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이 ‘섬세한 아름다움·일편단심’인 무궁화 품종은 우리나라 고유의 70여 품종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200여 개에 이르는데 국내에선 160여 종이 생장한다. 꽃잎이 한 층으로 나란히 있는 ‘홑꽃’은 한국과 중국에서 사랑 받고 있으며, ‘겹꽃’은 일본과 서구에서 좋아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전통적인 홑꽃 무궁화는 꽃 중앙부의 색깔과, 꽃잎 전체의 색깔에 따라 품종이 구분된다.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온통 새하얀 무궁화는 ‘배달계’, 흰 꽃잎에 중심부분이 빨간색인 것은 ‘백단심계’, 붉은 빛의 꽃잎에 빨간색의 중심부를 가진 무궁화는 ‘홍단심계’, 푸른빛의 꽃잎에 빨간 중심부를 가진 것은 ‘청단심계’다. 홍단심계는 꽃잎이 빨간색인지 자주색인지에 따라 ‘적단심계’와 ‘자단심계’로 세분된다. 흰색 꽃잎에 붉은 무늬가 있는 품종은 ‘아사달계’다. 꽃 이름은 그 품종을 가장 먼저 발견하거나 개발한 학자가 지어준다. 꽃의 특징을 상징화한 이름이나 평소 좋아하던 사람, 사물의 이름이 주로 붙여진다. 갓 내린 눈처럼 새하얀 ‘소월’, 타는 듯한 날개를 펴고 곧 날아오를 것 같은 ‘불새’, 아름다운 여자 화랑 ‘원화’, 하얗게 오그라드는 모양이 옥처럼 깨끗한 여성 같다는 ‘옥녀’ 등 의미가 오묘하다. 배달계는 옥녀, 백조, 옥선, 한서, 옥토끼, 눈뫼, 사임당, 소월, 눈보라, 새한이란 이름이, 백단심계 이름으론 새빛, 선덕, 신태양, 심산, 한얼단심, 원화, 우정, 청단심계는 파랑새. 자옥, 첫사랑, 꽃잎의 윗부분에서 퍼져 나온 붉은 빛이 아름다운 아사달계는 칠보아사달, 아사달, 천사, 바이칼라로 등이 있는데 무궁화는 서로 다른 색깔, 이름을 지녔지만 한 송이, 한 송이가 모두 신비롭고 향기롭다. “수각 난간에 시원한 바람 나에겐 부질없어 / 책 속에 파묻혀서 긴 세월 살아가네 / 붉은 앵도, 돋아난 죽순 모두 철 지나네 / 그러나 갓 핀 무궁화, 터지는 석류 모두 좋구나 / 병약한 몸 지친 마음 손 대접도 귀찮고 / 그저 꾀꼬리 소리 들으며 낮잠만 즐기네 / 젊고 건강한 시절 모두 지나간 옛일 / 그래도 꽃 많이 피었으니 취한 신선 돼볼까” ‘동문선(東文選)’에 수록된 최충(984 ~ 1068)의 ‘시좌객(示坐客)’이다. 무궁화를 심고 가꾸고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궁한 삶을 희구하였다. / 임병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임병호 논설위원
2006-08-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