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망가진다

지구의 온난화현상으로 생태계가 망가져 간다. 이대로 가면 금세기 말이 못가서 북극의 빙하가 다 녹아 지구의 해수면이 80㎝가량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벌써부터 해안선이 점점 뭍으로 솟아오른다. 미국 오리건주 만년설 등 세계의 만년설이 곳곳에서 녹아 내린다. 세계 95개국 과학자 1천360명이 연구한 밀레니엄생태계평가위원회 보고에 의하면 지구의 생태계 파괴는 아주 심각하다. 지난 50년동안의 인류활동으로 지구상 생태계의 3분의 2가 손상되거나 고갈됐다는 것이다. 기상변화, 동식물멸종, 수질오염 등의 심화는 물론이고 앞으로 이대로 50년을 더 가면 물과 공기의 자연혜택을 자연법칙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류는 또 신종 질병에 시달릴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구의 피폐를 부채질하는 것은 온난화만도 아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의 생태계 파괴가 심하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0년동안에 전국의 갯벌이 3천203㎢이던 것이 2천550㎢로 약 20%나 사라졌다. 경기·인천의 갯벌은 1천179㎢에서 915㎢로 줄었다. 연안침식 또한 심각하다. 백사장 침식, 사구 유실 등 연안침식 현상이 전국 연안의 77%인 178곳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바닷가의 대형 시설물 등이 바람길을 막고 조류를 약화시켜 모래가 쌓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은 3분의 1가량이 자갈밭으로 바뀌었다.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서포리 해수욕장은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나무 가운데 일부가 모래 유실로 뽑혀져 나갔다. 모래를 1만5천㎥나 갖다부었지만 밑빠진 독처럼 유실이 멈출 줄을 모른다.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어획량 감소도 엄청나다. 덕적도 부근의 경우, 바닷모래 채취전엔 연평균 어획량이 1천545t이던 것이 74%가 줄어든 412t로 감소됐다. 지구의 온난화, 생태계 파괴는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인한다. 문명 발전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미래가 더 우려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시사회 수준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다. 하나뿐인 지구를 문명과 병립시켜 잘 보존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문명의 발달 전환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 임양은 주필

범죄의 단면

‘범죄 뒤엔 여자가 있다.’ 범죄구조의 통설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자는 비정상적 관계의 여성이다. 이의 상대가 되는 남성은 범죄를 저지르기가 쉬운 잠재 범죄자인 것이다. 물론 잠재 범죄자로 끝나는 수도 있다. 하지만 비정상적 관계에 무리가 가면 범죄자로 진전되기 십상이다. 특히 가족을 둔 남성의 경우, 비정상적 관계의 여성과 무리가 있으면 가외부담 조달 방법이 범죄로 확대되기 쉽다. 범죄는 강력범, 지능범 공무원 같으면 독직,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등이다. 중국 공산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간부들의 부패 방지책으로 흥미로운 신상감사에 나섰다. 부적절한 관계의 여성, 즉 정부(情婦)가 있는가를 전방위 감사한다는 것이다. 첩도 당연히 포함된다. 아울러 이혼, 재혼 등 혼인 변동의 사유가 발생하면 지체없는 신상보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는 분명히 사생활 침해이지만 그 나름대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뇌물사건 연루의 당 간부 중엔 60%가 첩, 90% 이상이 정부를 둔 소치인 걸로 중국 공산당 당국은 분석학고 있다. 외신에 의하면 이들의 부패상은 실로 심각하다. 부패 관리 4천여 명이 외국으로 도주해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도주의 부패 관리가 지니고 간 돈은 1천913억 달러나 된다. 부패 유형도 가지 가지다. 특이한 유형으로는 이권 관련의 사업가가 해당 관리들과의 도박을 통해 돈을 잃어주거나 부당이득을 노리는 차명주식 투자행위가 성행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 개방으로 이미 한국을 능가하면서 일본 다음 가는 아시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 한국은 3위로 떠오른 인도보다 뒤쳐졌다. 중국의 경제 발전은 이처럼 괄목할만 하지만, 한편 돈 맛을 잘못 안 권력의 부패가 심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의 처방으로 제시된 고위 공무원의 사생활 감사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그렇긴 하나 이런다고 부패가 척결될 것인지는 여전한 의문이다. 중국은 그런다지만 우리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범죄 뒤엔 여자가 있다’는 범죄구조의 통설은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전한다.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지만 공직자, 특히 고위 공무원의 사생활에 도덕성이 요구되는 연유가 이에 있다. / 임양은 주필

먹거리 좀도둑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배가 하도 고파 빵 한 조각을 훔친 죄가 계기가 되어 무려 19년이란 긴 세월의 형기를 치른다. 한 조각의 빵, 그것은 먹다가 버린 부스러기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배고파 허기진 사람에겐 생명 줄인 것이다. 가정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먹다가 남은 음식물쓰레기가 마구 버려진다. ‘시어머니가 구정물통속 밥티끌 보고 며느리 쫓아낸다’던 속담도 옛말이 됐다. 그러나 배고픈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다. 라면 같은 먹거리 좀도둑이 성화라고 한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더 심한 모양이다. “IMF 때의 일이 재발됐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젠 그같은 먹거리 좀도둑은 없어진 줄 알았는데 근래 다시 도졌다는 것이다. 점심 굶는 결식아동이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밥 굶는 아이들이 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진않는 실정이다. 즐거워야 할 초등학생의 수학여행이 되레 괴로운 아이들이 적잖다. 수학여행 갈 경비를 낼 수 없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다. 학급마다 딱한 이런 아이들이 몇 명씩은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 원래의 분담 경비보다 ‘십시일반’으로 좀 더 거두어 어려운 아이들 몫을 대납한다고 한다. 이 설움, 저 설움해도 배고픈 설움만큼 더 한 것은 없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는 인생을 말하지 말라’는 것은 신파극의 대사만은 아니다. 아이도 아닌 어른이 제 먹을 것이나, 제 식구 먹일 것 하나 벌이 못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긴 하다. 하나, 살다가 보면 때로는 움쭉달싹 못하는 삶의 함정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IMF 외환위기 때나 있었던 먹거리 좀도둑이 다시 성화인 것은 이도 어려운 민생의 세태 반영이다. 세상은 이토록 살기가 고단한데도 자기의 책임이 아니라고 우기는 청와대 권력자가 있다. 장발장은 출옥 후 성당의 은촛대를 훔쳤으나 신부의 자비로 인간의 사랑에 눈을 뜨고는 마침내 남을 위하는 새 사람이 됐다. 이 시대엔 민생을 책임지는 권력자도 없는데다가 먹거리 좀도둑을 일깨우는 사회의 자비도 있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임양은 주필

북한군 117만명

북한이 잠수함이나 함정에서 발사하는 사거리 2천500㎞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 또는 배치중이라는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가 나왔다. 잠수함이나 함상 발사용 미사일은 지상 발사용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데다 이동이 자유로워 사거리 제약을 상당 정도 극복할 수 있어 작년 7월 시험 발사했던 대포동 2호 미사일보다도 더 위협적이라고 한다. 6자회담의 고삐를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북한의 집착이 새삼 놀랍다. 북한은 6일 선군혁명선구자대회에서도 “군사는 국사(國事) 중의 제일국사”라며 “핵 억제력이 있다고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핵실험을 하면서 ‘선군(先軍)’ 만큼은 변함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정반대로 군 복무 단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도대체 무얼 믿고, 누구를 믿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5일 발표한 ‘비전2030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만 해도 그렇다. 요컨대 국민의 사회진출을 2년 앞당기고 퇴직은 5년 미루게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실질은 현 24~27개월인 군 의무복무기간을 단계적으로 축소, 2014년까지 6개월씩의 단축을 완료한다는 ‘병역 포퓰리즘’에 덧붙여 학제(學制)와 ‘인력 공급계획’을 얼기설기 가설(架設)했을 뿐이다. ‘2+5 전략’은 지난해 12월 21일 민주평통에서의 노무현 대통령 ‘돌출 발언’ 그 연장선상이다. ‘군 복무 = 썩히는 세월’이라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그 이튿날 청와대가 복무기간 단축을 밝혀 뒷받침한 지 40여일 만에 국가의 미래 의지를 포괄하는 포장용이다. 오죽하면 세종연구소가 오는 13일 출간 예정인 ‘한국의 국가전략 2020 연구백서’에서 “117만명에 이르는 북한군을 고려해 볼 때 우리 군의 규모를 2020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겠는가. 북한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는 정도의 우위가 아니다. 아예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억지가 가능한 수준의 우위를 적어도 통일이 이뤄질 때까지는 유지해야 하는데 이 정권은 북한을 무조건 믿는다. 안으로는 안보를 걱정하는 향군(鄕軍)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밖으로는 주한미군의 발을 묶는 격이다. 이 정권도 문제지만 ‘뒷감당’할 국민과 다음 정권은 더 더욱 큰일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조선시대 醫官

‘옛날 의사’들의 생활과 활동상을 분석한 논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김양수 청주대 인문학부 교수와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학술정보부장이 발표한 논문 ‘조선 후기 의관 집안의 활동’에 따르면 의외로 사회적 지위가 불안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安山) 이씨(李氏)는 7대 이윤영(李贇英)부터 15대 이명윤(李明倫)까지, 시대로는 1660년쯤부터 1900년대까지 8대 240여 년 동안 20여명의 의관(醫官)을 배출한 집안이다. ‘3대 이상이 의원인 집안의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조선시대의 속설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의학 명문가이다. 이들의 의과 합격 평균 나이는 23.2세였고, 이들 중 3분의 1은 궁중의 의약을 맡은 관청인 내의원(內醫院)에 속한 내의(內醫)가 됐다. 지방관으로 임명되는 경우에도 유사시에 국왕이나 왕세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궁궐과 가까운 경기도 양천이나 적성 같은 곳으로 부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위는 매우 불안정했다. 의관은 대부분은 6개월마다 교체되는 임시직인 체아(遞兒)였다. 의관들은 수행원들을 자기 돈으로 고용하고 훈련해야 했으며, 말을 구입하는 비용도 지불해야 했다. 19세기 저명한 어의(御醫)였던 이현양도 당시 세도가인 풍양 조씨가 18일 동안 금강산 유람을 떠날 때 수행 요청을 받고는 ‘분부대로 따라가서 노는 데 짐이나 되겠습니다’라며 응할 수밖에 없었다. 안산 이씨 13대 이현양(李顯養·1783~1852)의 문집 ‘곡청사고(谷靑私藁)’와 ‘안산이씨세보(安山李氏世譜)’를 바탕으로 한 ‘조선 후기 의관 집안의 활동’은 의관들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선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 이현양이 200냥에 묘전(墓田)을 구입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의학사 연구로는 의관 집안이 대체로 부유했다고 여겨 온 반면 안산 이씨 가문의 후손으로 ‘곡청사고’와 ‘안산이씨세보’를 보전하고 있는 이덕규(李德圭)씨는 선대가 곤궁한 생활을 했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대체로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보장되는 선망의 대상이다.예나 지금이나 최고 수준의 지식인들이기도 하다. 이런 의사들이 ‘의료법 개정안 반대’를 목적으로 집단 휴진하려는 사태를 조선시대 의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임병호 논설위원

‘손학규 대통령’?

선거전문가인 ‘노을’이라는 인물에게 한 국제 비밀단체가 여권 신당의 대선 필승 전략을 제안한다. 그는 “손학규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 정치인”이라며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행적이 끗하고 정의로울 뿐 아니라 경기도지사 시절에 일자리 6만개를 창출했기 때문에 경제 마인드와 실적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손 전 지사의 약점이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기 때문에 경선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정동영·김근태·천정배 등의 기존 여당 정치인 이외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박원순 변호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설득시켜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경선 도중 정동영·김근태·천정배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고 손 전 지사를 지지한다. 소설가 김진명씨의 신작 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는 소설 내용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여권 신당의 후보로 선출돼 대통령에 당선된 뒤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핵개발 문제를 다룬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유명한 김진명씨는 실명으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밝힌 이유를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가난 문제는 해결했으나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신당은 이런 문제에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봤고, 그런 점에서 ‘가슴이 따뜻한’ 손 전 지사가 신당 대선 후보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진명씨는 “실용적이면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손 전 지사를 소설에서 높이 평가했다”며 그러나 “정책이 좋다면 한나라당 후보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주자의 소설 실명 등장만 가지고는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으나 저가나 무상배포 등 통상적 판매 외의 방법이 동원될 경우 사전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기본적으로 창작의 자유가 아니겠느냐.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도 “소설을 갖고 무슨 …”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995년 국민회의에 입당한 뒤 1996년 15대 총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김진명씨는 왜 ‘나비야 청산가자’를 썼을까. / 임병호 논설위원

周恩來와 毛澤東

중국의 조정 중에는 황제 못지않은 2인자가 더러 있다. 한(漢)나라의 소하, 촉(蜀)나라의 제갈량 등을 들 수가 있다. 이들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승상(정승)으로 황제를 잘 보필하여 나라를 평안케 했다. 조선왕조 같으면 황희 정승이 이런 분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이래,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을 끝까지 보필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역시 인민들로부터 추앙받는 2인자다. 마오쩌둥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혁명 동지였으면서 만년 2인자로 그에게 충성을 다 했다. 1944년 5월21일 중국 공산당 6기 1차회의는 주석을 뽑는 자리였다. 투표는 유사오치(劉小奇) 1위, 저우언라이 2위 그리고 마오쩌둥은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내부회의에서 마오쩌둥을 주석으로 강력히 밀었던 사람이 저우언라이다. 1962년 1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확대공작회의는 마오쩌둥에겐 실각의 위기였으나 저우언라이의 적극적인 비호로 위기를 모면했다. 저우언라이는 1976년 1월 타계할 때까지도 세상은 철저한 마오쩌둥 사람의 2인자로 알았다. 그런데 속내는 그게 아닌 사실이 죽은지 30년만에 그의 부인이 공개한 병상일기에서 밝혀졌다. 임종 전에 저우언라이의 구술을 부인이 받아 쓴 것으로 전해졌다. 1944년 투표에서 4위에 머문 마오쩌둥을 주석으로 추대한 것, 1962년 실각의 위기를 모면케 한 이듬해 벌어진 문화대혁명을 보고 퇴진시키지 않은 것을 두고 두고 후회했다는 것이다. 베이징 현지발 한 신문보도를 인용하면 이렇다. ‘한 차례의 정치 폭풍우가 다가오려고 한다. 아직도 투쟁이 필요한가. 공산당 철학은 투쟁철학이라는 것인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도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한가’라고 마오쩌둥의 계급투쟁 일변도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국가가 매우 불행하다. 건국 26년인데 6억 인구가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있다. 공산당만 노래하고 지도자 찬양만 하는데 이것은 공산당 실패의 한 장면이다’라고도 했다. 경제 건설을 중시, 현대화 노선을 모색했던 저우언라이는 속으론 많은 갈등을 겪은 이색 2인자였던 것 같다. 여기서 생각되는 것은 북녘이다. 탈북 사태가 보편화한 북녘 실상이 ‘밥도 제대로 못먹고 지도자 찬양만 한다’는 두 번째 구절을 연상케 한다. 평양정권의 지도층 가운데도 저우언라이 같은 속내를 가진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저우언라이의 병상일기 공개 경위는 언젠가는 있을 마오쩌둥 격하의 예비 신호가 아닌가 생각된다./ 임양은 주필

북방 사극(史劇)

고구려 등 국내 지상파 방송의 북방사극에 중국의 조야가 꽤나 과민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주몽’을 비난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성화가 인터넷에 넘치는 모양이다. ‘한족(韓族·고구려)은 선량하고 한족(漢族·한나라)은 잔혹하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몽’은 홍콩의 ATV(아주전시·亞洲電視)에서 방영하는데 광둥(廣東)·후난(湖南)성 등 중국 남부지역까지 방영된다. 중국 당국이 한류에 갖는 관심도는 상상보다 높다. MBC가 오는 9월부터 방영하는 ‘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는 광개토대왕(374~413 재위 391~413)을 소재로 하는 사극으로 배용준이 주연을 맡는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이의 보도 통제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개토대왕은 강력한 북방정책으로 고구려 영토를 만주 전역에 넓힌 분이다. 만주 통구(通構)에 있는 높이 6.27m의 광개토대왕비는 그 분의 아들인 장수왕이 414년에 세운 것으로 대왕 치세의 위대한 업적이 새겨져 있다. 중국의 보도 통제령은 영토 등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이 사극은 제작비가 45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미루어 스펙터클한 작품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텔레비전 사극이 조선왕조 당쟁의 궁중암투 등 만을 과장되게 조명하다가 북방사극으로 눈을 돌린 것은 잘한 일이다. 민족의 드높은 기상을 광활한 만주 벌판을 무대로 떨치는 ‘주몽’ ‘대조영’ ‘연개소문’ 등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꽤나 끌고 있다. 우리로서는 실로 장쾌하지만 중국인들이 자존심 상할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은 터무니 없어 황당하다. 역시 왜곡은 고구려, 발해사를 자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억지 부리는 중국이 지탄받아 마땅하다. 사례를 든다. 당(唐) 태종 이세민의 30만 대군을 맞아 60여일에 걸친 격전을 벌인 양만춘이 화살로 태종의 한쪽 눈을 쏘아 맞혀 패퇴시킨 안시성싸움이 있었던 게 644년 6월이다. 이런 전투는 고구려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싸움이다. 국가 대 국가의 전투였기 때문에 서로가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중국 일본 등 극동아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보이는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의 강세, 즉 한류는 대중문화다. 대중문화를 통한 중국의 역사 침탈 제압이 비록 외교나 학문적으로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보기에 좋고 듣기에 좋다./ 임양은 주필

‘백두산은 우리 땅’

“아득한 옛날, 하느님의 작은 아들 환웅께서 인간세계에 내려가고자 하여 하계를 두루 살펴, 태백(백두산)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만한 곳으로 여기시어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고 내려가서 다스리게 하였다…”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나오는 고기(古記)기록의 한 대목이다.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사람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 이에 유래했다. 이처럼 단군의 개국신화가 깃든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중국 영토로 휘말리어 통분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작금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백두산을 자기네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을 해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중국 창춘(長春)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에서 기염을 토한 한국의 낭자군이 백두산 빙상 세리머니를 벌인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여자 3000m 계주 시상대에서 네 명의 선수가 ‘백두산은 우리땅’이라고 쓴 A4용지를 두손 높이 나란히 펼쳐보여 한국응원단의 큰 박수를 받았던 것이다. 이에 이튿날 대회조직위원회측이 정치적이란 이유를 들어 우리측에 항의, 한국선수단으로부터 정치적 의도는 없었으나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일단락 지었다. 낭자군의 일원으로 전해진 전지수 선수의 말은 이렇다. “개막식 때 중국 사람들이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하는 걸 보고 화가 난 데다, 경기 때마다 중국 심판들의 편파 판정이 심해 항의하는 뜻으로 세리머니를 벌였다”는 것이다. 백두산의 중국화는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이다. 고구려, 발해를 자기네 지방정권으로 우기는 역사 침탈 뿐만이 아니라, 현실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화 획책을 노골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걸핏하면 민족자주를 내세우는 이 정부나 민족주체를 금과옥조로 삼는 평양측이나 모두 중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신사대주의에 젖어 이의 제기는커녕 찍소리도 못하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백두산의 중국화는 1962년 초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가진 북·중국경선 비밀협상에서 중국의용군(중공군)의 6·25 참전 대가로 백두산과 천지의 절반을 중국에 할양한 것이 단초가 되어 지금과 같은 말썽을 빚고 있다. 이러고 보니 언론에 보도된 우리 낭자군의 빙상 세리머니 사진이 더욱 자랑스럽게 보인다./임양은 주필

기밀 유출

‘아리랑 위성 3호’는 우리나라가 쏘아 올릴 다목적 위성이다. 현재 계획으론 2009년 9월 발사 예정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개발 중이다.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해 한반도는 물론 지구를 정밀 관측하려는 게 발사 목적이다. 무게는 900㎏이며, 고도 685㎞를 돌 예정이다. 이 위성 발사를 위해 2천872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그동안 쏘아 올린 위성들이 상당 부분 외국 기술에 의존했지만 이 위성은 국내 연구팀과 기술진이 주도한다. 명실상부한 국산 위성이 개발되는 셈이다. 아리랑 위성 3호의 핵심 부품은 지구 사진을 찍는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지난해 쏘아 올린 아리랑 위성 2호가 장착한 디지털 카메라(해상도 1m급)보다 훨씬 뛰어난 해상도(70㎝급)의 카메라를 장착할 예정이다. 이 정도 수준의 국민에게 홍보해야 할 아리랑 위성 3호에 관한 상식이다.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아리랑 위성 3호에 대한 기밀자료를 러시아 측 로비스트에게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보좌관은 “위성부품의 납품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자료를 구해 외부에 자문한 것으로 해당자료는 국가기밀로 볼 수 없는 일반 정보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미동포 J씨가 총책을 맡아 민주노동당 당원 등 386 인사들을 포섭,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며 국가기밀을 북한에 넘긴 ‘일심회 사건’도 의심스럽다. 검찰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P씨가 북한 개성공단에 진출한 국내 기업 현황 등을 포함한 각종 문건을 일심회에 넘겨준 혐의로 J씨 검거에 나섰다. P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새천년민주당 소속 K모 의원 등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최근엔 남북교류사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다. 검찰이 이들 외 몇 명을 보안법상 간첩활동(4조 1항 2조)과 이적단체 구성(7조)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나 모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현행 형법 127조의 공무상 기밀유출죄는 ‘공무원이 직무상 기밀을 유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비공개 협상보고서가 외부로 흘러나가는 등 국회 내 일부 인사들의 안이한 안보의식은 참으로 위험한 수준이다. 국가기밀의 중요성을 모르는, 알고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국가관이 심히 안타깝다. / 임병호 논설위원

‘계상정거도’의 수수께끼

조선 중기의 화가 겸재(謙齋) 정선·鄭?(1676·숙종 2~1759·영조 35)은 한국적 산수화풍(山水畵風)을 세운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선세(先世)는 전라남도 광산·나주 지방에서 세거했으나 고조부 연(演) 때 경기도 광주로 옮겨 와 살았다. 13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노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한다. 위수(왕세자를 호위하는 직책)라는 벼슬을 비롯 한성부주부, 청하·자연·하양 현감을 거쳐 훈련도감랑청(訓鍊都監郞廳), 양천 현령, 사도시첨정, 첨지중추부사 등을 거쳐 종이품 가선대부지중추부사(嘉善大夫知中樞府事)를 지냈다. 겸재가 도화서화원(圖畵書畵員)이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러나 그의 집안은 원래 사대부 출신으로 중인(中人)은 아니었다. 수대에 걸쳐 과거를 통해 출세하지 못한 한미한 양반이었으나 겸재는 뛰어난 그림 재주 덕분에 관료로 추천 받았다. 화가로 명성을 얻은 그는 당시 시서화일체사상을 중시하던 문인들과 교류하게 됐다. 금강산, 관동지방의 명승, 서울에서 남한강을 오르내리며 접할 수 있는 명소들을 많이 그렸다. 특히 문인지우(文人知友)들과 관련되는 여러 곳의 명소를 화심(畵心)에 담았다. 회화기법은 전통적 수묵화법이나 채색화의 맥을 이어 받았지만 그 나름의 필묵법(筆墨法)을 개발했는데 이것은 자연미의 특성을 관찰한 결과다. 그의 회화기법은 아주 다양하여 정밀묘사법에서부터 간결하고 활달한 사의화(寫意畵)까지 있어, 자연에서 얻은 이상을 나름대로 재구성하는 과감성과 회화의 원리를 발전시키는 등 여러 단계의 작품을 보여준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새 1천원권 지폐 뒷면에 실린 그림 ‘계상정거도’가 겸재의 작품이라고 한국은행이 밝혔지만 안동 ‘도산서당’인가 ‘계상서당’인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기와집 안에 그려진 인물이 퇴계라는 이 그림을 그렸을 때의 겸재는 71세였다. 퇴계 이황과 겸재 정선은 동시대의 인물이 아니다. ‘계상정거도’는 퇴계가 죽고 177년이 지난 이후에 그려진 작품이어서 퇴계의 삶을 비춰보면 ‘계상서당’이 맞고, 외관·지형 등을 감안할 땐 ‘도산서당’이다. 문중에선 “겸재가 대표작을 집필하던 생전의 퇴계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고증 없이 도산서원을 배경삼아 상상으로 그렸을 것”이란다, 문중의 추론이 맞는 것 같다. / 임병호 논설위원

“2월엔 2주만 수업하고 월급받나요”

“교육장님, 2월엔 선생님들은 2주 수업하고 월급 받나요?” 어느 사업가가 점심을 같이 하다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긴 겨울방학이 12월 20일 경에 시작되고 2월 6, 7일경 개학하여 17일경부터 봄방학을 또 하니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사실 2월달 수업은 2주 정도이니 그렇게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방학동안에는 영어연수, 직무연수, 자격연수, 혁신연수, 예절연수, 특수교육, 유아교육, 과학연수 등 학생교육 관련 전문 및 교양연수 받기에 놀기는커녕 더 바쁘기만 하다. 모두가 학생들 잘 가르치기 위해 부족함을 보충하고 새로운 교수-학습 지도 기술과 국가교육정책을 공부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학생들의 성적정리와 각종 공문서 정리, 전문지식을 쌓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도 청소년단체를 담당한 선생님들은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겨울 수련 활동을 시킨다. 하루 종일 교육활동으로 지친 몸을 가지고 밤에는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배탈 날까봐 차버린 이불을 덮어주고 감기든 아이들에겐 감기약을 먹여주기도 하며 엄마생각에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어린 꼬마들에겐 이야기 동무가 되어 주기도 한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도 학생들의 안전을 더 신경써야하기에 피로가 쌓이기만 한다.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푼의 수당도 없이 학생들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면서까지 이런 교육활동으로 방학을 보내고 있다. 이뿐인가? 부장교사들은 한 해 동안의 교육활동을 평가 반성하면서 새해의 교육과정 운영계획과 행사, 방과후 활동, 학생 생활지도, 건강관리, 급식, 영재교육, 교육자료 제작등 학교 운영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하느라 하루도 편히 쉬지를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 학년에서 꼭 알아야할 필수적인 학습 요소를 평가하여 부진한 학생에게는 방학동안 보충 수업을 하고 학습이 아주 부진한 기초학습부진학생 들은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 늦게까지 책임지도 하는 선생님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결과와 생활태도 건강등에 관한 사항을 나이스에 입력 시키고 가정 통신문 작성하기에 여념이 없다. 2월 중순에는 졸업식과 신입생 맞이 학교 안내와 학교생활 적응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사전 지도를 해야 한다. 2월 마지막 주에는 전출입교원은 새 학교로 가기 바쁘고, 신학년 교실 환경정리와 수업 준비로 해지는 줄도 모른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출근하여 등교 지도로 부터 아침자습시 한자 1자, 영어 한마디 고사성어 한마디를 가르치고, 2교시가 끝나면 어린이 성인병 예방을 위하여 달리기와 줄넘기 운동으로 체력단련을 시키고, 점심시간에는 식탁예절 교육을,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의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을 써야하며 수업이 끝나면 비질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과 함께 교실 청소를 해야 한다. 수업도 제시간에 정확하게 끝내야 한다. 늦으면 학원 늦는다고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난리다. 수업이 끝나면 부진한 학생들의 보충지도를 해야 한다. 5~6시간 수업을 마치면 다리가 휘청거리면서 온몸의 힘이 빠진다. 목은 염증이 생겨 쇳소리로 변해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앉으면 졸음이 찾아 온다. 그래도 내일 수업을 위하여 자료를 만들고 교재연구를 하고, 학생들의 학습활동과 생활 활동에 대한 결과를 매일 기록해 두어야 한다. 일부선생님들은 퇴근 이후에도 “엄마 배고파 집에 빨리 오세요” 라는 사랑하는 자녀들의 응석에도 아랑곳 없이 학부모가 올 때까지 종일반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겪는 고통과 교육성과는 보이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교육할 뿐이다. 이런 선생님들의 모습을 알고서는 “2주 수업하고 월급 받는가?”라는 말을 그리 쉽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전 근 배 광주·하남교육청 교육장

‘오비이락’?

최근 주요 신문과 방송이 ILO(국제노동기구)의 통계를 인용,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을 포함한 13개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의 쇠고기·돼지고기값이 가장 비싸다고 보도했었다. 2005년 10월 기준 한국의 뼈 없는 쇠고기 1㎏당 가격이 56.44달러로 미국(8.94달러), 영국(11.15달러), 이탈리아(10.36달러)에 비해 5~6배나 비싸다고 했다. 물가가 비싼 일본도 당시 쇠고기 1㎏이 40.5달러였으나 우리나라는 이보다 15달러 이상 더 나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보도됐다. 그러나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곧 밝혀졌다. 농협의 축산물 가격통계를 보면 2005년 10월 쇠고기(정육 1㎏) 소비자 값은 3만7천124원이었다. 당시 환율(1달러 = 1천원)을 감안할 때 쇠고기 1㎏은 37.1달러 수준인데도 무려 19.34달러나 더 비싸게 부풀려졌다. 농림부도 “우리나라 소비자값은 모든 부위 중 최고인 한우 등심과 돼지 삼겹살 부위를 기준으로 해명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국내 쇠고기 평균값(1㎏)은 38달러, 돼지고기는 10달러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통계청이 ILO에 제출한 통계자료 가운데 평균치가 최고 가격으로 둔갑한 셈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통계의 무책임한 보도는 축산농가는 물론 소비자에게 미칠 심리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결코 묵과할 일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시점에서 이런 과장된 수치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은 ‘오비이락(烏飛梨落)’도 아니다. 축산농가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산 쇠고기값이 너무 높다는 여론을 환기시켜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당위성을 옹호하려는 ‘음모’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 관계자들과 정치권에서조차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양보해야 한다는 뜻의 발언을 흘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양국이 이미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될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안전성 검증과 무관하게 정치적인 압력과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흑색 유언비어로 분위기를 잡아가선 안 된다. 또 어떤 경로를 통해 가격이 부풀려졌고,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는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두 故事

중국의 위(衛)나라 조정에 미자하라는 신하가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 어느 날 밤 자신의 어머니가 병이 나자 임금의 허락을 받았다고 속여 임금이 타는 수레를 타고 나섰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임금은 처벌은커녕 칭찬했다. “효자로다.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이 다리 잘리는 형벌까지 잊었도다!”라고 했다.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사람은 다리를 자르는 형벌을 받게 돼 있었던 것이다. 한 번은 궁중 과수원에서 임금과 산책하던 미자하는 가지에서 딴 복숭아를 베어 먹고는 “잘 익었다”면서 임금에게 주었다. 임금은 “과인을 사랑하기가 이렇도다. 자신은 먹지않고 과인에게 쏟는 정성이 이렇게 갸륵할 줄이야!”라고 극찬했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에 대한 임금의 총애가 시들어진 판에 미자하가 사소한 일로 죄를 졌다. 그러나 임금은 사소한 죄를 크게 추궁했다. “이 자는 언젠가 과인을 속이고 과인의 수레를 탔으며,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감히 과인에게 먹인 일이 있도다”라고 꾸짖으면서 중형에 처했다. 제(齊)나라 환공이 궁중 누각에서 신하들과 함께 밤에 주연을 가졌다. 좌중의 흥취가 한창 무르익은 판에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그만 누각을 밝히던 등촉이 꺼졌다. 좌중이 캄캄해지자 한 신하가 취중에 장난기가 동해 희롱을 걸었다. 환공의 시중을 들고있던 여인이 정비도 아닌 한낱 후궁이었던지라 슬그머니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 후궁은 신하의 저고리 옷섶을 재빨리 쥐어 뜯어내고는 환공에게 귀엣말로 속삭였다. “전하! 소첩을 농하는 자가 있어 옷섶을 뜯었사오니 빨리 등촉을 밝히면 누구인지를 아실 것이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환공의 말은 의외였다. “자아! 군신이 취했으니 등촉을 밝힐 것 없이 이대로 파하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나라 임금은 동일인의 같은 일을 두고도 말이 달랐다. 제나라 환공은 후궁으로 인해 유능한 신하를 잃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두 나라 지도자는 대조적이다. 역시 위나라는 쇠약해지고 제나라는 흥했다. 나라 지도자의 길만이 아니다. 사람을 부리는 지위에 있는 지도자의 길 또한 마찬가지다. / 임양은 주필

사회방어의 책임

어린이를 태운 유치원 차량이 빙판길에서 어렵게 됐다. 이면도로 길목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오고가지도 못하게 됐던 것이다. 길가던 행인이 이를 딱하게 보고 주차차량의 백미러를 뒤로 제쳐 접으려고 했다. 백미러만 제쳐도 간신이나마 지나갈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미러가 얼어붙어 말을 안 듣자 ‘탕탕’하고 두드렸다. 두드리다 보니 그만 부러져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유치원 차량은 그 틈새에 통과하여 멀리 갔다. 그런데 주차차량의 주인이 뛰어나와 행인에게 시비를 걸었다. ‘왜 백미러를 망가뜨렸느냐’는 것이다. 행인은 할 수 없이 백미러 값을 물어주었다. 안성에서 떡볶이 여주인이 어느 손님에게 봉변당하는 것을 보다 못한 고교생이 여주인을 비호하다가, 손님이 넘어져 넘어진 손님이 전치 5주의 진단서를 끊어 고소를 해 고소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딱한 처지의 일을 보고 거드는 것은 자신의 이해관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문제가 또 달라진다. 정의심의 발현이 가해자가 되고 죄인이 되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안양에 있는 한 오락실의 야구방망이 난투극 경찰관 2명에 대한 검찰의 특가법상 독직폭행혐의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오락실에 감금돼 있는 사람을 구하러 들어간 상황에서 경찰관의 방어권 주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어권과 방어권 피해의 형평성을 어떻게 보느냐가 앞으로의 초점이 될 것 같다. 경찰관이 권총을 지닌채 범인을 놓치면 총 들고도 놓쳤다고 비난하고, 경찰관이 권총을 쏴 중상입힌 범인을 잡으면 또 권총을 쐈다고 비난한다. 하물며 민간인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괜히 남의 싸움 말리다가 남의 싸움을 떠안기 십상이다. 가해자로 되몰려 구차한 입장이 되기가 일쑤다. 이러다보니 아예 못본 체 모른 체 하는 것이 상수인 게 사회적 인식으로 각인됐다. 노인이나 여성 같은 신체적 약자가 길가에서 완력이 센 남성에게 마구 얻어맞는 것을 빤히 보고도 구경만 하거나 그냥 지나간다. 이런 사회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라고 할 수는 없다. 사회방어는 사회적 책임인데도 사회인은 이를 외면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법이 문제이긴 보다는 법의 운용이 문제일 것 같다. / 임양은 주필

이재정 통일부 장관

북괴라고 했었다. 북한괴뢰도당이라는 것이다. 북쪽은 남조선괴뢰도당이라고 했다. 언론에서도 북쪽을 말할 땐 으레 북괴라고 했다. 7·4 남북공동성명이 있었다. 1972년 7월4일 남북간 정권이 공동발표한 성명이다. 무력배제, 비방금지, 사상 및 이념과 제도를 초월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남북간의 합의사항으로는 최초였던 역사적 성명이었다. 이에 따라 남북조절위원회가 가동되기도 했다. 오늘날의 남북관계가 있기까지는 이러한 전례가 축적돼 있다. 김대중, 김정일의 6·15 정상회담도 그같은 밑거름이 깔려있다. 1990년 김일성 북녘 주석의 돌연사가 없었던들 남북 정상회담은 그해 김영삼, 김일성 회담이 있게 됐었다.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주선으로 회담을 약 2주일 남겨놓고 김 주석에게 변고가 생겨 무산됐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나 김대중 정권이 남북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온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모색돼온 결과다. 이런 것은 생각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 이전 같으면 지금처럼 북에 끌려만 가는 관계는 아닐 것이다. 끌려만 간다고 비판하면 ‘꼴통 보수’라고 힐난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거부할 ‘꼴통 보수’는 있을 것 같지 않다. 예를 하나 들겠다. “총체적으로 볼 때 김정일 총비서 추대 10년, 김 위원장이 추진해온 강성대국정책의 일정한 완성으로 김 위원장 통치 역량이 내외에 입증된 면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 누군가는 북녘 사람이 아니다. 대한민국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다. 며칠 전 무슨 포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일부 장관이란 사람의 강연이 마치 북쪽 인사 말을 방불케 한다. 평양에서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강성대국정책으로 핵 무기를 갖게된 것을 경축한다”며 한동안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 강성대국을 치하하고 김 위원장을 평가하고 나섰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아무리 외교적 언사라 할지라도 한계를 넘어선 분명한 망언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무작정 북에 영합만 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되레 만만하게 보인다. 어쩌면 이재정 장관의 말은 북에 듣기좋게만 하는 말이 아닐지 모른다. 그의 진심이 그러한 게 아닌지 무척 궁금하다. / 임양은 주필

수단홍

‘수단홍(sudan red)’은 일종의 화학 염색약이다. 염색 효과가 뛰어나 방직이나 페인트·구두약 등 공업용으로 두루 쓰인다. 사람이 수단홍을 섭취하면 산소부족 현상이 일어나 호흡이 힘들어지고 신경계통과 심혈관계통, 기타 장기에 손상을 입는다. 과다 섭취하면 불임과 암을 유발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은 수단홍을 식품첨가제로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인도 등 몇몇 나라는 아직 사용을 허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고춧가루의 60%에서 수단홍이 검출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경악할 일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해달하는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 최근 자국 내 여러 농산물시장에서 채취한 고춧가루 및 관련 제품 가운데 수단홍이 검출됐다고 밝힌 데 이어 중국 국영방송 CCTV가 가짜 고춧가루의 가공·유통과정을 연일 보도, 중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중국이 위해식품 단속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발암물질 고춧가루의 위해성이 크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중국산 고춧가루에서 수단홍이 광범위하게 검출된 것은 고춧가루 가공업자들이 옥수수 껍질을 염색해 고춧가루에 섞는 과정에서 수단홍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고춧가루에서 수단홍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당국에 적발된 업체 중 H사와 S사가 고추류 제품 수출업체여서 안심할 수 없다. 더구나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반입되는 양이 워낙 많아 걱정을 더해 준다. 중국산 고추류를 수입한 우리나라도 결코 수단홍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2006년 11월 현재 중국산 고추류는 공식적으로 13만515t이 수입됐으며, 김치 등에 포함된 고춧가루와 보따리상이나 밀수 등을 통해 반입되는 고추류까지 합치면 국내 식탁에 오르는 고추류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발암물질로 단장한 가짜 고춧가루가 국내 시장에 유입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즉각 중국산 고추류 제품은 물론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 수입식품에 대한 안전성 점검을 실시하고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량식품 가공은 집단 살인행위에 해당되는 중죄인데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처벌규정이 너무 미약한 게 탈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아부

옥스포드 사전에는 시대별로 통용됐던 ‘아부(flattery)’의 뜻이 10개나 적혀 있다. 고대 그리스인은 아부에 대해 사회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도덕적 타락으로 정의했다. 중세에는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고 잠재적으로 사회를 동요시키는 요소로 보았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사회가 보다 인간중심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아부에 담겨 있는 경멸적인 뉘앙스의 농도가 점점 엷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아부는 죄악이 아닌, 세상 어디서나 존재하는 애교 섞인 결점 정도로 인식됐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아부’라는 단어에 대한 조롱의 강도가 약해졌다. 옥스포드 사전의 마지막 열번째 항목은 “실수를 그럴듯 하게 얼버무려주고 완화시켜 주는 것”, 나아가 “대범하고 관대한 행위”로까지 설명하고 있다. 아부가 먹혀드는 이유를 생리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아부는 세로토닌(포유동물의 혈액 속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으로 요약된다. 아부는 매우 기분 좋은 생화학 반응을 뇌에 일으키게 하는데, 침팬지나 인간이나 동일한 반응을 일으킨다. 힘이 약한 침팬지로부터 등을 긁어주는 아부를 받은 우두머리 침팬지의 세로토닌 수치가 증가하듯 아첨꾼이 허리를 굽히고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고 속삭일 때 대통령의 세로토닌은 요동친다. 진위 여부를 떠나 제1공화국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어떤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알랑거렸다는 것은 아부의 명구(名句)다. 이 말은 한국현대사에 길이 남을 아부의 대명사가 되었다. 내가 하면 능력이고 처세술이지만, 네가 하면 비열하다고 지탄받는 게 아부다. 하지만 삶은 곧 아부이며 아부가 곧 삶이라는 심오한 경지에 도달한 고수들도 많다. 즉 아부는 “자기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높이는 일종의 현실 조작이자 미래의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행하는 의도적인 거래”라는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우리 행정부가 미국의 시민만큼 훌륭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기도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국민의 지혜를 믿었을 때 저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연설했다. ‘위대한 국민’이라는 칭송으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아부한 것인데, 한국의 대통령들은 이런 아부를 할 줄 모른다./ 임병호 논설위원

리히터 숫자

지진의 규모를 재는 국제적 기준을 처음 제시한 학자는 미국의 찰스 리히터이다.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지진영구소에서 일하던 그는 별의 밝기를 매기는 등급에 착안해 지진의 에너지 크기를 진앙의 깊이, 거리를 감안해 지수화했다. 리히터 숫자는 하나 늘어날 때마다 지진에서 방출한 에너지 양이 10배씩 증가한다. 규모 1보다 규모 2의 방출 에너지가 10배 많다는 얘기다. 리히터 규모는 진앙의 에너지만 설명하기 때문에 각 위치에서 느끼는 상대적 강도, 즉 진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일 밤 8시 56분께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4.8로 진앙에서는 원자폭탄 1개가 터진 정도의 폭발력이었다. 내륙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대구, 부산에서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만일 평창군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지진이 서울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도 지진 상황을 가정해 피해 규모를 예측해 보이는 모의실험(시뮬레이션) 시스템이 있는데 그 결과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런데 한 민간 전문가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서북쪽으로 1.39㎞ 떨어진 지점(위도 37.62, 경도 126.96)에서 리히터 규모 5.2의 지진이 30㎞ 깊이에서 오후 3시 48분께 일어난다는 가정하에 시스템을 구현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이 모두 피해를 봐 6만293채의 건물이 붕괴(전파)되고 3만6천197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서울 시내에선 5만2천530채의 건물이 붕괴되고 시민 2만7천640명이 사망한다. 이 시스템에는 전국 650만 채의 건물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입력돼 있으며 전체 인구는 4천859만명으로 설정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11억원을 들여 8개월 동안 개발한 이 시스템은 아직 보완이 필요해 정확한 예측이라기보다는 내부 참고용일 뿐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해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은 리히터 규모 5.0 이상이다. 벽에 금이 가고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의 비구조적 피해가 건물이 무너지는 구조적 피해로 넘어가는 경계다. 평창군 지진을 국가적인 지진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페미니즘 논쟁

“결혼을 안 한 싱글 여성은 전쟁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박서 여성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민주)이 새 이라크 전략을 둘러싸고 미혼 여성인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에게 던진 독설이다. 지난 11일 상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당신은(남편이나 아들의 죽음 같은 정신적 고통을) 특별히 부담할 것이 없지 않느냐”며 그같이 몰아 붙였다. 이에 라이스는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유족들의 아픔을 그 어떤 노력으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반박하자 박서는 ‘그게 논의의 핵심이 아니잖느냐”며 윽박질렀다. 사생활 공격을 기습당한 라이스는 뒤에 “싱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이것보다는 나아진 줄 알았는데…”라고 푸념했다. 난데없는 페미니즘 논쟁에 일부 언론은 “천박하고 비열한 발언”이라며 박서를 비난했으나 그녀는 라이스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페미니즘 논쟁이 국내에까지 오염됐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생을 네 명은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모임에서 서울시장 시절 저출산 문제 세미나에 나온 여성 강사가 자녀가 없었던 점을 빗대어 이같이 밝힌 것은 독신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목한 포문인 것이다. 앞서 같은 대선 주자인 박 전 대표는 대전에서 이 전 서울시장은 충남의 행정중심도시를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충청 민심으로는 아픈 이 전 서울시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던 것이다. 이에 박 전 한나라당 대표측의 한 사람은 이 전 서울시장의 병역미필 사실을 꼬집으면서, “그의 공연한 사생활 공격은 많은 독신 여성을 모독 분노케 하는 비열한 언어의 유희”라고 반박했다. 선제 공격은 당내 대선 주자 검증론을 내세운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먼저 제기하긴 했다. 그렇지만 검증론에 대응한 ‘장군’ ‘멍군’에도 룰이 있다. 가령 촌철살인의 독설을 주고 받아도 서로의 인격이 존중돼야 한다. 상대의 인격을 깔아 뭉개면 나의 인격도 덩달아 깔아 뭉개지는 것이다. 도덕성과 무관한 사생활을 공격하는 것은 공연한 인신공격이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이를 알아야 한다. 속된 감정을 내뱉는 값어치 없는 말은 대선 주자의 자질을 스스로 깎아내린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는 세 명에서 네 명이 됐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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