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프트웨어적인 부동산 정책 필요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11만 가구 등 13만1천가구의 신규 택지 발표를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ㆍ4대책에서 발표한 전국 83만6천가구 공급계획 중 가장 쉬운 공급방법이라는 공공택지 물량은 26만3천호인데 이중 11만9천가구의 택지만 공개됐다. 나머지 물량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후보지에서 외지인 거래가 급증하는 등 투기의심정황이 포착되면서 발표가 연기된 것이다. 공공시행 정비사업으로 13만6천가구는 하반기 후보지 공개예정이지만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19만6천가구는 1차와 2차 후보지 34곳 3만8천가구를 발표했지만, 역시 후보지 발표만 했지 실질적인 진행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소규모 정비사업 11만가구는 10% 정도만 후보지를 발표했을 뿐이다. 비주택 리모델링 4만1천가구와 신축매입 6만가구는 아직 미정이다. 2ㆍ4대책 발표 이후 3개월간 정부가 확보한 물량은 전체 물량의 21%인 17만7천700가구 뿐이다. 계획을 발표했으면 일관성 있는 추진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빨라야 5년 늦으면 10년 후에도 입주물량이 나오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실질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투자심리 안정이라는 단기효과는 25번의 부동산대책 실패와 LH 투기 의혹으로 정부정책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 공급후보지를 발표만 한다고 나오지는 않는다. 긴 시간이 걸리는 하드웨어적인 공급정책은 과수요를 제외한 정확한 수요예측을 한 후 정해진 공급물량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된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긴 시간이 걸리는 하드웨어적인 정책이 아니라 단기간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이다. 수도권 30만호, 지방 광역시 80만호의 공급계획을 하겠다는 2ㆍ4대책 3080+의 의미를 아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동안 발표된 부동산정책은 그들만의 보고서일 뿐 정작 당사자인 국민은 내용을 기억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한다. 3기 신도시와 태릉골프장 부지 정도만 기억하지 나머지 120만호, 30만호, 80만호 등의 공급숫자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추가 발표보다는 차라리 발표됐던 후보지들의 진척상황과 향후 일정을 주기적으로 브리핑해주면서 공급의 속도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 일관성 없는 대출규제와 종합부동산세 논란으로 신뢰를 더 잃을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실수요자들한테는 대출한도 상향조정, 보유세 부담 완화를 해줘 주택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이런 실수요자들한테 시세보다 10~20%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다주택 보유자한테는 양도세 중과배제를 시켜줘서 단기간에 매물증가, 시세하락, 실 수요자 내 집 마련, 다주택자 출구전략의 여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천자춘추] 손목시계

지금은 스마트폰에 밀려 사용자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내 손목에는 기계식 시계가 채워져 있다. 기계식 손목시계를 고집하는 이유는 휴대전화보다 쓰임새가 많기 때문이다. 적당한 무게감이 주는 이질감과 촉감이 기분 좋게 만들고, 팔찌처럼 멋진 장신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손목시계는 편리하다. 굳이 번거롭게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바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회의가 많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정치인의 특성상 손목시계는 예의에 벗어나지 않고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모든 물건들이 전자식을 지향하고 있을 때, 기계식 손목시계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도 좋다. 정교한 톱니바퀴에 의해 초침과 분침, 시침이 각자의 시간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보노라면 외눈 안경을 끼고 정성스럽게 시계를 만들고 있을 시계공이 그려진다. 마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인쇄된 편지만 보다가 몽당연필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쓴 자필편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손목시계 효용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다 보면 사람들의 눈길은 내 손목으로 향한다. 손목시계를 그렇게 좋아하니 비싼 명품 브랜드의 시계를 차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내 손목에는 그렇게 비싸지 않은 평범한 시계가 채워져 있다. 아내가 정치인에게는 시간이 제일 소중합니다. 약속을 꼭 지키는 정치인이 되길 바랍니다.라면서 선물한 시계다. 드레스 코드에 따라 손목시계를 바꿔 차긴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시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식 때 50달러짜리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차고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전의 교황들이 사용하던 값비싼 브랜드 시계보다 더 품격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명품은 브랜드명이 아니라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에게는 아내가 선물한 손목시계가 명품이다. 손목시계를 보다 보면 항상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온 목소리가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도민들에게 한 약속들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내가 손목시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천자춘추] 다양한 가족과 미군 기지촌 여성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상 수상을 계기로 윤며들다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세상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윤여정의 유쾌한 말솜씨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코로나19 이후 직면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다. 나 또한 윤여정의 오스카상을 기뻐하며 저녁마다 배우의 이전 작품들에 몰두하는 중이다. 놀라웠던 것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가 흔히 사회에서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의 전형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혈연은 다르지만, 오래전부터 가족을 이뤄 살아가면서 부모, 형제, 남매가 된 가족들, 가족을 구성하지는 않았지만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 상처를 위로해주고 밥을 나누는 이들이 있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지만 법과 제도가 비정상으로 낙인하고 있는 이들의 삶을 배우는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특히 죽여주는 여자의 소영이라는 캐릭터에 주목하게 됐는데 소영은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이며 젊은 시절 동두천 미군 클럽에서 일했던 여성이다. 한때 미군과 동거하면서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를 입양 보냈다. 그래서인지 위험상황에 놓인 낯선 아이를 외면하지 못하고, 또래 미군 청년을 만나면 자신의 아이가 아닐까 돌아봤다. 지난해 재단에서 경기도에 거주하는 고령의 기지촌 여성 137명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정혜원 외, 2020), 기지촌 여성 중에서 미군과 동거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86.1%이고, 미군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여성의 48.9%는 주변의 강요와 생활고 등으로 인해 자녀를 국외로 입양 보냈다. 자녀를 직접 키우는 경우에도 혼혈이라는 또 다른 차별과 냉대, 소외의 고통을 경험했다. 현재 그분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족의 도움을 받는 이는 10.6%에 그치며 75.6%는 기지촌 여성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대부분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으며 생활이 넉넉지 못하다. 오스카상에 빛나는 윤여정의 배우 인생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그가 연기한 다양한 가족들이 소외, 낙인, 차별을 받지 않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진일보해야 한다. 그리고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제정한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지렛대 삼아 국가적으로 기지촌 여성 지원을 위한 법 제정과 명예회복이 이뤄져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도 하고, 고령의 기지촌 여성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공동체가 행복하면 좋겠다. 임혜경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천자춘추] 천국을 보여주는 가정

가정은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라 할 수 있다. 기초가 튼튼해야 사회와 국가가 건강하고, 안정과 번영이 이뤄질 수 있다. 영국의 시인 C. 스와인(Swine)은 이런 글을 남겼다. 가정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가정은 마음을 기쁘게 하는 속삭임이 있는 곳입니다. 아무도 반갑게 맞이할 사람이 없는 곳을 어찌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정은 우리를 만나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 가정은 이 땅에서 천국이 어떤 곳인지 보여줄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또한 가정은 언제나 쉼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피로로 지친 몸이 재충전되는 곳이며, 아낌없이 받는 사랑으로 인해 잃었던 용기를 다시 찾는 곳이 돼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흔들리는 가정들이 많다. 같은 집에 살고 있으나 가족이 아닌 남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특히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가족 간의 교제가 단절된 가정이 많다. 이기주의와 편리주의의 영향도 크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지만, 서로 선을 긋고 살아간다. 일체의 간섭을 금하고 서로의 삶을 터치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가정도 있다. 그러한 가정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정이라 할 수 없다. 가정은 서로를 향한 헌신과 섬김을 통해 인격적 성숙이 이뤄지는 곳이어야 한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Henry Ford)는 대기업을 일으킨 뒤 고향에 조그마한 집을 한 채 지었다. 주위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건 너무 초라하지 않나요. 호화롭지는 않더라도 생활에 불편하지는 않아야지요. 그러자 헨리 포드는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띠며 이렇게 대답했다. 가정은 건물이 아닙니다. 비록 작고 초라하더라도 예수님의 사랑이 넘친다면 그곳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집이지요. 지금도 디트로이트에 있는 헨리 포드의 기념관에 가면 이런 글을 볼 수 있다. 헨리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고 그의 아내는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헨리 포드의 성공 이면에는 꿈꾸는 사람과 기도하는 사람이 함께 이룬 아름다운 가정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우리 가정은 서로 알아달라고 불평하며 나의 필요만을 채워달라고 아우성치는 가정인가, 아니면 서로의 필요를 살피며 서로를 향한 따뜻한 사랑의 기도로 섬기는 가정인가? 고명진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천자춘추]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란 의미로 16세기 르네상스 초기의 천재였던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그려본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었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유토피아를 실재하는 이상향으로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왔으며 다음 세대를 책임질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기대를 걸어왔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가정에서는 학대와 방임으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과 따돌림으로, 사회에서는 사이버 음란물을 포함한 각종 유해환경에 시들어간다면 이처럼 몸과 마음에 병든 어린이들로 구성될 우리의 미래사회도 병든 사회가 될 것이다. 한 가정이 일어서려면 자녀가 잘 되어야 하듯이 한 국가가 융성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어린이들이 맑고, 밝고, 반듯하게 성장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어린이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말한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먹고 입고 배우며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아동의 복지, 학대나 폭력,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받는 아동의 안전,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결정하며 자신이 원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아동이 존중받는 세상으로 정의될 수 있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이란 용어의 사용이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것은 2002년 유엔아동특별총회에서 아동에게 적합한 세상(A World fit for Children)이라는 결과문서를 채택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아동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사회이며, 구체적으로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리며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생존의 권리, 학대와 방임, 착취와 폭력을 포함한 위험하거나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교육, 놀이, 여가, 정보를 누리며, 각종 문화 활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발달의 권리, 그리고 자신의 의사 표시와 자신의 능력에 적절한 사회활동 기회에 참여할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며 실현되는 사회로 정의되어야 한다. 어린이를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라는 외침은 1920년대 소파 방정환 선생을 포함한 이 땅의 선각자들에 의한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는 어린이 사랑 운동의 구호였다. 어린이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약속으로 1988년 개정된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은 어린이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 되고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인구절벽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어도 이 땅에 태어난 소중한 어린이들이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고 목숨을 잃는 사례가 해마다 증가되고 있으며, OECD 국 가운데 어린이 교통사고가 제일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부끄러운 사실을 오늘의 어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는 그러나 어린이가 느낄 수는 있으나 어린이 스스로 만들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진정 내일을 생각하는 국가라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오늘의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 넣는 일에 인색할 수 없으며, 끔찍한 아동학대와 폭력,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모든 어린이들에 대한 절실한 관심과 배려를 시민사회가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어린이가 행복한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

[천자춘추] 하루하루 올바르게 사는 것

봄이 왔으나 어진 백성은 둥지 틀 자리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골고루 편안하게 둥지를 마련해줘야 할 지방관리들이 오히려 백성을 힘들게 하고 있다. 백성은 시달려 야위고 병들어 쓰러지는데 백성을 돌볼 목민관(牧民官)은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들만 살찌우고 있다.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이를 탄식한 망국의 풍조를 백성과 함께 아파했던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한 대목이다. 옛 지방관리들의 잘못된 사례를 들어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설명하는 목민심서는 수백년이 흐른 지금도 공직자를 위한 지침서로 널리 알려졌다. LH 투기 사태가 불쏘시개가 돼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모든 공직자의 사익 추구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이해충돌방지법이 8년 만에 통과됐다. 이번에 터져 나온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의 전면적 강력 수사에 대한 요구는 본격적인 토지 개념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참여하는 공직자와 공기관 직원들이 특정 정보를 취득해 이를 토대로 투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요나라에 살았던 허유는 뱁새가 깊은 숲에 깃들여도 나뭇가지 하나를 차지함에 지나지 않으며 생쥐가 강물을 마셔도 제 배 하나 채우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이 힘들어 번 노동의 대가보다 올라가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다면 누가 힘들여 일하고 누가 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겠는가. 여기에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국민의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과 공평한 기회라는 기본 요구를 짓밟았고 대다수 공직자의 명예와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깨뜨려 부끄럽고 아픈 일이라며 부동산 적폐청산을 위해 전방위적 총력전을 당부했다. 부동산 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비양심적인 공직자들은 재수 없어 시범적으로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2천년 전에 맹자는 자기 양심의 가치가 개 한 마리 닭 한 마리 값만도 못할 리 없는데 자기 집 개나 닭이 내빼면 그것을 찾을 줄 아는 인간이 자기 양심이 내뺀 줄도 모르니 진실로 가련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내부정보를 통한 부동산 투기와 불법농지 취득, 기획부동산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199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한 공무원과 LH 직원 등 총 11명이 구속되면서 지키는 놈을 누가 또 지키리라라는 로마 격언을 상기해본다. 욕심을 이루는데 목표를 두지 말고 하루하루를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 공자는 이(利)를 보면 의(義)를 생각하고 의로움을 보면 생명을 바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추앙을 받는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천자춘추] 학교교육과 평생교육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세상에서 배우는 것 중에 무엇이 중요할까? 학교 교육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배워야 할 때 배워야 한다는 관념을 우리는 갖고 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서겠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거공약으로 제시된 교육 관련 분야의 90% 이상이 학교 교육과 관련된 것이었다. 유권자들이 자신의 교육이 아니라 자녀의 교육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학교 교육만 중요한 것일까? 이런 고정관념은 타당한 것인가? OECD가 주관한 국제성인역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들은 언어능력, 수리력, 문제해결력 등 모든 영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30대 이후에는 OECD 국가들의 성인역량 평균보다 낮다. 청소년 시기 역량 수준이 비슷했던 일본이나 핀란드와 비교해보면 성인기 역량 하락이 매우 크다. 당연히 행복감도 낮다. 우리나라 성인 역량이 낮은 이유는 평생학습 참여율이 낮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성인들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낮은 것은 긴 노동시간, 돌봄이나 부양에 따른 부담 탓이다. 평생학습 참여율 이외에도 노동자들의 업무 수행 방식, 조직 운영 방식이 학습을 조장하거나 격려하지 않으며, 노동시장에서 학력 이외에 업무 역량과 경력 인정에 인색한 것이 원인이다. 한국의 교육체제는 학령인구 중심의 대학진학형 교육체제로, 대학진학을 위해 주어진 지식의 반복적 학습, 개인 간 부단한 경쟁을 부추기는 서열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미래의 교육은 여기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모든 것이 대학진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생활 속에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생애에 걸쳐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성장 경로가 제도적으로 잘 마련돼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과 사회 전환에 대한 요구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학교 교육뿐 아니라 평생 배움을 북돋우고 지원하는 평생학습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하다. 법에 정해져 있는 학습비 지원과 학습 휴가가 가능하도록 공공의 재정 투자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어떻게 시작할까? 유권자인 우리가 자녀가 아니라 자신의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출발점이다. 김제선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천자춘추] 삶의 모든 ‘예술의 순간’

난 지금도 그때 두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벼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영화 쇼생크탈출의 명대사다. 쇼생크의 이 경험적 순간은 인간의 영혼이 휩쓸려가는 확실한 절망의 시간에서 불확실한 자유의 시간으로 전환되는 찰나적 시간이다. 아우구스티누스 등 많은 철학자는 이 순간을 창조적 시작으로 표현했다. 예술은 그 시작의 순간에 등불을 켰다. 필자는 이를 예술의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꽉 차 있던 것이 펑하고 터지는 순간. 레드는 끝내 빛과 자유를 얻었다. 예술의 순간의 경험을 얻기 위해 모든 인간이 쇼생크 사람들과 같은 불행을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장면이 지금껏 회자되는 것은 예술이 삶의 맥락과 만났을 때 어떻게 완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술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창조적 시작을 돕는다. 스펙터클한 무대, 장대한 세레머니 등 규모의 미학으로도 오고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의 가치를 통해서도 온다. 그러나 대개는 잔잔한 일상에 잠재한다. 중요한 순간은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우리 내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휘발했던 유년의 기억과 만날 때, 권태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일상에, 고단한 삶 속 차마 흘리지 못하는 눈물에 있다. 필자의 동료 B는 힘겨웠던 유학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고국으로 돌아오는 날 예술의 순간을 경험했다. 공항을 향해 가던 길의 다리 위에서 무심코 뒤를 돌아봤고 단지 석양이 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도시 곳곳에 랜덤으로 엉켜 있는 자신의 시간이 마구 달려와 안겼다. 아, 내가 그래도 이 도시를 사랑했구나 라고 깨닫는 순간, 이 경험은 B에게 자유의 시가 된다. 이런 순간은 예측 가능한 시간에 오기도 하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예술의 목적지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이다. 우리가 예술의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것은 바로 모든 시공간에 존재하는 바로 나 자신이다. 이런 시작은 어디에나 있다. 언제 어디에나 준비되어 있다 - 한나 아렌트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천자춘추] 어촌뉴딜, 행복한 공동체 회복부터

우리나라에는 총 2천299개의 어항이 있다. 이중 113개는 국가어항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어항과 소규모 항ㆍ포구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여건상 유지보수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어촌뉴딜사업은 이러한 어촌ㆍ어항을 현대화하고 어촌지역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2019년부터 해양수산부가 주관해 추진해 온 사업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시행하거나 농어촌공사 등 관련기관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시행하고 있다. 어촌뉴딜은 국가주도의 개발방식이나 형식적인 주민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사업 단위체별로 지역협의체(주민, 지자체, 전문가 등)를 통한 정기적인 워크숍과 성공사례 공유 및 협업, 체계적인 거버넌스 활성화 등 주민참여 개발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현장체감형 사업발굴 및 컨설팅, 맞춤형 주민교육, 갈등해결 도모 등 공동체 역량강화 활동을 통해 물리적 개발뿐만 아니라 어촌의 사회적 자본도 강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렇듯 낙후된 선착장 등 어촌어항의 생활형 SOC를 개선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어업활동 증진과 해상교통 편의 개선을 도모하며, 지속 가능한 어촌공동체를 목표로 어촌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 경기본부에서도 2019년 후포항 1곳, 2020년 고온항 등 6곳, 2021년 대명항 등 4곳을 위ㆍ수탁받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 공사에서는 경기어촌특화지원센터, 경기귀어귀촌종합지원센터를 함께 운영 중으로 어촌뉴딜 사업의 사전준비단계-사업시행 단계-사후관리 단계 등 단계별 전략과 고령화과소화된 어촌사회의 귀어귀촌 전략까지 함께 검토하여 효율적인 사업목표 달성에 노력하고 있다. 어촌뉴딜을 통해 어촌공동체가 행복해지고 어촌만이 가진 어촌다움을 회복하기 위해서 지역주민, 지자체, 전문가단체 등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필자는 경찰 생활을 하면서 어느 지역의 치안 정책이 호응이 좋았다고 하면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이라는 미명하에 각 지역의 구체적인 실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따라하기 열풍이 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일선의 경찰 관서장은 1년 단위로 자리를 옮기는데 자리를 떠나면 없어질 것이 뻔한 정책에 치안 예산을 낭비하기 일쑤였다. 오는 7월부터 역사적인 지방자치경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방자치제가 함께 논의되고 관련법이 통과돼 시행된 바 있으나, 1961년 5ㆍ16으로 지방자치제도는 중단됐고, 이후 1991년 관련 논의가 다시 시작돼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됐다. 지방자치제도는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방자치제도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균형 발전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방자치제도와 함께 경찰자치제도의 시행도 함께 모색됐으나,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아 논의만 무성한 채 시간이 흐르다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비로소 올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것이다. 경찰은 업무의 성격상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데, 전국적으로 획일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영역이 있고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활동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필요성에도 획일적인 중앙정부의 치안시책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게 각 지역의 경찰활동에 적용돼 계속됐다. 경기도는 인구가 밀집한 도심지역과 농촌지역이 복합적으로 산재해 있어 더욱 세심한 자치경찰 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자치경찰은 정치적 중립성의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며, 자치단체의 영향력에 휘둘리거나 토착 세력과의 유착 등으로 인한 폐단은 우려된다고 할 것이다. 국가경찰이나 타 지역 경찰과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가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걱정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책임치안을 가능하게 하고, 질 좋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기대된다고 할 것이다. 부디 우려되는 부분을 잘 해결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도가 공고히 정착되고,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한다.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천자춘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호흡

매년 봄이 되면 국내 정상급 교향악단이 총출동하는 축제가 있다. 교향악 축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 축제로 33회째 음악인의 축제를 넘어 클래식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축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공연이란 것은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예술이다. 특히 교향악 축제 처럼 오케스트라 공연은 더 그러하다. 교향악 축제는 22년간 한화에서 후원해 클래식 발전에 이어 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런 기업 후원이 없었다면 33회째 맞는 교향악 축제는 클래식을 사랑하는 팬들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후원에 힘입어 많은 지휘자와 유망주인 협연자가 무대에 올라 399팀의 교향악단과 1천24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후원사와 지휘자, 협연자들도 교향악축제에 없어서는 안 될 분들이지만 그야말로 수많은 오케스트라 단원들께 박수를 보내고자 교향악 축제에 대해 설명했다. 전공자들이고 반복되는 곡을 많이 연주할 텐데 매번 오케스트라 연습은 왜 하느냐?라는 질문을 대중들에게 많이 받곤 한다. 똑같은 곡으로 연주하더라도 지휘자에 따라, 또는 협연자에 따라서 곡의 해석이 다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함께 호흡하려고 전공을 했어도, 많은 연주로 무대를 올랐다 하더라도 지휘자와 협연자들과 한 번의 연주를 위해 연습과 리허설을 해야만 한다. 지휘봉이 움직이는 순간, 협연자들의 숨 쉬는 순간을 현악기와 목관악기, 관악기, 타악기 모두 80여명의 단원들은 숨 쉬는 호흡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하나가 돼 함께하는 작업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원들은 책임감으로 개인연습을 하고 단체연습 중에도 악보에 실수를 줄이고자 체크 또 체크해 지휘자란 배 위의 선장을 따라 협연자를 최대한 편안하게, 집안의 어머니의 역할을 하며 연주에 임한다. 연주가 끝나고 나면 협연자와 지휘자가 돋보이지만 우렁찬 박수는 단원들에게 보내고 싶은 개인적인 마음이다. 2021년 교향악 축제는 지난달 30일 막을 올려 22일까지 봄날 저녁을 함께했다. 코로나로 클래식을 사랑하는 팬들과 만남을 걱정했으나 방역수칙을 강화해 객석 띄어 앉기와 현장에서 감동을 함께하지 못할 클래식 팬들을 위해 축제 기간에 TV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21개 팀이 교향악 축제에 참여했고 필자는 축제 기간에 1개의 교향악단의 공연을 현장에서 감동을 하고 늦은 저녁 시간에 TV에서 때로는 라디오에서 함께 했다. 축제 기간 내내 모든 참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좋은 연주에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김영은 경기 예음 챔버 오케스트라 단장

[천자춘추] 신기루에 빠진 대한민국

두 배 세 배는 기본이다. 1천 배나 오른 가상화폐까지 등장했다. 팝콘 기계인 마냥, 넣으면 폭발적인 양으로 튀어나온다. 물론 상승장에서의 이야기다. 하락장에서는 그만큼, 또 그 이상 떨어지는 게 가상화폐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상화폐 시장 때문에 수익과 실패를 인증샷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교차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상화폐 전성시대다.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중독성도 크다. 사무실 직장인, 각종 현장의 근로자, 공부하는 대학생, 부대 내에 군인까지 수시로 들여다본다는 게 가상화폐 거래소다. 가상화폐는 지폐동전 등의 실물이 없고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화폐를 말한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정부가 가치나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가상(假想)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해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에 가상화폐를 덧대어 해석하면 실체가 없는 돈이다. 결국은 신기루일 뿐이다. 가상화폐는 이를 규제하는 법체계가 없어 더욱 위험하다. 금융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다단계처럼 거래되는 비상장 코인에 대한 투기에도 비상등이 커졌다. 화폐인데, 비상장이라는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에서만 하루에 수십조원이 거래된다. 어디선가 거품이 터질 경우, 뒷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다. 금융당국도 손을 못 대고 정치권은 눈치만 본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 악재가 됐던 소식도 규제에 대한 검토 소식이었다. 규제라는 단어만 나와도 폭락인데, 얼마나 기초가 없는 시장인지 가늠이 간다. 가상화폐는 신기루다. 실체가 없다. 버블이 꺼지면 수백만명의 서민 피해자가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규제 및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상화폐의 거품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때 서민들의 희망 역시 동시에 사라질 수 있다. 가상화폐 피해의 책임을 투자자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엔, 경고장치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천자춘추] 국민체육진흥법 단상

국민체육진흥법은 1962년 9월17일 공포됐다.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권이 체육을 통해서 전 국민을 동원하는 체제를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법이었다. 훗날 한국 스포츠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은 민관식 당시 대한체육회장은 공화당 국회의원 시절인 1963년 3월 이 법의 개정안을 주도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선수와 지도자를 본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전두환 정권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1983년 동법을 전면 개정했다. 체육진흥의 목적에 국위 선양이라는 항목이 뚜렷하게 추가된 것이 이때였다. 국가가 나서서 엘리트 스포츠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거대한 전환기를 맞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스포츠가 기여한 역할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박정희가 만들고, 전두환이 전면 개정한 국민체육진흥법은 지금도 국내 스포츠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대의 빠른 변화에 대해서 가장 둔감하고, 자기 보호적이며, 폐쇄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가 체육계라는 지적은 뼈 아프다.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 내의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지난해 6월26일 국회를 통과했던 일명 최숙현법의 정확한 명칭은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었다. 이를 통해서 체육진흥의 목적이 국위 선양에서 체육인 인권 보호와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 등으로 수정됐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제정 이후 스포츠계의 현실적, 법률적 문제 해결 수단으로만 기능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스포츠기본법 제정을 중심으로 스포츠 관련 법령의 체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6월9일 또 하나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지방체육회를 법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기도의회는 개정안 시행에 앞서 경기도 체육진흥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마련해 지방체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경기도체육진흥센터 설립의 근거를 확보했다. 체육진흥센터가 기존의 경기도체육회와 협치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자문관

[천자춘추] 농민기본소득이 실현되는 세상

지난 19일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지원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를 통과해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조례안 1조는 경기도 농민에게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해 농업ㆍ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고, 농민의 사회적 참여 촉진과 사회적 기본권 보장 및 농업ㆍ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조례안 5조 ①항은 농민기본소득은 농민 개인에게 지급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기본소득의 개별성 원칙을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농민수당은 가구주에게만 지급되는 한계가 있었는데,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은 개인 지급 원칙을 관철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농민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정신에 입각해 농민으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본소득을 먼저 실시하고 이 경험을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어떤 영역이 그런 영역으로 적절할 것인가? 나는 농업, 농촌이야말로 보편적 기본소득의 마중물로서 기능 할 최초의 실시 영역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농업은 식량의 기지이자 생명창고로서 농업이 소멸하면 공동체 전체의 생존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농업, 농촌은 수자원, 토양, 경관의 보전과 전통과 문화의 보전이라는 공익기능을 가지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농민에게 지급된 지역화폐는 소상인ㆍ자영업자에게 흘러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농민기본소득은 도시로부터 농촌으로의 자연스러운 인구 흐름을 만들어 내어 농촌 소멸과 도시 과밀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농민기본소득에 자극을 받아 여러 다른 직종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온다면, 이 또한 긍정적이다. 그것이야말로 전 국민적인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모두의 바람이 모이고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이 풀어가야 할 숙제는 많다. 첫째, 현재 경기도에서 농민기본소득을 지급받을 농민은 4개 시ㆍ군 5만5천명 정도이다. 경기도 전역의 농민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월 5만원(연 60만원)은 농민의 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해서 미흡함이 많다. 예산을 늘리고 부적절한 농촌 관련 사업비 등을 줄여서 지급액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서류상으로만 농업인일 뿐 실제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고 농업 경영체에는 등록돼 있지 않으나 실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례안 11조에 규정돼 있는 농민기본소득위원회의 활동이 기대된다. 농민이 살아야 모두가 산다. 김찬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위원

[천자춘추] 생의 한가운데 우리는

필자는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를 보고 또 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의미도 달라지고, 저런 내용이 있었던가?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음미하기도 한다. 그중에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가 있다. 2015년 말에서 2016년까지 방송됐는데, 주인공인 덕선과 같은 동년배여서인지 그 시절의 그리움에 흠뻑 빠져 소소한 행복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곤 한다. 그런데 문득, 불과 5년여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출연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 김주혁님, 고 전미선님, 그리고 영원한 무한궤도, 고 신해철님. 가슴이 뭉클하다. 우리는 물론 그들 스스로조차 2021년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하셨을 터. 그러나 본래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 주위에 상존하고 있다. 아주 사소한 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볼 수 있지 않은가. 말도 안 되게 예측 불가한 삶의 사실 앞에서 필자는 새삼 소스라쳤다. 우리가 내일 살아 있을지 아닌지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는 자각이 뇌리를 흔들었다. 더불어 이번 서울시의 보궐선거를 지켜보며 10년 전 보궐선거와 유사한 아이러니한 -떠나보내고 또다시 맞이하는- 상황에, 그분들은 10년 후에 이렇게 될 줄 아셨을까하는 삶의 애환이 밀려왔다. 초록이 물오르는 봄날에, 필자는 덧없음에 허무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덧은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을 말하고, 덧없음은 헛되고 허전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생무상, 사는 게 일장춘몽이라며 허망하다고 한다. 가톨릭의 그레고리안 성가에 생의 한가운데, 우리는 죽음 속에 있다네라는 구절이 있다. 죽음 앞에서 누가 용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삶이 허무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살고자 노력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인생은 절대 허무하지 않다. 인생이란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타고난 재주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의 의미와 가치가 결정되므로, 어떻게 쓸 것인지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세상을 살면서 죽기 전까지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찰나의 연속이라고 한다. 시, 분, 초로 구성된 인위적인 단위가 아닌 그보다 더 초자연적인 단위의 연속이다. 그 찰나의 흐름 속에서, 언제 떠나도 좋을, 덧없음에 허무해하지 말자. 정현정 유한대 보건복지학과 교수

[천자춘추] 그림의 가치 어떻게 매겨지나

MZ 세대의 지갑을 열게 한 미술품이 고가의 명품 가방과 비교되는 기사를 최근에 접했다. 집을 예쁘게 꾸미고 집안에서의 활동들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의 문화생활이 한층 적극적이어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오는 28일 한국의 유명한 옥션 중 하나인 케이옥션은 4월의 경매에 180억원어치의 작품을 출품하는데, 경매의 최고가를 차지하는 작품의 가격은 추정 15억~2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이 시대의 흐름을 왼손으로 간신히 부여잡고, 붓을 든 오른손으로 예술혼을 갈아 넣으며 관심과 주목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년작가다. 매일 무수한 선택 중 자신의 직감에 의존해 올바르다 생각하는 하나의 선택지를 고르고 그것이 틀리지 않길 바라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듯, 청년작가들은 자신이 선택한 이 길의 끝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오는 28일 수원시 유튜브 채널에는 수원 청년정책관에서 주최한 예술전공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청년터전(展) 온라인 전시회의 영상이 게재될 예정이다. 활동 무대가 적은 학생작가들에게 주어진 본 전시회는 각자 정해진 3분이라는 인터뷰 시간 속에서 어떠한 내용으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지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궁금해하고 있다. 그때는 다 그래라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청년의 삶. 아픈 만큼 성장하는 거지라는 교훈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청년들의 미래찾기는 같이 찾아봐 주고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옆에서 안내해 줘야 한다. 그림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질 수 있을까? 시대를 거스르는 실험은 손가락질을 받기도, 새로운 질서에서는 영웅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판단하는 것들은 잠시 감상으로 미뤄두고 우리도 올해에는 검색엔진에 나오지 않는 그림을 찾아 소소한 발굴에 도전할 것은 어떨까? 구분돼 버리는 애매한 것들, 하고 싶다는 것과 할 수 있다의 차이를 넘어선 다양한 가치들이 그림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 복합적 영향을 준다.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우리의 진솔한 판단 또한 가치를 같이하여야 함은 현시대에 꼭 필요한 미덕임이 분명하다. 천지수티엔아트컴퍼니대표/수원시청년정책자문위원

[천자춘추] 디지털 콘텐츠, 어렵지 않다

메타버스, 웹툰, OTT, VR 등등 콘텐츠와 관련된 신조어가 끝없이 등장하고 있다. 콘텐츠는 기존 출판영화음악 등의 전통적 형태를 넘어, 정보화 기술과 융합한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콘텐츠로 새로이 등장하거나 재탄생되고 있다. 그 영역이 디지털과 결합해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이러한 새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신조어가 탄생하는 것이다. 유독 콘텐츠에서 이런 신조어가 많이 탄생하는 이유는 ICT와의 융복합과 확장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온라인에서 디지털 기술로 구현되는 창작물인 콘텐츠가 가장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화제가 되는 현실과 결합한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도 게임이라는 콘텐츠 장르를 통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IT 강국으로 자리 잡고자 노력해왔던 우리나라가 디지털과 결합한 다양한 K-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사실 콘텐츠와 디지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한국 콘텐츠 정책의 시발점인 콘텐츠산업 진흥법도 그 시작은 2002년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에서 부터다. 필자도 과거 정보과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정보화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뉴미디어 분야를 접목하는 등 나름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자부해왔다. 그럼에도 아차 하는 순간, 강물처럼 거세게 흘러가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다 따라가지 못할까 문득 겁이 날 때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끝없이 공부하고 도전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콘텐츠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으며, 신조어에 너무 주눅 들 필요도 없다. 지금도 좋아하는 트로트 방송을 스마트폰을 통해 찾아보고 있으며,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벗들과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이 디지털 콘텐츠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콘텐츠는 그냥 즐거운 거니까. 박무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고교학점제 이대로 좋은가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추진계획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또한, 고교학점제에서는 졸업 기준이 지금보다 약간 하향돼 현행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출석과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체제로 큰 틀에서 보면 대학교 학점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고교 내신평가제도의 개선이다. 공통과목은 기존처럼 성취도(A, B, C, D, E)와 석차등급으로 병기하고, 특목고에서 주로 개설한 전문교과Ⅰ을 보통교과로 편제하는 등 기존의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을 일반ㆍ융합ㆍ진로 선택으로 편성한다. 교육 당국은 석차 등급제 아래에서는 수강자 수에 따라 내신등급의 유불리가 발생해 학생들의 선택과목 이수가 제한을 받으므로 이를 방지한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행형이다. 당장 공통과목을 제외하고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약화되면 자사고나 특목고가 입시에서 유리해질 거라는 예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교육당국이 2025년도에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예고하고 있지만, 최근 일부 자사고 등이 교육청과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만약 자사고나 특목고가 2025년 이후에도 건재하다면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특정 학교에 유리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현행 대입제도와의 충돌 가능성을 말하고 싶다. 교육 당국이 주도하는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 장려 정책은 고교학점제와 접점을 찾기가 어렵고, 그에 따른 수험생들은 가급적 수능 준비에 유리한 과목을 찾게 되고, 수강과목의 자유로운 선택을 장려하는 고교학점제가 수능을 중시하는 현행 제도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고교학점제 전격 시행과 관련해, 교육부는 학점제 수요를 고려한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로 두고 볼 문제다. 특히 교사들의 다 과목 지도 활성화를 추진하고, 경우에 따라선 한시적으로 학교 밖 전문가가 특정 교과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성취평가제의 전면시행은 논의과정에서 수차례 연기되는 굴곡을 겪었다.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과 관련한 교육 당국의 일관성 없는 행보는 교육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했다. 교육정책의 선진화도 중요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교육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미 고교학점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교육의 축이 됐기에 누구보다 더 교육개혁을 바란다. 추민규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

[천자춘추] Z세대의 소비생활

Z세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요즘 젊은이들의 대명사다. 어릴 때부터 온라인 쇼핑과 SNS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이라고 한다. 이들의 소비생활은 어떤가? 지난 한해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빅데이터 분석자료를 보니, Z세대라 할 수 있는 20대의 소비자상담은 헬스장ㆍ휘트니스센터-의류-이동전화서비스-항공여객운송서비스-스마트폰의 순서로 많이 접수됐다. 건강과 외모에 가장 관심이 많고,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이며, 여행도 자주 간다는 반증이다. 최근 코로나19 보복소비 영향으로 고가 의류 유명브랜드는 매출이 급증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고거래 커뮤니티 플랫폼의 최대 고객도 Z세대이다. 또 다른 플랫폼 기업에서는 Z세대를 타깃으로 Z세대 맞춤 쇼핑 슈퍼 앱을 오픈했다. 이래저래 Z세대가 소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Z세대가 소비자피해나 분쟁으로 상담을 신청하면 상담원들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모양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당돌함이 우선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검색했더니, 기원전 1천700년 전 수메르시대의 점토판부터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한비자, 숙종 등 동서양 및 시대와 인물을 막론하고 걱정하고 훈계하는 기록이 많다. 철 좀 들어라, 너무 나약하다, 의지가 없다, 버릇이 없다, 쓸 줄만 안다 이런 내용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집 Z세대 딸 둘은 아무리 바빠도 건강과 외모를 위한 필라테스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새벽부터 백화점 명품매장에 줄을 선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끌탕하는 꼰대로서 수천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처럼 Z세대에게 잔소리 좀 해야겠다. 헬스장ㆍ항공권ㆍ콘텐츠 등 계약은 신중하게 했으면 한다. 취소하기 어렵다. SNS의 인플루언서(influencer)나 중고거래 마켓에서 개인 간 거래하면 소비자로서 보호받을 수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 상품은 올바르게 선택하고, 소비자의 권리는 정당하게 행사해라.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고 소비하라. 부탁도 있다. 온라인 쇼핑에 서툰 윗세대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자신 있고 당당한 건 좋지만, 배려하고 존중해 주면 더 좋겠다. 칭찬도 해야겠다. 취업이 가장 어려운 세대임에도 꿋꿋하게 버텨주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앞장 서준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 Z세대가 모든 세대를 이끄는 똑똑한 소비의 주류가 되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천자춘추] 베트남의 ‘2030 인공지능 정책’

베트남에서 지내다 보면 2030의 이름이 들어간 정책 혹은 정부 사업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베트남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2030년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베트남 지도부는 2019년부터 준비해온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인공지능 R&D 및 응용 국가전략과 실현 가능한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응웬쑤언푹 총리는 2030년을 목표로 향후 9년간 자체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이 연구와 응용기술을 교육, 제조, 기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아세안의 상위 4개 국가에 포함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기업들 역시 베트남의 변화에 맞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기업은 하노이 과학기술대학교와 공동 인공지능 센터를 설립했고, 한국의 통신사 그룹인 한 기업은 베트남 국영방송인 VTV와 인공지능 기술 및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기업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다. 또한 한 교육기업은 인공지능 학습과 메타인지학습을 접목해 영어와 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한 교육사업을 베트남 내에서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시는 아직 베트남의 인공지능 기술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해외기업 및 자국기업의 활성화를 통해 베트남의 정부기관 및 민간기업의 변화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노이국립대학교는 한국 IT 기업 과 50년 경험을 가진 그룹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교육시스템 개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 국립 경제대학 교수진들은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과 해외기업들의 협업이 가능하다면, 교육 및 공공 서비스 부분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베트남 내 교육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에 한국은 아직 코로나의 영향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베트남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과거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시장진출의 실패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현지화의 실패 혹은 적합한 현지 파트너를 찾지 못한 것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러 국가의 백신 여권 활용이 3~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새로운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고동현 하노이 국립대 외국인 교수/동아시아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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