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에게 ‘내집 마련’은 삶의 목표였다. 집 한칸 마련 위해 안먹고 안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또 졸라맸다. 그렇게 마련한 내 집의 기쁨은 그동안 삶의 고달픔을 모두 잊게 했다. 집의 가치는 안식처 기능보다 자산을 불려주는 재테크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세대가 바뀌면서 집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내집’에서 ‘내가 사는 집’으로, 소유의 개념에서 삶과 휴식의 공간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집에 ‘나만의 공간’이라는 개성을 반영하려 하고, 집을 직접 꾸미는 홈인테리어 활동 자체를 ‘여가생활’로 느끼는 이도 많아졌다. 집 꾸미는 주최도 ‘엄마’에서 20~30대로 젊어졌다. SNS공간엔 #집스타그램(집+인스타그램), #홈스타그램(홈+인스타그램), #방스타그램(방+인스타그램) 등에 단장한 집안 사진이 넘친다. 방송사들은 발 빠르게 ‘집방(집 꾸미기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요리하는 ‘쿡방’ 열풍이 거세더니 이젠 의식주의 한 축인 집을 중심으로 수리, 개조, 인테리어를 하는 프로그램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현재 ‘집방’은 XTM의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수방사)’, JTBC의 ‘헌집 줄게 새집 다오(헌집새집)’, tvN의 ‘내방의 품격’, 채널A의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 등이 있다. ‘수방사’는 남자 의뢰인의 집을 찾아가 방이나 거실 공간을 사우나 등 평소 의뢰인이 꿈꿔왔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헌집새집’은 출연자의 실제 방을 스튜디오에 재현, 두 팀이 방 주인에 맞춤하게 새 단장한 뒤 주인의 선택으로 승자를 가리는 대결 형식이다. ‘내방의 품격’은 스튜디오에서 진행자, 인테리어전문가, 직접 집을 꾸민 주인공이 나와 인테리어 관련 정보 토크쇼를 벌인다. ‘머슴아들’은 각종 공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달인’ 김병만을 주축으로 농촌의 낡은 집을 전문가 손길 없이 직접 수리한다. MBN에서 방송 예정인 ‘오시면 좋으리’도 혼자 사는 제주 할머니들의 집을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숙소로 개조한다는 내용이다. ‘집방’ 예능의 시초는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준 MBC ‘일밤-신동엽의 러브하우스’다. 하지만 요즘 ‘집방’은 현실과 밀착돼 있다. 집을 고치거나 꾸미면서 각종 팁이 소개된다. 인테리어 얘기를 나누면서 실제 지출한 비용, 재료를 구입한 장소와 같은 구체적인 정보까지 공개한다. 올봄엔 나도 집 한번 뒤집어 볼까?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오피니언
이연섭 논설위원
2016-01-31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