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삼성의 통 큰 리콜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 2천여 명의 삼성전자 직원이 ‘품질 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른 비장한 모습으로 속속 집결했다. 운동장엔 15만대에 달하는 휴대폰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10여 명의 직원이 쌓인 휴대폰에 해머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박살난 제품들에 불을 붙였다. 모두 500억원어치의 휴대폰이 재가 됐다. 삼성전자 휴대폰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애니콜 화형식’ 장면이다. 당시 애니콜은 초기 모델이었던 탓에 제품 불량률이 11.8%에 달했다. 이에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시오”라는 이건희 회장의 불호령에 따라 불량 휴대폰들이 공개 화형에 처해졌다. 타고 남은 재가 소중한 밑거름이 되듯 잿더미 속에서 애니콜은 다시 태어났다. ‘불량은 암이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품질경영에 나섰고,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난 휴대폰의 성장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등이다. 승승장구하던 삼성 휴대폰이 또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7 일부에서 배터리 결함이 발견돼 전량 리콜을 결정한 것이다. 100만대 중 24대가 불량이어서 불량률은 0.0024%에 그치지만 삼성은 첫 폭발 사고 발생 9일 만에 ‘250만대 전량 리콜’이라는 신속하고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전대미문의 대규모 리콜에 적게는 1조 5천억원, 많게는 2조 5천억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경쟁사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은 시기와 리콜 시점이 겹쳐 손실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번 배터리 폭발은 삼성전자에 뼈아픈 사건이다. 갤럭시노트7은 삼성 스마트폰 최초로 홍채 인식이라는 혁신적인 기술 탑재로 세계인들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고,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렇기에 출시 한 달 만에 이뤄진 리콜로 삼성전자는 큰 비용 부담과 함께 제품과 기업이미지에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신속하게 리콜을 결정하면서 소비자에게 제품의 완벽성과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믿음을 줬다. 제품에 대한 불안감에 일시적으로 등을 돌릴 수도 있지만 삼성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면 장기적으로는 제품의 신뢰성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득이 될 수 있다. 삼성의 통 큰 결정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 향후 삼성이 벌이고 있는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성녀(聖女)’ 테레사 수녀

“대기근 동안 에티오피아의 알라마타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었습니다. 수녀님이 오셨을 때 마실 물조차 부족했지요. (중략) 점심시간이 되어 모두 물을 한 잔씩 마셨습니다. 하지만 수녀님은 드시지 않았습니다. 몹시 더운 날이어서 다들 목이 마른 상태였어요. 한데 수녀님은 당신 몫의 물을 어느 죽어가는 여인에게 건네셨습니다.”(책 ‘먼저 먹이라’ 중에서) 평생 굶주린 사람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눠주고 가난한 이들을 끌어안았던 마더 테레사 수녀(1910~1997)의 일화다. 테레사 수녀는 검은 수녀복 대신 인도에서 가장 가난하고 미천한 여성들이 입는 흰색 사리를 입고 가난 속에서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사람들, 버려진 아이들, 노인들을 위해 헌신해 ‘빈자(貧者)의 성녀’로 추앙받았다. 4일 바티칸 성베드로성당에선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마더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이 열렸다. 가톨릭 교회가 공식 인정하는 ‘성녀(聖女)’가 된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성인으로 추대되려면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을 인정받아야 한다. 교황청은 테레사 수녀 타계 1주년 특별 기도회에 참석했던 30대 인도 여성 암환자의 종양이 모두 사라진 것을 첫 번째 기적으로 인정했고, 다발성 뇌종양을 앓던 브라질 남성이 2008년 테레사 수녀에게 기도한 뒤 완치된 것을 테레사 수녀의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해 올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인 추대를 결정했다. 마더 테레사는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나 만 19세 때인 1929년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로 파견돼 ‘사랑의선교회’를 설립하고 평생 가난한 이를 위해 헌신했다. 사후 만 20년이 안 된 상태에서 시성이 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테레사 수녀의 삶이 현대 가톨릭에 던진 울림이 크다는 얘기다. 테레사 수녀는 생전에 자주 강조했다 “세상에서 최악의 질병은 암도 에이즈도 아닙니다. 최악의 질병은 외로움일 것입니다”라고. 그는 또 ‘지금’ ‘눈앞의 한 사람’에 집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은 내일이면 이미 죽은 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한 조각의 빵과 한 잔의 차가 필요한 것은 오늘입니다”라며. 자신의 몸을 가장 낮은 데로 낮추어 인류애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 사람, 종교에 헌신한 사람조차도 좀처럼 해내기 어려운 끊임없는 자기희생으로 각박한 현대 인류사에 빛나는 사랑을 보여주었던 그 사람. 그래서 우리는 마더 테레사를 ‘성녀’라고 부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인천유나이티드 성적 최하위는 감독탓?

인천 시민구단인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가 1부리그 강등 위기에 놓이면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과 침체된 팀 분위기를 쇄신한다며 20개월간 팀을 이끌던 김도훈 감독과 결별했다. 이번 경질은 지난 주말 수원FC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것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을 경질한다고 해서 선수단의 경기력이 올라가고, 팀 분위기가 쇄신되는지가 궁금하다.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 그냥 꼴찌로 추락한 책임을 감독에게 물며 ‘네 탓이다’고 한 것밖에 안된다. 구단이 내부적으로 최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강등권 탈출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을 때에도 감독 경질은 안건이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 강등되지 않겠느냐가 회의의 주된 내용이었다. 팬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인천구단의 성적 문제를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구단의 열악한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구단의 비상대책위원회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감독을 내보냈다. 인천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9명의 선수를 정리하는, 대신 단 한 명도 보강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는 핵심 자원들이 줄줄이 다른 팀으로 옮겨 전력도 크게 약화됐다. 올 시즌 인천의 부진 원인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최악일 때 부임해 선수 임금 체불 등의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FA컵 준우승과 상위 스플릿에 근접한 기대 이상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더 약화된 선수층의 한계를 결국 넘지 못했다. 이런 것은 고려되지 않고, 구단측은 지휘봉을 빼앗았다. 이제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성적 반등이 없다면 이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감독대행이 된 이기형 수석코치인가? 이번에 김 감독을 경질한 구단 대표나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은 인천시 경제부시장인가? 감독 경질 같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체질을 바꿀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민우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선출직 교육감

지난 2009년 경기교육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주민 직선제로 처음 치러졌다. 당시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김상곤 후보는 ‘무상급식’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워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당히 교육청으로 입성하게 된다. 그리고 두번의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진행됐다.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백년 대계인 교육을 이끌어 갈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지만, 표를 얻어야 이기는 선거의 특수성 때문에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감 자리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최일선 교육 현장의 일원들이 정말로 원하는 정책보다는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정책의 남발로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금도 상존하는 이유다. 또 선거에 깊게 관여한 측근에 대한 보은성 인사와 10억원이 넘는 선거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의 잡음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물론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지만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불미스러운 일로 도마위에 올랐다.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이 교육과 관련된 법 위반이 아닌, 불법 정치자금 즉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돼야 모든 전말을 알 수 있겠지만, 선출직 교육감이 이같은 일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가 인천교육과 관련된 모든 이에게 ‘빚’을 지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 교육감의 수사 결과는 여러모로 큰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다. 선출직 교육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주민 직선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그것이다. 교육감 선거 만큼은 간선제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고개를 드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아무튼 현 시점에서 선출직 교육감들이 ‘정치 교육감’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게 하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감이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 대신 자신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를 뿌리 뽑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인을 뽑는 선거인가, 아님 백년 대계를 책임질 교육 전문가를 선택하는 선거인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듣고 싶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지지대] 색소폰 정치

작은 무대가 마련된 ‘7080’ 술집이다. 들어서자마자 이규택 전 의원이 바빠졌다. 무대에 놓인 악기 가운데 ‘색소폰’을 보고서다. 폭탄주 몇 잔이 돌고 일행이 먼저 노래를 불렀다. 그 틈에도 이 전 의원은 홀로 바빴다. 무대를 오르내리며 무언가를 살폈다. 술도 마시는 둥 마는 둥 했다. 색소폰 연주를 위한 준비였다. 자신의 악기와 무대 기기를 맞춰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날 연주는 이뤄지지 못했다. 단념하고서도 그의 눈은 한참 동안 무대 위 색소폰을 바라봤다. ▶네 번이나 국회의원을 한 관록의 정치인이다. 그런 그의 색소폰 사랑은 유별나다. 정치 행사장에서도 기회만 되면 색소폰을 불었다. 낙선 후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절반 가까이 ‘색소폰 연주하는 이규택 전 의원’이다. 서울종합예술학교 석좌교수 시절엔 학생들 앞에서 연주했고,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시절에는 손님들 앞에서 연주했다. 그에게 색소폰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멤버들 모아지면 그룹을 만들어서 연주 봉사하려고….” 아쉽게도 ‘이규택 밴드’가 결성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색소폰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아칸소 주지사 시절, 군악대에 섞여 색소폰을 불었고, 대통령 선거 유세 때는 쉰 목소리로 연설 대신 색소폰을 불었다. 우리 정치에도 ‘색소폰 정치인’은 많다. 심재철 의원(안양 동안을)은 시민 축제에 참석해 연주실력을 뽐냈다.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은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현장에서 연주했다. 청중의 반응은 대체로 좋다. 번지르르한 인사말이나 구태의연한 정치구호보다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색소폰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끈적거리는 음색에서 묻어나는 호소력이 있다. 음량이 풍부해 스피커 없이도 야외 연주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협주할 악기가 없어도 독주가 가능한 것도 매력이다. 무엇보다 관객의 시선을 얼굴로 끌어 모으는 악기다. 손으로 하는 연주가 아니라 입으로 하는 연주다. 벅찬 숨을 몰아쉬며 땀을 뻘뻘 흘리는 열정적인 얼굴에 관객의 시선이 꽂힌다. 이런 장점들이 정치인의 차 트렁크에 색소폰을 자리하게 하는 모양이다. ▶경기도의회 정기열 의장(더불어민주당ㆍ안양 4)의 색소폰 사랑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특별한 독주회를 했다.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시고 했다. 정치인의 방문이라면 이골이 났을법한 할머니들이다. 그 할머니들에게 지방 정치인이 바친 색다른 선물이었다. 보기에 특별했다. 정치인이 보여준 비(非) 정치적 행위가 특별했고, 연정 계산에 바쁜 도의회를 뛰쳐나간 모습이 특별했다. 정치가 색소폰과 만나 봉사로 이어진다는 것. 썩 괜찮은 조합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폭염 후유증

주말을 감사하며 보냈다. 청명한 하늘에 서늘한 바람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찜통 더위에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는 사람들이 “이젠 살았다”며 미소 지었다. “가을이 오긴 오나보다”며 반가워했다.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이 서늘한 바람에 한풀 꺾였다. 하지만 폭염이 남긴 상처는 크고 깊다. 콜레라ㆍA형간염ㆍ진드기질환 등 각종 후진국형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표적인 후진국 전염병인 콜레라가 국내에서 15년 만에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해수 온도가 5도 상승한 것을 콜레라의 원인으로 보고있다. 콜레라균이 ‘플랑크톤→어패류→사람’으로 이동해 바닷가에서 회를 먹은 사람이 콜레라에 걸렸다는 것이다. 해상과 육지의 온도가 올라가면 세균이나 진드기·모기 등 질병 매개 동물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실제로 1~8월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54명이 걸렸다. 털진드기가 매개하는 쓰쓰가무시 감염자도 최근 3년 평균의 3.5배인 926명이 걸렸다. 올해 말라리아 환자는 524명으로 3년 평균(456명)보다 많다. 옴·머릿니·결핵 같은 과거 전염병도 활개치고 있다. A형간염도 급증해 올 들어 3천331명이 감염됐다. 2013~2015년 같은 기간 평균(990명)의 3.4배다. 냉방병인 레지오넬라증 집단감염이 우려돼 인천의 한 모텔이 폐쇄됐다. 물탱크·수도꼭지·샤워기와 각 층의 냉수·온수에서 균이 발견돼서다. 건물 폐쇄는 처음이다. 올해 레지오넬라증 환자는 지난해 3배인 75명이나 된다. 생태계도 변화를 겪었다.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바짝 말라 죽었다. 지리산과 한라산ㆍ태백산 고지대에 사는 상록침엽수지만 이상고온과 가뭄 때문에 집단 고사했다. 도심에서는 말벌이, 농경지에선 미국선녀벌레 같은 해충이, 상수원에서는 녹조가 기승을 부렸다. 지구온난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폭염이 지나갔다고 안도할 게 아니라 국가적인 폭염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상예보부터 정확성을 제고해야 한다. 더위 정보뿐 아니라 폭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ㆍ경제적 영향까지 알려주는 ‘영향예보’를 해야 한다. 또한 전쟁에 대비해 군사력을 보유하듯 감염병도 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 새로운 병원체와 외래종 유입에 대비해 모니터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부천시의 아기환영정책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43만8천400명으로 1년 전(43만5천400명)에 비해 3천명(0.7%) 늘었다.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증가했다. 소폭 늘긴 했지만 여전히 ‘초저출산 국가’(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선 포르투갈(1.23명)과 꼴찌를 다투는 수준이다. 정부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내놓은 올해 합계출산율 전망은 1.27명이다. 하지만 출생아 수가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1만명이나 줄어 현재 추세라면 1.2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급기야 저출산 보완대책과 함께 호소문까지 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기업에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현장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결혼과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부천시가 ‘출산장려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아 관심을 끈다. 부천시 출산율은 1.09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226개 자치단체 중 177위, 경기도 31개 시·군 중 29번째다. 이에 김만수 시장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아기환영정책’을 실시키로 한 것이다. 부천시는 우선 셋째 아이 출산 때 지급하던 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내년부터 둘째 100만원, 셋째 200만원, 넷째 300만원으로 늘린다. 출산지원금 외에 신생아에겐 10만원 상당의 탄생 축하 출산용품과 3만원 가량의 책 꾸러미 등도 선물한다. 부모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앞으로 5년간 국·공립 어린이집 30곳을 늘리고 육아나눔터도 7곳 신설한다. 의료서비스도 확대된다. 소득과 상관없이 아이가 5일 이상 입원하면 가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산부와 다둥이 가구엔 독감 무료접종을 해준다. 영구치가 완성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에게 구강 치료도 해준다. 다둥이 가정을 위한 공영주차장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비롯해 주차장 이용료 감면, 문화공연 관람이 가능한 티켓 지급, 쓰레기종량제 봉투 무상 지원 등도 시행한다. 시는 이런 정책 시행을 위해 ‘인구정책추진단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가 목소리를 높인다고 출산율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부천시처럼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 부천시의 출산율이 얼마만큼 높아질지 궁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폭염’ 에피소드

추석을 앞두고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꽤 장기간 계속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피로가 역력하다. ‘이제 그만’ 이란 단어가 저절로 나오게 한다. 풍성한 한가위를 떠올릴 여유조차 없는 형국이다. 폭염의 역풍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 손꼽을 만한 것이 바로 ‘재래시장’ 한파다. 해마다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재래시장은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우리네들이 즐겨찾는 삶의 터전인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풍성한 먹거리를 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올 초 한국물가정보가 조사한 차례상 비용을 살펴보자.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줄잡아 20% 가량 비용이 저렴했다. 4인 가족 기준, 사과와 쇠고기 등 30여 개 품목으로 차례상을 준비했을 때 비용은 재래시장이 22만4천 원이다. 하지만 할인마트는 이보다 5만7천 원 비싼, 28만1천 원이 소요됐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시장은 또 다른 인정이 넘쳐난다. 몇 천원어치 콩나물을 달라 하면 한 주먹 더 얹어주는 넉넉함이 있다. 행여 지나다 지인을 만날 테면 막걸리 한 사발도 제격이다. 왁자지껄 흥정소리도 정겹다. 때문에 시장은 항상 생동감 충만한 삶의 터전이다. 이런 시장이 폭염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단골층마저 에어컨 펑펑 터지는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백화점업계 1위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달 25일부터 7일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4.1% 늘었다. 이마트 매출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대형 복합쇼핑몰 특수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롯데월드몰 방문객수는 11만 명 정도로 전년 동기 대비 7천 명이 더 늘었다. 코엑스몰 방문객 수도 16% 가량, 매출도 12% 정도나 증가했다. 씁쓸한 단면이다. 추석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그래도 추석은 생각만 해도 좋고 머나먼 고향길도 항상 즐겁다. 그동안 못가 본 재래시장도 한번 둘러보고 푸짐한 선물도 한 아름 구입해 보자. 김동수 정치부 부장

[지지대] ‘올림픽 축제’ 모두가 주인공

지구촌을 17일간 뜨겁게 달구며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안겨줬던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이 한국시간으로 22일 오전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이날 폐회식에서는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206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선수단과 난민 선수단이 치열했던 승부를 뒤로 한 채 한데 어우러졌다. 이들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사진촬영도 하고, 관중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삼바의 흥’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 만은 메달리스트도 패자도 구분 없는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이었다.▶‘새로운 세상’(New World) 이라는 슬로건 아래 207개국 1만1천여 명의 선수들이 28개 종목에 걸쳐 기량을 겨룬 리우의 스포츠 축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수많은 세계 각국의 스포츠 스타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희비가 엇갈렸고, 환희와 좌절 속에 새로운 도전을 다짐하며 새로운 출발선으로 돌아갔다.▶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 10위권 이내 진입’의 ‘10-10’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4회 연속 ‘톱10’ 진입의 성과를 거뒀다.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특히, 남녀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 구본찬, 장혜진과 펜싱 박상영, 사격 진종오, 골프 박인비, 태권도 김소희, 오혜리 등의 금메달 획득 순간은 한 편의 감동 드라마였다. 이들 외에도 은ㆍ동메달리스트들 역시 진정한 한국 스포츠의 영웅이었다.▶하지만 단지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고개를 떨군 채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조용히 귀국했다. 경쟁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스포츠에서 승자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결과만 중요시하는 우리의 풍토이다. 수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최선을 다하고서도 패한 그들에게 더 큰 관심과 격려를 보내야 한다.또한 폐회식에서 보았듯이 우리 선수들도 다른 나라 선수들처럼 승패를 떠나 당당하게 축제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림픽 참가자 모두가 축제의 초대받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지동(池洞)

당집·호신당(虎神堂)·산신당(山神堂). 수원시 지동 못골에 있던 마을 제당이다. 위치는 산업 도로 창룡문 사거리 방향 담대 고개의 중간 지점 오목한 곳이다. 예전에는 낮은 산이 있었다. 1982년 이 당집이 헐렸다. 호신당이라는 이름은 이 당집이 호랑이 신을 모시고 있는 데서 기인했다. 산신당이라는 이름 역시 호랑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간 신앙에서 호랑이는 곧 산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호랑이 출몰. 1973년 1월부터 76년 2월까지 지동 동장을 역임한 이희탁의 증언이다. “아주 어렸을 때예요. 밖으로 나오니까, 아 글쎄 화등잔만 한 시뻘건 불이 보이지 않아? 그게 호랑이 눈이었지. 너무 놀랐는데 부친께서 나오셔서 그걸 보시더니 그쪽으로 무릎을 꿇고 진지하게 비시는 거예요. 그러자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산으로 올라갔지.” 이후 마을 사람들이 당집에서 정성껏 제를 올렸고 호랑이는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화약고 고개 또는 화약 고개. 현재 지동 여울 아파트와 제일 교회 인근이다. 지금도 일대에서 가장 가파르고 높은 고개다. 이 고갯길이 팔달문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 고개에 ‘화약고 고개’라는 이름이 붙은 건 일제 강점기다. 일제가 화약을 쌓아놓았다 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그만큼 군사적 요충지였다. 공교롭게 지금도 수원을 조망하는 ‘노을빛 전망대’가 이곳에 설치돼 있다. ▶지동 이야기는 강(强)하다. 신(神), 호랑이, 전쟁 등의 단어가 어우러져 있다. 근대 이후 지동의 역사도 그랬다. ‘미나리꽝 시장’ ‘지동 시장’ 등 거친 삶의 현장이 자리했다. 작은 동네임에도 ‘지동파(派)’라는 폭력 조직이 득세한 시절도 있었다. 아직도 지동 곳곳에는 점집, 사당들이 많다. 경기 남부 최대 규모로 꼽히는 수원제일교회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래저래 지동은 수원시민들 사이에 ‘기(氣)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지동이 ‘방범 시범 마을’로 지정된 것도 아이러니다. 몇 해 전 발생한 충격적인 강력사건 때문이다. 수원시는 CCTV 28개, 보안등 115개를 설치했다. 경기도는 이곳을 ‘따복안전마을’로 지정했다.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마을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현장을 둘러봤다. 여전히 불안감이 감돈다고 전한다. 효과가 없는 것이다. 안타깝다. ▶어쩌면 방법이 틀렸는지 모른다. 1만5천명이 살고 있는 수원시 동쪽 마을 지동. 이곳은 본디 따뜻한 곳이고 활기 넘치는 곳이었다. 호랑이, 산신의 전설은 그런 지동역사의 강함을 더해주는 양념이었다. 그런 지동의 옛 모습을 찾는 것 역시 따뜻함과 활기일 수 있다. 돌아가는 감시 카메라와 지나가는 경찰차는 동네를 더 을씨년스럽게 할 수도 있다.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자.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생존수영

올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물놀이를 하다 익사한 사고가 잇따랐다. 강과 계곡, 해수욕장, 수영장을 가리지 않고 사고가 났고, 특히 수영을 제대로 못하는 어린이 사고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익사사망률은 10만명당 3.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이에 ‘생존 수영’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생 대상 생존 수영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영 실기 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8학년에는 3~6학년생 전체가 생존 수영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3~4학년생부터 교육할 계획이었지만 수영장이 부족해 10명 중 6명은 실습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교내에 수영장을 갖춘 학교는 전국에 76곳(2015년 기준)뿐이다. 전체 5천913개 초등학교의 1.3% 수준이다. 76곳 중 39곳은 서울에 있어 지방 학교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수영장이 없는 학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수영장이나 백화점·스포츠센터 등의 사설 수영장을 빌려 쓰라는 것이 교육당국의 방침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버스를 빌려 학생들을 태우고 수영장에 다녀오려면 1시간 수업하는데 2~3시간씩 걸린다. 수영은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효과가 있는데 수영장을 못 구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경우도 있다. 효과적인 수영 교육이 이뤄지려면 시설 확보가 급선무다.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어린이 수영 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물에 빠지더라도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자기 구조법’이나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는 ‘기본 구조법’ 등을 배우게 한다. 일본은 1955년 시운마루호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 168명이 숨진 뒤 모든 초등학교에서 수영 수업을 시작했고, 현재 초등학교 90%가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영국도 초등학교 전 학년에게 수영을 가르쳐 최소 25m는 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스웨덴은 옷을 입은 채로 일정한 거리를 수영하는 생존 수영 능력을 테스트한다. 우리나라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생존 수영 교육을 강화키로 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우선 2018학년도까지 수영장이 없는 지역 18곳에 수영장 겸 체육관을 건립할 계획이라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의 공공·민간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민간에서라도 수영장을 많이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 생존 수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정부 뒷받침이 절대적이다.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보물섬 ‘자라섬’

강원도에 ‘남이섬’이 있다면 경기도엔 ‘자라섬’이 있다. 두 섬은 모두 내륙에 있다. 1943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 가운데 생겨났다. 두 섬은 직선거리로 800m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있다. 면적은 자라섬이 65만㎡로 남이섬의 1.5배 크기다. 섬은 장마철에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 일부가 물에 잠겼다가 다시 떠오르곤 해 오랫동안 접근이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육지와 연결돼 있어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 이 섬은 ‘자라처럼 생긴 언덕’이 바라보고 있는 섬이라 해서 ‘자라섬’으로 불리게 됐다. 솔직히 자라섬은 남이섬한테 한참 밀렸다. 하지만 이제는 남이섬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꼭 한번 가봐야 할, 가보고 싶은 휴양지로 바뀌면서 자라섬은 가평을 대표하는 보물섬이 됐다. 물 맑고 공기 좋고 풍광 수려한 가평은 ‘수도권의 산소 탱크’다. 요즘 가평은 생태·레저·체험·축제 등 녹색 마케팅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음악·레저·스포츠로 힐링할 수 있는 자연 생태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그 핵심에 자라섬이 있다. 자라섬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매년 가을 열리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다.2004년 처음 시작해 문화관광부의 유망축제, 우수축제, 최우수축제로 올라서더니 올해는 대표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입지를 굳혔다. 첫해 3만여 명이던 관람객이 지난해 21만여 명으로 늘었다. 가평군에 따르면 지금까지 재즈 페스티벌로 2천708억원의 경제효과, 2천210명의 직접 고용효과를 거뒀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재즈 축제는 10월 1~3일 열리는데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9월엔 국내 최초의 야외 뮤지컬 페스티벌인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이 3, 4일 이틀간 열린다. 뮤지컬 배우 56명이 출연해 90여 곡의 뮤지컬 넘버들을 라이브로 부른다. 이곳에선 여름에 ‘자라섬 불꽃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지난 12~15일 불꽃축제가 열려 아름답고 황홀한 여름밤을 연출했다. 겨울엔 ‘자라섬 씽씽겨울축제’가 개최돼 다양한 겨울레포츠를 즐긴다.자라섬엔 국내 최대 규모(28만㎡)를 자랑하는 오토캠핑장도 있고, 대형 유리온실로 이뤄진 생태 테마파크 이화원(二和園)도 있어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축복받은 자연에 다양한 콘텐츠를 더한 자라섬이 국가대표 관광문화 휴양지로 자리매김해 ‘가난한’ 가평의 효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저질 급식

한국 사회에서 군입대 문제만큼 논란의 소지가 큰 이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을 꼽자면, 먹거리 문제가 아닐까 싶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1989년 당시 국내 라면 업계 부동의 1위였던 삼양라면은 공업용 쇠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제보에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기업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고 경쟁사인 N사에 라면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다. 좀 더 최근 사례를 보면 2004년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쓰레기 만두 파동이 있다.당시 ‘1천원 만두’는 국민 간식거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찰나여서 그 파장은 더욱 컸다. 만두 소를 납품하던 업체들은 줄도산을 피하지 못했고, 한 업체 사장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또한 수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문제가 없음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가장 최근에는 백수오 사태를 예를 들면 비슷한 성분으로 알려진 이엽우피소가 일부 함유된 것이 문제로, 건강기능식품계에 큰 타격을 안겨 주고 말았다. ▶“먹을거리로 장난을 치는 놈은 3대를 멸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근데 더 나쁜 것은 우리의 미래이자,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급식 장난이다. ‘국 1, 반찬1’도 터무니없는 얘기지만 자신의 영리를 위해 kg당 650원짜리 딸기를 1만1천원으로, 2천300원인 땅콩을 2만3천630원으로 부풀리고, 이를 눈 감아 주는 대가로 1회에 100만원이 넘는 피부 마사지 비용을 대납 받은 영양사들은, 자신들이 ‘저질 카테고리’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일부 학교의 학생들이 급식의 질이 낮아 먹을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따른 저질 급식이었다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1차적으로 공론화됐다면, 이제는 ‘저질이 없는’ 무(無)상급식이 되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지지대] 미라클모닝

“삶이 달라지길 원해요? 그럼 먼저 습관을 바꿔 보세요” 이 중 하나가 기적의 아침 ‘미라클모닝’이다.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첫 한 시간 동안 하루의 긍정적인 방향키를 잡는 것. 기적의 아침에 대해 미국인 작가 할 엘로드(Hal Elrod)는 그의 저서 ‘The Miracle Morning(2014)’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먼저 이를 닦고 세수한 후, - 침묵과 명상(10분): 침묵 속에 앉아 기도하고, 명상하며 나의 호흡에 집중한다.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진다. - 독서(10분):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을 읽는다. - 확신의 말 적어보기(10분):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적어보기. - 목표 실현시 상상(10분) - 감사일기 쓰기(10분): 내 삶의 감사한 점을 적기. 우울함이 걷히는 느낌이 온다. - 운동(10분)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정말 놀랍다. 게다가 위의 6가지 단계를 매일 실행한다면 엄청난 일이다.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평화롭고, 의욕 넘치고, 힘과 영감이 샘솟으며, 감사하고, 활기찬 하루를 1시간 동안 이미 다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작가 할 엘로드는 “경제적 죽음에 빠져있던 나의 삶. 그러던 어느 날 단 하루의 아침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고 했다. 친구의 충고로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곧 은행 소유로 넘어갈 우리집 현관문을 나섰다. 그냥 달릴 때만 해도 나는 결코 상상도 못했다. 그 순간이 바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돌파구인 미라클모닝을 만난 때였다”고 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야” “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스타일이야” 이 모두가 미라클 모닝 이전까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 일 수 있다고 한다. 평생 아침에 일어나고 아침에 활동하는 게 힘들었다고 해도 말이다. 미라클모닝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영업사원·CEO·공무원·교사·공인중개사·전업주부·중고교생·대학생에 이르는 모든 분야 사람에게까지. 우리 속담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는 ‘미라클모닝’의 새였다.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지지대] 눈물 金·웃음 金

유도 안병근은 ‘간장 장수 아들’로 더 유명하다. 1984년 LA 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땄다. 언론을 통해 그의 사연이 알려졌다. 대구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님은 간장 장수였다. 어머니가 안 계셔서 누님이 뒷바라지를 했다. 돈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힘을 쓰려면 라면으로 안 되니 꽁보리밥이라도 밥을 먹어라.” ‘간장 장수 아들’의 금메달은 그렇게 온 국민을 울렸다. ▶그 시절엔 그랬다. 시상대 위 선수 얼굴로 태극기가 오버랩 된다. 선수 눈에선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진다. 가난했던 지난 시절 얘기가 소개된다. 온 국민이 함께 울고 가슴을 저민다. 이러다 보니 왜곡된 ‘가난’이 빚어낸 해프닝도 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임춘애다. “라면만 먹고 운동했다. 우유 먹는 친구가 부러웠다”는 인터뷰였다. 이 얘기로 그는 ‘라면만 먹고 뛴 임춘애’가 됐다. 훗날 이 인터뷰는 코치의 것이었고, 우유는 체질에 맞지 않아 못 먹은 것이었고, 그토록 가난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억지로 금메달과 눈물을 버무리려 했던 언론이 만들어낸 오보다. ▶한 세대쯤 흐른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유도 정보경 선수가 은메달을 땄다. 경기 직후 눈물을 쏟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시상대 위에선 환하게 웃었다. 이후 남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꿈이 대통령이냐’고 기자가 물었다. ‘메달을 땄으니 대통령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다음 목표로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기자들이 연신 폭소를 터뜨렸다. 이런 유머와 솔직함, 밝음이 그를 이번 올림픽 최고 스타로 만들었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장혜진도 그랬다. 국내 선발전에서 고생도 많았다. 울만 했다. 하지만, 그는 밝았다. 자기의 장점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음~배짱?’이라며 애교를 보였다. 158㎝의 작은 키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되레 ‘짱콩’(최고 땅콩)이라는 글귀를 옷에 새겨 넣고 다녔다. 시상대에서 약간의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그는 늘 명랑하고 당당했다. 그를 보는 국민도 덩달아 밝아진다. ▶물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선수들의 눈물은 여전히 감동의 매개체다. 최고령 출전의 주인공 오영란 골키퍼(44ㆍ여자 핸드볼)의 마지막 눈물이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다친 팔로 동메달을 딴 뒤 태극기에 엎드려 흘린 김현우(레슬링)의 눈물이 모두를 숙연케 했다. 그럼에도, 세월은 흘렀고, 세대는 변했다. 눈물보다는 웃음이, 동정보다는 당당함이, 비장함보다는 명랑함이 가득한 올림픽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정치인의 수염

제정 러시아의 절대군주였던 표트르 대제는 1699년 ‘수염세’를 도입했다. 유럽에 뒤진 러시아를 근대적 서구국가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귀족들은 슬라브인의 긴 수염은 하늘이 준 것이라며 세금을 내고 수염을 길렀지만, 세금내기 어려웠던 서민들은 쉽게 수염을 깎아 버렸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에도 수염은 터부시됐다. 1975년 국무회의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로마제국이 망한 것도 수염을 지나치게 기르는 등의 ‘이상 풍조’와 관련 있다”는 말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대중매체는 수염을 기른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수염은 개성이자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치인들은 ‘이미지메이킹’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염과 허름한 옷차림은 하나의 정치코드가 됐다. ‘수염의 정치학’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고비를 맞았거나 중대 결심을 앞뒀을 때 국면전환이나 쇄신을 위해 수염을 기른다. 서민적 느낌을 주려고 활용하기도 한다.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은 2006년 6월 30일 경기지사에서 퇴임한 후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섰다. 당시 광부ㆍ용접공ㆍ농부ㆍ염색공ㆍ지게차 운전사 등 93개의 직업을 체험하며 수염을 깎지 않은 채 전국을 누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현 시장도 선거를 앞두고 49일간의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덥수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기자회견장에서였다. 이때 5%대이던 지지율이 40% 이상으로 올랐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도 해양수산부 장관 때인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나자 수염을 깎지 않고 130여 일간 사고 현장을 지켰다. 그의 수염은 참회, 사죄의 의미로도 해석됐지만 한편에선 아무것도 않고 수염만 길렀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선이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치인의 수염이 또 등장했다. 여권 대권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최근 7박 8일간 전국 민생투어를 하며 수염을 깎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야권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수염을 길렀다. 4·13 총선 이후 6월부터 한 달여간 네팔과 부탄에 머무는 동안 면도하지 않은 모습이 공개됐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수염에 별 관심이 없다. ‘서민행보’ 내지 ‘고뇌’ 보다는 ‘쇼맨십’이란 생각을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수염이라는 허상보다는 진정성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위안부 피해자 기림행사

고 김학순(1924~1997)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다. 베이징에서 일본군에게 끌려가 하루 7~8명의 군인을 상대하는 성노예 생활을 했다. 다행히 4개월 만에 빠져나왔고, 탈출을 도운 평양 출신의 조선인과 결혼해 딸과 아들을 낳았다. 한국전쟁때 남편을 잃었고 이후 아들도 잃었다. 서울 종로구의 판잣집에서 온갖 궂은일을 하며 생활하던 김 할머니는 1990년 6월 일본이 ‘일본군은 위안부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이에 격분해 위안부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했다. 이후 할머니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항의 집회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등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을 촉구했으며, 이를 국제사회 문제로 확대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2012년 12월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는 김 할머니의 최초 증언일인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지정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매년 8월 14일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법안을 발의했으나 정부여당의 미온적 태도로 의결이 무산됐고,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 이슈가 됐는데, 우리 정부만 한일관계 냉각을 우려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0대 국회에선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경기일보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행사’를 가졌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과 인권, 시민들의 역사의식 고취 등을 위해 마련한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경기도의회 정대운 의원이 발의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안정과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에 따라 개최된 것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도내 첫 행사였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이제 42명만이 생존해 계신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꼭 제정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샤럽 마우스

‘샷다 마우스’라고 써야 하는데 좀 순화해서 ‘샤럽 마우스’라했다. 콩글리쉬(Konglish)이긴 하지만 ‘입 닥치’라는 얘기다. 다음 달 28일 소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말들이 많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012년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공직자와 언론사ㆍ사립학교ㆍ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지난 2012년에 제안된 이후 지난 5월9일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이 법안은 다음 달 28일부터 시행된다. 대한변협, 기자협회, 인터넷언론사, 사립학교ㆍ사립유치원 임직원은 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으나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합헌 결정이 내려지자 A선배는 “원재야 이제 골프 다 쳤다”고 푸념했다. B후배는 “선배, 이제 밥 다 얻어 먹었네요”라고 했다. 속으로 “치고 싶으면 돈내고 치고, 돈 없으면 안 치면 되죠”라고 혼자 답했다. 후배에게는 “니 돈 내고 먹으면 되지”라고 일축했다.누구는 “식사비 3만 원은 10년 전 규정인데 5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하고, 또 누구는 “경조사비 5만 원을 10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한다. 김영란 여사 부부의 연금 합계가 1천만 원이 넘는데 자기들은 그런 거 없어도 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며 투덜 되기도 한다. 경제가 위축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거다. 어떤 이는 유사한 법이 이미 있었다고 한다. 그 법이 있는데 우리들은 이 대한민국이 왜 공정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공정하지 못한 대한민국’, 김영란법이 나온 이유다.이미 40년, 50년 전에 나와 이미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졌어야 하는 대한민국이 법 시행을 앞두고 말들이 많다. 이제 그만 다들 ‘샤럽 마우스’했으면 좋겠다. 김영란법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한 가치 아닌가. 최원재 정치부 차장

[지지대] 인천 2호선 고장철, 부디 액땜이길

도고마성(道高魔盛) 도력이 높아질수록 마귀가 들끓는다는 의미로 좋은 일 반대 편에서는 시기하는 네거티브 에너지가 항상 있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가벼운 고난을 미리 겪어 앞으로 당할 큰 액운을 막아준다는 소위 액(厄)땜을 민간 신앙처럼 믿어왔다. 액(厄)이란 재앙을 뜻하며 사람을 해치고 방해하는 악한 기운을 말한다. 이사 가는 집 대문에 소뚜레를 걸어두면 사람이 아닌 소가 사는 집인 줄 알고 나쁜 귀신이 돌아간다. 동지팥죽을 끓여 집 안팎에 뿌리면 팥죽을 무서워하는 귀신이 도망간다. 명태포에 명주실을 감아 달아 놓으면 24시간 눈을 뜨는 명태가 밤낮없이 액운을 감시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액땜 방법들이다. 지난달 30일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개통 일주일 만에 9번이나 고장을 일으켜 시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단전과 출력 부족 등에 따른 전동차 정지 4번, 관제소의 전동차 제어불능 4번, 출입문 고장이 1번 등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은 물론 전국의 지하철 개통 초기 사고 횟수로는 가장 빈번한 수준이다. 지난 7일 밤에는 전동차 탈선 소동까지 빚어졌다. 인천교통공사 측은 실제 전동차 탈선 상황에 대비해 예고 없이 불시에 훈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시청 기자실까지 찾아와 설명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교통공사 직원과 시청 공무원들조차 이 사장의 해명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고장철’에 이어 ‘불신철’이라는 오명을 하나 더 보탠 셈이다. 유정복 시장이 일본 출장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해 새벽 점검까지 직접 나서 철저한 정비점검을 지시했지만 불신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2호선은 하루 8~10만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불안감이 현실로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현재로서는 많은 사고 수 만큼 완벽한 액땜이 되기를 바랄 뿐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지지대] 박태환의 ‘은퇴’

“사실은 준비하면서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연습 때보다는 (오히려) 잘한 겁니다.” 그도 그럴게 장미란의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에 허리 부상까지 겹쳤다. 경기 직전 몸살도 앓았다. 그 몸으로 용상 170㎏ 역기 앞에 섰다. 최고 기록 187㎏에 턱없었지만 이 무게도 무리였다. 바벨을 들어 가슴에 얹었다. 그러나 더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역기는 뒤로 떨어졌고 도전은 실패했다. ▶다음 순간, 장미란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명장면이 나왔다. 잠시 숨을 몰아쉰 그의 얼굴에 세상 없는 평온함이 흘렀다. 무릎을 꿇고 잠시 기도를 한 그가 역기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플랫폼을 내려왔다. 경기 직후 인터뷰는 더 감동적이었다.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국민들께서 그동안 장미란을 응원해주셨는데 실망감을 드렸을까 봐 그게 가장 염려가 됩니다.” 그러면서 “새롭게 메달을 딴 선수들도 열심히 했을 겁니다. 축하해주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2012년, 국민 영웅 장미란은 그렇게 은퇴했다. ▶박태환은 장미란과 국민 오누이로 불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땄다.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이었다. 4년 뒤 올림픽에서도 400m 은, 200m 은을 땄다.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는 무려 6개의 메달을 따냈다. 그랬던 박태환에게 위기가 왔다. 2014 아시안게임 이전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인 네비도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모든 메달이 박탈됐다. ▶올림픽 규정에 따라 2016년 3월 2일까지 자격이 정지됐다. 이 규정만으로는 리우 올림픽 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규정은 2019년까지 대표팀 발탁이 불가능했다. 이때부터 박태환의 ‘출전 욕망’이 이어졌다. 언론 앞에 무릎을 꿇고 출전을 애원했다. 그래도 풀리지 않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에 제소도 했다. 결국, 중재재판소의 결정으로 박태환은 리우로 갔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자유형 400m 예선 탈락, 200m 최하위 예선 탈락이었다. ▶신체 능력은 퇴화한다. 그래서 모든 운동선수는 은퇴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은퇴의 시기다. 앞서 장미란의 은퇴는 더없는 사랑을 받았다. 최선을 다했고, 떠날 때를 알았다. 그런데 또 다른 ‘국민 오누이’ 박태환은 다르다. 금지 약물로 명예를 더럽혔고, 하소연과 재판으로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와 멀어진 능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때’를 놓친 것이다. 리우 현지에서 그가 “이번이 수영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다. 더 잘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인터뷰 했다고 한다. 언제까지 국민 영웅의 초라한 뒷 모습을 봐야 하나. 국민들 맘이 안 좋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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