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엄마를 때린다.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5,6학년생, 중학생까지 대부분 남자 아이들이지만 여자 아이들도 있다. 컴퓨터 게임을 그만 하라고 해서, 밥 먹으라고 너무 귀찮게 해서, 도대체 말 귀를 못 알아들어서, 공부공부하는 게 지겨워서, 대놓고 ’씨xx’ ‘x나’ 같은 욕설을 퍼붓는다. 요구를 거절 당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덤비고, 침을 뱉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쳐서 멍이 들기도 한다. 책이나 CD를 집어 던지는 건 약과다. 연세의료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환자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청소년과 환자 50% 정도가 엄마를 폭행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엄마를 때리는 건 아주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한다. 외국에선 청소년 폭력 비행 장애가 대부분 집 밖에서 이뤄지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집 안에서 특히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엄마를 상대로 일어나는 게 특이한 현상이다. 엄마들의 헌신에 대해 아이들은 ‘내가 꼭두각시냐’ ‘네가 좋아서 한 거지 내가 언제 해달라고 했느냐’는 식으로 대든다.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의 경우 “뭐야!” “시끄러!” 혼잣말을 해대며 헝겊 인형을 스테이플러로 퍽퍽 찍어댄다. 이 아이는 아침에 일어날 때 엄마가 옆에 와서 시중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피곤해서 숙제를 못하겠다고 엄마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고 때리고 발로 차고 물어 뜯는다. 급기야는 학교에서도 그처럼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른다. 엄마를 때리는 원인은 기질적 문제, 중독, 과도한 간섭과 압박, 불안과 애착 장애, 가정 불화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엄마들에게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엄마들이 “창피하다”는 이유로 바깥에 알리려 들지 않는다. 심지어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멀쩡한 중산층 가정에서 아이들의 폭력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집안 체면이나 학업을 계속해야 한다며 쉬쉬하고 넘어간다. 자식을 과잉적으로 보호하는 탓이다. 아이가 때리면 ‘절대로 맞지 말라’ ‘힘으로 맞서지 말라’ ‘빌지 말라’ ‘평소에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이른바 ‘대응책’도 있고, 단순히 버릇없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반항장애’로 적절히 치료를 해야한다는 정신과 의사의 의견도 있지만,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엄마가 매를 맞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식은 엄하게 키워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임병호 논설위원
2006-12-0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