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 국무회의

새 정부의 국무회의가 달라졌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국무회의는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간도 빨라졌다. 매주 화요일 아침에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정기 국무회의는 아침 8시에 시작한다. 종전 9시30분에 비해 1시간30분이 빠르다.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임시 국무회의는 오후에 연다. 그런데 뭣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국무회의 좌석 배치다. 국무위원들의 탁상이 커다란 하나의 타원형으로 연결됐다. 그러니까 대통령도 타원형 탁상의 장관들 틈에 같이 앉는다. 대통령의 맨 앞자리를 중심으로 양켠에 늘어놓은 종전의 좌석배치와는 영 딴판이다. 이런 격식 타파는 회의 분위기를 자유롭게 한다.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다자간 국가회담이 원탁회의에서 열리는 예가 많은 것 역시 테이블이 둥근 것처럼 모나지않은 협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다. 1973년 베트남 휴전협정을 추진한 파리회담이 원탁회의로 열렸다.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 역시 원탁회의다. 원탁회담의 기원은 1887년 1월 영국의 글래드스 수상이 챔벌레인 야당 지도자와 가진 여야 당수회담에서 비롯됐다. 당시 영국 국내 최대 현안이던 아일랜드 자치권을 두고 상호 협상을 트기 위해 둥근 탁상에 마주 앉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설적 효시는 중세기 영국의 아드왕이다. 아드왕은 부하인 기사들을 상하 차별없이 대리석으로 만든 원탁에 그 자신과 함께 빙 둘러앉아 기탄없는 토론을 가졌던 것이다. 아더왕은 원탁회의에서 결의된 일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존중했다. 이리하여 아더왕의 군대를 ‘원탁기사단’이라고 불렀다. 새 정부의 국무회의 원탁은 360도 형 원탁이 아니고 타원형 원탁이긴 하다. 하지만 국무위원이 각자의 네모난 책상머리에 앉는 것보단, 연결된 타원형 원탁에 자릴 같이 하는 것은 일체감을 갖게할 것이다. 그러나 운용의 묘는 형식보단 내용이다. 국정 전반을 토의하는 국무회의다운 국무회의가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국무위원들이나 초심을 잃지말아야 한다. 아드왕은 전설적 인물이긴 하나 국민을 사랑하고 의협심이 많아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원탁 국무회의를 성공시켜 국민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임양은 주필

공천 파동

한나라당 4·9총선 공천 여파가 꽤나 시끄럽다. 중간발표만으로도 이러는 데 앞으로 다 발표되면 더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작 유권자들은 조용하다는 사실이다. 시끄럽게 구는 것은 낙천자와 낙천자들과 얽힌 이해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별의별 소리로 낙천된 것을 비난한다. 낙하산 공천이라고 하는가 하면 토착세력의 야합이라고도 한다. 연고없는 지역에 뛰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끼리끼리 해먹는 것도 문제다. 말썽의 소지는 어떻든 있게 마련이다. 공천이 잘못됐다는 비난은 객관적 관점이기 보단, 자신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불만의 소리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공천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공천 심사는 아무리 엄격히 해도 불평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또 그 가운데는 억울하게 낙천되고, 부당하게 공천된 경우도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의 판단이다. 잘됐든 못됐든 조직의 판단을 거스르는 조직원은 있을 수 없다. 낙천에 불만을 품고 당을 뛰쳐나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떼거리 탈당으로 앙갚음 세를 과시하는 위인들도 없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러한 선거꾼들의 책동에 영향받을 유권자들은 이미 아니다.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을 갖느냐, 국민대표성을 갖느냐는 것은 묵은 논쟁이다. 많은 예비후보들이 지역관련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지방의원의 소임과 국회의원의 소임을 헷갈리고 있는 점이다. 지방의원이 할 일을 국회의원이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구 공약은 중앙에서만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는 지역대표성을 갖는다. 그렇지만 국회의원 본연의 소임은 국정이다. 국정을 수행하는 덴 국민의 대표성을 지닌다. 공천파동은 한나라당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낙천자들의 반발이 없지않을 것이다. 또 비단 이번만도 아니다. 역대 총선 때마다 있어왔다. 공천파동에 휘말릴 것이 두려워 눈치를 살피는 공천이 되어서는 걷잡기 어렵게 된다. 공천 심사는 야구의 주심과 같다. 주심이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타자의 눈치를 살펴서는 게임을 이끌 수 없다. 타자의 불만에도 관중이 게임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주심이 자신의 판단에 갖는 소신 때문인 것이다./임양은 주필

측근관리

한비자(韓非子)의 권력적 인간관은 잔인하다. 사자 같은 맹수도 자기 몸안에서 생기는 벌레로 죽는다. 마찬가지로 절대 권력을 가진 임금도 안에서 해치는 자들에 의해 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저서 ‘한비자-비내편’(備內篇)에서 이렇게 썼다. ‘임금이 아들을 너무 신임하게 되면 간신들은 그 아들을 업고서 그들의 사사로운 욕망을 이루려 든다. 그러므로 이태(李兌)가 조(趙)나라 왕에게 붙어서 임금의 아버지 주부(主父)를 죽게하여 실권을 잡았다. 임금이 처·첩을 너무 신임하게 되면 간신은 그 처·첩을 업고서 그들의 사사로운 욕망을 이루려 든다. 그러므로 한낱 광대이던 시(施)가 진(晉)나라 헌공(獻公)의 첩 여희(麗姬)와 결탁하여 본처 소생의 태자 신생(申生)을 죽이고 여희의 아들을 임금으로 세웠던 것이다. 대저, 처·첩처럼 가깝고, 아들처럼 친밀한 사이도 믿을 수 없거늘 그 나머지야 믿어서는 안된다’면서 측근의 발호를 경계토록 했다. 또 정법편(定法篇)에서는 법(法)과 술(術) 가운데 어느 것이 나라에 긴급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를 이렇게 했다. ‘추위에 먹지않으면 굶어죽고 옷을 입지 않으면 얼어죽으니, 어느 것 하나 없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법과 술도 마찬가지다. 법은 나라의 도덕성과 기강을 바로 세우고, 술은 치세의 능력이므로 법술(法術)은 곧 치국에 병행해야 할 두 수레바퀴와 같다’고 했다. 한비자는 무려 2천300여년 전인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한(韓)나라 사람이다. 엄한 형명(刑名)주의를 주창했다. 그의 고대사회 형명법술 사상은 현대사회에 딱들어 맞는 것은 아니다.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최고 권력자의 측근관리, 그리고 부리는 조정 신료의 법술 양립을 강조한 것은 지금도 귀담아 들을만 하다. 하나, 이런 말도 있다. ‘사람됨에 의심이 가거든 쓰지말고, 썼거든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능히 이유가 있는 용인술(用人術)의 잠언이다. 요컨대 부리는 이가 지니는 지덕(智德)의 총명이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변 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한비자의 형명법술사상과 용인술의 잠언을 참고로 말하는 덴 이유가 있다. 본인의 지덕이 어느 정도인 지 두고 보겠다./ 임양은 주필

심재

‘심재(心齋)’는 <장자>의 ‘인간세’편에 나오는 윗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마음(心)을 재계(齋)하고 상대방을 대하라. 이것이 어려운 인간세상을 사는 지혜다”라는 말은 장자 처세 철학의 핵심이다. 장자는 공자와 그의 제자 안희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심재철학을 풀이했다. 안희가 공부를 마치고 위나라로 떠나면서 어떻게 위왕을 설득하여 훌륭한 군주로 만들지 고민하자 공자는 심재의 방법을 제시하며 윗사람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희는 우선 공자에게 자신이 위왕을 설득할 세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첫째, ‘인의(仁義)’와 ‘도덕’이다. 윗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명분있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충신들이 폭군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사극에서 자주 듣는 “마마,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인의를 저바리지 마소서”와 같은 대사다. 이런 설득의 이면엔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여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려는 무의식이 내재돼 있다. 둘째, ‘단허(端虛)’와 ‘면일(免一)’이다. 단어는 겉으로 단정하고 마음을 겸허하게 하는 것이고, 면일은 부지런히 일하되 한결같이 하는 일이다. 부지런하고 단정하고 겸손하게 처신하며 윗사람에게 옳은 말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경우 윗사람이 겉으론 동의하지만 ‘너나 잘하세요’라고 속으로는 받아 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셋째, 내직(內直)·외곡(外曲)·상비(上比)다. 내직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게 보임으로써 상대방의 본성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외곡은 예절 바르고 고개 숙여 상대방에게 책잡히지 않는 자세다. 상비는 옛 성현들의 고사를 끌여들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때 인용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너무 복잡하고 타당하지 않으며 욕은 안 먹어도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할 것할 것이라고 장자는 말했다. 장자는 상식적인 소통 방법을 넘어 ‘심재’라는 방법을 주장했다. 마음을 재계하고 상대방을 대하면 다른 번잡스러운 방법 없이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고, 자신도 다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소통은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나아가 기(氣)로써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부모들은 이런 느낌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타이르고 소리치고 달랜다고 해서 자식이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하지 않는다. 기운을 통해 자식과 소통할 때 한 마음이 된다. 강요를 버리라는 뜻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십일조’

‘십일조’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내려 준 율법으로 자기 소득의 10분의 1을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레27:30~34). 십일조의 유래는 아브라함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창14:20). 이 의무는 계속 강조돼 훗날 선지자 말라기는 십일조를 떼어먹는 이스라엘 백성을 신랄하게 책망하는 것을 볼 수 있다(말3:6~12). 문제는 ‘십일조가 오늘날 교회에도 유효한가’란 점이다. 이 물음은 지난 1월31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종교인 과세 주장을 편 한 패널이 “십일조 제도는 구약에만 있고 신약에는 없으며,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이미 십일조가 사라졌다”고 주장함으로써 제기됐다. 물론 목회자들은 “예수님은 그 율법을 폐하려 함이 아니라 ‘완전케’하려 오셨다”는 성경 말씀을 강조하며(마5:17), 십일조는 여전히 구약의 연속선상에서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십일조나 십계명과 같은 계명들은 “주님이 그렇게 했듯이 율법의 본래적 의미를 따라 행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약 성서에서 예수가 십일조를 강조하는 부분은 마태복음 23장 23절, 누가복음 11장 42절에 나온다. 예수는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이 십일조를 한다고 자랑하자 책망하면서 “십일조를 준수하되, 공의와 하느님의 사랑을 담은 온전한 십일조를 드리라”고 하였다. 목회자들은 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교회는 세상과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마22:15~22). ‘부자로 죽는 것은 치욕이다’라고 말한 카네기, 십일조를 삶의 일부로 여겼던 록펠러 등 세계 부호들의 지속적인 기부 활동은 어릴 때부터 십일조에 익숙한 기독교 전통에서 나왔다. 목회자들은 ‘온전한 십일조’란 소득의 10분의 1이라는 수치적 해석에 국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십일조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재산이 다 하느님의 것이라는 청지기 정신에 철저했다는 설명이다(고후8:1~15). 김성영 성결대 교수는 열 중에 하나를 드린다는 것은 나머지 아홉도 하느님의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한다. “주님이 원하신다면 10분의 10, 생명까지 내놓을 수 있는 신앙 고백적 차원의 해석이 더욱 복음적일 것”이란다. 십일조를 온전히 바칠 돈이 없어서 교회가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어서 논란이 생기는 것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전직 대통령 예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앞으로 매달 1천515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연금지급액은 지급 당시의 대통령 보수연액의 100분의 95 상당액으로 한다’는 법 규정에 의해서다. 대통령 연금의 기준이 되는 보수연액은 연봉월액의 8.85배다. 노 전 대통령의 2007년 연봉은 1억6천358만원, 총급여는 급식비 등을 포함해 2억354만원이었다. 2006년보다 1.16% 인상된 수준으로 한 달에 1천696만원 정도를 받은 셈이다. 전직 대통령들은 재직 시 월급의 95%를 매달 연금으로 받는다. 2007년 기준으로 퇴직 대통령의 연봉월액은 1천363만1천666원, 보수연액은 1억2천64만원이 된다. 매달 지급되는 연금이 955만원이다. 여기에 추가로 지급되는 예우보조금 560만원을 보태 매달 1천515만원씩을 받는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거의 비슷하게 매달 1천400만원 정도를 받았다. 일부 보도처럼 ‘자신이 재직하던 때’가 기준이 아니라, ‘연금을 지급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올해 대통령의 연봉이 인상된다면 연금 역시 상향 조정된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혜택’을 보장해주는 근거는 1969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나중에 4차례 개정됐다. 군사정권에 반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군사정권이 만든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대해선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은 소득세도 한 푼 안 낸다. 지금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는 사람은 김영삼· 김대중·노무현 3명 뿐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와 5·18 사건으로 1997년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형과 17년6개월형이 확정되면서 자격을 상실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 개정된 내용이다. 사면복권이 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경호 경비에 대한 혜택은 계속 받는다. 경호 업무는 퇴임 후 7년까지만 대통령 경호실에서 담당하고 그 이후엔 경찰에서 맡는다. 전직 대통령은 교통, 통신 및 사무실 제공, 비서관 3명 고용, 기념사업 지원, 국공립병원 및 민간의료기관 비용 국가부담(배우자 포함)의 혜택도 받는다. 국민에게 기쁨보다 고통을 더 준 사람들인데 특권이 지나치게 많다. 개정이 필요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전직 대통령

건국 이래의 역대 대통령들 중 이승만은 자유당 독재, (윤보선은 내각책임제 대통령) 박정희는 유신독재, (최규하는 과도기 대통령), 전두환·노태우는 신군부 쿠데타, 김영삼은 IMF 파동, 김대중은 사회분열, 노무현은 경제파탄을 가져왔다. 그러나 부정적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 면도 있다. 이승만은 건국 및 6·25한국전쟁으로부터의 국가수호, 박정희는 경제부흥의 산업화, 전두환은 올림픽 및 아시아경기대회유치 그리고 물가안정, 노태우는 사회안정, 김영삼은 민주화, 김대중은 대북관계 개선, 노무현은 권위주의 타파 등을 우선 각기 꼽을 수가 있다. 말년이 순탄치 않은 대통령도 있다. 이승만은 하와이 망명, 박정희는 저격에 의한 타계, 전두환·노태우는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대통령을 지낸 역대 대통령 아홉 분 가운데 타계한 이가 네 분이고 생존한 이는 다섯 분이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인색하다. 그들의 공과에서 공(功)보단 과(過)를 더 따져 나쁘게만 평가하기 일쑤다. 잘못한 것을 물론 잘했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잘한것도 잘못한 것에 뒤섞어 제대로 평가하기를 거부한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이런 일이 있다. 1956년 자유당 정권때 신익희는 야당후보로 폭풍같은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지방 유세차 떠난 호남선 열차에서 돌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어 196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역시 야당의 조병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쾌유를 확신하고 미국에서 치료를 받은 신병이 갑자기 악화되어 사망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차마 이럴 수 없다. 선거에서 추모표가 쏟아져 나왔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도 국운을 시험하기 위한 하늘의 뜻이었는 지 모른다. 어쨌든 역대 대통령은 우리의 지도자들이다. 지도자를 부정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살아온 과거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대로 잘한것은 잘한대로 평가, 전직 대통령으로 존중하는 것이 국민의 자긍심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지난 5년간 노고가 많은 노무현 대통령께 격려의 박수를 보냅시다”며 예우하는 모습은 보기가 좋았다. 이에 일어나 미소로 화답하는 전직 대통령도 보기 좋았다. / 임양은 주필

덕실마을, 봉하마을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모택동(毛澤東·마오쩌둥)의 말이다. 그의 무력 혁명관을 드러낸다. 중국 대륙을 공산화하기 위해서는 총칼이 힘이고 또 권력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중국 대륙을 지배하는 권력은 총구와는 거리가 멀다. 오늘의 중국 권력은 경제에서 나온다. 민주정치는 선거의 승패다. 지방의원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대통령 선거 등 연속되는 선거가 민주주의를 이어간다. 승패가 전제되는 선거에서 승자는 영광을 쥐고 패자는 좌절을 안는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와 같다. 그러나 오늘의 승자가 내일은 패자가 되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 또한 선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하직 만찬에서 “승부의 세계를 이제 떠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역시 타고난 승부사다. 정치가 승자에 의해 이뤄지지만 또 승자만의 것이 아닌 게 민주정치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이 실패한 것은 정치관의 경직성이다. 정치를 승부사 기질로만 봤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승부의 세계이면서 협상의 세계다. 협상이 없는 승자만의 정치는 독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단은 고독을 불렀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체로 협상형이다. 집요한 설득이 특기다. 경영인 출신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에서 설득은 불가능이 없게 만드는 으뜸 덕목이다. 설득은 한계가 없다. 열 번 해서 안 되면 스무 번 설득에 나선다. 협상의 상대는 내편이 아니고 네편이다. 협상의 상대는 적이지만 설득이 안 된다고 막말을 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협상이 꼬이면 꼬인채로 놔두는 것은, 막말로 협상을 깨뜨려 숙적으로 악화시키기 보단 더 낫기 때문이다. 어제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날, 두 시골 마을에서 각기 행사가 벌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맞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은 온통 잔치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경북 포항시 덕실마을은 대통령 취임의 감격에 들뜬 환영 일색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5년 후의 덕실마을은 또 어떨 것인지 생각해 본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숙련된 협상을 해야 한다. 내 말만이 아니고 남의 말을 듣는 것도 협상이다. 민주정치 권력은 선거의 승리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협상에서 좌우된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부자내각’

서울 반포아파트를 막 지었을 때다. “반포아파트에 들어갔어요!” “반포, 어디에요?” “뉴코아(백화점) 아시지요” “뉴코아 모르겠는데요…” “아? 뉴코알 모르세요?” 그러니까 30년이 거의 다 돼간다. 서울 여의도 MBC 로비에서 당시 방송국에 나갔던 지지대子가 유인촌씨와 망중한담을 나눴던 얘기다. 살기는 서초동 꽃마을에 살았지만 28번 시내버스를 타고 신문사가 있는 무교동 사이만 왔다 갔다한 처지로 처음 생긴 반포아파트며, 인근에 새로 문을 연 뉴코아백화점을 간 적은 미처 없었던 것이다. 그 유인촌씨가 오늘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그가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역으로 열사의 사막에서 동분서주하는 샐러리맨의 신화 ‘야망의 세월’ TV드라마에서 열연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자유업인 연기자 외에 중앙대 교수가 된 것은 원래가 학구파였으므로 노력의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가 된게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그토록 부자일 줄은 몰랐다. 소프라노 성악가인 부인 강혜경씨와 함께한 재산이 140억1천900만원이다. 장관 후보 15명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은 유인촌씨 외에도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 57억3천100만원을 비롯, 가장 적은 사람이 국방부 장관 후보인 이상희씨로 8억4천300만원이다. 평균 39억1천300만원으로 노무현 정부 첫 내각의 각료 평균 11억200만원 보다 약 3.5배다. 그래서 ‘부자내각’이란 말이 있다. 돈 많은 게 죄가 될 수는 없다. 부자가 다 탐관오리나 탈세, 부동산 투기를 해서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정당한 방법의 남다른 이재 수완과 노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부자가 많은 사회가 돼야 한다. 부자를 보면 마치 내것 뺏어간 것 처럼 사갈시하는 풍토는 매우 위험하다. 부자가 못된 게 세상탓으로 돌리는 사고방식 또한 심히 부당하다. 예컨대 잉여가치설 같은 낡은 이념은 시대적 유물이 된지 오래다. 똑같이 버는데도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있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 흔하다. 문제는 ‘부자내각’이 아니고 재산 형성과정의 정당성 여부에 있다. 새 정부에 당부할 것은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 못사는 사람도 보람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해주기 바란다./임양은 주필

행운의 숫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숫자를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해 왔다. 숫자에 행운이 깃들거나 나쁜 기운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숫자 4는 한문의 ‘죽을 사(死)’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빌딩 4층엔 거의 F층이라고 써 놓는다. 중국인들은 8이란 숫자가 재물과 복을 의미한다고 믿는다. 숫자 8이 들어 있는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8분8초에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이한 경기일보도 창간일이 1988년 8월 8일이다. 성경 속에도 행·불행의 숫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숫자 7은 축복을 상징한다(창12:2~3, 마1장). 창세기에서 나타난 대로 천지창조의 완성 기간이며 성취를 의미한다. 유대인들은 이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숫자 7로 해석하려는 습관을 갖고 있다. 하느님이 우주 만물과 사람을 6일 동안 창조하시고 제7일에 쉬셨기 때문에 휴식을 뜻하기도 한다. 서양인들이 7을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7을 완벽하고 신성한 숫자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됐다. 2008년의 숫자 8은 새 출발과 연결된다(창8:16, 마6장). 신약 산상 수훈에 있는 8복은 새 탄생, 새 출발을 의미한다. 산상 수훈은 천국 백성으로서 천국에 들어가기 전 이 세상에 살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새 백성으로서의 새 출발이다. 하느님의 심판인 홍수 때 살아남은 사람은 노아의 가족 8명이었다. 또 아브라함은 이삭이 태어난지 8일 만에 할례를 행하였다. 숫자 100은 선택, 가장 큰 결실, 아브라함이 100세에 이삭을 낳았음을 의미한다(롬11:5, 눅15:4). 성경 속 숫자 4는 춘하추동, 동서남북 등 세상과 관련된다(창1:14, 행1:8). 하느님은 넷째날에 빛과 어두움을 나누게 하셨다(창1;14~19). 또 자연인을 뜻하며 구원을 받지 못한 사람(배신자)을 의미하기도 한다. 숫자 6은 ‘저주’, ‘죄’, ‘마귀’를 상징한다(사6장, 마23장). ‘666’은 적그리스도의 이름이며 짐승의 숫자다. 66은 우상숭배를 상징하고, 60은 교만을 뜻한다. 히브리인은 숫자 6을 불완전하고 저주를 상징하는 숫자로 보기 때문에 6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을 때면 완전하고 축복의 숫자인 7이 되게 해석하거나 하나를 추가해 7로 끝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성경 속의 행운의 숫자, 불행의 숫자는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성경의 배경과 역사를 이해하는 덴 도움이 된다./임병호 논설위원

철새

캐나다 북부에 사는 검은 머리 솔새는 가을마다 남미로 날아간다. 3천800㎞에 달하는 비행거리도 놀랍지만 이를 나흘 만에 주파하는 체력은 경이롭다. 나흘 밤낮을 꼬박 날아가면서 솔새의 체중은 반이나 준다. 체중을 비행 연료로 간주한다면 연비는 무려 ℓ당 27만5천㎞에 달한다. 우리 주위의 제비 역시 먼 필리핀이나 호주에서 날아온다. 철새의 신비 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부분은 철새가 어떻게 목적지를 분별하는가 하는 점이다. 학자들은 철새가 동서남북의 방위를 인식하는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다. 1957년 유럽의 학자들은 찌르레기(starling)가 남북을 구별하는 지를 실험했다. 북유럽에서 프랑스로 이동하는 찌르레기 1만1천마리를 중간인 네덜란드에서 낚아챈 뒤, 남쪽으로 160㎞를 더 이동한 뒤 풀어줬다. 하지만 찌르레기는 이상 없이 원래의 목적지로 날아갔다. 10년에 걸친 이 실험에서 찌르레기는 자신이 남북 어디에 있는지를 분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학자들은 또 철새가 어떻게 대륙을 넘나드는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가를 연구한 끝에 새들이 지구 자기장을 이용할 것이란 가설을 내놓았다. 지구 전체가 거대한 자기장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나침반이 언제나 북쪽을 가리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철새가 거대 자석인 지구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달라지는 자기장의 세기를 감지해 위치를 파악한다는 이론이다. 갖가지 추론과 실험에도 불구하고 수천㎞를 날아왔다 정확히 돌아가는 신비의 능력과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조류학자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기러기는 20년 된 최고 연장자가 선두를 이끌고, 두루미는 매일 출발하기 전 공중을 살핀 후에 비행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 새의 학습능력이 내비게이터의 중요한 밑바탕이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아직은 모든 이론이 가설에 불과하며 철새의 내비게이터는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조물주 만이 알 수 있는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철새 이야길 하다보니 연상된다. 국회의원 선거철 만 되면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정치꾼들을 ‘철새’라고 비아냥거리는데 그 말은 아무래도 잘못됐다. 철새들은 정확한 목적지가 있지만 지조 없는 정치꾼들은 한 치 앞도 제대로 내다 보지 못한다. 갈 데만 알지 올 데를 모른다. 그런 위인들을 ‘철새’에 비유하는 건 대단한 실례다. 철새를 모욕하는 일이다./임병호 논설위원

쥐상

‘쥐띠는 평생 먹을 걱정 없는 띠’, ‘밤에 태어난 쥐는 부자로 산다’는 말이 있는데 특유의 번식력과 끊임 없이 먹이를 모으는 쥐의 습성에서 비롯된 해석이겠다. 그런데 쥐상(鼠像)엔 이견이 따른다. 흔히 쥐 상에 대해 약삭빠르고 아첨에 능하며 야비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역술인과 인상학자들은 같은 쥐 상이라도 각자가 처세하는 방식에 따라 운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쥐띠처럼 쥐 상도 기본적으로 부지런하고 꾀가 많으며 기회 포착을 잘한다. 식복이 있어 아무리 못살아도 밥은 먹고 산단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은 왔다 갔다 하며 재빨리 움직이는 눈이 있다. 스스로 체구가 작아 미약하며 위엄 없어 보인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해 어릴 때 부터 주로 머리를 쓰며 동작 빠르게 살아가는 유형이란다. 인상학자 주선희 원광대 얼굴경영학과 교수는 “하관이 짧고 체구가 작은 쥐 상 이더라도 재빠르고 부지런하며 행동이 빠릿빠릿해 매사에 열심인 사람은 운이 터진다”고 말한다. 기회 포착을 잘하는 전형적인 쥐 상과 근면한 행동이 어우러지면 좋다는 얘기다. 약고 시류에 빠르다는 속설과 달리 쥐띠 생이나 쥐 상을 가진 사람들은 윗사람을 지혜롭게 모시고, 아랫사람에겐 권위도 있으면서 상세하게 잘 보살핀다는 점성학자도 있다. 실용적인 리더십을 지닌 셈이라고 분석한다. 엄창용 고산철학관장은 “쥐띠 생들에게 2008년 무자년은 큰 운이 트이는 해”란다. 2007년엔 망신 수가 들어 되는 일 없이 구설수에만 휘말렸다면, 그때의 시행착오와 공부를 새해에는 잘 써먹게 돼 움직임이 왕성해진다는 풀이다. 다만 도가 지나치면 자만심이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 가면서 침착하게 처신하면 승진, 결혼, 출산 등 대부분의 일들이 소망한 대로 이루어진다”고 전망한다. 우리나라의 명운은 이미 ‘대변화’의 소용돌이에 들어섰다. 많은 도전이 예상된다. 변화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고 침착하게 그 흐름을 읽고 타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운세 풀이는 지당한 얘기다. 25일부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국정을 시작하는 2008년은 정말 뜻 깊은 해다. 관상학자들은 “이명박 당선인이 쥐 상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쥐 상을 가진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국민들이 많다. 국민들을 모두 부자로 만들어주는 행복한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진보정당

1884년 영국에서 민주사회주의 바람이 불었다. 페이비언주의(Fabianism)다. 사회주의 실현을 폭력 혁명이 아닌 의회주의에 의해 점진적으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1848년 공산당 선언이 발표된 혁명적 마르크스 사회주의와 차별화된 이 페이비언주의는 청·장년층의 인텔리 계층이 많이 참여했다. 페이비언협회는 이들이 만든 단체다. 민주노동당은 국내에 유일한 진보정당이다.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는 3%의 득표에 그쳤다. 국민의 철저한 외면은 진보정당의 존립이 위협받는 지경이 됐다. 이에 평등파가 자주파의 ‘종북주의’ 청산을 당의 혁신 방안으로 냈으나, 다수 세력인 자주파의 거부로 무산됐다. 대선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심상정 의원을 비롯, 노회찬 의원 등 평등파 중진의 탈당 예고로 무더기 탈당의 도미노 현상이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사태가 직면했다. 순수한 진보정당다운 새 진보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이다. 진보의 잣대가 평양정권에 대한 종북위주로 맞춰져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평등파가 주장하는 새 진보정당 노선이다. 진보정당은 필요하다. 보수정당을 견제할 진보정당다운 진보정당은 있어야 한다. 페이비언협회는 노동당 창당에 참가하여 오늘날 영국의 사회주의운동에 아류를 이루고, 독일 사회민주당(SPD),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에 집결된 유럽의 여러 사회주의 정당이 신봉하는 민주사회주의의 원류가 됐다. 중간에 쇠퇴의 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30년대 이후에는 1·2차 세계대전 등으로 페이비언주의가 일시 주춤했다. 영국의 사회주의 재건에 공헌한 것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나서다. 특히 사회보장 제도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할 정도로 거의 완벽한 실현을 보게 된 것은 페이비언협회가 활동한 공이 크다. 영국의 복지국가는 페이비언주의가 바탕이 됐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에 따른 평등파의 신당 창당이 영국의 민주사회주의, 즉 페이비언주의를 연상케 한다. 아마 새 진보정당의 표방이 그와 같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왕이면 혁신방안이 받아들여져 분당 사태없이 추진됐으면 좋았을 것인데 유감이다./임양은 주필

총선 예비후보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요즘 예비후보가 사태가 나다시피한다. 별의별 인간들이 다 나서 가히 ‘인간장터’ 같다. 국회의원에 나설만한 사람보단 같잖은 사람들이 더 많다. 분수를 모르는 것이다. 18일 현재 경기도선관위에 따르면 관할 선관위에 등록한 도내 예비후보가 425명이다. 전국의 2천32명에 비해 무려 21%를 차지한다.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인구가 많은 탓도 있지만, 그보단 정치 지망생이 많은 탓이다. 예비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오는 3월24일까진 아직도 많이 남았다. 예비후보는 또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들의 직업중에 ‘정당인’이라고 한 것은 가관이다. 뭘 해서 먹고 사느냐는 것이 직업이다. ‘정당인’ 노릇을 해선 먹고 살 수가 없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면접에서 ‘정당인’이라고 쓴 사람들더러 “생업이 뭣이냐”고 물었던 것으로 전한다. “귀찮은 문자 메시지가 부쩍 늘어 성질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휴대전화가 울려서 보면 으레 생판 모른 사람들이거나, 이름은 알아도 친면이 없는 사람들의 발신 투성이라는 것이다. 그 잘난 예비후보들이 마구 쏘아대는 문자 메시지를 그때마다 일일이 끄기가 귀찮을 정도라고 한다. 환심 사기위해 띄우는 문자 메시지로 되레 욕 얻어먹기가 예사인 것 같다. 예비후보가 많긴해도 그 사람들이 총선에 다 출마하는 것은 아니다. 정작 본선 등록은 안 할 사람들도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선거꾼들도 있고, 차기나 지방의원을 염두에 둔 매명주의자 등이 있는 것이다. 예비후보 등록에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서면 등록만 하면 사무소를 차리고 명함 배부 등 웬만한 선거운동을 할 수가 있다. 기성 정치인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정치 신인들을 위해 선거일 120일 전부터 등록이 가능한 것이 예비후보 제도다. 이렇긴 해도 정치 신인만이 아니고 기성 정치인들도 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것은 소정의 선거운동이 미리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18대 4·9 총선은 사실상 벌써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예비후보가 만나자는 것에 조심해야 된다. 무심코 밥 한끼라도 얻어먹다가는 큰 코 다칠 수가 있다. / 임양은 주필

25일 자정(子正)

섣달 그믐날 제야의 밤이 특별한 것은 자정, 즉 0시를 기해 해가 바뀌기 때문이다. 섣달 그믐이 아닌 여느 때도 자정은 생활의 주요 부분이다. 가령 보험의 시효를 예로 들면 단 1분, 몇 초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나랏일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체제 기간이 하루 더 연장됐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5일 자정에 소멸되면서 같은 시각에 이명박 당선자의 새 임기가 시작된다. 대통령이 있어야 할 정위치는 모든 지휘통제가 가능한 청와대다. 그런데 밤중인 자정에 퇴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가고 신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데 문제가 있다. 몸만 나오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이사도 해야된다. 나가는 대통령이야 미리 이삿짐을 내보낸다지만, 들어가는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앉아있는데 이삿짐을 싸들고 들어가기가 난감한 것이다. 당초에는 노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 취임식이 있기 전날인 24일 청와대를 비우고 잠은 서울시내 호텔에서 자기로 했던 것을 예정을 바꿨다. 25일 아침까지 그대로 머물고는 당일 10시 취임식장에 참석하기로 해, 이명박 당선자는 부득이 안가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즉 25일 자정부턴 대통령이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지키고, 정작 임기가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밖에 있어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 것이다. 전례로 보아선 노태우 대통령이 24일 자정을 청와대서 지낸 것을 잘못으로 본 김영삼 대통령은 24일 청와대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내주고, 김대중 대통령 또한 2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청와대를 비워 취임식 전에 이사를 하도록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로 돌아갔다. 청와대서 하룻밤을 더 묵는 이유는 서울 시내에 사저가 있는 두 김 대통령과는 달리 마땅한 숙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시작되는 시각에 집무의 위치가 엇갈리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국사의 돌발 상황에 긴급히 대처하는데 시간대상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안가에서 아무리 대비한다 해도 청와대 같을 순 없다. 그러나 또 반대로 24일 자정 전까지는 물러갈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이다. 청와대 이사에 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임양은 주필

나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쿼이아국립공원에 있는 자이언트세쿼이아라고 한다. 높이 약 83m, 둘레 24m, 무게가 약 2천t 정도로 나이는 약 3천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이 기록을 뒤집는 나무의 기록이 외신에 보도됐다. 역시 캘리포니아 비숍 근처 화이트마운틴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히코리나무의 나이는 무려 4천700년이다. 이 나무는 나이가 많아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므두셀라(Methuselah·노아의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므두셀라 나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엔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가 가장 오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수령 약 1천100년, 높이 62m의 이 나무는 가슴둘레(땅에서 1.2m 높이 지점의 둘레)가 14m나 돼 동양에서 제일 크고 오래된 나무로 기록됐다. 강원도 영월읍 하송리 은행나무도 1천년 이상됐고 원주시 문막 반계리 은행나무 또한 1천년 이상을 살아있는 나무다. 소나무 중에선 속리산의 정이품 소나무가 600년 이상을 살고 있어 가장 오래된 소나무로 전해지고, 이와 비슷한 소나무로 괴산군 청천면의 소나무와 경북 예천의 석송령 소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덩굴나무 중에선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 있는 등나무가 900년생으로 가장 오래 된 나무다. 그 뒤를 이어 창덕궁 비원의 북쪽에 있는 다래나무가 600년생이다. 안동 와룡면의 뚝향나무도 600년이 됐다고 한다. 경기도 양주군 남면의 느티나무는 850년 이상을 살고 있고 안동 녹전면 느티나무는 700년 이상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소망은 병들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지만 쉽진 않다. 나이 100세를 넘긴 사람이 있다면 뉴스거리가 된다. 의료 기술이 발전해 70~80세의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이 지구상의 나무들 중 일부는 우리 인간의 삶을 뛰어 넘는 아주 위대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과 달리 위험이 닥쳐도 도망을 가거나 숨어버릴 수도 없지만 수백년 또는 천년 이상을 살아간다. 생각해보건대 나무들의 장수비결은 욕심이 없기 때문일 것 같다. 더울 때 그늘을 만들어 주고 눈비 올 때 가지와 잎으로 막아주며 자연에 순응하기 때문이겠다. 그래서 나무처럼 살고 싶다. / 임병호 논설위원

해양수산부

1992년 김영삼(YS) 대통령 후보는 해양수산부 신설을 공약했다. 이보다 앞서 1966년 수산청이 농수산부에서, 1976년 해운항만청이 교통부에서 분리됐다. 1996년 8월 YS의 공약대로 장관급 해양수산부가 신설됐다. 남해 거제도 출신의 ‘바다 사람’ YS가 고향사람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 업적(?)이었다. 그전 해양수산부는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이란 차관급 ‘청’ 조직이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폐지 1순위로 거론됐다. 김대중(DJ) 정부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걸며 해양수산부를 없애기로 했다. 물론 관련 단체들의 폐지 반대 신문 광고가 등장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YS가 직접 나섰다. 1998년 2월초 대통령이던 YS는 당선인 신분의 DJ에게 해양수산부를 유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DJ는 YS의 민원(?)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가 당시 DJ와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자민련 몫으로 정리되면서 해양수산부는 기사회생했다. 지난 10여 년간 정치인 출신 장관이 유독 많았던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은 신상우 당시 한국당 의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DJ 정부 때 장관을 지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설립 12년 만에 또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해양수산부의 수산 부문을 농림부로, 항만·물류·해양 부문을 건설교통부로 합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산하기관을 동원해 반대 광고를 내고, 부산지역 4개 국립대 총장이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장관까지 나서 ‘폐지 불가론’을 주장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 세계가 해양정책을 확장하는데 해양수산부를 해체하는 것은 국제 흐름에 뒤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의 모토 ‘절약하며 일 잘하는 실용정부’를 앞세운 집권층의 표정은 냉랭하다. 어림없다는 식이다. 만일 1998년 2월 YS가 DJ에게 한 것처럼,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해양수산부 유지’를 부탁한다면 혹 들어줄까. 정부 조직 축소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러나 국토의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이 해양수산부를 폐지하려는 것은 여성부와 농촌진흥청을 없애려는 것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임병호 논설위원

TV 사극

MBC- TV 사극 ‘이산’은 대체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편이다. 그러나 주인공 이산(훗날 정조)이 궁궐 밖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이나, 궁녀 성송연을 도화서 다모로 그려낸 건 허구다. 사료를 근거로 할 때 혜경궁 홍씨가 정치적으로 마찰을 빚으면서도 정조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만큼 의지가 강한 여인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SBS-TV의 ‘왕과 나’에서 예종은 내시들을 핍박하다가 독살된다. 당시 내시의 위상이 조정 대신과 왕족을 쥐락펴락하는 일이 불가능했는데도 왕을 죽이고 정치력을 행사하는 등 ‘권력의 중심’에 굳건히 서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김처선이 ‘문종 때부터 연산군까지 6대 왕을 모셨다’는 역사적 기록은 뒤로 한 채 예종 때 입궐 해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이 왕위에 있을 때까지도 일개 내시에 머무르고 있는 건 그렇지 않다. KBS-TV ‘대왕 세종’은 태종의 셋째 아들인 충녕대군이 세종이 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리려다 ‘왕자의 가출 사건’까지 창조해냈다. 백성의 삶이 궁금한 충녕대군이 남몰래 궁을 빠져 나간 것도 모자라 납치까지 당한다. 제작진은 “고려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나는 장면은 충녕대군의 범상치 않음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하지만 억지스럽다. 앞으로 왕권을 놓고 펼쳐질 양녕대군의 치열한 암투도 자칫 세종대왕의 본 모습을 훼손하지나 않을까 저어스럽다. 조선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한 사극의 역사 왜곡은 더욱 심했다. MBC ‘태양사신기’는 환웅이 환생한 인물이 광개토대왕이라고 설정했다. MBC ‘주몽’은 고구려를 부각시키려는 의욕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부여를 작은 소국이면서 민족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주체로까지 묘사했다. 하지만 고구려가 부여의 정통성을 계승하려 했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요즘 사극들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야사를 정설인 것처럼 포장해 시청자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장면들이 다수 눈에 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반복되면 더욱 엉뚱한 이야기가 나올 우려가 있다. 더구나 수출된 사극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중요한 수단이어서 그 파급 효과가 더욱 크다. 재미도 좋지만 사실(史實)을 지나치게 벗어나진 말아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제8구단

1980년 프로야구가 처음 생길 적에 말이 많았다. 프로 세계의 생명인 흥행이 잘 안될 것이라고들 했다. 실업 선수들을 프로 선수로 급조한들 그 얼굴이 그 얼굴 때문이라고들 했다. 이때문에 처음엔 프로야구팀 창단을 망설였던 재벌들이 갑자기 나선 것은 전두환 정권의 강압이 어지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조건 떠맡기다시피 했던 것이다. 전두환 정권이 그처럼 프로야구 창설을 서둔 것은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국민사회의 의문을 스포츠로 희석시키기 위해서였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적극 유치한 88 서울올림픽도 같은 맥락이다. 이 외에도 적잖은 선심 정책을 썼다. 건국 이후 그때까지 35년간 존속하던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폐지한 것도 전두환 정권이다. 음력설은 공휴일이 아니던 것을 ‘민속의 날’이라고 하여 설날 하루를 공휴일로 처음 지정한 것도 그 무렵이다. KBS, MBC에 미처 준비가 덜된 컬러방송을 서둘러 앞당기도록 했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교복 자율화를 시행하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출범하자 마자 예상을 깨고 대박이 터졌다. 실업야구에서 전환한 프로선수 1세대들의 비상한 노력으로 흥행이 주효한 것이다. 김봉연(해태) 이만수(삼성) 장효조(〃) 김재박(청룡) 박철순(OB) 최동원(롯데) 김성한(해태) 김일권(〃) 김우열(OB) 김시진(삼성) 박종훈(OB) 김용희(롯데) 김용철(〃) 이상윤(해태) 윤동균(OB) 신경식(〃) 이종도(〃) 이광은(청룡) 이해창(삼성) 이선희(〃) 유두열(롯데) 김인식(청룡) 등은 그 무렵 주요 멤버들이다. 프로야구 출범에 의문이 분분한 가운데서도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프로팀 창설이 있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던 야구인들이 있긴 있었다. 명해설자로 손꼽혔던 이호헌씨,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감독 등이 그에 속한다. 고인이 된 김 감독은 청룡팀 감독을 지내고 스포츠 탤런트로 브라운관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제8구단을 창단하는 센테니얼측과 현대선수단 간의 구조조정을 둔 불씨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선수들은 ‘100%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반면에 구단은 ‘메인 스폰서와 계약을 앞두고 분쟁이 야기되어 선수들을 더 안고 가기가 어렵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들에게 ‘구단주에 고용승계의 성의를 요청하겠다’며 구단이 계획한 제주 동계 전지훈련에 참석토록 설득했다. 시즌이 곧 다가온다. 좋은 마무리가 있게되길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흑인 케네디’

최근 외신이 전한 영국의 한 언론보도는 버락 오바마의 암살을 예언했다. 흑인인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백인에 의해 피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백인들의 거부감이 점점 엷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가진 네브래스카와 워싱턴에서의 경선은 백인 표밭에서 오바마가 압승한 것이다. 힐러리를 애먹이고 있는 오바마의 기세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전례없이 오는 8월 전당대회까지 갈 것으로 보는 것이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며 재선 상원의원인 힐러리에 비해 오바마는 40대 초선 상원의원이다. 한데, 초선인 것이 더 신선감을 주는 것 같다. ‘국가 개조’를 부르짖는 그에게 ‘뉴 프론티어’를 강조했던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흑인 케네디’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튼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그 자체가 이변이다. 힐러리가 되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오고, 오바마가 되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가 나오기 때문이다. 누가 되든 미국 정치사에 전례없는 새로운 기록을 장식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가 보이는 털털한 서민 풍모의 발랄함이 귀족형의 힐러리보다 더한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공화당의 현 부시 대통령이 흑인 지도자 붐을 불러 일으킨 점이다. 파월 전 국무장관, 라이스 현 국무장관 등 흑인을 중용한 것이 결국 오바마처럼 대통령 자리까지 겨냥하는 흑인 경선후보를 유발한 것이다.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부시는 자신이 속하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겨룰 흑인 대통령 후보를 자신의 흑인 중용정책으로 낳은 셈이 된다. 공화당 8년 집권은 주기적으로 보아 민주당 집권의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미국 국민의 피로감은 오바마에 대한 호기심을 드높이는 가운데, 미국 경제마저 수렁에 빠져 공화당 정권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기묘한 것은 암살된 케네디와 같은 민주당으로 이미지마저 비슷해 ‘흑인 케네디’로 불리운 오바마를 가리켜 영국의 한 언론이 암살을 예언한 점이다. 만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가 불행히도 그같은 보도가 사실화하면 걷잡기 어려운 인종 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높다. / 임양은 주필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