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에 피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1979년 숨진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 당시 노래극에 삽입됐던 곡이다. 백기완의 장시 ‘묏비나리’의 한 부분을 차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짓고, 작곡가 김종률이 곡을 만들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등의 가사는 온 몸을 바쳤던 치열한 투쟁과 죽음으로 귀결된 패배의 절망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비극적 죽음과 절망을 딛고 나아가는 비장함과 결연함을 잘 표현했다. 1980년대 각종 사회운동 현장에서 불리고 또 불렸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운동가들에게는 영혼의 노래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 노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노래이자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민중가요가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대중 정부가 5·1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1997년부터 정부 행사에서 ‘제창’됐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공연단 ‘합창’으로 대체됐다. 보수ㆍ진보의 이념 대립 속에 2013년부터는 기념행사마저 정부 주도 행사와 유가족ㆍ시민단체 기념식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국회가 2013년 공식 추모곡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냈지만 국가보훈처는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야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강력 요구했고, 박 대통령은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합창’ 방식이 다시 ‘제창’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보훈처는 16일 기존 ‘합창’ 방식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제창’이 국론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제창에 찬성 여론 못지않게 반대 의견도 적지않기 때문”이라며 “합창단이 부르면 따라 부를지 여부는 참석자 자율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모두 반발하며 재고를 요청했다. 내일이면 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외치며 총칼에 맞서다 피 흘린 시민들의 넋과 뜻을 기리는 날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곡으로 지정되진 못했지만 이 날도 많은 국민들은 이 노래를 힘차게 부를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헌재 간 국어기본법

국어기본법 제3조는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한글’로 정하고 있다. 한글 전용 정책에 따라 교과서에 한자 혼용을 금지하고 있다. 공문서를 작성할 때에도 한글을 사용해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자는 외국 문자와 다를 바 없어 국어를 표기하는 ‘국자(國字)’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한글만을 우리 고유문자로 규정한 국어기본법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2005년 제정 이후 11년 만이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등 단체와 개인들은 “한자를 한국어 표기문자에서 제외한 현행법은 어문생활을 누릴 권리와 한자문화를 누리고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2012년 10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교과서의 한자 혼용을 금지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등 하위법령들까지 헌재 심판대에 오르게 돼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은 상당히 클 전망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들은 ‘한자도 우리의 國字’라고 주장한다. 추진회 측은 “국가의 모든 공적 문서 작성에서 한글 전용 표기원칙이 강요되고 있다”며 “한국어의 공용문자인 한자로 자신의 모국어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자는 국어 어휘의 핵심 요소로 한글과 한자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라면서 “현재 초등생들은 한자어 낱말과 한자를 배우지 못해 그 뜻을 짐작해 읽고 그 글자에 대한 가르침을 받지 못한 채 국어교육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어정책을 담당하는 문체부는 “국어기본법 제3조 등은 바람직한 국어 문화 확산과 국어 정보화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담은 것으로 국가가 우리글인 한글을 장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렇다고 한자를 배척하거나 한자를 사용 못하도록 제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썼다고 해서 한자를 우리 글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한문혼용은 일제 치하에서 잠시 나타난 표기방식이고 한글 전용은 1990년대 국민이 주도한 문자혁명의 결과로, 이 과정에서 정부가 법적·제도적 압력을 가한 일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2일 열린 공개변론에선 이러한 내용의 주장이 오고 갔다. 의견이 분분한 ‘우리글’ 논란에 헌재가 어느 측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국어정책의 분수령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지방 재정제도 개악

‘불교부단체’, ‘재정교부금’, ‘지방 재정제도 개편’ 등은 최근 수원ㆍ성남ㆍ용인ㆍ고양ㆍ화성ㆍ과천의 6개 지자체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키워드다. 그러나 세정과 관련한 문제여서 단어도 생소한 탓에 아직까지 시민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듯 하다. 지방재정개편이 이뤄진다면 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피해는 어떤 것일 수 있을 지 따져봐야 할때다. 수원시를 예로 풀어보면 우선 시군조정교부금 863억원, 법인지방소득세의 50% 공동세 전환 936억원 등 총 1천799억원의 재정이 줄어든다. 시의 2016년 세출을 놓고 우선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부터 따져보면 문화 및 관광 분야로 각종 행사나 주민자치센터마다 진행하는 주민센터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 사회복지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시가 국가나 도와 매칭펀드로 운영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지원이 지속되겠지만, 시가 100% 지원하는 예산은 결코 안전할 수 없다. 10개가 넘는 사회ㆍ노인ㆍ장애인복지관 등 시설 운영, 경로당 사업, 노인장기요양시설 및 재가 급여,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등이 이에 속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일반공공행정 분야에서 공무원 건강검진, 복지포인트, 30년 이상 문화탐방, 국내외연수, 명예퇴직 수당, 연가보상비 등 직원들의 복지부분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시간외근무수당이나 출장여비까지 감축할 기세다. 가장 큰 우려는 시가 결국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쓰레기 봉투 값이나 상ㆍ하수도 요금 등에 대한 현실화로 10% 이상 인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금폭탄에 진배없다. 시가 운영하는 주차장의 요금까지 사설 주차장 가격으로 인상될 수도 있고, 과태료 징수를 위해 불법주정차에 대한 단속 강화도 가능하다. 제도개편이 이뤄진다면 6개 지자체의 시민들은 생활비 증가, 삶의 질 저하, 퇴보하는 복지 문제 등을 떠안아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뒤끝 작렬

4.13 총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염태영 수원시장은 관내 지역구 당선인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했다. 수원 지역구(5곳) 모두 더불어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향후 탄탄대로(坦坦大路)의 시정운영을 기대한 염 시장의 당연한 행보였다. 하지만 다른 당선인과는 달리 수원 갑 지역구의 이찬열 당선인(3선)하곤 전화 연결이 제대로 안됐다고 한다. 게다가 염 시장이 전화불통에 어쩔 수 없이 보낸 축하 문자까지 이 당선인은 형식적(?)으로 받아 쳤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특히 지난달 20일 아침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염 시장과 수원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과의 조찬간담회도 유독 이찬열 당선인만 빠졌다. 이날 간담회는 수원지역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이 당선인은 회의 시작 전 1시간 가량을 남겨 놓은 시점에 불참 여부를 알렸다. 또 다른 당선인이 참석을 독려했는데도 불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당선인은 공공연하게 공석이든 사석이든 염 시장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을 표현하고 다닌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사항들이 알려지면서 염 시장과 이 당선인 간 미묘한 관계가 정관계를 비롯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저런 풍문을 종합해보면 이들의 불편한 관계 중심에는 이재준 전 수원 부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이 전 부시장이 지난 4.13 총선에서 이 당선인 지역구인 수원갑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둘 사이에 금이 쫙 가버렸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텃밭으로 수년 동안 닦아 온 지역구에 염 시장의 측근인 이 전 부시장이 도전장을 냈다는 자체가 큰 배신감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염 시장이 아무리 자신의 뜻과 상관없는 이 전 부시장의 결정이라고 해명하고 해명해도 쉽사리 분이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이 전 부시장을 뛰어넘어 강력한 라이벌인 새누리당의 박종희 후보까지 거뜬하게 이긴 3선의 국회의원이다. 승리자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꼭 염 시장의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다. 이번 4.13총선 과정에서 투닥투닥 갈등을 빚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진저리가 난 수원시민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지지대] ‘노가다’ 야구

노가다(ど-かた)란 일본어가 있다.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 뜻이다. 우리가 쓰는 노가다는 조금 다르다. 공사 현장의 막일꾼을 이른다. 여기서 막일꾼이란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자’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의 노가다는 ‘생계를 위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한화이글스 야구에서 노가다 야구를 본다. 불펜 투수 송창식이 10경기(16.2이닝)에서 353개의 공을 던졌다. 박정진도 10경기(10.2이닝)에서 220개를 던졌다(이상 4월 말 현재 기준).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권혁이 2천97개, 박정진이 1천644개의 공을 던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 중에는 저스틴 데 프라투스(1천445개)가 가장 많이 던졌다. 한마디로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던지는’ 한화불펜이다. ▶선수가 지쳤는데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상위 20위까지의 투수 중에 한화는 한 명도 없다. 타격 20걸에도 로사이오(11위)가 유일하다. 선수단 전체가 집중력을 잃었다. 최고의 야수라던 정근우는 공을 놓치고 허둥댔다. ‘연봉 16억의 사나이’ 김태균은 패대기 송구로 망신을 당했다. 팀 성적은 꼴찌다. 1년 전 돌풍의 팀에서 1년 만에 몰락의 팀이 됐다. ▶김성근 야구가 보여온 패턴이다. 팀을 맡으면 일단 지옥 훈련에 돌입한다. 그 결과는 여지없이 초반 성적에 반영된다. 이때쯤이면 언론도 거든다. ‘야신(야구의 신)이 돌아왔다’. 한계는 그 다음부터다. 성적이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다. 우승에 목마른 구단이 고민에 들어간다. 이 대목에서 김성근 특유의 처신이 등장한다. ‘십자가 코스프레’다. 탄압받고 소신 있는 야구인의 모습을 연출한다. ▶이번은 어떤가. 시즌 초반 한화의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김 감독 아들의 전횡 문제까지 불거졌다. 일부에서 김 감독 사퇴론이 제기됐다. 그러자 김 감독이 입원했다. 허리 수술을 받았다. 조만간 복귀한다고 한다. 어쩌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경기장에 나선 드라마틱한 모습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지옥훈련→초반 실적→이듬해 추락→십자가 코스프레’로 이어지는 김성근식 데자뷔다. ▶십장(什長)이라는 말도 있다. ‘일꾼들을 감독ㆍ지시하는 우두머리’를 뜻한다. 공사현장에서 노가다의 반대 개념으로 쓰인다. ‘닥치는 대로 시키는 자’와 ‘닥치는 대로 하는 자’의 관계다. 한화 야구로 풀어보면 ‘혹사시키는 감독’과 ‘혹사당하는 선수’의 관계다. 아닌가? 수치와 기록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흉악범 얼굴 공개

함께 살던 회사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피의자 조성호(30)가 7일 안산단원경찰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후드 집업에 청바지를 입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했다. 모자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 얼굴이었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실명과 나이까지 밝혔다. 경찰은 “범죄가 중하고 수법이 잔인하며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 특강법에 따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흉악범 신상공개가 시작된 지 6년이 됐다. 그동안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20대 여성을 납치한 뒤 토막 살인한 오원춘 등 5명의 얼굴이 공개됐다. 흉악범의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가능하다. 2009년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 당시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자 2010년 4월 법이 개정됐다. 특강법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때 등 4가지 요건을 갖추면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씨의 얼굴이 알려진 후 흉악범 신상공개에 대한 찬ㆍ반 논란이 거세다. 찬성하는 이들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주장한다. 선진국에서도 얼굴을 공개한다며 흉악범에게 모자와 마스크까지 씌워주는 것은 인권 과잉보호라고 말한다. 또 얼굴 공개로 추가범죄 수사에 도움이 되고 유사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범인 초상권도 인권 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무시하고 신상털기식으로 공개하면 가족 등 주변인물까지 상처를 입는다고 말한다. 실제 조씨의 신상 공개 후 검증되지 않은 과거 행적과 헤어진 여자친구 신상까지 인터넷에 퍼져 2차 피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자신의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서초구 세모녀 살해사건’ 피의자 강모씨, 아이를 학대해 죽게 만든 ‘원영이 사건’의 아버지 신모씨의 얼굴 등은 잔혹성이나 국민의 공분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흉악범의 신상공개는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특강법에도 있듯이 ‘신상공개시 피의자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남용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명심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아동권리헌장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6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다. 어린이·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으며, 자살 충동을 3회 이상 경험한 경우도 5%를 넘었다. 구김살 없이 마냥 웃고 행복해야 할 어린이·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불행한 사회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최근 잇달아 터진 끔찍한 아동 학대와 폭행, 자식 살해 등은 어른들의 고개를 못들게 한다. 아동학대 사례는 2014년 1만 건을 넘어서는 등 해마다 증가세다. 최근 4년간 77%나 늘었다.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전체의 81.8%를 차지한다는 놀라운 통계다. 실종 아동도 3만6천명(2015년)에 이르며, 아동급식 대상자 또한 아직도 40여만명(2014년)에 가깝다.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된 빈곤 아동이 최대 68만명(2011년 기준)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가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의 권리와 어른들의 책임을 규정한 ‘아동권리헌장’을 선포했다. 우리나라가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25년 만이다. 1957년 동화작가 마해송과 방기환 등 7명이 만들고 1988년 정부가 전면 개정한 ‘어린이헌장’이 있긴 하지만 추상적인 내용으로 기술돼 있어 어른과 아동 모두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린이는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11조)는 조항처럼 막연한 내용이 많다. 이번에 제정된 아동권리헌장은 ‘아동은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위기에 주목해 ‘보호받고, 놀고, 학대당하지 않으며, 교육받을 권리’ 등을 9개 항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아동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며,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기초해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고 아동의 입장에서 기술한 사실상의 첫 아동권리헌장이어서 의미가 크다. 아동권리헌장 선포가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사회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학교·가정·사회에서 두루 적용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권리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진짜 선물

어린이날이 지났다. 자녀, 조카, 손주 등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선물하셨는지. 31개월 된 네살배기 딸도 많은 장난감을 선물받았다. 그 중 어릴 적 ‘씽씽이’라고 불렀던 킥보드도 있었다. 상자 개봉과 동시에 공원에서 짧은 다리로 열심히 밀며 한참 놀면서 흠뻑 땀에 젖었다.다행히 이날 미세먼지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한국환경공단이 관측한 미세먼지는 전국적으로 ‘보통’ 이었다. 장맛비같았던 비에 쓸려간 덕인지, 모처럼 연일 희뿌옇던 하늘이 제 색을 냈다. 태풍같았던 바람까지 잔잔해 내리쬐는 태양에 한여름 날씨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챙겨갔던 딸의 작은 마스크를 만지작거렸다. 문득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려 봤다. 마스크를 쓰고 놀았던 적이 있었나. 아니, 전혀 없다. 하지만 요즘 엄마들은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확률보다 미세먼지와 황사 농도를 먼저 챙긴다. 아이들의 외출 시 필수 용품 중 하나가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마스크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환경 오염으로 지구상에 모래 폭풍이 불어 식량 재배도 힘든 미래, 그 어느 날. 집 안 모든 창문을 닫아 놓았어도 모래먼지가 수북한 부엌 식탁에서 뒤집어 놓은 접시를 닦고 밥을 먹는 부분이다. 등장인물들은 외출할 때 모래폭풍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한다. 수 많은 공상과학영화나 소설 속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이세돌이 인공지능과 바둑을 두는 등 이제 많은 영역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인터스텔라 속 그 끔찍한 장면이 상상이 아니라, 소중한 아이들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동네 뒷동산에서 실컷 맡았던 그 싱그런 공기, 눈부시게 푸르렀던 그 하늘, 코와 목에 걸리는 것 없이 청량했던 그 바람. 어린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늦지 않았다. 샤워할 때 물 틀어놓고 쓰지 않기, 음식 남기지 않기, 자동차 공회전 하지 않기 등 소소한 생활 습관이 어린 시절 누렸던 환경을 되찾아올 수 있다. 내가 잠깐 감수하는 불편함과 번거로움, 그것이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진짜 선물이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지지대] 박태환 이중징계 논란

8년전인 2008년 8월 10일.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경기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는 한국 체육사에 길이 빛날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새역사의 주인공은 약관(弱冠)의 대학생 박태환으로,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이날 역사의 현장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내외와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자리했을 만큼 이 종목은 그동안 미국과 호주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세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아시아 선수가 우승물살을 가른 것이다.▶한국 수영의 44년 올림픽 출전사상 첫 금메달을 일궈낸 박태환은 4년전인 2004 아테네 올림픽에 중학생 신분으로 출전해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하면서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4년 뒤 박태환은 ‘인간 어뢰’ 이안 소프(호주)가 떠나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자유형 400m에서 당당히 우승했다.▶‘마린 보이’란 애칭과 함께 한국 수영의 대명사가 된 박태환은 안타깝게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뒤 금지약물(도핑) 검사 양성반응 때문에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고, 지난 3월 징계에서 해제됐다. FINA의 징계가 종료됐지만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인 ‘약물 양성반응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이 지나기 전에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에 발목이 잡혀 오는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그런데도 박태환은 지난 4월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18개월 공백을 딛고 자유형 4개 종목을 차례로 석권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일부 종목서는 올 시즌 세계 상위권 성적을 기록해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입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박태환은 단호한 입장의 대한체육회 방침에 따라 리우 올림픽 출전길이 막혀있다. 이에 국민들은 국내 규정으로 인한 이중처벌로 올림픽 출전길이 막힌 박태환에 대한 관용이 베풀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0.9%로 반대 의견 21.7%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정ㆍ재계 등 사회 각 계층에서도 박태환을 올림픽에 출전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국위를 선양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 박태환의 활약상과 약물 투여가 자의가 아닌 의사의 처방에 의해 이뤄진 점, 이중처벌 규정을 개선한 국제 사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고려한다면 대한체육회가 이제는 유연성을 가지고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히잡 쓴 기자

그녀의 목표는 뚜렷했다. “시장과 인터뷰하고 싶다.” 오찬 시간 내내 필자에게 말했다. “긴 시간 인터뷰는 어려울 듯하다”고 하자 “짧아도 괜찮다. 서너 가지만 물어보면 충분하다”고 했다. 사실 그 자리는 개별적 인터뷰가 어려웠다. 80명의 외국 기자들이 함께하는 오찬이었다. 누구도 단독 인터뷰를 시도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만이 인터뷰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결국, 필자가 시 관계자에 뜻을 전했다. 그날, 염태영 수원시장을 인터뷰한 유일한 기자다. ▶그녀의 집념은 인터뷰에 국한되지 않았다. 염 시장이 설명하는 수원의 모든 것을 깨알처럼 받아적었다. 수원과 화성(華城)의 역사에 대한 질문도 쉬지 않았다. “한국을 소개하는 책을 쓸 때 화성에 대해 취재도 했었지만 아쉽게 넣지 못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한류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었다. “이란에서 본 한국 드라마가 있느냐”는 시장 질문엔 ‘대장금’에서 ‘장영실’까지 줄줄이 뀄다. 그날-4월 19일- 오찬에 참석한 80명의 외국 기자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푸네 네다이(43)다. 이란 테헤란 출신으로 영문학 석사다. 시집을 출간해 세계 각국어로 번역한 시인이기도 하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에는 잡지사를 만들어 언론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에서 ‘혁명 이후 이란의 진보적 여성 작가의 운동’이란 제목으로 강연도 했다. 현재는 ‘쇼크란(Shokran)’이라는 문학잡지와 암루드(Amroud)라는 출판사를 경영한다. 그에겐 이란의 대표적인 신여성 또는 여성운동가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지한파다. 이번으로 벌써 11번째 한국 방문이다. 한국과 관련된 책 11권을 이란어로 번역 출간했다. ‘불사조의 나라 한국기행(Korea Travel Diary: The Land of Phoenix)’은 그녀가 직접 쓴 책이다. 2013년에는 서울에서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에 ‘나 홀로 부스’를 만들어 참가하기도 했다. 한국에 관한 한 그만한 이란인이 없다. 지금도 그녀의 명함 맨 위에는 ‘Goodwill Ambassador of Korea in Iran’(한국 홍보 대사)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다. ▶그날 네다이는 히잡을 쓰고 있었다. 히잡은 아랍 여성을 상징한다. 때론 여성 탄압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날 네다이의 히잡은 달랐다. 각국 기자 80명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었고 가장 돋보였다. 우리가 이렇게 이란을 모른다. 히잡에 대해서도 너무 무지하다. 히잡-루싸리-을 두고 논쟁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히잡은 종교 예복이 아니라 외교 예복이다. 굳이 값으로 매기자면 42조원 짜리 예복이다. 그날도 히잡 쓴 네다이는 가장 확실한 수원화성의 고객이었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지폐에도 ‘여풍’

미국의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0년경∼1913년)이 앤드루 잭슨 대통령을 밀어내고 20달러 지폐 앞면을 차지한다는 소식이다. 흑인이 미국 화폐 인물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터브먼과 함께 10달러 지폐에는 수전 앤서니와 엘리자베스 스탠턴 등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의 모습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확정된 지폐 도안은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지 100주년이 되는 2020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의 지폐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영국, 캐나다 등도 새로 발행될 지폐의 얼굴로 여성 인권운동가나 작가, 과학자 등을 선택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새로 발행될 5파운드 지폐의 모델로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겸 시인 낸 셰퍼드(1893∼1981)를 선정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파운드화를 쓰지만, RBS와 스코틀랜드은행, 클라이즈데일은행 등 3곳에서 자체 지폐를 발행할 수 있다. RBS는 지난 2월엔 투표를 통해 내년에 발행될 10파운드 지폐의 모델로 과학자 메리 서머빌(1780∼1872)을 선택했다. 낸 셰퍼드와 메리 서머빌은 영국 여왕을 제외하고 RBS의 지폐에 등장하는 첫 여성이 된다. 영국은행도 2017년부터 10파운드 지폐 모델을 찰스 다윈에서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으로 바꾸기로 했다. 캐나다도 2018년 발행될 신권에 처음으로 여성 인물을 넣기로 하고 국민 공모에 들어갔다. 세계 최초의 여성 항공기 디자이너인 엘시 맥길, 첫 여성의원 애그니스 맥파일, 원주민 출신 여성 운동가 섀넌 쿠스타친 등이 거론된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발행된 5만원권 지폐에 첫 여성 인물인 신사임당의 초상을 넣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2004년부터 여성 작가 히구치 이치요(1872∼1896)의 초상을 5천엔 지폐에 넣었다. 각 나라의 화폐에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담긴다. 수많은 위인들 중 어떤 인물을 넣을 것이냐를 결정하는 요인은 변화하는 시대상과 가치관이다. 지폐 모델에 여성 바람이 거센 것은 그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가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제인 오스틴의 선정을 앞두고 영국 여성의원들은 영국은행 총재에게 화폐 발행의 성 불평등 해소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양성 평등과 여권 신장의 결과물이기도 한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미니멀라이프

곤도 마리에는 정리의 마법사다. 정리정돈 전문가로 이름 난 ‘정리 컨설턴트’다. 2011년 일본에서 100만부를 돌파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란 한 권의 책으로 세계적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해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를 만큼 혁신적인 정리법으로 주목받았다. 곤도(Kondo)라는 말이 ‘정리하다’를 뜻하는 영어 신조어가 될 정도다. 곤도는 버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조언한다. 주변을 정리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게되고 일의 효율성과 자신감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최근 일본에서 거세게 불고있는 ‘물건없는 삶’, ‘물건 다이어트’ 열풍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 많은 소유물들이 재난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일상이 흔들리는 재난과 죽음을 목격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집안 가득 쌓인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며 심플한 생활을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 열기가 뜨겁다.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를 표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기다. 이는 물건을 치우는 정리 차원을 넘어 삶 전체를 리디자인하는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는 저성장시대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줄어드는 수입에 맞춰 살림을 알뜰하고 간소하게 경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인터파크 도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정리의 기술, 심플라이프와 관련된 도서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기간 대비 13배나 증가했다. 10명의 일본 대표 미니멀리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를 비롯해 지난해 20만부가 팔린 ‘하루 15분 정리의 힘’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심플하게 산다’ 등이 큰 인기다. 물건 정리와 함께 마음ㆍ생각의 정리 관련 도서도 인기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 ‘과잉 근심’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등 정서적 미니멀라이프 도서도 증가 추세다. 미니멀라이프의 목표는 인생의 여유찾기다. 버리기, 비우기, 정리 정돈은 내적 만족감과 행복을 선사한다.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버릴까 말까 고민된다면 버리는게 정답이다. 언젠가 쓰겠지 하는 물건도 마찬가지다.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송도 불법 중고차매매단지, 문제 해결되나

인천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가 있던 송도관광단지 4블록에 들어선 불법 중고자동차 수출단지. 지난해 연수구가 강제철거(행정대집행)를 하겠다고 하자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인천시와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나서 중재는 물론 대책을 내놓는 등 한참 시끄러웠다. 최근 4·13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두 후보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냈고, 이 과정에서 서로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 불법 중고자동차 수출단지 주변 주민들은 “중고차를 실은 대형트럭이 송도유원지 로터리 등을 수시로 오가며 불법 주정차와 불법 유턴을 일삼고 있다”고 먼지와 소음 등의 피해를 하소연한다. 특히 최근 중국 관광객이 대거 찾은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드라마로 유명해진 송도 석산이 인근에 있어, 자칫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2013년 연수구가 여기를 행정대집행하겠다고 하자 업체 등에 소송으로 맞섰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결과 연수구가 승소한 상태다. 당장 행정대집행을 해도 문제가 없지만, 권익위의 권고와 시의 대책마련 약속에 구는 일단 기다리고 있다. 앞서 시는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항만공사와 토지주 수출업체 등과 협의해 대체지 조성에 나서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인천신항 배후 부지나 아암 물류2단지 등 항만 배후 부지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이전하려 해도 오는 2019년에나 가능하다. 이 지역에서 당선된 박찬대 당선인 또한 이번 선거과정에서 이 문제를 임기 내 해결하겠다고 했다. 단순히 대체지 이전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출경쟁력 사업으로 육성해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당선인이 ‘임기 내’라는 말보다, 더욱 발 빠르게 움직여서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줘야 한다. 주민들은 그 공약을 믿고 뽑아줬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민들은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중고차 매매단지는 지금도 불법이 진행 중이다. 이민우 인천본사 차장

[지지대] 5번의 “왜?”

긍정 반응인 “맛있다. 행복하다”는 결과이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원인이다. 부정적 반응인 “아프다. 고통스럽다”는 증상이고 “발가락에 바이러스가 침투했다”는 원인이다. “왜?”라고 원인, 이유를 묻는 것은 철학의 한 근간이다. “사물과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소크라테스는 “진정 유일한 진실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방식이다. “왜?”라고 묻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에서 채택하고 있는 5번 “왜?”라고 묻는 “5 Whys” 기술은 창의력을 일깨워 준다고 한다. 성인이 되면서 잃어버린 잠재된 능력을 찾아내 주는 확실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5 Whys” 기술은 1937년 도요타 자동차를 창업한 도요타 사키치 회장이 최초로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 “5 Whys” 방침을 경영수단으로 널리 보급시킨 사람은 도요타식 생산방식의 창시자인 오노 타이치라고 한다. 오노는 도요타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조직을 살려내면서 5번의 “왜?”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모두 5번의 “왜?”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가 밝혀진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법을 설명하기 위해 용접로봇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1.용접로봇이 왜 멈췄을까?/회로에 과부하가 걸려 퓨즈가 나갔다. 2.회로에 과부하가 왜 걸렸을까?/베어링이 충분히 미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3.베어링이 왜 충분히 미끄럽지 못했을까?/로봇의 오일펌프가 충분한 오일을 순환시키지 못한다. 4.펌프가 왜 오일을 순환시키지 못했나?/펌프 흡입구가 금속 부스러기로 막혔다. 5. 흡입구에 왜 금속부스러기가 막혔나?/펌프에 필터가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 원인은 ‘필터’ 였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 시스템의 기본이념인 개선(kaizen)이 빛을 발해 해결했다. 도요타는 현재 도요타 4기 체재이나 이 개선방식과 개념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15회계연도(2015년 4월~12016년 3월)에 그룹 전체의 자동차 판매대수가 전년보다 0.7% 감소한 1천9만4천대를 기록했으나, 세계 최정상의 판매대수를 기록했다고 이번주 초에 발표했다.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지지대] ‘배반의민족’

1998년에는 이런 것도 기삿거리였다. ‘전화 주문 가맹점 서비스 시작됐다.’ 수신자 부담을 상징하는 ‘080’ 서비스를 다룬 기사다. 자장면 8585(바로바로), 치킨 9292(구이구이), 꽃배달 3535(사모사모), 생수배달 3434(생수생수), 자동차 대여점 1472(일사천리) 등의 익살스런 고유 번호도 소개됐다. 당시 윈티앤티(주)가 시작한 이 서비스는 서울 강남 등 5개구에서 먼저 시작됐다. 주문도 무료일뿐더러 음식값도 할인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그로부터 15년여 지나고 ‘앱 배달’ 시대가 열렸다. 전국의 모든 가맹점을 동시에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전화번호를 기억해 둘 필요도, 맛있는 집을 찾아 고민할 필요도, 전화 요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업계 매출만 566억원(2014년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 51.4%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가 ‘배달의민족’이다. 전국에서 15만여개 음식점이 가입해 있다. 새로운 개념의 사업으로 각광받는다. ‘2016 에피어워드’에서는 올해의 브랜드, 올해의 마케터 등 9개 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주문 업계의 빅 브러더다. 이 빅 브러더, ‘배달의민족’이 고장 났다. 지난 20일 오후 6시를 전후해 앱이 불통됐다. 배달 수요가 가장 많은 저녁 식사 시간대였다. 수많은 치킨집과 중국음식점 등의 주문이 일시에 중단됐다. 닭 몇 마리, 자장면 몇 그릇에 울고 웃는 영세 음식점들엔 치명타다. 먹통이 된 ‘배달의민족’ 앱 앞에 식당들이 속수무책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알려진 이유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산장애’였다. ▶고약한 것은 빅 브러더의 횡포다. 가맹점들의 피해는 분명히 발생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은 보상할 수 없다고 했다. 손해배상을 할 규정이 없다고 했다. 설혹 피해가 있었어도 1시간 이내에 복구됐으니 보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조사했더니 오류가 56분 만에 해결됐다고도 설명했다. 가맹 음식점 업주들은 ‘배달의민족’에 매달 6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그런데도 발생한 피해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짜장면 시키신 분~.” 핸드폰 시대에 등장한 CF였다. 그때의 음식 주문은 고객과 식당이 직접 했다. 그 고객과 식당 사이에 “앱”이라는 거대한 빅 브러더가 끼어들었다. 15만개 식당과 그 몇십 배쯤 되는 사람들을 장악했다. 그런데 그 빅 브러더가 사람을 배반했다. 기계의 잘못도, 시스템의 잘못도 아니다. 빅 브러더를 운영하는 업체의 비양심이다. 시장 장악력을 믿고 부리는 전형적인 횡포다.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음주운전과의 전쟁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펜싱에서 금메달을 땄던 전 국가대표 출신 김모 감독이 음주운전을 하다 네 번째 적발됐다. 김씨는 얼마 전 술을 마신 후 약 200m 주행한 혐의를 받고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44%(단속 기준은 0.05%)였다. 그는 2004년과 2007년, 2011년에도 음주운전을 해 3진 아웃된 전력이 있다. 김씨는 네 번째 음주 적발인데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 연금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현행 규정엔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연금 자격이 박탈된다. 음주운전으로 망가진 펜싱 영웅의 모습이다. 음주운전 단속ㆍ처벌 기준이 강화돼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음주운전 추방’을 선언한 검찰과 경찰이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동승자나 음주운전이 예상되는데도 술을 판 업주 등 ‘방조범’의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냈거나 5년간 5회 이상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면 차량을 몰수한다. 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ㆍ상해 사고시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죄·치상죄가 적용된다.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는 살인죄에 준해 처벌된다. 20∼30분 단위로 장소를 옮기는 ‘스폿 이동식 음주단속’도 확대된다. 이번에 발표된 새 방안은 제법 강력하다. 음주운전 당사자뿐 아니라 음주운전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방조자까지 책임을 물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음주운전은 확실히 잡아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4만3천100건으로 583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숨지고, 4만2천880명이 다쳤다. 음주운전 때문에 매일 119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것이다. 상습 음주운전의 병폐도 심각하다. 당국에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자는 ‘3회 이상 상습’이 2013년 3만9천490명, 2014년 4만4천717명, 2015년 4만4천986명이다. 음주운전을 근절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조치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 상사의 음주운전 방조를 입증하기가 어렵고 법 집행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차량 몰수 조치는 본인 소유 차량만 가능하다는 문제점과 함께, 개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 강력한 단속은 하되,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실제 집행과정에서 운용의 미도 필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반려식물

영화 ‘레옹’을 본 많은 사람들이 레옹의 화분을 기억한다. 킬러 레옹은 한 손에는 총을, 다른 한 손에는 화분을 들고 다녔다. 화분은 레옹을 닮았다. 뿌리도 없고 말도 없다. 레옹은 아침이면 창을 열고 화분을 햇볕에 내놓았다가, 밤이 되면 다시 집안으로 들여놓으며 애지중지 했다. 이 화분은 그의 말대로 제일 친한 친구였고, 보고 있으면 행복했다. 바로 ‘반려식물’이었던 것이다. 레옹이 죽자 마틸다는 그의 분신인 화분 속 식물을 땅에 심어 뿌리 내리도록 해준다. 반려식물이 개나 고양이같은 반려동물처럼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는 힐링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있다. 예전에도 다양한 식물을 키우며 심신을 정화하거나 여가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기존 식물과 차별화 된 새로운 개념의 반려식물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전엔 대학로의 한 갤러리에서 ‘반려식물 전시회’까지 열렸다. 전시에선 가방에 넣을 수도, 품에 안을 수도 있는 신개념 상품인 ‘이끼볼 컬렉션’이 관심을 끌었다. 흙을 동그랗게 뭉치고 그 위를 조경용 이끼인 수태로 감싸 이물질이 묻어나지 않도록 해 편하게 갖고 다닐 수도 있도록 한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식물을 좋아하지만 관리가 어려워 기르기 꺼리는 점과 환경적인 문제를 고려해 제작했다. 제습 효과에다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전자파를 차단하는 등 다양한 기능까지 담은 이끼볼 컬렉션은 인테리어 소품과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인도어 가드닝(Indoor Gardening)’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식물을 단순한 관상용 차원을 넘어 집안 공기를 정화하거나 요리에 넣는 재료로 활용하며 반려식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면서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다육식물, 공기정화식물 등 원예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상승했다. 유리병 속에 식물을 재배하는 테라리움(terrarium), 천장에 매달 수 있는 행잉 팟(hanging pot) 등 인테리어까지 겸하는 상품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은 식물이 주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위로와 치유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친구처럼 대화도 하다보면 심리적ㆍ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식물을 키우고, 식물은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용서는 대인배가 하는 것

스무살도 안된 꽃다운 청춘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생지옥을 경험하며 죽어간다. 70여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가해 당사자인 일본은 그 사실을 왜곡하고, 또 축소하려 하고 있다. 얼마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이 개봉됐다.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을 드러내며 할머니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는 참혹함에 수백만명의 관객들은 눈물로, 또 통한의 슬픔으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사회부 기자 시절, 일년에 한두번은 꼭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을 찾아 피해 할머니들을 인터뷰 하곤 했다.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좀처럼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먹먹함’의 시간이 흐른 뒤 작별 인사를 청하려 하면 할머니들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용히 닦으시며 꼬깃꼬깃 접은 만원짜리 한장을 손에 쥐어 주었다. “차비에 보태 쓰라고”, 결코 거절할 수 없었다. 할머니들의 진정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4일과 16일 두차례에 걸쳐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현에서 각각 진도 6.5와 7.3의 강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1천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규슈에 소재한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주요 생산업체들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IT와 자동차, 내수산업 등 일본 경제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연일 언론에서 터져 나왔다. 그런 와중에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ㆍ길원옥 할머니가 일본 구마모토 강진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각각 100만원과 30만원을 기부했다는 것이다.특히 김복동 할머니는 “조금씩이라도 모금에 협력해 달라”며 호소했다는 말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진정성이 없다면, 절대할 수 없는 행동이다. “용서는 정말 대인배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일본은 우리 할머니들의 진정성을 알고, 진실을 밝히며 사죄해야 하지 않을까.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못하는 당, 못 말리는 당, 나만 잘난 당’

20대 총선 결과는 대한민국 주권이 내린 절묘한 신(神)의 한 수였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정치권에 대한 직접 정리에 나선 것이다. 식물 국회로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를 종식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전해야 할 20대 총선 과정이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는데 따른 것이다. 가장 먼저 ‘잘하지 못하는’ 집권 여당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새누리당에게 일여다야(一與多野)의 유리한 선거 구도에서도 과반에도 못 미치는 의석만을 부여하고, 원내 제1당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주는 뼈아픈 회초리를 들었다. 많이 부족해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믿고 지지하며 기회를 줬는데도 민생 경제는 내팽개친 채 계파 간 공천 싸움을 벌이고,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배반한 데 대한 대가다. 선을 넘은 여당의 오만은 야당 福(여당이 못해도 야당이 더 잘못해 선거에 이긴다)도 소용없고, 무릎 꿇고 흘린 반성의 눈물도 악어의 눈물로 보일 뿐이었다. ‘잘 못하는 여당을 제대로 말리지 못해 더 미운 야당’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채찍보다 더 무서운 제1당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겼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격이다. 더민주당에 제1당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은 갈 때까지 가버린 여당에 대한 견제를 통해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그동안 잘하지 못했듯이 이번마저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면 내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메시지가 함께 담긴 것이다. 1, 2당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국민의당에게는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맡겼다. 제1당인 더민주당보다 높은 당 지지율과 캐스팅보드 역할이 가능한 의석 수를 부여해 1, 2당 모두를 견제하라는 주권의 뜻이다. 큰 몸집만이 중요하지 않다는 1, 2당에 대한 주권의 적접적인 경고이기도 하다. 검증도 안 된 국민의당에게 과분한 임무를 부여한 것 역시 주권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는 한 번의 기회일 뿐이다. 첫 번째 임무 수행 성적에 따라 레이스를 시작하자마자 낭떠러지를 만날 수 있는 일이다. ‘주권은 한 번의 기회는 주지만, 두 번 속지는 않는다.’ 정치권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듯싶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 부국장

[지지대] 칠보 체육관

“난방비 때문에 힘들다.” 프로농구 부산 KT 임종택 단장의 말이다. 프로농구는 겨울철 스포츠다. 체육관을 달궈야 경기가 열리고 관중이 온다. 수천~1만4천석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을 달구는 난방 작업이 만만치 않다.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임 단장의 부산 KT도 한 경기당 1천797만원을 체육관 사용료로 낸다(2014년 시즌 기준).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부산시는 “난방비가 많이 나와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한다. 임 단장의 난방비 고충을 이해할 만하다. ▶몇 해 전 임 단장의 부산 KT의 이전설이 있었다. 임 단장은 펄쩍 뛰었지만, 소문은 파다했다. 부산일보는 ‘수원이 지역 연고 농구단을 입질하고 있다’고 썼다. 거기서도 난방비 문제가 거론됐다. -서울 잠실 체육관은 1만4천석이다. 하지만, 난방 공사를 잘해서 사용료가 900만원대에 불과하다. 시설 투자를 하지 않는 부산시가 농구단을 떠나보낼 수 있다-. KT 농구단 이전설에 덧붙인 기사의 속 뜻은 체육관 개선이었다. ▶18일 전주 KCC 농구단의 수원 이전설이 나왔다. 새로울 것도 없다. 두어 달 전에도 나왔던 얘기다. ‘수원시가 연고지 이전과 관련된 오퍼를 넣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소문은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그랬던 KCC 이전설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수원시의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KCC가 검토한다’거나 ‘스포츠 메카로 만들려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뜻이다’라는 설명들이 붙는다. 말대로 풀면 수원이 이전을 요구한 것이고, KCC는 마지못해 검토하는 것인데. 수원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먼저 요구한 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원에는 올 2월 준공한 칠보 체육관이 있다. 388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1만8천여㎡ 크기에 4천400석 규모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적 디자인이다. 플로어와 관중석이 가깝다. 미 프로농구에서나 보던 ‘관중석으로 날아드는 선수’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천장 중앙부에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무엇보다 현대식 시설로 난방비를 낮췄다. 결국, 전주 KCC의 수원 이전설엔 ‘낡은 전주 체육관 난방비’와 ‘최첨단 칠보 체육관 난방비’가 있다. ▶칠보 체육관은 낙후된 서수원권을 위해 세워졌다. 비행장 소음에 시달리는 서수원권 주민을 위한 투자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체육관이 서수원을 ‘꿈의 농구 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어쩌면 스포츠로 먹고사는 서수원이 될지도 모른다. 수원시 관계자는 18일 “먼저 오라고 하지 않겠다. 대신 온다는 팀을 마다하진 않겠다”고 했다. 언젠가, 어느 팀이든 올 것이라 확신하는 모양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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