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맴돈다. 머리는 있어도 형태는 없고, 발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 유령이 맴돈다. 그 어디든 가지 못하는 데가 없는 유령은 여기 저길 마구 휘젓고 다닌다. 청와대도, 정계도, 관계도, 법원·검찰도, 경찰도, 군대에도 마구 나타나는 유령은 그리고는 또 사라지고 사라지고 나선 또 나타난다. 유령이 가는 곳엔 또 하나의 전설같은 주인공들이 생긴다. 그 주인공엔 청와대 모 고위 인사도 등장하고, 행세깨나 하는 국회의원들도 등장하고, 잘 나가는 고관도 등장하고, 판사들도 등장하고, 전직 고검장·지검장도 등장하고 별이 번쩍 번쩍하는 장군들도 등장한다. 전방위 로비스트로 알려진 윤상림 사건의 유령은 벌써 이렇게 60일 가까이 떠돈다. 이런 저런 사건을 부탁하기도 하고, 거액을 주기도 하고, 거액을 빌려 떼어 먹기도 했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유령은 오늘도 안 간 데 없이 여전히 맴돈다. 2004년 대검 중수부가 대선자금 수사를 할 땐 재벌기업을 찾아 다니며 “수사를 막아주겠다”고 거액을 요구하기도 하고, 한국마사회장을 지낸 사람에게 수천만원을 받아내는 등 의문의 유령 행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국무총리가 국회의원으로만 있을 적에 같이 골프회동을 하기도 해 그 수완이 가히 놀랍다. 유령은 마침내 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 강희도 경위 자살사건으로까지 번져 안갯속같은 배후가 더욱 세인의 관심을 끈다. 그는 지난해 어느 민간업체 회장으로부터 부당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나 몸은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떠도는 유령의 발자취는 이토록 끝이 없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세운상가에서 기름장사를 시작하여 자수성가했다는 유령의 행각은, 각계 각층 세도가들을 떡주무르듯이 주물러 온 그 솜씨가 오히려 감탄할 정도다.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검찰이다. 유령의 변죽은 벌써 두 달째 울려 나오는 데 실체 규명이 된 것은 하나도 없다. “나를 건드리면 다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감옥에서 큰 소리 친다는 그의 말이다. 유령은 결국 유령으로 끝나는 것인가.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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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6-01-24 00:00