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윤동주 열풍

시인 윤동주는 스물여덟 청년으로 생을 마감했다.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그는 사상이 불온하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같은 혐의로 함께 복역했던 고종사촌 송몽규는 유족 앞에서 “매일 이름 모를 주사를 맞았는데, 동주도…”라며 흐느꼈다. 송몽규도 3월 10일 숨을 거뒀다. 1917년 간도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송몽규와 서울 연희전문대학에 진학했다. 졸업을 앞둔 윤동주는 시 원고를 친구 정병욱에게 건네고 자신도 한 부를 보관했다. 그리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가 참변을 당했다. 정병욱은 학병으로 끌려가면서 다시 어머니에게 원고를 맡겼다. 다행히 정병욱이 살아 돌아오면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윤동주의 원고는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조금은 위로를 받았을까? 요즘 윤동주의 생을 담은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가 인기다.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 거면 문학이 무슨 소용이 있니?(몽규)” “시도 자기 생각 펼치기에 부족하지 않아(동주)”. 영화는 나라를 잃고 이름마저 뺏겨야 했던 암울한 식민시대에 총 대신 시를 잡고 일제에 맞섰던 윤동주와,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대에 맞섰던 송몽규 열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교과서 속 윤동주의 흑백사진처럼 흑백영화로 제작됐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광화문 교보문고엔 윤동주 코너까지 마련돼 시집 이외에 소설ㆍ평전 등 15종이 판매되고 있다. 1948년 출간됐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복각본은 출간 두 달 만에 5만부 넘게 팔렸다. 복각본엔 윤동주의 육필 원고철과 사진, 판결 관련 서류 등 다양한 자료가 담겨있다. ‘소설 윤동주’와 평전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도 최근 출간됐다. 다음 달에는 서울예술단이 2012년 초연했던 창작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를 무대에 올린다. 중ㆍ고등학교 때 이미 접했던 윤동주와 그의 시가 지금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자기 성찰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동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했다. 냉철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정진을 멈추지 않았다. 바쁜 일상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돌아보게 하는’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니, 윤동주는 죽지 않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과다노출의 기준

김모씨는 지난해 8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일광욕을 하려고 윗옷을 벗었다가 경찰로부터 범칙금 5만원을 부과받았다. 경범죄 처벌법의 ‘과다노출 금지’ 조항을 위반해서다. 이 조항은 ‘여러 사람 눈에 뜨이는 곳에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줄 경우’ 10만원 이하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하지만 김씨는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 즉결심판에 넘겨져 벌금 5만원을 받았는데도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신체 과다노출은 오래 전부터 경범죄 처벌 대상이었다. 예전엔 파출소 순경이 길 가던 젊은 여성들을 붙잡아 미니스커트가 무릎 위 몇 ㎝인지 잣대로 쟀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옷도 처벌 대상이 됐다. 지금처럼 과다노출 금지 조항이 바뀐 것은 2013년이다. 이젠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도 별 문제가 안된다. 여름철엔 배꼽티나 탱크톱같은 차림을 흔히 볼 수 있다. 예전에 처벌했던 ‘반투명 옷’은 ‘시스루 룩(see through look)’이라는 패션이 됐다. 그럼에도 과다노출의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애매모호하다. 김씨 사건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6단독 성원제 판사는 경범죄 처벌법상의 ‘과다노출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져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했다. 과다노출 금지가 헌법 심판대에까지 서게 된 것이다. 성 판사는 “해당 조항 가운데 ‘지나치게’ ‘가려야 할 곳’ ‘부끄러운 느낌’ ‘불쾌감’ 같은 대목이 모두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반(反)한다”고 했다.또 “조항만 보면 미니스커트나 배꼽티와 같이 어느 정도 신체가 노출되는 옷을 입은 경우에도 처벌되는지가 불분명하다”며 “노출에 대한 판단은 상황마다 다를 수 있는데, 이 조항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유행과 개성, 취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도 했다. 성 판사의 말대로 ‘가려야 할 곳’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경찰이 자의적 단속을 할 수 있다. 노출이 심하면 음란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주관적인 영역이고, 옷을 입거나 벗는 것 또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솔직히 남자들의 과다 노출은 꼴불견이다. 반면에 여성들의 노출은 때로 자기 정체성과 연결돼 있다. 당당한 자기표현 수단,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한 도전, 자기애의 발현일 수 있다. 어쨌든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자못 궁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정치꾼과 SNS

2010년께 스마트폰 보급과 동시에 한국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이른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마냥 신기했다.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내 글을 보고 즉각 응답하는 새로운 형식의 소통방식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하철 역 화장실에 휴지가 없으니 도와달라고 글을 올리면 실제 휴지를 전달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재미있는 미담사례부터 멋모르고 직장상사 험담을 늘어놨다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직장인의 일화까지…. SNS는 호기심 많은 한국인들에게 신세계를 열어줬다.팔로워가 몇명인가에 따라 사회 영향력을 자랑하기도 했는데,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소설가 등이 SNS계의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면서 일반인들도 팔로워 늘리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SNS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순수한 자기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소통의 장이 됐다. 그즈음 정치꾼들이 SNS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SNS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일부 정치인들은 젊은층 공략을 목적으로 SNS를 통한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과거 선거철에는 명함 돌리기, 확성기를 이용한 홍보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SNS 선거운동도 무시못할 정치 활동이 되고 있다. 문제는 SNS선거운동이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평소엔 관심 없다가도 선거철만되면 SNS상에 활동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났다. 아니나 다를까 4ㆍ13 총선을 앞두고 예비 후보 등 난립하는 상황에서는 정치꾼의 SNS 정치활동은 공해 수준에 이르렀다. 평소에 조용했던 SNS가 정치인들로 넘처나면서 일반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쌓였다. 가뜩이나 정치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한철 메뚜기처럼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형태를 보이는 정치인이 곱지 않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일부 SNS이용자들은 아예 SNS 이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쌍방 소통이 장점인 SNS를 정치꾼들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일방 통행 방식 활용하는 것을 시민들은 다 알고 있다. 정치꾼들이 선거철 SNS에서 보인 열정을 4년 내내 시민들에게 쏟는다면 보다 좋은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정치인 가성비

2016년을 맞아 뜨고 있는 단어 중 하나가 가성비다. 가격 대 성능 비율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성비란 단어가 병신년(丙申年)을 맞아 처음 생겨난 것은 아니다. 올해 유독 가성비란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이는 바로 경기침체와 맞물려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지난달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2016 트렌드 강의를 하면서 중요한 키워드로 가성비를 꼽으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경제침체기, 불황기의 소비는 가성비가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잡는다고 밝힌 것이다. 적은 돈으로도 만족감을 높이는 소비에 주목하게 된다는 것이다.그는 이날 강연을 통해 애플의 짝퉁, 대륙의 실수로 여기던 샤오미의 급부상을 가성비의 사례로 들었다. 비싸기 때문에 선호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저렴하더라도 품질면에서는 뛰어난 제품을 찾는다. 또한 적당히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김 교수는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이지만, 가격을 내리는 것보다는 소비를 통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지에 대한 납득감을 전해주는 것이 핵심이라 밝히고 있다. ▶임기 4년을 마무리하는 19대 국회에 대한 성적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한 최악의 국회 등 다양한 수사가 사용되고 있다. 국민들은 이젠 최악 국회라는 말을 듣기도 지긋지긋하다. 새로운 20대 국회가 하루빨리 출범하기만 고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써는 20대 국회도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경기지역에는 유난히 선수가 높은 의원들이 많다. (모든 의원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선수가 높다해서 정치적 역량과 국민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것은 아니다. 국가와 지역보다는 자신만의 선수를 높이는데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는 4월13일 유권자들은 잘 판단해서 가성비가 떨어지는 국회의원, 가성비가 떨어지는 정당을 솎아내야겠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행사장에 정치인들

고(故) 이병희 의원이 남긴 일화가 있다. 불우이웃 돕기 행사에 참석했다. 물품 전달 장면을 촬영하려고 줄을 섰다. 그때 보좌진들이 웅성댔다.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이 의원은 “사진이 중요하냐. 괜찮다”며 온화한 웃음으로 행사를 끝냈다. 역시 여유 있는 7선(選)이었을까. 보좌진들이 차에 올랐다. “이 ○○들, 귀빵맹이(뺨)를 한 대씩 돌려 버릴까 보다.” ‘수원 정치의 전설’ 에게도 행사는 그렇게 중요했다. 보좌관 출신 김모씨(71)가 증언한다. ▶이윤수(77ㆍ3선) 전 의원은 ‘영원한 DJ 경호원’이라 불린다. 숱한 정치적 역경을 DJ와 함께 했다. 그런 만큼 견제와 왕따에 익숙했다. 그런 그에게 ‘하얀 장갑’ 일화가 있다. 호주머니에 늘 하얀 장갑을 넣고 다녔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외(院外) 의원은 찬밥이다. 불러주는 곳도 없고 마이크를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곳을 밀고(?) 들어갔다. 장갑 안 주면 자기 장갑을 꺼내 끼고 테이프 커팅 줄에 섰다. 경력 좀 있는 정치기자들이라면 한 번쯤 들었을 ‘이윤수 하얀 장갑’ 일화다. ▶1월 20일, 수원의 한 호텔에서 정조대왕 학술 대회가 열렸다. 정치인들 서너명이 참석해 맨 앞줄에 앉았다. 시장이 인사말에서 한 명 한 명을 소개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모두 자리를 떴다. 21일은 같은 장소에서 관광 활성화 포럼이 열렸다. 어제 그 얼굴들이 또 참석했고 또 소개를 받았다. 역시 행사 도중 나갔다. 22일엔 시 체육관에서 축제가 열렸다. 5천여명의 시민들이 객석을 꽉 채웠다. 이번엔 더 많은 정치인이 몰려왔다. 현역의원들은 무대로 올라갔고, 돌아가며 마이크까지 잡았다. 객석 여기저기서 짜증이 터져 나왔다. ▶선거가 60여일 남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정치 행사 참여가 금지됐다. 시장 군수 그리고 도지사들의 말 한마디는 중요하다. 자칫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한 규정이다. 잘한 제재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시민 행사 참여에는 제재가 없다. 아무 행사나 뻘건 옷, 퍼런 옷을 입고 단상에 오른다. ‘인순이’ 기다리는 팬들이 조바심 내고, ‘BAP’ 보러 온 팬클럽이 분노하는데도 무조건 ‘분량’을 챙긴다. ▶이병희ㆍ이윤수 시대는 사회가 그랬다. 행사장 가야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신문 귀퉁이에 얼굴이라도 나와야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인터넷 무한 소통 시대다. 부지런만 떨면 얼마든지 자신을 알릴 수 있다. 굳이 행사장에서 눈총받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행사장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 잡으려고 안달이다. ‘민폐 끼치지 않겠습니다’며 단상 초대를 정중히 사양하는 정치인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모기와의 전쟁

선천성 기형 소두증(小頭症)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남미에서 기승을 부리던 지카 바이러스가 기존에 발생한 적이 없는 새로운 국가들로 급속히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WHO는 올해 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가 정상보다 작은 아이를 낳고, 희귀 신경 마비증인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증상이 가벼워 누가 감염자인지 알기 어렵고 수혈과 성접촉으로도 전파된다. 이 바이러스에 사망한 사람도 나왔다. 지카 바이러스 발병의 중심지인 브라질에서는 최근까지 소두증 의심사례가 5천건 이상 보고됐다. 이대로라면 오는 8월 리우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지 염려스럽다. 남미와 미국, 유럽을 넘어 동남아와 중국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언제 감염자가 나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는 이집트숲 모기다. 때문에 지구촌은 새해부터 모기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겨울이라 다행히 모기가 없는 상태지만 지방자치단체마다 혹시 모를 모기에 대비해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어느 지자체는 ‘모기 신고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메르스에 된통 당해서인지 당국이 모기의 위험을 대하는 태도는 나쁘지 않다. 감염병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모기는 인간에 끼치는 피해만 놓고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생물이다. 전 세계에 3천500종의 모기가 있다. 그 가운데 사람의 피를 빠는 종은 100~200종 정도다. 해마다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등에 걸려 죽는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뿐 아니라 뎅기열, 말라리아, 황열 같은 감염병은 모두 모기로 전파된다. 어린이에 치명적인 일본뇌염 또한 모기가 전파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지카 바이러스의 창궐은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엔 이집트숲 모기가 살지않고 감염자가 없지만 장기적으론 기후변화와 함께 한반도에 상륙하지 말란 법도 없다. 제주도에 분포하고 수도 많지않은 흰줄숲모기가 번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몸무게 3㎎의 모기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의 치료제와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 더 공포스럽다. 최선은 ‘조심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데이트 폭력

올해 들어 인간의 짓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졌다. 7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3년 넘게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뒤 미라 상태가 될때까지 방치한 사건은 부모에 의해 저질러진 흉악 범죄로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폭력이 넘쳐난다. 죽음까지 부르는 아동폭력이 집안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가 하면,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도 자주 목격된다. 어린 나이에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청소년이 돼 학교폭력과 연계되고, 장년이 되면 군대나 가정, 직장에서 폭력을 재생산한다.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것이다. 최근엔 연인들 사이의 데이트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다. 연인을 4시간 넘게 감금하고 폭행한 의학전문대학원생이나, 헤어지자는 연인에게 염산을 뿌린 남자 친구, 애인을 살해한 뒤에 암매장한 남성까지, 사랑한다는 사람으로부터 희생 당하고 폭력 당한 이들이 너무 많다. 피해자들은 어쩌면 ‘널 때리는 건 널 사랑하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폭력이고 중증 병이다. 최근 5년간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건만 645건 일어났다. 폭력 사건은 매년 7천여건씩 발생한다. 지난해에만 모두 7천692건 발생했다. 살인ㆍ상해ㆍ폭행ㆍ강간ㆍ강제추행ㆍ스토킹 등 범행 종류도 다양하다.형사정책연구원이 2005년부터 10년간 데이트폭력을 저지른 7만1천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전과자 비율이 76.6%에 달했다. 데이트폭력은 재범률이 높은 만큼 연인의 과거 폭력 전과를 상대방이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에선 ‘클레어법’을 도입해 데이트폭력을 근절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인터넷 연애사이트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자친구는 과거에도 자신의 연인을 폭행하고 학대한 전과가 있었다. 이 사건이 발단이 돼 영국은 2012년부터 경찰이 연인의 폭력 위험에 둘러싸인 여성들에게 상대방의 폭력 전과를 공개해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클레어법은, 교제하는 상대방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법이다. 데이트폭력 문제가 심각하자 경찰청이 나서 전국 251개 경찰서에 ‘연인간 폭력 근절 테스크포스’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더이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걸 용납해선 안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명절 음식

설 연휴 마지막 날, 냉장고 냉동실 문을 열었다.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로 남은 명절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툭 하고 검은 비닐 뭉치 하나가 떨어졌다. 더는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신호다. 냉동실 안은 이미 포화상태다. 명절 음식이 많이 남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하는 수 없이 냉동실 정리를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 이렇게 많은 것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아할 만큼 온갖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투명 비닐 팩에 담긴 건 그래도 내용물을 알 수 있어 정리가 쉽다. 그런데 검은 비닐은 도통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지난 추석에 먹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녹두전이며 쇠고기 적은 그래도 양호하다. 가래떡에 얼린 만두며 잡채는 지난 설 것으로 보인다. 밥 덩이도 있다. 삼겹살과 생선은 이미 누렇게 변색하는 중이다. 수능 잘 보라며 지인들이 건넨 것으로 짐작되는 찹쌀떡은 수년 전 큰딸 것으로 보인다.▶냉동실을 차지하는 것 중에는 명절을 보내고 남은 음식이 상당수다.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 만든 음식들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명절 연휴 내내 먹었으니 질릴 법도 하다. 버리자니 아깝고 만든 수고까지 생각나 임시방편으로 냉동실에 넣어둔 게 해를 넘긴 것이다. 보관 상태도 허술하다. 금방 먹을 요량에 비닐봉지에 대충 담아 놓았으니 상태가 좋을 리 없다.▶쇠고기 등 육류와 생선은 냉동실 보관이 가능하다. 단 장기간 보관할 때는 랩으로 밀착 포장하거나 진공 포장해야 한다. 전은 냉장보관하면 수분이 빠져나가 딱딱해지고 냄새가 나서 버리게 된다.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보관하되 열흘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나물은 따로따로 담아 냉장 보관해야 각각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데다 상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보관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건 빨리 먹는 것이다. 우선, 전부터 없애보자. 남은 쇠고기로 육수를 내어 각종 전과 양파, 청양고추 등을 넣어 끓이면 훌륭한 전골요리가 된다. 인터넷엔 주부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명절 음식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들이 나와 있다. 이번 주말엔 명절 음식을 활용한 요리로 꽉 찬 냉장고부터 비워보자. 비워야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가족(家族)의 힘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연이어 우울한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직업이 기자인 필자 조차도 듣기 싫고, 보기 싫은 기사를 꼽으라면 단연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이 아닌가 싶다. 배가 아파 낳은 친자식의 시신을 4년간 방치한 것도 모자라 시신이 있는 방에서 나머지 가족들이 치킨을 시켜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얼마 뒤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을 접했다. 부모의 5시간에 걸친 구타로 여중생이 사망했는데, 그 시신을 11개월간 방치한 것도 모자라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를 없애겠다고 방향제까지 뿌려댔다는 얘기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설 명절 하루 전날인 일요일(8일) 새벽,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둠을 헤치고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이른 시간인데도 귀성 차량으로 많은 구간들이 정체 현상을 빚었다. 매번 명절에 역 귀성에 나서는 어머니를 모시고자 올해는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3시간 만에 어머니가 계신 대전에 도착했다.어머니는 “기차 타고 가면 되는데 굳이 왜 힘들게 왔냐”고 타박했지만 싫지만은 않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 언제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셨는지 전이며, 각종 밑반찬을 차에 실으셨다. 그리고 조수석에 타신 어머니는 수원에 도착할 때까지 곤히 잠드셨다. ‘자식이 뭐라고,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참 많은 것을 포기하시는구나’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촉촉해졌다.▶공자와 맹자 등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은 가족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강조했다. 가족과 가정이 평안해야 만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와이프와 말다툼이라도 한 날은 하루 종일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반대로 “오늘 하루도 수고하고, 사랑해”라는 말을 들으면 세상에 어떤 어려운 일도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게 가족의 힘이다. ▶진짜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생기겠지만, 앞서 언급한 반 가족적, 반 인륜적 사건들은 진심 일어나지 않길 바라본다. 세상 모든 가족이 행복한 스토리로 가득 찬 한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가족의 힘’을 보여주는 병신년을 만들어보자.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수원이’를 아시나요

수원청개구리는 전 세계에서 한반도 경기만에만 서식하고 있다. 특히 ’수원’이라는 지명을 가진 만큼 우리나라 고유의 양서류로 보호해야 할 수원의 깃대종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환경운동센터를 거점으로 ‘SOS 수원청개구리 시민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되는 등 수원시민이 보여준 수원청개구리에 대한 사랑은 애틋하다. 이런 수원청개구리가 수원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원청개구리 캐릭터 명칭 공모를 통해 시 자체심사와 실무심사위원회, 전문심사위원회를 거쳐 ‘수원이’라는 이름을 선정했다. 수원을 상징할 수 있는 명칭으로 대표성과 지속성 등이 강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기존 수원의 캐릭터인 ‘화성이’와 마스코트인 ‘수롱이’ 등이 극히 미약한 활약상을 보여온 만큼 ‘수원이’에 대해서는 좀더 체계적인 캐릭터 활성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얼마전 열린 ‘수원청개구리 캐릭터 시민 공청회’에서 염상훈 수원시의원이 밝힌 ‘수원이’ 활성화 방안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우선 염의원의 주장대로 캐릭터가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홍보는 물론 상품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수원이’를 널리 알리는 것만큼 급선무는 없기 때문이다. 또 캐릭터를 활성화시킨 고양시나 일본 쿠마모토현처럼 TF팀 성격의 캐릭터 운영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는 방안도 신속히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상징 캐릭터의 안정적인 운용 및 활용 차원에서 이미지와 명칭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제반사항 반영 등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 수립도 중요한 부분이다. 때마침 올해 2016년은 수원시가 화성 건립 220주년을 맞아 지역 관광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외국인 관광객 목표가 무려 1천만명이란다. 이른 시점일 수도 있지만 ‘수원이’의 활약상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전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수원시를 알릴 수 있는 호기(好機)인 만큼 수원청개구리 ‘수원이’ 가 펄쩍펄쩍 뛸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이용성 사회부장

[지지대] 오성과 한음

우리는 지금도 ‘오성과 한음’을 기억한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따뜻한 이야기다. 그들의 재치와 해학은 사람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정과 의리, 또 정치적 소신이 넘쳐났던 오성과 한음. 정치적 색깔은 달랐지만 자신만의 정치철학으로 신뢰를 쌓았던 명재상. 오늘날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표상이다. 정치를 믿음과 해학으로 소화하며 풀어냈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도교육청, 도의회는 지난해말부터 예산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도민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싸움을 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으로 촉발된 싸움은 결국 ‘부동의’로 귀결됐다. 일단 누리과정은 뒤로하자. 도의회가 올해 지사 핵심사업 예산을 0원 처리하자 도는 부동의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산증액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무려 376가지 항목에 이른다. 대부분이 민생 현안사업들이다. 물론 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이런 사이 도와 도의회는 감정의 골이 크게 패였다. 사서건건 트집이고 파열음이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시각이 싸늘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믿음과 신뢰가 추락된지 이미 오래다. 여야간 사정은 어떤가? 서로의 주장에 한치의 타협이 없다. 자기들의 생각이 맞다고 만 주장한다. 타협과 소통정치는 남의 이야기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아 모두 연정에 대해 의문을 보낸다. 이럴거면 깨라는 이야기다. 이게 바로 경기도의 정치ㆍ행정 현 주소다. 누리과정, 준예산, 부동의는 이제 지을 수 없는 슬픈 기록이 됐다. 부동의 사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분명 냉엄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는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도정과 도민피해는 늘어날게 뻔하다. 이제 싸움은 그만하자. 서로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믿고 소통하는 분위기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자. 뒤늦게 나마 남경필 지사의 소통 행보가 다행스럽다. 의원 각자의 뜻을 자신의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또 신임 윤화섭 의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사태 수습에 빨리 나서라는 지상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럴테면 분명 2월 조기 추경도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오성과 한음’이야기가 새삼 떠오르는 지금이다. 김동수정치부 차장

[지지대] 국회의원 김연아

1977년 10월 1일 미국 메도우랜즈 경기장. 축구 황제 펠레가 마지막 경기에 나섰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세계가 주목했다. 전반전은 브라질 산토스 팀으로, 후반전은 미국 코스모스 팀으로 뛰었다. 후반 막판에 프리킥 찬스가 왔고 펠레가 마지막 골을 넣었다. 전매특허인 오른발 깎아 차기(일명 바나나 킥)였다. 경기는 거기서 끝났다. 펠레가 역사 속 축구 황제로 비켜서는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의식 있는 체육인으로 살았다. 당시 브라질 축구계의 부정부패는 극에 달했다. 그런 모국에서 펠레가 찾은 길은 체육계 개혁이었다. 개인적 노력이 한계에 부딪히자 정권 교체라는 험지로 뛰어들었다. 그것만이 근본적 처방이라는 결론에서다. 신변 위험을 무릅쓰고 야당을 지지했다. 결국, 카르도수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이듬해 펠레가 체육 장관에 취임했다. 은퇴한 지 18년 되던 1995년이다. ▶브라질 최초의 흑인 장관이다. 많은 언론이 그의 정치 미래를 예상했다.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그가 밝힌 취임 일성은 이랬다.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 아니다. 스포츠를 활성화시킨다는 순수한 뜻에 대통령 요청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그는 부패를 단죄하는 일명 ‘펠레법’을 만들었다. 그리곤 미련 없이 떠났다. 그런 펠레를 세계인은 여전히 축구 황제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의 ‘태권도 황제’ 문대성은 많이 다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영웅이다. 2m의 거구를 혼절시키며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그 해 말 은퇴했다. 교수도 했고, 방송 해설가도 했고, CF 모델도 했다. 국제올림픽 위원회(IOC) 위원에도 선임됐다. 그러던 문대성이 은퇴 8년 만에 정치에 뛰어들었다. 돌아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이다. 등원도 하기 전에 만신창이가 됐다. 박사 논문 표절이 드러났다. 탈당과 복당으로 웃음거리가 됐다. 그리고 올해 불출마 번복으로 또 한 번 스타일을 구겼다. 대한민국의 태권도 영웅은 그렇게 정치로 망가졌다. ▶그 정치가 이번엔 김연아를 넘본다. 새누리당 쪽에서 의사 타진을 했다. 본인이 거부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정치란 게 원래 한 치 앞도 보여주지 않는다.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걱정들이 많다. ‘김연아까지 망치려고…’. 피겨 불모지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김연아다.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언제나 통쾌함을 선사하던 김연아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평창 올림픽 유치 필요성을 설명하던 김연아다. 그 김연아가 혹시 망가질까 봐 많은 이들이 걱정한다. 하여튼 한국 정치는 스포츠 스타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한 번 쓰고 팽개칠 거면서 말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어르신 알바

‘열정 많은’ 30대 여성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창업 1년 반만에 직원 220명의 기업을 만드는 성공신화를 이뤄낸다. 그는 어느날 사회환원 사업으로 은퇴한 어르신들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시니어 프로그램에 선발된 ‘경험 많은’ 70세의 벤(로버트 드니로)을 비서로 배정받는다.처음엔 부담스러워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어르신 인턴. 하지만 40년간 대기업에서 직장생활하며 부사장으로 은퇴한 벤의 풍부한 경험과 성실함이 아직 사업과 인생에 서툰 줄스에게 많은 도움을 주면서 벤은 줄스의 멘토가 되어간다. 벤은 손녀뻘 CEO지만 가르치려 들지않고 연륜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대신 힘들어 눈물 흘릴때 손수건을 건네며 배려한다. 둘은 친구가 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턴’은 현세대와 구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노인을 잔소리 많고 고집 불통이 아닌, 긍정적 이미지로 그려 보기 좋았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일하는 노년층이 크게 늘었다. 50대는 물론 60ㆍ70대까지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대수명에 비해 이른 은퇴로 노후에 할 일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창업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중장년층과 생활비가 부족한 노년층까지 시간제 근무에 도전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의 아르바이트 구직 이력서 등록 건수는 2만4천682건이다. 2010년 3천232건과 비교하면 5년새 663.7% 증가했다. 노년층의 알바 종류도 다양해졌다. 무임승차가 가능한 65세이상 노인을 고용해 택배업무를 하는 ‘지하철 택배’가 대표적 알바다. 운전직, 보안ㆍ경호ㆍ경비, 대형마트, 고객상담, 물류ㆍ창고 관리, 전화 주문ㆍ접수 등도 50대 이상이 선호하는 직종이다. 최근엔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젊은층이 주를 이루던 직종에도 노인과 장년층이 등장했다. 영화 ‘인턴’에서처럼 노년층 인턴을 채용하는 기업도 늘었다. 포스코ㆍCJ유한킴벌리같은 대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시니어 인턴제도를 운용한다. 만 60세이상을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하면 복지부가 6개월간 인건비의 50%를 지원한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점포에서 처음엔 중장년층 채용을 꺼렸으나 최근엔 풍부한 경험에 책임감도 커 고용주들이 선호하고 있다.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 고객서비스 만족도도 높단다. 우리도 ‘인턴’같은 영화 못찍으란 법 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이젠 ‘집방’ 이다

부모 세대에게 ‘내집 마련’은 삶의 목표였다. 집 한칸 마련 위해 안먹고 안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또 졸라맸다. 그렇게 마련한 내 집의 기쁨은 그동안 삶의 고달픔을 모두 잊게 했다. 집의 가치는 안식처 기능보다 자산을 불려주는 재테크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세대가 바뀌면서 집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내집’에서 ‘내가 사는 집’으로, 소유의 개념에서 삶과 휴식의 공간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집에 ‘나만의 공간’이라는 개성을 반영하려 하고, 집을 직접 꾸미는 홈인테리어 활동 자체를 ‘여가생활’로 느끼는 이도 많아졌다. 집 꾸미는 주최도 ‘엄마’에서 20~30대로 젊어졌다. SNS공간엔 #집스타그램(집+인스타그램), #홈스타그램(홈+인스타그램), #방스타그램(방+인스타그램) 등에 단장한 집안 사진이 넘친다. 방송사들은 발 빠르게 ‘집방(집 꾸미기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요리하는 ‘쿡방’ 열풍이 거세더니 이젠 의식주의 한 축인 집을 중심으로 수리, 개조, 인테리어를 하는 프로그램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현재 ‘집방’은 XTM의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수방사)’, JTBC의 ‘헌집 줄게 새집 다오(헌집새집)’, tvN의 ‘내방의 품격’, 채널A의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 등이 있다. ‘수방사’는 남자 의뢰인의 집을 찾아가 방이나 거실 공간을 사우나 등 평소 의뢰인이 꿈꿔왔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헌집새집’은 출연자의 실제 방을 스튜디오에 재현, 두 팀이 방 주인에 맞춤하게 새 단장한 뒤 주인의 선택으로 승자를 가리는 대결 형식이다. ‘내방의 품격’은 스튜디오에서 진행자, 인테리어전문가, 직접 집을 꾸민 주인공이 나와 인테리어 관련 정보 토크쇼를 벌인다. ‘머슴아들’은 각종 공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달인’ 김병만을 주축으로 농촌의 낡은 집을 전문가 손길 없이 직접 수리한다. MBN에서 방송 예정인 ‘오시면 좋으리’도 혼자 사는 제주 할머니들의 집을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숙소로 개조한다는 내용이다. ‘집방’ 예능의 시초는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준 MBC ‘일밤-신동엽의 러브하우스’다. 하지만 요즘 ‘집방’은 현실과 밀착돼 있다. 집을 고치거나 꾸미면서 각종 팁이 소개된다. 인테리어 얘기를 나누면서 실제 지출한 비용, 재료를 구입한 장소와 같은 구체적인 정보까지 공개한다. 올봄엔 나도 집 한번 뒤집어 볼까?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어린이집 학부모

올해 어린이집에 다니는 8살 원아의 학부모다. 정부는 돈을 줬다고 하고 교육청은 못 받았다 하고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해야 하니 마니 말이 많다.28일 경기도의회가 2016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사상초유의 경기도 준예산 사태가 종식됐다. 우리애 어린이집 다니니까 누리과장 예산을 빨리 확실하게 편성하라는 얘기가 하고 싶은게 아니다. ‘보육대란’, ‘보육대란’ 한다. 그런데 그 보육대란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누가 어느 학부모가 나라에서 돈 안 준다고 다니던 유치원, 어린이집 가지 말라 할 부모가 있을까. 물론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고민이 많이 될 거다.그러면 그렇게 꼭 필요한 사람들한테 지원해 주면 될 일이다. 처음부터 정부나 자치단체, 정치인에게 우리 아들 유치원 다니는 돈 달라 한 적도 없다. 자기들끼리 왜 그리 난리인지 모르겠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개월치를 준다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보육대란 막기 위해 지원한다 했다. 이분들이 돈 준다고 고맙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수당을 비롯한 3대 무상복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무상복지가 국민에게 정말 필요한 것일까. 대통령, 자치단체장, 정치인들이 앞다퉈 내세우는 복지 공약 이거 정말 없어져야 한다.정부나 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은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아들이 초등학교에 가는데 무상급식 이거 꼭 필요한 건가 싶다. 선택적복지, 정말 복지가 필요한 곳에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 또는 지자체가 전체 예산 가운데 사용할 수 있는 복지예산을 정해 놓고 우선순위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내 아들 어린이집 원비 정부가 안 줘도 된다.우리 애 학교급식 무상으로 안 줘도 된다. 그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 쓰이면 좋겠다.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정치인 자신들의 돈처럼 아무렇게나 사용되면 안 될 것이다. 정말 필요한 곳,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일 수 있는 합리적 복지 시스템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 최원재 정치부차장

[지지대] 스노질라와 스노마겟돈

▲전국이 한파와 눈으로 뒤덮였다. 제주도에서 9만여 명이 항로가 끊기면서 발이 묶였다가 뒤늦게 조금씩 풀렸고 울릉도에는 1m가 넘게 쌓여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내륙도 별반 다르지않아 곳곳에서 빙판길 사고가 이어지고 신선채소가 묻혀 얼어 죽으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는 밤새 눈이 이어지면서 창 전체를 가릴 정도로 쌓이고 시속 100㎞의 강풍까지 불면서 북극을 연상시켰다. 중국도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면서 동사자가 속출하고 눈의 나라라는 일본 역시 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세계에 한파와 눈폭탄이 투하되면서 각종 신종어가 눈길을 끈다. 가장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조어가 ‘스노질라(snowzilla)’가 아닌가 싶다. 눈과 가상의 괴물 고질라를 합친 것으로 눈 공포를 가늠케 한다. 스노포칼립스(Snowpocalypse)는 더 섬뜩하다. 눈과 지구 멸망을 뜻하는 ‘아포 칼립스’를 합쳐 마치 지구 멸망으로 암시하는듯하다. 중국에서도 작금의 한파와 눈을 패왕(覇王)급이라며 잔뜩 움츠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노마겟돈(snowmageddom)이라며 극복의 의지를 담은 신조어의 등장이다. ▲이같은 한파와 폭설은 강력한 북극 한기가 남하했기 때문이라는게 기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극쪽에 폴라보텍스라고 하는 강한 소용돌이가 있는데 이 소용돌이는 지상 5㎞에서 10㎞ 정도 높이에 위치하며 영하 60도 정도의 강력한 한기다. 하지만, 북극이 추울때는 제트기류가 강해 못 내려오는데 지난해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해져 남쪽으로 내려와 아시아, 유럽, 북미쪽에 한파와 폭설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바둑이와 함께한, 선녀님들이 내려준 눈은 그저 상상이나 추억속에 접어둘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한파와 폭설로 인한 재난ㆍ재앙 대비책 마련이 발등의 불이다. 원인이 지구 온난화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굳이 ‘무엇을 해야 하나’라고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성 싶다. 온난화 방지는 ‘나’라는 개인부터 재활용하고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실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스노마겟돈의 시작점인 것이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복지-허경영 키즈

2007년 허경영이 적은 자신의 이력이다. ‘1950년 1월1일 중량교 다리 밑 움막에서 태어났다. 박정희 대통령의 비밀정책보좌역을 20살부터 했다. 새마을 운동과 방송통신대학을 만들었다. 반도체 산업도 실현했다. 아이큐는 430이다.’ 이런 이력을 앞세워 대선에 출마했다. 0.4%를 득표했다. 그의 뒤로 금민(독일 괴팅겐 대학교 법학과 박사 과정 수료ㆍ0.1%), 정근모(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ㆍ0.1%), 전관(보병 제9사단 단장ㆍ0.0%) 후보가 있다. ▶당시 허경영 후보의 공약은 이랬다. ‘60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70만원 지급. 결혼시 남녀에게 1억원 지급. 아기 출산 1명당 3천만원 지급. 전기 전화 핸드폰 가스 수도 요금 무상 공급. 400만 신용 불량자 무이자 융자 실시. 수능폐지ㆍ고등학교 시험폐지ㆍ내신제 폐지. 초등학교 등록금 폐지ㆍ중고등학교 등록금 폐지ㆍ대학교 등록금 폐지. 국회의원 100명으로 축소ㆍ단체장 선거 폐지. 산삼 뉴딜정책으로 1천만 일자리 창출’. ▶허경영의 기행은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공중부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축지법을 통해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눈을 보면 건강해지고 돈도 벌고 시험도 합격한다고 한다. ‘허경영’이라고 세 번 외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한다. 마이클 잭슨, 노무현ㆍ김대중 전 대통령 등 유명인들이 사망하기 전 반드시 그의 꿈에 나타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결혼하기로 했었다고도 했다.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2008년 명예훼손 등 혐의로 1년 6월의 징역을 살았다. ▶이런 그의 복지공약이 우리 주변에서 베껴지고 있다. 노인수당은 월 20만원씩 주는 공약으로 실현됐다. 새누리당의 18대 대선 공약이다. 출산 수당은 ‘정부 3.0 행복출산’으로 현실화됐다. 박근혜 정부의 2016년 청사진이다. 청년 신용불량자 해소는 돈 나눠 주기로 이어졌다. 서울과 성남의 청년 배당 실시다. 입학시험 폐지도 고교 연합고사 폐지로 이어졌다. 제주도지사가 2019년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학교 등록금 폐지는 무상등록금 공약으로 이어졌다. 몇 해 전 야당 대선 후보가 내놨었다. 액수와 명칭에서 차이가 있으나 아이템 자체는 완전 복사판이다. ▶‘○○○키즈’란 ‘○○○’를 보고 흉내 내며 자란 세대를 뜻한다. 김연아를 보며 자란 피겨 스케이터들을 ‘김연아 키즈’라 부른다. 박세리를 보며 자란 골퍼들을 ‘박세리 키즈’라 부른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엔 온통 ‘허경영 키즈’들이다. 허경영의 복지를 따라하고 흉내 내면서 커 보려는 정치인이 수두룩하다. 많은 이들이 허경영을 ‘미친 사람’ ‘기인’이라 부른다. 그러면 ‘허경영 키즈’들도 미쳤거나 기인이라는 얘긴데….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투모로우’의 공포

2004년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원제 The Day After Tomorrow)’는 지구가 빙하로 뒤덮이게 된다는 재난영화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돼 지구 전체가 빙하로 덮이는 재앙이 올 것이라 경고한다. 북반구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뉴욕과 워싱턴 등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립돼 추위로 목숨을 잃는 모습이 그려졌다. 영화에선 상황이 순식간에 급변해 빙하기가 찾아온다. 실제 이정도 속도로 빙하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적지만 영화속 기상이변은 과학적으로도 현실가능하다는 학자들의 검증하에 만들어졌다. 지구 온난화가 북반구에 최강 한파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영화 ‘투모로우’는 최근의 상황과 너무 닮았다. 역대 최악의 눈폭풍과 한파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언급하고 있다. 설마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같다고 우려한다. 이 영화의 포스터 ‘깨어있으라, 그날이 다가온다’라는 카피가 소름 돋는다.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미국ㆍ중국ㆍ일본ㆍ한국 등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치면서 많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최고 적설량 106.7㎝를 기록한 미국에선 최악의 폭설 사태를 표현하기 위해 눈을 뜻하는 ‘스노우’와 각종 부정적인 단어를 조합한 합성어들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눈 폭풍을 눈과 고질라를 합친 ‘스노질라(Snowzilla)’로 부르고 있다. 영화 속 대형 괴수인 고질라처럼 어마어마한 크기의 폭풍으로 미국 전역에 눈이 내리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스노마겟돈(Snowmageddon)’이라는 말도 나왔고, 눈과 지구 멸망 또는 묵시를 뜻하는 ‘아포칼립스’를 합친 ‘스노포칼립스(Snowpocalypse)’도 오르내리고 있다. 모든 나쁜 일에 대해 오바마를 탓하는 분위기를 반영해 ‘스노바마(Snowbama)’라는 합성어도 나왔고, 눈과 쓰나미를 합친 ‘쓰노우나미(Tsnownami)’도 등장했다. 영하 48도까지 내려가는 살인적인 한파를 겪고 있는 중국에선 이번 한파를 ‘패왕(覇王)’급 한파라고 부르고 있다.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폭설, 홍수, 폭염, 가뭄, 태풍, 스모그 등의 끔찍한 천재지변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기상이변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화속 이야기가 더이상 허구가 아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가족사진

안산에 거주하는 이모씨 부부는 어려운 경제사정을 놓고 다투다가 서로 폭행, 경찰에 입건되는 등 모두 6차례 가정폭력 사건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은 이혼 위기에 내몰린 이씨 부부를 찾아 상담한 뒤 두 사람을 설득해 가정폭력 가정을 대상으로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리스토어 프로젝트’에 동참시켰다. 함께 사진을 찍은 이후 이씨 부부는 별다른 갈등없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째 가정폭력 신고는 없었다.경기지방경찰청의 ‘리스토어 프로젝트’가 가정폭력 재발 방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 화제다. ‘리스토어(Restore)’는 회복하다, 되찾다, 복원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로 경기청은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한 가정에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한 특수시책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이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가정폭력 가정에 가족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가족사진을 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처음엔 우려도 있었다. 서로 주먹과 욕설이 오가며 가족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버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할지, 또 효과가 있을지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경기청은 한 차례 이상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된 가정 중 관계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당사자들이 희망하는 경우라면 모두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활동 홍보 예산을 활용, 일괄 구입한 액자와 인화지를 각 경찰서에 보급했다. 사진 촬영과 액자 제작엔 한 가정당 5천원의 비용이 들어갔다.리스토어 프로젝트 도입 4개월, 경기청 산하 28개 경찰서에서 가정폭력을 겪은 117개 가정에 가족사진을 찍어 전달했다. 가정폭력 피해 가정은 가족사진을 한번도 찍어보지 않은 차상위 계층이 많아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이씨 부부처럼 더이상 가정폭력으로 신고하지 않는 가정도 생겼고, 가족사진을 받고 고맙다는 사람도 있었다. 단돈 5천원의 가족사진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준 것으로 보인다.지갑 속에 가족사진을 넣고 다니는 엄마가 있다. 사무실 책상 한켠에 가족사진을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는 아버지가 있다. 핸드폰 바탕화면에 가족사진을 올려놓은 딸ㆍ아들이 있다. 이들은 가족사진을 보며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따뜻함과 사랑을 느낀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누구를 위한 근무평정인가

“공무원 인사가 그렇지 뭐… 평가자가 바뀌니 앞선 평가와는 상반되는 평가가 이뤄져 내상 입은 직원들이 꽤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이뤄진 수원시의 근무성적 평정을 놓고 공직사회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오늘까지 공석이었던 제2부시장 산하 도시정책실장이 관장하는 부서에 대한 근평에 대해서다. 도시정책실장 자리는 수원시 사상 최초로 지정대리자가 맡고 있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정대리자이지만 근평은 당연히 할 수 있다. 다만 대리자인 이상, 더욱이 직무대리도 아닌 지정대리의 경우라면 앞선 근평을 어느 정도는 참작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일부 공무원의 입에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이다. 한 공무원은 “마치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까지 표현했다. 게다가 지정대리로 도시정책실장 역할을 맡은 지 불과 10여일이 지난 뒤 곧바로 근평이 이뤄졌다. 과장과 실ㆍ국장이 평가하는 근평은 6개월에 한 번씩 이뤄지는데 근평기간 동안 근무태도와 실적, 성실성,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순위를 매긴다. 즉 그 이전에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근평이 나빴더라도 이는 고려하지 않고, 해당 기간 동안에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으로 다시 기회를 주는 재평가의 의미가 숨어 있다. 10여일 동안만 보고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누가, 얼마나, 어떻게 열심히 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을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이유다. 더욱이 이번 근평이 이전의 근평과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은 공직사회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주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 여부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총 4번에 걸친 근평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이번 근평은 앞서 이뤄진 3번의 근평과는 많이 달랐다고 수원시 공무원들은 알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진급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진급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근평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공직자들 대다수가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그런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스스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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