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어

가족보건복지협회는 1961년 창립됐다. 1960년대는 출산율이 5명 이상 이었는데 가족 계획사업을 위해 처음 마련한 표어가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자’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였다. 1966년엔 ‘3·3·35운동’을 펼쳤다. 3명의 자녀를 3년 터울로 낳되 35세까지만 낳자는 것이었다. 출산율이 4.1~2.65명이었던 1973년부터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표어가 바뀌었고, 1980~1990년대(출산율 2.83~1.59명)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에서 ‘여보! 우리도 하나만 낳읍시다’ ‘둘도 많다’ ‘하나로 만족합시다’라는 과격한 표어가 등장했다. 아예 ‘한 명 낳기’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 낳기’가 ‘남아 선호사상’으로 이어지자 ‘아들 바람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 세대’ ‘사랑으로 낳은 자식 아들·딸로 판단말자’고 ‘골라 낳기’에 경종을 울리는 문구로 바뀌었다. 출산율이 1.17명으로 감소한 2천년대에 들어와서는 아이 잘 키우기로 전환, 모유 먹이기 운동을 펼치면서 ‘엄마젖, 건강한 다음세대를 위한 약속입니다’를 홍보해 왔다. 1960년대부터 전개한 가족계획(출산억제)운동이 워낙 효과가 커 이제는 가족계획운동이 43년만에 출산장려로 바뀌었다. 1970년대만 해도 부부가 4명 이상의 아기를 낳았으나 1980년대 2.8명, 1990년대 1.59명, 2002년 1.17명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최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출산 장려표어를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는데 대상으로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가 뽑혔다. 금상 ‘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다 셋이 더 행복하답니다’, ‘하나의 촛불보다 여러 개의 촛불이 더 밝습니다’, 동상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도 출산장려의 뜻을 잘 표현했다. 출산율이 낮아진 이유는 자녀들의 양육비, 교육비 등 어려운 가정경제 탓이지만 적령기의 남녀들이 결혼을 미루는 원인도 적지 않다. 정부가 독신 남녀들의 결혼을 장려하는 표어 공모라도 해야할까 보다./임병호 논설위원

'자린고비 대학생'

‘자린고비’는 ‘다라울 정도로 인색(吝嗇)한 사람을 꼬집어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다랍다’는 ①오관(五官)에 거슬릴 정도로 매우 더럽다 ②몹시 인색하다는 뜻이다. 자린고비 어원은 지독한 구두쇠 양반이 부모 제사 때 쓴 제문의 종이를 아껴 태우지 않고 접어 두었다가 두고 두고 써서 제문 속의 아비 고(考), 어미 비(?)자가 절었다 하여 생긴 저린고비라는 말이 자린고비로 변했다고 전한다. 자린곱이·자린꼽쟁이·꼬꼽쟁이·꼽재기·자리꼼쟁이라고도 불린다. 우리 나라 설화 중 지독히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과장하여 다룬 자린고비 얘기가 많은데 자반고등어에 얽힌 이야기는 특히 유명하다. 구두쇠 영감이 자반생선을 한 마리 사서 천장에 매달아 놓고 식구들에게 밥 한 숟가락 떠먹고는 자반을 한번씩 쳐다보게 하였는데 아들이 어쩌다가 두번을 쳐다보면 “얼마나 물을 켤려고 그러느냐”하고 야단쳤다는 내용이다. 이 얘기는 더 발전된다. 어떤 사람이 구두쇠 영감의 행동을 보려고 담 밖에서 자반생선을 한 마리 던져 넣었다. 그때 마당을 쓸고 있던 영감이 “아이쿠, 밥도둑놈!”하고 질겁을 하면서 생선을 담 밖으로 던져 버렸다는 내용으로 변한다. 그런데 요즘 설화 속의 자린고비들 못지 않은 ‘자린고비 대학생’이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아 안쓰고 버티는 구두쇠 작전을 쓰는 것이다. 한창 멋을 부릴 여대생들이 옷을 저울에 달아 무게로 값을 매기는 상점을 애용하는데 니트소재의 탱크톱이나 민소매티셔츠의 무게가 94g, 값으로는 2천350원이다. 면소재 여름티셔츠는 118g이어서 2천900원에 살 수 있다. 스커트나 바지도 5천 ~ 8천원을 넘지 않아 대학생들이 선호한다. 휴대전화 요금을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받기 전용으로 하는가 하면 아예 끊어버리고 공중전화를 이용한다. 경제 불황과 취업난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교통비, 식비를 아껴 1만원으로 일주일을 생활한다니 현대판 자린고비다. 자린고비의 정의는 사실 근검절약이다. ‘자린고비 대학생’은 그래서 초라하지 않다. 되레 멋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진시황 유물전

진시황(秦始皇)의 성은 영(?)이고 이름은 정(政)이다. 원래는 진나라 왕으로 있다가 6국을 통일,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되었다. BC 221년의 일로 황제 재위기간은 11년이 된다. 봉건제도를 타파, 군·현제를 실시하는 등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확립하였다. 정치적 통일에 이어 도량형과 화폐를 단일화하는 등 경제적 통일을 단행하고 사상적 통일을 위해 선비들의 공리공론을 없앤다며 책을 거둬 불태우고 선비들을 구덩이에 묻어 죽이는 분서갱유의 개혁정책을 철권통치로 강행했다. 밖으로는 북변의 흉노족, 남으로는 베트남 북부지역까지 토벌, 오늘날 중국 영토의 규모가 대체로 이 무렵에 정해졌다. 그가 쌓은 만리장성은 지금 세계적 관광명소로 중국의 외화 벌이에 아주 소중한 보고가 됐다. 함양 교외에 세운 좌석 1만명 규모의 초호화판 궁전인 아방궁은 나중에 항우(項羽)가 불질러 석달동안이나 탔다고 중국 사서(史書)는 전한다. 아방궁은 없어졌지만 여산 기슭에다 죽기전에 미리 만든 자신의 제릉(帝陵)은 만리장성과 함께 희귀한 고대유물로 꼽힌다. 능의 규모는 동서가 345m, 남북은 350m에 높이가 43m로 1,2층에 외벽과 내벽이 두껍게 둘러져 있다. 능 안에는 죽은 자신의 시신을 지켜줄 것으로 믿은 수천, 수만의 보졸과 장군 형상을 흙으로 빚은 토용 등 수많은 갖가지 작품이 꽉 차 있다. 중국 사서는 이 능과 아방궁 축조에 약 70만명의 죄수가 동원됐다고 전한다. 만리장성 축성과 더불어 백성들이 얼마나 많이 시달렸겠는 가를 짐작케 한다. 이런 시황제도 나이 50세로 죽고 진나 라 제국 또한 16년만에 한고조(漢高祖)에게 망하고 말았다. 사람과 시대는 가도 유품은 남아 2천200여년동안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기일보 주최로 ‘진시황 진품유물전’이 오는 8월29일까지 예정으로 지금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주로 능 안에서 발굴된 기기묘묘한 갖가지 유물 162점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임양은 주필

안마 접대비

국회사무처 결산 중 수십억원인가 되는 유흥접대비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안마시술소 비용이다.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같은 유흥이 아닌 여흥일 진 몰라도 어떻든 안마시술소 출입도 향락임엔 틀림이 없다. 몇해 전에 정부가 안마사 자격을 비장애인에게까지 개방하려 하자 맹인들이 업권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선 일이 있다. 안마사 자격을 맹인들에게만 한정시키는 게 법리상으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이다. 또 안마시술소에 가면 안마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변태영업이다. 멀쩡한 묘령의 여성이 손님 시중을 든다며 여관방 같은 방을 들락거리면서 가운을 들고 손님이 옷벗는 것을 거들기가 일쑤다. 더러는 매춘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주인은 손님과 종업원 사이에 있는 일이라 모른다고 잡아뗀다. 안마시술소가 다 이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의 이런 업소가 있어 문제가 된다. 국회사무처 예산은 국민들이 납부한 내국세가 재원이다. 백성들이 땀흘려 번 돈으로 낸 세금을 가지고 유흥이다 여흥이다 하여 탕진해가며 접대한 상대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 지 궁금하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지만 유흥과 여흥을 즐긴 이들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왜 그런 접대를 해야 했는지 그 연유 또한 베일에 싸여 있다. 전체의 유흥 접대비 가운데 차지하는 안마시술소 출입 비용이 비교적 많은 금액은 아니다. 수백만원대로 전한다. 하지만 누가 어떤 류의 안마시술소에 가서 국민의 세금으로 즐겼는 지 몰라도 참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유흥업소에서 ‘부어라 마셔라’하고 예산을 물쓰듯 한 것으로도 모자라 취기에 향락을 만끽했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실로 불쾌하다. 바로 이런 게 개혁의 대상이다. /임양은 주필

금개구리와 맹꽁이

금개구리는 한국 특산종이다. 멸종 위기종이기도 한 금개구리는 태안의 신두리 사구 습지와 광명의 안터 저수지, 서울의 진관내동 습지 등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귀하다. 본래 무논 옆의 웅덩이나 습지에 서식하는 금개구리는 눈에서 꼬리 부분까지 양옆으로 황금색 줄이 나 있고, 눈동자 또한 금가루를 뿌린 듯 아름답다. 5~6월에 알을 낳으며, 울음소리는 ‘휘리릭 휘리릭’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닭 사료용으로 쓸 정도로 흔했으나 지금은 언제 멸종할 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피부로 호흡을 하는 개구리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에 가장 민감하다. 피부로 오염물질을 빨아 들이고 나면 곧바로 몸속이 오염되고 마는 것이다. 때문에 무분별한 화학비료와 농약의 남용, 하천으로 내보내는 생활오·폐수는 직접적으로 개구리의 생태에 영향을 미친다. 계곡이나 강, 무논을 가로 지르는 도로도 개구리의 이동통로를 막고 있으며 강에 건설된 댐도 개구리의 서식처인 지천과 계곡을 망가뜨리는 노릇을 한다. 그래서 생태환경론자들은 개구리를 생태계 건강성의 척도로 꼽는다. 학자들은 너 나 없이 개구리가 멸종한다면 인류도 멸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한 마디로 개구리가 살수 없는 환경은 사람도 살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개구리는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른 서식처 잠식과 대기오염, 농약과 농공생활 오·폐수에 따른 수질오염, 개발로 인한 먹이사슬의 파괴 등으로 그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최근 20년 동안 우리나라 토종개구리는 그 개체수가 3분의 2나 줄어 들었으며, 일부 산개구리 종(種)과 두꺼비, 맹꽁이 등이 거의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내몰린 상태이다. 개구리는 어쩌면 현대문명의 최대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의 하천과 계곡, 저수지와 늪, 무논을 서식처로 삼아 힘겨운 삶을 연명해가고 있는 개구리들이 인간사회 서민들 만큼이나 불쌍하다. 그러고보니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우는 소리를 들어본 지가 꽤 오래 됐다./임병호 논설위원

자아성찰

법구경 화향품(法句經 花香品)에 ‘불무관피 작여부작(不務觀彼 作與不作) 상자성신 지정부정(常自省身 知正不正)’이라는 말이 나온다.(남의 잘못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하지 마라 / 언제나 스스로를 먼저 살펴 옳고 그름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명구도 결국 이 성찰(省察)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이 모든 행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서양의 지성사에서 성찰은 철학의 방법으로까지 확대되어 간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하여 ‘성찰하는 나’를 철학적 사고의 가장 확실한 근거점으로 보았다. 이에 영향을 받은 빌헬름 분트는 “나의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들”이 의식의 전부라고 보아서 이를 연구하면 인간의 마음과 심리를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실험심리학을 제창하기에 이른다. 자기성찰 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인식활동에 관심이 많고 예민하며 정확하다. 우선 자신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도 정확하다. 또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한 고민이 많고 준비활동에 관심이 많다. 이 지능이 낮거나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나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대명사, 예컨대 ‘나’라는 말조차 사용하지 못할 정도다. 나를 객관적으로 투시하고 응시하는 능력이 결여된 것이다. 다중지능을 주장하는 하버드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그가 제시하는 8가지 다중지능 중 자기성찰기능을 가장 핵심적인 능력으로 간주한다. 많은 위인 연구를 통해서 가드너가 발견한 그들의 공통점의 하나는 자기인식 활동이 많았고 정확했다는 점이다. 요즘 정치판은 자신이 잘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같은 당원이면서도 상대를 폄훼하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기성찰 지능의 결여와 미흡을 느낄 때가 많다. 그들의 능력 결여 혹은 정치활동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국민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북한 군사전략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 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 북한 최고의 상위법인 노동당 규약 전문이다.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이미 ‘3대 혁명역량강화론’(북조선혁명역량, 남조선혁명역량, 국제혁명역량 강화)을 기초로 한 국방자위정책, 군사외교정책을 수립했다. 국방자위정책은 잘 알려진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토의 요새화, 전군의 간부화, 전군의 현대화를 골자로 하는 ‘4대 군사노선’이다. 기습전략, 속전속결전략, 정규전과 비정규전의 배합전략이라는 3대 군사전략도 있다. 김일성은 6·25 전쟁 이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2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한국전쟁의 경험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은 미제와 싸운 고귀한 경험이기 때문에 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이후 한국전의 전략적 패인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기초로 하여 4대 군사노선과 3대 군사전략을 정립시켜 이를 기반으로 북한군을 체계적으로 육성시켜 왔다. 특히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신군정치와 군민일치를 강조하는 군사제일주의의 완성을 위해 대대적인 군 개편을 단행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2년 구체화된 복무기간 단축과 대규모 감군조치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인민군 소장파(친 김정일파)의 지속적인 득세와 김정일의 군부 장악력 강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현재 북한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소장파는 대부분이 1940년대생들이다. 이들은 체계적인 군사훈련을 받았고 해외공작 및 심리전 등에 대한 의욕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막대한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동화된 전투부대와 장사정 무기에 의한 기습전략 강화, 전선 후방에서의 대규모 유격전 수행 능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군사력을 건설하고 있다는 정보 분석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제2의 6·25가 없다고 할 수 없다./임병호 논설위원

개구리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흔하게 분포하는 개구리는 청개구리다. 산과 들의 풀이나 나무 위에서 사는 청개구리는 오염되지 않은 무논이나 물웅덩이에 5월쯤 알을 낳는데 무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는 대부분 청개구리 소리다. 청개구리의 특징은 등 빛깔에 있다. 대체로 등 빛깔은 나뭇잎과 같은 초록색이지만 주변상황에 따라 누런 빛을 띠기도 하며 회색이나 갈색을 띠기도 한다. 참개구리는 그동안 청개구리와 더불어 전국의 무논이나 연못, 습지 등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었지만 현재 가장 빠르게 서식지를 잃어 가고 있다. 참개구리 암컷은 연미색에 검은 예비군복 무늬가 있으며 수컷은 황갈색 몸에 녹황색 등줄을 가지고 있다. 알은 4~5월 무논이나 연못 등에 낳는데 올챙이가 다 자라서 알을 낳기까지는 3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린다. 개구리에게 3년이란 세월은 인간의 30년 만큼이나 긴 세월이다. 산개구리는 사람들의 겨울 보신용으로 가장 많이 남획되는 개구리다. 실제로 산개구리의 서식처로 알려진 오대산, 설악산, 지리산 계곡 일대와 정선의 단암골, 인제의 방태천, 울진의 왕피천, 양산의 천성산 일대는 겨울이면 개구리 밀렵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의 계곡이나 하천의 상류에 서식하는 산개구리는 갈색 몸에 짙은 흑갈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그려져 있으며 고막 부분의 가장자리를 검은색 무늬가 뒤덮고 있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각기 다르다. 청개구리는 “갹각 갹각”, 참개구리는 “괘액~괘액”, 산개구리는 “뽀그라락, 뽀라락”하고 운다. 청개구리 울음은 좋게 말해 경쾌하고 나쁘게 말해 방정맞다. 산개구리는 마치 ‘뽀드득’ 소리를 듣는 듯 상쾌하면서도 때로 볼멘소리처럼 들린다. 참개구리는 중저음의 분위기 있는 울음이지만 때때로 궁상맞다. 그러나 개구리 소리에 기분 나빠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자연의 소리요, 추억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엊그제 수원시의 변두리인 이의동, 하동 밤 길을 올 때 개구리들의 합창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 지역에 수원의 새로운 행정타운이 들어서면 개구리들은 또 어디로 갈까. 그것이 벌써부터 아쉬워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창포

창포(菖蒲)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겉으로 보기에 부들같이 생겼으나 싱싱하게 자란다. 무성하게 자라는 포류(부들류)라는 뜻에서 창포라고 불렀다. ‘본초강목’에서는 창포가 동지 다음 57일 만에 자라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농사는 창포가 나온 다음부터 시작했다고 전한다. 한방에서는 창포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보통 8~10월 경에 채취하여 털뿌리를 제거하고 잘 씻어서 햇볕에 말렸다가 사용한다. 건위(健胃)·진정(鎭靜)·진경(鎭痙)·거담·이습(利濕) 등에 효능이 있으며 소화불량·설사·습체비창·전간(顚癎)·경계(驚悸)·건망(健忘)·정신불안·풍습비통(風濕痺痛)·해수(咳嗽)·기관지염·옹종(癰腫)·개창(疥瘡)등의 증상에 쓰이고 있다. 또 근경(根莖)에는 방향성 물질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목욕할 때 물에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단오절에는 창포 뿌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뿌리를 깎아서 비녀를 만들어 꽂는 풍습이 있었다. 이것도 뿌리에서 좋은 향기가 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머리결이 더욱 검어지고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는 속신이 전해져 더욱 성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창포와 비슷하지만 잎이 보다 좁고 너비 1cm 미만이며 길이도 짧고 뿌리가 가는 것을 석창포라고 하는데 창포보다 희귀하다. 석창포는 산골짜기 맑은 냇가에서 자라며 한방에서 가장 상품으로 친다. 단오절을 전후로 피는 꽃창포도 있는데 창포로 혼돈하는 경우가 많다. 꽃창포도 향은 있으나 머리 감던 창포와는 다르다. 창포는 천남성과로 줄기가 투명하고 연두색에 가깝지만 꽃창포는 붓꽃과이며 잎이 약간 두껍고 분백색이다. 오늘(음력 5월5일)은 단오절이다. 일명 수릿날·중오절·천중절· 단양(端陽)이라고도 한다. 한해 농사의 풍년과 만수무강을 비는 뜻에서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수리취떡을 해 먹었다. 남자들은 씨름판을 벌이고 여자들은 그네를 타거나 상추 잎에 맺힌 이슬을 털어 얼굴에 바르는 등 하루를 즐겼다. 단오날의 상징이라고 할 창포는 연못가와 도랑가에서 많이 자라고 있었으나 점차 사라져간다. ‘창포보존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임병호 논설위원

교육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교육계 실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전교조만이 학원의 모든 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단체만이 학원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데도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려고 든다. 전교조는 권력화하고 학부모단체는 세력화해가고 있다. 학원을 걱정하는 이들은 많은 데도 공교육은 제자리를 잡지못해 배회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장이 벌레를 씹어먹었는가 하면, 돼지에 키스한 교장이 있다. 또 교장이 자신의 머리를 가위로 잘랐는가 하면, 발레리나 스커트를 입고 발레 흉내를 내보이기도 하는 교장이 있었다. 미국에서의 일이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그랬다. 공통된 것은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오르면 그같은 모습을 해보이겠다는 약속을 하여 그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이다. 약속치고는 참 별난 약속이지만 그게 미국문화인 것 같다. 하지만 미국 교장들의 그같은 기행에 성적만능주의라는 비난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성적만능주의라는 비난을 들어도 좋으니 우리들 주변에서도 그 정도로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관심을 갖는 교장선생님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전인교육이다. 하지만 학생들 성적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전인교육인 것은 아니다. 도대체가 우리네 교육계, 학원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런 일, 저런 일로 항상 시끄럽기만 하다. 모두들 하는 말이 교육을 위해서라고 한다. 한데, 교육을 위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되레 교육을 해치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바람 잘 날이 거의 없다. 이런 저런 일로, 이 사람들 저 사람들이 북적 대기가 일쑤다. 교육감 자리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참 이상하다. 이토록 머리 무거운 교육감 자리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니, 벼슬로 알고 그러는 지 몰라도 이해가 잘 안된다. 교육감 선거는 내년 4월인데, 벌써부터 10여명이 꿈틀 댄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교육계는 큰 사공, 작은 사공 할 것 없이 사공이 너무 많아 바람 잘 날이 없지 않는가 싶다./임양은 주필

정약용 형제

다산 정약용 형제의 비극은 남인 집안에서 태어난 것에서 비롯됐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몬 노론과 맞섰던 정조(조선조 22대 왕)의 총애를 받았다는 이유로 노론 벽파는 수십년 동안 다산의 둘째형 손암 정약전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다산, 손암 두 형제는 비록 천주교를 나중에 버렸어도 정적들은 이들에게 평생 천주교신자라는 음해를 뒤집어 씌웠다. 매형 이승훈과 정약종, 정약종의 장남 철상은 천주교 신앙을 지키며 같은 날 목숨을 잃었다. 정약종의 부인과 둘째아들 하상, 딸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형당했다. 형제들 보다 늦게 천주교에 귀의했던 다산의 셋째형 정약종(가톨릭 세레명 아우구스티노)은 유일하게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땅을 내려다보며 죽는 것 보다 하늘을 우러러 죽는 것이 더 낫다”며 하늘을 보고 형틀에 누워 칼을 받았다. 망나니가 오히려 혼이 빠져 목이 반쯤밖에 잘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한국 천주교사에 길이 남을 순교다. 정약종이 목이 잘린 이틀 뒤에 정약전과 정약용은 유배길에 올랐다. 유배 중 정약전은 아들 학초의 죽음을, 정약용은 둘째 며느리의 죽음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정씨 형제는 결코 세상을 저주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정약용은 학문에 매진해 ‘다산학’이라 불리는 거대한 업적을 쌓았고, 형 정약전은 유배지 민중들과 어울리며 ‘자산어보’와 ‘송정사의’같은 명저를 남겼다. 귀양 16년째 마침내 정약전이 세상을 떠났고, 정약용은 18년만에 유배에서 풀렸으나 그의 형제 동기는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귀향 후 정약용은 가족들과 벗, 동지들의 묘지명(墓誌銘) 저술에 힘을 기울였다. 억울하게 죽거나 귀양갔던 이들에게 바친 다산의 묘지명은 동지들의 무죄를 세상에 알리는 진혼굿이었다. 한국천주교사이기도 한 정약용 형제들의 생애는 열린 사회를 지향했다는 이유로 비참하게 죽어갔다. 지금은 비록 역사적 존경을 받고 있지만 살아 생전 그들처럼 핍박과 저주를 받았던 비운의 형제도 없었다. 개혁이 어려운 것은 기득층의 반발이 가장 큰 이유임을 정약용 형제의 생애가 여실히 말해 준다. /임병호 논설위원

‘산유화’

조선 숙종 28년(1702) 경상도 선산부 상형곡(현 경북 구미시 형곡동)에서 양인(良人) 출신의 한 여인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계모의 슬하에서 자란 향랑(香娘)이란 이 여인은 17세에 한 마을에 사는 14세의 칠봉에게 출가했다. 남편은 외도를 하면서 그녀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향랑은 결국 3년 만에 이혼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친정 부모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숙부에게 찾아가 의탁했지만 숙부도 얼마 후 그녀에게 개가를 종용했다. 향랑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시댁을 찾아 갔다. 그러나 남편의 횡포가 여전해 시아버지까지 개가를 권유했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그녀는 낙동강의 지류인 오태강으로 가서 나무하는 한 소녀를 만나 자신의 기구한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산유화(山有花)’란 노래를 부른 뒤 강물에 몸을 던졌다. 이 사건을 보고 받은 선산부사는 향랑이 절의를 지키기 위해 자결했다며 조정에 추천했다. 2년 뒤에 임금은 향랑을 ‘정녀(貞女)’라 부르고 그 무덤 옆에 비석을 세우도록 했다. 열녀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향랑의 생애는 18, 19세기 문인들의 전(傳), 한시, 소설, 잡록 등 20여 편의 작품으로 기록됐다. 향랑의 무덤은 현재 구미시 형곡동 산 21번지에 있는데 그녀가 자결한 음력 9월6일이면 매년 묘 앞에서 묘제(墓祭)가 열린다. 그러나 향랑은 무조건 남편에게 순종했던 여인이 아니다. 현실을 억척스럽게 살아낸 여인이다. 외도를 하며 폭력까지 일삼는 남편과 맞서다가 이혼을 한 뒤, 이혼한 여자를 천시하는 풍습이 자리잡아 가던 18세기 초 조선의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자살을 택한 희생자다. “하늘은 어이하여 높고 멀며/ 땅은 어이하여 넓고도 아득한가 / 천지가 비록 크다 하나 / 이 한 몸 의탁할 곳이 없구나 / 차라리 이 강물에 빠져 / 물고기 배에 장사 지내리”. 향랑이 오태강에 몸을 던지기 전에 부른 노래 ‘산유화’다./임병호 논설위원

美7공군

주한 미7공군 사령부는 아시아에 배치돼 있는 4개의 미공군기지 중 하나다. 한국 공군전력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미7공군은 1940년 11월1일 하와이에서 창설돼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현재 미7공군은 1차적으로 한반도 전역을 작전권으로 두고 제51전투비행단(오산)과 제8전투비행단(군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유사시 가동하는 5개의 전진기지(한국공군기지 포함)를 두고 있다. 미7공군의 총병력은 1만 명으로 공군기지로서는 그 운용 규모가 큰 편이다. 주력 운용기종은 F-16C/D 블록 30형 1개 대대와 40형 2개 대대, A/oA-10 공격 및 전선 통제기 1개 대대가 있으며 3대의 U-2R/S 정찰기 3대, C-12J 경수송기, HH-60-C 전투수색구난 헬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7공군의 위력은 막강하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유사시 시차별 부대전개 제원(연합전시증원계획)이 펼쳐지면 미 공군은 7공군 산하 51전투비행단을 선두로 여덟 개 이상의 전투비행단과 네 개의 폭격 비행단을 한국에 급파한다. 이들은 한국의 ○○개 전투비행단과 연합해 1천500대 이상의 공군기를 보유한 강력한 ‘연합공군’이 된다. 미7공군이 운용하는 고가의 첩보위성과 U-2R/S 정찰기 등은 전략정보 100%, 전술정보 70%를 한국군에 제공하고 있다. U-2R/S 정찰기의 1회 작전 수행에는 100만달러(12억 원)가 드는데 미군측이 부담한다. U-2R/S는 조종사 1명이 탑승해 지상으로 부터 24~27㎞의 상공에서 지상의 각종 표적을 촬영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고고도 정찰기다. 현재 오산 미 공군기지에는 3대의 U-2R/S 정찰기가 배치돼 있고 고공에서 휴전선을 따라 동서로 한번에 9시간 동안 장거리 비행하며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기지와 공군기지 등 북한의 중심지역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을 손금 보 듯 살피는 U2R/S는 김정일의 미세한 움직임과 숨소리까지 감지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그의 건강상태까지 알수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단계적으로 감축되더라도 자주국방 때까지 미7공군은 계속 주둔해야 될 것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19세 성년

성년 연령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법무부의 민법 개정추진이 입법화될 전망이다. 대체로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인 것 같다. 성년이란 어른임을 말한다. 부모의 친권에서 벗어나 어떤 법률행위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위능력을 갖는 법률적 지위가 바로 성년이다. 성년 연령을 낮추면 병역법상의 지원입대는 17세·징병검사는 19세, 도로교통법상의 운전면허 취득은 18세, 청소년보호법 및 식품위생법상은 19세, 공연법상은 18세로 정한 연령 기준도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발달이 심화하고 있는 추세에서 이미 오래된 성년 연령을 굳이 고집할 이유는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염려되는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의대팀이 지난해 만 20세 젊은이 5천971명을 ‘인격장애 진단’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정신적으로 미성숙된 어른이 45%에 이른다는 학계 보고가 있었다. 유형별 장애는 강박성·회피성·수동공격형·히스테리성·편집형·분열성·의존형·반사회적 등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일상 관념으로도 ‘오렌지족’이나 ‘마마보이’는 어른이면서도 독립 의지가 약한 젊은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앞서 조사된 정신적으로 미성숙된 어른이 반드시 사회생활에 부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성년 연령을 이보다 한 살 더 낮추면 인격장애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데 있다. 법률상 행위능력을 갖는 성년은 또 책임능력을 수반한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관대하게 보아준 사회적·법률적 배려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런 저런 문제점이 없지 않은 성년 연령 인하를 사회적 배경의 검토보다는 선거에서 유권자 수가 늘어난 것에 치중해 각 당마다 이해득실을 저울질 하는 것 같다. 성년을 만 19세로 낮춤으로써 늘어날 각급 선거의 유권자 수는 60만명에서 70만명이다. 절대 무시못할 새로운 층의 수치인 것이다./임양은 주필

고이즈미의 ‘개’안부

미국과 일본은 제2차대전의 최대 적대국이었다. 일본은 동맹국이었던 독일 이탈리아에 비해 가장 늦게 미·영·중·소 등 연합국에 항복했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로 있다가 일제 패망으로 광복을 되찾았다. 38선 이남에는 미군, 이북에는 소련군이 일제통치가 물러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들어와 일본군을 무장해제 시키고 군정을 폈다. 이남에서는 미군이, 이북에서는 소련군이 해방의 은인으로 환영받았다. 남쪽에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북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건립되면서 미군도 소련군도 다 철수했다. 이남에 미군이 다시 들어온 것은 1950년 6·25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나서다. 인민군에게 낙동강까지 밀렸다가 국군의 반격과 미군 등 참전 16개국의 도움으로 평양을 거쳐 압록강까지 진격했으나 중공군의 참전으로 후퇴하여 지금의 휴전선으로 끝났다. 반세기가 지났다. 당시 미군이 아니었으면 벌써 이남도 적화됐을 걸 막아준 미군더러 이젠 ‘갈테면 가라’하고, ‘감축한다 철군한다’며 한·미간에 틈이 생겼다. 혈맹의 동맹관계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의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 참석차 미국에 갔다가 미·일정상회담을 가진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부시가 집에서 기르는 개 두 마리의 안부를 물었다 해서 화제가 되었다. 최대 적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은 이처럼 가까워진 데 비해 은인이라고 했던 대한민국은 미국과 틀어져 가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일본도 개 안부까지 물어가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이용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선 미국을 이용하자고 하면 친미주의라며 나라 팔아먹는 듯이 매도한다. 부시가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아니꼬운 점이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 해도 부시가 영원한 미국 대표자는 아니다. 자기 나라에서도 욕을 많이 얻어먹는 부시다. 자주국방, 그 얼마나 좋은 말인가마는 일이란 게 말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한 자존심으로 나라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자존심이 아니다. 고이즈미라고 우리보다 자존심이 없어 개 안부를 다 물었겠는가. 우리는 용미를 하자 해도 개 안부 따윈 묻지 않는다./임양은 주필

첫 광교산축제

따가운 여름 햇살받아 나무잎마다 초록이 더욱 짙게 물들어간다. 계곡물은 맑디맑아 파란 하늘이 시샘한다. 광교산 나무들은 미소짓고 계곡의 물줄기는 춤추는 듯 했다. 사단법인 광교산이 첫 광교산축제를 갖던 날, 토끼재 시루봉이며 형제봉 절터마다엔 광교산 지킴이의 고유제 흠앙이 충만하였다. 높고 낮은 산세는 자태를 한층 더 뽐내고 방생된 토종 물고기 떼는 청정의 새 물속을 흠뻑 감아돌기에 바빴다. 들꽃은 풍우에 시련받아 인고의 아름다움이 깃든 것일까, 이래서 들풀이 야성남이라면 들꽃은 야성녀라 할 것 같다. 들꽃과 들풀이 어우러진 야생화전시회는 산야의 야성미를 살린 것으로 그것은 곧 광교산이었다. 사진으로 통해 본 광교산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광교산 사진전은 이날 5만여 참관인들에게 광교산 사랑을 더욱 짙게 해주었다. 언제부터 그런 재주꾼들이 우리 주변에 있었던가 싶다. 풍물놀이·연주회·무예시범 등 볼거리 공연은 그때마다 쉬어가는 등산객들의 박수를 터뜨리곤 하였다. 구릉성 등산길은 오르기 쉽고, 쉬운듯 하면서도 산의 험로는 위엄이 그대로 살아있어 오밀조밀한 광교산, 이윽고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에 시원하게 불어주는 산바람이 세속의 속진을 씻어준다. 이름 모를 새들, 알지 못하는 풀들 그리고 기암괴석, 임립임목으로 꽉찬 광교산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문화의 장터, 교육의 장터, 화합축제의 장터인 광교산은 그래서 더욱 외경심을 갖게 한다. 광교산 그림 그리기대회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도화지를 채우기에 바빴던 그 어린 아이들이 다음에 어른이 됐을 때, 온전한 자연환경의 광교산을 물려주기 위하여 광교산축제를 시작했다. 올해의 첫 축제에 이어 앞으로 해마다 축제를 통해 갖는 고유제는 광교산 지킴이의 다짐이다. 산신령이시여! 용서하소서 그리고 굽어 살펴 주옵소서. /임양은 주필

‘이순신’ 문화코드

이순신 장군은 원래 육군장교였다. 당시는 육군과 해군의 개념 구분이 없었다. 이순신은 함경도에서 여진족과 대치하다가 조정의 명령에 의해 수군(해군)지휘관으로 발령받은 청년장교였다. 임진왜란 때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아직 제게는 배가 열 두척이 있고, 순신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라는 장계를 올린 이순신은 확실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갈등과 번민이 매우 많은 억눌린 내면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기도 했다. 이순신이 이끌었던 부대가 원래 군졸들이 용기와 충심으로 가득 차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난중일기’를 보면 그들은 민간인 마을의 개를 잡아 먹고, 군무를 이탈하고, 군수품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순신의 위대함은 그가 ‘바다’라는 사실에만 입각해 살고 죽었다는 데 있다. 임진왜란 발발 전, 조정의 명령에 의해 일본으로 잠입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온 밀사가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당파성의 관점에서 도요토미를 봤다. 한 사람은 도요토미의 눈깔이 늑대같다고 했고, 또 한 사람은 영웅같다고 하였다. 결국 당파성에 매몰된 조정은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않은 이순신은 오직 바다를 통해서 현실을 봤다. 사색당쟁에 빠져 있던 조선 조정이 이순신을 두려워해 제거하려한 것은 그가 어느 누구의 ‘자기네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4·15 총선 때 정치인들이 이순신의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를 애용한 것은 누란의 위기에서 한 나라를 구했던 ‘강인한 남성상에 대한 향수’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충무공의 비장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고, 추미애 당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처럼 민주당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순신 장군’이 새로운 문화코드로 부활하고 있다. 1970년대 국가와 민족에 절대적 충성을 바친 영웅으로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이순신이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 개혁정치의 표상, ‘불패신화’를 이룩한 리더십의 화신으로 소설·드라마·오페라·만화 등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웅 이순신이 영생하는 것은 우리 겨레의 축복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황혼의 반란’

통계청이 작년 10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 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 구성비가 7%를 넘어 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에 이미 들어섰다. 2019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4.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경제의 대규모 지각변동을 야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고령화가 진전될 수록 투자의 위축, 근로계층의 축소, 재정적자의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급격한 충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조세부담률이 급증해 납세자들의 세금부담이 많이 늘어나고 2020년에는 노인 의료비 지출이 65세 미만 인구 전체 의료비를 초과하며 2047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노인들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짐이 될 것이라는 내용들이다. 소설 ‘개미’를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중 ‘황혼의 반란’이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레스토랑에는 70세 이상 노인 출입금지 팻말이 걸린다. 정치인들은 노인들 때문에 국가재정이 고갈되고 과중한 세금이 부과된다며 반(反)노인 캠페인을 벌인다. 일정기간 자녀들이 방문하지 않거나 소식을 끊은 노인들을 CDCP(휴식·평화·안락센터)가 잡아간다. 명칭과 정반대로 이 곳은 노인들의 생을 강제로 마감시키는 곳이다. 한 노부부가 CDCP로 끌려가다 도망한다. 이들의 뒤를 이어 많은 노인이 CDCP로 부터 탈출해 산악지대 동굴에서 저항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들의 항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정부가 투하한 독감 바이러스에 노인들은 무력화되고 반란은 진압된다.” ‘황혼의 반란’에서 노인들의 저항운동을 이끌었던 주인공 프레드 노인은 진압군에 붙잡혀 안락사를 당하면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젊은이에게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거다”라는 저주와 같은 말 한 마디를 남긴다. 최근 한국의 노부모들이 자식들로 부터의 폭언이나 냉대 등 ‘정서적 학대’(43.8%)에 가장 아픈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한국에서도 ‘황혼의 반란’이 일어난다. /임병호 논설위원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약 4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 원자력은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농작물의 품종개량, 식품보존 등 많은 분야에 이용된다. 방사성폐기물은 이렇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생긴다. 방사성 폐기물 가운데 중·저준위폐기물은 방사선 작업시 사용했던 장갑, 옷, 기계부속품 등 방사능의 세기가 낮은 것이고, 고준위폐기물은 사용후 연료 등이다. 우리 나라는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국이지만 아직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없다. 현재 고리·월성·영광·울진 폐기물은 원전 내 임시저장고에, 병원이나 산업체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대전의 원자력환경 기술원에 저장, 관리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들 임시저장시설은 200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세계 31개 원자력발전국 중 대부분의 국가에서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건설·운영중이다. 프랑스는 1969년, 영국은 1959년, 일본은 1992년 부터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포스마크’ 지역에 세계유일의 해저동굴 처리시설을 만들어 1988년 부터 운영하고 있다. 특히 원전이 없는 노르웨이,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도 처리장을 운영한다. 부지 확보 조차 못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 나라를 포함해 5개국 밖에 없다. 방사성 폐기물의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 처리장 건설은 매우 시급하다. 방사성 폐기물처리장은 공해물질이나 온배수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여러 겹의 차단벽을 설치하는 등 어떤 자연재해에도 안전하게 설계·건설된다. 처리장 주변 농산물은 물론 환경에 전혀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건설된 주변지역은 보다 풍요롭고 살기좋은 곳으로 변모됐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3천억원에 달하는 지역지원금은 물론 범정부적인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중인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부안 외에 10개 지역이 신청을 한 것은 대단한 인식변화다./ 임병호 논설위원

정지선, 양심선

횡단보도 선상 바로 앞에서 차들이 일직선으로 가지런히 서있는 것을 보면 참 보기가 좋다. 마치 병아리들이 서로 기대고 있는 것처럼 정겨운 감도 든다. 정지신호 때 자동차 번호판이 횡단보도선 안을 침범하면 벌금 6만원에 벌점 15점을 매긴다니까 이렇게 정연해졌다.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져 있는데도 차가 마구 들어서 들쭉날쭉하게 서있거나 횡단보도 복판에 멈추어 행인이 길 건너기에 불편을 주기 일쑤고 심지어는 사고를 낼만큼 엉망이었던 게 바로 엊그제다. 횡단보도선 앞에서 자동차바퀴 몇 번 더 굴려 횡단보도로 들어선다하여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데도 공연한 조급증으로 운행권을 앞세워 보행권을 침해해 왔다. 누가 지었는 지는 모르겠으나 ‘정지선은 양심선’이란 표어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걱정인 것은 경찰이 집중단속 한다니까 이렇게 잘 되는 데 마냥 이의 단속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일이다. 경찰의 단속이 풀리면 전처럼 또 엉망이 될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정지선 지키기는 차량운전의 기초질서다. 이를 자율적으로는 안 되어 타율적으로만 해야 한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해야 할 것인 지 정말 부끄럽다. 자동차 보급 대수는 1천만대를 넘어선 지가 이미 오래다. 자동차는 많아도 자동차문화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동차 보급 대수가 늘수록이 자동차 운행 질서는 더욱 악화돼가고 있다. 질서는 불편한 것 같아도 너도나도 지키면 아주 편리한 것이 질서다. 이것이 공중도덕이다. 공동체 사회를 지탱해 준다. 교통질서를 말하자면 비단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만이 다반사인 것은 아니다. 신호위반, 차선위반, 과속질주, 난폭운전, 운전방해 등 이밖에도 허다하다. 가관인 것은 법질서를 위반하고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큰 소리치는 몰염치다. 자동차문화가 성숙되면 사고도 줄고 인명 피해도 크게 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자동차문화의 성숙을 촉구하고 싶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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