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물음

황금의 20년대(golden twenties)라고 불렸던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은 각종 문화예술과 학문, 인권에 대한 제반 논의, 그리고 오늘까지도 법의 기본이 되는 바이마르 헌법이 만들어졌던 꽃 같은 시절이었다. 물론 1차대전의 패전국으로 어마어마한 배상비를 승전국에 물어야 했고, 전쟁의 상흔을 치유할 방법을 찾기도 전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국민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이 독일판 묻지마 범죄의 대상은 누구였을까? 게오르게 그로츠(George Grosz)나 오토 딕스(Otto Dix)의 당시 그림들 속에는 이유도 없이 살해당한 익명의 여성들이 매우 많이 등장한다. 거리에서, 거실에서, 자신의 침대 위에서 피를 흘리고 살해당하는 여성들의 그림은 바이마르 공화국이 휩싸였던 절망의 광기를 보여준다. 그로츠의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연작 중에는 토막 살해된 여성의 시신들이 뒹구는 가운데 태연히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1920년대의 문화 연구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사회의 온갖 모순에 대한 손쉬운 복수방법이 여성에 대한 테러였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직업전선에 나선 여성들은 남성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여겨졌고, 일거리를 찾을 수 없는 여성들이 거리의 매춘부로 전락해 성병을 옮기는 등의 현상들 역시 여성을 사회모순의 근원으로 돌리는데 한몫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패전으로 인한 가난이 여성의 탓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모든 살인사건의 정황들은 우발적으로 구체적이었다. 여성들은 그저 취약한 희생양이었던 것일 뿐이다. 마치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2021년 서울 노원에서 일어난 세모녀 살인사건의 경우처럼 말이다. 세 사람을 살해하고 그 살해현장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범인의 행적은 일반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에 그가 가지고 있던 정신적 성향의 문제가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묻지마 범죄가 줄곧 여성을 표적으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분석하는 기사 한 줄 보기 어렵다. 전봇대나 길바닥에 여성 안심귀갓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아, 이 길은 위험하다는 뜻이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 주변을 잘 살피며 지나가야 한다는 공포심이 생겨난다. 그날 그 순간 내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든다. 백 년 전에도, 백 년 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제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사회 전체가 근본적인 물음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천자춘추] 경기, 그 역사문화

왕도(王都)와 왕실을 보위하기 위한 왕도의 외곽지역 또는 주변지역. 경기(京畿)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이다. 외곽과 주변은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상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도권(首都圈)이란 현재적인 용어와 다르지 않다. 이같이 단어에서 풍기는 2% 부족한듯한 뉘앙스는 여러 분야에서 경기의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지배해왔다. 과연 경기는 중심(왕도)에서 벗어난 가장자리의 위치일까. 전통시대부터 현재까지 경기의 범위와 개념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나 지리적으로 변화 없이 지속했을까. 이 문제에 대한 이제까지 우리의 관심은 깊지 못했다. 고려와 조선에서 경기(京畿, 畿甸, 畿輔)는 근본의 땅(根本之地), 사방의 근본(四方之本), 사방근본의 땅(四方根本之地), 국가근본의 땅(國家根本之地)로 규정됐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서 수차례 확인되는데 경기가 국가를 지지하는 뿌리, 기본이라는 뜻이다. 외곽 또는 주변 지역과는 아주 거리가 있다. 고려의 경기는 해동천자였던 고려황제가 다스리던 해동천하의 중심이었고, 조선의 경기는 덕치(德治)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 뿌리이자 샘이었다. 이를 통해 유교적인 왕도정치(王道政治)가 구현됐다. 경기는 고려와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에서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곳으로 통하는 사통팔달의 땅이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문화와 문물은 경기에 모여 다양성, 개방성, 포용성, 역동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와 문물로 재창조됐고, 국내외로 재생산돼 나갔다. 경기역사문화는 서울(京師)에 종속된 주변문화여서 정체성이 없거나 특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다양하고 개방적이어서 우리가 그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경기인(京畿人)이라는 나부터 자성해야 할 일이다. 19세기 말 이후 우리는 백여 년을 외세가 주도한 왜곡된 근대화와 산업화를 경험해야 했다. 그간 경기에 대한 개념과 영역에도 변화가 있었다. 도성(都城)부터 10리까지를 관할했던 한성부(서울)의 영역이 경기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서울로 급속하게 재편되면서 경기와 그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그것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경기와 그 역사문화의 본질을 재탐구해야 할 때다. 개편된 경기도박물관의 상설전시는 그 시작이다. 김성환경기도박물관장

[천자춘추] 내 인생의 타임 아웃 전략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으면 종종 목격되는 상황이 있다. 박빙의 상황에서, 혹은 위기에 빠진 팀의 감독이 타임 아웃을 요청해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독려하는 경우다. 타임 아웃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바로 흐름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는 흐름의 싸움이기 때문에 양 팀 모두 경기의 흐름과 주도권을 잡고자 고도의 심리전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한팀이 경기의 흐름을 잡게 된다면 상대팀은 이를 뺏기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시도하는데, 감독선수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통제력 높은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타임 아웃을 부르는 것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의미 없이 견제구를 던지거나 코치가 타임을 부르고 마운드를 방문해서 별다른 지시 없이 투수의 몸 상태만 체크하는 경우도 상대방의 타이밍을 뺏거나, 상대팀으로 넘어가려는 흐름을 잡아두기 위한 심리전의 형태라 볼 수 있다. 실적에 대한 압박감, 무한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어찌 보면 스포츠 상황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스포츠의 타임 아웃 전략이 줄 수 있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지금 내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삶의 흐름이 다른 무언가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생각된다면, 짧은 시간이나마 과감하게 타임 아웃을 불러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타임아웃을 부를 수 있을까? 물론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나 주변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기회가 많지 않다. 감정노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앨리샤 그랜디(Alicia Grandey) 교수는 감정노동 전략 중 하나로 주의집중 분산 전략을 소개했다. 이 전략은 마라톤 선수들이 숨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참기 위해 심폐 상태보다는 외부 풍경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특정 (필요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들을 주변에 의도적으로 배치해 휴식이 필요하거나 생각의 재정비가 필요할 때, 그 자극들을 바라보면서 본인의 감정상태를 조금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게 하려는 전략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진이나 동기 부여를 높여 줄 문구들, 초심을 떠오르게 해줄 물품들을 업무 공간 주변에 배치해 두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이러한 시도들을 이어 간다면 수동적으로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서, 본인에게 필요한 감정들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며 적극적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이예훈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천자춘추] 수도권 주택공급에 대한 질문

첫째, 수도권 인구는 앞으로도 증가할까? 최근 들어, 청년인구의 유입과 신산업의 성장으로 수도권 인구 및 가구 수와 일자리의 증가가 가파르다. 최근의 기술혁명에 따른 산업구조변화가 새로운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의 새로운 주택수요와 지방인구감소를 동시에 가져온다. 수도권의 주택문제해결 노력과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하는 이유다. 둘째, 실현 가능한 주택공급방식은 무엇인가? 추가적인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면, 도심 고밀화와 신도시 건설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서울은 고밀인가, 저밀인가, 만약 밀도가 낮다면, 이를 채울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사업수단은 무엇인가. 인구밀도나 산과 강의 형상을 보면, 서울은 이미 세계 대도시 중 밀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론 일부 지역의 건축밀도는 낮아 보인다. 3기 신도시가 위치한 서울 반경 15㎞ 권, 30분 통근권은 서울인가, 주변인가? 셋째, 서울 도심에 공급 가능한 주택규모는 얼마일까? 기반시설처리 용량이 높고 대중교통이용을 촉진할 수 있는 환승역세권과 제조업 영위가 어려운 준공업지역의 복합화와 고밀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낡고 불편한 주택을 재개발, 재건축하는 일은 촉진돼야 한다. 분상제, 재초환 등 정비사업을 둘러싼 규제들을 재검토해 사업이 작동하도록 해줘야 한다. 한편으로 용적률, 높이규제를 없애면 주택공급이 확대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민간 만능도 경계해야 한다. 공공재개발, 민간 재건축, 빈땅 개발을 통해 실제로 공급될 수 있는 물량은 얼마나 될까? 넷째, 진행 중인 사업을 되돌릴 수 있는가? 진행 중인 3기 신도시건설과 GTX건설을 철회할 수 있는가. 이로 인한 득과 실은 무엇인가. 다섯째, 공허한 논쟁 대신 합리적 공론화의 장을 기대하는 일은 과욕인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는데, 부동산을 둘러싼 논의는 10년쯤 후퇴한 느낌이다. 도심의 낡은 집을 고쳐 쓰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작동될 수 있도록 관련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공공은 규제를 완화해주고, 민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맡아야 한다. 특히 서울의 도심부와 같이 빽빽하고 비싼, 이해관계가 첨예한 곳의 정비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도심부에 수십만 호의 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하는 일은 상상하지 못했던 리스크를 만들어낼 것이다. 숨 고르기와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와 GTX건설은 그린벨트에 갇혀 있는 서울의 숨통을 틔워주고 수도권의 새로운 다핵분산형 비전을 보여줄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규범이나 도덕의 잣대로 재단하게 되면 시장이 작동해 문제를 풀어갈 기회를 놓친다. 공허한 논쟁 대신 합리적인 공론화가 절실하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천자춘추] 현대판 장발장

지난해 3월 40대 남성이 계란 18개를 훔친 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체포될 당시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열흘 동안 굶고 물만 마셨다고 한다. 현대판 장발장인 셈이다. 장발장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이름이다. 소설 속의 장발장은 배고픔을 면하려고 빵을 훔쳐 19년간 수감된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을 통해 19세기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기에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민중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레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부랑자, 가난한 노동자, 매춘부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빅토르 위고는 다음과 같은 서문을 통해 레미제라블의 집필 목적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 시대의 세 가지 문제, 무산계급으로 인한 남성의 추락, 기아에 의한 여성의 타락, 무지 때문에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또 어떤 지역에서 사회의 질식 상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한, 다시 말해 좀 더 넓게 보아 이 지상에 무지와 비참이 있는 한, 이러한 책들이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가난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로 봤다. 레미제라블이 세상에 나온 지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생계형 범죄로 수감되는 수많은 현대판 장발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중이라고 한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기존 복지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런 때에 경기도는 현대판 장발장을 예방하고자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운영 중이다. 도내 푸드마켓, 복지관, 노숙인 시설 등에 설치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에는 먹거리 등을 구비해 긴급하게 먹거리가 필요한 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현장방문 후 5가지 먹거리 및 물품으로 한정된 품목들을 더욱 늘리고, 장소도 도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주민센터 등으로 확대해 경기 기본생필품 그냥 드림 코너로 확대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가 더욱 확대되고, 활성화돼 경기도에서만큼은 현대판 장발장들이 발생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천자춘추] 산림녹화의 첫걸음, 산불 피해 최소화

6천806㏊, 여의도 면적의 23배가 넘는 이 면적은 2019년부터 올해 3월24일까지 산불로 소실된 산림자원의 면적이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경제발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땔감으로 나무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산에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었다. 그러다 녹화사업이 진행되고, 나무 심기 운동이 한창 빛을 발하면서 전국의 산이 나무로 빼곡해졌다. 해마다 진행되는 식목일 기념행사와 나무 심기 운동은 산림자원을 풍부하게 만들고,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산불로 인해 소실되는 산림면적이 크다 보니, 산림녹화를 위한 우리 노력이 반감되고 있다. 산불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선 산불진화헬기의 이륙 후 도착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2020년 6월 기준, 산림청의 산불진화헬기 출동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 소요 시간은 1분에서 1시간22분까지 매우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였다. 이렇게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는 것은 산림헬기의 출동 시스템 개선 및 조직 간 협업 등을 통해 충분히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지역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산림헬기의 출동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관내 지자체와 협업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지역별로 산불진화장비를 충분히 갖추도록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사실 산불진화장비는 산불에 대한 초동대처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그렇지만 헬기 임차사업은 지자체에서 순수 지방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산불진화에 필수 장비인 헬기를 충분히 도입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본 의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헬기 임차사업을 국고보조로 전환할 수 있게 산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얼마 전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산불 발생 시 1분1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이제 이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놓치지 않도록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을 강화시키고, 지역별 대처능력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식목일을 기념하며 새로 나무를 심고, 또 그 나무들이 소실되지 않도록 노력함으로써 더 푸르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김선교 국민의힘 국회의원

[천자춘추] 잊지못할 감동의 선물

우리는 살면서 상대방에게 축하할 일이 있을 때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때 선물을 한다.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두 번 받은 박카스인 것 같다. 첫 번째는 경제기획원 유통소비과 직원으로 근무하던 1987년 서울 은평구 통일로 도로변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던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가게 앞 벽면에 대어 자판기를 설치했으나 얼마 뒤 구청 직원이 와서 통일로변에는 안보 관련 규정에 박스 형태의 구조물을 집 밖에 설치하는 것이 금지됐다고 했다. 며칠 후 자판기를 회사에 반납했으나 회사에서는 계약서에 자판기 반납과 관련한 조항이 없다며 설치비와 보증금 등을 반환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이 억울한 사연을 소비자보호단체, 은평구청, 서울시청 등을 찾아다니며 하소연했으나 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경제기획원 소비자보호 업무 담당자에게까지 오셨다. 민원 내용을 자세하게 검토한 후 자판기회사 담당 임원에게 법 규정을 모르는 할머니에게 자판기 설치가 금지된 곳에 이를 설치, 판매한 것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설치비 등의 반환 소송을 진행하겠다고도 항의했다. 전화를 건 지 열흘 정도 지난 후 할머니가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다시 찾아오셨다. 회사에서 설치비 등을 반환해주더라고 하시며 고맙다고 연신 머리를 숙이셨다. 가져오신 박카스를 할머니와 직원들이 함께 나눠 마셨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대구 국군 군의학교에서 군 생활을 할 때 5촌 고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어느 날 대구에서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계시던 고모님이 면회를 오셨다. 얼마나 고생하니. 어제 어버이날에 대구 번화가인 동성로에 나가 카네이션을 팔아 돈 좀 벌어 이것을 사 왔다. 피곤할 때 마셔라라고 하시며 박카스 한 박스를 건네주셨다. 박카스를 받으며 가슴이 찡했다. 그 후 제대하기 전까지 여러 번 고모님 댁을 방문해 문안 인사를 드렸고 고모님이 말년에 서울 도봉구 창동 따님 집에 계실 때는 생신 전에 찾아뵙곤 했다. 누구에게나 정성과 진정이 담긴 선물은 오래 기억된다. 그러나 요즈음 세태는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직접 찾아뵙기도 어렵고 은행 예금통장으로 돈을 이체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작년 초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 이런 추세는 가속화되는데 이럴수록 예전에 받은 박카스 한 박스가 더욱 생각난다. 김춘석 前 여주시장

[천자춘추] 새봄에는 도시농부가 되어보자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올라가 인사하는 곳, 우리 집 옥상텃밭-이곳에서 뜯은 무공해 채소는 심한 아토피로 고생했던 아들과 당뇨와 혈압으로 늘 걱정이 많았던 남편의 건강을 지켜준 1등 공신이다. #내가 근무하는 소방서에는 현장활동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되기 쉬운 소방관들의 정신적인 휴식공간으로 소방서 공동텃밭을 가꾸고 있다. 틈만 나면 텃밭에서 풀을 뽑고 물을 주다 보니 최고의 헬스장까지 선물 받은 것 같다. #우리 중학교는 80평의 밭에서 감자, 고추, 가지, 상추 등을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가꾸고 수확한다. 급식에도 사용하고 일부는 지역사회에 기부하면서 농부의 땀과 정성을 깨달았다. 학교텃밭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최고의 파티장이다. 몇 해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주최한 도시텃밭대상공모전에 입상한 경기도민들의 사연이다. 또한 올해 경기도민텃밭 접수결과 개인 3천700명 이상, 단체 60개 이상이 신청하는 등 성황을 이룬 것도, 어쩌면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우울한 코로나블루 시대에서 도시농업을 통해 치유 받고 싶은 본능의 표현일 것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치유농장 활동이 노인들의 우울감을 60% 감소시키고, 학교텃밭 활동이 학생의 폭력성과 우울감을 각각 4.3%, 5.3%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내 치유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2013년 1조6천억원에서 2017년 3조7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새봄을 맞아 인류의 유전자인 경작본능으로 나는 도시농부가 되어보자. 베란다에 화분을 활용한 채소 키우기, 옥상에 들여놓은 미니텃밭 등 소규모 도시농업으로도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고 연결할 수 있다. 농업의 가치와 문화를 더 넓게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주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전략사업본부장

[천자춘추] 여자축구의 새로운 시도

2021년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첫 A매치로 축구팬들의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0년 만에 열린 한일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참패하며 여론과 축구팬의 질타가 연일 강도 높게 표출됐고, 예상보다 악화된 여론에 대한축구협회는 발 빠르게 정몽규 회장의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대한민국 언론과 축구팬들이 남자 축구대표팀에 얼마나 대단한 관심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남자 대표팀과는 달리 여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8일 고양시에서 중국을 상대로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르기 위해 최근 소집됐으나 관심은 그리 뜨겁지 않다. 그간 여자 대표팀은 열악한 저변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 및 같은 해 U-20 여자 월드컵 3위에 오르며 아직 남자대표팀도 이루지 못한 쾌거를 달성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여자 대표팀도 다수의 선수가 해외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FC위민의 조소현, 첼시FC 위민의 지소연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인 WK리그에는 수원도시공사, 서울시청, 보은상무, 창녕WFC, 세종스포츠토토, 화천KSPO, 인천현대제철, 경주한수원 등 8팀이 참가하고 있으며 남자축구팀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구단은 경주한수원이 유일하다. 이런 여자축구의 기류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수원FC다. 2020년 수원시는 공공기관 조직진단 연구용역을 통해 수원도시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여자축구팀을 수원시 출연기관인 수원FC가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금년도 7월부터 통합 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원도시공사는 최근 3년간 WK리그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올리며 인천현대제철과 경주한수원을 위협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다소 의외의 결정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축구를 전문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축구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2월15일 조직개편을 단행한 대한축구협회는 6대 핵심추진과제 중 첫 번째로 여자축구활성화를 꼽았다. 프로축구 1부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수원FC가 시민구단으로 운영하게 될 여자팀의 난제를 향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남녀 통합 운영에 대한 시너지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벌써 기대하는 눈치다. 이헌영 수원 FC 전력강화팀장

[천자춘추] 봄은 산수유의 노란빛으로부터

선운사의 동백이 졌고 남도에서는 매화 꽃비가 내린다. 선홍색, 흰색, 연두색, 분홍색 등 언어로는 미처 다 표현하기 어려운 자연의 원색이 경쟁하듯 빛을 발한다. 인간사 아랑곳하지 않고 꽃잔치가 흥겹다. 기다림 끝에 봄을 맞은 생명의 땀방울들이 꽃잎으로 분분하다. 무릇 절정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봄꽃의 행위들이 삶으로 은유되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면 그야말로 삶은 봄과 같고 봄은 삶과 같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동백꽃이 지는 모습 자체는 차라리 잔인스럽다. 동백꽃은 송이째 부러지며 쓰러진다. 마치 비정한 칼끝에 목이 베어져 나가는 것만 같다. 내가 1978년 처음으로 동백꽃 지는 것을 봤을 때, 나는 이 세상의 허망이 거기 있다고 생각했다고 표현했다. 목련에 대해 김훈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생사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간혹 생각했지만, 거꾸로 절정일 때의 그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이기도 할 것이다. 필자의 일터인 경기문화재단이 자리 잡은 경기상상캠퍼스에도 봄의 빛이 차근차근 번지고 있다. 가장 먼저 산수유가 피었다.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피어 있었다. 산수유나무가 있는 그곳으로 걸어가다 보면 차분한 평화가 깃든다. 산수유는 고고한 동백이나 화려한 벚꽃과 다르다. 매화나 목련과도 다르다. 산수유는 이 모든 것을 빛나게 하는 어시스트 같다. 가장 먼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올 때 그랬던 것처럼 갈 때도 소리 없이 간다. 소리 없이 왔다가 가는 산수유는 마치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의 모습이다. 세상사는 저마다 위치에서 저마다 역할을 하며 조화와 부조화를 이루는 많은 개인으로 이루어진 역사다. 세상이 그래도 살 만하다고 우리가 느끼는 것은 소리 없이 자기의 몫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있어서 일 거다. 그래서인지 산수유는 개나리처럼 선명한 노란 빛이 아니라 은은하고 조용한 노란 빛이다. 산수유나무 그늘에 내리는 빛은 마치 평화의 빛과 같다. 고단한 이들의 시름꽃과 주름꽃을 다 감싸줄 것 같은. 남도의 어느 골목 담벼락에서 시작된 봄빛이 이제 온 땅을 비출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기다려 맞은 봄이 갈 날 또한 멀지 않았다. 산수유나무 아래에서 우리는 또 한 번의 봄을 보내는 연습을 한다. 이 기억을 잘 저장해 두었다가 세상사가 시시해지고 삶이 허망하다고 느껴지는 어느 날에 잘 꺼내어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연습을.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천자춘추] 용수관리자동화로 ‘언택트 통수식’

해마다 4월이 되면 지역 농업인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풍년 농사를 기원하고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물길을 열어 농업용수 공급의 시작을 알리는 통수식을 개최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를 생략하는 추세다. 따라서 올해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는 물관리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언택트 통수식을 개최하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9개 지사의 중앙관리소(농업기반시설물 관리자가 감시제어를 수행하도록 지사 및 지소에 구축된 공간)에서 동시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본부 및 각 지사 사무실에서 통수식에 비대면으로 참여할 수 있어 위드 코로나 시대에 효과적인 소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업기반시설 원격제어는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업용수관리자동화사업을 통해 가능해졌다.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관할 저수지, 양배수장, 수문 등 405개소에 자동화 시스템이 설치돼 23개 중앙관리소에서 실시간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현장 시설물에 설치된 계측장비 및 CCTV로 수위, 유량 및 영상정보가 수집되어 중앙관리소로 전송되고, 관리자는 중앙관리소에서 표준운영프로그램 화면을 통해 현장에 설치된 펌프를 가동하거나 수문을 개폐하는 등 원격제어를 할 수 있다. 현장 여건과 실제 용수 이용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함으로써 효율적인 용수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취합되는 각종 계측정보는 통합정보 시스템 TOMS(Total Operation Management System)을 통해 물관리담당자에게 웹,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돼 집중호우 등 재난위기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농경지 침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4월 언택트 통수식을 시작으로 농어촌공사는 경기지역 6만1천380㏊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예정이다. 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111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94.4% 수준으로 올해 영농급수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시설 사전정비 및 안전관리 등을 통해 지역 농업인들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술에 관대한 나라

외국의 드라마를 보면 노숙자들이 술병을 종이봉투에 감싼 채 마시는 장면이 종종 방영된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으나, 후에 알고 보니 그 나라에서는 술병을 공개적으로 놓고 마실 수가 없고 그럴 경우 경찰에 의해 처벌이 되기 때문에 종이봉투에 싸서 보이지 않게 하고 마시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의 1인당 술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둔감하고 모른 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우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사건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음주운전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형사범죄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주취자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조금 달라지고 있지만, 범죄자가 술에 취해서 그랬다고 하면 어느 정도 관용적으로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술과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비슷한 이미지이나, 술에 대한 규제보다는 담배를 훨씬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느낌이다. 당장 담뱃갑에 인쇄된 사진만 하더라도 각종 암이나 심혈관계구강비뇨기과 질환을 경고하는 사진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명 연예인이 소주나 맥주를 광고하는 포스터나 입간판은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개선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술에 대한 규제 관련 예산도 금연정책 예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유튜브, SNS 등 뉴미디어에서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탓에 청소년 음주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술을 구할 수 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음주를 할 수 있는 관대한 문화 등 일상 속에서 음주를 조장하는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술로 인한 범죄에 대한 관용적 분위기도 해소하고, 강력한 규제 정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천자춘추] 경기체육 정책의 새로운 방향성

거버넌스(governance)란 개념이 있다. 흔히 협치(協治)로 번역된다. 국가나 지자체같은 공공 영역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면서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뜻한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거버넌스가 가능하다. 체육계도 물론 마찬가지다. 남상우 충남대 교수의 논문 스포츠 거버넌스의 지속 가능성을 보면 거버넌스 모형은 대략 네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머릿속에 세로축과 가로축을 쓱 그려보자. 네 개의 공간이 나올거다. 세로축은 권한의 집중도를 뜻한다. 위로 갈수록 권한이 집중되고 아래로 갈수록 분산된다. 가로축은 안정이냐, 변화냐를 보여준다. 왼쪽이 안정 지향적이고, 오른쪽은 변화 지향적이다. 이렇게 세로축과 가로축의 의미를 부여하면 네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권한이 집중되면서 별로 변화하지 않는 공간을 위계적(hierarchy) 모델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포츠 거버넌스의 거의 대부분은 여기에 머물고 있었다. 이 모델의 대각선 지점인, 권한을 분산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공간을 열린 체계(open systems) 모델이라고 한다. 참여자들에게 권한이 나눠지고 개혁적이니 매우 이상적으로 보인다. 반면 권한은 집중돼 있으면서도 변화를 시도하는 공간도 있다. 이를 합리적 목표(rational goal) 모델이라 부른다. 남 교수는 이 모델을 많은 국가들이 스포츠 거버넌스와 관련해 채택하는 모델이며 짧은 시간내에 최대의 효과, 특히 시스템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권한은 분산됐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자치(self-governance) 모델도 있다. 독일의 스포츠클럽처럼 이미 잘 돼있는 시스템을 분산된 권한으로 유지 발전시키는 사례에 해당된다. 국내 17개 시ㆍ도 체육회가 민선 회장 선출과 법인화라는 환경 변화에 따라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경기도는 공공영역과 민간단체인 경기도체육회의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새로운 체육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권한은 집중된 가운데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위의 네 가지 거버넌스 모형 가운데 합리적 목표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체육 거버넌스가 위계적 모델에 머문다면 많은 참여자들이 편할 수 있다. 과거에 하던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도민의 행복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모두 변해야 한다. 경기체육의 새로운 방향성은 그 지점에서 시작될 수 있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 자문관

[천자춘추] 플라멩코 음악 힐링백신

따스한 봄바람과 햇살을 맞이할 때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어느 봄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이 시기 춤곡과 함께 봄이오는 발랄함을 즐기며 음악으로 힐링 백신을 접종해 볼 생각이다. 봄이라 함은 그동안 움츠렸던 몸을 둠칫하게 하는 묘한 기운이 있다. 춤이라는 몸의 움직임에 음악이라는 옷을 입힌다면 더할 나위 없는 마음과 생각에도 꽃이 피어 백신이 따로 없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춤곡인데 춤곡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가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영화 여인의 향기 OST-Por una cabeza 아르헨티나의 탱고가 있고, 요한스트라우스2세 봄의 소리 왈츠 빠르고 화려한 생동감 넘치고 감정이 풍부한 춤인 오스트리아의 3박자의 왈츠가 있다. 빠른 2박자 리듬이 특징으로 하는 춤곡으로 보헤미아 지방의서 시작된 민속춤곡인 폴카로 현악기의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주법으로만 연주되는 피치카토 폴카로 가볍고 익살스러운 곡이다. 이 외에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춤과 그에 맞는 음악이 있다. 여러 종류의 춤곡을 뒤로하고 필자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춤인 플라멩코의 음악 을 소개하고자 한다. 플라멩코는 빠르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리듬 속에서 현란한 기교를 선보이는 기타연주, 노래, 원색의 화려한 주름치마를 입고 격렬한 발놀림과 몸짓으로 무대를 사로잡는 춤을 중심으로 하며 부채와 캐스터네츠, 박수, 코러스, 발 박자, 추임새 등으로 어우러지는 춤으로써 화려함, 관능적, 열정적, 매혹적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지만, 스페인 집시들의 한과 울분이 숨겨져 있는 춤이다. 플라멩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악기는 기타가 대표적이고 부드러운 클래식 기타현을 야성적인 주법으로 듣는이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거친 리듬의 연주가 열정적이고 감동적인 연주가 강하다. 스페인과 플라멩코라면 대표적인 것이 기타이지만 바이올린과 캐스터네츠로 콜라보를 이루는 두 곡을 음악 자연치유 백신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먼저 보케리니의 기타와 현악기를 위한 5중주 판당고G.488 -플라멩코 음악의 대표적인 것으로 캐스터네츠를 손에 낀 무용수가 기타와 노래가 교체되는 반주에 맞춰 추는 춤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플라멩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두 번째 소개할 곡은 기타와 바이올린 솔로 곡으로 Paco Montalvo 바이올린 연주자의 Sevilla Por Bulerias 실황 공연을 추천한다.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겨우내 얼었던 땅에서 힘차게 올라와 마치 꽃을 피우는 듯 무용수의 발 박자와 현란한 몸동작과 바이올린 연주 테크닉에서 힘찬 봄이오는 기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영은 경기예음챔버오케스트라 단장

[천자춘추] ‘결선투표제’ 시행하자

선거 시즌이 되면 꼭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단일화다. 단일화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지세력이 분산돼 있거나 자기만의 힘으로는 선거 승리가 어려울 때, 여러 세력이 정치적인 연합을 형성해 선거에 임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다. 다른 나라 선거법에서는 오히려 이런 정치연합을 장려해 각 정당을 그대로 둔 상태로 연합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할 수 있다. 스페인의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포데모스연합(Unidas Podemos)이나 프랑스 2017년 대선에서 19.5%를 득표해 기염을 토한 불굴의 프랑스(La France Insoumise)도 그 실체는 여러 정당의 연합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법 제42조의 2항에는 누구든지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는 이른바 이중당적금지 조항이 있어서, 기존 정당을 헤쳐모여하지 않으면 연합정당 형성이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선거에 즈음해 이합집산이 일어나면 기존 정당은 다 사라지고 신생 연합정당이 계속 생겨 왔으며, 단체장이나 대통령을 뽑는 경우는 복잡한 단일화 과정이 반복됐다. 입당하느냐 마느냐, 100% 국민 여론 조사인가 당원투표가 일부 포함되는가, 여론조사를 무선전화로만 하는가 유선전화도 포함하는가, 전화를 주말에 할 것인가 평일에 할 것인가. 수도 없는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 밀당을 하고, 유불리를 따지고, 코미디 같은 상왕 논쟁도 벌어지는 것이 다 단일화 때문이다. 반대편에서는 3자 대결이 유리한지 양자대결이 유리한지 셈법이 복잡했는데, 이도 다 단일화 때문이다. 선거법과 정당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당장 어렵다고 보자. 그 대신 선거법의 한 조항만 바꾸면 이 단일화 문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프랑스처럼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선거에 나오고 싶은 사람은 다 나와서 과반의 표를 얻으면 당선이다.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1등과 2등을 한 후보만 뽑아서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다. 1차 투표에서 국민의 지지도가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누가 더 지지를 많이 받는지 갑론을박할 필요가 없다. 마뜩찮은 단일화 옹립 후보에 처음부터 표를 던질 필요도 없다. 결선투표에 올라왔을 때 표를 줄지 말지만 정하면 된다. 결선투표제가 있었으면 1987년에도 후보단일화니 4자 필승론이니 가지고 싸울 필요도 없었다.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느니, 국민 여론을 직접 물어서 단일화하면 되지 않을까? 다음 선거부터는 이렇게 하자.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천자춘추] 콘크리트 위에 꽃을 피우자

저녁 퇴근길.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저만치 앞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다툼 소리가 도시를 흔들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편도 1차선 도로의 모퉁이 앞에서 택시의 승객이 내리는 동안, 뒤에 오던 승용차가 앞지르기 시도. 승객이 내리자 택시는 출발했고, 두 차량의 접촉이 일어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워낙에 1차로였던지라, 차로를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던 차량 행렬은 일제히 경적을 울렸고, 경적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질 급한 몇몇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고함을 질렀다. 두 운전자의 다툼 소리에 보태진 고함, 시끄러운 경적소리까지. 일대는 이내 아수라장이 되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한참 지켜보았다. 모두가 상대의 잘못이라며 화를 내고 있었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상대방으로서는 이기적인 범주를 넘어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행동이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에는 전체가 엉망이 되었는데도 엉뚱한 데로 화살을 돌리고 있었다. 정차하고 싶은 곳에 서는 것이 택시 아니냐고, 서 있는 택시를 질러가는 것이 잘못이냐고, 이 길을 지나간 죄밖에 없다는 등 모두가 억울하다고 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실수라며 떳떳하다 주장하고 타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분노하며 그들의 도덕성을 비난한다. 결국은 영화 분노의 윤리학의 문소리 님의 대사처럼 잘못한 사람이 없네요?라는 씁쓸한 결말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얼굴이 붉어진다. 혹자는 잘 몰라서 실수하는 것을 가지고 그렇게 매도하면 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도 아니고 몰라서도 아니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것임을 알면서도 사소한 것으로 생각하고 멈추지 않는다.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사소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사소한 것이 생활이고, 그것을 모은 것인 인생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모여 인생의 물줄기를 이루게 된다. 사소하게 생각한 잘못들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마침내 그것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거다. 지금 그런대로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거들랑 베풀고 살자. 베푼다는 것은 패배주의도 온정주의도 아니다. 공동선(common good, 개인을 포함해 사회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이다.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좋은 삶의 의미에 대해, 공동선의 의미에 대해. 이것은 우리가 회피하면 안 될 가치에 관한 질문이다. 콘크리트 위에 꽃을 피우듯. 정현정 유한대 보건복지학과 교수

[천자춘추] 다문화와 귀화인, 경기인

세계적으로 한류가 폭발적이다. 그중에서 케이팝(K-POP)은 독보적이고, 한글, 케이푸드(K-Food)와 케이드라마(K-Drama)도 이를 보태고 있다. 우리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호응에 어깨가 절로 으쓱여진다. 코로나19로 모든 길이 막혀 있긴 하지만, 많은 세계인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대한민국을 오가고 있다. 여행, 사업, 학업, 취업 등 각양각색인데, 그들은 우리 사회를 다양한 모습으로 바꾸고 있다. 경기도에는 6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전체 25%라고 한다. 유명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다문화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동네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내용은 우리 생활에 속속 들어와 자리하고 있다. 이제 그들의 다문화가 더는 낯설지 않다. 민족주의가 휩쓸던 20세기에 우리 역시 한민족의 정체성을 여기에 가둬두려 했다. 우리의 전통문화 모든 것은 세계 최고의 것으로 자화자찬 됐고, 이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매몰돼야 했다. 우리는 독단적이 됐고, 획일적이고 통일적인 체제를 한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배타적인 사고와 태도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다문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배경의 우선은 디아스포라였다. 고조선 때부터 전쟁을 통해 대규모의 이산(離散)이 이뤄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고려와 조선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쪽으로의 대규모 디아스포라도 있었고, 그들의 다문화를 소개한 이들이 귀화인이었다. 고려 초 발해의 멸망으로 그 세자 대광현(大光顯)과 함께 20여만명 이상의 귀화인이 들어왔다. 이후 거란(요)과 여진(금), 몽고(원)과의 관계에서도 이산이 각국에서 이뤄졌다. 고려에 들어온 이들의 많은 수는 옛 경기지역인 배주(현재 황해도 배천), 양주(거란촌) 등 경기에 거주했다. 조선시대에도 왜인야인(여진)중국인회회인(이슬람)들의 귀화가 있었고, 간혹 표류 등으로 서양 이방인들의 귀화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가 경기에 살았다. 그들과 그 후손들은 경기인(京畿人)이 됐고, 그들이 지니고 온 각국의 문화는 우리 문화에 접목되며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경기문화로 발전했다. 전통시대에 귀화 또는 투화(投化)라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불리던 그들을 우리는 다문화(多文化), 다문화인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에도 여전히 우리와 다르다는 상대적인 인식이 들어가 있다. 이제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경기인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그들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경기문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천자춘추] 노인봉양 아닌 ‘실버파워’ 시대

한인의 미국 이민사를 다룬 미나리가 할리우드를 강타해 화제고, 이 영화의 조연배우 윤여정이 대한민국 영화 역사 102년을 통틀어 최초로 배우 부문으로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려 더 화제다. 윤여정은 데뷔 55년차 원로배우다. 올해 74세인데, 70대에 전성기를 맞은 듯한 느낌이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인싸가 된 듯하다. 윤여정은 생계형 배우임을 자처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한 거였어요. 요즘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어. 배우는 목숨 걸고 안 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보통 60대 이상을 실버세대라 부른다. 60대 이후면 은퇴를 통해 인생의 2막을 연다고도 한다. 청춘 시절 고난의 보상을 위해 흔들의자에 않아 여유 있게 인생을 누리는 게 어쩌면 우리가 좁은 시선으로 보던 부러운 노년의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누가 74세의 배우 윤여정을 노인이라 하겠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42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올해 팔순이며, 우리나라 야당 대표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두 살이 많다. 실버타운도 옛말이다. 이제 실버세대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대세이고 주역이다. 이쯤 되면 고령화 사회를 걱정할 것도 없다. 노인들도 청년 이상의 제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옛날 기준처럼 젊은 세대가 노년층을 봉양한다고만 생각하면, 이 사회의 미래는 없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고령인구 비중 7% 이상)로 진입한 이후 18년 만인 2018년 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14% 이상)가 됐다. 이런 추세라면 2026년에 초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이상) 진입이 유력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볼 때 청년세대가 노년층을 봉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만 빠져 있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현실이다. 그러나 고령화의 의미가 예전처럼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실버세대에 맞는 실버파워가 필요하다. 실버세대의 잠재력을 이끌어 적극적인 경제사회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윤여정은 특별하지 않다. 자신의 역할과 삶에 충실했고, 남들이 노인이라 부르는 나이에 누구보다 멋진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조연처럼, 우리 사회에도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줄 실버세대가 참 많고 늘어나고 있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 노인의 삶을 방향을 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니다. 노인 잠재력을 이끌어줄 사회적 인식개선과 제도 보완 및 장기적인 정책 마련을 시작할 때이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천자춘추] 고민 많은 시대, 주목받는 다양성 영화

지난 2월28일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같은 부문에서 수상한 데 이은 쾌거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최하는 골든글로브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모두 다루는 미국 양대 영화제로 꼽히곤 한다. 또한, 골든글로브 수상작이 같은 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경우가 많다. 미나리 역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 수상이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미나리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작품이 아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비 약 200만달러만 쓰였다. 즉 미나리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애환을 다룬 시나리오 중심의 작품이며, 독립ㆍ예술영화로 불리는 다양성 영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성 영화란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으며 예술적 시도를 앞세우는 작품을 일컫는다. 이러한 다양성 영화는 단순 유희나 눈요기에 치중하지 않고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경향이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인간과 사회에 고민이 많아진 지금 이 시대에 다양성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 상업영화에 밀리던 다양성 영화가 최근에는 극장과 OTT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1년 독립ㆍ예술영화 개봉작 상영 횟수가 전년도 대비 약 24%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상업영화가 반의반 토막이 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한편 경기도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을 통해 다양성 영화가 더욱더 뿌리내릴 수 있도록 경기스토리 작가 하우스,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투자지원,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지원, 경기 인센티브 지원, 경기도 다양성영화 국제영화제 참가지원 등의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시나리오 아이디어가 있는 경기도민이라면 관련 지원 사업을 찾아보길 권한다. 지금 당신이 하는 고민이 제2의 미나리로 창작될 수도 있다. 박무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3월 신학기, 모의고사의 연속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 조짐으로 가고 있다. 이제 막 개학을 하여 선별적으로 등교를 시작하고 매년 3월이면 전국단위 모의고사가 진행되지만, 여전히 걱정은 쌓인다. 또한,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학평을 앞둔 상황에서 고3 수험생의 두려움은 정신적 피로감으로 두 배가 되었다. 올해는 고3 기준에서 3월25일 진행되고, 고1은 23일, 고2는 24일 분산하여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다. 미리 분산을 시킨 것은 좋은 방향인 것 같지만, 수험생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전년도는 연기를 거듭하고 4월에 실시하였고, 그것도 각자 집에서 시간표에 따라 응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실효성을 느낄 수 없었다는 학생이 많았다. 지난해 학평, 모평 그리고 수능까지 연기되면서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올해는 수능을 11월18일 셋째 목요일에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하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3월 학평은 자신과의 평가일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즉 전년도와 같은 사태가 빚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고3의 경우 시도교육청 모의고사 4번, 평가원 모의고사 2번을 치러야 하는 등 수능이기에, 어느 시험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각자의 위치에서 집중하는 연습과 최선의 노력을 아낌없이 보여야 한다. 이는 수시의 최저학력기준이나 좋은 점수를 받아 정시지원을 할 수 있는 등 모두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고12의 경우는 4회 치르는 과정이 남았지만, 지역별로 보지 않는 시험이 있으니 일정을 꼭 확인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고1ㆍ2ㆍ3 연간 출제범위표는 시도 교육청 및 평가원에서 확인 가능하다. 3월은 새로운 입학과 고1 학생이나 고23학년 모두 처음 치르는 시험이기에 유형 및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가 우선돼야 하고, 계획적인 관리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중요하겠다. 3월 학평을 앞두고 매일 복습을 하는 학생은 드물다. 어떻게 복습을 하는지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집에서 하는 복습은 학교에서 한 5분 학습법의 반복이 되어야 한다. 또한, 한 시간 공부한 내용을 세 줄로 정리하는 것으로 3단계 복습은 마무리될 수 있게 학습하라. 즉 6교시의 수업을 들었다면 1교시당 약 5분 정도를 이용해 차근히 정리를 해보는 방법으로 복습하면 3월 학평은 당신의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추민규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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