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기도 콘텐츠 피서 백서

짧은 장마가 끝나고, 전국이 백열의 태양빛 아래 폭염으로 익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단군 이래 최고의 폭염이라는 지난 2018년 더위를 넘어설 것 같다. 혹서기를 나는 방법으로 바다와 같은 자연을 찾아 떠나거나 에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져 있는 공연장에서 공연 관람이 딱 인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폭염까지 겹치니 이것조차 여의치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과 함께 무더위를 피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경콘진은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는 산업 진흥에 그치지 않고, 경기도민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문화 향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콘텐츠 향유를 통해 비대면 시대임에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콘텐츠를 즐긴다면 그 즐거움만큼은 함께일 것이니 말이다. 먼저 도심 피서지로써 추천할 곳은 경기도 지역서점인데, 책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각 지역에서 책을 매개로 동네 주민과 상생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경기도와 경콘진은 벌써 7기를 맞는 경기서점학교를 통해 서점의 새로운 공간성을 교육하고 있다. 더위가 끝나는 9월부터는 독립출판물 전시를 통해 끝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책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경기도 인디영화 상영을 지원하는 경기인디시네마에서 7월부터 KT, CJ CGV와 손잡고 극장과 안방에서 시원하게 다양성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영화를 보기만 할 것인가? 이번 여름에는 더위를 소재로 다양한 영상을 찍어보고, 편집도 해보는 유튜버가 될 수 있다.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에서는 아카데미를 열어 교육에 들어갔다. 특히 입문반 3기는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을 위한 특화반을 구성해 맞춤 교육을 진행 중이다. 또한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메타버스 등 신기술 문화콘텐츠에 대한 지식축적을 하루에 하나씩 문화기술 세미나 온라인 강연을 통해 집에서 편하게 쌓을 수 있다. 다양한 미래 콘텐츠들도 도민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로 5년째인 찾아가는 VRㆍAR 체험관은 코로나19 여파로 외부활동이 어려운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체험을 지원한다. 기존 직무안전 교육, 문화체험, 인지훈련, 힐링, 미래 체험 등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가 경기도 각 지역의 체험신청 기관에서 펼쳐진다. 마지막 소식은 뜨거운 여름을 더 뜨거운 열정으로 헤쳐 갈 게이머에게 희소식이다. 8월에 펼쳐지는 제13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의 경기도 본선대회 참가자를 모집 중이니 뜨거운 도전으로 이열치열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모두가 콘텐츠로 이 더위를 슬기롭게 극복해 보기를 응원한다. 박무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경기도 신도시 개발 50년

오는 8월10일은 광주대단지 사건이 발생한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이 사건은 정부와 서울시의 무허가 주택 철거계획에 따라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현 성남시 수정구ㆍ중원구) 일대에 도시 빈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당국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항의해 벌어진 사건이다. 성남시는 이를 도시와 시민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8ㆍ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으로 공식 명명했다. 현대 한국사회의 신도시 조성은 서울의 도시계획에 따른 주변부 개발이라는 도식에서 출발한다. 그 대상은 경기도 지역이었으며 서울의 인구주택환경 등 제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1963년 서울 행정구역 대확장부터 60~70년대 산업화 상징으로서의 번듯한 서울시 건설은 지배세력의 욕망을 투영한 채 주변부 지역을 철저히 타자화(他者化)했다. 지방자치제가 중단된 시절의 지방행정은 자율성이 크게 위축됐다. 광주대단지 조성 당시 경기도 당국은 서울시의 일방적 집행에 맞서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980년대 말 성남시 분당지역 신도시 조성도 최고 권력이 개발계획을 진두지휘했다. 신도시 개발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과 경기부양 효과를 노린 권력은 건설 자본과 결속해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자 했다. 오히려 정부와 건설사들은 분당을 독자적인 중산층 신도시로 홍보했으며, 성남시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애써 감추려고 했다. 이후 일어난 일부 주민들의 분당시 독립 시도도 당국의 초기 홍보와 무관할 수 없다. 광주대단지로부터 20년이 지나고 나서 분당을 비롯한 일산(고양시), 산본(군포시), 중동(부천시), 평촌(안양시)에 신도시가 들어섰지만, 조성 과정에서 지역과 지역민들은 철저히 소외됐다. 이 정도면 서울의 월경지(越境地)라 불러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신도시의 성격이 이렇다 보니 오래된 지역 공동체의 파괴, 원주민 축출, 교통난, 부동산 과열, 주변 지역과의 불균형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지방자치제가 정착한 2000년대 이후 지역 정체성과 자율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중앙과 서울 위주의 도시 정책이 과거처럼 작동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경기도 신도시 개발 50년을 맞아 그 명암을 되짚어보고 타자화된 주변부로서가 아닌 지역과 지역민이 중심이 된 새로운 도시 개발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지훈경기학센터장

[천자춘추]MZ세대, 청렴문화의 바로미터

조직의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내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워라밸과 개인의 취향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로의 세대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단어로, 사회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MZ세대의 목소리로 조직의 불합리를 개선하고 청렴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조직보다는 개인의 삶에 무게를 두는데 특히 자신의 의사표현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와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성과중심의 투명한 평가와 공정성을 요구한다. 우리 농어촌공사에서도 공정성ㆍ투명성을 중시하는 신세대가 대거 유입했다. 최근 6년간(2015~2020) 신규채용은 1천748명으로 전체 직원 수의 25%에 달하는데 이들의 높은 윤리경영 기대수준에 맞춰 전사적인 청렴윤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로는 업무분야의 부패방지를 위해 계약 등 취약분야에 대한 청렴윤리 HACCP 제도 실시, 직무 관련자 사적접촉 금지, 업무분장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한다. 둘째로는 clean call 119, KRC 청렴톡, 누구나 건의함 등 내부직원과 외부고객의 투명한 소통 채널을 구축했다. 이외에도 청렴윤리 특별대책을 통한 12개 과제를 통해 전사적인 청렴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또 우리 경기본부에서는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익명 SNS 메신저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인사제도, 업무분장, 업무지시의 공정성 등에 대한 직원 의견을 수렴해 본부 운영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은 어려운 시대다. 이러한 관점에서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공존은 기업경영에 있어 필수적인 과제일 것이다. MZ세대와 기성세대는 단편적으로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 지향점은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기업의 윤리경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공통점일 것이다. 서로의 세대를 존중ㆍ이해하며 진정한 의미의 세대 간 공존이 실현되고 MZ세대가 청렴윤리의 바로미터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수소경제’ 중심 평택항의 의미와 과제

평택항이 수소를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항만으로 선포됐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도 동반됐고, 20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도 선보였다. 평택항 일대를 수소특화단지-수소도시-수소항만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인공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정장선 평택시장, 조명래ㆍ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응ㆍ산업전환공동위원장이 등장했다. 수소경제에 대한 일종의 대권선언을 보는 듯하다. 이 지사가 취임 직후인 2018년 8월8일 평택항을 경기도가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내놓을만한 국제적 항만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평택항 선언의 종합판이다. 평택항을 미래 먹거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소경제의 선봉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고, 남다른 의미도 있다. 무엇보다 항만에 대한 접근법이 기존과 크게 다르다. 지금까지는 물동량 증대, 환적화물 유치, 배후단지 육성, 부가가치 향상 등 항만경제학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에너지 전환, 수소시대, 기후대응, 산업전환 등의 단어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특히 국가항만에 대한 중대한 계획을 지방자치단체가 치고 나왔다는 점이다. 또한 부산 등 해양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해양수산부에 기후를 포함한 해양수산기후부 논리가 이 지사 등이 제시하고 있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리에 역전되고 있는 흐름도 감지된다. 해양계로서는 꽤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평택항 수소경제 선언에는 몇 가지 유의할 점도 있다. 먼저, 현재 평택항의 관리권자가 해양수산부라는 점이다.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는 평택항에 수소경제가 더해지면서 거버넌스의 역할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평택항도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처럼 항만관리권을 포트오쏘리티(port authority)에 이양해야 한다. 항만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와 공유하는 중앙-지방 협업모델을 이 지사가 만들어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한 평택항 선언 이후 평택항에 새로운 청사진 또는 사업이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평택항 수소경제 선언이 가진 의미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평택에 수소만 남고, 도시와 항만은 없는 기형적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 등 해양수산부의 주요 정책에 평택항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에서 평택항 수소경제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은 자칫 잘못하면 그림의 떡 또는 희망고문으로 끝날 수도 있다. 현재 평택항의 현실은 어떤가. 신국제여객터미널 건설과 관련해 잘잘못을 따지는 논란이 끝나지 않고 있고, 전자상거래 민간통관장 설치를 두고서는 적폐청산 공방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항로 증심 및 확대 화두는 벌써 몇 년째 논의됐지만, 아직 공식화되지도 못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클러스터 계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1986년 LNG선 입항으로 개장한 35살의 젊은 평택항이 전통 항만경제와 미래 수소경제를 아우르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현 평택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

[천자춘추] 휴먼웨어의 강화가 경쟁력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공공의 문화욕구는 날로 늘어나고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하드웨어는 신축이든 리노베이션을 통하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관련해서 문체부는 최근 들어 문화도시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통해서 문화역량 강화를 꾀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지방정부들은 이를 담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가 눈앞에 도래한 것 같아 예술인의 일원으로서 기대가 남다름을 숨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완수하려면 선행돼야 할 과제들은 도처에 산재한다. 예컨대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 중심의 관점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다. 다수의 실패한 프로젝트들의 문제점 중에 높은 분포의 공통분모를 이루는 대목이다. 공간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사용자의 관점이 배제된 생산자 위주의 일방적 관리와 전달 체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고, 따라서 성과를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프로젝트 설계 단계부터 사용자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넓고 다양한 시각을 수집하고, 반영하고, 포용하는 휴먼웨어의 강화에 있다 할 것이다. 공간을 꾸미고(하드웨어) 생명력(소프트웨어)을 불어넣는 일련의 작업이야말로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나아가 공간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피고 만전을 기한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그 효용의 가치를 잃고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며 파행으로 표류하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릇의 크기는 그 쓰임의 양을 좌우하고, 담고 싶은 것이 많으면 그릇을 키워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만들어 놓고 본 자식의 양의 확대는 운영의 파행으로 나타나고 정상궤도를 벗어나 그 고통의 분담이 시민들에 전가됨을 감안할 때 설계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사전점검을 통해 이를 추진해야 함은 물론 쓸고 닦는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보통은 이러한 프로젝트는 지역주민과 공공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민이 주체하고 공공은 지원하곤 한다. 상하이의 티엔즈팡과 뉴욕의 하이라인이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공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로는 쇠락한 항구도시를 연간 1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과 런던의 탬즈강을 중심으로 한 도크랜즈 프로젝트, 섬을 통째로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킨 일본의 나오시마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우리는 이들의 프로젝트가 국내외에서 벤치마킹의 모범답안으로 세간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이유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것은 프로젝트의 규모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용 가능한 크기의 설정과 일방적인 밀어붙임이 아닌 민간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한 청사진의 설계 등 이를 진심으로 소비주체와 소통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통해 문화를 주도하는 주체인 휴먼(Human)에 방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에도 닦고 기름 치며 조이는 사후관리를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를 넘어서 관광자원화를 통한 수익 증대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다. 이렇듯 우리 안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위한 다양한 꿈들을 꿔보지만, 사고의 전환과 그 행동이 묘연한 것은 왜일까? 아직도 우리 사회가 덜 성숙해서일까? 사람냄새가 그리운 순간이다. 이영길 수원예총 회장

[천자춘추] 비대면 시대, 4차 산업혁명과/홀몸 노인의 ‘디지털 리터러시’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화를 변화시켰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복지 분야에서는 돌봄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 19로 서울시 요양보호사의 20.8%는 일을 중단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일시휴직자는 2020년 2월 기준 61만8천만명에서 지난 4월에는 148만5천명으로 증가했으며, 일시휴직의 주요사유는 자녀 또는 노부모에 대한 돌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약 3천100명의 노동자가 가족을 돌보기 위해 노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돌봄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기술의 사회복지분야에 적용은 중요한 대안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에이블 테크, 독거노인의 말동무가 되어 주는 소셜 로봇, 비대면 VR, AI스피커, ICT기반 디지털 교육, 시니어용 낙상 방지 IT 제품들 등 다양한 기술들이 우리 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워 주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기술들을 우리 생활에 더 친숙하게 만들었다. 4차산업혁명 기술이 복지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기술들은 노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실수도 잦고 접근성이 떨어진다. 즉, 글자를 모르면 문맹이라고 하는 것처럼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또는 디지털 문해력) 능력이 노인들에게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4차산업혁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와 플랫폼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상용화가 가능한지, 이러한 기술이 충분히 안전한지, 기존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공하는 사람의 서비스를 얼마만큼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지, 누구나 접근 가능한지 등등 복지현장에 접목돼야 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는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는 것 같다. 4차산업혁명기술의 발전이 복지현장에 적용되려면 복지대상자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사용이 전제돼야 한다. 예전에 건강보험료 카드가 있어야만 진료할 수 있던 시대가 있었다. 한 장 짜리 건강보험카드를 온 가족이 같이 써야 하기 때문에 아들이나 며느리에게 건강보험카드를 달라는 말을 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병원 이용을 꺼렸던 것이다. 이 문제는 건강보험전산화 시스템을 통해 어르신들이 그냥 병원에 가면 어디에서든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변화됐다. 4차산업 혁명이 복지분야에 적용된다는 것은 건강보험전산화와 같이 복지 취약계층인 노인이나 장애인이 손쉽게 본인이 그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유병선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

[천자춘추] ‘미추홀’의 토포필리아를 생각하며

자랄 때 부모님에게서 들었던 문지방을 밟지 마라, 다리 떨면 복 달아난다, 아홉수를 조심하라 등 여러 금기에 대해 거부하면서 반항하던 시절이 있었다.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신화적 금기들이 거북스러웠던 것이다. 동네지식인을 자처하며 로컬(local)한 삶에 관심을 갖다보니 내가 사는 구(區)의 미추홀이라는 단어의 신화적 의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추홀의 미는 물의 한자표기이고 홀은 성(城)을 의미한다. 고대의 지명은 대개 지형이나 지세에 따라 지은 것이 많으나 거기서 거대한 이야기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미추홀에 위치한 문학 산성에서 발굴되는 유적들과 바다에서 떠내려 온 섬인 수봉산 설화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신화적 상징들은 사료 못지않게 하나의 서사를 일궈낸다. 신화는 당대의 문명적 기틀을 마련하는 담론이다. 미추홀은 고대 비류 백제의 건국과 관련 있는 지명이며 지리적 조건상 경기만 일대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백제는 이웃나라 일본의 신화에 가장 많이 나오는 나라 중 하나다. 고구려 주몽 신화나 신라 박혁거세 신화보다 백제의 건국은 세계의 초월성과 신성성을 결여해 신화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추홀이라는 지명 안에 담겨진 비류 백제의 건국은 서울 풍납동 일대의 한성 백제 유적지 발굴이 이루어지면서 신화적 상상력의 한 단서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 신화는 하나의 의사소통 체계이자 메시지가 된다. 합리적 역사의식만으로는 고대의 신화적 상상력에 범접할 수 없다. 나라마다 우주선을 띄우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살면서도 현대 문화에는 신화의 그림자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삶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을까? 현대 문명의 위기 징후인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궁에 갇혀 있을수록 신화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터를 닦아가는 생태적 지혜들을 되짚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비류 백제의 서사화를 통해 미추홀 주민의 토포필리아 형성에 기여하려면 인문지리적 접근과 고전문학의 신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현광일 더좋은경제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천자춘추] 전쟁에서 승리하고 폭력에서 승리하고 있는가

약한 국가보다 강한 국가가 되는 것이 더 낫다는 관념에는 어느 정도의 논리가 존재한다. 이 말은 힘이 있어야 안전하고 힘이 없으면 위험하다는 의미와 동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정치지도자는 자신들의 주요 임무는 국가 안보 유지라고 말하며, 이를 공리(公理)로 여겨왔다. 이스라엘은 이웃한 아랍 국가 모두를 다 합한 군사력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점령지역의 통제조차 절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중인 미군도 전투에서 거의 항상 승리했지만, 결국에는 패배였다. 가자 지구의 반 이스라엘 감정이 증가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인종적, 종교적으로 분리된 국가로의 통합이 실패했음이 각각의 원인이다. 역설이지만 때로는 압도적인 군사력, 그리고 군사적 승리조차 인간의 존중이 먼저 전제되지 않으면 반드시 정치적 성공, 혹은 안보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최근 국가수호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우리 군이 군내 성추행 사망사건으로 국민에게 불신과 비판을 받고 있다.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군인으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고인과 유족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사건이다. 타성과 안이함이 초래한 사건이다. 미국 전략공군 사령부의 구호는 우리의 직업은 평화이다, 우리 국방부의 표어는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둘 다 궁극적인 의미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힘을 통한 평화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이든 구성원에 대한 인권보호가 전제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권에 대한 관심은 군대를 강하게 만들고, 국가의 주권 혹은 내부적 안정을 증진시킬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야만적 처우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우려는 이로 인해 군의 본연의 임무와 사기가 방기 될까 걱정된다. 최근 사태는 분명히 부적절하고 귀감은 되지 못했다. 묵묵히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들의 명예를 빛바래게 했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 군의 전투력은 최상이고, 자긍심과 사명감도 충천하다. 그런 측면에서 수고하는 부분에 대한 격려도 필요하다. 군내 인권에 대한 공공연한 공약이 더 이상 조롱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내홍을 입은 국방부가 부정적 시각과 비판을 넘어 크고 작은 잘못과 실수들을 꼼꼼하게 바로잡아주고 명실상부한 강한 군대, 말하자면 거듭되는 군 기강 사건의 발발이 발생하지 않고, 정의롭고 강한 군대 건설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희망이 아니길 바란다. 더 이상 지금 이 순간의 어려운 이슈에 안보의 엄격함을 매몰시키지 않으면서 군대의 정당성을 옹호하고자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폭력에서 승리하는 군대가 되길 기대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천자춘추] 삶의 질을 높이는 ‘호스피스’

평균수명이 점차 증가하며 긴 여생을 잘 살아내기 위한 웰빙(Well-being)이라는 개념에서 죽음을 잘 맞이하고자 하는 웰다잉(Well-dying)으로 초점이 변화되며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호스피스의 철학이다. 완화의료(palliative care)는 질병의 개선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증상을 완화해, 더 편안하게 삶을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둔 의료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완화 의료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 방법으로 통증 및 다른 신체적, 사회심리적, 영적인 문제에 대한 조기 발견과 세밀한 사정, 치료를 통한 고통의 예방과 경감을 통해 이루어진다라고 정의했다. 지난봄, 93세의 어머니가 말기암으로 약 2개월간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병동에 입원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입원을 원하는 환자 수요보다 상대적으로 공급된 병상 수가 적어 일정 기간 대기 후 다행히 자리가 나서 입원할 수 있었다. 생명의 소생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에서 의학적인 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하여 내리게 된 결정이었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의사, 코디네이터 등등 다양한 돌봄 인력들이 마지막 인생의 동반자로서 환자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특히 간호사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가 24시간 환자들 곁에서 불편을 신속하게 살펴보며 돌봄을 제공했다. 여러 돌봄 인력들의 통합적인 보살핌으로 인해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편안함을 주어 항상 감사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여정을 마무리하셨다. 시간이 지나 그곳에서 보낸 2개월간의 입원 생활을 되돌아보니 호스피스 병동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나의 경험을 통해 바라본 호스피스완화 의료는 단순히 환자만을 지원하는 활동이 아닌 임종 과정을 겪는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통합적인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둔 다학제적 돌봄이었다. 전화연 경기도간호사회 회장

[천자춘추] 불법집회 ‘민노총’ 국민이 개혁하자

지난 3일 서울 도심에서 불법집회를 연 민주노총 시위 참가자 가운데 코로나19확진자 세 명(18일 현재)이 나왔다. 당시 하루 700~8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민노총 사람들8천여명이 거리두기도 무시한 채 거리에서 1시간50분 동안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시위를 했으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퍼졌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런 불법집회를 방치하다시피한 문재인 정부는 이제서야 참가자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때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민노총 집회 참가자들의 신원을 곧바로 파악해서 감염 여부를 조사하라는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민노총 눈치만 살폈으니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아닌가. 민노총 집회로 감염이 확산됐다면 불법집회를 한 민노총과 불법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소위 정치방역 놀음을 한 문재인 정부에 그 모든 책임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확진자가100명선이던 지난해 광복절의 우파 집회에 대해 반사회적 범죄라고 비난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라는 극언까지 내뱉었고, 즉각 전수조사에 들어간 정부는 방범카메라 영상까지 확인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집회 참가자 신원을 파악했다. 그런데 이번엔 민노총 불법집회 후 보름이 지나서야 조사를 하겠다고 하니 상대에 따라 대응이 다른 이런 고무줄 정부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민노총이 불법시위 참가자 명단을 자발적으로 내놓을 리 만무하니 민노총에 설설 기는 이 정권이 전수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가 오는 23일 원주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1천200여명이 참가하는 시위를 한다고 하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민노총은 그간 집단 이기주의의 성(城)을 높이 쌓았다. 그들의 욕심을 채우는 일이라면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민노총에 한없이 관대했다. 그들의 표를 의식하며 쩔쩔매는 정권의 무책임한 국정운영으로 민노총은 정권의 상전 노릇을 하게 됐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피해만 보고 있다. 이 모든 부조리와 비정상을 국민이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을 벼리고 깨어 있어야 할 이유다. 이상일 단국대 석좌교수ㆍ前 국회의원

[천자춘추] 최저임금, 논의 방식부터 바꾸자

사람 없이도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아예 종업원이 없는 무인 점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장기화한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비대면 흐름도 있지만, 경기불황 속에 혼자 치솟은 인건비도 한몫했다. 언제인가부터 최저임금은 을과 을의 전쟁이 됐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과 단기시간 근로자 등의 삶의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일자리 쪼개기가 만연해지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는 더욱 퍽퍽해졌다. 자영업자는 더욱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알바생을 줄이면서 근로의 양과 시간 모두 늘었다. 그런데 장사는 되지 않으니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최저임금을 시간당 9천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천720원)보다 5.1% 높은 금액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한다.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 이상한 합의안이다. 각자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도 있고, 사정도 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영계 입장에서는 5%대의 임금인상은 수많은 자영업자의 도산을 유발시킬 수 있을 만큼 리스크가 되는 조치라 말한다. 편의점PC방 등이 주 타격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는 24시간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 위기 속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하고, 이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 정부가 내세웠던 주 공약 중 하나가 최저임금 1만원이었던 만큼 상실감이 더 크다. 최저임금으로 살아봐라라는 외침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현실적인지 못한 최저임금 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다리기만 하다 끝난다. 이를 논의하는 구조와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많다.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은 20대 청년 근로자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62만7천명을 기록했다. 최저임금도 장기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정적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협의해야지, 현재와 같은 막무가내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업종지역시간대별 차등 적용이 가장 대표적으로 검토돼야 할 사항이다. 최저임금은 결정에 시기가 닥쳐서야 이 문제를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내후년의 최저임금은 지금부터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 서로 상반된 입장을 지닌, 양측이 끝장 토론을 할 각오로 치열한 결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뒷말이 없어야 좋은 합의다. 최저임금에도 좋은 합의가 이뤄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천자춘추] 속도, 오토바이 유감

거리가 온통 오토바이들로 가득 찼다. 운전을 하다 보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토바이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배달(倍達)은 상고 시대부터 내려온 밝은 산이라는 어원을 가진 말이다. 예순을 바라보는 필자 정도의 나이가 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정확한 뜻도 모르면서 배달의 민족을 자처했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던 말이다. 이제 젊은이들은 이러한 배달의 민족이라는 어원을 아예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물품이나 음식을 배송하는 의미로만 쓰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배달(配達)의 한 가운데 오토바이가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우리들의 삶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오토바이의 질주는 변화된 우리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배달과 관련된 다양한 뉴스가 생산되고 배달 앱과 관련해 지방자치 단체까지 가세하는 모양새이니 국민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문제는 속도라는 미명하에 교통법규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일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길 없다. 배달(配達)과 관련해 배달(倍達)의 민족 전체가 돌이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배달이 늦었다고 갑질하는 고객도 속도 만능주의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될 터이며 관련된 업체들도 속도를 담보로 사업을 확장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신호를 무시하고, 중앙선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무언가 배달을 시킬 때 너무 빨리 오지 않아도 된다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먹고사는 일이니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타인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이 더운 여름, 헬멧을 쓴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도 마음이 짠하지만 그래도 사고 없는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대식 시인경기민예총 집행위원

[천자춘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시작됐다

15일부터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공공택지의 사전청약이 시작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총 6만 가구의 사전청약 물량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1차지구에서 선보인 사전청약 물량 중 가장 눈에 띄는 단지는 3기 신도시 인천 계양의 총1천50가구(공공분양 709가구, 신혼희망타운 341가구) 사전청약 물량이다. 이외 남양주 진접2 1천535가구, 성남 복정1 1천26가구, 의왕 청계2 304가구, 위례 418가구가 나온다. 사전청약에 도전 해봐도 좋은 이유는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분양가 때문이다. 추정분양가지만 주변시세의 60~80% 정도로 상당히 저렴하게 책정돼 인천계양신도시 전용 59㎡ 추정분양가는 3억5천~3억7천만원이다. 문제는 당첨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하반기 사전청약 물량이 3만200가구라 하지만 20개가 넘는 지구를 감안하면 실제 한 지구당 대략 1천가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등 특별공급 대상이 아닌 일반공급 대상자들은 당첨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 왜냐면 총 3만200가구 사전청약 물량 중 특별공급대상자들한테 85%(신혼부부 30%, 생애 최초 25%, 다자녀 10% 등)가 배정되고 일반공급대상자한테는 15%만 배정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청약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는 한 한 번의 청약으로 당첨될 가능성은 낮기에 지속적인 청약도전을 해야 한다. 1차지구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는 말이다. 10월 2차지구(남양주 왕숙2, 성남 신촌복정2 등) 약 9천100가구, 11월 3차지구(하남 교산, 과천 주암 등) 약4천가구, 12월 4차지구(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고양 창릉 등)1만2천700가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당첨가능성을 높이려면 거주자 우선 자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 사전청약 물량이 나온다면 다른 지역의 사전청약 물량에 욕심내지 말고 내 지역에 우선 도전해 보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 나올 물량이 없다면 2~3년 후본 청약 물량을 대비해 미리 세대분리를 하거나 주소를 옮겨 거주자 우선 대상자격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물론 위장전입 등 불법이나 편법은 절대 금물이다. 사전청약에 당첨됐더라도 사전청약이 아닌 일반청약은 할 수 있으니 사전청약 당첨 후에도 더 좋은 일반청약 기회가 오면 역시 청약도전해 봐도 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천자춘추] “제56회”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수석대표단 제56회 회의자료 수석대표단 회의를 준비하려고 자료를 검토하다 56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대표취임 이후 수석대표단 회의를 개최한 횟수다. 1년이 52주이니 한 주도 쉬지 않고 달려온 셈이다. 지난 1년은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후반기 대표단은 초유의 코로나19 사태와 연달아 발생한 홍수피해 한가운데서 출범했다.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이른 시일 내에 대표단과 상임위원회를 구성했다. 도민들 눈은 간절하게도 경기도의회 유일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표단을 구성하자마자 지체 없이 홍수피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도민들의 삶 속에 파고들었고,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고맙게도 대표단 의원님들이 잘 따라와 주셨다. 매주 진행되는 회의에 김포, 남양주 등 먼 곳에 계시는 의원님들도 빠짐없이 참석해 민생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냈다. 132명의 의원도 힘을 주고, 지혜를 덧붙였다. 그렇게 제2차 재난기본소득, 소비지원금, 소상공인 마이너스 통장 확대, 여성청소년생리대보편지급 사업 등 도민들을 위한 민생정책들을 차근차근 실현시켜 나갔다.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의회시스템을 혁신했다. 물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 고향 바닷가로 내려가 5~6시간씩 하염없이 걸었다. 하얀 포말이 부서지면서 힘을 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어폰에서는 신해철의 길 위에서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박근철 난 후회하지 않아 / 아쉬움은 남겠지만 / 아주 먼 훗날까지도 / 난 변하지 않아 / 나의 길을 가려하던 / 처음 그 순간처럼 / 자랑할 것은 없지만 /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 날 지켜봐주오 1년의 시간이 지나갔고, 1년의 시간이 남았다. 누군가는 조언을 한다. 천천히 걸어가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나 정치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의 순간을 생각하면 발걸음을 늦출 수 없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힘들어하는 도민들을 보면 마음이 급하다. 물론 내년 대선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의 수레바퀴는 계속 굴러가야 한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수석대표단 제112회 회의자료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근철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천자춘추] ‘이대남 이슈’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대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우리 세대 청년들이 가진 취업, 결혼, 주거 등에서의 고충과 절망이 모두 여성가족부 혹은 성평등 정책인 것처럼 들린다. 지난해 재단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성차별 인식의 차이를 연구하였다. 조사에 의하면 20대 청년세대들은 성인세대 중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이 낮고 성평등 의식이 높은 세대이다. 다만 여성의 권리요구와 남성성역할 인식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있었는데, 20대 남성들은 여성들의 권리주장이 강하다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남자들이 가족의 경제적 부양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20대 여성들은 학교, 취업, 직장생활에서 차별을 경험하여 변화의 요구가 있고, 여성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아야 한다고 계획한다. 여성들은 성차별, 성폭력 해결을 위한 정부 역할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며, 남성들은 성평등정책이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이라서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스러워 한다. 다만 남성들이 손해를 본다는 인식에는 남성=군대, 여성=출산 및 육아라는 성고정 관념이 작용하고 있었고, 여성에게는 육아 등을 지원하는 반면, 힘들게 군대를 다녀온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능력 있는 부양자가 되려면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여성에 대한 지원이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다고 하였다. 20대 청년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군 징병제도는 개선이 필요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어렵고, 성실히 노력한다고 해서 충분히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회라는 것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 정치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면 이러한 불공정 경쟁이 사라지고, 경쟁으로 인한 부담이 해소되는 것인지. 특히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자살을 선택하는 20대 여성이 증가하는 현실, 더 좋은 일자리를 탐색할 여력도 없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러 나갔다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20대 청년의 삶이 연일 보도되는 현재, 이대남 논쟁의 20대는 누구를 의미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리고 공정과 능력을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되물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서 있는 당신의 자리가 정말 당신의 능력 때문인지. 이대남 논쟁이 다양한 20대 청년들의 삶과 현실에 다가가지 못하고 정치적 쟁점으로 소비되는 것은 경계 되어야 한다. 임혜경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천자춘추] 잊지도 잃지도 말아야 할 것

인생은 망각의 존재요 삶은 상실의 연속이다. 어떤 사람은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잊고, 약속을 잊고, 삶의 목적과 의미, 내일을 향한 꿈과 비전을 잊고 산다. 다른 사람은 돈과 지갑, 반지나 시계 같은 것들을 잃어버려 마음이 언짢아지거나, 명예를 잃고 건강을 잃고 심지어 사랑하는 자식이나 부모형제를 잃어버린 채 산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한때 잊었다가 생각나는 언약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잊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잃어버렸다 찾을 수 있는 열쇠나 돈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잃어버리면 절대 되찾을 수 없는 생명이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고,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어버린 후 허망함과 당혹감 속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요, 망각과 상실 때문에 망연자실해 황망한 정신을 갖고 긴 시간 고민하며 번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결코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잊고, 결코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을 잃어버리고도 태연하게 아무런 느낌 없이 사는 것이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인지 모른다. 잊고 사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지난날의 슬픈 이별과 뼈에 사무치도록 저주스런 일들이나 가슴 아픈 사건을 잊는 것은 유익이요 축복이라는 점에서 망각과 상실이 유익하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망각과 상실은 우리에게 크고 작은 고통을 주고 아픔을 준다. 무엇을 잊어버렸을 때 가장 힘들었던가,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상실감이 컸던가. 옛 현인의 말에 돈을 잃으면 조금 잃어버린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큰 것을 잃어버린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어버린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돈과 명예, 건강을 잃어 버렸을 때보다 더 마음 아프고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는 자식을 잃어 버렸을 때가 아닌가. 분단된 조국의 상황 때문에 혈육과 생이별하고도 재회의 기약 없이 내일을 가슴에 담고 쓰라린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는 사람들이 유리방황하며 정처 없이 평생을 방랑자로 헤매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인생의 목적을 잃지 않고 올바른 삶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삶을 저버리고 싶은 때라도 포기하지 않는 소망의 줄만 잃지 않는다면, 당장 죽임을 당해 모든 것이 끝장날 것 같은 상황이라도 영원을 보장하시는 예수님만 잃지 않는다면 그는 영원한 천국을 얻었으니 아무것도 잃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세상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다 가졌어도 영원한 소망과 천국의 보장이 없다면 결국은 그렇게도 잊지 않고 잃지 않으려 했던 것을 다 잃고 잊게 될 것이 아닌가. 고명진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천자춘추] 날마다 감사

미국 조지아 주 어느 벽지학교 마르다 벨 교사는 미국 최고의 부자 포드에게 가난한 학교에 꼭 필요한 피아노 구입비 1천불을 보내달라는 간곡한 편지를 보냈다. 그동안 돈을 요구하지만 받고 나서 고맙다는 편지 한 장도 없는 사람들이 미웠던 포드는 교사에게 100불도 아닌 10센트를 보냈다. 벨 교사는 그 돈으로 땅콩을 사서 학교 빈터에 심었고 해마다 수확을 늘려가더니 5년 만에 피아노 한 대를 구입하게 되자 포드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이에 감동 한 포드가 처음 요구받았던 1천불의 10배가 되는 1만불을 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명나라 진시 사람 호구소(胡九紹)는 집안이 가난했다. 하지만 날마다 일과를 마치면 대문 앞에 향을 피우고 하늘을 향해 아홉 번 절을 올리며 편안하게 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했다. 부인은 하루 세끼 겨우 죽만 먹는데 무슨 감사냐고 남편을 비웃었다. 호구소는 말했다. 나는 태평성세에 태어나 전쟁을 겪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비록 가난하지만 온 가족이 하루 세끼를 해결할 수 있으며, 거처할 처소가 있어 감사하고, 집안에 병든 사람이 없고, 감옥살이를 한 죄인이 없는 것에 감사하오 병원에 가보면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고 들것에 실려 들어오는 환자들로 가득 찬 응급실과 생사를 넘나드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중환자실을 지나갈 때면 지금 이 시간 건강하게 걸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가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우리에게는 위와 아래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비교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와 비교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아래와 비교해 감사함과 자족함을 배운다면 균형 잡힌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는 말했다. 가시에 손가락을 찔렸다면 그 가시가 눈을 찌르지 않았음을 감사하라 감사는 마음의 기억이어서 어제에 대한 감사가 사람들을 내일로 나아가게 한다. 사생아로 태어나 14세가 되던 해 성폭행을 당해 미혼모가 됐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마약과 폭식증으로 체중이 107㎏까지 늘어났던 오프라 윈프리가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토크쇼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날마다 썼던 감사의 일기였다고 한다. 행복한 삶은 지금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행복은 일상의 모든 일에 드리는 감사로부터 시작된다. 자녀에게 감사의 생활화를 학습시키는 부모는 많은 재산을 남기는 것보다 더 소중한 유산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

[천자춘추] 600년 만에 나온 한글 금속 활자

이건 조약돌이 아니라 금속활자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피맛골 재개발 지구 공평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부지 내 유적 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수도(首都) 문물 연구원 조사단원들은 예상치 못한 발견에 탄성이 쏟아졌다. 15~16세기 민간 땅속에서 화약 무기 총통과 함께 드러난 도기 항아리 옆구리 구멍 사이로 조약돌 모양의 덩어리 몇 개가 빠져나왔는데 씻고 살펴보니 광택이 나는 금속활자로 드러난 것이다. 항아리 안 내용물을 뜯어본 결과 가장 눈길을 끄는 건 15~16세기에 제작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천600여점(한자1천여점 한글600여점)이었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동국 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가 처음으로 실물 확인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세종의 명령에 따라 최초로 표준음을 정리한 동구정음 등을 새겼다. 이승철 유네스코 국제기록 센터 팀장은 1500년대 들어서면 동국운식 표기법이 사라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에 발견한 활자들이 그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글을 새긴 가장 빠른 시기의 금속활자인 셈이다. 전하는 예가 극히 드문 연주활자(連鑄活字)이며 같은 두 글자의 한글 토씨를 인쇄 편의상 한 번에 주조한 활자도 10여 점이 출토됐다. 전문가들의 감식에 의하면 1446년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를 즈음해 쓰인 것으로 짐작되는 조선 초기 의 한글 금속활자 실물과 세종대인 1434년 만든 금속활자본의 걸작 갑인자로 추정되는 활자 실물이 처음 출현했다는 분석이다. 활자들 일부는 독일인 구텐베르크가 1450년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 활판 인쇄를 시작한 때보다 수십 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이 발표한 금속활자 1천600여점 외에도 16세기 중종대 쓴 것으로 보이는 자동물시계 시보 장치 부품인 주전(籌箭)과 세종대인 것으로 추정되는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부품들 중종~선조 때 화기인 총통류 8점 동종(銅鐘)1점 등도 같은 유적에서 함께 발굴됐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가치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출토품은 한글 금속활자 실물들이다. 이번에 확인된 출토품들은 총통까지 더해 모두 금속제이고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나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이에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함께 묻었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과 오경택 연구원장은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과 시기상 가까워 전란을 맞으면서 가치 있는 금속제 유물들을 묻어두고 피난갔다 회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옛 중국의 장개석 총통은 천하를 잃고 바다 건너 대만으로 망명길에 오르면서 귀중한 문화유산을 자기 몸같이 소중히 옮겨 안전하게 보호해 놓은 실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향토문화 연구소장

[천자춘추] 내로남불

공공기관에 재직하게 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늘 되돌아보게 된다. 민간에서 공공에 요구했던 기준을 나는 지키고 있는가?가 그 첫째 지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오늘은 장애아를 둔 지인의 말씀이 떠올랐다. 서구의 어느 나라로 이민 갔더니 장애의 종류, 소득 수준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엇이 필요하세요?라고 묻더라라는 말씀이다. 수요자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신선했다고 한다. 지인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공공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것저것 쟁취 투쟁을 적지 않게 했는데 이런 방식의 접근을 고쳐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제도와 정책의 마련을 위해 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 평생교육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나는 배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언제나 어디서나 배울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과거와 같은 배울 때와 일할 때가 구분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늘 배우며 일하고, 일하며 배우는 평생학습의 시대가 됐다. 그러나 경기도민 누구나 배우고 싶을 때 배울 수 있도록 감당해야 하는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인력은 200명이 채 안 되고, 예산은 300억 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 인력과 재정으로는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가긴 어렵다.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성찰의 결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도민 스스로 배우고 깨우치는 일을 하는 사람과 모임, 공간을 많이 만들어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민간 평생학습생태계를 북돋우는 일을 우선하는 것이다. 민간 스스로의 활동은 공적 자금이 없이도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평생교육진흥원의 예산을 넘어 경기도가 추진하는 교육 관련 예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경기도의 예산 중 학교 지원 예산 말고도 교육 관련 예산의 규모는 1조 1천억 원 수준에 달한다. 이런 예산이 편중되지 않고 잘 선용되도록 도청의 여러 부서는 물론 다른 공공기관과 협업하는 길을 찾아보는 것이다. 부서 칸막이를 넘어서면 도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누구나 배움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책임을 다할 것 같지는 않다. 내로남불을 벗어나긴 쉽지 않다. 김제선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천자춘추] 이제는 정책 전환 고려할 때

정부는 대규모 추경 편성을 통해 5차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한다. 추경 규모만도 33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이 반대에 부딪히자 소득 하위 80% 이하로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조정했다. 대신 소득 상위 20%는 상생 소비지원금을 지원한다. 2분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액과 비교해 3분기에 더 사용한 금액의 10%만큼을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과거에 정부의 무리한 소비 진작책으로 인한 카드대란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됐고 가계부채 부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가계부채 규모는 현재까지도 우리 경제가 안은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한국은행 총재가 나섰다.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의 초저금리 팽창적 통화정책으로부터의 정상화를 시사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신용이 이미 명목 GDP의 두 배를 넘어섰다. 가계부채만 해도 명목 GDP에 육박한다. 설상가상 금융취약성 지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무려 약 40.6%나 상승했다. 자산 가격만으로 평가할 때 현재 상황은 1998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와 비교했을 때 그 취약성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여전히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채무비율 관리 기준도 GDP 대비 40%에서 60%로 바꿨다. 이미 국가채무는 1천조원에 육박한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물론 유동성 파티라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내에서조차 이미 물가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 통화정책에서부터 출구전략을 시작했다.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연방준비은행의 자산매입 속도 조절을 논의했다. 동시에 유동성 함정 우려에 재정 긴축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아닌 거품경제를 걱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더해 재정 건전성에도 보다 신경 써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경제의 특성상 충격과 위기의 가치 사슬로부터 겪게 될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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