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명의 발달

외출 중에 집안 온도를 조절하고 밥을 짓는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휴대전화로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본다. 길 가거나 휴양지에서도 직장의 화상회의에 참여해 일을 본다. 강의실이 아닌 아무데서나 노트북 PC로 강의를 들은 대학생이 리포트를 무선을 통해 교수에게 낸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확대 개방 기술로 제공되는 변화는 이밖에도 많다. 이엔 암호기술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있긴 있다. 하지만 앞으로 늦어도 10년, 아니면 5년 후에는 이같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보편화 한다는 것이 IT(정보통신)산업의 전망이다. 가정이나 기업체 또는 PC방 등에서 사용되는 지금의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예를들어 설치가 고정된 전화기라고 한다면 이의 서비스를 무선으로 제공하는 확대 개방은 이통통신과 같다할 수 있다. IT산업의 발달은 이처럼 인간생활의 패턴을 바꾼다. 지나간 5년, 10년 전보다 앞으로의 5년, 10년 후의 변화가 더 빠를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인간생활의 급속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문제를 야기시킨다. 현재도 IT산업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각종 관련 법규가 5년, 10년 뒤엔 더 처져 지금보다 더 심한 범죄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윤리관도 달라져 도덕규범의 재편 과정에서 기계로 인한 인간성 상실도 우려된다. 사이버 테러 또한 공포의 대상이다. 이번 웜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한 인터넷 마비가 앞으로 또다른 사이버 테러로 재발된다면 국민생활에 미치는 피해는 해가 더해 발생할 수록이 더 클 것이다. 만약 3차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컴퓨터 오류에 기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과학문명의 발달은 참으로 편리한 순기능도 있지만 무서운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인류가 과학문명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인성 추구의 정신문화와 오류 방지의 과학문화가 양립되어야 한다. 이것이 잘 안되는 것 같아 문제다. / 임 양 은 주필

이명주씨 수기

유명 정치인의 자녀로 사춘기를 보내면서 겪었던 가족생활, 학교생활 등 주변 얘기가 담담하게 그려졌다. ‘이인제 의원님! 우리 아빠 맞아?’ (서울·느낌이 있는책 출판)는 이 의원 맏딸 이명주씨(24)가 근래 252쪽 분량으로 쓴 대화 형식의 수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안양 선거구에서의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노동부 장관, 민선 경기도지사, 국민신당 대통령 후보에 이어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 저자가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오는 동안 정치인 아버지 때문에 치른 애환의 체험담이 담겼다. ‘아빠는 정치인, 엄마는 원더우먼, 나는 가정부’ 등 네마당으로 구성된 수기에서 그녀는 여느 학생과 다름이 없는 자신을 누구의 딸로 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1997년 대선 땐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어느 텔레비전 대담에서 패널의 자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부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느냐’는 전화 문의가 학교로 빗발쳐 학교 전화가 한동안 마비되는 바람에 선생님들께 민망했다고 했다. 심지어는 학생들 간에 ‘너의 집 수도꼭지는 금수도꼭지란데 맞느냐?’는 등 가당치 않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세간의 정치 불신으로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하는 것을 들을 땐 아버지가 가여웠다고 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는 정치학 강의 시간에 교수가 ‘이인제’실명을 들어가며 딸이 있는 줄 모르고 인신공격을 해대어 나중에 개인적으로 찾아가 항의했다는 일화가 소개됐다. 그녀가 마지못해 가진 인터뷰 기사에서 하지도 않은 말이 나오는 과장 보도가 있었다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의 일면도 보였다. 정치인 아버지 때문에 마음 상한 일이 많았지만, 그런 가운데도 가정에선 자상한 아빠로 보람과 긍지를 갖는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은 장차 보통남자와 결혼해 현모양처가 되는 게 소원이라고 소박한 여성의 꿈을 밝혔다. 정치인 자녀가 정치인 아버지를 소재로 펴낸 수기는 이명주씨가 처음인 것 같다. /임양은 주필

지구 종말?

성경 출애굽기 35장 22절∼36장 29절에는 예루살렘에 건설된 사원이 2008년에 파괴되면서 이스라엘을 제외한 아랍과 유엔간에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다는 예언이 숨어 있다. 창세기 20장 2절과 21장 2절까지에는 2010∼2012년 화성 주위를 도는 위성 포보스에서 떨어져 나온 7개의 거대한 운석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을 강타해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운석 충돌 때 생긴 충격으로 극의 위치가 바뀌어 지구환경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일본과 필리핀은 태평양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국가자체가 사라진다. 이후 핵전쟁의 후유증과 기근, 질병 등이 지구를 휩쓸어 2045년까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기는 인류에게 구원의 희망을 제시하는 ‘아담’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첫번째 ‘아담’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간이다. 창세기 30장 31절∼31장 2절에는 인류가 혹독한 시련을 겪은 뒤에 1천년간 황금시대를 맞게 된다는 암시가 담겨 있다. “인류가 방종한 삶을 계속한다면 2012년까지 40억명 이상이 사망해 단지 14만4천여명만 살아 남을 것이다” 성경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성경으로 예측한 세계의 미래’라는 책을 펴낸 엔지니어 출신 작가 조셉 노아가 “성경은 인류에게 최종 경고장을 보낸 상태”라고 대오각성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예언서 분석에 평생을 바친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파멸은 2002년부터 이미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출발은 2005년이라고 한다. 가까운 장래에 세계적인 경제공황이 발생해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이스라엘과 다른 아랍국가 간의 중동전쟁이 발발해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는다. 믿거나 말거나 식이 아니라 컴퓨터 등을 동원해 성경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지구종말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겸허하게 성실하게 살아야 된다는 메시지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청남대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는 청남대(靑南臺)는 역대 대통령이 휴가때마다 국정운영 구상을 하던 대통령전용 휴양시설이다. 1983년 완공된 청남대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 신대리 일대에 ‘숨어’있다. 옥새봉 월출봉 소위봉 작두산 등 4개의 산과 드넓은 대청호가 겹겹이 에워싼 천혜의 요새다. 거기에 바리케이드와 철조망, 1개 대대의 공수부대가 물길을 막고 경비정이 물길을 막는다. 하늘 역시 반경 4.8km 고도 3km가 비행금지구역이다. 청남대는 원래 수몰지구에서 옮겨와 조성하던 한옥 전통단지를 모조리 뒤엎고 세워졌다. 30만평 정도라고 추측할뿐 정확한 면적도 밝혀지지 않았다. 청남대가 3개의 건물과 골프장, 낚시터, 정원을 갖춘 낙원이라는 소문도 ‘설’뿐이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경치에 반해 지시했다는 설도 있고 모 지역 국회의원이 아부용으로 바친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 청남대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개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전임 대통령도 개방하겠다는 공약을 했었지만 당선된 후엔 ‘나 몰라라’로 일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청남대를 개방하고 희망의 다리와 분수대를 설치한다고 해놓고 고작 청남대 정문을 4km 뒤로 물린 데 그쳤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나마도 안했다. 청남대로 인해 각종 규제와 지역경제 황폐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청원군 문의면 주민들은 청남대를 국제컨벤션 센터로 활용하거나 행정수도 이전에 맞춰 대통령 집무실로 꾸미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1년에 고작 1주일정도 묵는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수백명의 군인이 배치되고 1만여명의 생존권이 희생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청남대 개방’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전임 대통령들보다 더 위신이 추락된다. 노 당선자의 현명한 결정이 기다려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화폐 모델

우리나라 화폐에 선조들의 영정화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다. 1만원권에 세종대왕(1397∼1450), 5천원권에 율곡 이이(1536∼1584), 1천원권에 퇴계 이황(1501∼1570), 100원 동전에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이 등장해 있다. 화폐 영정화를 그린 작가는 김기창 이종상 이유태 장우성 화백이다. 네사람은 공통적으로 이당 김은호(1892∼1979) 화백의 문하생이다. 1975년 첫선을 보인 1천원권의 이황 영정은 이유태(1916∼1999)의 작품이다. 이 화백은 19세때 이당에게 전통기법을 익힌 뒤 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에서 채색화기법을 공부했고 귀국후 이당의 화맥을 잇는 후소회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다. 5천원권의 이이 영정은 서울대 박물관장 이종상씨가 30대 초반때 그렸다. 이당의 추천과 고증을 받아 젊은 나이에 영정화 작가대열에 합류했다. 1만원권의 세종대왕은 김기창(1914∼2001)이 그렸다. 100원권 동전의 이순신상은 장우성의 작품이다. 18세때 이당 문하에서 화업을 시작해 인물 영정기법을 수학했다. 우리나라 화폐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성군, 대학자, 구국의 영웅 등 다양하다. 미국의 경우 화폐의 위인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1달러)에서 벤자민 프랭클린(100달러)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일색이다. 프랑스는 문화 애호국답게 화가, 음악가, 문인 등 인류문화에 공헌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20프랑 지폐에는 음악가 드뷔시, 50프랑에는 ‘어린 왕자’의 작가 생 텍쥐페리, 100프랑에는 화가 세잔과 그의 대표적인 정물화 ‘사과와과자’가 그려져 있다. 200프랑에는 에펠탑을 설계한 건축가 에펠, 최고액권인 500프랑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퀴리부부가 새겨져 있다. 이렇게 나라에 따라 화폐에 나오는 위인의 선정 기준은 다르다. 찬반 양론이 분분하지만 한국은행에서 발행을 검토중인 10만원권 지폐에는 신사임당 같은 여성이나 예술인의 영정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청바지와 유행

청바지의 블루 진(blue jeans)에서 ‘진’의 어원은 이탈리아 고도(古都) 이름이다. 이탈리아어로는 제노바(genova)였던 게 영어로 제노아(genoa)라고 전해지면서 진(jeans)으로 변했다. 그러니까 청바지 천은 이탈리아 제노바란 옛도시에서 원래 천막용으로 생산됐었다. 이랬던 게 바지를 만들어 입은 것은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 등 서부에 골드 러시가 일어나고였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금(砂金)을 채취하려고 모여들었으나 황량한 들판에 숙소라고는 천막뿐이었다. 옷도 이내 해어져 입성도 말이 아니었다. 이러다가 누군가가 두터운 천막천을 뜯어 바지를 해 입은 게 오늘의 청바지 원조인 것이다. 천막천으로 만든 청바지는 쉽게 떨어지지 않아 서부의 금쟁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또 청바지가 허옇게 닳은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금을 오래 캤으므로 닳은 청바지는 돈많은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청바지는 앞뒤가 허옇게 닳아야 제격인 것은 이같은 원조에 기인한 유래가 내포됐다. 또 청바지를 몸에 꽉 끼게 만든것도 채금작업의 능률을 올리는데 편하게 하기 위했던 것과 연관된다. 지나치게 허리나 골반부분을 꽉 조이는 옷은 몸에 해롭다는 최근 외신이 있었다. 영국의 BBC방송은 캐나다의 의학잡지에 실린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엉덩이 뼈 아래 신경에 혼란을 일으켜 하체 부분의 지각에 이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학설대로라면 여름철에 젊은 여성들이 특히 즐겨입는 핫팬츠도 골반을 꽉끼어 몸에 좋다할 수 없다. 핫팬츠는 원래 서부시대엔 없었던 것으로 유행의 변형이지만 그렇다고 유행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유행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철의 장막으로 불리운 소련을 붕괴시킨 것도 청바지다. 당시 그들 사회 틈새에 잠입한 청바지가 마침내 널리 유행하면서 폐쇄사회의 정신적 빗장이 무너진 것이다. /임양은 주필

우리가 머문 時空

150억년이면 대체 얼마나 긴 세월일까. 대폭발(빅뱅)에 의해 우주가 생성한 추정 연령을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보고 있다. 지구가 생긴지는 약 50억년이고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30억년 전이라고 한다. 인류의 원조로 보는 원인(猿人)은 여러 학설이 있으나 1억년도 안된다. 인류의 진화를 원인에서 원인(原人), 구인(舊人), 신인(新人), 현생(現生)으로 구분하고 있다. 인류는 또 앞으로 우주 속에서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와 더불어 얼마나 천문학적 수명을 누릴 것인지 아무도 예측 못한다. 우리의 현대인들은 바로 이같은 무한대 개념의 세월에 비해 한 순간에 불과한 시(時)에 머물고 있다. 공간으로도 한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전 미국 천문학계는 태양계가 속한 은하 주변에서 거대한 성운(星雲)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무변광대한 우주는 수백·수천억개의 별들이 있고 그 중엔 빛의 속도로 수억광년을 가야 닿을만큼 먼 곳도 있다. 이 중 어떤 별에 생물체가 있고 더욱이 인류같은 고등동물이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흔히 말한 화성인은 화성엔 생물체의 존재가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수 없는 가상이다. 이밖에 외계인을 소재로 하는 SF영화가 있으나 인류의 궁금증을 달래는 억측에 불과하다. 우리의 현대인들은 무변광대한 우주가운데, 그중 지구촌의 대한민국 땅에서 존재하는 공(空)의 개념에 머물러 있다. 참으로 소중한 시공의 만남이 우리의 사회다. 천년만년 살것처럼 야단들이지만 100년도 못산다. 그나마 활동하는 세월은 단 몇십년에 불과하다.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다’라고 했다. 하물며 상상을 불허하는 시공 속에서 이렇게 더불어 사는 것을 인연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인연치고는 다신 돌이킬 수없는 참으로 귀중한 인연이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사회생활, 하루가 아까운 삶의 보람이 이래서 소중하다. 길 거리에서 만나 말없이 지나쳐도 만나키는 행인들 모두가 인연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뭘 보여주겠다고?

텔레비전 방송의 보도, 교양, 오락 등 3대 기능 가운데 가장 많은 점유율을 오락 분야가 차지한다. 1일 편성대 중 60%를 육박한다. 그야말로 그렇고 그런 드라마 홍수에 시시콜콜한 토크 쇼가 사태를 이룬다. 오락프로그램의 포멧 또한 일본 텔레비전 방송의 모방 투성이다. 누구랄 것 없이 텔레비전 시청 중독에 걸렸다. 오랜 습관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방송사가 제멋대로 만들어 보여주는대로 보게 마련이다. 한동안 텔레비전 수상기를 ‘바보상자’라고 했다. 가족간의 대화마저 끊긴채 멍청하게 ‘바보상자’를 들여다 보노라면 보다가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시간의 연장이 방송위원회에서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오는 3월 봄철 프로그램 개편 때부터 3시간 연장하고 1년 뒤엔 종일 방송을 허용해 달라는 지상파 방송사들 요구를 방송위가 자율화란 명목으로 허용할 움직임을 보인다. 지상파 방송시간 연장은 시청자를 위한 게 아니다. 자사 수입을 위한 광고 때문이다. 연간 조(兆) 단위의 수익을 올리면서 그래도 광고를 더 못해 안달이다. 지상파가 방송광고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이 모양이다. 지상파 방송광고료는 상상을 불허할만큼 높다. 이같은 광고료를 광고주는 생산비에 포함시키므로 결국 소비자가 부담한다. 방송광고료를 많이 투입하는 것만큼 더 비싸게 소비자는 사 쓰게 된다. 도대체 방송시간을 연장하면 무엇을 보여 주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도 그럭저럭한 드라마, 시시콜콜한 토크 쇼 등 오락 프로그램의 재탕 위주에 방송편성을 의존하고 있다. 겉으로는 공영방송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철저한 상업방송으로 치닫는 방송문화의 왜곡이 가뜩이나 심각하다. 각 텔레비전 방송사마다 광고를 의식해 기를 쓰는 시청률 경쟁은 대중문화를 우민화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시간 연장은 전파 및 전력 낭비다. /임양은 주필

가족계획운동

가족계획운동 우리나라 가족계획운동은 1960년대초에 시작됐다. 산아제한 포스터도 이 무렵 나왔다. 지금 다시 보니 시대변화가 실감난다. 1960년대 초엔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였던 가족계획운동이 1960년대 중반 ‘세살 터울로 세 자녀만 35세 이전에 낳자’는 ‘3.3.35캠페인’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고 1980년대에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한 자녀 갖기 운동’까지 전개됐다. 가족계획운동이 성공했는지 지금은 출산율이 저하됐다고 걱정들이다. 우리나라의 현 인구 규모가 유지되려면 가임 여성 1명당 2.1명의 자녀를 가져야 하는데 출산율이 1.3명이다.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계속 늘어나고 설령 낳고 싶어도 한국 사회의 시스템이 지나치게 높은 양육비, 교육비를 요구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인구정책이 ‘출산장려’로 바뀌지 않았는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출산장려에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군·구는 인구가 2년 연속 5만명 이하에 머물면 지자체 조직에서 2개과를 줄여야한다. 또 인구, 자동차수 등 30여개 항목을 근거로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세도 인구가 감소하면 줄어들기 때문이다. 10만원씩 지원하던 농어촌 신생아 양육 지원금을 20만원으로 늘렸는가 하면, 농사를 짓는 산모에게는 출산으로 못한 일을 보충해 주기 위해 품삯 명목의 현금을 주기도 한다. 광주(光州)시 북구의 경우, 2월에 만 20∼45세 주부를 대상으로 ‘다산왕’1 ,2, 3등을 뽑아 1등은 부부동반 2박3일 제주도 여행권을 준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인구밀도는 세계 3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악지대다. 30%의 국토에서 4천700만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 결코 적은 인구가 아니다. 가족계획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의용소방대

의용소방대 소방파출소는 소방관서 제일선이다. 하지만 대·중소도시를 제외한 전국 2천423개 농·어촌 읍·면지역에는 소방관서가 없다. 이런 곳은 소방차가 출동하더라도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 투입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1년에 서너번 날까 말까 하는 농·어촌 화재에 대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소방서 혹은 소방파출소를 설치하는 것도 예산상 어렵다. 읍·면지역까지 소방파출소를 설치하려면 현재 소방공무원 2만5천명의 최소 5배 인력이 있어야 한다.의용소방대는 그래서 조직됐다. 현재 시·읍·면지역에 2천875개가 조직돼 있고 8만4천여명의 의용소방대원이 소속돼 있다. 의용소방대원은 도시 지역의 경우 소방계몽 또는 봉사활동을 하지만 소방관서가 없는 지역에선 화재시 출동해 실제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업무를 한다. 특히 초기 진화가 중요한 산불이 났을 때 의용소방대 역할은 두드러진다. 의용소방대원의 평균 연령은 45세 이상 50세다. 농어촌인 읍·면지역은 대원의 정년이 63세에 이른다. 지난해 의용소방대는 전국적으로 화재 현장에 1만1천62회 출동했고 인명구조 1천855회 등 모두 6만2천324회나 출동했다. 각 지역에서 자연보호, 청소년선도 봉사활동은 포함안된 수치다. 의용소방대원이 화재시 출동하면 수당이 지급된다. 지난해 의용소방대원에 대한 예산지원은 220억8천만원정도로 모두다 지방비에서 지원됐다. 그러나 보조금이 지방비에서 지원되다보니 자치단체별로 제 각각이고 재정형편이 좋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는 최소한의 규정에 맞는 지원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번 화재출동수당이 1만7천400여원인데 어느 지방의 경우는 10번, 20번 출동해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6번밖에 출동수당을 못받았다고 한다. 화재현장에 목숨을 걸고 출동했는데도 수당을 주지 않았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소방행정이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태교음식

우리 조상들은 옛 태교음식은 21세기와도 상통해 신비롭다. 호두나 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해 태교에 좋다. 대추를 즐겨 먹으면 뱃속의 아이가 튼튼히 자라고 임산부의 몸을 잘 보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안증이 있는 임산부는 대추차를 마시면 효과적이다. 임신초기엔 신 음식을 찾게되는 것은 태아의 골격 형성에 필요한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본능적인 욕구다. 이 때엔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구연산이 풍부하게 든 매실이 제격이다. 잉어는 질좋은 단백질·혈관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 칼슘, 비타민 B1이 많이 들어 있는데다가 소화흡수도 잘돼 태교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해삼엔 모체와 태아를 편안하게 해주는 콘드리아진 성분이 들어 있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장닭·보리밭·잣·밤·밀감·산나물·미역·가물치·도라지·대구·쇠꼬리·쑥·시금치·호박·홍화·현미·흑염소·흑임자·홍합 등도 태아·산모에게 이로운 태교음식들이다. 임신중 먹지 말라는 음식도 많다. 보통 건강식품으로 알고 있는 율무·마른 생강·엿기름·계피 등은 유산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임신 중 먹지 않은 게 좋고, 어혈(피멍)을 풀어주는 살구씨(행인)·모란 껍질(목단피)·복숭아씨(도인) 등과 광물 성분이 든 우황 청심환 등도 임산부의 금기약물이다. 조상들은 태교 중엔 돼지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밥보다 적게 먹으라고 했는데 이는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으면 임신 가려움증이나 부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삼은 몸을 덥게 하고 참외는 몸을 차게 하거나 구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임산부에겐 좋지 않다고 한다. 임신했다고 해서평소 먹지 않던 것을 먹으면 탈이 나기 쉽다고 본 것이다. 의사들은 임산초기엔 세포손상을 막고 혈액순환을 좋게하는 비타민 E가 풍부한 현미·콩·참께·상추·시금치·명란·참치·청어 등과 철분이 많이 든 간·소라·귤·명치·고등어·시금치를 먹으라고 한다. “자식이 단정하기를 바란다면 잉어를, 슬기롭게 기운차기를 원하면 소의 콩팥·보리를, 총명하기를 원하면 해삼을 먹어라”고 했다.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사주당 이씨가 쓴 ‘태교신기(胎敎新記)’의 한 대목이다. 태교음식은 현대의 관점으로 봐도 합리적인 것이 많다. /임병호 논설위원

미사일

미사일(missile)은 고대올림픽의 경기종목 중 하나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투창을 지칭한 희랍어가 어원이다. 당시 투창은 화살에 버금가는 장거리용 무기였던 것이다. 장거리 무기의 개념이 지구를 돌만큼 길게 개발된 게 현대 미사일이다. 로켓이나 제트엔진으로 추진, 전파 관성 레이저 등에 의해 목표에 유도되는 가공할 무기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이 있으며 핵 탄두를 탑재하기도 한다. 미사일에 대응하는 요격미사일이 있다. 고성능 레이저로 적의 미사일 경로를 포착, 대기권 밖에서 파괴하거나 저고도에서 요격한다. 그러나 미사일 잠수함 미사일장비함 등이 있어 지구 곳곳 아무데서나 쏘아올릴 수 있는 미사일은 역시 공포의 대상이다. 북은 미사일 강대국이다. 스커드 B.C와 노동1호 등 단·중거리 미사일을 수백기 보유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 1999년 9월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전, 북에서 시험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비록 대기권 밖이지만 일본 상공을 날아간 적이 있다. 이 바람에 일본은 대북관계에서 미사일이라면 기를 스고 강경하게 나온다. 미국도 북의 미사일에 우려와 함께 신경을 날카롭게 곧두세우긴 마찬가지다. 미국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내년엔 개발해 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미 CIA의 이같은 판단은 함경북도 등지에서 잡힌 첩보위성 사진 등 판독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북측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엔 이어 미사일 실험발사 재개를 벼르고 있다. 미국이 약속한 경제제재 완화를 이행치 않으므로 미사일 실험발사 유예를 파기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긴장이 더욱 고조돼가고 있다. 백악관도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 전역 역시 물론 북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 /임양은 주필

사람 팔아먹은 의사

사람 팔아먹은 의사 뇌사 상태 사망자의 두 눈, 두 콩팥, 간 등 장기 이식으로 보통 대여섯명이 새로운 삶을 찾는다. 안구는 사후에도 안구은행에 보존이 가능하나, 다른 장기는 보존이 어렵기 때문에 뇌사자의 장기이식어야 더욱 많은 새로운 삶을 찾게해 준다. 가끔 이런 뇌사상태 사망자의 장기기증이 있어 감동을 주곤 한다. 장기기증 말고도 시신기증이 있다. 의학연구용으로 사후 시신을 의과대학에 미리 기증해 둔다. 수십년전 과거에 못먹고 못살 땐 행려사망자가 많아 주인없는 이런 시신을 이용했으나, 행려사망자가 거의 없는 지금엔 의대생들에 대한 해부학 등 실습을 기증된 시신에 주로 의존한다. 언젠가는 해부학 권위의 교수가 임종하면서 자신의 시신을 후배들 연구용으로 쓰라가 유언하기도 했다. 죽어면 어차피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것, 그러므로 인간사회를 위해 보다 유익하게 하기위한 것이 시신 기증자들의 마음이다. 이런 기증시신의 피부조직, 뼈 등을 어떤 제약회사에 팔아 먹었다는 서울경찰청 적발의 언론보도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마치 시신의 조직을 무슨 기계 부품처럼 하나하나 빼내어 돈받고 넘겼다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선서의 윤리를 제대로 지키지는 못할망정 차마 이럴 순 없는 일이다. 기왕 남을 위해 내놓은 시신이므로 제약회사에 넘긴 것도 사람을 구하는 일이 아니냐고 항변할지 모르겠으나 당치않다. 영업위주의 실험대상으로 기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측도 그렇다. 개발된 연구기술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인체가 재료로 필요하는 연구내용은 평가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최고 지성인이라 할 의사들이 돈에 눈이 멀어 저지른 분별없는 행위는 용서되기 어렵다. 이미 의대에 사후 시신을 기증해 놓은 같은 입장에서 보건당국은 그런 의사 면허는 마땅히 취소처분해야 한다는 판단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

보리밥

오늘날은 별식이 됐지만 ‘보리’와 ‘보리밥’은 우리의 주곡이며 중요한 양식이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손수 경작한 쌀은 농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거의 팔아야 했고 전쟁 때에는 강제 공출을 당했으므로 봄철인 3,4월경에 이르면 절량상태에 들어가 보리 수확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 시기를 ‘보릿고개’라고 하였다. 보리가 익을 때까지 산과 들을 헤매며 나무 껍질이나 나물을 캐어다 먹으며 연명했다. 수확을 기다리다 못해 보리가 덜 여문 곡식을 쪄서 식량으로 삼기도 하였다. 보리가 본격 수확되면 보리밥으로 가을철 수확기까지 견디었으며 쌀 수확 후에도 부족한 양식을 메우기 위하여 매일 보리밥을 먹었다.보리밥은 쌀에 보리를 섞어 짓거나 보리만으로 지은 밥을 말하지만 거의가 ‘꽁보리밥’이었다. 1960년대에는 학생들의 도시락밥도 3분의 2가 꽁보리밥이었다. 보리밥은 열무김치나 고추장에 비벼 먹거나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함께 먹으면 별미다. 또 보리가 완전히 익기 전에 베어다 쪄서 지은 햇보리 밥의 누룽지를 끓여 만든 숭늉은 독특한 미각을 나타낸다. 한때 보리밥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보리가 섞이지 않은 쌀밥은 설날이나 한가위날, 조상의 제삿날에야 먹을 수 있는 특식이었다. ‘쌀밥 실컷 먹고 죽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산량이 감소하여 쌀보다 드문 곡식이 되었고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하여 특별히 먹는 밥이 되었다. 보리에는 비타민1과 비타민2의 함량이 쌀보다 많아 각기병 등을 예방하는데 좋다고 한다. 변비를 방지하며 소화를 순조롭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요즘 수원 광교산자락에는 보리밥만을 지어 파는 밥집들이 많은데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건강을 위해 보리밥을 먹는 모습이 보인다. 옛날에는 너무 가난해서 밥을 굶었다고 하면 “라면 끓여 먹으면 되잖아요?”하는 아이들이다. 보리밥도 배불리 못먹었던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옛날이 그리워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사투리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세계 모어(母語)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세계 사멸 위기 언어 지도’를 보면 6천528개의 세계 언어 가운데 언어 사멸 위기는 미국과 호주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호주의 경우 1970년대까지 모어 사용을 금지, 수백가지의 원주민(애보리진) 언어가 사멸됐다. 미국에서도 유럽인의 이주 이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언어 수백가지 가운데 150가지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영어만 사용토록 하는 보수주의적 분위기가 조성돼 모어들이 사멸된 것이다. 모국어를 가장 사랑하는 국가인 프랑스의 경우도 14개 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등 유럽에서 50개 언어가 사멸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강력한 동화 정책으로 대부분의 소수민족 언어가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프리카도 1천400개 언어 중 550여개가 쇠퇴하고 있으며 250개는 현저하게 사멸위기에 처했다. 반면 일본 홋카이도에 사는 야이누족은 1980년대 말 모어를 쓰는 사람이 8명밖에 안됐으나 야이누족 박물관을 개설, 아이들에게 모어를 가르치도록 독려한 결과 수백명으로 불어 났다고 한다. 사어(死語)가 살아난 경우도 있다. 영국 코니시의 경우 1777년 사멸했으나 최근 복원돼 1천명이 제2의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모어가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은 파푸아뉴기니로 무려 820개의 언어가 살고 있다고 한다. ‘모어’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나라의 말, 모국어 또는 지리적·시대적으로 분화하여 발달하여 나간 언어의 모체가 되는 언어’ 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각 지방 사투리는 매우 귀중한 한국의 모어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표준어로 공부해 사투리가 점점 없어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영화 ‘친구’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각 지방의 사투리가 유행하고 서울에선 제주도 사투리만 쓰는 연극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가 성황리에 공연중이다. 지난 대선 중에는 자갈치 아지매가 부산사투리로 TV연설을 펼쳐 호응을 받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경남 지방에서 ‘우짤랍니꺼’를 쏟아냈다. 사투리가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말도 있지만 사투리는 지방특유의 친밀감을 주어서 좋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말이다. 표준어를 사용하더라도 남북한 사투리는 보전, 계승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보리밭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1952년 박화목(朴和穆) 작사, 윤용하(尹龍河) 작곡으로 발표된 가곡이다. 부산에서 피란생활중 작곡됐다. 발표 후 오랫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였으나 1970년대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독창은 물론 합창으로도 편곡돼 널리 애창되는 명곡이다. 푸른 비단결같이 넘실거리는 보리밭, 이삭이 황금처럼 영글어가는 보리밭은 예로부터 많은 글, 그림의 소재가 됐다. 보리는 겨울보리와 봄보리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는 겨울보리가 대부분이다. 보리에 관한 첫 기록은 ‘삼국유사’에 주몽(朱蒙)이 부여의 박해를 피하여 남하하였을 때 부여에 남은 그의 생모 유화가 비둘기목에 보리씨를 매달아 보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또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산상왕 25년(221)과 신라 지마왕 3년(114), 내해왕 27년(222)에 우박이 내려 콩과 보리의 피해가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이 보리는 상고시대부터 재배되어 벼와 함께 우리나라 주식으로 애용돼 왔다. 그러나 1980년 이후 국민소득의 향상으로 소비량이 감소함에 따라 주식으로서의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으며 생산량도 격감했다. 10대, 20대들이 가곡 ‘보리밭’을 애창하면서도 보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리밭 풍경의 정취를 잘 모르는 것은 보리밭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원시가 지난 2000년 처음 겨울철 도로주변 화단에 보리를 심은 데 이어 이번 겨울에도 식재, 호응을 얻고 있다. 겨울철에도 파릇 파릇한 보리는 공해와 병해충에도 강해 한번 식재하면 별다른 관리없이 겨울내내 푸릇함을 안겨준다. 한겨울에 녹색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도청앞 사거리와 시청앞 등 9곳의 화단 450평에 심어진 싱그러운 보리밭이 ‘보리밭’ 노랫말처럼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출산 장려

노동집약형의 농경사회에서는 자녀가 생산수단화하였다. 자녀가 많을 수록이, 특히 아들이 많을 수록이 노동력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다남부귀(多男富貴)의 관념이 이래서 나왔다. 산업사회 들어서는 자녀에 대한 관념이 달라져 ‘아들 딸 구분말고 둘만 낳기’로 인식됐다가 근래엔 둘도 많다면서 하나만 낳는 부부가 꽤나 많아졌다. 오늘날 정보사회의 특징은 남녀를 불문하고 독신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프랑스 등 서구사회에선 특히 여성 독신이 늘어 사회적 관심이 되고있다. 국내에서도 나홀로 가구, 즉 사회적 독신이 증가 추세에 있다. 이대로 가면 인구 수가 감소되는 것도 문제고 또 사회구조가 노령화할 전망이다. 2050년에는 생산가능 인구가 2000년에 비해 약27%가 줄면서 노인 인구는 전체의 약34%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노인부양 부담이 커져 국가경쟁력이 악화된다. 국내 출산율은 2001년 현재 평균 1.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7명보다도 낮다. 인구정책에 느긋했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황급히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능히 이해가 간다. 그리하여 자녀의 다산엔 세금을 감면하고 출산 보조수당을 지급키로 하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것 역시 후대를 위해 바람직하다. 이는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 또한 육아기간 연금면제, 불임 부부의 치료지원, 보육시설 확장, 남성 육아휴직 등 출산 장려를 위한 다각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아이를 몇명 낳든, 혹은 안낳든, 독신주의든 그런것은 개체의 자연법적 자유에 속한다.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그러나 공동체사회의 존재 의무를 생각한다면 굳이 정부의 출산 장려책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다는 게 개체의 권리만은 아니다. 이리하여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보편적 의무의 판단을 갖는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개념은 푸념일뿐 인류사회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다. /임양은 주필

중국에 빼앗긴 고구려 역사

신라의 삼국통일을 민족사관으로 보면 잘된 일이 아니다. 백제 멸망(660년)은 그렇다 해도 고구려까지 멸망(668년)한 것은 민족의 일대 손실이다. 고구려는 수 양제, 당 태종 등 중국의 정통 한인(漢人) 정권에 치명타를 가해 특히 수나라는 붕괴케 한 국력을 가졌었다. 그랬던 게 어쩌다 나당(羅唐) 연합군에 의해 망한 뒤로 우리의 국토는 압록강 이남의 한반도도 다 차지하지 못하고 청천강 이남으로 줄었다. 만주 송화강 넘어 그리고 요동반도까지 뻗쳤던 광활한 고구려 땅은 고스란히 당나라 땅이 돼버렸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신라라는 나라의 좁은 입장에서는 경하할 일이 될지 몰라도 다같은 민족사적 사관(史觀)에서는 결코 좋게 평가할 수가 없다. 다행히 고구려 유민이 발해국을 건국(699~926년), 만주 송화강 이남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드넓은 국토를 회복했으나 227년만에 요나라에 망하고 말았다. 가상은 부질없다지만 만약 옛 고구려나 발해의 국토를 아직도 우리가 지녔다면 민족의 진로가 달라졌을 것이다. 역사에 가상은 부질없어도 역사를 추적하는 것은 후대의 의무다. 그런데도 국내 역사학계는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현장을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늘날 자기 국토에 있는 고구려나 발해 문화유적을 자기네들 소수민족의 중국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러시아 역시 블라디보스토크 등에 있는 발해 문화유적을 자기 나라 역사로 치고 있다. 자기나라 땅에 있는 고구려, 발해 문화유적의 한국 학계 접근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구려와 발해사 연구에 많은 업적을 쌓은 조선족 교수들이 있는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방봉학 연변대 교수의 발해사 연구(2002년10월1일자 본란)에 이어 고구려사 연구에 반평생을 보면 김일경 전 안산대(요령성)교수가 또 있다. 김 교수는 특히 130여 곳의 중국내 고구려 산성을 일일이 답사, 발굴해 낸 귀중한 사료를 정립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에 많은 고구려 유적을 정부차원에서 협상해 유적 보존을 서둘러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지금 중국에 역사를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임양은 주필

閣下와 님

항일 승려시인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 나오는 님은 나라를 가리키고, 이항복의 고시조 단충가에 나오는 ‘구중궁궐 님 계신 곳…’은 임금을 가르킨다. 그런가 하면 황진이의 고시조 심야가에서 ‘어룬님 오시는 날…’은 서경덕을 사모하는 이성의 님을 가르킨다. 또 아무개님 또는 선생님처럼 고유명사나 보통명사에 붙여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인다. ‘님’은 이처럼 다양하게 쓰이지만 공통되는것은 상대에 대한 존칭이라는 점이다. 각하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은 대학 입학식에서다. 사회자가 “총장 각하께 경례!”라고 해서 내심 무척 놀랐다. 지방이었지만 명색이 국립대학 총장이라 하여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대통령이나 ‘각하’라고 해야지 무슨 말인가싶어 알아봤더니 장관은 말할 것 없고 도지사도 각하라고 하는 게 그 무렵의 통칭이었다. 군에 입대해서도 각하는 여전히 많았다. 별 하나를 비롯한 장군은 무조건 다 각하였다. ‘사단장 각하’‘군단장 각하’하며 각하 투성이였다. 심지어 연대장이나 무슨 단장 등 지휘관급 대령에 대해선 ‘부각하’라는 기발한 호칭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부각하는 1호차 지프 범퍼에 준장 별판을 달고는 덮개로 씌우고 다녔다. 이를테면 자칭 예비장군 행세를 했다. 자유당정권 때 이처럼 사태났던 각하 호칭바람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공화당정권 들어서다. 각하 호칭의 거품이 빠지면서 국무총리 이상으로 한정했던 게 나중에는 대통령만 각하로 부르게 됐다. ‘대통령 각하’는 YS정권 때도 더러 그렇게 불렀다. 청와대에서 ‘각하’란 호칭을 완전히 추방한 것은 DJ정권이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냄새가 짙은 ‘각하’란 말을 대통령 스스로가 거부했다. 며칠전 청와대에서 가진 김대중 대통령 부부와 노무현 당선자 부부의 저녁 만찬 회동에서 노 당선자는 김 대통령을 가리켜 말한 가운데 “대통령님께서…”라고 한 대목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각하’란 일제가 식민지 정책을 위해 자기들의 조어를 갖다 퍼뜨린 단어다. 이에 비해 ‘님’은 존경의 의미가 폭넓은 우리 고유의 순수한 존칭이다. 상대가 누구든 ‘님’이란 호칭처럼 더 좋은 말은 없다.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이 보편화된 사실이 새삼 대견하다. /임양은 주필

고리사채

서민들을 고금리 피해에서 보호하기 위한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2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고리사채가 사라지기는 커녕 되레 전보다 더욱 가혹하게 판을 치고 있어 서민들의 가슴이 새카맣게 타다가 무너지고 있다. 제도권에 편입된 기업형 대금업체들은 고수익보다는 안전성을 도모해 저신용자를 홀대하고, 비등록 사채업자들은 등록업체로부터 외면당한 이들을 상대로 법시행 이전 시세의 곱절에 달하는 고리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비싸다고 생각되면 쓰지 말라는데야 할 말이 없다. 특히 신용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와 돌려막기 규제 등으로 최근 신용불량자가 260여만명으로 늘어나 사채업자를 찾는 사람들은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전국 4만여개소로 추정되는 대금업체 가운데 현재 등록업체는 불과 2%선인 1천6개소라고 한다. 대부분이 오는 26일 등록 마감일까지 미루면서 막판 초고리 사업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업법 시행이후 대출희망자는 50% 이상 증가했지만 매출은 되레 30% 감소했다. 이는 신용이 낮은 대출희망자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법시행 후 대출승인율이 80%에서 40%로 하락, 정작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는 더 큰 어려운 형편에 처했다.그런데도 비등록 대금업체들은 등록업체에서 등을 돌린 신용불량자에게 이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10만원을 떼고 매주 10만원의 이자를 받는다니 살인적 금리가 아닐 수 없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사업자금 5천만원을 갚지 못해 빚 독촉에 시달리다가 이자라도 갚을 생각으로 최근 사채업자를 찾은 한 시민의 탄식이 고리대금 횡포를 증명한다. 연이율 66%로 제한하는 등록업체는 대출불가 판정을, 비등록 사채업자는 연250%의 이율을 제시한 것이다. 경찰과 국세청이 2만여 비등록업체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하지만 별무효과일 것 같다. 해결방법이 있다면 각 금융기관에서 상환기일을 늦춰 주거나 아니면 등록업체가 문턱을 낮추는 일인데 그럴만한 대부업체가 있겠는가. 수천만원, 수억원, 수십억원의 뇌물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은 특별사면된다는데 생계비 빚에 낙인 찍힌 신용불량자는 왜 구제를 못하는지 부당해도 너무 심하다. /임병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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