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청소년과 인성 계발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부모가 기대하는 자녀의 미래는 건강하고 행복한 또는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현재 당신의 모습은 당신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당신의 모습은 현재 당신의 결과다라는 제임스 알렌의 명언처럼 옳고 바르게 성장한 어제의 청소년이 사회를 이끌어갈 내일의 옳고 바른 지도자가 될 것이다. 다섯 살 의붓아들을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20대 계부와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잔혹하게 학대해 목숨을 빼앗은 끔찍한 죄를 짓고서도 죄를 죄로 인식하지 않는 입양모의 경우처럼 심각한 도덕성 상실의 시대를 사는 오늘의 청소년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포함한 바람직한 인성을 계발하지 않고서는 그들과 그들로 이뤄질 우리의 미래사회를 기대할 수는 없다. 품격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한 교양을 독일어로 쌓아간다는 뜻의 빌둥(bildung)이라고 하는데 이는 교양은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인성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학습을 통해 습득되는 후천적 결과물이다. 사람됨의 바탕과 성질을 의미하는 인성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절제, 정의, 용기, 지혜로 이해했으며 현대사회는 청소년이 지녀야 할 대표적인 인성으로 개인생활영역에서 정직을, 사회생활영역에서 배려를, 그리고 인지와 행동을 연결하는 자기조절을 들고 있다. 정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시되는 대표적인 덕목이며 청소년들이 먼저 알아야 할 선(善)이며 제일 먼저 해야 할 덕목이다.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국의 많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보여 준 그들의 높은 수준의 정직성이었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청소년들이 지녀야 할 두 번째 인성이다. 배려는 나와 남의 입장을 한번 바꿔 생각해보는 아량이다. 공자는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고 하셨고, 예수는 네가 원하는 바대로 남에게 대접하며 자기를 사랑하듯이 남을 사랑하라고 하셨다. 상대방에 대한 특별한 관심, 애정, 그들의 요구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세 번째로 자기조절은 사회적 의무와 자기 욕구 간의 갈등을 해결하려면 지녀야 할 인성이다. 자기조절을 하지 못하면 폭력, 절도, 범죄 등으로 평생을 어두운 곳에서 보내야 하는 인생 그 자체의 실패를 가져온다. 정직과 배려 그리고 자기조절과 같은 중요한 인성은 청소년기에 형성되며 그들을 위한 좋은 인성계발은 청소년의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될 것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

[천자춘추] 6월 아침에

산 옆 외딴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아들로 숨을 마쳤노라. 내 손엔 범치 못 할 총 한 자루, 머리엔 총탄이 뚫고 간 철모.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이제 나는 피곤한 몸을 쉬고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1950년 7월 그믐 광주 전투에서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고(故)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올해로 제66회 현충일 행사가 전국 185개 지역에서 추념식이 개최됐다. 6월6일이 현충일로 제정된 유래는 예로부터 음력 6월6일 망종에 제사를 지내던 풍습에서 비롯됐으며 고려 현종 5년 6월6일에는 조정에서 장정들의 유해를 집으로 봉송해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6ㆍ25 한국전쟁의 휴전(休戰). 일시적으로 멈춘 지 68년 고향 사립문 밖 전선으로 기약 없이 떠난 아들을 위해 장독대 정한수 떠놓고 무운(武運)을 빌며 애끓는 세월의 기다림 어머니의 한은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의 상처만 남긴 채 고인(故人)이 됐다. 나라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삶까지 포기한 전우들 포성이 끊긴 어느 날 낯선 골짜기 비바람 눈보라에 잊혀 가는 기억의 저편 흔적의 영혼을 끌어안고 통곡해 본다. 올해에도 현충일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추념 행사는 반복되지만,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대다수 국민은 사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하는데도 인색하다. 오히려 휴일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이방인(異邦人)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를 산하(山河)에 묻혀 싸우고 있다고 무언(無言)의 외침을 하는 전몰용사들 그러나 많은 젊은이 들은 6ㆍ25전쟁과 현충일이 뭐냐고 묻는 현실에 와 있다. 우리는 과거 왜 허약하고 슬픈 민족이었는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라틴 말이 있듯이 평화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쟁은 나라와 국민이 가장 허약하고 타락했을 때 찾아온다고 했다. 나라가 죽고 민족이 죽어 모든 나라가 동정하기보다는 손가락질하는 같은 민족의 전쟁은 우리 민족이 안는 아픔이다. 과거조차 회상하지 못하는 정신병을 앓고 있을 때 우리 스스로 우리의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휴전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해마다 6월을 돌아본다. 이명수 동두천 문화원향토문화 연구소장

[천자춘추] 인권·평화 가치 다시 한 번 되새기자

6월의 초여름, 신록이 무성한 법화산에서 물푸레나무를 만났다. 그리스신화에서는 트로이 전쟁의 무적 영웅인 아킬레우스의 창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나무다. 산속의 작은 개울가에 아름드리로 자라는 나무로 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푸른색이 우러나온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물푸레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지역이어서 지명이 붙여진 곳이 용인 시에 있는 법화산 아래 물푸레 마을이다. 자연의 이름을 가진 만큼 공기 좋고 아름다운 아파트 단지지만, 한국전쟁 시 이곳 주변은 가장 치열한 전투였던 선더볼트 작전(천둥번개 작전)의 중심지역인 검단 지맥의 시작점이었다. 서울 재탈환을 위한 UN군의 총 공세 작전으로 1951년 중국 인민지원군과 북한군의 대공세에 맞서 매슈 리지웨이 장군의 지휘 하에 국군 6사단과 미군 24사단, 그리스 연합군이 함께 실행한 반격 작전이었다. 이 작전은 유엔군의 서울 수복 전투를 준비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됐다. 법화산 정상에는 당시 치열했던 전투 중 이곳에서 전사한 우리 국군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용인시와 육군 제55보병사단이 74구의 전사자 유해와 유품 500점을 발굴하고 평화의 쉼터라는 기념비가 세워졌다. 산화한 국군 전사자 유해의 팔목 뼈에서는 주인과 운명을 같이한 손목시계가 채워진 채 발굴되기도 했다. 녹음 속 무심코 지나치는 산행의 길목이지만 오늘 내가 걷는 산길의 어느 한 편에서는 피묻은 전쟁을 치르던 용사의 가냘픈 신음이 들릴 듯하다. 반세기도 훨씬 더 넘는 시간 동안 이산의 골짜기에서 조국을 지키다 아무 표지도 없는 채 뒤엉켜 묻혔을 주검과 이를 지켜보았을 물푸레나무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다가올 뿐이다.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을 무명용사의 몇 조각의 뼈는 우리에게 평화가 왜 필요한가를 말해주는 역사의 뿌리에 여전히 박혀 있는 뼛조각들이다. 멈춰 버린 시간이었기에 점점이 떨어진 핏자국처럼 처연함은 더 깊이 느껴진다. 이곳에 남은 국군의 희생은 역사 속에 고요하다. 호국보훈의 6월은 전쟁의 아픔을 포착하고 그 안에서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것을 의미하는 시간으로서 기념돼야 한다. 71년 전 오늘, 나라를 지키고자 순국한 조상의 정체성은 영웅적 덕목이나 계보적 가치의 크기를 기준으로 측정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역사의 지평에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용돼야 한다. 역사에서는 오직 끊임없는 것만 변한다는 말이 있다. 평화를 위한 노력도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인류 역사에서 좋은 전쟁은 결코 없었다. 여전히 한반도의 긴장은 계속되고 산하는 동강나 있지만, 우리에게는 어떤 방식의 전쟁도 필요하지 않고 오로지 평화가 필요하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천자춘추] 누더기 부동산 정책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4년여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려 25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국민의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역대급 대책이라고 내놓을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그 반대로 요동쳤다. 그렇게 버티던 문재인 대통령도 이제서야 부동산 문제만큼은 할 말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정부여당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은 시곗바늘처럼 예정대로 돌아간다. 6월 들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본격 시행됐다. 이에 더해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ㆍ월세 신고제도 스타트했다. 이미 임대차 2법의 시행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값만 1억원이 뛰었다고 한다. 임대시장에도 적용돼야 할 기본적인 시장경제 원리에 정부여당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결과다. 가뜩이나 저금리, 보유세 부담 증가 등으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상황에 임대차 2법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전세 품귀현상에 전세값은 치솟았고, 이는 결국 매매값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전월세 신고제의 시작을 임대인은 정부의 세원 발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설마가 현실로 닥치기 전에 시장은 먼저 반응한다. 그만큼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물건이 부족한 전세시장에서 기존 전세도 벌써 반전세, 월세 등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이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양도소득세 중과도 시장에서는 다르게 반응한다. 집주인들은 매도 대신 증여나 버티기를 선택했다. 아니면 아예 늘어나는 세금을 고려해 호가를 높인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상황이 이쯤되면 정부여당이 국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완전히 붕괴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도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부동산도 하나의 재화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는 대신 수요를 억제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뒤늦게 서울에 32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럼에도 공공만을 강조한다. 지금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공공이 하든 민간이 하든 그것은 두 번째 문제다. 무너진 균형을 되찾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이창근 국민의힘 하남시 당원협의회 위원장

[천자춘추] 삶의 질 결정할 ‘GTX-D 서울직결’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GTX-D 논란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단순한 교통불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신도시 정책의 근본적 왜곡을 바로잡아 주민들의 권리와 교통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당한 의사 표현의 과정인 것이다.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의 쾌적한 정주환경 조성 약속을 믿고 이주를 결정했지만, 실제 교통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광역교통 때문에 교통난이 심각하다. 2기 신도시가 이미 교통지옥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 역시 광역교통 대책 없는 인구 증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수도권 서부권에서 특히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김포검단의 2기 신도시 주민들은 혼잡도 285%에 이르는 경전철이 유일한 철도교통인 실정이다. 2007년 이후 수도권 전체에 22개의 광역교통 시행계획이 수립되는 동안 김포축은 단 1개의 노선도 배정받지 못했다. 교통지옥과 불균형을 해소해 달라는 강력한 의사표시는 이유 있는 분노인 것이다. 그러나 정당한 광역교통 대책 마련 요구를 집값을 의식한 지역이기주의, 핌피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고 반영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GTX가 집값을 견인하는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교통망 구축이 신도시 건설보다 평균 10년 이상 더 걸렸기 때문이다. 입주 당시부터 교통대책을 기대한 부동산 가격이 형성됐으나 나중에 교통망이 구축되며 부동산 호재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신도시 건설과 광역교통망 구축의 미스매칭 때문에 발생한 문제임에도, 집값 때문에 광역교통망 구축을 미루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며 주민들에게 정책 미비에 따른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지역에 따라 격차가 가장 큰 경우 출근 소요시간에 따른 행복지수가 △30분 미만 7.1점 △90분 이상 4.9점으로 무려 2.2점이 났다. 통근 거리가 길면 뇌혈관 질환, 우울증과 요통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광역교통 문제는 편의를 넘어 삶의 질을 결정짓는 교통정의의 문제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지난 4월22일 공청회 이후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이달 말 확정 고시된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이유 있는 분노를 직시하고,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서부권에 제대로 된 광역철도교통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신도시 정책의 왜곡을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천자춘추] 코로나 시대 지역사회 변화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1년이 훨씬 넘었지만 멈출 줄 모르는 기세를 이어가며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백신의 개발과 접종 시작에도 세계 각국에 퍼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는 불명확성이 사람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생존을 위한 크고 작은 소동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강력한 봉쇄로 초기 확산을 저지했던 몇몇 국가들마저 결국 바이러스의 침투를 이겨내지 못했다. 아예 코로나19가 2차 대전 이후 국제질서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약화도 초래하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자료축적, 정보교류, 전문성으로 국가 간 이익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공동이익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버넌스임에도 초기에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이후 대응에서도 회원국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무역, 금융, 환경 등 각 부문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약화되는 가운데 WHO의 미숙한 초기대응은 이를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축 속에 세계 경제는 경제공황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아예 세계화라는 기치가 와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반대로 국가주의, 민족주의 성향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개별 국가들은 코로나 피해감소와 방역이라는 내부적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가 자신의 생명과 안녕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에 크게 의존하게 됐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이 부각되고 권한도 강화될 것이다. 지방분권과 혁신을 내세운 지방정부의 역할 확대도 필연적이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가 방역과 피해지원 등에 대해 적극적독자적인 자세를 취하자 주민들의 관심도 대폭 늘어났다. 재난 상황에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는데 여기에 대처하는 공동체적 관심이나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일부의 주장에 불과했던 기본소득에 대한 인식도 확대개선됐다. 앞으로 넓게는 국가, 좁게는 지역에 대한 기존의 관념들이 급격하게 변화되는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향후의 국제질서뿐만 아니라 국가, 국민, 지역, 주민 등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제 지역은 우리 삶과 미래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존재해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지역과 지역공동체는 어떻게 달라질까? 코로나 시대 지역에 대한 성찰과 연구가 더욱 필요해졌다. 이지훈 경기학센터장

[천자춘추] 철도와 수도권의 미래

4차 국가철도망계획(안)이 발표된 이후로 새로운 철도망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역 간 이동시간이 줄어든다. 진주에서 서울로는 60분이, 여수에서 서울까지는 34분이 단축된다. 고양, 김포, 하남, 오산, 남양주, 시흥에서 서울로 접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중앙선, 중부내륙선, 서해안선이 서울로 연결되면서 이동시간이 줄어든다. 2030년, 이 노선들이 모두 연결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수도권은 더 확장될 것이고, 인구와 산업의 집중이 강화될 것이다. 두 가지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 첫째, 수도권 철도망의 잠재력을 활용하여 주택과 일자리의 분포를 재편하는 일이다. 주택문제를 주택만으로 대처하기보다 통근과 일자리의 분포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방 대도시권의 육성문제다. 지방대도시권의 광역철도 역세권에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제2판교와 같은 혁신 거점 조성이 시급하다. 경기도의 어떤 곳은 철도망이 촘촘하고 고속도로IC도 가깝다. 100만인 대도시도 있고,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집중한 곳도 있다. 이런 곳은 상업지역을 늘이고 더 높은 용적률을 허용하여 도심으로 육성해야 한다. 주변부에는 저층으로 관리하고, 개발을 억제해야 할 곳도 있다. 서울플랜에서는 이런 원칙에 따라 도심-광역중심-지역중심이라는 중심지 체계를 두고 도시공간구조를 뾰족하게 만들어간다. 수도권 전체를 아우르는 광역도시계획이 절실하다. 물론 도종합계획과 시군별 도시기본계획이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신도시, 정차역, 테크노밸리 입지의 원칙을 사전에 정해두고 단계적으로 실천해가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동산투기가 걱정되고, 소외지역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투기와 민원 때문에 지금처럼 감감이개발을 되풀이 하면 불신과 불확실성을 키우거나, 민원에 휘둘릴 우려가 커진다. 개발지역의 공공 기여와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2500만 수도권에는 제2, 제3의 강남이 필요하다. 모든 경제활동인구가 강남으로 통근하는 일은 재앙에 가깝다. 수도권은 세계 대도시권 중에서도 통근거리가 가장 긴 도시이며, 지속적으로 길어진다. 과밀억제권역의 GTX환승역세권에는 일자리와 고밀주거가 복합하는 신도시를 조성하여 서울로의 통근인구를 줄여가야 한다. 통신회사들은 6G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의 속도처럼, 이동의 속도가 빨라진다. 교통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환승역 중심으로 고급서비스와 혁신인력이 모인다. 이러한 거점도시들은 지역생활권의 중심지로서, 이동거리를 줄이고 레질리언스를 강화하는, 탄소중립도시의 미래비전이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천자춘추] 은자동아, 금자동아… 오직 내 자녀

자녀를 인간으로 키우고 싶다면 훈육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아야만 한다. 사려 깊은 민주시민 부모라면 가장 흔한, 바쁘다는 또는 맞벌이임에도 자녀는 아내가 전담이라는 온갖 핑계나 자기합리화에서 벗어날 순 없다. 세태변화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둘만 나아 잘 기르자 에서 구별 말고 한 자녀면 충분하다는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을 지나, 살만하고 비교하고 질투하는 세태이고 보니 오직 내 자식만 최고여서 눈살 찌푸리는 세대에 살고 있다. 아이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아야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지나친 혼돈은 지나친 질서를 낳는다라는 말이 있다. 나쁜 아이는 없다. 안 좋은 부모만 있을 뿐이라는 말을 뼈에 새겨야만 한다. 모든 것이 사회 탓이라는 주장은 한쪽으로 치우친 이데올로기적 이론에 불과하다. 적절한 교육과 훈련, 사랑을 받지 못하면 잘못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들은 친구와 어른에 관심을 간절히 바란다. 자녀가 친구와 어른의 관심을 통해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자녀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부모의 방치로 인해 생기는 의존적 성향은 임시방편적이고 부적절할 수밖에 없다. 부모는 사회와 자녀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자녀가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고 생산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자녀 훈육은 책임이 따르는 행위다. 공간과 장기적 판단을 세심하게 결합한 행위이다. 습관적으로 부모 얼굴을 때리는 아이가 있다고 해 보자. 왜 그런 짓을 할까? 답은 분명하다. 부모를 지배하기 위해서다. 나쁜 짓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확인 하려는 것이다. 한계라는 신호가 분명하게 주어질 때까지 그런 행동이 계속 된다. 부모의 간섭과 교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가족과 대한민국의 건전한 내일과 비전을 위해서 말이다. 모든 아이는 시민 사회에 기대에 부응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모는 물론 모든 어른도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하고 더 나은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배워야 한다. 헌신적이고 용기 있는 부모와 어른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올바른 가르침이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바로 내 자녀만이라도 처벌이나 훈육을 망설이고 피하지 말아야 한다. 김홍 한국중고배구연맹회장

[천자춘추] 콘텐츠, 디지털 뉴딜 중심에 서다

뉴딜(New Deal) 정책, 1930년대에 발생한 산업사회로의 대 전환기인 대공황을 타계하기 위해 미국에서 실시한 경제정책이다. 담대하고 획기적인 정부 투자와 리더십으로 사회에 경제적 역동성을 불어넣음으로써, 당시 공황에 빠진 국가 경제를 구해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도 과거 대공황만큼이나 사회적, 경제적 전반에 걸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문화콘텐츠 분야는 경제적 기반의 취약성으로 인해 종사자의 생존권을 뒤흔들고 있다. 경기도는 이를 극복하고자 지난해 4월 그 어떤 곳보다 앞서 경기도형 문화뉴딜 정책을 추진했다. 코로나19 초기 단계에서 도민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정책의 시의성에 최우선을 두고 실시한 것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경기도 문화 콘텐츠 분야 5개 공공기관은 103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와 기업 그리고 지역서점 등을 지원했다. 정부도 지난해 7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자 디지털경제 전환, 4차 산업혁명 대비, 예술 뉴딜 등을 포함한 관계부처 합동 한국판 뉴딜을 선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소비 패턴이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인 뉴노멀로 지칭됐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뉴노멀의 정의가 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역대급 경제부양 경쟁으로 벌써 공급 부족과 투자 확대가 발생하는 등 시장이 꿈틀대고 있으며, 그간 태동하던 비대면 디지털 경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 한 번의 새로운 뉴노멀이 태어나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이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을 대비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대전환이다. 특히 디지털 뉴딜은 그간 정부가 준비하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에서 더 확장돼,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콘텐츠 국가로의 도약을 주도할 것이다. 대통령도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100년은 문화콘텐츠가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 발표했다. 콘텐츠는 기존의 책, 노래, 그림 등 협의의 개념을 넘어 글로벌 영상 플랫폼에 상영되는 한국의 이야기, 디지털 음원을 통해 세계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지는 K팝, 온라인 게임 등 광의의 디지털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콘텐츠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 경기도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대한민국 디지털 뉴딜의 첨병이 돼 대한민국이 세계만방의 선도국가로 도약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박무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건강도시’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

세계인권선언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권이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특정한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건강한 환경,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건강도시는 의료보건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환경, 문화, 복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건강을 내재화(Health in All Policies)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국민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나아가 지역 공동체가 건강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자발적으로 건강도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지원할 법적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건강도시의 법제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필요하다. 첫째, 2021년 5월 현재 우리나라는 102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며 해당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는 건강도시 조례를 제정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법 근거조항이 없이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마치 부모 없이 아이가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이제 법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건강권을 법률이 받아주는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건강도시는 지방분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지역주민의 건강은 지역에서 책임지는 커뮤니티 케어다. 건강사업을 통해 주민의 건강을 어떻게 증진시켜야 할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셋째, 국민의 약 92%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는 인구밀집지역이다. 도시가 건강해야 국민이 건강해진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걷고 싶은 산책로를 만들어 주는 것, 여가와 힐링의 건강한 도시 숲을 만드는 것,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정감 어린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 모두가 건강도시 사업에서 비롯될 것이다. 예산이 수반되는 건강도시 사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부디 이번에 건강도시가 법제화돼 지역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건강도시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건강도시법은 건강한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 땅에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되길 기대한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원장

[천자춘추] 친환경에너지로 농어업 생산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시작된 탄소 중립은 분야를 막론하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 7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12월에 2050 탄소 중립 사회를 선언했다. 탄소 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정부는 올해를 대한민국 탄소 중립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기업들의 비즈니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공사에서도 올해 3월 공공기관 최초로 기후위기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탄소 중립(Environment), 인권ㆍ안전 등 사회적가치(Social), 국민 참여를 통한 소통채널(Govermance)을 강화하는 농어촌愛 Green가치 2030를 발표하고 농어촌 ESG 경영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농업ㆍ농촌의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양ㆍ배수장, 수로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사업 및 기업과 연계한 민관협력형 햇빛나눔사업, 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소규모 마을 발전소 추진 등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28MW)를 생산해 양배수장 소비전력의 30%를 부담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연 1만6천900t 감축) 또한 냉난방비 절감을 필요로 하는 농어민을 대상으로 고효율 냉난방시설을 설치하는 농어업에너지이용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원예(채소ㆍ화훼 등)를 재배ㆍ생산하는 농업인, 농업법인, 생산자단체 및 수산분야 등에 보급되는 에너지 절감시설(지열 및 해수열원 히트펌프)을 보급하는 사업이다. 도내 약 79개 농어가가 에너지 절감시설 보급으로 동절기에 경영비의 30~40%를 차지하는 난방비 부담을 덜고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 있다. 농어업 분야에 이용되는 에너지를 화석연료가 아닌 자연으로부터 얻는 신재생에너지에 기반하고,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절감 설비의 보급 확산으로 농어업의 환경보전과 농어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물류현장 비극, 물류에 대한 이해가 해법

물류 현장에서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22일 대학생 이선호씨가 평택항에서 근무하다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지면서 물류 현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들어 물류창고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추정 사망, 항만노동자의 산업재해에 이르기까지 물류 현장이 참극의 대명사가 되는 듯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물류산업이 급성장하고 해운기업은 최대 호황을 누리는 반면 현장에서는 원시적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물류라는 특성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물류는 화물과 상품의 흐름에 대한 것이다. 물류 현장의 주인공은 화물이다. 어떻게 화물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처리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안전성도 언급되지만, 화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사람이 등장한다고 해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물류에 등장하는 키워드는 경제성과 신속성 등 효율성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화물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트럭기사, 하역노동자, 선원, 택배종사자 등이다. 이들이 원료를 조달하는 퍼스트마일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최종 전달되는 라스트마일까지 역할을 달리한다. 고용도 하청 인력업체와 직업소개소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불완전한 고용구조에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전통적 사업장을 전제로 한 시설관리에 초점을 둔 것이 많다. 운송보관하역 등 흐름을 전제로 한 대책은 별로 없다. 최근 들어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풀필먼트센터, 모빌리티, 드론물류 등 다양한 형태로 물류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물류산업이 크게 확장되면서 물류의 세계는 무한경쟁에 들어갔다. 물류산업의 흐름을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 물류노동자의 노동을 절감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스마트 물류 기술의 개발, 현장을 관리하는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물류 담당부처가 물류 안전관리를 담당하도록 하는 정부의 제도적 대책 등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류를 위해 사람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사람을 위한 휴먼 물류가 돼야 한다. 이동현 평택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

[천자춘추] 코로나 19 펜데믹과 노인의 삶

2020년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지정되면서 전 세계는 심각한 재난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강력한 감염병인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외출제한은 사회 전체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 중에서 노인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인구집단이다. 왜냐하면 노화는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취약성을 동반하고 있으며, 특히 신체적으로도 변화를 경험하게 하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는 다양한 감염 및 모든 형태의 면역대응이 감소된 상태로 여러 가지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고, 병원 방문이 잦아 감염병이 유행한 경우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사스와 메르스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병이 노인 삶에 미치는 영향들을 분석한 선행연구를 보면, 감염병의 발생은 노인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음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감염병 발생은 감염으로 인한 노인의 사망률 증가 및 신체적인 약화를 유발하고 있으며, 심리사회학적 측면에서도 노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경직도 다른 집단보다 노인집단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경제침체 등과 사회적 비용의 상승은 연령차별을 심화시켜 사회 전반에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위험도 내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는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및 경제활동,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에 다양한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감염병 상황이 노인의 삶에 부정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완충하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며, 이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회복지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의 우려 때문에 오히려 노인복지관과 같은 노인복지시설은 상황에 따라 운영 중단이나 제한적 운영이 반복되면서,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노인들의 우울과 고립으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노인생활시설은 가족들의 면회가 전면적으로 제한되면서 입소노인의 우울이 증가되고 있으며 종사자들의 업무 과중과 피로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는 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접근성이 젊은이들보다 쉽지 않은 노인들은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코로나19 감염병과 노인복지시설이 감염병 차단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향후에는 팬데믹이 장기화됨을 감안하여 삶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인지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병선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

[천자춘추] 수지풍중초부립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어느덧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저만치 6월은 한 해의 전환점이라 손짓하고 있고, 무심한 듯하지만 계절은 언제나 그렇듯 우리 발 앞에 자신의 그림자를 여지없이 드리운다. 자연은 물 흐르듯 한없이 평온함을 안겨주는 것 같지만 때론 비바람과 눈보라를 몰아치며 고통과 고난을 강요한다. 순환을 위해 받아들여야 할 희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힘으로 대변되는 권력층과 서민들이 나눠지는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르게 분담된다. 예컨대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9개(미술, 음악, 문인, 사진, 연예, 무용, 연극, 국악, 무용협회) 단체의 경우도 최근 몇 년간 지방보조금을 매년 20~30%를 삭감 받아온 바 있다. 조직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 배를 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예술인들이 기꺼이 뜻을 같이한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2021년에는 8개 협회가 그동안 지원받던 지방보조금을 무더기로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예술계의 상황이 악화일로인 점을 감안할 때 지원이 전무한 고통분담의 종용은 어려운 예술계의 풍토를 더욱 어렵고 척박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최소한의 생명연장창구마저 단절한 상태에서 예술계와의 소통과 지역예술문화정책은 어떻게 발전시키고 보급해 나갈지 행정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초상지풍필언(草上之風必偃). 논어(論語)의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명구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된다는 말이다.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 잠시 그 바람을 맞으며 눕기는 하다만 그 바람이 가져올 지역 예술문화의 파행과 퇴보에 대한 책임 소재는 명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위 구절에 수지풍중초부립(誰知風中草復立)이라는 대구가 있다. 해석해보면 너는 모르지?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난다는 정도다. 서민들을 위한 그 바람이 덕화(德化)하기 위한 것이 아닌 위선과 가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역예술계에 부는 현실바람을 거스를 수 있는 예술인은 전무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그들은 바람결에 몸을 눕히며 수지풍중초부립(誰知風中草復立)만을 암송할 뿐이다.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지역예술계에도 단비처럼 뿌려져 그 꽃과 잎, 줄기의 튼실함과 양분 넘치는 과실을 수확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바람인지 이상과 현실의 온도차이를 실감하며 초여름 녹음을 맞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영길 수원예총 회장

[천자춘추] 갯벌 매립에 대한 생태문화적 성찰

미추홀학산문화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역인문강좌 미추홀 시민로드 역사를 거닐다를 시청했다. 첫 번째 강좌는 물의 도시, 미추홀을 주제로 김용하 인천도시연구소 소장이 진행했다.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는 대동여지도(1861년)에서 시작해 1917년 조선총독부 이름으로 나온 지도를 토대로 지난 100년간 인천의 해안선과 연안의 섬들의 엄청난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인천 연안의 섬 47곳 중 26개 섬은 일부가 매립(또는 다리로 이어짐)됐고, 12개 섬은 완전 매립됐으며 현재 9개 섬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강의를 들으면서 어릴 적 낙섬에서 또래들과 물장구치며 놀던 기억에 잠시 잠겼다. 그곳은 이미 매립돼 낙섬사거리라는 이정표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도시 개발의 관점에서 갯벌 매립은 기존의 육지를 부지로 개발하는 것보다 깔끔한 직선도시로 개발이 용이했으며 보상비 없이 이윤을 내는 사업이다. 인천 최대 규모의 갯벌 매립은 약 1천600만평 규모의 송도국제도시다. 이 규모는 부천시와 맞먹는 규모라고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갯벌 매립에 의한 영토 확장은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우며 지속될 것 같다. 한 예로 2015 제1회 피스로드 심포지엄에서 당시 세종연구소 부원장은 파격적인 국가 개조 전략을 발표한다. 한국의 생존 전략-광개토 프로젝트라는 주제발표에서 경기만 일대 갯벌 10억평을 매립해 부지를 확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분양 수익을 제2의 국민연금으로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역시 갯벌은 보이지 않는 영토에 불과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환경과 지구에 대해 과도한 매립의 가해행위는 멈출 때가 됐다. 오히려 유럽 북해지역인 바덴해의 경우 갯벌을 복원한다. 개인과 더 큰 사회 및 자연환경과의 동심원적 연결을 염두에 두고 더 큰 전체와 조화롭게 사는 삶을 도모하는 생태문화적 기획이 필요하다. 이것은 문명 전환 차원에서 개종하다시피 하는 수행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광일 더좋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천자춘추] 어제의 광주, 오늘의 미얀마

오늘은 41주년을 맞는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이제 역사가 돼버린 오랜 시간이지만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이다. 당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다 머리를 맞아 피가 흐르는 얼굴을 감싼 시민의 모습은 어쩌면 2021년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반 쿠데타 시민들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장면에서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데자뷔다. 군부 통치와 민주화를 경험한 한국 처지에서는 지금 미얀마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이제 미얀마 항쟁은 2단계로 접어들었다. 시민 불복종운동에 이어서 2008년 군부가 제정한 헌법을 폐기하고 연방 민주주의 헌장을 선포했다. 항상 법 위에서 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권력의 악마적 측면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권력자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줘야만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전제에서 모든 것은 법에 따라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패권적 힘의 정의보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제안한 것이다. 그래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역사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먼 나라지만 국가의 경계를 넘어 미얀마의 상황을 보며 군부독재를 반대하고 시민들과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다지는 과정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도 더한층 사회적 갈등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해나가고 지켜내고자 노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불평등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잠재된 갈등과 분노를 차단하고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곳이든지 기세등등하고, 상대를 보지 않는 차별적이고 오만한 힘의 정의는 우리 사회를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게 할 뿐이다. 다음 시대에는 단순히 민주 정치를 하는데 만족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민주 정치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980년 오월의 광주와 2021년 미얀마는 이미 연결돼 있다. 5ㆍ18 민주화 운동이 미얀마인들의 희망이 되고, 평화를 되찾는 길이 되길 바란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호원대 법 경찰학과 교수

[천자춘추] 도민 건강·안전을 위한 간호법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을 지키려면 의료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료인은 의료법 제2조에 명시된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와 간호사를 말한다. 간호사는 의료인이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부여받는다. 간호사면허증이 있어야만 간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면허가 없는 사람은 의료행위를 못하도록 무면허 의료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간호가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전문 간호 인력으로부터 질 높고 안전한 간호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현대는 인구사회학적 구조의 변화로 고령화 사회이며, 질병구조의 변화로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코로나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는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간호영역은 의료기관을 넘어서 노인복지시설, 장기요양기관, 장애인 시설, 보건소, 학교, 어린이집, 산업체 등 다양하고 넓은 영역이다.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돌봄 서비스로 치매, 노인, 장애인 등 직접 찾아가는 간호서비스로 간호사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임상 활동 간호사의 수 부족, 지역별 의료기관종별 간호사 불균형, 신규간호사의 사직률 증가, 열악한 근무환경 및 처우 등 간호현장의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간호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및 대책을 마련하려면 간호법 제정이 요구된다. 현행 의료법은 전문화되고 다양화된 간호사의 영역을 담는데 한계가 있다. 간호 관련 법령이 무려 11개 부처의 9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산재돼 있는 간호 관련 법령의 기준을 만들고, 다양화전문화돼가는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체계화하기 위해 반드시 독자적인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 간호법은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OECD 국가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 국가 대부분에서 독립된 간호법을 운영하고 있다. 간호법을 제정한 나라만 90개국에 이른다. 지난 4월 통계청에 의하면 경기 지역 전체인구는 서울보다 많은 약 1천350만 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 인구는 약 181만 명으로 13.4%가 노인이다. 다가오는 고령사회에 간호업무는 더욱 확장되고 간호서비스의 요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의 건강과 안전 보장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하는 간호법 제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전화연 경기도간호사회 회장

[천자춘추] 대통령의 책임윤리

4ㆍ7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나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민심이 싸늘하다.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이 엉망이어서다. 국비 지원 해외 출장에 가족 동반, 논문 표절, 위장전입, 세금 체납, 미국 국적 자식에 국내 의료비 혜택, 도자기 1천250점 밀반입과 불법 판매, 관사 거주 재테크로 특별분양 아파트 매매해서 수억원 차익 실현, 아들의 실업급여 불법 수령 등 지탄받아 마땅한 일들을 장관 후보자들과 가족이 저질렀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조사(10~11일 18세 이상 남녀 1천명 조사)에 따르면 문제의 세 사람(과기정통부 임혜숙, 국토교통부 노형욱, 13일 사퇴한 해수부 박준영) 임명 반대가 57.5%나 됐다. 찬성은 30.5%에 불과했다. 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정의당조차 소위 데스 노트(임명 불가)에 둘의 이름(임혜숙, 박준영)을 올렸다. 흠결이 큰데다 민심까지 나쁘니 어찌 편을 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대통령은 민심을 거역하려 했다. 세 명의 인사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자신에게 재송부하라고 국회에 요구하며 임명 강행을 시도했다가 여당 초선 등이 공개 반발하자 박준영을 정리하며 찔끔 물러섰다. 문 대통령은 10일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실패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인사청문회가 무안주기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부도덕한 이들을 내놓고서 야당 탓, 제도 탓을 한 것이다. 대통령이 훌륭한 장관감을 내놓는다면 야당이 무슨 수로 시비를 걸겠는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야당이 적임자라며 바로 찬성한 게 불과 며칠 전이지 않은가. 지도자의 처신 가운데 가장 꼴불견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잘못을 했다면 깨끗이 인정하고 시정을 하면 된다. 그게 책임윤리다. 그걸 지킨다면 야당도 트집 잡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의 인사가 잘못됐다며 청와대는 실패에 왜 책임을 안 지는 것이냐. 국민 여론이 옳으니 수용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이 말을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한 명만 사퇴시켜 꼬리 자르기를 할 게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나머지 둘도 정리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언행일치와 책임윤리 실천이 문 대통령에겐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이상일 단국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원

[천자춘추] 미나리의 윤여정, 역사를 쓰다

배우 윤여정이 지난달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 오스카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애써 기른 농작물은 모두 엉망이 됐지만 아무렇게나 자란 미나리만 살아남는다는 내용의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 처음 공개된 이후 화제를 몰고 왔다. 미나리는 봄부터 시작해 가을 찬 서리까지 우리 주변에 있어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미나리는 번식력이 뛰어나고 식용과 약용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습지나 음지에서 잘자라고 항암과 염증치료에 특효로 알려졌다. 해독제로 쓰이는 미나리는 음식물 섭취로 부작용이 있을 때 처방하는 가정상비약이었다. 두 살 터울인 가수 조영남과 윤여정은 1970년대 초 음악다방에서 처음 만났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영남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윤여정은 한국에도 저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천부적인 재능에 감탄했다고 한다. 노래하는 모습에 깊이 빠진 윤여정은 1974년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으나 조영남의 불륜으로 1987년 이혼했다. 두 아들을 양육하고자 연예계에 복귀해 TV드라마에서 영화까지 억척스럽게 연기한 그는생계형 배우가 됐다. 미나리는 여배우로서 이미지 관리보다 매력적인 배역 도전에 집중하는 윤여정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동료와 주변인들이 윤여정에 대해 공통으로 꼽는 단어는 솔직함, 쿨한 매력, 파격적인 역할 선택, 도전 등이다. 이름이 알려진 배우임에도 적게 든 초저예산 영화 미나리를 선택한 것은 다양한 역할에 대한 욕심이었기에 가능했다. 오스카 수상의 벅찬 마음에 가시지 않을 4월25일 오후 9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윤여정은 한국 특파원과 마주 앉았다. 솔직 당당 배려의 언어로 인생철학을 설명했다. 오스카상 수상으로 달라진 것은 없으며 윤여정의 삶은 살아온 그대로 변치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여정은 절실해서 연기했고 두 아들과 함께 먹고살려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실을 맺었다.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한국의 여배우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천자춘추] 잃어버린 거울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거리가 존재한다. 간절한 바람과 실제도 마찬가지이다. 그 거리에 대한 이해가 그 사회가 가진 탄력성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몇 해를 돌이켜보건대 마치 해방 직후의 양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할 정도로 이념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이념을 앞서는 것은 과연 없는가? 있다. 삶이다. 이념은 물론 그 무엇도 삶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 가히 폭발적으로 감소하는 인구문제는 우리의 삶의 양태를 근간부터 흔들 것이며, 교육과 관련된 문제는 과연 이 땅은 살만한 곳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나 삶의 양태와 이곳은 살만한 곳인가 하는 물음을 바로 이념의 문제로 치환했을 때 사회의 이분화는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며 갈등은 조장될 것이다. 모든 문제를 진보와 보수로 치환해서 바라본다면 이 세계의 반은 허름하거나 사악하기 짝이 없는 형국으로 보일 터다. 사실 이러한 이분화 관점의 가장 큰 맹점은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싸워야 할 적이 더러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이것은 무서운 망각으로 우리를 이끈다. 자신은 늘 정의와 선의 편에 서 있다는 착각이 그것이다. 그것을 조장해 온 것이 언론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일관되게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는 언론을 보며 차라리 상식적 사고가 더 건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곤 한다. 사안 별로 다른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사실조차 관성의 인식을 그대로 적용해 보고 싶은 데로 보고 듣고 싶은 데로 듣는다. 그 관성의 인식이 이기적 정치성에 기인해 있다면 이는 극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제도와 말로써 쉽게 극복될 수 없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말라 비틀어진 이념의 문제로부터 탄력적인 사고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행복한 삶을 넘어서 의제는 이 세상에 없어 보인다. 우대식 시인ㆍ경기민예총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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