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새해가 되면 한번쯤 되새겨보는, 반칠환의 시 ‘새해 첫 기적’이다. 저마다 지난 한해를 다르게 살아왔지만, 우리 모두는 지금 2016년 병신(丙申)년 새해를 맞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대박나세요, 덕담을 건넨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분주하게 새해 계획을 세운다. 반드시 취업을 하겠다. 결혼을 하겠다, 금연을 하겠다, 술을 줄이겠다, 살을 빼겠다,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 책을 많이 읽겠다, 영어회화를 공부하겠다… 등등. 지난해에도 세운 계획이지만 새해를 맞아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다. 새해는 그런 것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것. 새해가 되면 각 분야에서 ‘새해 한자’를 발표한다.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상을 반영해 한 글자로 또는 사자성어로 새해 희망과 각오를 담아낸다.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새해 한자로 ‘도약하다, 뛰다’의 의미를 가진 ‘跳(도)’를 선정했다. 2015년 한해를 ‘어려웠다’는 뜻의 ‘難(난)’으로 정리하면서, 2016년엔 어려움을 이겨내고 적극적인 도전에 나서 경제 도약을 이루겠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跳(도) 이외에 ‘바라다, 희망하다’는 뜻의 ‘希(희)’, ‘살다, 생존하다’는 뜻을 가진 ‘活(활)’도 많은 표를 얻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2016년 ‘올해의 한자’로 ‘살필 성(省)’을 선정했다. 고전번역원은 “2016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인만큼, 어떤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을지 면밀하게 살펴보자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살필 성’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성찰’ ‘반성’ ‘자성’ 등에서 보듯 ‘살필 성’에는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보다 나은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살필 성’에 이어 ‘밝을 명(明)’과 ‘화할 화(和)’가 2, 3위에 올랐다. ‘명(明)’은 온갖 비리와 부패현상 등의 원인이나 진상이 정확히 밝혀져 투명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화(和)’는 경색된 남북관계와 지역갈등 등이 풀리기 바라는 뜻에서 선택했다는 의견이다. 붉은 원숭이의 해,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의 붉은 색과 재주 많고 지혜로운 원숭이처럼 역동적인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오피니언
이연섭 논설위원
2016-01-03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