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국어연구원 최용기 학예연구관이 발표한 ‘국어 교과서의 문장 실태’를 보면 국정 국어교과서가 너무 엉터리다. 잘못 사용한 단어, 문장 성분간이 깨진 문장, 외국어 번역투 문장 등 50여 권의 초·중·고 교과서에 잘못된 표현이 300여 개에 이른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해명도 한심하다. “여러 사람이 집필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고 부족한 인력으로 수십 종류의 교과서를 검수하다 보니 문장의 오류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부족한 걸 알면 당연히 보충해서 일을 해야 지 이 무슨 무책임한 교육행정인가. 문장 오류 사례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중학 국어 1-2, 26쪽의 “나쁜 식생활 습관은 하루 빨리 ‘극복되어야(버려야)’ 한다”, 고등 국어 상, 84쪽의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처자가 있는)’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중학 국어 1-2, 36쪽의 “‘닫혀진(닫힌)’약국” 등이다. 또 중학 생활국어 2-2, 127쪽의 “어린이들이 ‘작동시켜도(작동해도)’안전합니다”, 중학 국어 2-1, 10쪽의 “그날은 프랑스어의 마지막 ‘수업이었다(수업이 있었다)’” 등이다. 외래어 표기에도 오류가 많다. ‘맥베드’와 ‘세익스피어’는 국제음성기호(IPA)와 한글대조표에 따르면 각각 ’맥베스’와 ’셰익스피어’가 옳은 표기이다. “호랑이가 장구 소리에 춤추는 것을 보고”(중학 국어 1-1, 19쪽)에서는 ‘맞추어’라는 서술어가 누락됐고, “청소까지 다 해 놓고 출근하느라고 엄마께서 더 힘드셨잖아요?” (초등 읽기 5-1, 89쪽)라는 문장에서는 경어법이 잘 못 쓰였다. ‘출근하느라고’ 가 아니라 ‘출근하시느라고’고 적절하다. “소년의 마음은 실망에서 단숨에 기쁨으로 뛰어 올랐다” (초등 읽기 5-1, 104쪽)는 문장에서 주어(主語)는 ‘마음’이기 때문에 서술어는 ‘뛰어 올랐다’가 아니라 ‘바뀌었다’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국어교육을 바로 해야 나랏말과 나라글이 지켜지고 계승되는 것 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최용기 학예연구관의 지적을 곧 바로 반영해 오류를 최소화해야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경기일보
2004-10-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