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여성건강은 주로 임신ㆍ출산에 국한하고 있으며 정부는 국가목표에 따라 여성의 출산을 통제해 왔다. 경제개발시기에는 출산을 제한하는 정책을 폈고, 저출생 사회가 도래하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등 국가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 온 것이다. 국제사회는 일찍이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주목했다.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월경,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을 비롯한 삶의 전 과정에서 안전ㆍ존엄ㆍ건강과 자율성을 보장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1994년 카이로 행동강령은 누구나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적절하고 수용 가능한 방법에 대해 필요한 정보와 보건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고 받을 권리를 명시했고 이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유엔아동권리협약,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여러 국제 협약과 규약에도 포함해 왔다. 2016년 유엔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위원회도 성재생산권리가 건강에 대한 권리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으며, 국제사회의 공동목표인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에도 성재생산건강을 17개 목표 중 하나로 포함했다. 아직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은 모자보건법에 근거한 모자보건사업 위주이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건강가정기본법,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도 주로 임신, 출산 건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행히 정부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성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정책이 포함되고, 제2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 성인지적 건강증진기반강화를 포함하는 등 여성건강의 관점에서 성재생산건강에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임신과 출산 위주다. 특히 모자보건법은 여성의 생애 전반에 걸친 성재생산건강권을 보장, 보호하는 근거법으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평가된다. 국가적으로 성재생산건강권 존중을 위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포괄적인 계획 수립과 추진체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재단에서는 올 상반기에 경기도와 함께 성재생산건강권 존중을 위한 정책포럼을 추진했다. 경기도는 전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해 월경 건강을 지원하며, 의료서비스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하는 등 성재생산건강 권리 존중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제도의 미비로 인해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모자보건사업은 주로 공급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 생애주기 여성의 특성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성재생산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서 사회적 인식과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고,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기본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여성인권과 성평등 관점에서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임혜경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오피니언
임혜경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2021-09-22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