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서울 페스티벌’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모습은 장관이었다. 지난달 29일 재연된 정조대왕 반차행렬이다. 서울 창덕궁을 출발, 한강대교 북단을 거쳐 노들섬까지 가진 대왕의 능 행차인 반차행렬은 한강을 배다리로 건넜다. 배를 연결하여 널빤지를 깔아만든 배다리는 한강이촌지구~노들섬 사이를 연결했다. 그러나 반차행렬은 1795년 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 참배에 이어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가진 것이 반차(班次)의 몸통이다. 그러니까 서울시가 주최한 반차는 출발에 불과하다. 정조대왕 능 행차의 몸통 행사는 수원시가 해마다 10월에 화성문화제 행사로 철저한 고증에 의해 사실적(寫實的)으로 재현하고 있다. 수원시 행사와 서울시 행사를 하나로 하여 개최하자는 말이 있었다. 말은 그럴싸 하지만 현실적으로 난점이 많아 성사가 어렵다. 그런데 고약한 것은 서울시의 반차행사 명칭이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이란 명칭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조대왕의 능 행차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개혁적 실학사상을 꽃피운 분이 정조대왕이다. 만조백관에 뿌리내린 탕평책은 정치적 실학사상이다. 허례허식을 타파한 것은 사회적 실학사상이다. 토지개혁을 단행, 중농정책을 편 것은 경제적 실학사상이다. 실학파문학이 만발한 것은 학문적 실학사상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박제가의 ‘북학의’, 박지원의 ‘열하일기’등 이밖에도 많은 개혁적 노작이 대왕 재위시에 나왔다. 궁중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는 혜경궁 홍씨의 한글 내간체 저서 ‘한중록’도 나왔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 명칭이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실학사상을 치세로 삼은 정조대왕 의중에 과연 들 것인지 궁금하다. ‘2007 서울 대축제’라고 해도 될 명칭을 굳이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이라고 한 것은 영어 사대주의 발상이다. 사대주의는 실학사상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그랬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다. 외국인 관광 안내서엔 영문 번역을 쓰더라도 고유명칭은 우리말로 쓰는 것이 대왕에 대한 예의범절이다. 이를 어긴 것은 또한 서울시민에 대한 예의범절이 아니다. 서울 시민들 가운데도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사람이 상당할 것이다. 서울시는 공공단체다. 공공단체의 영어 남용이 마치 천민지식(賤民知識)의 극치같아 영 씁쓸하다./ 임양은 주필

빗나간 자식사랑

김승연 한국화약 그룹 회장의 빗나간 자식사랑이 말썽이다. 술집에서 맞은 아들의 보복 폭행 현장에서 자신의 경호원들을 사주한 데 그치지 않고 가세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이럴 때가 있다. 맞고 들어오는 것 보단 때리고 들어오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큰 상처를 입히는 경우는 물론 다르다. 그러지 않고 웬만한 상처 같으면 치료비를 물어주더라도, 맞아서 치료비를 받는 것 보다는 때린 경우가 덜 속상한 게 대체적인 부모의 심정이다. 그러나 이는 속마음 뿐, 맞은 아이를 위로하고 때린 자기 자식을 나무라는 것이 또한 부모의 도리다. 김 회장의 아들은 싸우기도 하면서 자라는 어린 아이가 아니고 성년이다. 다 큰 아들이 술집에서 싸움질을 했으면 자식의 처신을 나무랄 일이다. 그도 지체있는 집안의 자식이라는 게 아버지 되는 이의 자존심이었다면 더욱 더 체신머리 없는 자식을 질책했어야 하는 것이다. 재벌은 경호원 두는 것을 이번 사건으로 처음 알았지만, 경호원을 시켜 보복 폭행에 가담한 사실은 아버지 치고는 정말 졸렬하다. 자기 자녀를 나무랐다고 학교에 쫓아가 선생님을 폭행하는 빗나간 자식사랑의 부모가 종종 있어 말썽이다. 최근 도내에서만도 두 건이나 이런 불상사가 잇달아 일어났다. 일본 총리를 지낸 다나카 가쿠에이는 총리 재임 때 가정방문 나온 손자의 담임 선생님을 현관 밖까지 나가 정중히 배웅했다. 할아버지 총리의 그같은 모습에서 손자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심성을 지녀 좋은 인격 형성을 갖도록 하기위한 깊은 배려였던 것이다. 하물며 자녀의 선생님을 폭행하는 부모의 행패는 교권침해와 더불어 안타깝게도 자녀의 인격 형성을 망가뜨리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짐승도 제 새낀 끔직히 여긴다. 인간의 자식사랑은 방법을 아는 점에서 동물의 본능과 다르다. 자기 자녀를 나무랐다고 선생님을 때리거나 자기 아들이 맞은데 대한 보복 폭행 같은 자식사랑은 동물적 본능과 비유된다.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막후에 또 뭣이 있는진 모르겠다. 어떻든 할 짓이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믿지 않는데, 그의 행위는 전형적 천민자본(賤民資本)이다. / 임양은 주필

젓갈문화

‘젓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밥도둑, 감칠맛, 짠맛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식품학자들은 뛰어난 효능을 먼저 얘기한다. 김치보다 오래된 젓갈은 세계인의 식품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치도 한때는 외국인들이 싫어하는 식품이었지만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사실을 그 사례로 든다. 김치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0-157 등을 억제하는 데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부터 수요가 급증했다. 젓갈도 김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곰삭은 냄새가 김치 못지 않다. 서양인은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도 젓갈을 맛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식품으로서 뛰어난 젓갈의 효능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러나 젓갈은 우리나라만의 음식이 아니다. 일본·중국 ·베트남·태국 등 동북·동남아시아 쌀 문화권에선 보편화된 식품이다. 쌀밥에 부족한 단백질의 공급원인 동시에 맛도 잘 어울려서다. 우리나라엔 젓갈의 종류가 알려진 것만 117종이나 된다. 젓갈에 관한 기록도 김치보다 훨씬 이전인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면이 바다여서 젓갈의 원료가 풍부하고, 사계절이 뚜렷해 이를 오래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데다, 젓갈과 잘 어울리는 쌀과 채소류가 풍부한 것이 젓갈 문화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젓갈은 재료가 다양한 만큼 성분 조성도 달라 어떤 농산물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그 효능이 배가되기도 하고 반감되기도 한다. 예컨대 새우젓과 돼지고기는 이른바 찰떡궁합이다. 돼지고기의 주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이다. 새우젓에는 돼지고기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와 지방을 분해하는 리파아제가 많이 들어 있어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되고 맛이 좋다. 어리굴젓과 쌀밥도 궁합이 잘 맞는다. 어리굴젓엔 우리 몸에 필요한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한 반면 쌀밥에는 이 성분이 적다. 함께 먹으면 영양을 균형있게 섭취할 수 있다. 1990년대 2만t 수준이었던 젓갈 생산규모는 김치가 뜨면서 2000년 이후 6만t 수준으로 늘었다. 젓갈의 세계화 추세가 증명된다. 특히 스폐인·페루·노르웨이 사람들이 멸치젓갈과 청어젓갈을 즐겨 먹어 앞으로 다른 나라에 수출도 가능하단다. 젓갈을 ‘한민족의 애환이 곰삭아 녹아든 맛’이란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딸기

옛날 노부부가 살았는데 금실은 좋았지만 소생(所生)이 없어 늘 고민을 하였다. 어느 날 남편이 약초를 캐러 갔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허기진 배를 딸기로 가득 채우고 산에서 내려 왔다. 그날 밤 남편이 소변을 보는데 요강이 넘칠 정도로 소변 줄기의 힘이 강해졌고 아내는 태기가 생겨 고대하던 아기를 낳게 됐다. 그래서 딸기를 먹으면 남성의 힘이 강해진다 하여 ‘요강이 엎어진다’는 뜻의 엎을 복(覆)자와 동이 분(盆)자를 합한 ‘복분자(覆盆子)’란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딸기 이름에 얽힌 유래가 재밌다. 실제로 한방에서 “딸기는 기운을 돋우고 몸을 가볍게 한다. 비뇨기 계통을 강화시켜 유정(遺精·정액이 계속 흘러나오는 증상)과 양위(暘萎·성기가 발하지 않는 증상)를 치료하며 여자에게는 수태를 촉진시킨다. 또한 폐의 기능이 허하고 위축돼 있는 것을 보해 주고 간을 보하며 눈을 밝게 하고 모발을 검게 한다”고 한다. 딸기를 하루에 6~7알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를 모두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과일 중 비타민C 함량이 으뜸이다. 비타민C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부신피질의 기능을 활발히 해 주어 체력 증진, 노화방지, 원기 회복, 스트레스 해소, 상처 치유, 감기 예방, 피부미용, 빈혈 예방에 효과가 있다. 딸기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 역시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또 딸기의 식물성 섬유질인 펙틴은 혈관계통의 질병을 예방하고 장운동을 도와 변비와 장질환 치료에 좋다. 딸기에 우유나 생크림을 곁들여 먹으면 딸기의 풍부한 구연산이 우유의 칼슘 흡수를 돕고 비타민C는 철분 흡수를 도와 최고의 음식이 된다. 영국에선 딸기에 크림을 얹어 먹는 것을 행복한 결혼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딸기는 과일 중에서도 당도가 높은 과일로 분류돼 지나치게 먹으면 체내 중성지방을 증가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설탕을 쳐서 먹으면 설탕이 딸기의 비타민B1과 사과산, 구연산을 파괴시키기 때문에 최악의 음식궁합이란다. 예전엔 음력 5월쯤 딸기를 따 ‘수원 딸기’의 상징인 ‘푸른지대’는 주말이면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했다. 요즘은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이른 봄에 가장 많이 출하된다. 이젠 ‘푸른지대’도 추억 속의 명소가 됐다. / 임병호 논설위원

북한 연극

북한의 이른바 ‘5대 혁명 연극’ 중 하나인 ‘딸에게서 온 편지’는 고(故) 김일성 주석이 직접 쓴 작품이라고 한다. ‘5대 혁명 연극’은 김일성이 만주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하던 1930년대에 직접 창작했다고 하는데 사실주의적, 계몽적 특징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 연극의 ‘본보기’로 불리는 ’성황당’이 5대 혁명 연극의 대표작이라는데 ‘딸에게서 온 편지’는 가난과 봉건적 관념이 뿌리 깊이 남아 있던 1920년대 한반도 북부 산간 마을에 사는 순박한 농민들의 생활상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희곡이란다. 1930년 가을 만주에서 공연됐던 것을 1987년 북한의 ‘국립연극단’이 재창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공연된다고 한다. 글을 알지 못하는 농민 허달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문맹퇴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허달수는 간도에 간 딸의 소식을 눈 빠지게 기다리지만 까막눈인지라 딸이 보내 온 편지를 찢어 담배를 말아 피우고 구멍난 창을 막는 인물이다. 글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다가 여러가지 소동을 빚지만 결국 배움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야학에 입학하게 된다는 게 줄거리다. 그런데 이 ‘딸에게서 온 편지’가 북한 희곡으론 최초로 남한 연극 무대에 오른다. 중국 연변연극단이 서울연극제의 초청을 받아 5월17~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다섯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공연을 맡은 연변연극단은 1956년 창단 이래 중국 지린(吉林)성 일대에서 북한 연극 양식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여서 이번 공연을 통해 북한 사회주의 혁명 연극의 방식과 연기, 북한 사투리가 섞인 대사, 무대장치, 음악 등 북한 연극의 특징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일급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는 연변대 박미선 교수가 연출하며, 무대미술과 음악은 남승철 중국무대미술학회 이사와 최삼명 중국조선족음악가협회 회장이 각각 맡는다. 최근 연변연극단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서울연극협회 산하 서울평양연극제추진위원회는 ‘북한연극 바로보기’라는 기치 아래 앞으로 5대 혁명 연극 전부를 서울에서 공연할 방침이다. 북한 연극은 이런 통로로 서울에서 공연되는데 남한의 연극이 북한 무대에 올려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김일성 주석이 정말 희곡을 창작했는진 확실치 않지만 <김일성 작·박미선 연출 ‘딸에게서 온 편지’>가 남한에서 공연된다니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 임병호 논설위원

대선 예비후보

오는 12월19일은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다. 중앙선관위가 이를 앞두고 접수한 대선 예비후보 등록 첫 날인 엊그제 자그마치 15명이 등록했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기타 정당 무소속 등이 등록했지만 세인이 기억할만한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정치권에서 정작 거명되고 있는 여권, 야당 주자들은 아직 등록을 미루고 있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은 앞으로 약 30명에 이를 전망이다. 대통령감이 이토록 많은 게 아니다. 이름을 알리고싶어 하는 매명주의자들이 대선 예비후보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본선에는 나설 속셈이 아닌 요량이면서 우정 등록하는 예비후보가 태반이다. 이들은 이력사항에 ‘제17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등록’ 이같은 한 줄을 넣기위해 나랏 일의 대사인 대통령 선거를 희화화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등록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이런 코미디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오는 11월 본선 후보 등록이 정식으로 있기 전까지는 사무실도 두고 홍보물 등을 배포하는 등 후보 행세가 이어질 것이다. 살벌한 대선 판도에서 실소를 자아내는 대선 놀음 코미디가 있는 것도 민주주의의 양념으로 여기면 되겠지만, 어물전 망신 뭐가 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없지 않다. 독불장군이 없다는데 거의가 독불장군인 것이 또 공통된 특성이다. 아무튼 대선 예비후보가 많아 중앙선관위 업무만 더 바빠지게 됐다. 대선 예비후보 가운덴 내년 총선을 겨냥, 예비후보 입지를 전초전 삼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중앙선관위의 관측이다. 그렇다 해도 이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어렵긴 해도 총선용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현저한 사실이 확인되면 사전선거운동으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 중앙선관위 방침인 것 같다. 모든 제도에는 다 장단점이 있다. 대선 예비후보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 선거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처음 도입된 예비후보 제도가 순기능 보단 역기능을 먼저 나타내고 있다. 이렇긴 해도 예비후보 제도는 괜찮다. 다만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예비후보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 보완하는 개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양은 주필

‘데이신다이’(挺身隊)

‘일본이 10여 명의 자국민 납치엔 북측에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점령지 여성 수천 명을 위안부로 강제 동원한 사실은 인정도 사과도 않는다’는 건 미국의 여론이다. 아베 일본 총리는 엊그제 워싱턴포스트 등과의 인터뷰서 “당시 상황에서 위안부로 곤경과 고통을 겪도록 만든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총리 취임 후 첫 방미를 앞두고 악화된 여론을 무마키 위한 미봉책인 것이다. 아베는 그러나 강제 동원된 사실엔 끝내 답변을 피해 언급하지 않았다. 1943년 보르네오서 일본 헌병들이 길가는 여성들을 붙잡아 위안부로 보낸 기록이 발견되고, 일본 당국의 지시로 위안소를 설치했다고 증언된 판결문이 네덜란드 전범재판 문서에서 나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문건이 어딘가에 없지 않을 것 같은데 멸실되어 찾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국내에 있던 일본인들은 패전하자 조선총독부를 비롯한 모든 관공서 문건을 불태우고 철수했던 것이다. 위안부로 강제 동원당한 사람이 아직 살아있고, 강제 동원하는 것을 본 사람이 또 살아있고, 무엇보다 당시 위안부를 상대하여 강제로 끌려간 것을 알고 있을 일본군 출신의 일본 노인들이 지금도 살아있는 마당에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아베의 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허튼 소리다. 위안부는 성의 노예, 즉 성노(性奴)다. 끌려가지 않으면 그같은 전쟁터 군부대에 자진해서 갈 사람이 세상 천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일본에 있는 일본 여성이나 점령지에 있는 일본 여성들은 전혀 동원되지 않은 것이 위안부다. 그럼, 점령지나 식민지 여성들이 일본에 충성을 바치기 위해 제발로 갔다는 것인가, 말도 안되는 이같은 논거가 곧 강제 동원한 반증(反證)인 것이다. 위안부의 원래 명칭은 ‘데이신다이’(挺身隊)다. 우리 발음으로는 정신대다. ‘挺’은 뺄정자다. 일본인들은 ‘몸을 나라에 바친다’는 뜻으로 ‘데이신다이’라고 했지만 알고보면 정신대 어의 자체에 강제성이 담겼다. ‘데이신다이’를 언제부턴가 위안부라고 부르게 됐지만 잘못이다. 위안부라 한다고 피해 여성이 위로 받는 것은 아니다. 세계 전사상 유례가 없는 인성 말살이 일본의 ‘데이신다이’ 동원이다. 고유명사 대로 불러야 한다./ 임양은 주필

선거꾼들의 배후?

“요즘은 누가 밥 사준다고 해도 겁이 나요…” 어느 시민의 말이다. 4·25 재보선이 한창이지만 이만도 아니다. 대선 관련도 없지 않다. 어느 누구는 “밥 살 사람이 있는데 열 사람만 모여달라고 해서 거절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멋 모르고 휩쓸리다가는 낭패 당할 선거꾼들의 유혹이 무섭다”고도 했다. ○○선관위는 ××보선지구 유세에서 돈이 뿌려진 사실을 포착, 추적 조사가 한창이다. 유세장에 동원된 상당수의 노인들에게 1만원씩이 건네졌다는 것이다. 문제의 유세장 녹화테이프에선 지원 연사로 나선 모 정당의 대선 주자 목소리가 쨍쨍 울렸다. 경로당처럼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 주변에 있다가 차에 태워가곤 하는 약장수들이 있었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 대상의 차떼기꾼들이 있어 유세장으로 데려가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시간이 남아돌아 무료한 처지여서 “좋은데가 있어 모셔 가겠다”고 하면 무작정 따라 나서기 마련인 것이다. 이러한 노인들이 유세장에 간다고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담배만 마냥 태우며 사람 구경으로 잡담 소일하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동원해가는 선거꾼들이다. 동원해가면 사람 머리 수에 따라 사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한심한 것은 청중을 동원하는 선거꾼들의 배후다. 누가 선거꾼들을 조종하는 배후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알 수 없다. 아직도 이런 유치한 협잡을 일삼는 베일속 정체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동원해가는 사람 머리 수에 따라 사례를 받기는 밥상머리 동원도 마찬가진 모양이다. 부업삼아 일삼는 이같은 선거꾼들의 배후 역시 알 수 없으나 이도 밝혀내야 할 과제다. 그런데 4·25 재보선이 끝나도 오는 대선까지는 여전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멋 모르고 동원되어 갔을지라도 돈을 받으면 50배의 과태료가 나온다. 누가 사는 밥인지 모르고 갔다가는 나중에 밥값의 50배를 과태료로 덤터기 당하는 봉변을 겪기 십상이다. 선거판이 하도 고약하다 보니 어딜 따라가기도, 누가 밥 산다고 해도 내키지 않는 무서운 세태가 됐다. 따라가 돈을 받거나 밥을 얻어먹어 올가미를 씌우기 전에는 자신을 숨기는 것이 선거꾼들의 수법이다. / 임양은 주필

강단에 없는 교수들

대학가가 요즘 학교발전기금 모금 및 연구비 수주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발전기금 유치는 물론 학교운영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도를 넘어서면 대학 본연의 학문연구나 학생 지도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대학 총·학장들이 직접 목표액을 설정·공표하는 일이 당연시 되는 상태다. ‘돈걷기 전쟁(錢爭)’ 목표 달성을 위해 동문과의 만남 행사나 재학생 대상 캠페인에 교수들이 동원된다. 연간 1천만원 이상 발전기금을 유치하거나 공헌한 교직원에게 격려금을 주는가 하면 외부 기관과 발전기금 컨설팅 계약을 맺기도 한다. 기부금을 낼 때 기금 출연 권유자를 공개해 명단을 작성하기까지 한다. 기부금 액수가 1천만원이 넘을 경우 유치자에게 5% 이하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기금 유치 성과를 교원 업적 평가에 일정 부분 반영하는 대학도 등장했다. 교수들이 수업 도중 “요즘 대학생은 9학기, 10학기씩 다니기 때문에 한 학기 등록금은 거뜬히 더 낼 수 있다”며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캠페인’을 제자들에게 권유할 정도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수주하면 교수에게 전체 연구비의 일정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심지어 교내연구비 선정시 해당 교수의 최근 2~3년 간 외부 연구비 수주실적을 반영한다. 모 대학 K 교수의 경우, 본업인 ‘연구’보다 과욋일인 ‘외부업무’로 더 바쁘다. K 교수는 기업체로부터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한 ‘로비’ 작업이 주된 일이 됐다. 외부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해오면 학교 당국은 수주금액의 3% 가량을 인센티브로 준다. 억대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경우 승진, 재임용 심사에도 반영된다. K 교수가 외부에서 수주한 연구비에서 얻은 수입은 학교 월급의 3배 가량된다. 교수들이 외부 업무에 충실하다보니 학문 탐구 저조는 물론 학생지도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는 건 학생들이다. 교수들이 연구비 수주에 정신을 쏟는 탓으로 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기초 학문은 조명조차 받지 못한다. 발전기금 유치 실적이 총·학장이나 교수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대학 풍토가 안타깝다. 재학생들로부터 받는 비싼 등록금은 어디에 쓰려고 교수들을 대학 밖으로 내몰고 있는가. 모든 대학들은 교수들이 학생들을 위해 강단에 있도록 해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역사 용어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한 35명의 학자들이 한국 근현대사의 논쟁적 용어들을 되짚는 책 ‘역사용어 바로쓰기’를 냈다. 이들은 잘못된 역사용어를 바로 잡을 것을 적극 제안했다. ‘삼국시대’ 대신 고구려·백제·신라·가야를 시야에 올리는 ‘사국시대’가 올바르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태식 홍익대 교수는 “흔히 ‘삼국시대’로 불리는 기원전 1세기부터 668년까지 대부분의 시기에 ‘사국’이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6·25전쟁’은 ‘한국전쟁’, ‘통일신라시대’는 ‘남북국시대’, ‘신사유람단’은 ‘1881년 일본시찰단’, ‘한일합방조약’은 ‘한국병합늑약’ 등으로 쓰자는 제안이 뒤를 잇는다. 이유와 근거는 다양하다. 대체적인 뜻이 역사의 한 측면만 강조해온 식민사관·반공사관 등의 잔재 극복이다. 이념적 편견 없이 역사적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역사용어부터 바로잡자는 이야기다. 혼용·혼재돼 쓰이고 있는 여러 역사용어의 차이를 짚어 설명한 건 ‘의사’와 ‘열사’다. 성리학적 의리관이 담긴 ‘의열지사’에서 비롯된 두 단어는 애초 뚜렷한 구분 없이 쓰이다가, 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인물을 ‘열사’로 부르는 쪽으로 변모했다. ‘납북’과 ‘월북’은 구분하면서도 ‘납남’이라는 용어 없이 모든 경우를 ‘월남’이라 표현하는 역사 인식의 공백도 지적됐다. ‘월북자’를 배신자, 빨갱이로 몰고, 남쪽으로 넘어온 사람은 모두 자발적 월남자로 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했던 조선인 여성을 한때 ‘정신대’로 일컬었다가 지금은 ‘위안부’라고 한다. 정신대라는 용어는 강제노동에 동원된 여성을 모두 포함하는 표현이다. 즐거움을 준다는 뜻의 위안부는 군국주의 일본과 남성 중심적 표현이다. 홑따옴표는 위안부 노릇을 강요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주목하는 장치다. 그러나 위안부도 적합하지 않다. 누가 누구를 위안했다는 말인가. 정신대, 위안부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진실을 호도하려고 만들어 낸 완곡어법이다. ‘성노예’가 맞다. 앞으론 ‘성노예’로 써야 한다. ‘8·15 광복’을 아직도 ‘8·15 해방’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광복절’을 ‘해방절’이라고 부르지 않는 게 다행이다. 역사용어 바로잡기도 과거 청산 작업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투표 안하면 벌금

이탈리아는 하원의원 선거 때 투표소까지 왕복 국영철도요금을 70%까지 할인해 주는 등 교통비를 지원한다. 투표를 안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벨기에·브라질·과테말라·룩셈부르크·칠레·필리핀·싱가포르·호주·에콰도로·이집트·스위스·터키 등 상당히 많다. 아르헨티나는 미화 20달러(약 1만8천원), 싱가포르 5싱가포르달러(약 3천500원), 호주 20호주달러(약 1만4천원), 필리핀 100페소(약 1천900원), 이집트 20이집트파운드(약 4천원) 등이다. 브라질은 해당 지역 최저 임금의 3~10%를 부과한다. 벌금과 법적 제재를 함께 가하는 경우도 꽤 많다. 아르헨티나는 벌금과 별도로 3년간 공직 취임 및 고용을 금지하는 등 상당히 엄격하다. 벨기에도 공직 취임을 제한하며, 베네수엘라는 벌금 없이 은행 대출과 해외여행을 금지한다. 에콰도르는 시민권을 박탈하며, 멕시코는 1년간 은행 신용거래를 금지하고, 브라질도 은행 대출과 공직 취임을 제한한다. 그리스는 벌금과 운전면허 취득 및 비자발급을 제한하던 제도를 폐지했으나 70세 미만인 사람의 투표 의무를 상징적으로 규정했다. 벌금제도를 도입해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유지하는 호주는 투표를 의무화한 1925년 총선 이후 95%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벌금부과는 1% 미만에 불과하다.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합당한 이유를 적은 사유서를 당국에 제출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멀리 떨어진 오지까지 찾아가는 이동투표소를 운영하고 사전 투표, 우편 투표를 통해 투표 참여를 적극 권장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투표율이 벌금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호주인들도 투표일이 되면 주한 호주대사관을 찾아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의사는 투표로 표현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투표율이 점점 떨어진다. 특히 지난해 7·26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24.8%여서 당선자의 대표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낮은 투표율은 정치 불신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투표 불참은 정치 풍토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4·25 재·보궐 선거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높은 투표율을 기대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푸틴의 3선정국

유도선수 출신의 다부진 체구, 매서운 눈매의 소련 첩보원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선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있다. 무표정한듯한 얼굴이 되레 강한 인상을 준다. 그의 3선 여부가 뉴스로 오르는 가운데 찬반 논의가 한창이다. 미르노프 상원의장,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 두드 탈라주 지사, 하원의 중진인 사모신 의원 등 주로 정치권에서 3선 개헌을 주장한다. “강한 러시아 부활을 일으켰다” “어떤 지도자가 훌륭하게 일했다면 굳이 바꿀 이유가 뭣인가” “모든 국민들이 러시아를 위기에서 구한 푸틴이 계속 대통령직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국내 다른 정치인 모두의 지지도를 합친 것보다 높다”는 것 등이 푸틴 3선을 지지하는 주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푸틴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주말(14,15일) 모스크바에선 1만4천여명, 상트페테부르크에서는 2천여명의 시위대가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여 곤봉 세례로 맞선 경찰과 크게 충돌했다. 좌우파가 합세하여 “푸틴 사임” “독재타도” 등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인 시위대 가운데, 리모노프 전국볼셰비키당수 등 야당 인사를 비롯한 250여명이 두 곳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진압과정에 경찰 헬리콥터가 동원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집권층 여권에서는 3선 개헌을 주장한데 비해 야권에서는 푸틴 타도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에 있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반정부시위는 점차 더 잦을 전망이다. 푸틴은 강력한 통치로 대통령 취임후 7%대의 고속 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이에 힘입은 경제 호황으로 지지도가 약 70% 선에 이른다. 그러나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제한했다. 해를 더할수록 더 옥죄었다. 이 때문에 경제를 부흥시킨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독재자란 말을 듣는다. 러시아 정치 정세가 마치 유신 전야의 3공화국 말기를 연상케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속 성장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 호황을 누렸으나 개발독재는 여전했다. 마침내 4공화국의 유신정권이 출범, 헌정사상 두번째 3선 개헌이 강행됐다. 푸틴은 자신의 3선을 위한 개헌론에 뚜렷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3선 정국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주목된다. / 임양은 주필

‘화성성역화’ 특별법안

화성은 서울, 즉 한양의 제2 수도 성곽이다. 서울 성곽은 18.13㎞인데 비해 화성 성곽은 둘레가 5.74㎞다. 다같은 사적으로 지정됐다. 화성은 사적 3호, 서울성곽은 사적 10호다. 보존 상태나 복원 등은 화성도 서울 성곽과 마찬가지로 전화 등을 당했으나 월등하게 낫다. 서울 성곽은 북악산, 인왕산, 낙산 등을 잇는 구간 중 7.56㎞가 돈의문 등과 함께 일제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졌다. 1975년부터 한동안 복원공사를 벌여 10.12㎞를 복원하고도 미복원 구간이 그토록 많다. 그런데 미복원 구간 7.56㎞ 가운덴 유구만 남아있는 구간이 2.42㎞, 멸실 구간이 5.14㎞나 된다. 이 때문에 복원공사를 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많아 서울시는 연구 용역을 발주할 모양이다. 그리하여 복원이 영 불가능한 구간은 성곽의 흔적만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성곽 복원사업이 끝나면 유네스코에 세계역사도시로 등재를 신청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성곽은 미복원 구간이 별로 없다. 다만 성곽 시설물 51개소 가운데 원형이 보존된 것은 11개소여서 40개소를 복원해야 한다. 이도 그동안 33개소는 복원을 마쳐 이제 7개소만 남았다. 문제는 성 내·외시설이다. 성 내·외시설은 모두 58개소다. 이중 5개소는 원형이 보존됐다. 복원 대상의 시설물 53개소 가운덴 21개소는 복원됐으나 32개소는 미복원 상태다. 더 큰 문제는 화성성역화 사업이다. 성 내·외 2천240㎢에 걸친 성역화사업은 지난 1999년 시작되어 오는 2020년까지 마칠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이미 국비 156억원, 도비 481억원, 시비 2천697억원 등 3천334억원이 들어갔다. 화성성역화사업은 국책사업이다. 조선조 후기에 개화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정조대왕의 개혁정신이 살아 숨쉬는 화성은 또 대왕의 효 사상이 서린 유서깊은 성지다. 벌써부터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화성과 화성행궁은 세계적인 순례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를위한 수원화성성역화 관련 특별법 제정이 지지 부진하다. 남경필 의원(한나라당·팔달), 심재덕 의원(열린우리당·장안) 두 의원이 각각 발의한 관련 법안의 국회 문광위 심의가 잘 안되고 있다. 두 법안을 병합 심의, 단일 법안으로 만들어 하루빨리 입법조치해야 할 책임이 두 의원에게 부하돼 있다./ 임양은 주필

젓가락문화

인간의 식사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젓가락, 포크, 맨손으로 먹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식은 지구촌 인구의 각기 3분의 1을 차지한다. 젓가락은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 아시아 지역이 쓴다. 그렇지만 젓가락 모양은 다르다. 중국의 젓가락은 크고 투박하다. 고전 무협에서 표창처럼 무기로 썼을 정도다. 일본 젓가락은 잘 다듬어지고 중국 것보단 작다. 한국의 젓가락은 가는 게 특징이다. 또 중국 일본의 젓가락은 나무인데 비해 한국 젓가락은 쇠다. 예전에는 놋쇠로 만들었던 것을 비철금속으로 많이 만든다. 놋쇠나 비철금속의 가는 젓가락은 나무로 되어 보다 굵은 중국, 일본 젓가락에 비해 용법이 섬세하다. 같은 동양 삼국의 젓가락문화에서도 용법의 섬세함이 가장 뛰어난 것이 한국 젓가락문화의 특징이다. 국내 의료의 생체이식, 미용성형 등 외과수술 분야의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간 등 이식이나 심장 관절수술 미용성형 등 수술을 연수하러 오는 중국 몽골 이라크, 심지어 의료 선진국인 미국 일본 유럽 등 전문의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수술은 분리하고 혈관을 묶고 꿰매는 집도 과정에 추호의 오차도 용납지 않는 섬세함이 요구된다. 그런데 국내 의료진의 이런 집도를 지켜보며 배우는 외국 연수진들은 정교한 수술 솜씨에 절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는 것이다. 이엔 깊은 연구와 수련의 피나는 노력이 축적된 것은 물론이다. 몇년 사이에 이룩될 수 없는 필생의 노하우가 쌓인 경지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들자면 우리의 젓가락문화의 기여를 들 수가 있다. 젓가락 용법의 섬세함이 손가락에 밴 게 정교한 집도에 도움을 준 잠재적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수술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로봇을 조종하는 건 수술을 맡은 의사지만 환부에 대한 직접 수술은 로봇이 하는 것이다. 아직은 개발 단계여서 일반화하기에는 멀지만, 장차 수술로봇이 나와도 정교하게 조종할 젓가락문화가 그렇다고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외국 전문의들 연수진을 감탄케하는 국내 생체이식 등 수술 수준은 실로 자랑스럽다. 한국의 젓가락문화가 기여하는 전문 분야는 또 있을 것이다. 엄마의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이고나면 밥을 먹는다. 밥먹기 시작하면 숟갈과 함께 배우는 아기의 서툰 젓가락질 모습은 보기에도 앙증스럽도록 귀엽다./ 임양은 주필

어린이 우울증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 다니거나, 다른 아이의 일에 참견하고, 장난이 지나쳐 친구와 자주 다툰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공부를 유난히 싫어하는 증세가 있을 때는 ADHD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자폐증 사전 검사는 생후 18개월에 시작해 3, 5세 때 한 차례씩 받는 게 좋다. 1만명당 20명꼴로 걸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폐증은 한번 걸리면 평생 가는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 치료하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생후 100일이 지나도 눈 맞춤이 없거나 돌이 지나도 말을 잘 하지 못하면 자폐증 여부를 알아 봐야 한다. 우울증은 성인만 걸리는 질병이 아니다. 아이도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아이의 1%가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아이 우울증은 성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성인은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무기력·신경과민 현상을 보이지만 아이들은 화를 자주 내거나 짜증을 낸다. 소아 우울증은 무단 결석, 약물 남용, 가출 등으로 이어져 청소년 일탈 행동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이가 기분 나빠할 때가 많은지, 짜증을 많이 내는지, 모든 일을 귀찮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이 별로 없는지, 죽고 싶다는 말이나 생각을 하지는 않는지 등을 부모가 찬찬히 살펴 보아야 한다. 평소 가정이나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도 소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가 정신적으로 고통 받으면 아이를 잘못 키워서 아이가 산만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DHD는 뇌 속에 집중력을 관장하는 신경부위의 발달 장애로 생긴 것이어서 양육 환경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하여도 대부분 질병이 마찬가지이지만 소아 청소년 정신 질환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어릴 적에 고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까지 인격형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설마 우리 아이가’하는 안이한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어린 자녀들은 어미닭 품속에 있는 병아리와 다름 없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부모가 항상 보살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한남정맥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인식하였던 山줄기 체계는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이로부터 가지 친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이루어졌다. ‘산경표(山經表)’에 근거를 둔 이들 산줄기의 특징은 모두 강을 기준한 분수산맥으로 그 이름도 대부분 강이름에서 비롯됐다. ‘한남정맥(漢南正脈)’은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갈라진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의 끝인 안성 칠장산에서 시작되어 서북쪽으로 김포의 문수산까지 평야지대의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졌다. 이름 그대로 경기도의 한강본류와 남한강의 남쪽 유역의 분수령으로 해발 100m 미만의 낮은 등성이의 연결로서 서쪽에 위치한 인천·시흥·안산·수원·오산· 평택·천안 등 아산만을 중심한 해안평야와의 경계를 이룬 산줄기다. 한남정맥을 이룬 주요산은 칠현산·백운산·구봉산·대소곡둔현·석륜산·수유산·부아산·보개산·석성산·객망현·광교산·사근현·오봉산·수리산·오자산·소래산·성현·주안산·원적산·경명산·북성산·가현산·약산·문수산 등으로 ‘산경표’에 기록됐다. 한남정맥을 중심으로 서쪽 해안지방과 내륙의 한강유역권의 생활문화 발달은 예로부터 현격한 차이점이 있으며, 같은 경기지방이면서도 국지적 기상변화 등 생활양식과 함께 언어의 차이까지 보이고 있다. 현대지도에서의 한남정맥 산이름을 찾아보면 칠장산·도덕산·국사봉·상봉·달기봉·무너미고개·함박산·학고개·부아산·메주고개·할미성·응봉·형제봉·광교산·백운산·수리산·소래산·성주산·철마산·계양산·가현산·필봉산·학운산·것고개·문수산 등으로 수도권의 중심 생태·녹지축이다. 산소 공급원이다. 그런데 이 한남정맥 중 김포시 문수산~수안산~가현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폐기물에 신음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됐다. 인천녹색연합이 7차례에 걸쳐 한남정맥의 마루금을 중심으로 환경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군부대의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군부대의 특별관리가 필요한 탄창, 군용 폐건전지, 곡사포 탄피 등과 건축자재, 소파를 비롯한 대형 일반 폐기물도 다량으로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일반 폐기물 무단 투기도 문제이지만 군용물품이 산야에 버려져 있다는 건 더욱 심각한 노릇이다. 군부대가 국토방위만이 아니라 자연환경, 한남정맥도 보호하고 지켜줬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珍 風 景

한국유네스코 경기도협회 제33차 정기총회가 열린 10일 경기도 교원단체총연합회 대강당안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유네스코 초청으로 참석한 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이 ‘행복이 담긴 미술요법(美術療法)’에 대한 특별강연 도중 회원들에게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나눠 주며 즉석에서 그림을 그릴 것을 명령(?)했다. 고희(古稀), 미수(米壽)를 누리는 회원들도 적지 않았지만 100여명이 모두들 초등학생처럼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20여분 후 도화지를 모두 거둔 신 회장이 한 작품씩 평가했다. 고향길 옆의 보리밭, 눈앞에 아른거리는 얼굴을 상징한 무지개,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학(鶴) 한 쌍 등이 소개됐다. 영실버아트 수강생인 서일순(74세)·김강희(77세)할머니는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도화지에 담았다. 신 회장은 많은 그림들을 일일이 설명하곤 “잘 그리셨죠? 박수 쳐 주세요”하며 분위기를 흐뭇하게 이끌어 나갔다. 한국화의 대가 이길범 선생은 소나무가 보이는 보리밭 속의 연인을 실루엣으로 그렸고, 서양화의 대가 김학두 선생은 벚꽃나무 아래 사잇길을 걷는 연인을 그려 역시 호평과 박수를 받았다. 사진작가 최종엽 선생은 손자 얼굴을 멋있게 그렸다. 시인이며 서양화가인 신현옥 회장은 이길범· 김학두 두 화백의 한참 아래 후배이지만 이 날 만은 입장이 바뀌었다. 신 회장의 칭찬과 회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두 원로 화백은 시종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미술을 통해 치매를 치료· 예방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 신 회장은 “그림을 그리니까 젊어 집니다. 자꾸 그리면 어린이들과 자연적으로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동심에 젖게 됩니다. 유네스코 회원님들은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 입니다”라는 말로 총평을 끝냈다. 이날 김순태 유네스코 회장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 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 올라 /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라는 이해인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하며 총회를 마쳤다. 진풍경이 아름다운 날 경기도청 안팎에서 벚꽃들이 손짓하고 있었다. / 임병호 논설위원

공중화장실

‘궁궐지’(宮闕志)는 조선 왕조의 궁궐에 관해 수록한 책으로 순조 때 편찬됐다. 이에 의하면 경복궁에 28개의 뒷간이 있었다. 임금은 뒷간에 가지 않고 이동용 좌변기를 썼다. 매화틀이다. 복이나인(僕伊內人)은 매화틀을 도맡는 나인이다. 임금이 일을 마치면 그것을 들고 내의원으로 간다. 내의원에선 매화틀속 배설물을 검사하여 임금의 건강 상태를 살피곤 했다. 하지만 궁궐에는 임금 말고도 많은 사람이 살므로 뒷간을 두었던 것이다. 지금은 화장실이라고 하지만 원래의 우리 말로는 뒷간이다. 아낙네의 안뒷간, 남정네의 밖뒷간이 있었다. 한문식 우리 말로는 측간(?間)이라고 했다. 한문의 ‘?’은 뒷간 측자다. 절에서는 해우소(解憂所)라고 한다. 걱정을 해결한다는 뜻이다. 화장실이란 말 말고 변소(便所)라고도 하는데 일본말로 이도 일제 잔재다. 일본 발음으로는 ‘벤쇼’다. 대·소변이란 말은 ‘다이벤’ ‘소벤’으로 이 역시 ‘벤쇼’에서 유래됐다. 뒷간이란 말이 어떻게 화장실로 바뀐진 잘 알 수 없으나 일본은 지금도 ‘벤쇼’란 말을 쓴다. 그들에게 ‘화장실’이라고 해서는 알아듣지 못한다. 아마 영어의 레스트 룸(rest room) 같은 어의로 쓰기 시작한 것이 화장실로 보편화되지 않았는가 하고 짐작된다. ‘측간하고 처가집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처가집도 가까울수록 좋은 것 같고, 측간은 수세식 좌변기가 되어 아예 집안에 붙어 있다. 그런데 이밖의 측간으로 공중화장실이 또 있다.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공중화장실은 시민사회의 의식 수준을 나타낸다. 지저분한 곳일수록 깨끗이 쓸 줄 아는 것이 수준 높은 시민사회인 것이다. 우리의 공중화장실 문화가 일본의 공중변소나 서구의 공중화장실인 레스트 룸 문화보다 더 낫다 할 수는 없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그렇다. 얼마전에 외국사절들이 수원의 광교산 ‘반딧불이’ 등 공중화장실을 둘러보고 감탄했다는 말을 듣고 싫지는 않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의 공중화장실이 다 ‘반딧불이’ 공중화장실처럼 거액을 들여 짓고, 많은 인건비를 들여가며 전문관리케 하는 것은 아니다. 남이 더럽혔어도 나는 깨끗이 쓰겠다는 마음 가짐이 시민사회의 성숙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임양은 주필

소나무·바위 ‘도둑’

소나무, 조선소나무라고도 하는 재래 소나무는 재목으로 보다는 관상용으로 많이 쓰인다. 예전엔 주요 땔감이었지만 화목으로 안쓴지가 오래다. 소나무가 관상용에 치중하다 보니 반듯한 소나무보단 몸통이 비스듬하게 뻗었거나 구부러져 모양새가 괴상한 것을 더 친다. 괴상한 소나무가 흔한 것은 아니다. 요즘 공공용, 개인용 할 것 없이 조경이 일반화 되면서 이런 소나무 수요가 많아졌다. 그 많은 소나무 수요가 정상적인 공급으로만 이루어지진 않는 것 같다. 남의 산에서 캐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유림에서도 캐오지만 국·공유림에서도 캐오는 것으로 들린다. 소나무만이 아니다. 역시 조경사업 등에 많이 쓰이는 것이 기암괴석이다. 괴상한 모양새의 바위일 것 같으면 산에서도 캐오고 하천에서도 마구 캐온다고 한다. 소나무나 기암괴석을 캐는 덴 포클레인이며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동원된다. 산을 파헤치고 하천 바닥을 이 잡듯이 뒤져 캐고 파내는 것이다. 소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에 몇 백만원씩 한다니 전문 도굴꾼들이 기를 쓰고 찾아 나서는데 이게 모두 도둑질이다. 국민사회의 자연재산을 도둑질해 축재하는 것으로 죄질이 아주 나쁜 악질 도둑인 것이다. 지난 5일은 식목일이고 4월은 식목의 달이다. 많은 나무를 심고 또 심게 된다. 그런데 소나무 도둑이나 바위 도둑들을 그냥 놔둬서는 나무 심는 의미가 삭감된다. 소나무며 바위를 캐면서 산을 파헤치는 주변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광범위해 훼손이 막심하다. 비가 오면 사태를 일으켜 다른 임목에 피해를 준다. 조경사업이 갈수록 늘어 소나무며 바위 등 수요가 느는 것이 문제다. 야생의 자연을 파괴해가며 조경을 일삼는다면 그런 조경은 환경사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용 조경부터 소나무나 기암괴석 사용을 자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욱 주요한 것은 조경시장에 유통되는 소나무나 기암괴석의 출처다. 만일 도둑질한 소나무를 국가 기관이나 공공단체가 사다 심는다면 슬픈 코미디다. 유통시장의 소나무, 기암괴석 등이 어디서 나왔는 것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출처가 정당한 것은 원산지 표시를 하고 의심스러운 것은 추적 조사를 벌여 단속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임양은 주필

서장대 복원 준공식

팔달산 산정(山頂), 우아하고 장엄한 큰북 소리가 널리 널리 그리고 하늘 높이 울려 퍼진다. 다섯명의 고수들 양 손 놀림이 신 들린 듯 바쁘다. 자주빛 실크로 된 ‘장이옷’ 차림에 머리카락을 펄펄 날리며 태평주(太平奏)를 온몸으로 자아내어 합주한다. 가락은 폭포수처럼 흘러 강줄기로 가는가 하면 갑자기 용트림치기도 한다. 쌍꽹과리를 큰북 소리에 어울려 신명을 돋군다. 장관이다. 경기도립무용단의 대북합주 축하 공연이다. ‘서장대(西將臺) 중수복원 준공식’ 자리다. 지난 6일이다. 이성호 풍물팀의 ‘풍물길놀이’ 식전공연에 이어 김용서 수원시장이 제주가 되어 중수복원 고유제가 시작됐다. 집례를 맡은 경기문화재단 윤여빈씨는 유학(儒學)의 본산 성균관에서 제례(祭禮)에 관한 소정 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이다. 사회자의 내빈 소개로 손님인 유흥준 문화재청장이 먼저 소개되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이어 시·도의회 의장, 시·도의원 등이 소개됐다. 일반 관람객은 시민, 관광객 등 300여명이다. 서장대는 실학사상을 꽃피운 개혁군주이며, 불세출의 효자인 정조대왕이 친림하곤 하였던 유서깊은 문화재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 융릉을 참배하고 화성행궁에 머물면서 야조(夜操·야간 군사훈련) 등을 하며 서장대에 올라 장용영 군사를 지휘 했다. 제9대 정조대왕역 그리고 대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역은 곤룡포와 대례복 차림의 분장이지만, 그러한 서장대 옛주인 모습의 모자(母子)가 식장에 자리한 것은 당시를 상고케하는 상징성이다. 서장대는 정조 18년(1794년) 8월11일 공사를 벌여 9월16일 상량을 올리고 9월29일 완공하였다. 수원시팔달구남창동산1의5 서장대 중수복원이 있게된 것은 지난 2006년 5월1일 뜻밖에 소실된 불행한 일로 인해서다. 그해 8월8일 시작하여 7개월22일만에 마친 공사에 국비 5억원, 시비 1억9천400만원 등 모두 6억9천400만원이 들어갔다. 가설, 목, 지붕, 미장, 단청, 창호공사 등은 옛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그러나 정조대왕 친필인 ‘華城將臺’(화성장대) 옛 편액은 다시는 영원히 찾을 길이 없다. 서장대라고도 불리우는 ‘화성장대’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성곽의 일부다. 팔달산 산록의 화성행궁은 이날도 봄나들이 길인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붐볐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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