로부터 약 3개월간의 휴식시간을 갖은 K리그는 지난 2월27일 FC안양과 경남FC의 경기로 시작을 알렸다. 휴식기간 동안 K리그 각 구단은 새로운 시즌 준비를 위한 선수 영입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니폼 발표와 각종 후원사 체결 등의 각종 소식을 팬들에게 알리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매년 따뜻한 해외에서 동계훈련을 준비했던 선수단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국내에서 동계전지훈련을 진행했으며, 전지훈련지마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선수단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했다. 지난 시즌 개막을 단 1주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번진 코로나19로 5월에서야 힘겹게 시작한 리그 운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구단과 선수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개막에 앞서 K리그 구성원인 선수와 지도자 및 스태프의 코로나 검사를 시행해 모든 구성원인 1천52명이 음성을 받았다고 알렸다. 또한 각 구 단에게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입장 정책 가이드라인과 리그 진행 방식 등을 제공해 축구팬과 함께하는 개막을 준비했다. 예년 같으면 개막 특수로 경기장마다 만원 관중이었겠지만 2021 시즌 개막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제한된 관중 입장으로 많은 관중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도 개막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코로나에 대한 걱정보다는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간 경기장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하며 초봄의 축구 개막을 즐겼다. 지난해 국내와 전 세계는 K 방역이라는 신조어로 열광했고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K리그는 가장 먼저 무관중 개막을 전 세계에 보여주며 축구팬들의 화제가 됐다. 이번 K리그 개막은 이런 K 방역에 버금가는 명품 K 관람으로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들은 손소독과 QR코드 체크로 경기장 안에서는 연인이라도 할지라도 좌석 간 거리두기인 띄어 앉기와 육성응원 자제로 축구 관람의 모범을 보여줬다. 오는 10일에는 국내 최초의 지역 더비인 수원 더비가 수원FC 홈 개막전으로 진행된다. 앞서 펼쳐졌던 2016 시즌에는 양 팀의 관중이 경기장에 가득 차며 진정한 더비의 열기를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다소 침착한 분위기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경기장에서 펼쳐질 더비의 치열함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 팬들의 기대를 부응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관중들은 명품 K관람의 새로운 관람 문화를 다시 한 번 보여줄 거라 기대된다. 이헌영 수원FC 전력강화팀장

[천자춘추] 평범한 것들의 비범함

3월의 첫날이다. 지난해 초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오고 1년이 넘게 지났다. 시간과 세월은 흔들림 없이 흘러갔다. 많은 나쁜 일들이 일어났고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 진창에 발을 담그고서도 하늘의 별을 응시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다. 어떤 선현은,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그것이 인간만의 재주라고도 했다. 나는 산책이 늘었다나는 요리가 늘었다나에게 시간이 너무나도 늘었다축제가 사라졌다장례식이 사라졌다옆자리가 사라졌다재난영화의 예감은 빗나갔다잿빛 잔해만 남은 도시가 아니라거짓말처럼 푸른 창공과 새하얀 구름이 날마다 아침을 연다 거짓말처럼-김소연. 우리는 사소하다고 여겼던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고 푸른 창공을 보았다. 간혹 손수 만든 먹거리를 나누면서 눈가로 콧등으로 웃는 주름이 잡히거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 그게 행복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원했던 많은 것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카잔차키스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이야기 한 빵과 포도주, 햇빛과 바람, 맑은 공기 같은 단순하면서도 영원한 것들. 이제 깊은 골짜기에까지 훈풍이 불면 만물은 각양각색으로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한적한 곳을 찾아 산책하고, 봄의 음식을 천천히 먹고, 봄의 차(끓는 물을 절반쯤 붓고 찻잎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다시 물을 붓는다.)를 마시자. 소중한 사람과 낮고 작게 이야기를 하고 자잘한 추억을 공유하자. 놀라운 것은, 이 평범한 것들이 모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비범한 순간이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 김훈 작가의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에는 승려 초의(1786~1866)의 차에 관한 글을 소개한 대목이 나온다. 겨울에는 찻잎을 주전자 바닥에 먼저 넣고 끓는 물을 붓는다. 여름에는 끓는 물을 먼저 붓고 물 위에 찻잎을 띄운다. 봄, 가을에는 끓는 물을 절반쯤 붓고 찻잎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다시 물을 붓는다. 초의의 이 글에 대해 김훈 작가는 이렇게 썼다. 왜 그래야 하는지, 그렇게 해서 차 맛이 달라지는지를 물을 수는 없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낙원은 일상 속에 있든지 아니면 없다. 자전거는 청학동 어귀에서 방향을 돌려 화개 골짜기로 되돌아왔다 낙원은 일상 속에 있든지 아니면 없다! 여기에서부터 우리는 다시 배움의 여정을 시작한다.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천자춘추] 기후변화 시대 대응한 물관리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는 54일이라는 역대 최장기 장마에 전국 평균 강수량이 780㎜이상 내리는 이상기후를 겪었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는 이제 새로운 것이 아닌 일상적 기준으로 다가와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과 환경부에서 발간한「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는 한반도의 온도와 해수면 상승속도는 전 지구 평균대비 빠르고,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시 폭염일수가 3.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상기후 등 급변하고 있는 기상 및 기후는 많은 인적물적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마 및 태풍피해로 약 1조2천58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수자원(372억㎥)중 농업용수이용량(152억㎥)이 전체의 약 4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폭우로 인한 제방 붕괴, 하천범람 등으로 큰 피해를 입었듯이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기능에 지장이 있을 경우 농업 피해가 바로 우려된다. 우리 공사는 이러한 기상이변에 대처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기 설치된 저수지 및 방조제의 시설물(물넘이, 제당 및 배수갑문 등) 보강을 통해 홍수배제 능력을 높이는 치수능력증대사업, 수원공용수간선배수시설 등 중앙관리소에서 원격제어시설에 의해 집중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농업용수관리자동화사업, 가뭄대비 지역간수계간 용수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여유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 활용하는 농촌용수이용체계재편사업을 집중 시행하고 있다. 물관리기본법에 의거 통합 물관리체제하에서 농업용수 물관리는 첫째, 지역단위에서 유역단위 물관리 수요로 통합하고 둘째, 경험적 물관리에서 효율적 용수공급 및 재해대응(관수로, IoT)체제로 전환하고 셋째, 수량위주에서 수요중심 참여형 물관리로 전환하는 등 물순환 체계 구축을 통해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한다. 또한 농업용수 공급에 있어서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용수로의 손실률 저감, 계측을 통한 수량 조절 및 말단부 물 부족 해소를 위해서 용수로의 관수로화가 절실하며, 수요공급량의 정량적 분석을 통한 물이용 효율 개선 및 타 용수 활용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등 농업용수 효율 개선을 통해 농어민과 함께 재난재해 걱정 없는 안전한 농어촌을 구현하는 데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형사미성년자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니 약간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청소년 5~6명이 조건만남을 미끼로 성인 남성을 꾀어내어 그 남성을 폭행하고, 협박해서 돈을 갈취한 사건이었다. 남성을 야구방망이로 가격하여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깨우기 위해 물을 끼얹고, 라이터로 발바닥을 지지는 등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결국 해당 청소년들은 모두 구속됐다. 물론 조건만남을 시도했던 성인남성도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청소년들이 자신들은 성인이 아니므로 약하게 처벌되리라는 것을 알고 범죄행위에 나선 정황이 있어 뒷맛이 약간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였다. 과거 민법상 성인은 만 20세부터였고, 현재는 법이 개정돼 만 19세 이상을 성인이라 하고, 성인이 안된 사람을 미성년자라고 한다. 형사관계에서도 소위 형사미성년자라고 해서 만 14세 미만은 형법상 책임능력을 부정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법 체계이다. 이런 제도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비슷하게 각 나라가 유지하고 있다. 형사미성년자라고 해서 아무런 조치도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미성년자의 범죄에 대해서도 10세~14세의 청소년에 대해서 소년법에서는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청소년 개인의 책임도 있으나, 사회의 청소년에 대한 책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처벌하고, 처벌의 범위에서도 교화를 통해서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도록 배려하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근래에 미성년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엽기적인 범죄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형사미성년자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청소년이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여 자신은 처벌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를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고, 가르쳐야 할 책무가 있다.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해 비난을 할 수 있으나, 어른들이, 우리 사회가 그러한 책무를 다 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천자춘추] 2020 도쿄올림픽과 2032 남북 올림픽

도쿄 올림픽은 올여름 과연 열릴 수 있을까. 2020년에서 2021년으로 한차례 미뤄진 도쿄 올림픽이 또 한 번 연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무관중 또는 축소된 형태로 강행되거나 코로나 사태 악화로 취소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취소되면 전쟁이 아닌 이유로 올림픽이 열리지 못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역대 올림픽 취소는 세 번 있었는데 모두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시기였다. 도쿄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하나는 순차 연기론이다. 도쿄가 차기인 2024년 대회를 치르고 이미 개최권을 확보한 파리와 LA가 차례로 2028년과 2032년 대회를 여는 식으로 순연되는 방식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도쿄가 이번 대회를 포기하는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2032년 개최권을 얻으려 한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남북한 공동으로 2032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우리 입장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 유치에 함께 협력한다고 북한과 합의했다. 2019년 2월에는 남과 북이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 의향서를 IOC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상황이 없다. 호주 등 경쟁국에 비해 많이 뒤처지고 있다. 남-북, 북-미간 대화가 막히면서 정치적 추동력을 잃었고, 올림픽 유치에 의욕을 보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리더십 공백 이후 유치 희망도시의 실무적인 추진력도 크게 약화됐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IOC 내부에서는 안전한 대회가 성공적인 대회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남북 대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평화 올림픽을 기본 전략으로 내세웠던 우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2032년 올림픽 개최지는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건 남북 공동 올림픽을 통한 동아시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아젠다가 차기 정부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북한의 극심한 방해 속에서도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과 국교를 맺는 북방정책의 큰 그림으로 이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막바지 참가를 이끌어내면서 핵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반도에서의 세 번째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자문관

[천자춘추] 늦깎이 졸업생들에게 전하는 음악

2월이 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졸업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코로나19 탓에 졸업식 문화도 비대면으로 혹은 축소해서 진행하는 경우들로 졸업풍경이 사라져 실감은 나지 않지만, 박수를 보내야 분들이 있기에 음악으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지금 시대에 교육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의무이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교육을 받고 싶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터로 가야 했다. 적게는 60대부터 많게는 90대 어르신 중 배움의 한을 갖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먹고사는 것이 중요했던 시기 가난에 쫓겨 배움을 포기했지만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하시며 자식교육에 정성을 쏟아 훌륭한 인재로 키워 치맛바람의 장본인이 되신 어머니들. 배움에 열정을 갖고 60세가 넘어 자식들의, 손자 손녀들의 응원을 받으며 침침해져 있는 눈을 비벼가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중학교 과정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는 늦깎이 졸업생 어머님들이 주인공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열정만은 약하지 않은 만학도 학생들, 공부를 하며 평생의 한번뿐인 중ㆍ고등 졸업식만 생각했을 여고생 어머니들. 코로나 19로 졸업식장은 간소화되고 가족 없이 치러졌지만 이분들께 먼저 들려 드리고 싶은 곡은 싸이의 챔피언이다. 가사 중 첫 소절에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챔피언입니다라는 가사는 졸업장을 받고 기뻐하실 늦깎이 졸업생 어머님들께 어울리는 노랫말이다. 두 번째 곡은 팝송 Mother Of Mine(마더 오브 마인)이다. 이 곡은 노래 제목에서부터 가사가 헌신적이고 자식을 위한 위대한 어머니의 희생이 묻어 있다. 위대한 어머니, 이제 꿈을 이루세요라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곡이다. 세 번째 곡은 영화 OST 인생은 아름다워다. 영화 제목만 봐도 배움에서 자존감, 자신감을 얻은 졸업생 어머니들이 공감하실 것 같다. 마지막 곡은 아름다운 멜로디가 도드라져서 수많은 악기로 편곡돼 연주되기도 하는 클래식 곡이다.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다. 비록 배움은 짧으셨으나 자식교육과 인성교육만큼은 어느 교육자보다 훌륭하신 이 시대 어머니들. 이분들이 마음속 깊이 감추어 두었던 배움을 용기 내 도전하고 열정을 다해 얻은 졸업장이다. 최고령 졸업생은 90세라는 언론 기사를 봤다. 진정한 챔피언이자 최고의 어머니들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대학생을 꿈꾸며 도전하시는 70~80세 어르신들께 전하고 싶다.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도전하는 용기,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김영은 경기예음 챔버 오케스트라 단장

[천자춘추] 판동초의 작은 기적, 어린이 기본소득

충북 보은군 삼승면에 있는 전교생 41명밖에 안 되는 작은 초등학교. 이 학교가 최근 전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교생에게 매주 2천원을 매점화폐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났을까? 학생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판동초에는 부모와 교사들이 힘을 합쳐 만든 충북도 내 초등학교 최초의 협동조합인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은 지난해 9월 학교 안에 매점 빛들마루를 열었다. 문방구나 분식점도 없는 농촌 동네. 학교 매점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됐다. 어느 날 매점을 바라보던 협동조합 조합원 강환욱 교사는 깨달았다. 매점도 오는 학생들만 오는구나. 용돈이 없는 학생들은 매점도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기본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해 주자고 생각한 강 교사는, 매점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매주 모든 학생에게 나눠주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취지에 동의하신 분들이 기탁금 100만원을 협동조합에 내줘서 10월에 실험이 시작됐다. 강 교사는 부모님이 화나셨을 때 너 그런 식으로 하면 용돈 없어라고 말하듯이 용돈이란 용어는 일방적인 느낌이 들어서 아무 조건 없는 학생들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어린이기본소득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본관 2층 교실 앞 복도에는 자기 이름이 적혀 있는 봉투가 붙어 있다. 매주 월요일 그 봉투에는 1천원 매점화폐가 두 장씩 들어가 있다. 이제는 모두가 매점이 오는 것이 즐겁다. 어린이 기본소득 시행 이후 학생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사고 싶은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좋아요(78%) 친구에게 무언가 사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70%) 학교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68%) 학교가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갖고 학교에 가는 학생이 과연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함께 누리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학생들은 책 몇 줄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실질적 자유와 사회적 연대의식, 그리고 무엇보다 믿음을 배우는 것이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원리의 가치를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가 한다면 왜 사회공동체가 할 수 없으며, 학생들이 느낀다면 왜 모든 국민이 느끼지 못하겠는가? 김찬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

[천자춘추] 쿠팡의 증시 상장과 기업 성과 공유

미국 뉴욕증시(NYSE) 상장을 공식화한 쿠팡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해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국내 최대 e커머스 플랫폼으로 말 그대로 로켓 성장한 쿠팡이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를 대상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게 된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장 이후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55조4천억원)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2014년 중국 알리바바 그룹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쿠팡의 미 증시 상장만큼이나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주식을 통한 성과 공유 계획이다. 쿠팡은 상장 추진을 발표하면서, 배송 인력인 쿠친(쿠팡친구) 등 일선 직원들에게 1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겠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현장에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직원들 모두와 기업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뜻이다. 55조원대 상장 추진에 1천억원대 주식 배분이 어쩌면 미미한 선행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나,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기에 내부 직원은 물론 외부에서도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인센티브로 불리는 기업들의 성과 공유 제도는 과거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선한 인심을 쓰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정보가 투명해지고 구성원들이 당당하게 성과의 몫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기업이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연봉 대비 성과급 47% 소식에 20% 수준에 머무른 SK하이닉스 직원들은 불만을 나타냈고, 그 소식은 기업 총수에게까지 전달돼 자신의 연봉을 반납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 이상 기업의 성과가 지배 주주와 임원진만의 고유물인 듯,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이 성과를 낸다는 것은 수많은 직원의 땀과 노력 덕분일 것이고,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사회라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쿠팡의 주식 배분처럼, 많은 기업이 앞장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구성원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문화로 우리 사회에 보다 자리 잡게 되길 희망한다. 물론 그것을 실행하는 모습은 다양할 수 있다. 최근 5조원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의장, 세계적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에 한국인 처음으로 가입하며 사회에 재산 환원을 약속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결단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룩한 성과가 아님을 알고 함께 공유한다는 것. 모습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천자춘추] 당신만 혼자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얼마 전, 택배기사에 대한 비하 발언 사건이 화제가 됐다. 해당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도 없이 숨어버렸고, 피해자의 가슴은 상처만 남았다. 음원을 들은 이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가?하며 고개를 젓지만, 결국은 유사한 일들이 우리를 둘러싼 당장 주변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나? 하는 상념에 빠지게 한다.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저 멀리 있는 재벌 회장이나 상위 1%가 아니라 나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으면서 나를 낮게 보는 한두 층 위 사람들이다. 지금 여기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같은 층 사람들끼리도 친할 수 없다. 위계 간 불화에 위계 내 불화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이러한 상황에 택배배달원은 나를 대신해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나의 안전을 위해 배달을 선택하고, 다른 누군가는 나를 대신해서 그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돈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에 우리는 저임금을 내고 있음에 배달원 분들께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느껴야 한다. 일의 존엄성과 자본주의 두 가지가 공존할 수는 없을까. 일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을 넘어 사회구성원으로의 의미이고,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받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불평등뿐 아니라 노동자에 대한 인정과 부족한 존경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의사만큼 중요합니다. 그가 일하지 않으면 질병이 창궐할 겁니다. 마틴 루터 킹의 말이 옳다.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일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능력과 양극화에 대한 부분을 이제는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각자의 성취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 낸 것이 아니다. 그 능력을 발견해 주고, 기여할 기회를 준 환경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또 내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내가 못나서 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책해서 아파하지 말자. 환경이 우리에게 행동의 기회를 제공할 때, 우리는 우리 성격의 좋고 나쁜 점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에게 자신의 관대함을 보여줄 자원이 없거나 관대함을 보여줄 사람이 없으면, 그 훌륭한 천성도 보여줄 수가 없다. 전우익님의 책을 오랜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 겨. 정말 그렇지 아니한가? 정현정 유한대학교 보건복지학과 교수

[천자춘추] 변혁적 리더십에서 서번트 리더십으로

지난 20여년간 스포츠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리더십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변혁적 리더십 스타일이었다. 이 리더십은 리더가 평범한 능력의 부하들을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혁 시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리더십 형태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많은 스포츠에서 단골소재로 쓰이는데, 전쟁영화를 생각해보자.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적의 대군 앞에서 주인공의 소규모 군사들은 모두 겁에 질려 도망칠 생각만 하고 있다. 이때 군사들 앞에 나타난 주인공이 모두가 꿈꾸는 새로운 비전과 사명감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불어넣는다. 그러자, 주눅 들어 있던 군사들이 변화돼 목숨을 걸고 전투에 참가하여 나라를 지켜내는 장면들을 보았을 것이다. 오랜 기간 리더십 연구자들에게 사랑받아오던 변혁적 리더십이 최근 공격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이 리더십이 조직의 목표 달성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성공이 결국에는 부하들의 과도한 헌신과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위 전쟁상황에서도, 주인공에게 감명받는 군사들이 변화돼 목숨 걸고 전투에 참가하며 나라를 지켜냈다. 하지만, 그 병사들은 결국 전쟁 중에 대다수 전사하거나 희생되지 않았는가. 기업 현장에서도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웰빙을 훼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스포츠 현장에서도 지도자들이 팀과 지도자 자신의 성공을 위해 선수들을 현혹하고 이들을 혹사해 성공을 이끌어 내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지도자 밑에서 혹사당한 몇 선수들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이러한 양날의 검과 같은 변혁적 리더십의 대항마로서 최근 스포츠 리더십 분야에서는 경청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서번트 리더십 스타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리더십은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데, 지도자는 봉사자로서 선수들의 문제와 갈등을 공감하고 치유하며, 선수들의 성장과 발전에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느 리더십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고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팀의 성공을 위해 성과를 중심으로 한 변혁적 리더십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최상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서번트 리더십 스타일 역시 그 중요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수직적 리더-부하 관계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스포츠 문화에서, 선수들 관점에서의 수평적 리더십 형태인 서번트 리더십 스타일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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