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같이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한없이 고요해지고 생각의 집은 또 투명해진다 푸른 바다 저 멀리 수평선 보고 있노라면 그 곁으로 나는 떨어져나와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티 없는 하늘을 보면 파란 물감 내 안으로 번져 나도 어느새 하늘을 닮게 된다 넓고 푸른 초원 위 아무 생각도 없이 풀 뜯는 양떼를 보노라면 평화스럽기 그지 없는 양들을 닮고 어둔 밤 하늘의 별 지키노라면 나도 어느새 영롱해져 밤마다 나를 내려다 보는 초롱초롱한 별이 되고 만다. <시인 약력> 1939년 서울 출생 / 경기여고·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시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꽃빛으로 세상이 물들면’ / 시대시 동인, 창시문학회 회장 역임 / 2004년 11월 타계 / 유고시집 ‘어여삐 떠나간 낙엽의 날갯짓’(2005년5월 刊)
가슴에 응어리진 일 있거든 미사리 지나 양수리로 오시게 청정한 공기 / 확 트인 한강변 소박한 인심이 반기는 고장 신양수대교를 찾으시게 연꽃들 지천 이루는 용늪을 지나 정겨운 물오리 떼 사랑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침안개 자욱한 한 폭의 대형 수묵화 이따금 삼등 열차가 지나는 무심한 마을 양수리로 오시게 그까짓 사는 일 한 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 버리고 / 그냥 맨 몸으로 오시게 돛단배 물위에 떠서 넌지시 하늘을 누르고 산 그림자 마실 나온 다 저녁답 지나 은구슬 보오얗게 사운거리는 감미로운 밤이 오면 / 강 저편 불빛들 일렬종대로 서서 지나는 나그네 불러모으는 꿈과 서정의 마을 마흔 해 떠돌이 생활 이제사 제 집 찾은 철없는 탕아같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뜨겁게 속살 섞는 두물머리로 / 갖은 오염과 배신의 거리를 지나 가슴 넉넉히 적셔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처용의 마을 이제는 / 양수리로 아주 오시게 <시인 약력> 전남 해남 출생 / ‘현대문학’으로 등단 / 저서 ‘모란장날’ ‘풀빛연가’ 등 다수 /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양평문인협회 회장
여름, 다시 또 원천호에서 진 순 분 여기, 생각이 깨어나고 온 몸이 타버리고 별빛 하나 둘 익사하며 떠오르고 내 슬픈 수묵화로 잠긴 물결이여, 숨결이여 산능선 무거운 침묵 물 그리메로 내려 앉아 세상 아름다움 호수처럼 깊고 처절한데 끝끝내 볼 수 없는 모습 침몰하라. 침몰하라 그예 지울 수 없는 기억의 파문들이 맨살의 절망을 소리없는 소리앞에 눕히고 속울음, 따라 흔들리는 숲, 물보라여, 영혼이여. <시인 약력> 경기 수원 출생 / 경인일보 신춘문예(시조) 당선·<문학예술>(시)로 등단 / 저서 <안개빛 은유> / 한국시조 신인작품상·수원문학상 작품상·경기문학인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협회 부회장
동해바다 맨 끝자락 / 빛 푸른 浮漂 하나 터질 듯한 응어리들 / 泡沫로 부서져도 한 결의 옹골찬 기개 / 스러지지 않았다 섬에서 날아드는 망말 / 온 몸으로 막아내며 피를 吐하는 소리, 소리 / 분노 울컥 솟구친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 / 준엄하게 꾸짖는다 얼굴을 마주 보고 / 갈 길을 물어본다 바다 길은 주인이 없다 / 가는 이가 주인인 法 마음 속 百尺竿頭의 출발 / 시방세계가 바로 온몸이라 펄럭이는 태극 깃발 / 숨죽이는 파도 소리 세월이 변해가도 / 그대는 대한의 핏줄 어머니 젖가슴 같은 / 마음 속의 고향이여! 한동안 얼싸 안고 / 돌아서는 뒷전으로 독도는 잠을 잃은 채 /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마음은 그댈 부둥켜안고 / 돌아 설 줄 몰랐다 *책 ‘암자에서 만난 성철스님 이야기’ 表題<시인 약력> 경기 광주 출생 /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문학>으로 등단 / <한국시조> 신인상· 팔달문학상 수상 / 저서 <먼 길> 외 / 경기도공무원문학회 회장 역임 / 한국문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 현재 경기도청 총무과장 <시인 약력> 경기 광주 출생 /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문학>으로 등단 / <한국시조> 신인상· 팔달문학상 수상 / 저서 <먼 길> 외 / 경기도공무원문학회 회장 역임 / 한국문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 현재 경기도청 총무과장
고요합니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 말없이 피어나는 꽃 훈풍이 살짝 불어와 간질입니다 무른 땅에서 푸르게 돋아나는 풀들의 목소리가 정겹습니다 용인 관음사엘 다녀왔지요 전 성당에 다니지만 산을 찾을 때마다 터를 잡고 있는 산사를 들르곤 합니다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봄을 즐기는 물소리 미소 짓는 삼라만상을 봅니다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마음에도 누군가가 무척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님께 의탁하는 기도로써 하루의 번뇌를 봉헌합니다. <시인 약력> 경기 의왕 출생 / ‘문학시대’로 등단 / 詩文會·경기시인협회 회원
시-퍼렇게 약오른 벼 이파리와 옥수수 잎 늘어뜨리고 사각대는 칠월이면 미영 밭의 연한 열무 쑥쑥 뽑아 버무린 된장 겉절이와 학득에 보리쌀 빡빡 갈아 시커먼 솥 단지에 푹 - 삶아 지은 질퍽한 보리밥에 고추장 한 한 숟가락 척 얹고 참기름 서너 방울 뚝둑, 떨어뜨려 이빨 사이 아삭거리는 *얼지로 밥 비벼 먹고 싶다 별 총총 눈뜨는 늦은 저녁 오빠 혼자 저수지 언덕을 휘갈겨 바작 가득 베어온 생풀로 마당 한쪽에 모깃불 피워놓은 채 평상에 삥 둘러 앉아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처럼 적당히 일그러진 양푼 가운데 놓고 숟가락이 휘파람 소리내며 밥 퍼 나르던 고향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칠월만 되면 ▲얼지 : 걷절이를 이르는 전라도 방언 <시인 약력> 전남 영광 출생 / <예술세계>(수필), <문학시대>(시)로 등단 / 저서 <아버지의 꽃밭> 등 다수 / 글꽃 동인·한국문인협회·한국수필가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마른 옷가지와 양말을 한 아름 걷어 졸음이 묻어 들어 온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켜켜이, 거친 손바닥의 온기로 쓰다듬어 개킨다 말린 생선처럼 비틀린 목이 긴 양말들, 짝을 찾아 맞추어 준다. 새 것은 새 것대로 / 낡은 것은 낡은 것대로 색깔을 맞추고 무늬를 맞춘다. 양말의 무늬와 색깔을 맞추듯이 나는 내 삶의 크기를 / 나의 크기에 맞춘다. 내 절망의 크기만큼 희망을 보고 내가 흘린 눈물의 양이 꼭 그만큼 기쁨으로 승화될 것을 믿는다. 때론 짝이 다른 양말을 신으면 안되는 것일까, 의문도 가져 보지만 구멍 난 양말은 제 짝의 성한 양말까지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을 아는 까닭에 나는 내 절망이나 눈물의 주머니에 차마 구멍을 내지 못한다. 내 손길에 펴진 마른 생선같은 양말들이 또 다시 삶의 진창 속으로 걸어가기 위해 /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시인 약력> 경북 군위 출생 / <예술세계>(수필), <문학시대>(시)로 등단 / 저서 <꿈을 잇는 조각보> 외 다수 / 글꽃 동인. 한국문인협회·한국수필가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봄 날 에 광교산 시루봉에 올라 철없는 신열에 들떠 겨우내 앓던 열병 미쳤는지 발가벗은 몸으로 온 산을 뛰어다니는 꽃이여 시루바위에 앉아 소원을 빌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우스갯 소리 아니더라도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름 하나 목청껏 부른대도 뉘 뭐라 하리 누가 뒤따르는 것 같아 슬며시 뒤돌아보니 초록빛 한 짐 가득 지고 올라와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 바람소리네 오늘은 한나절 내내 꽃 속에 사 네 바람 속에 사 네 -백 규 현 <시인 약력> 충남 논산 출생 / <시와 의식>으로 등단 / 저서 <그대 빈 자리에 차는 그리움> 등 다수 /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부회장
호수처럼 깊고 맑은 가족간의 사랑 아무리 갈라 놓아도 호수의 물은 다시 뭉치듯 영원한 가족간의 사랑 때로는 갈등이라는 비가 내려 호수를 넘치게도 하여 가족간의 갈등을 생기게도 하지만 물이 잔잔해져 호수가 더욱 더 맑고 깊게 되듯 더욱 더 깊어지는 가족간의 사랑 호수가 나무를 잘 자라게 하듯 우리에게 힘을 주는 가족간의 사랑 계속계속 맑아지고 깊어지는 영원히 깊어지고 맑아지는 가족간의 사랑 <이 혁 재·오산 운천중 1학년10반>
객지에 사는 동안 대문 있는 집에 / 살았지 번화가 지치도록 떠돌다 돌아오면 외로움에 터벅 터벅 걸어오는 나 당신의 이마는 어둠 속 불빛처럼 반겨주었지 객지에 사는 동안 대문 있는 집에 / 살았지 버스정거장에서 / 까르푸를 지나 떠씽동루(德行東路)골목 어귀 다다르면 열대 과일나무 어깨에 지고 땡볕아래 기다림에 지친 모습 어떤 날은 / 허름한 양복입은 당신 윗 주머니 편지 한통 꽂고 어서 오라 / 핑크빛 손짓 내질렀지 카드 한 장이면 자동문 열리는 집에 사는 요즘, 행운의 열쇠보다 더 갖고 싶은 / 그리운 대 문 객지에 사는 동안 대문있는 집에 / 살았지 *떠씽동루 : 대만의 한 지명 <시인 약력> 서울 출생 / <문학시대>로 수필· 詩 등단 / 저서 <타이베이의 겨울>외 다수 / 글꽃 동인· 한국수필가협회· 한국가톨릭문인회· 경기시인협회 회원
그리워한다는 것은 박 광 순 아직도 희미하게 남은 흔적을 따라 길을 나서는 용기 아물지 못하는 상처 보듬고 내일의 희망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일 긴 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끈 놓지 못하는 지극한 순정 곰 삭이고 또 삭이어도 불사의 생명을 자랑하고 자르고 또 잘라내어도 싹이 트는 불가사의라서 먼동이 열리는 언덕 너머로 하얀 입김 불면서 뛰어갔다가 붉은빛 등지고 돌아오는 길 빛바랜 달력에 퇴색된 붉은 동그라미 잡초 우거진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폐가를 비추는 시퍼런 달빛 향기 홍수 지나간 황량한 냇가 모래밭 홍보 전단지 덕지덕지 붙은 담벼락 깊은 밤 홀로 깜박이는 네온사인 비 오는 날 전봇대에 선 나그네 그리움은 그리워할수록 깊다 <시인 약력> 경기 오산 출생 / ‘문예사조’(수필), ‘지구문학’(시)으로 등단 / 시집 ‘아름다운 구속’ 등 5권 / 경기도공무원문학회 회장· 소방공무원문학회 회장·한국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 현재 광주소방서 서장
아버지가 오셨다 늙으신 아버지가 오셨다 비 오는 밤에 오셨다 아내의 살냄새 착착 접어 장롱 속에 던져 놓고 늙으신 아버지와 한 이불 속에 누웠다 아버지, 저승꽃 많이 핀 나의 아버지, 쿨럭쿨럭 기침을 하셨다 쿨록쿨록 기침을 하시다가 새우잠을 주무셨다 오늘 아버지가 오셨다 검불 같은 아버지가 오셨다 나를 보러 오셨다 나와 함께 잠자려고 오셨다 나의 손 잡아보려고 오셨다 비오는 밤에 오셨다 비에 젖은 사과 일곱 개 가슴에 안고 오셨다 <시인 약력> 서울 출생 / ‘시와 시론’ ‘문학정신’을 통해 등단 / 시집 ‘빈 집 하나 등에 지고’
삶의 씨앗들이 단추처럼 떨어져 뒹구는 석화 흰눈이 내리면서 몇 잎 안 남은 잎새. 가족들의 극진한 간호는 나 혼자가 아니란 것을 마침표처럼 찍어내고 있다. 生이 무엇인 지, 얼마나 잘 못 살았기에 뒤늦게 알게 해주는 신음소리. 바늘구멍 만한 희망에도 눈 먼 가슴 하늘에 열어 놓는 영혼의 부스러기. 내가 살아온 제단 앞에 “주님 용서하소서” 참회하지만 대한민국의료법에 ‘안락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인약력> 서울 출생 / 시집 <원추리> < 사랑이 머물고 간 자리마다> / 한국문인협회· 경기시인협회 회원
흰 바탕에 물방울무늬 옷을 입은 여자 걸을 때마다 물이 튀긴다 바탕이 없으면 무늬도 없음을 아는 여자 무늬가 있어야 바탕이 돋보임을 아는 여자 무늬는 무늬일 뿐임을 아는 여자 인생을 아는 여자 조금 슬퍼도 물방울 조금 외로워도 물방울 기쁠 때도 물방울 다 물방울 무늬였음을 아는 여자 물방울을 흔들 듯 입을 줄 아는 여자 그 여자의 옷에 있는 물방울은 다 같은 물방울 그 여자가 걸을 때면 물이 튀긴다 <시인 약력> 서울 출생 / ‘문학시대’로 등단 / 창시문학회·시대시인회·경기시인협회 회원 / 시집 ‘사랑한다 말하지 않지만, 그네가 흔들린다’
城神이여 / 華城을 지키는 신이시여 성 안팎도 온전히 살피는 신이시여 이 자리에 당신을 다시금 모시고자 한 마음 한 뜻으로 큰절을 올립니다 가끔은 옛 터 찾아와 서성거려 보시는지 기와조각 밟다가 허전히 헛기침도 하시는지 집 잃은 깊은 시름 감히 헤아리면서 오늘 여기 엎드려 푯말을 세웁니다 화성의 정신이신 신이시여 새물로 지은 정성 고이고이 올리오니 이제는 그림이 아닌 땅 위에 정녕 임하시길 그리하여 날로날로 거듭나는 화성의 지 위 굽이굽이 이랑이듯 늠실대는 성벽의 든든한 이백 년의 시간을 꽃으로 피운 성돌들의 가 그날같이 한결같이 어루만지며 거니시길 사통팔달 팔달산의 명당인 이 곳에서 성벽을 타고 노는 바람이며 구름이며 햇살을 성을 찾는 아이들의 자랑 실린 웃음을 모두모두 노래 삼아 누리시길 비노니 화성의 혼이신 성신이여 봄빛 속에 높이 기린 이 자리의 소망을 숨죽이며 깊이 새긴 이 순간의 간절함을 첫 마음 그대로 오롯이 간직한 채 더운 손 더운 가슴 뜻을 모아 가리니 성신사에 드시는 그날까지 가리니 성신이시여 / 부디 예와 같이 거하시며 화성과 그 안팎을 환히 비춰주소서 세계 속의 으뜸으로 눈부시게 하소서<시인 약력> 경기 용인 출생 / 2003 중앙시조대상 수상 / 시조집 ‘저물녘 길을 떠나다’ ‘저녁의 뒷모습’ / 한국시조시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 아주대학교 출강 <시인 약력> 경기 용인 출생 / 2003 중앙시조대상 수상 / 시조집 ‘저물녘 길을 떠나다’ ‘저녁의 뒷모습’ / 한국시조시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 아주대학교 출강
화성고을 제암리 양지 마을에 해마다 3월이면 순국의 꽃 붉게 피어 향기 취한 벌나비 인산인해 이루네. 십자가 그늘아래 하얀집 벽위에 새겨진 일제만행 역사의 흔적, 가족 잃은 어린 양의 울음소리 진동하니 눈물없이 그 광경 볼 수가 없네. 36년 압박 통치, 그도 모자라 죄없는 선민들을 성전에서 화형시킨 그 누가 당신들을 인간이라 부르리. 짧은 생애 살다가 하늘로 가신 님들이여 피로 값준 그 터위에 여명이 밝아 종소리 온누리에 울려 퍼지어 세계 속에 배달민족의 위상을 심었네. 이제 세계를 이끌어갈 자랑스런 민족의 기상이 지구촌 곳곳에 각인 되었나니 님들이여 보소서 우린 일어나 반드시 승리하리! 얼음장 밑으로 맑은 정기 넘치고 이 터에서 구국충정 기도소리 쉼 없이 이어지니 꽃 피어나리. 3·1정신 영원히 꽃피우리!<시인 약력> 경기 수원 출생 / <순수문학>(수필), <문예사조>(시)로 등단 / 저서 <내 삶에 내리는 축복>외 다수 / 한국문인협회 화성지부장 역임 / 한국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인 약력> 경기 수원 출생 / <순수문학>(수필), <문예사조>(시)로 등단 / 저서 <내 삶에 내리는 축복>외 다수 / 한국문인협회 화성지부장 역임 / 한국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차 한 모금 입에 물고 먼 산 바라보니 그 하늘 그대로 있고 나 여기 앉아 있는데 앉아 있는데 눈물 한 방울 흘러 今生과 他生을 적셔 놓는다. 그렇지 저기 구름 하나 흘러가고 있지 그 뒤를 내 생각 따라가다가 풍경소리에 막혀 선운사 입구 나뭇잎 몇 개 띄운 냇물이 되고 마는 걸 왜 이제 알았을까 <시인 약력> 경기 화성 출생 / 197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 시집 ‘겨울 수영리에서’ ‘부석사 가는 길’ 등 다수 / 중부일보 문화부장 역임 / 오늘의 경기시인상·한하운문학상 대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회원·경기시인협회 부회장
분명 어디를 향해 가고 있지만 가는 곳을 모른다. 붙잡는 이 하나 없지만 붙들리는 마음 바람부는 날이면 가슴에 바람이 일어야 하는데 바람끼 없는 공간이 가슴에 자리 잡는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몸보다 가슴이 먼저 비에 젖어 어딘가를 향해서 가고 있다. 사십의 성상에 이른 나이는 마음과 가슴이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 철둑길인가. 가을바람 소슬한데 시간과 이완된 육체는 시간의 길이로 무게를 단다 내면의 정신은 성숙을 알리고 어디론가 밖으로만 내닫는 성미의 갈기를 움켜쥐고 조용히 내 앞에 무릎을 꿇린다. <시인 약력> 한국문인협회·한국작사가협회 회원 / 시집 <비너스의 태몽>, 가곡집 <별이 내리는 강언덕> 등 다수 / 현재 종합문예지 <신문예> 주간
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 대지의 열 손가락이 모두 분홍색입니다. 대지는 자꾸 뭔가 해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디 갔나? 나무와 같이 서서 얼어붙던 산 속의 정적 어제 불던 칼바람도 피를 녹이러 산을 떠났습니다. 주검을 등지고 서둘러 깨어난 몸들이여,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말을 꺼내려 하지 마오. 사각사각 소리만 나도 이미 대지는 눈물로 번득입니다. 살갗이 까지고 드디어 피가 돋아나는 세상의 나무들 누구나 뛰어들고 싶은 저 아래 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 악, 소리를 지르며 지하의 꽃들이 양수를 떫고 비린 냄새가 올라옵니다. 별들은 오히려 조용합니다. 더 높은 데 저쪽에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시인 약력> 서울 출생 / ‘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나무 고아원’, 평론집 ‘시창작 이론과 실제’ 등 다수 / 현재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지독하게 영혼이 아픈 날 퇴락한 산사의 뒤뜰에 서다 녹슨 思惟의 닻을 올리고 머언 기억의 강을 건너면 어디서 오는가 바람의 긴 그림자 꿈속에서 조차 일탈을 꿈꾸는 天刑의 역마살, 바람의 품으로 다시 또 안기면 속이 빈 탑들은 우르르 무너지고 제자리만 고집하는 대나무 잎사귀들 색즉시공 공즉시색 반야경을 부른다 시간의 틈새마다 이끼처럼 돋아나던 사랑과 미움의 우울한 고뇌들 木魚의 빈 울림에 해탈의 강물로 흐를 때 깊은 계절의 안개 속에서 붉게 붉게 단풍드는 젊은 날 그 푸르던 노래여 만추의 노을 속으로 떨어지는 祥然寺의 풍경소리 아아, 이젠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바람의 넋으로 홀로 가리라. <시인 약력> 제주도 애월(涯月) 출생 / <문학과 세상>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경기문학인협회·수원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