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도 안된 꽃다운 청춘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생지옥을 경험하며 죽어간다. 70여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가해 당사자인 일본은 그 사실을 왜곡하고, 또 축소하려 하고 있다. 얼마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이 개봉됐다.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을 드러내며 할머니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는 참혹함에 수백만명의 관객들은 눈물로, 또 통한의 슬픔으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사회부 기자 시절, 일년에 한두번은 꼭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을 찾아 피해 할머니들을 인터뷰 하곤 했다.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좀처럼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먹먹함’의 시간이 흐른 뒤 작별 인사를 청하려 하면 할머니들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용히 닦으시며 꼬깃꼬깃 접은 만원짜리 한장을 손에 쥐어 주었다. “차비에 보태 쓰라고”, 결코 거절할 수 없었다. 할머니들의 진정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4일과 16일 두차례에 걸쳐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현에서 각각 진도 6.5와 7.3의 강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1천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규슈에 소재한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주요 생산업체들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IT와 자동차, 내수산업 등 일본 경제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연일 언론에서 터져 나왔다. 그런 와중에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ㆍ길원옥 할머니가 일본 구마모토 강진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각각 100만원과 30만원을 기부했다는 것이다.특히 김복동 할머니는 “조금씩이라도 모금에 협력해 달라”며 호소했다는 말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진정성이 없다면, 절대할 수 없는 행동이다. “용서는 정말 대인배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일본은 우리 할머니들의 진정성을 알고, 진실을 밝히며 사죄해야 하지 않을까. 김규태 경제부 차장
오피니언
김규태 경제부 차장
2016-04-21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