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 축구팀

창녀들이 여경과 축구경기를 가졌다. 중남미 과테말라는 독일이나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다. 창녀촌은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 중심가를 가로 지르는 철도변에 있다. 창녀 축구팀의 명칭이 그래서 ‘철도변의 스타’로 지어졌다. 창녀들은 합법적으로 윤락행위를 하긴 해도 임금이 열악하다. 시간당 임금이 2달러 50센트다. 여기에 조폭이 기승을 부려 더러 피살되기도 한다. 빨간색 유니폼의 추구팀을 만든 것은 이런 자신들의 처지를 알려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홍보용 전국 순회 경기 중 여경팀과 게임을 가져 1-3으로 패했지만 이들에겐 게임 자체에 의미를 더 둔다. 국내에서는 지금 여성부가 성매매를 그만 둔 여성들에게 자활종합대책을 세운다고 야단이다. 반년동안 매월 37만원을 생계비로 주고 직업훈련비로 40만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창업자금도 대출해준다고 한다. 우선 부산 인천의 집창촌 여성 7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난색을 표명하는 이견도 많다. 중도에 다시 성매매를 하거나 낮엔 자활하고 밤에는 영업을 해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비록 시범사업이라지만 윤락행위도 지역 선별의 복을 타야 한다는 형평상의 불만이 나올 수가 또 있다. 윤락여성은 과거에도 있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있을 개연성이 많다. 성매매특별법으로 과연 영원히 근절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 그렇다고 확답할 수 있는 장담은 불가능하다. 여성부 대책이란 것도 자칫 연말까지 투입하는 13억원의 국민 혈세를 시행착오로 낭비할 요소가 많다. 아이러니컬 한 것은 성매매를 합법화 한 과테말라에서는 창녀들이 자구책을 들고 일어나는 데 비해 불법화 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의문의 과보호를 시도한다는 사실이다. 영원한 윤락여성은 없다. 성매매특별법으로 되레 자립계획이 뒤틀린다는 집창촌 내부의 목소리가 높다. 과테말라라고 해서 창녀 직업을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 ‘철도변의 스타팀’은 어느 여고팀과 갖기로 된 게임이 취소되는 수모를 당했다. 학부모들이 학교측에 거센 항의를 하였기 때문이다./임양은 주필

사법개혁

판사의 법정신문에 피고인의 말이 길어지면 으레 이런 말아 나온다. “예” “아니오”로만 답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으로서는 “예” “아니오”로만 답변할 수 없는 이면 이유가 있는데도 이는 소명할 기회를 좀처럼 갖지 못할 때가 많다. 재판부의 입장도 있긴 있다. 사건은 폭주하여 기일에 쫓기는 판에 뻔한 일로 여겨지는 사안을 두고 자꾸 부인하면 지연될 수 밖에 없는 고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예” “아니오” 만으로 기대하기는 역시 어렵다. 사법개혁위원회가 재판을 사실상 1심에서 결정짓는 하급심 강화를 도입한다고 한다. 사실심을 1심에서 다 하고 고법에서는 대법원의 법률심처럼 적정성만 집중 심리하는 사후심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개위의 이같은 개혁 방안은 비록 1심 전담 법관을 양성해 재판 역량을 강화한다는 단서가 있긴 해도 심히 위험하다. 우선 이렇게 되면 항소나 상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상급법원의 재판을 더 받고자 하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듯 해보이는 건 기본권 침해다. 모든 국민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항소나 상고를 해봐야 별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심히 온당치 않다. 고법의 기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것 역시 절절치 못하다. 특히 2심에서 새로운 소송자료 제출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 피고인의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 사개위의 하급심 강화는 피고인의 인권면보다는 사법편의로 보아질 우려가 많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는 판결 이유를 판결문 외에 부드러운 말로 보충해가며 타이르는 판사가 있었다. 서울고법에선 쉬운 판결문으로 선고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부장판사가 있다. 현실성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사법개혁이 먼데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문장의 판결문이나 고압적인 자세,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 내던지는 것도 훌륭한 사법개혁이다. 특히 잘못되거나 억울한 판결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된 사법개혁의 요체다./임양은 주필

빈부 소비격차

L백화점이 250세트를 발행해 한정 판매하는 1천만원짜리 ‘프레스티지 상품권’이 판매 나흘 만에 35세트, 3억5천만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하루에 30~40통씩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니 모두 판매될 것이다. 50만원권 상품권 20장과 골드카드(순금 7돈쭝 상당)로 구성된 이 상품의 소지고객은 무료 주차대행, 쇼핑도우미 서비스 등 특별대우를 받는다. H백화점이 마련한 하루 수강료 30만원의 꽃장식 강좌도 인기다. 세계적 플로리스트(flonist)가 강사로 나서는 특강은 모집 정원(각 100명)이 사흘만에 80%를 넘었다. 하루 수강료가 30만원이면 국내 백화점 문화강좌 중 일일 특강으로는 가장 비싼 수준이다. 100만원대의 백화점 문화센터 ‘클럽형 강좌’도 인기다. 8회 강좌에 수강료가 80만원인데 일주일 만에 모집정원(선착순 14명)이 꽉 찼다. 돈 많은 사람들의 요즘 소비 풍조다. 그러나 돈 없는 사람들의 소비행태는 정 반대다. 재고의류 등을 판매하는 ‘땡처리’업자들의 이른바 ‘체육관행사’에도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다. 가격을 낮추다 못해 방문객들에게 구매와 관계없이 선착순으로 사은품을 준다고 해도 손님들이 찾질 않는다. 찾아온 사람들도 대부분 옷을 들었다 놨다만 할 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또 다른 기현상은 관공서 구내식당과 기업 구내식당에는 점심시간마다 일반인들이 길게 줄을 늘어 서는 광경이다. 경찰서 구내식당의 경우, 3천원에 점심식사를 내놓는 거의 유일한 곳이어서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몰려든다. 올초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70~80명의 외부인이 찾았으나 최근 들어 하루 평균 180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시중식당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직원들의 식사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외부인이 관공서·기업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이다. 극심한 불황이 장기간 계속되지만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한 잔에 수십, 수백만원 하는 양주를 마시는 귀족들이 모여 성시를 이룬다. ‘길거리표’ 옷도 제대로 사 입지 못하는데 철이 조금 지났다고 하여 수십, 수백만원짜리 옷들을 버리는 사모님들이 여전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지갑에 있는 돈 쓰는 건 괜찮은 데 소비양극화가 너무 심하다./임병호 논설위원

경희궁

사적 271호인 ‘경희궁’은 일제의 조선궁궐 훼손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비운의 궁궐’이다. 원래 조선 인조의 생부인 원종의 사저가 있던 곳이다. 1616년(광해군 8년)건립 당시에는 ‘경덕궁’이라고 불렀으나 1760년(영조 36년)에 경희궁으로 고쳤다. 경희궁에 임금이 거처하기 시작한 것은 인조 때다. 이괄의 난으로 거처하던 창경궁이 불 타자 1624년 2월부터 경희궁에 거처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경희궁(서궐)은 280여년 동안 창덕궁(동궐)과 함께 여러 왕들의 거처로 사실상 정궁으로 사용됐다. 경희궁은 경사진 야산 지형과 조화를 이룬 구조로 건축적·예술적으로도 뛰어났다. 숙종 때 편찬한 ‘궁궐지’를 보면 전각과 문루가 99동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였다. 그러나 경희궁은 일제의 침략 뒤 경성중학교로 바뀌면서 완전히 해체됐다. 이는 경복궁을 조선총독부로,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창덕궁을 비원으로 격하했던 일제의 조선말살정책의 하나였다. 정전인 숭정전은 1908년 경성중학교의 교실로 이용되다가 일본절 ‘조계사’로 팔렸고, 현재는 동국대의 ‘정각원’이라는 불당으로 남아 있다. 정문인 홍화문은 1932년 이토 히로부미 사당인 ‘박문사’의 북문으로 쓰였으며 2002년 경희궁터로 옮겨졌다. 해방 뒤에는 서울고등학교가 들어서 있다가 현대건설이 터를 사들였고 이를 다시 서울특별시가 인수해 1988년 경희궁터를 1차 복원했으며, 2002년에는 숭정전, 임금이 공무를 보던 자정전, 영조의 초상화를 모셨던 태령전 등을 복원해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당초 서울시는 2007년까지 164억원을 들여 왕의 침전인 회상전, 임금이 다니던 어도 등을 복원할 계획이었으나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서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바람에 복원공사가 중단됐다. 복원 범위는 커녕 일제가 군사적 목적으로 경희궁에 설치한 대형 방공호도 아직 철거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는 과거 경기도와 수원시가 화성을 복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듯이 서울경희궁 복원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경희궁을 계속 ‘비운의 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임병호 논설위원

국사교육

우리 중·고교생들이 국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3명 중 1명이 한민족의 첫 국가는 고구려로 꼽고, 4명 중 1명은 ‘한국이 사용한 문자는 한자(漢字)’이고 한국의 종교는 불교로 잘못 알고 있다. 한민족의 첫 단일국가는 고조선이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후 한자와 한글을 병용해온 ‘사실(史實)’과 아주 거리가 먼 인식이다. 고구려·발해사에 대한 이해도도 극히 낮다. 9세기에 대대적으로 영토를 확장해 ‘해동성국’으로 불린 발해를 ‘당나라의 속국’으로 알고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확실치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올해 국정감사 때 유기홍 의원이 전국 고교생 1천100명과 재일교포 고교생 22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생각할수록 착잡하다.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가했다’, ‘한국 일본 사이 영해의 정확한 영어지명은 Sea of Japan이다’라는 문항에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맞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국사 수업시간이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54.2%로 절반을 넘었다. 또 ‘역사 지식이 부족한 이유’를 상당수가 ‘학교 수업에서 중요하게 배우지 않아서’라거나 ‘교과서 내용이 부실해서’라고 답했다. 알고 보니, 중학교는 1학년에 국사가 아예없고, 2학년 1시간, 3학년 2시간 뿐이다. 고등학교는 1학년 때까진 국사가 있지만 자연계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역사를 전혀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런 여건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의식과 지식을 갖는 것도 사실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사회 또는 과학교사 가운데 3과목 이상을 가르치는 교사가 1천명이 넘는다니 한심하다. 일부에서는 과학교사가 본인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음악이나 역사·체육·미술·윤리·영어·수학 등을 가르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교사가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가르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은 뻔한 이치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국사만은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이러다간 조국이름도, 수도이름도 모를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러워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맞춤아기

고대 스파르타는 강건한 전사(戰士) 양성을 위해 남자가 일곱살이 되면 가정을 떠나 공육소(公育所)에 입소시켜 강도 높은 체력단련과 군사교육을 받게했다. 갓 낳아서는 언덕에서 굴려 살아남는 사내 아이만 키웠다고도 전한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차세대의 우생학적 국민 양성을 위해 건장한 남녀의 결합으로 건장한 2세를 낳도록 하는 시도가 있었다. 유전병 제거를 위한 맞춤아기 생산이 스파르타나 히틀러 방법과 꼭 비유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맞춤형 인간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점에선 공통점을 갖는다. 영국의 임신배아위원회(HEFA)가 부모의 유전병이 유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택 출산을 한다는 뉴사이언티스트의 보도가 있었다. 이에 의하면 이번엔 결장암 유전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이밖의 질병도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부모의 체외수정을 통해 형성된 배아에 암 유전자가 있는 지를 미리 진단해 안전한 배아를 산모의 자궁에 착상시킨다는 것이다. 또 모계로 만성뇌질환 등 50여가지 유전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결함이 아내에게 있으면 건강한 여성의 핵을 아내에게 이식해 남편의 정자와 인공수정하는 방법을 실험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유전병만이 아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저렇게 생긴 아이의 출산 선택도 가능하고 남자아이 여자아이도 가려서 낳을 수가 있게 될 공산이 높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아무리 건강해도 인간의 수명은 한정됐다. 유전병 인자를 미리 차단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을 양복이나 구두처럼 맞춰 생산한다는 것은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 이 보다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가 훨씬 더 인간의 면모라는 생각을 갖는다. 영국 HEFA의 실험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싶지 않은 것은 스파르타나 히틀러 방식이 오히려 사람답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인성을 척박하게 만든다. 과학문명의 오만에 끝이 보이지 않는 건 불행한 현상이다. /임양은 주필

섹스괴담

월 4회의 부부관계를 갖는 커플은 1회만 갖는 커플보다 연간 4만9천달러(5천600만원)의 돈이 안겨주는 행복감을 더 갖는다고 한다. 미국 다트머스大 블랑크 플라워 교수와 영국 워릭大 오즈 월드 교수가 15년동안 1만6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이러하다는 것이다. 성에 대한 진문기문도 많다. 몽유섹스란 게 있다. 멀쩡한 중년 주부가 밤중에 거리로 나와 낯선 남자와 성행위를 하고도 자신의 행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희귀병 사례가 며칠전 호주수면협회 연례회의에서 보고됐다. 이 중년 여인의 주치의 로열 프린스 엘프리드 병원 뷰캐넌 박사는 일종의 수면장애 환자라고 진단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기업인으로 살라흐 알 사이아리라는 사람은 64세의 나이에 13세짜리 소녀와 지난 2월 결혼식을 올렸다. 이 결혼은 무려 58번째 인데도 60번을 채우겠다며 기염을 토했다는 것이다. 동물 중에 가장 많이 관계를 갖는 것은 호주산 어리귀뚜라미다. 캐나다 토론토大 생물학자 귄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어리귀뚜라미 수컷 1마리가 암컷을 상대로 갖는 교미가 3~4시간에 무려 50~58회에 이른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암컷이 수컷의 단백질 덩어리인 정액의 많은 양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수컷이 많이 교미하도록 진화됐다는 것이다. 인간의 성생활에 대한 조사도 나왔다. 콘돔 제조업체인 듀렉스사 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들이 연간 137회로 단연 1위다. 아시아는 태국인이 103회, 말레이시아인 86회, 싱가포르와 홍콩인 79~80회, 일본인은 46회로 나왔다. 한국인에 대한 건 없다. 그러나 이 내용은 신빙성이 희박하여 믿거나 말거나 한 흥미용에 불과하다. 아시아에선 성문화를 잘 드러내지 않는 요인이 프랑스 등 서구인들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 꼽힌다. 인간의 성횟수는 어리귀뚜라미와 본질이 다르다. 어리귀뚜라미는 수컷이 암컷에 영양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인간의 정액엔 영양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또 횟수도 횟수지만 작품을 중요시한다. 그러므로 충동적 섹스는 동물의 교미와 같은 것으로 허무하다. 매매춘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농익은 사랑으로 심신이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것이 인간다움의 섹스라고 성문제 전문가들은 말한다./임양은 주필

공장규제 68가지

보고문서는 간결할 수록이 좋다. 대개는 한 쪽을 넘기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상사들이 많다. 간결하다 하여 뜻이 명료하지 않은 게 아니다. 업무파악이 정확하고 확신이 있으므로 간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대처방안에 확신이 없는 보고문서일 수록이 장황하다. 보고문서만이 아니다. 모든 문서는 중복을 피해 간결해야 한다. 종이문서든 화상문서든 다 마찬가지다. 민원서류 역시 간결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구비서류에 중복되는 도장 투성이의 민원처리는 정보화사회에선 빵점이다. 창업이나 공장 신축서류는 민원업무다. 공장 한 개를 3천300여 평의 농지에 짓는 데 행정절차비가 1억5천만원이 들고 기간은 무려 6개월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난 국감자료가 있었다. 우선 농지를 공장용지로 바꾸는 농지용도변경부담금 성격의 농지조성비가 1억원이 들어간다. 건축허가에 필요한 도로확보비용에 2천만원, 사전환경성검토 대행비용 1천500만원, 기타 절차 대행비용 1천500만원 등이다. 이외에 공장 건축 비용은 따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고도 시일이 반년이나 걸리는 것은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다. 제조업같으면 입지 30건, 사업계획승인 21건, 공장건축 및 등록 13건, 부담금 4건 등 68건에 걸친 규제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이도 서류가 잘못됐다며 반려되어 다시 준비하곤 하다 보면 정말 울화통이 치밀 일이다. 중국에서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공무원이 현장까지 나와 민원업무를 일사천리로 처리해 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마 공장 하나 짓는데 이토록 까다롭고 번거로운 절차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없을 것이다. 이런 건 기네스 북에 안 오르는 지 모르겠다. 민원업무를 간소화했다는 것이 이 모양이다. 이도 비수도권에서 이러하다. 수도권은 더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이 정부는 ‘기업이 나라’라고 하고 ‘기업하기가 좋도록 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말 뿐이다. 기업활동을 옥죄면서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빈말이다. 말만 번드레한 이 정권의 말은 이제 식상이 들 판이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문서는 어떤지 궁금하다./임양은 주필

伴侶 동물

서양인들의 동물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다. 데리고 사는 개나 고양이의 생일에 맞춰 축하카드를 보낼 만큼 극성스럽다. 미국 콜로라도주에선 애완동물의 법적 지위를 재산(Property)에서 친구(Companion)로 격상시키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남의 애완동물을 죽였을 경우 ‘재산 침해’가 아니라 ‘친구 살해’에 대한 책임으로 최고 10만달러까지 물어내야 한다. 동물학대도 중범죄다. 미국 위스콘신에 사는 배리 허백이라는 사람은 자기가 기르던 다섯마리의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인 죄로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캘리포니아의 대니얼 윌리엄스는 개를 벌목용 칼로 죽였다고 해서 4년형을 받아 옥살이를 하고 있다. 대학의 법학과에서는 이런 경향을 반영해 동물법 강의도 개설했다고 한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특히 독일의 경우 애완동물 주인의 절반 이상이 휴가를 함께 떠나기를 원한다. 국민의 40%가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마당에 휴가여행에 동반할 애완견만 통계상 한해 수백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독일은 동물의 권리와 보호의무를 헌법에 규정할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개도 부양가족으로 간주해 사육비용을 자녀 양육비처럼 세금공제 항목에 포함시키고, 애완견을 승용차 안에 잊고 방치해 죽게 한 주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할 정도다. 우리나라도 전국적으로 약 280만 가구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지대子의 집에도 애완견 세 마리가 살고 있지만 애완동물을 키우는 데는 무엇보다 주인의 책임감이 중요하다. 비사육자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특히 예방접종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2006년 새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면 애완동물이란 용어 대신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는 뜻의 ‘반려(伴侶)동물’이란 용어를 쓰고 전문적으로 동물들의 사체를 처리하는 동물장묘업도 정식으로 인가해 준다고 한다. 동물의 생명이 그만큼 소중해졌다. /임병호 논설위원

친일인명사전 발간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해온 ‘친일인명사전 발간 사업’에 정부가 예산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은 ‘눈치보기’ 행정이다. 더구나 친일과거사 청산을 줄기차게 천명해온 참여정부 스스로 이를 회피한 것은 이른바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공식 이름이 ‘일제하 단체·인물연구 5개년(2002~2006년)사업’인 친일인명사전 발간 지원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면 애당초 딱 잘라야 했었다. 민족문제연구소측이 국회 청원 등을 통해 예산을 요구해 교육부로부터 국사편찬위원회를 거쳐 2002~2003년도 예산을 민간경상보조금 형태로 각각 2억원씩 지원받은 사실이 있어서다. 연구소측은 이 지원금으로 일제 식민통치기구·협력단체 편람 ‘국내편’과 ‘중국관내·만주편’을 각각 발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엔 예산지원을 중단해 연구소측이 ‘지방편’ 발간사업을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조성된 5억원으로 수행하였다. 연구소측이 올해 국회에 청원한 예산은 2005년 ‘일제하 주요 인물편람집’ 발간에 필요한 5억원과 2006년 ‘일제하 단체·인물 전산화’ 작업에 소요되는 경비이다. 교육부와 행자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은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사업의 중복성’이다. 과거사진상규명법 특별법이 지난 9월 20일 발효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일제 협조자나 강제동원 피해조사 등을 통해 연구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국가보훈처의 공훈록 발간 사업과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사전 발간사업이 다르듯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하는 사업은 다르다. 특히 사업성격상 계속 사업인 데다 연구 성과도 학계나 국회, 국민 등으로 부터 인정받은 만큼 정부의 지원은 당연하다. 설령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 하여도 연구소측이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중단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지난해 12월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원예산이 누락되자 올초 11일 동안 대대적인 국민모금운동을 펼쳐 2만5천여 명으로부터 5억원을 모금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정부와 국회가 만일 친일인명사전 발간 지원을 중단한다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일이다. 예산 지원을 망설이지 말라. /임병호 논설위원

시민중계석/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시각차

헌재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흔들릴 수 없는 우리시대의 과제이다. 지난 40여 년간 우리사회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압축 민주화라고 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은 제3세계권의 대표적 모범국가 사례였다. 그러나 이러한 고도 성장과 외형적 민주화의 진전은 효율성 중심으로만 작동되어 지역간 큰 격차와 권한의 중앙 집중현상을 초래했다. 지난 10년간 실시된 지방자치제는 특색있는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화를 위해 매우 의미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주요정책 결정권과 집행권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틀어쥔 상태에서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무늬만 지방자치’란 자조를 들어야 했다. 그 결과 지역의 자생적 발전은 늘상 제자리걸음에다, 지역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21세기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전국 각 지역의 고른 발전은 더욱 요원해지게 됐다.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이란 지역 균형발전의 선도사업이 좌절되었다해도 지방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 정책이 더욱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그런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기대하고 바라보는 입장에도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방분권의 내용은 대부분이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이란 관-관 권한 분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결정권의 확대는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장에게만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우리 실정에서 행정권한 이양 위주의 분권정책은 자치단체장의 전횡과 부정부패라는 또다른 폐해를 낳을 수 있다. ‘지방자치제’라는 수레는 ‘행정자치’와 ‘주민자치’라는 2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따라서 행정권한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주민자치권의 확대와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적 배양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 주민의 입장에서 분권은 역시 남의 떡일 뿐이다. 금번 전국공무원노조의 강경입장 배경에는, 기존 자치단체장의 독선과 일방주의를 더이상 참아내기 어려운 현실적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은 매우 일리있다 하겠다. 또한 분권의 내용 중 자치단체의 개발계획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보전을 위한 견제권의 상위기관 유지는 우리 지방자치 현실에서 아직 필요하다. 이를테면 도시계획 승인권과 개발총량제한, 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 등과 같은 보전적 심의 권한이 전부 기초나 광역자치단체에 위임된다면 이는 통제할 수 없는 환경재앙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있어 경기도는 수도 서울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여 분류되고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것에 반대하고, 차별화해야 한다. 수도 서울은 현재 우리나라 행정의 중심지이자, 금융과 상업, 교육 등 모든 부문의 블랙홀이다. 반면 경기도는 수도 서울의 택지 공급지이고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의 생산지로서 늘 수도 서울을 위한 규제와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당해온 배후지 역할을 주문받았다. 경기도 인구가 서울보다 많아졌다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그만큼 서울의 베드타운화로 녹지를 훼손하고 대기오염, 교통난, 폐기물량만을 가중시켰다는 방증이다. 경기도의 균형발전 쟁책은 서울 중심의 중앙정부 국토정책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따라서 경기도는 현재 수립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수도권 정책에서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 특히 경기도 내에서도 경기북부 지역과 외곽지역은 지방의 소외지역보다도 심한 저개발의 상태에서 수도권으로 대변되는 억제정책이 더이상 타당할 수 없다. 경기도의 균형발전 정책은 주체적 자립발전의 기초이자, 경기도민 정체성 회복운동인 셈이다. /염 태 영 수원환경운동센터 공동대표

詩 낭송회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념일이 있다. 11월1일, ‘詩의 날’이다. 1987년 한국시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가 공동 제정, 공포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가장 높다는 미국에도 없고 수레꾼도 시 60편을 암송한다는 프랑스에도 없는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돼 조선시대에 본격적으로 실시된 과거제도를 통해 시를 잘 짓는 사람을 관리에 등용했다. 과거에 장원한 사람은 거의 오늘날의 국무총리·장관·시장·도지사 등에 해당하는 고급공무원으로 승차했다. 그만큼 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깊었다. 지금도 대학교·문인협회·시인협회 등에서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면 상금과 함께 대학에 무시험으로 입학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문인협회·시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적인 백일장에서 장원하면 대학생, 일반인은 기성문인으로 대우 받는다. 옛날 과거에서 장원하면 등용되는 연유는 시를 문학으로 뿐만 아니라 학식·철학적으로 그 사람의 인품과 인성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詩)는 말씀(言)으로 사찰(寺)을 짓듯이 겸허하고 청결하고 고요한 것이라는 한자(漢字)로서의 뜻을 갖고 있다. 시를 쓰는 마음은 맑아야 하며 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시인 자신은 물론 시를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진리를 품고 있는 것이다. 사찰에서 듣는 풍경소리, 나무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그리고 새소리가 한층 청량한 것은 시심과 시상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경기시인협회 회원들이 1박2일 일정으로 경주 불국사로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특별협찬으로 마련된 ‘2004 경기시인협회 가을여행’은 한국유네스코 경기도협회 임원 10여 명도 동행하였는데 월성원자력발전소를 견학하는 시간도 있었다. 경기시인협회 회원들의 가을여행이 더욱 낭만과 서정을 더 해 준 것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의 ‘자작시 및 애송시 낭송회’였다. 만추의 풍경을 차창 너머로 바라보며 듣는 정감 넘치는 시는 여행자의 가슴을 고운 빛깔의 단풍으로 물들게 하였다. 토함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 일출처럼 마음을 밝혀 주었다. 경기시협의 가을여행 1박2일은 바로 ‘시의 날’ 이었다./임병호 논설위원

세계 50大대학

영국 더 타임스 세계대학평가팀이 ‘세계 50대 대학’을 선정했다. 일종의 실력 평가다. 미국은 하버드가 전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4위까지 휩쓸면서 무려 17개 대학이 50위권에 진입했다. 자기 나라의 옥스퍼드는 5위에 랭크되면서 8개 대학이 들었다. 이밖에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대학들이 50위권에 포진하였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도쿄대가 12위에 오르면서 2개 대학이 세계 50대 대학에 들어갔다. 중국 베이징대학이 또 17위에 올랐다. 놀라운 것은 싱가포르의 싱가포르국립대가 18위를 차지하면서 2개 대학이 50위권에 든 점이다. 심지어는 홍콩도 홍콩대가 39위인 가운데 2개 대학이 진입했다. 인도 역시 50위권에 들어 인도공대가 41위를 당당히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물을 것도 없다. 단 1개 대학도 들지 못했다. 일본과 비교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인도 보다는 낫다고 보아왔다. 이게 착각이다. 객관적 판단은 중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인도보다 쥐뿔도 나을게 없다. 국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들이 세계대학과 견주어서는 50위권에도 못들 뿐만이 아니고 중국 싱가포르 홍콩 인도보다도 못하다는 게 정말 걱정스럽다. 대학은 차세대의 주역이다. 차세대의 주역이 이토록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어서는 미래가 밝다 할 수 없다. 미국 대학이 무려 17개나 휩쓸고 있는 것을 보면 초강대국이 결코 우연한 게 아니다. 앞으로도 그같은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력은 공부를 해야 쌓는다. 공부않고 실력쌓는 왕도는 없다. 중·고등학교에서부터 공부하는 것을 마치 금기처럼 여기는 풍조가 판을 치니 실력 배양이 될 수가 없다. 이제는 허울뿐인 고교평준화로도 모자라 대학평준화까지 못해 안달을 부린다. 하향 평준화의 극성속에 나라의 미래가 멍드는 데도 모두가 입은 살아 말만은 번드레하게 한다. 기성사회가 과연 후대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다 하고 있는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임양은 주필

국정홍보처

지난 국감에서 나온 얘기다. 국정홍보처 처장 및 차장 등이 작년 1월 부터 지난 8월말까지 언론사 기자 및 간부 2천382명(연인원)을 대상으로 431차례에 걸쳐 접대한 1억1천552만원의 지출이 화제가 됐었다. 접대 장소는 특급호텔에서 한정식집, 삼겹살집 등 다양했다. 중앙지·통신사 22개사, 지방지 15개사, 방송사 9개사, 시사월간지 5개사 등 51개 언론사다. 생각 나는게 있다. “신문기자들 만나서 밥사주고 술사주면서 기사 부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초에 했던 말이다. 그러면서 “어쩌다가 술 자리를 하게 되면 소주, 아니면 (소주에다 백세주를 탄)오십세주 정도는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국정홍보처의 언론인 접대 사실은 좀 놀라운 일이다. 국정홍보처장·차장이 이른바 ‘정부 주요시책 설명모임’이란 것을 이토록 전문으로 가졌다면 가히 술상무 격이다. 언론인들과의 술자리라 해서 그런 초청케이스의 공식석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살 때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살 때가 더 기분이 좋다.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신용카드를 긁어서라도 사는 마음이 오히려 더 개운하다. 상대가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일반인이든 간에 별로 교분이 없는 상대일수록이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누가 사든 마음에 부담이 안 가는 상대도 있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국정홍보처의 접대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못 받았으면 마치 축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투다. 접대 초청에 응한 언론인들이 추호도 잘못됐다 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과 자리를 같이해서 얘기를 듣고 판단하는 것도 일종의 일이다. 신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갖는 대화의 상대에는 빈부귀천이 없다. 고관현직이나 귀인들과 만나는 대화도 좋지만 못사는 사람이나 노숙자를 만나 얘길 들어야 할 일도 있다. 대화의 상대를 가리지 않는 신문업이 이래서 매력이 있다. 국정홍보처도 좀 더 폭넓은 민생계층을 만나고자 하는 노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화에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를 가리지 않는 것이 참다운 홍보의 요체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 시작될 적엔 정말 감동의 드라마였다. 이산가족 상봉의 당사자들은 말할 것 없고 이를 중계하는 텔레비전 방송 시청자들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이젠 자꾸 되풀이하여 보아온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같진 않다. 물론 상봉하는 이산가족들은 다름이 없겠지만 시청자들은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금강산 같은 북녘에서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은 이쪽 장소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것과는 좀 다른 모양이다. 예를 들면 음식이 여기서처럼 푸짐하지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김치가 모자라 더 달라고 해도 그쪽 종사원들은 대답만 할 뿐 정작 김치는 함흥차사라는 것이다. 또 전에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이 미선이 추모시위가 한창이었을 땐 “남쪽에 돌아가면 촛불시위에 나가라”는 뜻밖의 말을 그쪽 가족에게 들었지만, 그게 다 교육받고 하는 말인 것 같더라는 게 씁쓸한 표정의 한 경험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부정기적으로 제한된 인원에 한해 찔끔찔끔 해오던 이산가족 상봉도 이나마 중단된 지가 오래다. 북 핵문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연유 때문이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원래가 인도적 사업이다. 비정치적 인도주의사업이므로 창구도 남북의 당국간이 아닌 적십자 당사자가 서로 되어야 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남북 적십자가 만나기는 하지만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더 바람직한 것은 감질나는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상설면회소 설치다. 누구든 신청만 하면 일정한 시일 안에 이산가족을 서로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상설면회소 설치는 오랜 현안인 데도 이젠 말조차 쑥 들어갔다. 이윤구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얼마전에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및 면회소 설치 등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대한적십자사는 정부의 심부름 꾼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지 20여일만에 갑자기 이 총재의 사의 표명설이 나왔다. 말은 건강상의 이유라지만 그 배경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화근이 아니겠느냐는 게 일부의 관측이다. 당연한 말인 데도 괘씸죄로 다스리면 남는 것은 듣기좋은 말만 하는 아첨꾼들 뿐이다. 그나저나 적십자 사업마저 이래서야. /임양은 주필

무 쇠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류의 시조 아담(Adam·헤브라이어로 ‘사람’이라는 뜻)과 그의 아내 하와(Hawwah·이브·Eve:하와의 영어명)는 큰 아들 가인(Cain)과 작은 아들 아벨(Abel)을 낳았는데, 가인은 농사 짓는 자 였고 아벨은 양치기 였다. 형제는 땅의 소산과 양의 첫 새끼를 각각 신(神·야훼)에게 제물로 바쳤는데 신은 양새끼만 좋아하고 땅의 소산물은 좋아하지 않았다. 가인은 동생 아벨을 질투하여 들판으로 불러내 돌로 쳐 죽여 인류최초의 살인자가 된다. 이 죄로 가인은 에덴동산을 떠난다. 구약성경 ‘창세기’ 4장22절에 철기 제조 기술자 얘기가 나온다. 에덴의 동쪽 땅에서 살게 된 가인의 7대손 ‘두발가인’이다. 그는 ‘구리와 무쇠로 여러가지 날카로운 기계를 만드는 자’라고 밝혀져 있는데 아마 이것이 철기제조에 관한 세계 최초의 기록으로 여겨진다. ‘날카로운 기계’란 각종 농기구·수렵도구·공구 등의 철붙이를 가리킨다. 두발가인은 철붙이를 만드는 대장장이었다. ‘두발가인’이란 ‘두발지방의 가인’이라는 뜻의 이름이다. 가인은 고대 히브리어로 ‘무쇠를 불에 달구어 철기를 만드는 일’, 즉 ‘단야(鍛冶)’를 가리킨 말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두발가인의 조상인 가인도 야장(冶匠)이었음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철기의 사용은 소아시아의 힛타이트인에 의해 서기 전 1500년경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25년 이 지방에서 출토된 진흙판문서에 의하면 이곳 사람들은 서기 전 2400년에 이미 선철과 강철의 차이를 알고 있었고 만드는 법도 익히고 있었다. 강철은 당시 귀금속이었다. 그들은 이것으로 생활필수품만이 아니라 장신구를 다투어 만들었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혹성이 폭발하여 지구로 날아온 철운석도 귀중품이었다. 대체로 사하라 사막이나 남극 등에서 발견된다. 인간생활에 유용한 금속 무쇠의 장점은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유용하게 쓰이다 끝내는 흙으로 되돌아간다. 공해로 남지 않는 무쇠는 그래서 자연이다./임병호 논설위원

‘장수 건강 5계명’

‘매사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아름다운 삶을 갖자’가 첫째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많이 웃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젊을 때보다 체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에 민감해져 쉽게 비관하는 경향을 보이기 쉬운 노인들에게 밝은 생각과 웃음은 꼭 필요하다. 심각한 생각보다는 유머를 즐기고 옷도 밝고 화려한 색깔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신문에서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뉴스를 찾아 읽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적 활동을 통한 뇌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둘째다. 노인들의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은 뇌에 생기는 이상이다.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 질환이다. 뇌의 노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은 생활 속에서 뇌를 자극하는 두뇌 운동을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늦출 수 있다. 신문에 게재되는 낱말 맞추기를 매일 해 보는 것도 좋고, 산 이름이나 지명 외기 연습도 좋다. ‘근력 강화 운동으로 전신 건강을 다져야 한다’는 셋째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이 근육량 감소로 인한 근력 약화다. 자신의 연령과 신체 상태를 고려해 걷기·자전거 타기 등이 좋은데 특히 걷기는 노인의 골다공증 진행을 막아 줄 뿐만 아니라 체중조절에도 효과적이다. 걷는 운동은 두뇌 자극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고른 영양 섭취’는 건강유지의 기초다. 노인의 식단은 기본적으로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풋고추·부추 등 녹색채소를 마련해 식욕을 돋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 생선이나 육류의 살코기 등 소화가 잘 되는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을 선택하고 하루 1~2컵의 따뜻한 우유를 마셔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식사는 최소한 30분이 소요되도록 천천히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다섯째, ‘정기적인 건강 검진’은 필수다. 대개 건강검진을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절차로 여길 수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무료 건강검진을 이용하면 된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가 발표한 ‘장수 건강 5계명’은 실천에 크게 어려움이 없는 건강유지법이다. 문제는 경제력 없는 노인들, 특히 불효자를 둔 노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이다./임병호 논설위원

삼성전자의 봉사 활동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는 195개 봉사팀에서 9천68명이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9천68명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전체 임직원의 50%에 달하는 숫자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펼치고 있는 봉사활동은 빨래·청소·수발·간병 등 궂은일 자원봉사, 가정방문·상담·1:1결연·말벗 등의 활동을 하는 대화형 자원봉사, 저소득층 자녀 교육·영어회화 지도 등 공부형 자원봉사,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등산·축구·음악·공연 함께 관람 등 놀이형 자원봉사, 농촌일손 돕기·이재민 수재복구 등 힘을 쓰는 노력형 자원봉사, 쓰레기 줍기·새집 달기·나무 심기 등의 환경형 자원봉사로 구분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사회봉사단(단장 허영호)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모토로 1994년 창단됐는데 지난 10년동안 지역사회를 위한 사랑과 나눔의 활동을 펼쳐 왔다. 지난 10월21일, 22일 이틀 간은 ‘10년의 사랑 100년의 희망으로’란 주제로 삼성전자 디지털이밸리내 실내 체육관에서 자원봉사박람회를 열었다. 특히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이밸리 경영지원 활동을 담당하는 수원지원센터 임직원 300여명은 가을단합대회를 ‘광교산 정화활동’으로 대신했다. 이날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공무·환경안전·조경관련 전문가들도 참가해 등산로의 안전과 약수터의 시설을 보수하여 광교산을 찾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위험물질 제거, 계단 평단작업, 저수지 주변 청소 등 활동도 펼쳤다. 지금 수원시와 사단법인 광교산사랑시민운동본부(이사장 홍기헌)는 ‘광교산 도립공원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광교산의 훼손 방지와 생태보전을 위해 능선으로 연결되는 샛길을 내년부터 모두 폐쇄하고 개를 동반한 산행도 규제할 예정이다. 광교산 샛길은 능선 코스인 경기대학~형제봉~비로봉~시루봉~노루목~억새밭~통신대~헬기장~지지대고개~거북바위~한샘약수터~경기도교육청으로 연결되는 20여㎞ 구간에 200여곳에 달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봉사팀이 광교산 정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광교산 도립공원화에 일조하는 일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봉사 활동에 더욱 큰 기대를 갖는다./임병호 논설위원

플로리다주

대서양과 멕시코만을 가르는 미국 남동쪽 끝 플로리다반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플로리다주는 미국내 최고의 부자 주(州)다. 동서로 200㎞, 남북으로 760㎞인 15만1천680㎢의 면적중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04m에 불과한 평야지대다. 여름철 무서운 허리케인에 시달리는 일 말고는 세상에 부러움이 없을만큼 농업·어업·공업이 발달됐다. 풍부한 아열대성 자연환경은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유명하다. 원래 스페인 땅이던 것을 1819년 미국에 할양했다. 미국의 27번째 주가 된 것은 1945년이다. 플로리다란 말은 스페인어로 ‘꽃이 피는 나라’라는 뜻이다. 부시(공화) 대 케리(민주)의 미국 44대 대통령선거가 오차 범위내 박빙 예상의 혼전속에 세계의 눈길이 또 플로리다주에 쏠렸다. 판세로 보아 대통령 선거인단 538표(명)의 과반수인 270표를 얻는데 절대적 관건이 되는 27표의 플로리다주 민심이 막판까지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주는 캘리포니아주 55표, 텍사스주 34표, 뉴욕주 31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선거인단을 갖고 있다. 부시나 케리나 플로리다주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 선거캠프의 분석인 것이다. 지난 대선에 이어 최대 격전지로 다시 떠오른 플로리다주는 부시의 동생 잽 부시가 주지사인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2000년 대선 땐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한 달을 끈 재검표 논란 끝에 부시가 가까스로 이겼다. 이 때 고어는 전국의 득표로는 부시에게 54만3천895표를 앞섰으나 플로리다주에선 537표가 모자라 27표의 대통령선거인단을 부시에게 빼앗겨 패배했다. 미국은 대통령선거에 전국 득표와 선거인단 득표의 모순점을 인정하면서도 주별 선거인단 독점제도를 관습으로 여겨 고치지 않는 묘한 나라다. 어제 투표가 시작된 미 대통령선거는 오늘 각 주별 투표가 끝나지만 당선자확정은 쉽지않을 전망이다. 미 언론에서도 출구조사 득표율 격차가 1% 미만이면 예측보도를 자제하기로 했다. 플로리다주의 막판 검표소동이 또 벌어질 것인 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누가 되든 미국의 대외정책은 근본적으로는 크게 달라지 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임양은 주필

가짜 북한산 중국 농산물

원산지를 속이는 중국 농수산물이 국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여간해서는 국산으로 잘못알고 속아 넘어간다. 이런 판에 ‘가짜 북한산 중국 농산물’이 밀려 들어온다. 중국 단둥에서 트럭이나 배에 실어 북쪽 남포항으로 옮겨 북한산인 것처럼 속여 인천항으로 반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산이 북한산으로 둔갑될 뿐만이 아니라 관세가 면세된다. 북측은 가짜 북한산증명서를 발급해주는 대신에 사례로 달러를 챙긴다. 조선민족경제인연합회란 데서 이같은 가짜 증명서 발급을 도맡고 있다. 문제는 북한산 위장 반입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에 36건 36억원어치이던 것이 2001년엔 4건에 10억원으로 감소되는가 싶더니 2002년은 3건 65억원, 2003년 8건 170억원, 올해는 지난 9월말 현재로 8건에 158억원 어치가 적발됐다. 적발되지 않은 건수와 물량이 아마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위장반입을 막기위한 ‘남북간 원산지 확인 절차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된 것이 지난 2003년 9월이다. 위장반입을 막기위한 합의서를 되레 달러 벌이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북한산도 중국산으로 보아야 할 판이다. 이토록 북측이 발행한 원산지증명서와 수출검사서 등을 믿을 수 없게 됐는 데도 정부는 북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아예 모른 체 하고 공식 대응을 외면하고 있다. 남쪽은 북에 퍽이나 많이 퍼주었다. 철도 및 도로연결이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으로 나간 공식지원 말고 인도적 지원만 해도 참으로 많다. 김대중 정권의 6천억원 규모에 달한 인도적 지원에 이어 이 정권은 지난 1년8개월동안에 비료 쌀 등을 3천632억원어치나 지원했다. 용천 폭발사고 참사땐 국제사회가 지원한 245억원의 2.6배인 646억원 상당의 물품을 갖다 주었다. 남쪽의 이같은 인도적 지원에 되돌아오는 것은 ‘가짜 북한산 중국 농산물’이니 실로 황당하다. 걸핏하면 ‘민족공조’니 ‘민족자주’니 하는 말을 내세운다. 이런 사람들이 같은 민족에게 북한산으로 속이는 중국 농산물 수출을 외화벌이로 일삼고 있다. 그저 달러가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것을 모르진 않으나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간 정말 은혜를 원수로 갚지 않을는 지 걱정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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