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주민세 인상

길거리 여기저기 ‘8월은 주민세 납부의 달’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8월 16일부터 31일까지가 납부 기한이다. 그런데 올해 개인균등분 주민세가 100%이상 인상됐다. 도내 31개 시ㆍ군중 25개 시ㆍ군이 4천원 또는 5천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다. 고양시와 평택시 등 5개 시·군도 내년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성남시는 현행 4천원을 유지할 방침이다. 수원시는 4천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다. 수원시는 주민세 인상이 2000년 이후 16년 만이라고 강조한다. 용인시도 현행 4천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다. 용인시는 1999년 이후 17년 만의 인상이라고 한다. 이들 지자체는 “전국적인 주민세 현실화 추세와 최근 급증하는 복지 수요를 따르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상을 결정했다”면서 “증가하는 세수는 시민의 복지증진과 주민자치 활성화 등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쓰겠다”고 똑같이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주민세는 재산이나 소득과 무관하게 관내 주소를 둔 세대주라면 매년 한 차례씩 내야 하는 세금이다. 지방자치단체가 1만원 안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그동안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행정자치부의 세율 현실화 권고와 물가상승 등의 여건 변화를 고려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16년 만이든, 17년 만이든 별 관심 없다. 주민세가 인상되면 주민세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지방교육세도 인상되니 부담스러울 뿐이다. 수원시의 경우 지방교육세 포함 5천원 내던 주민세를 1만2천500원 내야 한다. 이번 인상은 행자부가 전국 지자체에 주민세 인상을 압박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행자부는 주민세가 1만원 미만인 지자체에 지원금(보통교부세)과 국고보조금 지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까지 내놓으며 지자체들의 목을 졸랐다.정부와 지자체간 불합리한 세수 구조를 개선할 생각은 않고 각종 패널티를 꺼내들며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시민에게 전가시키는 행태가 어이없다. 자치단체별 상황에 맞는 자율 인상이 아니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방세수를 올리는 것은 지방자치 20년이 넘은 우리 수준이 어떤지 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행자부는 자동차세 인상 방침도 정하고 각 지자체들에 통보했다. 경기가 나빠 가뜩이나 살림이 빠듯한 서민들은 정부의 꼼수에 짜증 난다. ‘시민이 봉이다’라는 탄식이 폭염에 더 덥게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올림픽 마스코트

지구촌 대축제인 올림픽이 지난 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에서 개막됐다. 남미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엔 역대 최다인 206개국에서 1만5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우리도 24개 종목에 2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들은 28개 종목에서 금메달 306개를 놓고 겨룬다. 올림픽 하면 그 대회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특히 인기다. 개최국의 역사와 문화를 나타내고, 성공을 기원하는 마스코트는 해당 올림픽이 전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를 하나의 형상으로 함축하고 있다. 마스코트는 올림픽 붐을 조성하고 대회 이미지를 전 세계에 부각시키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리우올림픽에선 아마존에 사는 원숭이, 고양이, 새의 모습을 형상화한 ‘비니시우스(Vinicious)’와 아마존 밀림의 다양한 식물을 상징하는 ‘통(Tom)’이 마스코트다. 비니시우스와 통은 브라질 전통음악인 삼바와 재즈를 섞어 만든 음악인 보사노바를 창시한 음악가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올림픽에 마스코트가 처음 등장한 건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다. 뮌헨 마스코트 ‘발디’는 독일 사람들이 많이 기르는 강아지 ‘닥스 훈트’가 모델이었다. 발디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5가지 색(파랑ㆍ노랑ㆍ검정ㆍ초록ㆍ빨강) 중 파랑ㆍ노랑ㆍ초록만을 썼다. 검정과 빨강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나치 상징색이어서 뺐다고 한다. 1980년 모스크바대회의 ‘미샤’는 역대 마스코트 중 최고 인기였다. 미샤는 러시아 전통 노래, 이야기, 시에 주로 등장하는 곰이 모티브로 5가지 색깔로 이뤄진 벨트를 차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1984년 LA 올림픽의 ‘샘’은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 독수리를 형상화했으며 성조기가 그려진 모자를 썼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는 호랑이를 형상화한 ‘호돌이’다. 우리들의 영원한 마스코트 호돌이는 목에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목걸이를, 머리엔 한국의 전통 모자인 상모를 썼는데 세계적으로 인기가 꽤 높았다. 올림픽 마스코트로 동물이나 식물만 형상화한 건 아니었다. 1996년 아틀란타대회때 ‘이지’는 동물도, 사람도, 사물도 아닌 어린이들이 직접 뽑은 동심의 상징이었다. 2004년 아테네대회에선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빛과 음악의 신 페보스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어린이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폭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 리우 마스코트 비니시우스ㆍ통과 함께 올림픽 경기를 즐기며 더위를 잊는 건 어떨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대한민국은 김영란법 열공중

대한민국은 지금 김영란법 자구책 마련에 열공중이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자만 400만명이라고 하는데, 간접적으로 얽히는 인원까지 감안하면 국민의 상당수가 김영란법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판결 이후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넥슨 공짜주식’ 특혜 혐의로 기소된 진경준 검사장 사건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옮겨진 연유일 수도 있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떠도는 풍문부터 소개해본다. 삼성전자는 다른 대기업들이 김영란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동향 파악에 나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대기업들은 삼성전자가 어떤 식으로 방안을 만드는지를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기업은 김영란법을 시행령까지 씹어먹을 정도로 외우라고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모기업은 “법이 정한 틀 안에서 움직이고, 특히 시범 케이스에는 걸리지 마라”라는 얘기가 회의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검찰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이들의 권한이 막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일반적이다. 물론 최근 법조계 일부의 비리 사건으로 인해 야3당이 국회 검찰개혁특위 구성과 관련해 뜻을 모았고,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신설과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대검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검찰에서는 큰 틀에서 법과 원칙에 의한 ‘거악 척결’이라는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검사 수에 비해 김영란법의 대상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개개인이 식사하는 등 상대적으로 소소한 것까지 일일이 따질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이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분분한 이야기일 뿐이다. 대한민국 각계각층을 들썩이게 하는 김영란법의 취지는 명료하다. 그간의 관행적으로 자리 잡았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함이다.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 시행으로 인해 유탄을 맞는 일부 국민들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할 터이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오산시 악기도서관

△오산시가 추진 중인 악기도서관이 주목을 끈다. 이 도서관은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이 음악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음악의 기초부터 세계 음악의 과거와 현재까지의 이론 학습은 물론이고 세계 악기를 한 곳에서 관찰하고 체험토록 함으로써 음악적 재능을 조기에 개발해 장기적으로는 오산을 음악이 흐르는 도시, 시민의 문화예술인화를 도모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담겨있다. 시민 한 명 한 명 모두가 악기 하나는 연주할 수 있는 도시, 벌써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산시가 악기도서관을 추진하고 나선 배경도 주목거리다.모 인사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안민석 국회의원이 아이들의 감성교육을 위해 한 기타업체에게 지원을 부탁, 이 업체는 흔쾌히 700대의 기타와 우쿨렐레 300대를 오산시에 기증했다. 이후 관내 학생에게 나눠주고 취미활동으로 치게 했더니 관심도나 참여도가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본 일부 지도급 인사들이 아예 모든 학생이나 시민이 한가지 정도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오산시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악기도서관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어른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악기를 동반한 음악 선율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없이 인간을 감동시키고 정화한다. 전쟁터에서 흘러나온 고향의 향기를 담은 선율은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고, 쓰나미가 쓸고 간 폐허 속의 선율은 희생자를 돌아보며 남은이에게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준다. 사사로운 사생활에서도 아침에 흐르는 악기소리는 또 하루를 여는 창이자 힘겨운 일터에서 이겨내는 힘이 되어 주고, 취침 전 잔잔한 현악기 소리는 편안한 안식을 선사한다. 악기선율이 주는 에너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다. △현재 오산시의 악기도서관은 투융자심사와 시의회 심의, 여론수렴 등의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당연 찬반논란도 일고 호불호에 따른 뒷말도 흘러나온다. 열띤 격론은 그만큼 의견수렴이 잘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반대를 위한 반대로 오산의 새로운 비전이 꽃도 피워보기도 전에 꺾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시민이 혹은 전학생이 한가지 이상의 악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오산을 빠른 시일 내에 보고 싶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수입소고기 장려法?

수원 갈비의 명소 ‘본집 갈비’의 가격이다. 한우 생 갈비가 5만5천원이다. 한우 양념 갈비는 4만2천원이다. 한우 꽃등심은 4만9천원이다. ‘왕갈비’라고 이름 붙여진 수입 소고기는 이보다 싸다. 왕생갈비(미국산)가 3만8천원, 왕양념갈비(미국산)가 3만4천원이다. 가족 단위 손님 또는 단체 회식에서 많이 찾는 메뉴로 불고기가 있다. 1만5천원으로 저렴한데 미국산 소고기다. 한우 갈비 5만원 전후, 수입 갈비 3만원 전후-수원 갈빗집마다 얼추 비슷하다. ▶김영란법의 경계가 공교롭게 이 가격대에 걸쳐 있다. 법은 3만원 이상의 식사비를 처벌한다. 시중 갈빗집들이 김영란법 자구책에 나섰다. 가급적 3만원 이하로 맞춘 메뉴를 개발 중이다. 수입 소고기의 경우 3만원대로의 하향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우는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도매가격이 비싸다. 결국, 3만원 이하의 수입 소고기와 3만원 이상의 국산 소고기로 나뉠 전망이다. 여기에 김영란법을 대입하면 수입 소고기는 합법, 국내 소고기는 불법이 된다. ▶‘자기 돈으로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다. 모 언론이 서울 주요 지역 식당가의 법인카드 매출 비중을 조사했다. 이태원 모 와인바는 하루 매출의 70%가 법인카드였다. 청담동 모 레스토랑은 저녁 손님의 90%가 법인카드였다. 수원의 유명 갈빗집도 사정은 같다. 전체 매출에서 법인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특히 5만원대 한우 갈비의 소비층은 70~80% 이상이 법인카드 사용자다. 이 매출의 상당 부분이 3만원대 수입 갈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한우 농가의 피해는 일찍부터 얘기돼 왔다. 전국한우협회가 밝힌 2014년 한우 연간 생산액은 4조255억원이다. 이 중 음식점에서 소비되는 소고기는 40%인 1조6천억원이다. 여기에 3만원이라는 제한을 가할 경우 6천4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결국, 그 빈자리로 값싼 수입 소고기가 파고들 것이 뻔하다. 김영란법이 소고기 시장에 미치는 엉뚱한 풍선 효과다. ▶수원은 더 걱정이다. 수원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갈비, 순대, 통닭이다. 순대와 통닭은 저렴한 가격대다. 갈비는 고가(高價)다. 갈비 소비층이 준다고 순대와 통닭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수원 갈비 소비 감소는 그대로 수원 지역 경제 위축으로 연결된다.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지만 비싼 한우에는 대책도 없다. 결국, 한국 국민 청렴하게 만들려다 미국 농민 살찌우는 격인데…. 법을 만들 때 예상하지 못 했을까.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졸음운전

지난달 17일 오후 5시 54분.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입구에는 K5 승용차가 1차로를 주행하고 있었다.승용차 안에는 1박 2일간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상경길에 오른 20대 여성 4명이 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마련해 갔던 모처럼의 여행이었다. 귀경차량이 많이 몰리는 시각이라 앞선 차들은 서행 중이었다.그때 갑자기 관광버스 1대가 시속 91㎞의 속도로 돌진하듯 달려오더니 K5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성 4명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K5 승용차를 들이받은 버스는 앞선 승용차 4대를 더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6중 추돌사고로 봉평터널은 아수라장이 됐고, 다른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등 37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 전날 버스에서 쪽잠을 잔 관광버스 운전자는 사고 당일 강릉과 삼척 등지를 운행해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졸음운전은 방심하는 순간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운전자 자신은 물론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빼앗는 비극이자 중대한 범죄행위다. 졸음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2천512건에서 2014년 2천426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천701건으로 다시 늘었다. 사망자는 2013년 121명, 2014년 130명, 지난해 10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모두 359명, 연평균 120명이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휴가 차량이 몰리는 7~8월은 졸음운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휴가길 대부분이 장거리 운전인데다 교통체증이 겹쳐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간 월별 졸음운전 사고는 7월이 741건으로 가장 많았고, 8월이 718건으로 2위였다. 특히 휴가 차량이 주로 이용하는 고속도로 졸음운전은 더 위험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의 치사율은 14.1%로, 졸음운전 사고 7건당 1건꼴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속 100㎞로 달리면 눈 한 번 깜빡하는 시간(0.075초)에 차가 2m 움직인다. 1초만 졸음운전해도 차가 28m, 2초면 56m를 달리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이 높다. 졸음은 생리 현상인 만큼 운전자의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다. 졸리면 쉼터에서 충분히 쉬었다 가는 게 가장 좋은 안전 운전 방법이다. ‘충분히 자고, 주기적으로 쉬고, 자주 환기하라’는 권고를 흘려 들어선 안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긴급 신고전화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때 얘기다. 당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의 많은 학생이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기울자 119에 집중 신고했다.119 신고센터에선 이 내용을 해양사고 전담인 해경(전화 122)으로 통보했고, 해경이 다시 학생들에게 사고 내용을 물어야 했다. 이러는 사이 구조지 출동 등 초기대응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허비됐다. 당시 녹취록이 공개되자 ‘재난시 신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신고전화 간소화 작업을 추진하게 됐다. 현재 21개에 달하는 각종 신고전화가 119(재난), 112(범죄), 110(민원 상담) 3개 번호로 통합된다. 국민안전처가 긴급 신고전화 통합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전면 가동은 10월부터 한다. 정부가 실시한 신고전화 대국민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 79.2%가 ‘긴급 상황시 신고 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79.5%가 ‘긴급 전화가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9명은 ‘번호를 줄여야 한다’(89.6%)고 답했다. 이에 국민안전처가 긴급 상황에서 국민들이 혼란 없이 신고를 하고, 관련 기관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번호 통합에 나선 것이다. OECD 34개국 중 신고 전화를 통합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6개국 정도다. 영국(999)과 미국(911)은 긴급 신고를 1개 번호로만 운영한다. 우리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기존 신고전화인 119와 112 번호의 국민적 인지도가 높고, 갈수록 신고가 늘어나는 추세라 두 번호를 합치지 않고 모두 쓰기로 결정했다. 119와 112를 함께 사용하면 과부하를 막고,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각자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 신고전화가 가동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 바다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119로 신고하면 자동으로 소방과 해경이 정보를 공유, 신고자 위치를 파악하고 신속히 구조에 나서게 된다. 각종 민원 서비스도 더 편리해진다. 수도(121), 전기(123), 불량 식품(1399) 등 연간 200만건에 달하는 민원 상담은 110에서 통합 처리한다. 정부는 신고전화 통합으로 연간 3천억원의 경제효과가 날 것으로 추산했다. 좀 늦긴 했지만 신고전화를 통합한 건 잘 한 일이다. 긴급 전화가 보다 유용하게 활용되려면 장난전화를 삼가는 등 시민의식도 높아져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창간호 예고편

오는 8월 8일은 경기일보가 탄생한 지 2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편집국은 생일을 기념하는 창간호 준비로 분주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없기에 구체적인 것을 적을 순 없지만, 저 역시 시대를 대변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문제는, 인터뷰를 모두 끝냈는데 아직 단 한 줄도 못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취재 대상은 ‘도전하는 청춘들’과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인문학계의 ‘대가’들이었습니다. 이것만 보셔도 제가 왜 기사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눈치 채셨을까요? 꿈꾸는 청춘들과의 인터뷰는 매우 유쾌했습니다. 대부분 대학 전공과 다른 길을 선택한 엉뚱한 이십 대였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3D 프린팅 교육 사업을 준비하는가 하면, 귀신파티를 기획하는 건축학도도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주저앉을 가능성이 농후한 미래를그리고 있었지만, 두려움 대신 희망을 선택한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한순간에 깨졌습니다. 인터뷰 끝에 한 청년이 말하더군요. “청년다운 열정과 패기요?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에요. 진짜 그러면 다 망해요! 제발 그렇게 쓰지 말아주세요!” 제가 착각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행복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실패 속에 한계를 인식한 청춘은 고통을 감수한 채 자위 중이었습니다. 며칠 후 드디어 인문학자들을 만나는 날, 아픈 청춘들을 대신한 질문을 장착하고 인터뷰에 돌입했습니다. 청춘들에 감정이입한 저는 대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에 연거푸 딴지를 걸었습니다. 그래서일까. 한 교수는 “부드럽게 몰아친다”고 했고, 한 학자는 “인터뷰인지 논쟁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내공은 눈부셨습니다. 지치지 않고 저를 끝내 설득했습니다. 그들의 해법을 조금 극단적으로 요약하자면 “너나 잘해라!”였습니다. 저도 이제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궁금하신가요? 절망스러운 이 시대에 길을 찾고 싶으신가요? 이제 딱 열흘 남았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경기일보의 28주년 창간호에서 대방출하겠습니다. 류설아 문화부 차장

[지지대] 어리석은 자구책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집에 혼자 있다 유리그릇을 깼다. 혼날 것이 겁이 난 어린 딸은 궁리 끝에 서랍 어딘가에서 본드를 찾았다. 그리곤 열심히 깨진 유리조각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얼마 안 가 사달이 났다.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아직 고사리같이 여린 어린 딸의 엄지손가락을 찔렀고 피가 철철 흘렀다. 겁에 질린 딸은 그때야 아빠에게 울면서 전화했다. ‘혼내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결국, 딸은 어리석은 선택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상처 난 엄지손가락을 여덟 바늘이나 꿰맨 뒤 2주 동안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어른 입장에서 깨진 유리그릇은 그냥 버리면 될 것을, 순진한 어린 딸이 선택한 방법은 뻔히 들통날 법한 본드로 유리그릇을 원상복구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상황은 더 악화됐고, 엄지손가락에는 흉터가 남았다. 자신의 문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애써 감추고 변명하려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어린 애나 어른이나 쉽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유치원생, 초등학생이 아닌데도 어리석게 처신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요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인사들은 집안 좋고 잘 배우고, 똑똑한 이른 바 금수저 고위 공직자, 재벌 등 사회 지도층. 또는 유명 연예인이다. 이들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높은 자리에 올랐다.하지만 그들에게도 인생의 위기가 찾아왔고,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을 것이다.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느냐, 변명하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뻔뻔해지느냐. 불행히도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후자 쪽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깨진 유리그릇이 접착제로 복구가 안 되는 것처럼 뻔히 드러날 거짓말로 변명하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치명적인 상처는 면할 수도 있는데 논란의 주인공들은 매번 잘못된 선택을 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허리 아래’ 얘기

금기 아닌 금기였다. 애초 취재 대상이 안 됐다. 설혹 기사가 작성되더라도 곧 몰고(沒稿)됐다. 선배로부터는 핀잔이 날아든다. “너 잡지사 기자냐.” 여기서 ‘잡지’란 70, 80년대 유행하던 몇몇 성인 책자다. 수영복 차림의 여성 사진으로 도배되는 선정적 잡지였다. 그럴 만큼 성(性)과 관련된 얘기는 일간(日刊) 신문의 금기였다. 섹스, 매춘, 외도 등이 다 포함됐다. 이런 주제들을 통칭해 ‘허리 아래 얘기’라고 불렀다. ▶그랬던 언론이 변했다. ‘허리 아래 얘기’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가장 자극적이고 가장 읽히는 소재다. 현직 검찰총장도 ‘허리 아래 얘기’로 옷 벗었다. 혼외자가 세상에 알려지자 낙마했다. 검찰총장의 ‘침대 얘기’가 여과 없이 보도됐다. 현직 검사장을 추락게 한 ‘허리 아래 얘기’도 있다. 길 가던 여성을 쫓아다니며 음란행위를 했다가 사달이 났다.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도, 검사장의 음란행위 논란도 일간 신문이 보도했다. 해당 언론사는 특종보도라며 자화자찬했다. ▶요즘은 더 하다. 박유천(뮤지컬 배우), 유상무(개그맨), 이진욱(탤런트) 등 유명 연예인들의 ‘허리 아래 얘기’가 이어진다. 기사마다 ‘화장실’ ‘속옷’ ‘관계’ 등 선정적 단어가 그득하다. 급기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매춘 의혹 보도까지 나왔다. 이 회장의 말, 표정, 행동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방송됐다. 인터넷 매체의 단독 보도였다. 동영상이 국민에게 준 충격이 크다. 그 속에서 일고 있는 논란도 많다. 와병 중인 중환자의 과거 동영상 보도가 옳았느냐는 게 주제다. ▶언론의 ‘허리 아래 얘기’ 무차별 보도. 여기엔 무너진 신문의 위상이 있다. 정보 독점 기능을 빼앗겼다. 인터넷이 더 빠르고 더 노골적이다. ‘허리 아래 얘기’는 그 중에도 가장 파급력 센 주제다. 인터넷 조회수로 신문 광고 수입이 결정된다. 일간 신문이 쫓아가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래도 일간 신문인데’ 따위의 망설임은 버린 지 오래다. 인터넷을 쫓아가는 우울한 일간 신문의 현실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도 있다. ‘허리 아래 얘기’라는 말이 깔고 앉은 의미가 있었다.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라는 관용이었다. 그리고 그 관용 속에는 ‘남자니까’라는 남성 우월주의가 있었다. 이제 다 옛말이다. 더 이상 성(性)은 남성에게 유리하지 않다. 오히려 성공한 남성을 파멸로 내몰 시한폭탄이 됐다. 이게 20년 전 남성사회와 지금의 남성사회의 차이다. 그 시절이었다면 이 글도 틀림없이 쓰레기통으로 갔을 거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폭염과의 전쟁

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 뜨거워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미국은 ‘열돔(heat dome)’에 갇혔다. 지난달 말 미국 서부 사막 지대와 동남부에서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현상인 열돔이 미국 전역을 찜통으로 만들고 있다. 워싱턴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최고 기온이 32℃를 넘었고, 26개 주에 폭염 경보가 발동됐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선 최고 49.4도까지 치솟았다. 열돔 현상이 나타난 상당수 지역에서도 43.3도를 웃돌았다. USA를 ‘유나이티드 스웨츠(sweats·땀) 오브 아메리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의 찜통더위를 유발한 열돔 현상은 대기권 중상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오랜 기간 정체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은 기상 현상이다. 마치 열이 쌓인 모습이 돔(반구형 지붕)에 갇힌 모양이어서 열돔으로 불린다. 폭염은 중동·아시아·유럽 등의 대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저장성 등 동남부 해안 지역은 최고 기온이 38~40도를 오르내리고, 상하이에선 40도를 넘었다. 60년 만에 최고 더위가 찾아온 인도는 최고 기온이 50도에 달했다. 중동 지역도 살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쿠웨이트는 54도까지 올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구촌 이상 고온의 원인이 온난화와 수퍼 엘니뇨 영향 탓이라고 한다. 한반도 역시 세계적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 5월 평균 기온이 18.6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폭염주의보도 작년보다 한 달 반 이상 이른 5월 20일에 발령됐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기온이 33도 안팎을 기록하고, 밤에도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특히 8월 첫째 주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가마솥더위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가축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폭염은 소리없는 살인자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낸다. 서울 최고 기온이 38.4도를 기록했던 1994년엔 더위로 사망한 사람이 3천384명이나 됐다.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환자에게 폭염은 치명적이다. 폭염기간 65세 이상 노인 사망률은 평소의 2배나 된다. 냉방 혜택을 못 누리는 국내 에너지 빈곤층이 130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의 여름나기는 목숨을 건 사투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빙수

‘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 여름이면 유난히 많이 듣게 되는 노래, 윤종신의 ‘팥빙수’다. 요즘같은 불볕더위엔 빙수 생각이 절로 난다.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서 곱게 간 얼음에 달콤한 토핑이 올라간 빙수를 한입 떠먹는 상상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빙수의 유래는 여러 학설과 추론이 있지만 가장 오래된 설로는 기원전 3000년께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또 기원전 300년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점령할 때 병사들이 더위와 피로에 지쳐 쓰러지자 높은 산에 쌓인 눈에 꿀과 과일즙 등을 넣어 먹였다는 일화도 있다.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도 베이징에서 즐겨 먹던 프로즌 밀크(frozen milk) 제조법을 베네치아로 가져가 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요즘 우리가 먹는 팥빙수의 원형은 1950년께 일본 가고시마의 한 찻집에서 잘게 부순 얼음에 연유와 단팥, 과일을 얹어 빙수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얀 우유빙수에 박힌 단팥·건포도가 북극곰을 연상시킨다 해서 ‘시로쿠마(白熊·흰곰)’라는 이름이 붙었다. 빙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겨 먹는다. 일본의 ‘카키코오리’는 얼음 가루에 딸기, 녹차 등 다양한 맛의 시럽을 뿌린 빙수다. 중국에도 ‘바오빙’이라는 빙수가 있는데 연유, 녹두, 젤리, 땅콩 등을 얹어 먹는다. ‘아이스카창’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즐겨먹는 빙수다.처음엔 얼음을 갈아 팥 등을 얹어먹었는데 토핑이 다양해지면서 우뭇가사리로 만든 젤리나 옥수수, 땅콩, 망고, 두리안 등도 얹는다. ‘할로할로’는 필리핀 빙수다. 얼음에다 팥이나 병아리콩, 코코넛 과육, 열대 과일의 일종인 잭푸르트, 코코넛 밀크 등을 섞어 먹는다. 인도네시아에는 코코넛 우유에 쌀가루로 만든 젤리와 얼음, 팜슈거를 넣은 ‘첸돌’이라는 빙수가 있다. 이탈리아도 빙수가 발달했다. 로마에서 인기있는 ‘그라타케카’는 갈아 낸 얼음에 다양한 색상의 시럽이 뿌려져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시칠리아에서 유래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그라니타’ 또한 빙수의 일종이다. 미국의 ‘스노콘’ 혹은 ‘스노볼’은 그라니타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바오빙이든 아이스카창이든 그라니타든 모두 팥빙수 친구들이다. 세계인들이 지역과 문화는 다르지만 무더위를 맛있게 이겨보려고 만든 빙수는 거의 닮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올여름 휴가는 어디로?

벌써 여름 휴가철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가족과 함께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약 일주일까지 달콤한 휴가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휴가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최근 국내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정부 등에서는 외국여행보다는 국내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뭐 나쁘지는 않다. 만약 국내로 여행지를 골랐다면 가까운 인천, 거기에 인천에 있는 섬은 어떤가. 동해안 등으로 떠나는 여행은 휴가철마다 차가 너무너무 많이 막힌다. 그런데 인천은 고작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섬에 들어간다고 해도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되레 오랜만에 타보는 배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인천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섬이 많은 곳이다. 인천에 168개의 섬은 각각 특색있는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여행 가서 볼만한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서해 5도인 백령도·대청도·소청도·대연평도·소연평도는 아름다운 절경이 꼽힌다. 덕적도를 비롯해 주변에 있는 승봉도·이작도·굴업도·자월도·영흥도 등은 해수욕장이 많아 휴양지로 최고다. 강화도와 주변의 석모도·교동도·주문도·볼음도 등도 유명한 섬 관광지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비롯해 무의도팔미도·장봉도·신도·시도 등은 수도권에서 차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어서 좋다. 영종도에 을왕리·왕산 해수욕장은 이미 수도권에선 명소로 꼽힌다. 인천시가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이들 섬을 ‘보물섬’으로 보고,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인천은 섬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휴가를 보내며 힐링할 수 있다. 내달 7일까지 송도 달빛공원에선 인공해변과 함께 물놀이·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축제도 열린다. 이뿐인가.차이나타운과 월미도, 송도 센트럴파크, 청라 호수공원, 인천대공원, 소래 포구·습지공원, 경인 아라뱃길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얼떨결에 인천 자랑만 늘어놓았지만, 올여름엔 인천의 도심 그리고 섬으로 여행을 떠나 최고의 휴가를 즐겨보자. 이민우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눈먼 핸들

며칠 전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전세버스가 정차한 승용차를 들이받으며 6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 20대 4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경찰은 버스 운전사를 상대로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경위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찰은 전세버스 운전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했거나 졸음운전 등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운전사는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졸음운전 못지 않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49조 10호에는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승용차의 경우 6만 원의 범칙금과 함께 벌점 15점도 부과된다. 휴대전화 통화 이외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카톡을 하는 경우 등도 적발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재 휴대전화를 손으로 잡지 않고 이어폰을 연결하거나 블루투스로 사용하는 경우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어폰이나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순 전화가 아닌 정보검색 등까지 가능해진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상당수의 운전자들이 운전 중에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운전을 하면서 ‘포켓몬 고(GO)’ 게임에 빠져 교통사고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경찰이 운전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게임, 카톡 등을 조작하는 운전자를 적발 하더라도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다. 경찰과 운전자간 실랑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한 방송에서 보도한 버스운전사의 운전 중 여유로운 게임 장면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단속에 앞서 운전자 스스로 운전을 할 때만이라도 잠시 스마트폰을 잊고 전방을 주시하도록 해보자.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검사와 돈

김태희 검사는 특수통이라 불렸다. 1990년대 후반 수원지검에 근무했다. 당시 토착비리 수사의 중심이었다. 서부공단 비리, 경찰서장 비리, 행정공무원 비리, 언론 비리까지 훑지 않은 영역이 없다. 그의 사무실은 늘 기자들로 북적였다.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를 대형 사건이 그곳에 있어서다. 깡 마른 체구에 크게 웃는 법도 없다. 그런 모습이 비리 공무원들에겐 저승사자였고, 기자들에겐 버거운 벽이었다. ▶그런 그가 가끔 보여줬던 의외의 모습이 있다. 신문의 ‘주식시황’을 들여다보는 모습이다. 한번은 주식이 올랐던 모양이다. “생태찌개 먹으러 가자.” 또 한 번은 주식이 떨어졌던 모양이다. “왜 난 사는 것마다 떨어지지. 괜히 용돈만 날렸다. 하여튼 돈 몇만원만 주머니에 있으면 쓰지 못해 안달이라니까.” 두고두고 기억나는 장면이다. 지역을 벌벌 떨게 하는 특수검사가 주식 시황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지금은 가난한 변호사로 부지런히 살고 있다. ▶P 차장검사는 유명한 마약 검사다. 지역과 인연이 많았다. 수원, 인천, 평택에서 근무했다. 가는 곳마다 마약사범을 초토화했다. 총알택시 마약 운전사도 적발했고, 지금은 국민 개그맨 소리를 듣는 아무개도 구속했다. 마약에 관한 한 그만한 독종이 없다. 그런 그가 마약정보만큼이나 잘 아는 게 있다. 주유소별 휘발유 가격 차이다. 그가 생활하는 주변의 큰 주유소 가격은 훤히 꿰뚫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5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간다. 함께 탄 일행이 짜증을 낼 정도다. 지금도 맞벌이하며 악착같이 살고 있다. ▶이들과 전혀 다른 검사가 등장했다. 진경준 검사장이다. 넥슨 회장으로부터 4억2천5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 주를 샀다가 팔았다. 그 돈으로 다시 넥슨 주식 8만5천주를 샀다. 이번에는 넥슨재팬이 일본에 상장되면서 주식이 폭등했다. 이렇게 자기 돈 한 푼 없이 120억원을 챙겼다. 진 검사장은 금융정보분석원, 금융조세조사부장 등 금융범죄를 다루는 보직을 거쳤다. 넥슨은 그의 잠재적 수사 대상이었다. ▶‘힘 있는 자가 돈까지 있으면 안 된다.’ 검사의 부(富)를 보는 일반인의 시각이다. 검사는 인신 구속권을 갖고 있다. 그런 검사가 재산까지 모았다면 이상하게 보는 게 당연하다. 몇 십만원어치 주식에 울고 웃던 특수부 검사, 5원을 아끼겠다며 주유소를 배회하던 강력부 검사. 그런 검사들의 재테크(?)에는 기자들이 웃었다. 하지만, 진 검사장의 120억 재테크에는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그가 1천명의 검사 가운데 단 한 명의 별종(別種)이기를 바란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현대판 노예 ‘만득이’

그는 1997년 여름, 중개업자를 통해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소재한 농장에 들어오게 됐다. 소 44마리를 키우는 축사에서 매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소똥 치우는 일을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만득이’로 불렀다. 그가 살던 방은 축사에서 2m 정도 떨어진 2평 남짓한 쪽방이었다. 축사가 바로 앞이다 보니 방에는 분뇨 냄새가 진동했고, 문 앞엔 늘 분뇨가 널려 있었다. 그는 거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축사일과 밭일을 병행했다. 농장주인인 60대 부부는 지적장애가 있는 그에게 가족을 찾아주거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신고하지 않고 감금했다. 가혹행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년간 ‘축사 노예’ 생활을 했지만 마을주민 중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70대 노모는 아들이 집을 나섰다가 행방불명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주민등록 말소를 하지않고 기다렸다. 아들과 어머니는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도 만나지 못했다. 아들의 존재는 지난 1일 축사 인근의 한 공장 건물에서 비를 피하다 경보음이 울려 출동한 경비업체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이어 지난 15일, 노모와 아들은 드디어 상봉을 했다. 노모는 상처 투성이 아들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노예처럼 살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20대 청년이 어느새 40대 후반의 중년이 돼있었다. 지적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유린해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차고에서 생활하게 하면서 임금도 주지않고 농사를 시킨 2009년의 ‘차고 노예’ 사건, 임금을 떼어먹고 가혹 행위를 하면서 염전에서 일을 시킨 2014년의 ‘염전 노예’ 사건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축사 노예’라니 경악할 노릇이다. 이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복지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 주변엔 ‘제2, 제3의 만득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장애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반인륜적 학대행위 엄단을 외치지만 제대로 된 장애인 실태조사도 하지 않았다.소리만 요란할뿐 실행이 안되면서 끔찍한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적장애인 전수 조사와 함께 인권유린 방지대책을 마련해 이같은 비극을 막아야 한다.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려 먹고 학대한 파렴치범에 대해선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무더위 쉼터

낮 최고기온 30℃를 넘어서는 폭염으로 전국이 거대한 찜통에 갇혔다. 일부지역에선 35℃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자 폭염 경보까지 발효됐다. 선풍기를 틀고, 마당에 물을 뿌리고, 그늘에 모여 수박을 먹으면서 더위를 달래 보지만 소용없다. 다닥다닥 붙은 쪽방촌은 더 숨이 막힌다.달동네의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좁은 방들은 한낮 폭염으로 달궈져 해가 떨어져도 더위가 식지않는다. 이런 환경 때문에 쪽방촌 주민들은 밤 늦도록 집밖을 배회할 수 밖에 없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병 환자도 급증했다. 온열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나왔다. 농촌에서 뜨거운 밭일을 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므로 폭염 특보시 취약시간대엔 그늘에서 쉬어야 한다. 특히 농촌 고령자들의 피해가 크므로 유의해야 한다. 불볕 더위는 체력이 약한 노인들을 더욱 지치고 힘들게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폭염에 약한 노인과 거동 불편자들을 위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센터와 노인회관, 경로당 등 전국에 4만개가 넘는 곳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이곳은 에어컨과 선풍기 등을 이용, 26℃ 이하의 실내온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상당수 무더위 쉼터가 그늘보다 못할 정도로 찜통이라고 한다. 갖춰놓은 냉방시설이 고장 나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가 하면, 에어컨 전기료 지원이 안된다며 선풍기만 틀어대 더위를 식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무더위 쉼터에선 노인들이 웃통을 벗고 부채질 하고있는 모습도 목격됐다.에어컨 필터를 교체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나는 등 악취가 나는 곳도 있다. 이는 무더위 쉼터 현수막만 요란하게 내걸고, 이곳을 찾는 노인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무더위 쉼터를 몇만개 지정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실있게 쾌적하게 운영해야 한다. 올 여름은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균 온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기상청 분석이다. 특히 8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지속적으로 덮어 강한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빨리 무더위 쉼터를 점검해 잘못된 것, 부족한 것을 개선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계층 건강 지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학교전담경찰관(SPO)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또다시 망신살이 뻗쳤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인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데다, 이를 경찰서장 등 간부들이 은폐하고 사직처리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쪽팔려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는 한 경찰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경찰 집안은 초상집 그 자체다. SPO는 중·고교내 모퉁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과 다툼으로 멍든 피해학생들의 구세주 역할을 위해 조직됐다. 그나마 무차별적이고 지능화된 학교 내 폭력에 맞서 피해 학생들의 희망으로 출발한 것이다. 그동안 경기도내 일선 경찰서에서 활동중인 SPO는 199명(전국 1천75명)으로 한 명당 11~12개의 학교를 담당해 왔다. 주요 임무는 가해학생 선도 및 피해학생 보고는 물론 신고사건 상담 처리와 학교폭력 정보수집이다. 특히 암적인 존재인 폭력서클을 파악하고 해체를 선도하는 등 학교 내 폭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써왔다. 이런 SPO가 말도 안 되는 여고생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휩싸이면서 땅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앞날의 활동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경찰청은 즉각적으로 SPO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 전문성 강화 및 남녀 2인1조 배치, 직무 전문화 등을 내세워 전면적인 제도 손질에 나선다고 한다. 또 이번 사건의 주범인 SPO를 형사입건하고, 사건을 직접적으로 은폐·묵살했다는 혐의를 받는 경찰간부 10여 명에 대해 징계 처분하는 등 연일 ‘경찰 비난 잠재우기’ 차원의 여러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앞으로 SPO에게 예견되는 위축과 경직으로 야기되는 활동의 제약이다. 어느 조직이든 위축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현시점에서는 여러 개선책도 중요하지만 경찰은 물론이고 교육계와 언론계, 정치권과 국민 모두 정직한 SPO들에게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당초 SPO 구성의 목적을 잊어선 안된다.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학교 내 음지에서 행해지는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피해 학생들의 바람이 진정 무엇인지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지지대] 詩가 있는 스크린도어

서울 갈 일이 있으면 주로 지하철을 이용한다. 노선이 복잡한데다 갈아타려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정시성(定時性)’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비싼 주차요금도 지하철을 이용하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에는 한 가지가 더해졌다.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에 전시된 詩(시)가 주는 즐거움이다. 비록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의 짧은 시간이지만 시를 통해 얻은 느낌은 비교적 오래간다.▶스크린도어는 지하철도나 경전철 승강장 위에 고정 벽을 설치하고 문을 여닫게 한 장치다. 평상시 유리벽으로 막혀 있다가 전동차가 승강장 홈에 완전히 멈추면 전동차 문과 함께 열린다. 승객이 고의나 실수로 선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 주는 안전장치다. 전동차의 소음과 강풍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으며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4년 개통된 광주지하철 1호선에 최초로 설치됐다.▶서울시는 2008년 고단한 출퇴근길, 등하굣길에 오른 시민에게 위로와 희망, 행복을 건네주려는 방편으로 스크린도어에 시를 적었다. 현재 서울 지하철 1∼9호선과 지하철 분당선 등 299개 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4천840면에 다양한 시가 전시돼 있다. 시민들은 광고물의 홍수 속에 참신한 기획이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작품 선정 과정과 일부 작품의 수준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작품 선정 대상을 현역 시인과 시민으로만 제한해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 시인의 작품과 외국 시 등은 접할 수 없다는 것도 불만을 샀다. 최근 서울시가 ‘스크린도어 詩 운영 개선 계획’을 내놓은 이유다. 현재 현역 시인 시 65%, 시민 시 35% 비율로 전시되던 것이 국내외 애송시 70%, 시민 시 30% 비율로 바뀐다.▶작품 선정에 공정성을 기하고자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시 작품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평론가, 독서지도가, 외국 대사관 추천 등을 통해 50%를 선정하고, 나머지 50%는 시민 투표로 뽑는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작품은 기존대로 공모한다. 스크린도어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 김춘수의 ‘꽃’, 윤동주의 ‘서시’ 등 추억이 담긴 시를 읽을 날도 멀지 않았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김파라치 -김영란법-

요즘 삼성동 현대차 사옥 주변 상가가 호황이다. 현대차 신분증을 패용한 고객이 식당마다 가득하다. 점심 시간 때는 자리가 없어 줄을 설 정도다. 아침식사를 대신해 주문하는 토스트를 배달하는 커피숍도 숨돌릴 틈이 없다. 모든 게 ‘현대차 식권’ 덕이다. 한 끼니 6천원짜리다. 지역 상권을 살리려고 현대차가 도입했다. 계열사 직원들도 계획보다 앞당겨 입주시켰다. ‘MK(몽구)식 사회공헌’에 쏟아지는 상인들의 찬사가 대단하다. ▶90년대 말, 용인시청도 같은 시도를 했다. IMF로 휘청대던 상권보호를 위해 ‘식당 밥 팔아주기’를 시작했다. 시청 내 구내식당을 강제로 폐쇄했다. 대신 공무원들에게 3천원의 식대가 지원됐다. 주변 식당가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이제는 지자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군(軍)에도 ‘지역 식당 밥 팔아주기’가 등장했다.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장병 수십 명에 상인들이 환호하고 있다. 모든 게 시(市), 군(軍)이 지역에 베푸는 사회공헌이다. ▶상인들에게 관(官)은 기업이다. 경기도는 매출 20조원짜리 기업이다. 수원시는 매출 2조원짜리 기업이다. 매출 20조 기업이면 경기도 기업 중에도 손꼽히는 규모다. 매출 2조원 수원시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큰 지역기업이다. 점심 저녁으로 쏟아져 나오는 공무원들이 주변 상인들을 먹여 살린다.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공무원이 청백리라 여겨지던 건 옛말이다. 공무원은 이제 지역 상권의 주요 고객이다. 주변 상권을 키워야 할 소비 주체다. ‘수원시청 공무원’이나 ‘현대차 직원’이나 다를 게 없다. ▶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식비가 3만원을 초과하면 형사처벌을 받거나 과태료를 문다. 주변 식당 주인들이 걱정한다.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인 저녁 회식이라도 아차 하면 3만원을 넘는다. 순간 ‘3만원짜리 전과자’가 되는 것이다. 예상되는 정신적 부담도 크다. 회식 또는 단체 오찬 자체를 기피할 수 있다. ‘3만원 계산하며 먹느니 차라리 안 먹겠다’는 심리가 확산될 수 있다. ▶‘공무원 3만원’은 이제부터 감시의 기준이다. 수사기관에는 ‘입건 기준’이 됐고, 언론기관에는 ‘취재 기준’이 됐다. 툭하면 식당으로 수사관ㆍ기자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리곤 주인에게 공무원 아무개의 계산서 좀 보자고 할 것이다. 가히 ‘김(영란법)파라치’ 수준의 들쑤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데도 ‘식당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뭔가. 김영란법은 행동 강령이 아니라 형사처벌법이다. 반성문에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공소장에 지문을 찍는 것이다. ‘고깃집 생계 걱정’을 괜한 소리로 여기면 안 된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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