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맥주보이

얼마 전 중국 단체여행객들이 인천에서 ‘치맥’ 파티를 벌였다. 무려 6천여 명의 중국인이 한자리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국에 치맥 먹으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니 이제 치맥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됐다. 치맥은 야구장에서 특히 인기다. 야구장 가는 이유가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인지, 치맥을 먹으러 가는 것인지 구분이 안된다. 야구와 치맥은 뗄 수 없는 짝꿍인 것이다. 야구팬들은 ‘야구가 곧 치맥이요, 치맥이 곧 야구다’라거나 ‘야구와 치맥의 영혼은 하나다’라고 한다. 야구장에서 즐기는 한 잔의 시원한 맥주만큼 매력적인 것도 드물다. 타구의 굉음과 관중의 함성, 여기에 경기장의 열기를 식혀주는 맥주 한 잔은 가히 환상적이다. ‘맥주는 야구를 부르고, 야구는 맥주를 부른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를 살리는데는 생맥주 이동판매원, 일명 ‘맥주보이’의 역할이 크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않는 대로, 안타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관중들은 “여기요”를 외치며 맥주보이가 쏴 주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세상 모든 시름을 잊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야구장의 명물인 맥주보이를 볼 수 없다.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법률을 검토한 끝에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규제키로 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KBO도 맥주보이가 활동하는 수원, 잠실, 대구, 부산 등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에 이런 방침을 전했다. 국세청과 식약처는 맥주보이가 주류를 허가된 장소에서만 팔아야 하는 주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하나의 논리는 청소년 보호다. 주류를 판매할 때 청소년의 나이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동식 판매원의 경우 나이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선 매점 임대료와 무관한 맥주보이의 활동 제한에 반대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관중들은 불편해졌다. 이제 맥주 한 잔을 먹으려면 관중석을 빠져나가 구장 내 매점이나 편의점까지 이동해야 한다. 우리보다 훨씬 오랜 야구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맥주보이가 야구장 문화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다.미국에서는 야구장에서 맥주와 함께 핫도그를, 일본에서도 맥주와 도시락의 이동식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야구장 전체를 특례 지구로 지정해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허용하는 건 어떨까. 맥주보이가 없어지면 야구장 갈 맛 안나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45초 햄버거

고객이 카운터에서 햄버거 주문을 한다. 부저소리와 함께 메뉴가 그릴에 있는 전광판에 뜬다. 3~5초 안에 주문한 햄버거 빵을 찾아 빵 굽는 기계에 넣는다. 그 사이 빵 안에 넣을 고기 패티를 튀겨내고 토마토 등의 재료를 준비한다. 이렇게 해서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최대 45초. 맥도날드 한국지사의 풍경이다. 햄버거를 만드는 맥도날드 그릴에선 초 단위 전쟁을 한다. ‘45초 햄버거’ 정책 때문이다. 매장에서 주문하면 주방에서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어 고객이 1분20초 안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침에 아르바이트생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초 단위 시스템 속에 햄버거를 만들다 보니 뜨거운 기름이나 패티에 손을 데곤 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매니저는 ‘초 관리하라’고 재촉한다. 노동강도는 높지만 지급되는 안전장비는 비닐장갑뿐이다. 맥도날드는 ‘17분30초 배달제’도 실시하고 있다. 주문이 들어와 제품이 배달직원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7분30초 안에 완료해야 하고, 이동시간 10분을 포함해 고객에게 17분30초 안에 배달을 마쳐야 하는 시스템이다. 10분 안에 배달하려다 보니 교통법규를 어기고 무리하게 주행하다 다치는 배달원도 있다. 산재 처리는 어렵다. 신호위반 과태료는 배달직원이 내야 한다. 과도한 속도경쟁 때문에 산재 위험에 노출된 알바 노동자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0~2014년 음식점 배달알바 중 2천607명이 교통사고로 산재피해를 입었고 이중 5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에는 10대 알바가 ‘30분내 배달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호위반과 과속을 반복하다 시내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30분 피자 배달제’가 폐지됐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속도경쟁을 늦추지 않고 있다. 며칠 전 알바노조가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4월 13일)을 앞두고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45초 햄버거 폐지, 17분30초 배달제 폐지, 산재 예방을 위한 목장갑ㆍ토시 지급 등 10개 사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맥도날드 측은 45초 햄버거가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초 단위 공정 관리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시간이 주는 압박감은 초조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알바생들의 숨통을 조이는 ‘45초 햄버거’, 사먹지 않는다면 개선이 될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소위 가장 잘 나갈 때 조심하란 말도 있다. 바로 지금의 정치권을 두고 하는 말인 듯 싶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을 주고도 압승했다. 민심의 비로미터인 수도권 대승이 주효했다. 특히 경기지역에서 무려 40석을 확보했다. 전체 60석 중 2/3의 규모다. 우선 정치 1번지 수원에서 5석을 싹쓸이하며 쾌승했다. 수원시작으로 화성과 광주, 분당을 돌아 광명, 부천으로 이어지는 삼각 벨트를 형성했다. 이뿐 아니다. 여세는 고양, 남양주까지 확대됐다. 가히 석권이라 아니할 수 없다.애당초 더민주는 경기지역에서 많아야 30석 내외를 내다봤다. 경합지역 6곳에서 모두 당선했을 때의 수치였다. 하지만, 바라던 최고치를 넘어 무려 10석 이상을 더 확보했다. 수원 신화로 시작됐고 수원을 넘어 분당에서 꽃피웠다. 수원병 김영진 당선자는 일대 이변 중 하나다. 팔달구 정치사 처음으로 야권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곳은 남경필 도지사가 버티고 있는 여권의 철옹성이다.분당을 김병욱 당선자도 예외가 아니다. 부촌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되기란 소위 하늘의 별 따기. 손학규 전 지사가 지난 5년 전 분당대첩으로 당선된 때를 제외하고 모두 여권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제2의 분당대첩을 일군 주인공이 됐다. 옛말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는 말이 있다. 분명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 이다. 이들 두 당선자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의 아픔을 맛본 이후 지난 4년 동안 진정어린 행보를 거듭해 왔다. 지역민을 섬기며 신뢰의 정치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여권의 독주와 경제실정이 큰 패착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제는 경제를 살려내라는 것이다. 또 낮은 자세로 섬김과 신뢰의 정치를 해 달하는 주문이다. 고인 물은 언제가 썩기 마련이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건강한 정치를 해 달라는 유권자의 지상 명령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동수 정치부 부장

[지지대] 선택(選擇)

△선택(選擇)은 잘하셨습니까?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총선에서의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누가 묻지도 않았지만, 늦은 밤 당락이 결정되면서 유권자 개개인의 선택을 놓고 후일담(後日談)이 시작됐다. 환호성과 아쉬운 한숨 속에 밤새 나름의 분석을 내놓으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지난달 31일부터 4월 13일까지의 일정을 되새겼다. 앞으로 4년간 국민을 대표해 국정에 참여하고 민생법안을 만들 금배지들을 뽑았으니 어찌 그 회한이 없을까마는 그렇게 4ㆍ13 선택은 끝났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A를 얻으면 B를 버려야 한다. 크고 작던 그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이번 4ㆍ13 선택은 국가 장래 4년을 책임지는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모든 유권자들의 책임이자 책무로 다가온다. 지난 19대 국회를 바라보면서 많은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뭐 하고 있느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들이 자신의 선택에 맞게 일하며 땀을 흘리는지 지켜보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를 갖고 나도는 뒷얘기는 빨리 접어야 한다. 선거를 치르고 난 이후, 후유증이 왜 없겠느냐마는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국민적 에너지 소모는 많을 수밖에 없다. 또한, 결과를 놓고 서로 책임 운운하며 또다시 욕지거리로 얼룩진다면 갈등의 골도 깊어지면 깊어졌지, 절대 아물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영광의 주인공들이 빠른 선택을 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돌아선 민심 수습은 바로 새로운 금배지들의 선택 몫이기 때문이다. △내년, 우리는 더 큰 선택을 하게 된다. 이번 선택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 행태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결정하는 선택이야말로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그 구성원인 국민의 미래를 새롭게 열 수 있기 때문이다. 4·13 총선이 끝난 현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잘한 선택이든, 잘못한 선택이든 간에 그 괴리와 갈등은 빨리 접고 희망과 꿈이 있는 앞날을 맞이하기 위해 용서하고 포용하는 선택을 다시금 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백세 인생’·남은 투표

70년대 우리 경제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연평균 10% 이상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그 결과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 대국이 됐다. 그 속에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기적이 있다. 바로 ‘수명 연장의 기적’이다. 1970년 평균 수명은 남자 58.6세, 여자 65,5세였다. 1980년에는 남자 61.7세, 여자 70.0세였다. 1990년에는 남자 67.2세, 여자 75.5세였다. 2000년에는 남자 72.2세, 여자 79.6세였다. 2010년에는 남자 77.2세, 여자 84.0세였다. ▶2015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남성 78.5세, 여성 85.1세다. 평균 81.8세라는 수치는 OECD 회원국 중 11번째로 높다. 일본(83.4세)이 1위, 스페인(83.2세)이 2위다. 경제 1등 미국(78.8세)이나 2등 중국(75.4세)보다 우리가 위다. 인간이 경제에 매달리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행복의 첫 번째 기준은 건강히 오래 사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한강의 기적’과 한국 국민의 ‘장수의 기적’은 그렇게 같이 왔다. 이제 아무도 ‘100세 인생’을 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수 이애란은 ‘백세 인생’을 불러 히트했다. 너무 비싼 사용료 때문에 선거 로고송으로는 사용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노랫말에 투표 횟수를 계산해 보면 이렇다.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육십 세는 젊다. 평균 수명까지 21년이 남는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는 4번, 국회의원 선거는 5번밖에 안 남는다.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도 여전히 할 일이 많다. 평균 수명까지 11년이 남는다. 남은 선거 기회는 대통령 2번, 국회의원 3번이다. ▶젊다 해도 그리 다르지 않다. 현행법상 가장 젊은 유권자는 4월 13일 현재 만 19세가 되는 젊은이들이다. 이 젊은이들에게 남은 기대수명은 62년이다. 대통령 선거는 12번, 국회의원 선거는 15번 치를 수 있다.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30대 유권자. 투표장 갈 시간도 아까울 나이다. 기대수명까지 51년이 남는다. 이들에게도 남은 선거는 대통령 선거 10번, 국회의원 선거 12번뿐이다.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 국회의원 선거. 바야흐로 선거 홍수 시대다. 1년이 멀다 하고 선거가 치러진다. 이러다 보니 선거 무관심이 날로 커진다. 하지만, 선거판에 ‘흔한 선거’와 내 인생에 ‘남은 선거’를 따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젊어도 15번을 넘기기 어렵다. 한두 번만 남겨 놓은 유권자들도 있다. 이런 기회 가운데 하나가 오늘 사라진다. 그냥 버릴 것인가.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미세먼지

봄꽃이 난리다. 벚꽃이 절정을 이뤘고 개나리, 진달래, 목련도 활짝 피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꽃이다. 그런데 봄꽃을 시샘이라도 하듯 지난 주말 황사와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했다. 남부지방은 중국발 황사로, 중부지방은 고농도 미세먼지로 전국의 하늘이 종일 어두컴컴할 정도였다. 사흘 연속 계속된 미세먼지는 꽃놀이 나선 국민들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건강을 위협했다. 미세먼지는 흔히 ‘보이지 않는 살인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성분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검댕(black carbon)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 몸은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천식ㆍ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ㆍ피부ㆍ안구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는 뇌에 혈전을 생성해 세포를 손상시키고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한다. 폐에 들어가서는 염증을 일으킨다. 심장에는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칼슘 대사 이상을 초래하고 부정맥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PM2.5)는 더욱 위험하다. 초미세먼지는 너무 작아서 호흡기로 걸러내지 못하고 혈관을 통해 온몸 가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임신부의 자궁에도 침투해 태아의 성장이나 뇌 신경 발달까지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호흡기가 약한 노인, 어린이, 임산부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도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야외 활동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중국 산업지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3년 환경부는 대기오염 물질 중 30~50%는 국외에서 유입됐다고 발표해 나머지 50~70%는 국내에서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때문에 중국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찾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의 대응은 마스크 쓰기, 실외활동 자제 등 한가하기만 하다. 그마저도 미세먼지 예보를 소홀히 하거나 오보를 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있다. 지난 주말에도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황사 농도가 높고,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는데 기상당국의 엉터리 예보와 뒷북 중계로 상춘객들은 황사ㆍ미세먼지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국민 건강을 우습게 여기는 기상청, 환경부는 각성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그레이 보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 4천205만3천278명의 20대 총선 선거인명부를 최종 확정했다. 이는 총 인구수 5천162만3천293명의 81.5%에 해당하며, 지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보다 189만5천343명(4.7%)이 늘어난 수치다. 재외국민을 제외한 국내 선거인명부 기준,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983만7천466명(23.4%)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40대(21%)와 50대(19.9%) 순이었다. 반면 20대 유권자는 16%에 불과했다. 19세 유권자를 포함하더라도 전체의 17.6%로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했다. 60대 이상이 최대 유권자층을 형성하면서 ‘그레이 보터(Gray Voter)’의 표심이 4ㆍ13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을 차지하면서 이번 선거는 노년층이 주도하는 첫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노년 유권자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여기에 60대 이상은 역대 선거마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실버공약으로 노년층 표심 잡기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노인 기초연금을 일률 확대하기보다는 노후대책 없는 하위 50% 계층에 월 4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선별적 복지’를 약속했다. 노인복지청 신설, 노인 의료비 정액제 인상, 어르신 일자리 4년간 78만7천개 창출 등도 공약으로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10만∼20만원 차등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 30만원 균등 지급’으로 확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불효자방지법’을 통해 재산을 증여받은 자식이 부모에게 학대행위를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 증여를 해제하는 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하위소득 70%에 해당하면 기초연금 2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인 일자리 수당 2배 인상도 공언했다. 그러나 여야의 실버 공약은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고 재원조달 방식이 모호하다는 점이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3당의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4년간 200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된다. 표를 얻겠다고 공수표만 날리면 그레이 보터들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그레이 보터는 여당에 유리하지도, 야당에 불리하지도 않다. 보수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변수는 많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긴 쉽지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고개 숙인 정치인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교양이 있고 수양을 쌓은 사람일수록 겸손하고 남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 운전을 하다 보면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자신을 홍보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거의 머리가 바닥에 닿을 듯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저분이 그렇게 겸손하고 시민을 생각했던 분인가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선거를 앞두고 언론사 방문을 제집 드나들듯이 하면서 지지와 응원을 호소하던 후보자들이 금뺏지를 달고 나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거만을 떠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언론사에서 이 정도 하시는 분들이 일반 시민들에겐 어찌할지. 지난달 31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투표일인 오는 13일 이전까지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이들이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기간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는다. 당선이 되고 나면 4년 임기 내내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특권 의식을 가지고 돌아다닐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들 후보자는 “자 2~3주만 잘 참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대한민국 정치인들을 너무 폄하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하는 행태를 보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들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래도 뽑아야 하는 것일까.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처음 투표해 여섯번째 총선이다. 모두 투표는 했지만 참 잘 뽑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성공률 0%, 내 손이 저주의 손인 것인가. 이번 선거도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다. 확률 0%의 선택을 하게 만드는 정치인들이 너무 싫다.지금 시민들에게 숙여진 저들의 머리가 국회에 입성해서도 낮은 곳을 향하길 기대한다. 낮은 곳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가의 발전, 국민의 행복’을 위해 그들의 머리가 쓰이길 간절히 바란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지지대] 거품 계란

큰 딸아이의 한때 꿈은 계란 장수였다. 퇴근해 딸아이가 외치는 “계란이 왔어요. 계란이”를 듣는 날이면 식탁 위에 삶은 계란이 수북했다. 손주를 돌보느라 장보기가 어려운 할머니에게 골목 깊숙이까지 찾아온 부식차는 구세주나 다름없다.특히 손주들에게 삶은 계란만큼 싸고 좋은 간식이 없었던 거다. 밤새 계란 사라고 외쳐대는 딸 때문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떠올리며 고민도 했지만, 오래지 않아 “냉장고 팔아요. 고장 난 시계 팔아요”로 레퍼토리가 바뀐 딸을 보며 안도했다.▶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계란을 이용한 반찬이다. 영양가도 높지만 만들기가 쉬워서다. 삶은 계란은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당근과 피망을 잘게 썰어 넣고 부치다가 김을 깔고 말면 계란 김말이가 완성된다. 흰자와 노른자를 갈라 부친 다음 채 썰거나 골패 쪽 모양으로 썰어서 국수나 만둣국 고명으로 쓰면 한결 멋스럽다. 냉면에서 빠지지 않는 삶은 계란은 반으로 자른 게 기본인데 요사이 3등분 한 것이 나올 때면 원가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뜻으로 이해는 하지만 맘은 상한다.▶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식탁 위에 오르는 반찬을 물어본 결과 배추김치가 첫 번째였고 이어 김, 계란, 멸치볶음 순이었다. 계란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완전식품으로 통한다. 계란찜은 소화가 잘되고 요리가 간편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인기다. 특히 두뇌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수험생에게 더없이 좋다고 한다.▶계란이 과잉 생산되면서 산지가격이 뚝 떨어졌다. 대규모로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가 늘어난데다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급증해서다. 지난 2월 특란 10개 기준 달걀 산지가격은 93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 하락했다. 산지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져 계란 생산농가는 죽을 맛인데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다. 유통 마진율이 지난해 9월 34.9%(686원)에서 올해 2월 48.5%(885원)로 13.6%p나 올랐기 때문이다. 유통이윤을 적정화하면 소비자 가격은 내려간다. 그래야, 올여름 냉면을 먹으면서 맘 상할 일도 없어진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생표(生票)·死票(사표)

기호 1번 이회창(한나라당), 기호 2번 김대중(국민회의), 기호 3번 이인제(국민신당). 1997년 15대 대선에 나선 세 후보다. 관심은 단연 이인제 후보였다. YS(김영삼)로부터 ‘40대 깜짝 놀랄 후보’로 점지 된 터였다. 정치적 성향은 당연히 여권이었다. 이회창 후보에는 치명적인 감표(減票) 요인이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 기자들 사이에 소문이 나돌았다. 보수 성향의 신문이 선거 전날 뿌려댈 기사였다. 기자들이 예상한 기사 제목은 ‘이회창 김대중으로 승부 압축’ 또는 ‘이회창 김대중 양강 구도’였다. ▶1997년 12월 16일 밤. 조선일보 사옥이 일단의 시위대에게 에워 싸였다.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신당 당원들이었다. 신문발송 차량의 출입을 막는 사람들도 있었고, 조선일보를 불태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막 제작이 끝난 17일 자 신문의 1면 기사를 삭제하라는 요구였다. 기사 제목은 ‘이회창-김대중 선두 각축’이었다. 정치 기자들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선거일 하루 전날이라는 날짜가 맞았고, ‘이회창-김대중 선두’라는 제목이 맞았다. 신문은 배포됐고 국민신당은 17일 하루에만 7, 8건의 관련 논평을 뿌렸다. ▶대선 역사에 기록된 가장 극렬했던 ‘사표 공방’이다. ‘이인제 찍으면 김대중이 당선된다’는 공식이었다.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이 선거일까지 외쳤던 구호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김대중 40.3%, 이회창 38.7%, 이인제 19.2%였다. 1.3%p 차이로 대통령이 결정됐다. 여권 성향의 19.2%(이인제)가 결정적이었다. 이 19.2%의 표는 한국 정치사에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최초의 정권교체, 최초의 호남 정권, 최초의 진보 정권의 바탕이 됐다. 19.2%는 사표가 아니었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의미가 큰 표로 기록됐다. ▶4ㆍ13 총선 투표용지가 인쇄됐다. 야권 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연대가 성사되더라도 이제 투표용지에는 표시될 수 없다. 투표용지 위에서의 ‘일여다야(一與多野)’는 기정사실이 됐다. 다급한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사표 심리’ 작전이 시작됐다. ‘국민의당을 찍으면 새누리당이 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정치 구조상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역시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미래를 보겠다’는 유권자엔 생표(生票)가 될 것이고, ‘새누리당에 이득 줄 수 없다’는 유권자엔 사표(死票)가 될 것이다. 정치가 함부로 단정할 일이 아니다. 20여년전 한나라당의 사표 작전은 실패했다. 유권자의 선택을 멋대로 단정 지었던 탓이다. 더민주당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사진가의 윤리

‘금강송 사진작가’ 장국현씨가 최근 또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달 중 ‘천하걸작 한국영송 장국현 사진전’을 열 계획이었는데 예술의전당 측이 대관을 취소키로 해 대관신청을 한 잡지사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측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전시를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전시장 대관 승인은 장씨의 불법 벌목이 논란이 되기 전인 2014년 7월3일 이뤄진 것이어서 문제를 뒤늦게 파악하고 대관을 취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송을 전문적으로 찍어온 장씨는 2011~2013년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의 산림보호구역에서 수령 220년 된 금강송을 포함한 금강송 11그루와 활엽수 14그루를 무단 벌목한 혐의로 2014년 7월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대왕(금강)송 사진을 찍기위해 인부를 고용해 주변 나무들을 마구잡이로 베어냈다. 이 대왕송 사진은 한 장에 400만~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장씨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한국사진작가협회는 그를 제명했다. 2년여만에 장씨가 다시 전시를 하려 하자 사진계와 일반인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장씨가 ‘속죄 기회를 갖기 위해 전시를 하고 수익이 나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는데 반응은 싸늘하다. 사진을 하지 않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사진가의 욕심이 소중한 자연을 훼손했고 자신을 망쳤다. 사진 찍는 사람들로 인해 자연과 생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동강 주변 절벽 틈에서 자라는 동강할미꽃이 수난을 겪는다. 일부 촬영객은 깨끗한 사진을 찍는다며 묵은 잎과 줄기를 떼내고 있다. 어떤 이들은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연출하려고 생수나 워셔액을 뿌리기도 하고, 벌을 부르려고 꿀을 바르기도 한다. 이에 주민들이 군락지 감시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얼마 전엔 안산시 대부도 간척지 바위 절벽 중턱의 수리부엉이 둥지가 훼손된 채 훤히 드러난 모습이 공개됐다. 멸종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를 찍는다며 사진가들이 둥지 주변의 나무와 덩굴 등 은폐물을 모두 없앤 것이다. 둥지 훼손으로 새끼들은 천적에 고스란히 노출돼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됐다. 아름다운 생태 사진을 촬영한다며 자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망치는 몰상식한 사람들은 사진 찍을 자격이 없다. 카메라를 들기 전 사진가의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내 나무 심기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한 것은 1949년이다. 신라 문무왕이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날이고, 조선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제를 지내고 직접 농민의 밭을 일군 날과 같은 날이다. 또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한 시기라 역사ㆍ과학적인 이유로 나무 심는 날로 지정된 것이다. 광복 이후 우리 산림은 황폐화가 극에 달했다. 일제의 수탈과 6ㆍ25전쟁으로 벌거벗은 상태였다. 정부는 1973년부터 20년간 치산녹화 계획을 수립하고 심혈을 기울여 목표를 5년이나 앞당겨 1987년 국토 녹화를 끝냈다.세계식량농업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했고,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은 ‘플랜B 2.0’이라는 저서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인 성공작”이라고 칭찬했다. 초등학교 시절 식목일이면 야산에 나무를 심으러 갔었다. 동네에선 어른들이 사방공사(砂防工事) 간다고 삽 들고 부역을 나가 산과 제방에 나무를 심고 왔다. 관공서ㆍ회사ㆍ군부대 등에서도 ‘국민식수기간’에 나무 심는 일은 중요행사였다. 국민 모두가 열심히 나무를 심은 덕에 오늘의 푸른 숲을 갖게 됐다. 대통령들도 식목일 즈음에 나무를 심었다. 포천 국립수목원에는 역대 대통령 7명의 ‘대통령 나무’가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식목일에 14년생 은행나무를 심었다. 박 대통령은 “황폐한 산지를 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광릉숲 1.5㏊에 전나무와 잣나무도 조림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0년 11월 육림의 날에 30년생 독일가문비를, 1987년에는 25년생 반송을 각각 심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9년 식목일에 20년생 분비나무를 심었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식목일에 27년생 반송 한그루를, 1997년에는 5년생 전나무와 잣나무를 심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 식목일에 17년생 금강소나무를 심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5월에 28년 된 주목 한그루를 심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식목일에 황금색 주목을 기념식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식목일에 30년생 구상나무를 심었다. 요즘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일반인들도 나무를 많이 심는다. 집과 생활주변에 유실수나 조경수를 주로 심는데 직접 심고 가꾸는 즐거움이 크단다. 올해는 행복한 소망을 담아 내 나무를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부모의 관심이 절실한 누리과정

연초부터 우려했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족에 따른 보육대란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조금은 늦었지만, 영유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누가 됐건 책임을 지겠지’라는 막연함 만으로는 안 된다. 정부와 경기도교육청의 팽팽한 입장차이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아니 더욱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임시변통 격으로 경기도가 마련한 두달치 준예산 910억원으로 각 지자체마다 1~2월을 버텼지만, 본예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미편성된 관계로 3월부터는 지자체에 지원할 수 없게 됐다. 도가 3월분은 카드사에 대납요청하라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성남과 시흥 등 8개 지자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어린이집 운영비와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지급하지 못했다. 보육대란이 현실이 돼버렸다. 용인과 부천 등 19개 지자체는 2월분 보육료를 카드사에 대납 요청한 뒤 3월분 처우개선ㆍ운영비로 돌려썼다.이들 지자체도 현재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한달 후에는 보육대란이 현실화된 8개 지자체와 똑같은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추경예산 편성 등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수원 등 4개 지자체는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대통령이 나서거나, 정부가 문제 해결을 주도하든지, 도교육청이 타협을 하든지 해결을 해야 할 때다. ‘우리 주장만 맞고 너희 주장은 틀리다’라는 갑론을박도 이젠 지겹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더더욱 아니 될 말이다. 영유아를 두고 있는 부모들이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누가 됐건 지원만 받으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작금의 사태를 만들어 내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다. 결혼을 앞둔 20~30대들도, 초중고생을 자녀로 둔 40~50대들도 남의 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백년지대계’란 교육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투표율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야말로 본격 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지난 1948년 5월10일 국회의원 선거가 처음 치러진 이후 2012년 총선까지 모두 19번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1948년 5월 제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지금으로써는 상상할수도 없는 무려 95.5%의 경이로운 기록(단순히 투표율로만 보면)이다. 당시 198명의 국회의원이 뽑혔다. 정당에 속하지 않은 무소속이 85명으로, 가장 많은 의원을 배출한 대한독립촉성국민회의 55석 보다 30명이나 많았다. 무소속이 당선 되기 힘든 지금과는 딴 세상처럼 느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자료를 보면 제1대 95.5%, 1950년 제2대 91.9%, 1954년 제3대 91.1%로 90%를 넘어선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제4대(1958년)와 제5대(1960년)는 각각 87,8%, 84.3%로 80%대 투표율, 1963년 제6대에 들어선 72%대로 급락, 1981년 11대 까지 70%대에 갇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1985년 제12대 들어 잠시 84.6%로 급등한 것 빼고는 1992년 14대까지 70%대를 지켜냈다. 그래도 지금 투표율과 비교하면 높은 투표율이다. 1996년 제15대 63.9% , 2000년 57.2%, 2004년 60.6%, 2008년 46.1%, 19대인 2012년 4월에는 54.2%로 힘겹게 50%를 넘어섰다. ▶201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부터 사전투표제가 실시됐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사전투표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4월8일과 9일 이틀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가 시행된다. 최악의 19대 국회라고 말하기보다는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4월13일 수요일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자.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18’과 정약용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1762년에 태어났다. 당시 조선 사회는 농경 사회에서 상공업 사회로 변하고 있었다. 농경 사회의 사상적 지주였던 성리학이 시대사상으로의 역할을 다해가고 있었다. 대신 상공업 사회에 부응하는 기술 문명과 부국강병을 중시하는 북학 사상이 새로운 사조로 등장했다. 다산도 성호 이익의 유고를 읽으며 이런 실학에 뜻을 키웠다. 그의 일생을 지배한 철학적 기초는 결국 18세기가 만들어 낸 시대정신이었다. ▶1783년 과거에 합격했다. 그 해 나이 22세였다. 1789년에는 초계문신에 뽑혔다. 31세에 화성(華城)을 설계하며 수원과 연(緣)을 맺었다. 거중기, 녹로 등을 고안해 축성(築城) 기간을 앞당겼다. 33세에는 경기도 암행어사로 파견됐다. 경기 지역 민초들의 어려움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후 동부승지, 곡산부사에 제수됐다. 1800년에 고향으로 돌아왔고 여유당(與猶堂)에 터 잡았다. 공직에 나선지 꼭 18년 되던 해다. ▶바로 그해 정조가 승하했다. 다산에 대한 정적들의 탄핵이 시작됐다. 책롱사건(籠事件)이 발생했고 다산 3형제가 체포됐다. 셋째형 약종은 사형당했고 둘째형 약전과 다산은 흑산도와 강진에 유배됐다. 1816년에 흑산도에 유배 중이던 약전마저 사망했다. 그가 해배(解配)된 것은 57세 되던 1818년이다. 경세유포, 목민심서, 흠흠신서가 그 기간에 완성됐다. 다산학이 완성된 고귀한 유배. 그 유배의 시간도 18년이었다. ▶그리고 18년 뒤인 1836년, 생을 마감했다. 180년 전이다. 남양주에서 다산 서제 180주년 추모제향을 치른다. 남양주 시민들이 다산의 사당인 문도사(文度祠)에서 잔을 올린다. 그의 고향 마재마을 주민들이 행사를 준비했다. 정악공연-흩뿌리는 풍류-도 있고, 특별강연-다산의 꿈-도 있다. 다산 시화전, 다도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이강석 남양주시 부시장은 “이번 행사는 다산을 역사 속 인물에서 우리 시대가 본받아야 할 큰 스승으로 모시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한다. ▶18세기 탄생, 18년간의 공직, 18년간의 유배, 18년간의 여생, 그리고 180번째 추모제향…. 작위적인 획정이라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본뜻은 ‘18’이란 숫자가 아니라 ‘위대한 다산 정신’에 있다. 조선을 한 단계 높여놨던 정치가이자 과학자에 대한 추모다. 180년 지난 이 시대에도 다시 보길 원하는 진정한 ‘공복(公僕)’에 대한 소망이다. 화성을 선물 받은 수원시민, 암행어사로 보호받던 경기도민 모두가 찾아야 할 ‘다산 서제 180주년 추모제향’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공약은 그냥 구호다

2012년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 16일 TV토론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2025년 달 착륙선 계획이 있는데 2020년까지 앞당기려 한다.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 뒤 2013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는 박 대통령의 약속대로 달 탐사 계획을 5년 앞당겼다. 탐사 계획만 앞당겼을 뿐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될 지는 모를 일이다. 새누리당이 4ㆍ13 총선을 겨냥해 ‘2020년까지 달 탐사’ 공약을 내놓았다. 공약집에 “한반도 최초로 달 탐사를 성공시켜 우주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적혀있다. △75t급 엔진 개발, 300t급(3단형 로켓) 한국형 발사체 독자 개발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ㆍ발사 △미 항공우주국(NASA)과 달 탐사 기술협력 위한 국제협약 체결 △달 궤도선ㆍ착륙선 자력 개발, 발사 등의 과제도 제시했다. 실현될까 싶지만 실제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이다. 새누리당의 이 공약은 새롭지 않다. 박 대통령 공약의 재탕이고, 정부 사업에 무임승차한 것이다. 새누리당에게 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지, 제대로 성공할 지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선거 공약이 늘 그렇듯 그냥 구호니까.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 청년ㆍ여성ㆍ노인 일자리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상당수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재탕 또는 연장에 불과하다. 국민들에게 공약에 대한 신뢰를 심어준다며 “당의 5대 총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1년치 세비를 반납한다”는 후보자 서명운동을 벌이는데 이 역시 쇼로 보일 뿐이다. 더민주의 복지 공약도 무책임해 보인다. 2018년까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 30만원을 균등 지급하겠다고 하고, 국민연금기금에서 매년 10조원씩 10년간 100조원을 가져와 임대주택, 보육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국민의당도 어르신 빈곤 제로 시대 등 좋은 말만 모아 공약집을 내놓았다. 여기에 또 무상 공약이다. 무상급식, 무상보육에 허덕거리면서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인 고교 무상교육을 들고 나왔다. 재원 마련 대책은 없다.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홀리는 말들이 난무한다. 말 잔치는 말 장난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약은 ‘믿거나 말거나’다. 이번 총선을 겨냥해 나온 공약들 역시 고민도 없고 성의도 없고 비전도 없다. 구호만 요란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베이비박스 논란

태어나자마자 부모에 의해 길가에 버려지는 새 생명들이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가 마련한 ‘베이비박스(Baby Box)’에는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연일 남몰래 버려진 아기가 담겨있다. 한해 300여명 가까이 된다. 베이비박스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일정한 곳에 설치한 상자다. 서울의 베이비박스는 2009년 12월 처음 문을 열었다. 그동안 이곳에 맡겨진 아기는 900여명에 이른다. 베이비박스는 온열 설비가 된 인큐베이터 형태로 돼있으며 아기를 놔뒀다고 알리는 벨을 달아놨다. 벽면에는 ‘출생일을 꼭 적어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베이비박스는 2014년부터 군포의 한 교회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는 베이비박스에 놓고 가는 아기들이 많다보니 보육원이 모자랄 정도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까지 올라와 많은 부모가 이곳에 갓 태어난 아기를 두고 간다. 아기를 입양 보낼 때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도록 하는 등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2012년 8월 시행된 이후 영아 유기가 급증했다. 친모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해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기를 친부가 입양 보내지 못해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늘었다. 다행히 지난해 아버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까다로운 입양 제도와 미혼모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복지체계 때문에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발걸음은 줄지 않고 있다. 얼마전 경기도의회가 베이비박스 운영기관과 단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경기도 건전한 입양문화 조성 및 베이비박스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보류한 바 있다. 이효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에 대해 민변은 “베이비박스는 영아 유기를 조장ㆍ방조하는 위법한 공간에 불과하다”며 베이비박스 지원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민변은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에 대해 법적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도의회는 간담회 등 의견수렴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 일단 보류했다. 베이비박스, ‘아기 보호냐, 유기 조장이냐’.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각자 의견이 다를 것이다. 입양특례법을 개정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베이비박스가 사라질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네거티브 전략 과연 효과적인가

4·13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이 올랐다. 정당별로 치열한 경선을 거친 후보자들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각 선거 캠프는 선거운동 전략을 짜느라 정신이 없다. 전략 중 첫 번째로 지역별로 유권자들의 민심을 반영한 다양한 분야의 공약을 만들고 있다. 대표 공약 등은 해당 후보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문구를 내세워 사실상 후보의 이미지나 다름이 없다. 또 하나의 전략은 유세 지역 선정이다. 예비후보 때엔 혼자 출·퇴근길 주요 길거리 등에서 피켓 홍보를 하거나, 일일이 돌아다니며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본 선거 후보가 되면서 집단 유세전이 가능해진다. 대형모니터와 스피커 등으로 중무장한 유세차량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또 어느 지역을 집중적으로 유세할 것인지 등 시간과 장소를 계획 있게 준비하고 있다. 대다수 후보 캠프는 마지막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상대 후보의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상대의 부정적인 면을 들춰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모 후보는 선거구에 주소만 두고 있을 뿐, 실제론 서울에 산다”, “지역을 잘 모른다”라는 식의 작은 공격부터 감정이 격해지면 인신공격까지 이뤄진다. 심지어 선거 막판에는 서로 상대방을 고소·고발하는 물고 뜯는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네거티브 선거는 왜 이뤄지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이 같은 질문에 오랫동안 선거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그게 먹힌다’라고 표현한다. 특히 요즘처럼 선거운동 기간이 2주 정도로 짧은 상황에선, 좋은 공약을 홍보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을 깎아내린다고 내 지지도가 올라가느냐는 미지수다. 선거운동을 통해 지지도를 높여야 지역에서 정치생활을 오래할 수 있다. 상대방을 헐뜯어서 당선되더라도 그 당선은 지속되지 못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적이 생겨 역으로 공격당할 꺼리가 많아지고, 시민들에게도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박히기 때문이다. 각 후보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시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 심어주기보다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이민우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지지대] 지카바이러스와 메르스

국내에도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의심환자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22일에 확진됐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환자는 43세 남성으로 지난 2월 17일부터 3월 9일까지 22일간 브라질 북동부지역 출장 중 모기에 물렸으며, 11일 귀국 시 증상은 없었고, 16일 발열이 있어 병원에 들렸다가 지카바이러스 감염사실이 드러났다. 브라질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발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메르스 확산을 경험한 뒤라 이번엔 지가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의 지카(Zika) 숲에 사는 붉은털원숭이에게서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되면서 ‘지카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여졌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모기의 흡혈 과정을 통해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다 최근 태평양 섬으로 유행지역이 확대됐다. 2015년에는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에서 많은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보통 사람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증상이 없거나 발열, 발진, 관절통, 눈의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임신부들은 주의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모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여름철이 되면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들의 국내 유입을 통한 2차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카바이러스를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카바이러스는 지난해 발병했던 메르스와는 감염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공기를 통해 단기간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반면 지카바이러스는 바이러스를 지닌 모기에 물린 경우, 성관계, 수혈 등으로 전파경로가 제한적이어서 다행이다. 결국 공항 등에서 방역 당국의 철저한 예방 활동, 발병지역 방문객들에 대한 관리, 개개인마다 위생을 철저히 할 때 지카바이러스 국내 유행을 막을 수 있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野야? 與야?

수원정에는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새누리당은 박수영(52)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광온(59) 전 MBC 보도국장이다. 국민의당은 김명수(60) 전 수원시의회 의장이다. 정의당은 박원석(46)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1명, 야당인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이 각 1명씩이다. 언론은 이 지역을 전형적인 ‘1여 다야’(一與多野)라 부른다.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구도라고 정리한다. ▶축복(?) 받은 ‘1여’의 생각도 그럴까. 박수영 후보는 처음부터 야권의 막판 연대를 경계했다.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1등에 올라도 ‘야권을 다 더한 것보다 많아야 이긴 것이다’라며 캠프를 긴장시킨다. 그런데 묘한 야당이 있다. 국민의당 김명수 후보다. 그는 여권 성향의 인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외곽 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다. 그가 갖고 있는 표도 다분히 여권 성향이다. 적어도 수원정에서의 국민의당은 여권에 가깝다. ▶2013년 10월 8일. 경기도의회에서 조성욱 의원이 5분 발언에 나섰다. ‘누구를 위한 급식인가’라는 주제에서 보듯 야권의 복지 정책을 공격했다. “돈은 없는데 빚내서 복지만 하자고 하니 빚진 돈은 누가 갚아야 합니까..…무상급식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조 의원의 당시 소속은 새누리당이었다. 그 조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용인갑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새누리당 이우현(59), 더민주당 백군기(66) 후보와 3파전이다. 언론은 이곳도 ‘1여 2야’로 분류한다. 역시 틀렸다. 여권 후보 2명과 야권 후보 1명의 싸움이다. ▶3월 14일 수원정 여론조사(케이앰 조사ㆍ경인일보 발표)가 공개됐다. 여기서 김명수 후보의 인지도는 12.1%였다. 결코 만만치 않은 수치다. 용인갑 여론조사는 아직 주목할만한 발표 자료가 없다. 하지만, 여기서도 조 후보의 비중은 작지 않다. 도의원 시절 조 후보의 텃밭(남사면ㆍ이동면ㆍ원삼면ㆍ백암면ㆍ양지면ㆍ중앙동ㆍ동부동)이 상당하다. 결국, 수원정과 용인갑에서의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잠식 표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은 야권 분열 맞다. 하지만, 이 국민의당이 경기도 경계를 넘어오는 순간 복잡해진다. 지역에 따라 여권 분열표로도, 야권 분열표로도 변한다. 후보 단일화의 득실도 어지러워진다. 새누리당에 득 될 수도, 더민주당에 득 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어디로 튈지 모를 도깨비 불이다. 엄연한 야당인 국민의당이 여야 모두에게 위기와 기회로 돌변할 수 있는 경기도. 이 또한 경기도만의 색깔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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