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말이나 수사 따위 버린 지 오래인 듯 뼛속까지 곧게 선 서슬 푸른 직립들 하늘의 깊이를 잴 뿐 곁을 두지 않는다 꽃다발 같은 것은 너럭바위나 받는 것 눈꽃 그 가벼움의 무거움을 안 뒤부터 설봉의 흰 이마들과 오직 깊게 마주설 뿐 조락 이후 충천하는 개골의 결기 같은 팔을 다 잘라낸 후 건져 올린 골법 같은 붉은 저! 금강 직필들! 허공이 움찔 솟는다 *2008년 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작품 <시인 약력> 경기 용인 출생 / 1984년 세종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 시집 ‘저녁의 뒷모습’, ‘저물 녘 길을 떠나다’ / 저서 ‘한국현대시인론’(공저), ‘중국조선족문학의 탈식민주의 연구1’(공저) / 올해의 경기시인상·중앙시조대상·한국시조작품상·수원문학상·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
마음 한켠 내준 것은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가슴을 훔쳐내는 도둑이 되어 이대로 당신 그림자 될지라도 당신 떠난 자리에 여전히 당신 있으므로, 목이 뻐근해지며 날갯죽지가 아파 날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용히 기다림은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시인 약력> 오산 출생으로 2002년 문예사조에 ‘조팝꽃 핀 날에’가 신인상 수상작품으로 선정되면서 등단했다. 오산문인협회, 바람꽃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마른 나무라 했던가 생명의 깃발로 흔들려 온 나의 신앙이 부활의 기미조차 없이 사반(死斑)의 시를 읊고 있다네 내가 바위라 했던가 어둠의 깊이로 패어간 황폐한 신앙이 피를 흘리며 흘리면서, 침묵해 간 날에 신앙의 혈관이 막히어 죽음을 앞둔 내 영혼, 내 알몸에 弔鐘이 울리고 있는 지금, 내가 마른 나무라 했던가 바위라 했던가. <시인 약력> 경기 용인 출생 /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한국본부·한국수필가협회 회원 / 시집 ‘아가페’ ‘잃어버린 모음’ ‘잉태’ 등 다수
소리 소문도 없이 가을이 오고 산책로에서 만난 이의 주름살에도 귀두라미가 앉아 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또 가을은 가고 기다리지 않는 데도 겨울이 올 것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다 읽어야 할 책을 덮고 이제 안경의 도수를 조금 더 높여야 할까보다. 긴 밤 잠 못 들어 일어나 앉은 무릎 아래 지나가는 바람이 시려오는 이 나이에 돌아보면 잘 못한 일이 한 두 가지도 아닌데 죄밑이 되어 잇금도 안 들어갈 사랑한다는 말도 부질없어라. 사랑했다는 말도 다 부질없어라. 먼 훗날 길모퉁이에서 설면해지면 어찌할까. 너무 젊어 탈이었나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희망으로 세상을 얼마나 배고프게 건너 왔는가 소리 소문도 없이 가을만 오고 <시인 약력> 1941년 경남 함양 출생 /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풀잎’ ‘적빈을 위하여’ ‘청빈한 나무’ 등 다수 / 경상남도 문화상·현대문학상·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 부산시인협회 회장 역임
따스한 실내에 찬 기운이 스며드는 창 틈, 아침이 되어도 너에게 안부를 묻지 못하는 그 틈새에서 불내가 난다. 너와 나의, 그리움과 그리움이 건널 수 없는 아침이 있다. 깨금발로도 닿을 수 없는 곳에 네가 있다. 결핵처럼 응어리진 사연 속으로 아침이 쏟아진다. 슬픔처럼, 기쁨처럼 들썩이다가 햇살의 기울기를 따라 고이는 아침을 마신다. <시인 약력> 충남 부여 출생 / 시집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곱사춤’ ‘호두껍질’ ‘데칼코마니’ 등 다수 /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한국본부·경기시인협회 회원 / (사) 평생교육진흥연구회 교육원장, 아주대 등 출강
산마다 익고 골마다 붉어 바라보는 마음마저 취해 단풍이로소이다 가을이로소이다 녹슬은 언약 부질없음에 붉고 불타던 한때 생각커니 붉어 이 가을에는 잡동사니 생각을 접어 저 불 속에 던지리. <시인 약력>대구출생/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길·인간·새’ 등 다수
어머니와 딸 아이가 겸상을 하고 있다 네모난 교자상위에 엷게 그려진 문양 미역줄기 우거진 바닷발 사이로 한 무리의 멸치 떼가 지나가고 고등어 한 마리가 입을 벌린 채 멸치 떼를 고 있다 난대성 해류를 따라 녹조류의 포자들이 밥상 위에서 흩어지고 있다 슬그머니 끼어들어 저녁을 먹는다 SBS 저녁뉴스 ‘필리핀 관광을 빙자한 어느 패륜아의 현대판 고려장 충격’ 어머니와 나의 눈과 귀가 TV모니터로 쏠리고 있다 순간, 어머니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다 잠시 침묵 딸 아이는 멸치대가리를 발라서 내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는 고등어 살 점을 떼어 내 밥숟가락 위에 놀려 놓고 있다. <시인 약력>경기 화성 출생 / ‘세기문학’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 경기시인협회 회원 / 경기도의회 사무처 재직
세상이 답답하다 물으면 아니라고 화답한다. 억지라도 꿰어 맞춰 살아가는 게 아니냐고 물으면 默答하는 싱싱한 생명의 향내. 서둘지 아니하고 애타워 하지 않고 무한히 절제하는 몸짓. 이렇게 한해를 지나 보내는가. 나도 네 속에 담기고 싶다. <시인 약력>경기 수원 출생/ 시집 ‘雨心’ ‘억새꽃’, 칼럼집 ‘내게서도 가죽이 남을까’ ‘시간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등 다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예총 회장
화성 땅 넓은 둥지 숨겨진 보석들 저마다 쌓인 사연 가슴에 포장한 채 호기심 반 기대 반 물음표 안고 왔지 할까 말까 망설였던 자존심 모아모아 제주바다 파도에 실려 보냈지 미인대칭 덕목안고 겸손을 실천하니 가정이 밝아지고 사업장이 역동해 고용주와 고용인의 마음 문 열리니 우리 삶 더불어 신뢰가 쌓였도다. 매시간 열정적인 강사들의 명 강의 원우들은 그 순간은 포로들이 되어 자! 여러분 북소리 화산벌 진동해 밤 깊도록 무장한 카네기 기업정신 의식이 변화되고 생각이 바뀌도다. 저 백두에서 한라산 정기 담았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지혜의 샘 고였나니 평생을 퍼내어도 줄지 않으리. 모남이 둥글게 세공된 보석들 아리! 아리 앗싸! 화성 9기 카네기 힘찬 구호 우리 생활 활력소 되어 우리 우정 영원히 창대하리라. <시인 약력> 경기 수원 출생 / ‘순수문학’(수필) ‘문예사조’(시)로 등단 / 시집 ‘민들레 홀씨 되어’, 수필집 ‘내 잔이 넘치나이다’ 등 다수 / 한국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화성문인협회 회장 / 조암 감리교회 장로
내 영혼에 이랑을 내어 꽃을 피우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돌아 서서 발길 멈추고 그들의 숨소리를 듣게 하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무수한 날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늘, 다시 여기에 머무르게 한 그대는 누구십니가. 억새꽃 하얀 강가에서 마른 잎으로 울던 그대였습니까. 가을 저녁에 내리는 노을로 겨울나무 적시던 그대였습니까. 접어둔 세월 잊혀진 대지 푸르른 생명으로 바라보던 그대였습니까. 그대는 누구십니까. <시인 약력> 경기 하남 출생 / ‘창조문학’으로 등단 / 경기시인협회·비전 삶과 문학회·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한국본부·한국 현대시인협회 회원 / 시집 ‘나무에게 묻는다’
그리움은 도처에 널려 있어 누구와 만날 때마다 빛이 난다 내 것이 될 때는 더욱 눈부시다 점차 샘처럼 고이면서 젖는다 촉촉이 적시는 물빛이 눈가에 맺히는 이슬은 꽃이다 그 향기의 여울이 서느렇게 오래오래 가슴을 적신다 젖는 것은 슬프지만 젖은 것은 아름답다 젖을수록 생기 도는 초목들처럼 사랑도 젖은 것은 아름답다 <시인 약력> 전북 옥구 출생 / ‘자유문학’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열린시창작회 회원 / 시집 ‘아름다운 동행’
내 몸에는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상처로 가득하다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나는 문득 한 마리 파리가 되고 외삼촌의 손을 떠올린다 새벽 네시 통행금지 해제 사이렌이 불면 파리채가 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파리채는 힘이 세다 나는 재빨리 하인천 수산시장 경매장으로 날아가 스무살 펄펄 끊는 내 심장을 바다에서 길을 잃다 끌려온 생선들과 포개었다 파리채에 파득거리는 내 삶에 상처는 옹이가 되고 소중한 삶의 둥치를 키워 나갔다 나는 지금도 파리를 보면 삶을 생각한다 비상을 꿈꾼다 세상을 뚫어나가는 큰 빛을 본다 외삼촌의 손이 가리키는 내 삶의 우둠지를 본다 내 몸의 싱싱한 상처를 본다 <시인 약력> 충남 금산 출생 / ‘심상’으로 등단 / 화성예총 회장 / 제부도 바다시인학교 공동 교장 / 시집 ‘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를 박는다’
사랑을 그리는 가을은 수채화다 누구를 만날까 누구를 그릴까 두근 거리는 캔버스를 노랗게 물들이는 화가가 된다 사색을 즐기는 가을은 풍요로움이다 사랑의 바이런, 그리움의 워즈워드를 만나고 자신을 캐묻는 소크라테스가 된다 추억을 펼치는 가을은 넉넉함이다 만남과 이별의 흔적을 달래고 기쁨과 슬픔을 되새김 하는 성숙한 자아를 만든다 그리움을 만나는 가을은 새침떼기다 대상이 있으나 없으나 실룩대는 가슴으로 해질녁 낙엽과 함께 가슴을 물들인다 <시인 약력> 경북 김천 출생 / ‘한맥문학’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작가연합 회장 / T.S엘리엇 기념문학상 수상
철없네요 늦가을 따라비오름 햇살에 삼삼오오 무릎치마 입은 우리 동네 계집애들 모르게 향수도 뿌렸는지 건듯 꽃향기 나네요 <시인 약력> 제주도 애월 출생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 / 시집 ‘숨은 꽃을 찾아서’ ‘상수리나무의 꿈’
머리채 묶어 올린 흰 목덜미 무성한 여름 녹색 벼포기 사이를 소소히 흔들어대며 은백양나무 잎사귀들이 은근히 수런대며 버덩마을에 빛나던 네 연애소문 삼십 년이 지났다 딸 넷에 아들 하나 낳아 치매 시모님 세수시켜 드린다는 외며느리의 네 눈가 주름살 나는 아직도 네 연애소문이 향기롭다 <시인 약력> 강원 횡성 출생 / ‘문학시대’로 등단 / 시집 ‘햇살이 만든 거리’ / 경기시인협회 회원 / 용인 대지중학교 교사
푸른 하늘이 내려놓은 부드러운 명주 천 실바람 속을 앓아 그렁그렁 움직이다가 돛단배 나루 건너서 동무되어 떠났다 사공이 노 젖는 강물은 늘 푸르고 돛대의 깃발이 넓은 하늘 구름 되어 江口에 발이 닿으면 나그네는 쉬었다 <시인 약력> 부산 출생 / 시집 ‘인류독감’, 동시집 ‘참빛깔소리’, 평론집 ‘초록그물의 언어’ 등 다수
촉촉이 젖어드는 淸淨한 흐름이 있다 바람이 먼 곳을 떠났다 되돌아와 소리 없이 떠다니고 있지만 내 幼年의 江은 지금도 살아 있어 세월의 뜰을 나서면 잃은 것도 찾을 것도 없이 가슴에서 가슴으로 흐르는 뜨거운 핏줄, 설사 이대로 그대가 떠난다 해도 강물 위의 달빛 언제나 그 자리 빛나듯 나는 거기 그 울음만 지키고 있으리 淸淨한 물결 그대로 바다로 흘려 보내리 <시인 약력> 경기 광주 출생 / 경인일보 신춘문예 · ‘시조문학’으로 등단 / 한국시조상 수상 / 시집 ‘먼길’
청솔처럼 그 기상 누억년 푸르게 푸르게 사시장철 언제나 靑竹처럼 그 이념 올 곧기 위하여 수원 松竹의 대지에 거대한 뿌리 내렸다.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 蒼天 드높이 올렸다. 20년 세월, 서러운 사람들의 눈물 씻어 주었다. 삶에 지친 사람들 두 손 잡아 끌었다. 어둠 속 사람들의 등불이 되었다. 목 마른 사람들의 샘물로 솟았다. 보아라, 날마다 희망을 안겨주는 아침 新聞 가득 활자들의 숨결이 생동하고 맥박 요동치는 행간 행간 가득 넘쳐나는 정의! 사랑! 뜨거운 삶이여! 천둥, 번개, 벼락을 여기에 비하랴. 日月을 밝히는 고고한 正論直筆로 타락하는 권력, 민심 저버리는 불의, 준엄하게 꾸짖었다. 응징했다. 밤을 낮 삼아 일하는 사람 위하여 가난한 사람, 외로운 사람을 위하여 시대의 가슴 기름지게 적시며 깊은 강물로 맑게 흘러 온 세월! 一人을 위하여, 만인을 위하여 사람들의 눈, 귀, 입으로 살았다. 손발이었다. 심장이었다. 영혼이었다. 돌아보면 그 발자취 숙연하다. 그렇다 ! 경기일보 20년 역사는 새벽을 알린 종소리다. 북소리다. 1년 365일 天地를 울린 申聞鼓다. 횃불이다. 불멸의 주춧돌이다. 後代를 이어주는 창조의 금자탑이다. 민주를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행복을 위하여 지축을 흔들며 기적을 울리며 천년, 만년 미래를 향하여 달려가는 오늘 태양이 더욱 붉게 세상을 품었다. 산천초목이 환호하며 일어섰다. 산맥이 출렁거린다. 바다가 노래 부른다. 先知者의 예언처럼 千年鶴이 날아오고 아, 永生의 경기일보가 눈부시게 비상한다. <작가 약력> 수원 출생 / ‘神의 거주지’ ‘금당리’ ‘자화상’ 등 시집 12권 / 제1회 수원시문화상·제4회 경기예술대상·제32회 경기도문화상·제6회 우리문학상·제1회 올해의 경기문학인상·제1회 한국문인상·제14회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문학부문 대상·제1회 자랑스러운 수원문인상·제4회 경기언론인상 특별공로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한국가톨릭문인회·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심의위원, 경기시인협회 회장 / 경기일보 논설위원
“짊어지고 온 배낭보다 더 무거운 마음의 짐 어디 내려놓았느냐” 노스님 말씀이 햇살처럼 고요 속에 스며온다 보이지 않은 무게에 걸어온 켜켜이 짓눌린 가슴 뜨락에 내려놓으니 실체도 없던 망상이 둥둥 떠간다 숲 속도 선정에 들었는지 적막이다 수문장처럼 있던 다람쥐 한 마리 인기척에 놀라 쪼르르 두 귀 쫑긋 세우며 바라본다 무언으로 마주친 눈빛 이끌려 본 곳에 꽃망울 터질 듯 부풀린 옥잠화도 선정에 든 산사 하얀 오후 경남 진양 출생 / ‘문학산책’으로 등단 / 시집 ‘따라오는 먼 그림자’ ‘저 낮은 곳의 뿌리들’ ‘마음에 틈이 있다’, 에세이집 ‘달팽이집 같은 業을 지고’
어린 시절 흑백 사진을 보노라면 내 뒤에 서 계신 아버지처럼 늙어버린 나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나의 결혼사진 자식 결혼사진 나란히 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면 빠른 세월을 실감합니다. 배경 속의 고향 산하 옛 그대로인데 개구쟁이 친구들 모두 먼저 떠나가 다시 볼 수 없어 허전합니다. <시인 약력> ‘한비문학’으로 등단 / 안산경영정보고등학교장 역임 / 한비문학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